00329 to rage trouble =========================================================================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프랑한테 폰으로 미국의 동향을 살펴봐 달라고 했었는데, 내 등에 업혀 휴대폰으로 검색을 계속하던 프랑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런 이야기도 올라오지 않고 있어요. 언론 통제를 하는 걸까요?”
연속 공간 도약과 공간의 벽을 번갈아 쓰면서 4시간에 걸쳐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그사이 미국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었다.
사막 거북이를 진화시켜놓은 지는 10시간이 넘어가고 있었고 검은 곰은 4시간째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었지만 인터넷에는 관련된 이야기가 전혀 떠돌지 않고 있었고 인증기의 능력자 커뮤니티에도 이형종이 등장했다는 이야기 등은 보이질 않았다.
“…에이 몰라. 무슨 일이 생기면 기사가 올라오겠지.”
박살 나도 지들이 박살 나지 내가 박살 나냐. 미국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두 마리의 이형종한테 엉망진창이 돼버리면 그걸로도 만족이다.
그랑 블루 빌딩에 도착해서 집의 테라스에 내려섰는데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간은 오후 1시가 조금 넘어가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시차가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14시간에서 17시간 정도 차이 나니까….
그럼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인가?
기분 안 좋은 일이 연달아 벌어지니 즐겁긴커녕 짜증만 가득하지만, 연인들의 체취가 가득한 집으로 돌아오니 곤두섰던 신경이 좀 풀리는 거 같다.
그나저나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라면 방학식을 하는 날인데 이 시간이면 방학식도 끝났겠군. 한숨을 쉬면서 인증기를 켜서 문자함을 확인해보니 역시나 한고은 녀석들이 보낸 문자들이 한 두통씩 들어와 있었다.
오늘 방학식인데 못 오는건지 묻는 문자 세 통 뒤에는 내 안부에 관해 묻는 문자들이었는데 영은이의 항의문 발표 생방송을 보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거 같다.
“미국 정부가 대응을 못 하고 있는 건지 안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고민 중인 걸까요?”
프랑은 미국 서부와 동부에 이형종 관련 기사가 올라오지 않는 게 어지간히 신경 쓰이는지 휴대폰을 내려놓질 못하고 있었다.
“우선 씻자. 씻겨줘!”
“풋. 네에.”
오랫동안 공간 도약과 공간의 벽을 번갈아 쓰며 10,000km를 왕복했더니 뒷목도 쑤시고 뻐근한 데다 바닷속에 잠수했다가 태평양을 횡단하면서 바닷바람도 잔뜩 맞았더니 온몸이 소금기에 절어서 찝찝해 죽겠다.
배시시 웃는 프랑의 손을 잡아끌고 욕실로 들어와 옷을 벗으니 머리카락에 말라붙은 소금 결정들이 후두두 떨어진다.
“어휴.”
프랑은 세면장 바닥에 잔뜩 떨어진 소금가루에 혀를 내두르더니 욕실 안으로 들어가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한다.
“욕조에 물은 받지 마. 그냥 샤워하고 끝낼래.”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게 좋지 않겠어요?”
“괜찮아. 씻고 한숨 쉬면 괜찮아질 거야.”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고 있으니 프랑이 거품스펀지를 가져와 내 몸을 꼼꼼하게 씻겨주기 시작했다.
프랑의 부드러운 손길과 미끌미끌한 거품이 내 몸을 어루만지니 욕망과 분노가 아랫배에서 똬리를 틀기 시작하는 기분이다. 한 손으로는 프랑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다른 손으로 엉덩이를 움켜쥐니 비누칠을 해주던 프랑은 움찔하면서 손을 멈췄다.
“앗, 씻고 있는데….”
“안돼?”
“…….”
하얀 아랫배에 남근을 쿡쿡 찌르면서 물어보니 프랑은 얼굴을 붉히다가 스륵 뒤를 돌아 양기탱천한 남근을 엉덩이골 사이에 끼우면서 좌우로 살살 흔들기 시작했다.
…프랑 다리는 진짜 기네. 나도 서 있고 프랑도 발꿈치를 들고 있지 않은데도 프랑의 엉덩이가 내 아랫배에 닿는다.
이게 진짜 8등신과 6등신의 차이인가!
속으로 딴생각을 하면서 흥분을 줄이고 양물을 뜨겁고 좁은 통로로 밀어 넣으니 프랑의 자그마한 입에서 뜨거운 숨결이 터져 나왔다.
“윽. 커…요!”
그렇게 앙앙거리는 프랑의 자궁 깊은 곳에 욕망을 듬뿍 뿌려주고 마저 씻고 나오니 목까지 차올랐던 분노 게이지가 명치 아래까지 내려간 느낌이다.
소파에 늘어져서 프랑이 타온 미숫가루 꿀물을 천천히 마시고 있으려니 소피아와 수한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장바구니를 들고 집 안으로 들어선다.
“간단히 생각해봐도 주인님의 힘을 노린 멍청한 미국 자본주의 돼지가 저지른 일이잖아요! 감히 화연 마님을 납치해 인질로 삼으려 하다니, 멍청함에도 정도가 있죠!”
