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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스-328화 (328/517)

00328  to rage trouble  =========================================================================

푸른 빛이 녀석의 머리를 통해 몸 속으로 들어가고 최하위 이형종에서 순식간에 하위, 중하위로 진화하니 몸집이 1m까지 커지고 등껍질도 밋밋한 모습에서 울퉁불퉁해지기 시작한다.

쿠우우우.

중하위가 되면서 자신감이 차오르는지 눈에서 광폭함을 살짝 비치길래 나도 눈에 마나 비전을 켜고 놈의 새카만 눈깔을 노려보며 살기를 집중했다.

약간 개김성을 보이던 놈은 내 눈에서 흘러내리는 살기와 푸른 기운을 마주하더니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슬쩍슬쩍 대가리를 비틀며 반항하려는 기세가 보이던 놈이라 나무토막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리니 오히려 작업하기가 쉬워지는군.

계속해서 TP를 집어넣어 중위 이형종이 된 거북이는 등껍질이 삼각뿔처럼 돋아나기 시작한다. 중상위 이형종이 되니 점점 더 커져서 3m까지 자라고 더해서 등껍질의 삼각뿔이 점점 뾰족해졌다.

등껍질 밖으로 나와 있는 네 다리나 대가리의 피부에도 각질 같은 게 생기더니 갑주화가 진행되는 거 같다.

이게 아종인지 그냥인지는 모르겠지만, 놈의 몸속에 미호처럼 블루 스톤이 계속 만들어졌다 사라지는 걸 보면 아종이겠지.

“방어력이 뛰어나 보이네요.”

“응. 어떤 타입인지 궁금한걸.”

이형종의 특징 때문에 전투에 들어가서 위상력을 움직이지 않으면 어떤 타입인지 모르니까 조금 답답하다.

작업을 이어서 수십 분에 걸쳐 TP를 주입해주니 내 TP를 고스란히 위상력으로 바꾸던 놈은 상위 아종으로 성장했다. 크기도 10m까지 커지고 네 발에 하얀 가시 같은 게 촘촘하게 돋아나기 시작한다.

놈의 덩치에 비교해서 가시라는 거지 실제로는 어지간한 사람 크기만 한 가시다.

전체적인 색은 여전히 모래색인 걸 보면 색이 바뀌진 않나 보다. 상위 아종이 되니 아까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는 걸 보고 놈의 머리통 위에서 중얼거렸다.

“[야. 깝치지마.]”

살기가 깃든 목소리로 주먹에 마나 오러를 일으켜 발밑의 거북이 머리통을 갈겼다.

쾅!

쿼우우!!!

앗, 너무 세게 때렸나.

별로 힘도 안 줬는데 움푹 들어간 두개골을 보고 조금 놀랬다. 아무래도 심장을 감싸고 있는 위상석 덕분에 육체 능력이 생각보다 훨씬 강해진 거 같다.

한 대 맞고 잠잠해진 거북이를 내려다보며 TP 주입에 박차를 가해 놈을 고위 아종으로 만들었더니,

투두두둑. 우드득. 쿠득.

뭔가 부서지고 늘어나는 소리와 함께 하얀색에 가까운 갈색이 된 사막 거북은 덩치가 갑자기 3배 넘게 자라버렸다.

대강 길이를 재보니 머리끝에서 꼬리를 제외한 부분까지 37m가량 되고 등껍질의 가장 높은 곳도 27m는 넘는다. 등껍질은 온통 뾰족한 삼각뿔처럼 울퉁불퉁해져 있었고 네 다리는 두껍고 육중해 보인다기보단 조금 얇았지만 대신 날카롭고 뾰족한 뿔 같은 게 잔뜩 돋아나 버렸다.

머리도 하얗고 단단한 게, 비늘인지 뭔지 모를 각질 같은 게 돋아나 방어력 측면에서는 굉장히 뛰어나 보인다. 거기다 눈은 새까만 색에서 새파란 색으로 변하고 몸도 3배가량 커져서 작은 돌산으로 보일 지경이다.

“와아…. 갑자기 커져 버렸네요. 역시 상위에서 고위로 넘어갈 때 확연한 변화가 생기나 봐요.”

크으으으으….

이대로 위상력 30만으로 두면 TP가 모자라 깽판을 잘 칠 수 없을 거 같으니 TP를 조금 더 주입해 위상력을 150만까지 만들어주었다. 이놈이 신명 나게 날뛸 수 있도록 해주려면 블루 스톤까지 만들어주는 게 좋겠지만 만에 하나 이놈이 잡힐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니 그럴 수는 없다.

이놈이 잡혔다가 블루 스톤의 존재가 드러나면 내가 블루 스톤을 만들어 파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

좀 약하겠지만, 기존의 등급보다 한 단계 높다고 하는 아종이니, 최고위 이형종만큼 날뛰어주겠지. 사막 거북의 위상력을 확인하고 놈의 면상 앞에 공간의 벽을 치고 섰더니 놈은 광폭함이 깃든 눈으로 날 노려본다.

하지만 여전히 움츠러든 모습이고 약간은 무서워하는 걸 보면…. 확실히 날 최고위 이형종으로 보면서 아까 얻어터진 걸 기억하는 거 같다.

“나한테 섣불리 덤비지 않는 걸 보면 눈치도 있고 이성도 있고 지성도 늘어난 거 같군.”

위상석이 생긴 덕분에 얼마나 강해졌는지 다시 확인해봐야겠다.

마나 탄 같은 걸 던졌다가 죽거나 크게 다치면 곤란하니 마나 탄 계통 스킬의 위력을 확인해보진 못하겠지만, 녀석의 몸뚱이의 강화 정도와 내 힘은 체크할 수 있겠지.

거기다 생각외로 호전성이 옅은 놈인 거 같아 놈의 성질을 좀 자극해줄 필요도 있고.

마나 오러를 피워올리며 오른손에 힘을 집중해 시퍼런 빛을 뿜어내기 시작하니 사막 거북이도 위협을 느끼는지 몸 안의 위상력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건 속성 타입인데? 은은한 붉은색이 도는 게 불 속성인 걸로 보인다. 그런데 확연한 붉은색이 아닌 게 좀 신기하다.

어쨌든 바로 마나 모드 - 가속을 써서 공간의 벽을 박차고 날아들어 놈의 면상을 주먹으로 후려쳐버렸다.

쿠콰앙!!

쿠우어어어!!

포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단박에 녀석의 얼굴을 감싸던 하얀 뼈가 터져나가고 대가리가 홱 꺾이며 사막 거북이 고통의 포효를 지른다.

대가리를 맞아 골이 흔들리는지 이리저리 큰 머리통을 이리저리 흔드는 사막 거북이를 두고 프랑의 허리를 껴안고 하늘 높이 공간을 도약했다.

“왜 한 대 때리셨던 거에요?”

“마나 모드 - 가속을 돌렸을 때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려고 했었어. 마나 모드 - 가속까지 켜서 물리력으로면 고위 아종 거북이의 방어력을 뚫을 정도니 굉장히 강한 거라고 봐도 되겠지?”

쿼어우우우우!!

“거기다 성질을 좀 건드려서 흉폭성을 자극해줄 필요도 있었고.”

주우우웅! 쯔우우우웅!!

내게 안면펀치를 먹은 거북이는 곧 정신을 차리더니 잔뜩 열 받고 화난 모습으로 괴성을 지르며 입에서 열선을 뿜어내 주변 바위산을 증발시켜버린다.

오, 입에서 레이저까지. 확실히 불 속성 이형종이군. 어디 한번 잘 해보라고, 트럼펫.

“생각해보면 이쪽이 더 낫겠네요.”

“응?”

“위상 세계를 들어갔다 나오면 능력자 연합에 흔적이 남잖아요. 거기다 지금처럼 현지에 살고 있는 이형종을 진화시켜버리면 위화감도 덜 들 테니까 우리가 했다는 증거도 적게 남지 않겠어요?”

“아, 그러네. 그쪽은 생각을 못 했어.”

위상 세계에 들어가기 직전에 저놈을 발견해서 다행이다.

쉬지 않고 바로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또 이형종이 있지 않을까 눈에 보이는 숲이나 산세가 험해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았을 법한 곳을 위주로 살펴봤다.

하지만 프랑의 시야 분석 능력의 도움을 받아가며 네바다 주에서 켄터키 주의 산맥이 형성되어 있는 곳까지 왔지만, 진화시키기에 적당한 이형종은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80마리가 넘어가는 수의 최하위에서 하위 이형종을 볼 수 있었는데 물론 대지 면적에 비교하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숫자지만 우리나라는 전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이형종이 나타나는 즉시 발견되고 그 직후 능력자 연합 특무대가 출동해서 바로 잡아버린다.

하지만 미국은 땅덩어리가 넓어서 모두 커버하기가 힘든지 군데군데 사람이 살지 않는 황야나 산속 깊은 곳에 최하위나 하위 이형종 들이 자주 보였다.