“그렇겠지요. 하지만 주인님의 역린을 건드렸으니 도날드 트럼펫 대통령도 편히 죽긴 힘들 겁니다.”
“맞아요. 이번 기회에 아주 그냥 골…. 앗.”
“아주 그냥, 뭐?”
수한은 바로 짐을 내려놓더니 내게 꾸벅 인사한다.
“다녀오셨습니까, 주인님.”
“앗! 다녀오셨어요. 주인님!”
약간 붉어지고 화난 얼굴로 장바구니를 휘두르려던 소피아도 수한을 따라 허리를 꾸벅 숙이는 소피아아와 수한에게 손을 흔들어주면서 말했다.
“아까 하던 말 계속해봐. 아주 그냥?”
“에헤헤…. 아주 그냥 두 번 다시 그런 생각 못 하도록 트럼펫 가를 폭싹 망하게 해버려야 한다고 말하려 했어요.”
“골 어쩌고 했잖아? 어순을 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올게 아니었을텐데?”
“아주 그냥 골수를 뽑아먹어야한다구…. 에헷.”
혓바닥을 살짝 내밀며 깜찍하게 웃는 소피아를 보고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흐음. 미국을 멀리하는 게 아니고?”
내가 흥미를 보이니 내 관심에 소피아는 후다닥 달려오더니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신난 모습으로 설명을 이어간다.
“국제 열강의 이해구조와 무역 산업은 무척이나 복잡해요! 주인님은 미국을 멀리한다고 해서 피해를 보거나 문제가 될 게 없으시지만, 한국이나 영은 마님은 직책과 위치가 위치이니만큼 무작정 모든 교류를 끊지는 못하실 거라 생각해요!”
“…그건 그렇지. 그래서?”
“미국이라는 고기는 무척이나 크고 뚱뚱해서 쥐어짜면 기름이 줄줄 흘러나올 거에요! 그러니 한 곳이 고장 나고 썩었다고 해서 모두 버릴 게 아니라 그 부분만 고치고 썩은 부분만 도려낸 다음 이용해 먹는거지요!”
“이용한다고 해도 미국은 자존심이 겁나 높잖아. 말처럼 쉽게 이용해먹을 수 있겠어?”
내 질문에 눈을 반짝거리면서 검지를 척 내민 소피아는 자신감에 찬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미국을 하나의 의식체로 보시면 안 돼요. 미국이라는 나라는 52개의 주가 합쳐서 태어난 연합국가이고 트럼펫은 그 52개 주의 투표를 통해 대통령이 되었을 뿐이니까요! 거기에 미국은 안보에 과민할 정도로 집착하는 나라지요! 그러니 트럼펫이 미국이라는 나라에 크나큰 해악이 될 존재라는 걸 증명해내면 사냥 시즌이 끝난 사냥개처럼 잡아먹히게 되어버릴 거에요!”
그러니까 소피아의 말은 트럼펫이라는 존재가 미국에 해악이 되는 존재라는 걸 증명시키란 말인데, 그걸 어떻게?
소피아는 미리 생각해둔 게 있는지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올려다본다.
“제가 주인님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생각해둔 게 있는데 설명해 드려도 될까요?”
“응 해봐.”
“그건 말이죠….”
그리고 소피아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미국 대륙에 미국으로서 어찌 못할 강한 이형종을 만들어서 뿌리자는 이야기였다. 내가 TP를 위상력 수치에 따라 먹이면 이형종이 진화한다는 걸 알고서 하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들으니 피식 웃음이 나와버렸다. 프랑도 옆에서 듣고 있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소피아도 내가 하는 생각이랑 별반 다를 게 없구나.”
“엑?”
“내가 왜 이제 왔다고 생각해?”
“…아! 역시 저의 주인님이세요!”
정말로 감탄 섞인 모습으로 날 보던 소피아는 부끄럽다는 듯이 배시시 웃더니 다른 이야기를 "그럼요…." 하면서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개인적인 부분으로 트럼펫을 몰락시켜버리는 건 어떠세요?”
“몰락? 어떻게?”
“트럼펫은 대표적인 땅부자에요. 총자산이 자칭 1조 2천억 달러가 넘어간다고 주장하지만 알게 모르게 빚도 많을 거에요! 거기에 이번 블레이드 플라이어의 1차 레이드에서 실패하는 바람에 그의 입장도 많이 축소되어있다고 들었어요. 무엇보다 이번 납…. 화연 마님을 인질로 삼으려던 일이 발각된 일로 그의 모랄도 크게 손상될게 확실시된 상황이죠!”
소피아는 내 관심이 무척이나 기쁜지 열과 성을 다해 설명을 이어간다
“그러니 적법한 명분에 의해 주인님이 공개적으로 트럼펫을 적대하겠다고 발표하면 주인님의 명성에 힘입어 그의 이름값은 빛의 속도로 폭락할 거에요. 거기에 더해 그의 정적들도 그를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겠죠!