내 공간 지각 범위 6.75km와 프랑의 시야 분석 범위 30km로 살펴본 지역은 미국이라는 땅의 넓이를 생각했을 때 A4 용지에 굵은 사인펜으로 줄 하나 그은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런데도 각양각색의 최하위 이형종 들을 82마리나 봤다.

저놈들이 계속 살아남고, 현실에 위상력의 밀도가 꾸준히 증가하면 정말로 위상 세계처럼 높은 등급의 이형종 들이 줄지어 튀어나올 거다.

이건 군사력과 능력자 수가 압도적인 미국도 이런 상황인데 다른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도 다를 바 없겠지. 그러니 조만간 인간은 인간끼리 전쟁을 벌이는 게 아니라 인류와 이형종의 싸움을 시작해야 할 판이다.

…아무튼, 82마리의 이형종은 죄다 번식률이 끝장나게 좋은 것들이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 땅속을 기어 다니는 두더지, 물속을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 이런 것만 보이고 평범한 육상 생물은 보이지 않았다.

해는 한참 전에 져서 육안으로는 새카만 어둠과 군데군데 작은 불빛만 보일 뿐이라 조금 지치는 기분에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후 7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적당한 이형종이 보이지 않네요….”

“그러게. 여긴 산이 많으니까 혹시 있을지 몰라. 조금만 더 찾아보고 안 보이면 그냥 위상 세계에 들어가서 이형종을 잡아오자.”

흔적이 남아도 그냥 발뺌하면 지들이 어쩌겠어.

조금 고도를 낮춰 위상력을 가진 이형종을 찾으며 공간의 벽을 밟고 겅중겅중 뛰어다니는데 내 목을 끌어안고 등에 매달려 있던 프랑이 내 어깨를 두드리면서 한 지점을 가리켰다.

“서하서하. 저기, 저 산 중턱에 곰 한 마리가 보여요! 위상력 3의 최하위 이형종이에요!”

“곰? 겨울잠을 자는 곰?”

“곰이라고 해서 모두 겨울잠을 자는 건 아니에요!”

음…. 나는 지금까지 곰은 겨울에 겨울잠을 잔다고 알고 있었는데,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보다. 어쨌든 곰이라면 강하고 육상 생물에 폭풍 번식도 하지 않으니 적당하겠다.

프랑이 가리킨 곳으로 빠르게 내달렸더니 프랑 말대로 내 키만 한 크기의 까만 곰 한 마리가 자기보다 더 큰 사슴같이 생긴 동물의 배에 얼굴을 처박고 내장을 우적우적 씹어먹고 있었다.

야식은 몸에 안 좋은데.

놈의 뒤에 내려서서 퍼질러 앉아 야식을 먹고 있는 검은 곰을 지켜보다가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작네.”

크우…. 워워웍?!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식사 중이던 검은 곰은 머리를 들어 뒤를 돌아봤다가 화들짝 놀라면서 뒤로 자빠져서 버둥거리기 시작한다.

사막 거북이랑은 전혀 다른 반응이군. 그보다 저 덩치로 저러니까 귀여운데? 프랑도 귀여운걸 좋아하…는데 이형종은 귀엽지 않은지 덤덤한 표정이다.

검은 곰은 발랑 넘어져서 네 다리를 허우적거리다가 몸을 뒤집더니 잔뜩 겁먹은 표정을 짓고 슬금슬금 뒷걸음질 쳐서 동굴로 물러난다.

저 동굴이 검은 곰의 굴인가보다.

별로 깊지도 않은 구덩이 속 끝까지 물러난 검은 곰은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날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내가 발걸음을 옮겨 녀석에게 걸어가니 검은 곰은 뱀 앞에 선 쥐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아무래도 이놈도 그 거북이처럼 날 자기보다 상위의 이형종으로 보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미호를 처음 진화시켜줄 때 봤던 원숭이나 하늘 섬에서 만난 이형종 들은 날 멀리하려 하긴 하지만 무서워한다는 느낌은 없었고 위상력을 주입하는 도중에도 발광하고 날뛰려고 했었잖아.

그런데 아까 사막 거북이나 이 검은 곰 녀석은 확실하게 날 두려워하고 무서워하고 있으니 날 자기보다 강한 이형종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놈도 TP를 처먹고 진화하면 나한테 흉폭성을 터트리겠지. 일단은 기선을 제압할 겸 TP를 주입할 때 발버둥 치지 않게 좀 쓰다듬어줘야겠다.

온몸에 마나 시브를 집중하고 마나 모드 - 가속을 돌리면서 녀석의 목덜미를 잡아 곰 굴 밖으로 끌고 나왔다.

끼우우웅! 꺄우우우웅!!

검은 곰은 덩치에 맞지 않은 새된 비명을 지르면서 끌려 나오지 않으려고 앞다리 뒷다리로 버티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굴 밖으로 끌고 나와서 한번 크게 패대기쳤더니 꽤애액하고 비명을 질렀지만 사지를 허우적거리는 게 아직 멀쩡한 거 같다.

쿵! 콰앙! 쿠웅!

끄웩, 그워! 워웍!

녀석의 뒷발을 잡고 휘둘러 몇 번 더 패대기 쳐주니 그제야 추욱 늘어지면서 골골거리기 시작한다.

게륵. 그르륵.

눈을 까뒤집고 혓바닥을 늘어트린 채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녀석의 주둥이를 콱 잡고 힘을 주면서 마나 비전을 강하게 일으켜 검은 곰을 노려봐주니 아프고 무섭고 정신이 없는지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 덜덜 떤다.

내가 검은 곰 이형종을 괴롭히는 모습에 프랑은 웃지도 못하고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반항하면 귀찮아질 거 같아서.”

“풋. 네에.”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면서 엎어져 축 늘어진 놈의 등에 올라탔더니 흠칫하고 놀랐다가 죽은 척이라도 하는건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뭐, 이렇게 얌전히 있어 주면 나야 편하지. 그 상태로 놈의 등에 손을 대고 TP를 주입하기 시작하니 프랑은 공중으로 몸을 띄워서 휴대폰으로 뭔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몸이 점차 변화해가는 검은 곰을 지켜봤다.

검은 곰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하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몸집이 커지고 있었다. 최하위일 때는 주둥이 끝에서 엉덩이까지 1.8m, 곧게 서면 2.2m 정도였지만 하위일 때 4m가 넘을 만큼 자라더니 중하위가 됐을 때에는 10m까지 자라버렸다.

“마, 많이 커지네요….”

검색하다 말고 쑥쑥 자라기 시작하는 검은 곰을 본 프랑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게. 이대로 고위 아종이 되면 사막 거북이보다 더 커지겠는데.”

킹콩이 아니라 킹곰이 되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달라붙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TP를 주입해주니 놈은 중위 이형종으로 진화하면서 몸이 20m까지 커져 버렸다. 하지만 덩치만 커질 뿐, 다른 특별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아 조금 실망감이 든다.

이거, 진짜 몸이 커지는 거 말고는 다른 능력은 없는 건가?

검은 곰은 자기 몸이 커지고 힘이 세지는 걸 느끼는지 그르르하고 울면서 앞발을 꿈지럭거리긴 하지만 자기 등 위에 올라타고 있는 내가 두려운지 몸을 일으켜 세우거나 하진 않는다.

그리고 녀석이 상위 아종으로 진화하는 순간 몸 크기가 50m까지 자라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스테로이드를 먹고 근육을 키운 선수처럼 근육이 무시무시하게 부풀기 시작했다.

근육이 꽉꽉 들어찬 팔다리와 단단해 보이는 가슴과 배에 생기는 뚜렷한 근육의 형태에 말이 안나온다.

예전에 화연이가 보여줬던 검붉은 색 근육 덩어리 마운틴 고릴라 이형종, 이름이 피스터머였나? 그 녀석보다 더 흉악하게 불끈거리는 근육이 시각적으로도 엄청났다.

크르르르.

드디어 자신감이 가득 차올랐는지 검은 곰은 서서히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돌려날 노려보는데, 눈에서 검붉은 붉길이 솟아오르는 거 같다.

위상력이 움직이는 걸 확인해보니 이놈은 신체 강화 타입이다.

“큭큭. 근육이 뻥튀기되니까 자신감이 솟, 냐!?”

콰앙!

꽤애액!

주먹에 마나 오러를 집중해 벼락같이 튀어나가 놈의 턱주가리를 날려버리니 50m 거구가 핑그르르 돌면서 산골짜기로 굴러떨어진다.

콰자작. 우직. 뿌드득, 쿠구구궁.

나무를 부러트리고 먼지를 일으키며 굴러떨어져 산골짜기에 처박힌 놈은 그웍 워억 거리면서 해롱거린다. 그렇지않아도 기분 나쁜데, 잘 걸렸다 이놈!

퍼억! 쾅! 우직, 뻑! 쿠직!

꽤, 애액! 꾸악! 쿠어어엉!

마나 모드 - 가속을 켜서 다시 한 번 안면을 쳐 날리고 빌딩 같은 놈의 앞발을 발로 차 부러트리고 두들겨 패기 시작하니 검은 곰 이형종은 혼이 달아날 거 같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네 다리를 허우적거린다.