여기서 주인님의 막대한 재력을 쏟아부어 그가 소유한 주식회사의 지분을 빼앗아 그를 CEO나 회장 자리에서 쫓아내고 그가 소유한 회사의 라이벌 회사에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시작하면 그를 잡아먹기 위한 다른 자본주의 하이에나들도 덩달아 달려들겠지요! 주인님을 적으로 돌린 그는 천천히 몰락할 수밖에 없어요!”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프랑은 모략 같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니 살짝 얼굴을 찡그렸지만 외면하지않고 유심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렇게 매입한 회사와 땅은 비교적 싼 값에 처분하면 주인님의 재산에는 거의 흠이 나지 않고 트럼펫을 돈도 명예도, 권력도 금력도 모두 잃은 힘없는 뒷방 늙은이로 만들어버릴 수 있어요! 거기에 주인님이 뿌리신 씨앗이 발아될 때 주인님이 트럼펫이 미국에 존재하는 이상 절대 도움을 주지 않을 거라고 선언해보세요. 그럼 게임 오버랍니다?”
“그거 좋은데? 트럼펫이 골방 늙은이가 된다는 게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지만 그러려면 손이 많이 갈 거 아냐? 그런 돼지 새끼 하나 파멸시키자고 내 시간이랑 정신력을 쏟아붓고 싶지는 않아.”
“물론이죠! 주인님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하지만 웬걸! 저도 그 방면으로 배운 게 있답니다? 그러니 저에게 맡겨주시면 그가 모든 걸 잃고 파멸하도록 힘내어볼게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두 손을 모으고 날 올려다보며 반짝반짝 빛내는 소피아의 눈을 들여다봤다.
“…좋아.”
자리에서 일어나서 공간 도약으로 위상석 창고로 들어가 고위급 위상석 20개와 상위급 위상석 300개가 든 아타셰 케이스, 일명 007 가방으로 불리는 직육면체형 가방 2개를 들고나와 소피아의 앞에 내려놨다.
“고위급 위상석 20개와 상위급 위상석 300개다. 얼마든지 써도 좋으니 내게 수작 부린 트럼펫을 아주 골로 보내버려.”
2개의 가방을 빤히 보던 소피아는 가장 위에 있던 상위급 위상석이 든 가방 하나만 손에 든다.
“많이는 필요 없어요. 이것만 있으면 돼요!”
“나중에 돈 필요하다고 손 벌리지 말고 그냥 다 가져가지?”
“아뇨! 고위급 위상석은 처분하기도 곤란하거니와 너무 많은 자본을 가지고 시작해도 의심을 받을 수 있어요! 많으면 좋은 게 돈이고 돈이 많이 있을수록 일 처리가 빨라지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죠! 이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답니다!”
소피아는 검은색 가방을 품에 끌어안더니 화사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더니 007 가방을 자기들 방에 갖다놓고 잠시 언니, 세리아 에델베르그를 만나고 오겠다며 임시 연구소로 가버렸다.
그모습을 지켜보던 프랑은 조금 불안하다는 표정으로 날 돌아보며 물었다.
“소피아가 잘해줄까요?”
“믿어봐야지. 내 앞에서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는걸 보니 뭔가 보여주지 않은 실력이 있을 거야.”
그때 수한이 사과와 배를 먹기 좋게 깎아와서 나와 프랑 앞에 내려주며 입을 열었다.
“소피아는 일본의 스파이 교육을 받으면서 각종 잡지식과 함께 선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 방법을 배웠고, 그러한 지식을 상황의 필요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는 방법도 배웠다고 했습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나오는 이야기네요.”
엉? 소피아가 군주론…. 제왕학을 배웠다고? 배 조각을 포크로 찍어 한입 베어 물면서 놀란 눈으로 프랑을 바라보니 수한은 쟁반을 품에 안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군주는 살아남기 위해 중상모략에 많은 지식을 가져야 한다 했고 소피아도 스파이 교육을 받을 때 그에 관련된 제반지식을 갖췄다고 했습니다. 그녀의 성격과 출신, 받은 교육을 생각해보면 정치가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술수를 지니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긴…. 군주론은 근현대 정치학의 시초가 되는 책이니까요. 그걸 익혔다면 권모술수에도 능하겠네요.”
…그러면서 갑자기 뚜렷하고 정확하며 좋은 목적으로 나쁜 일에 사용한다면 그 행위도 정당화 될 수 있느냐. 작위가 세습되며 권력이 대를 이어 내려오면 그것이 오점으로서 아무 능력 없이 권력을 잡는 방법이 옳은지 나쁜지와 일개 시민에서 지배자가 되는 방법, 가해와 시혜 행위의 정당성과 신속함 등에 진지하고 엄숙한 모습으로 토론을 나누기 시작한다.
…뭔 이야기야?
아무튼, 소피아가 실패해도 조금만 혼내주면 그만이니까 소피아가 하는 건 그냥 지켜봐 주자. 잘하면 칭찬해주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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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야기를 보러 와주시는 분들과 추천 및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께는 언제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