허우적거리는 앞발들을 주먹으로 쳐 날리면서 신명 나게 두들겨 패니 부러지지 않은 앞발로 얼굴을 가리고 꾸에엑거리면서 뒷발을 버둥거리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분이 풀리는 느낌에 다시 TP를 주입해주려고 다가서니 놈은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면서 나한테서 도망가려고 버둥거렸다.

이렇게 버둥거리면 고위 아종으로 만들어줄 수 없으니 일단 기절시켜버려야겠다.

놈의 가슴팍을 발로 차면서 공중으로 뛰어올라, 공간의 벽을 발판 삼아 힘껏 뛰어내리며 놈의 이마를 내려찍어버렸다.

콰직!

쿠어헉….

두개골에 금이 가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새카만 눈이 풀리면서 어지간한 저택만 한 대가리와 빌딩 같은 앞발이 육중한 소릴 내며 축 늘어진다.

기절해버린 검은 곰 녀석의 몸통을 공간 지각으로 살펴보니 몇 군데 뼈가 부러지고 금이 가긴 했어도 생명에 지장을 주는 치명적인 상처는 없다.

그리고 부러진 상처쯤이야 고위 아종으로 진화시켜주면 금방 치유되겠지. 이형종은 회복력이 능력자보다 뛰어나니까.

뻣뻣한 게 대나무 같은 털을 밟으며 부러진 가슴뼈 위에 서서 다시 TP를 주입하기 시작하니 잠깐 꿈틀거리긴 했지만 깨어나진 않았다.

고위 아종으로 진화한 검은 곰은 몸이 블레이드 플라이어만큼이나 자라나고 근육은 더욱 각이 지고 튼튼해져 갑옷처럼 보이게 바뀌어갔다.

살짝 반항적인 기운을 보였다가 일방적으로 얻어터지고 기절한 놈은 볼썽사납게 골짜기 사이에 구겨진 채 널브러져 있었는데 고위 아종으로 진화하면서 부러졌던 뼈가 모두 붙었고 상처도 다 사라졌지만,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기절해있었다.

이 정도로 해두면 충분하겠지. 나한테 오지게 처맞고 기절까지 했으니 내가 사라지면 분통이 터져서 얌전히 골짜기에 숨어있지도 않을 거다.

일방적으로 두들겨 팼더니 속에 묻었던 분노도 어느 정도 풀려서 기분이 나름 상쾌해졌다.

“끝나셨어요?”

“어. 이제 지켜보기만 하면 될 거 같아.”

“그럼 이것 좀 봐주세요.”

뭘 보여주려는 거지? 프랑의 손에 들린 5.1인치 휴대폰의 액정화면을 들여다보니 그곳에서 재생되고 있는 건 청와대 춘추관 기자실에서 영은이의 발표 영상이었다.

[…우방국으로써 동맹국의 곤란을 도와준 대가가 인질극이라는 것은, 미국 정부의 뜻이라고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습니다. 이에 도날드 트럼펫 대통령의 해명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입니다.]

“한국 시간으로 아침 8시에 발표한 4분짜리 항의문의 마지막 부분이지만 핵심 내용은 모두 포함된 거에요. 일체의 예식 화법을 구사하지 않고 명료한 표현만 사용한 걸 보면 영은도 화가 많이 났나 봐요.”

흐음….

하늘을 올려다보니 날은 완전히 저물어 밤이 되어있었다.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던 빛도 사라지자 빛 한점 없는 어둠 속의 검은 곰은 말 그대로 밤에 동화된 모습이다.

다시 휴대폰을 켜서 인터넷을 살펴보던 프랑은 미간을 좁히면서 머리를 살짝 긁적였다.

“그리구 여기에 날아올 때부터 틈틈이 검색해봤었는데, 사막 거북이에 관한 기사는 올라오지 않네요.”

“계속 그걸 찾고 있었던 거야?”

“네에. 근처에 라스베이거스도 있고 사막 거북이가 조금 크게 울부짖었잖아요? 금방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했는데 인터넷에 아무 소식도 안 올라오고 있어요.”

“일이 벌어졌지만, 정보를 통제해서 감춰졌을지도 모르지. 영은이가 발표한 내용에 대해서는 다른 이야기는 없어? 미국의 반응이라던가.”

“영은의 항의문은 발표된 지 2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미국의 대응도 아직 나오지 않은 거 같아요.”

“그래. 그럼 다른 용무도 없으니 이만 돌아가자.”

“네.”

떠나기 전 큰 대자로 뻗어있는 검은 곰을 마지막으로 한 번 본 뒤 프랑과 함께 서쪽으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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