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327화 (327/517)

00327  to rage trouble  =========================================================================

내 손을 잡고 있는 그녀들의 손을 강하게 쥐면서 입을 열었다.

“트럼펫은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을 건드렸어. 거기다 이번 일을 그냥 넘기면 이후에 엄청 화나고 짜증 나는 일이 연속으로 일어날 거라는 예감이 들어서 그냥은 넘기지 않을 셈이야.”

“그랬다간 죄 없는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을 거에요….”

“…이번 일이 트럼펫의 독단으로 이루어졌을 리가 없어. 틀림없이 내부적으로 동조가 있었으니까 G.S 레이드 팀을 동원하고 이런 짓을 한 거겠지. 거기다 트럼펫이 대통령이 되게끔 뽑아준 건 미국 시민들이잖아? 득표율이 미국 시민 전체의 60%를 넘어가는 표로 당선됐다며. 그러니까 그놈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대가는 미국 시민들도 함께 책임져야 할 거야.”

속이 뒤집힐 만큼 열이 받아서 충동적으로 일을 계획하긴 했지만, 이번 일을 어영부영 넘긴다면 날 만만하게 여기고 다른 여러 나라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뻗칠 거다. 특히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연인들을 납치하려는 계략을 펼치려 하겠지.

이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고 그러다 누군가 납치되거나 살해당한다면 이성을 유지할 자신이 없다.

그러니 적당한 위협이나 물밑에서 복잡한 음모를 꾸며 미국을 뒤집는 것보단 차라리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이용해서 확실하게 미국이라는 나라의 허리를 꺾어버리는 쪽이 쉽고 좋아.

하지만 나도 잔혹 무비 한 세상에서 둘도 없는 대 악당은 아니다.

처음에는 수십 마리의 고위 아종을 만들어서 미국에 뿌려버리려 했지만, 그랬다간 북아메리카는 인류가 살지 못하는 죽음의 대지로 바뀌어버릴 테니 내 좁쌀만 한 아량을 발휘해서 동부와 서부에 각각 한 마리씩 2마리로 줄여주지.

“그러니까 고위 아종이 날뛰는 걸 막지 못한 미국은 어쩔 수 없이 나한테 다시 도움을 요청해올 테고, 그럼 나는 그걸 빌미로 미국의 뻣뻣한 허리를 접어줄 생각이야.”

“…그래. 그럼 그건 됐다. 그보다 몸은 괜찮나. 심장에 위상석이 생겼는데 몸에 이상은 없고?”

내 생각을 모두 들은 화연이는 내 모습에서 예정을 취소할 생각이 없다는 걸 알고 내가 할 보복에 관한 이야기보단 내 몸에 생겨난 위상석에 신경을 쓰기로 한 거 같다.

화연이는 못내 신경 쓰이는지 내 옷 밑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쓰다듬어주는데 화연이의 따뜻한 손이 심장 어림을 쓸어주니 차갑고 먹먹한 기분이 들던 가슴이 조금씩 따뜻해지는 거 같다.

물어보는 화연이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응. 나빠지긴커녕 오히려 육체적으로나 능력 면에서 더 세진 거 같아. 아까 지휘실에서 걷어찬 강화 합금으로 이루어진 테이블이 티타늄 합금 외벽을 찢어버리고 더 날아가서 뒤에 있던 전함 함수를 부수는 거 봤지? 그거, 마나 시브로 신체 강화를 돌리지 않고 그랬던 거야.”

“그게 어느 정도 위력인 거죠?”

“합금 벽을 부수는 건 적당한 힘을 쓰면 되지만…. 테이블 파편이 날아가 호위함의 선수 부분을 부수는 건 제가 전력을 발휘하면 비슷한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걸 마나 모드의 가속을 쓰지 않고 했단 말이지?”

“응.”

“그럼 지금은 통상의 마나 모드일테니 적어도 가속을 쓴다면 그 힘의 제곱이 되겠군.”

두 배가 아니라 제곱이 되나? 마나 모드 가속을 돌리면 B 클래스의 신체 강화 능력자 수준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는데 그게 그냥 마나 모드일때 발휘되면….

…어쨌든 세졌다는 게 중요하지. 그리고 행동은 빠를수록 좋다.

“화연이는 미호와 함께 먼저 한국으로 돌아가. 나하고 프랑은 미국에 들러서 몬스터를 드랍하고 돌아갈게.”

“그래.”

내 어깨 위에 올라가 있던 암흑이를 들어서 화연이한테 넘겨주면서 말했다.

“암흑이는 나 없을 때 화연이 말 잘 듣고.”

-옛 썰.-

화연이의 어깨 위에 올라탄 암흑이는 나한테 오른손으로 경례 동작을 취하는데 그 모습을 미호가 빤히 바라본다.

“몸조심해라.

화연이는 객실을 나가기 전에 다가와서 날 꼭 껴안아주었는데 미호도 눈이 동그래지더니 - 나도! 하면서 달려와 내 품에 안겨들었다.

창자가 꼬이고 뜨겁게 타오르는 것 같은 분노가 연인들의 우려와 관심 속에 사그라지는 거 같다.

“금방 갔다 올 테니 너도 화연이랑 영은이 말 잘 들어.”

- 예썰~!

각 잡힌 군인 같은 암흑이의 경례에 비해 헐렁한 모습이지만 귀여운 모습이라 피식 웃으면서 미호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먼저 나간 화연이를 뒤따라 후다닥 달려나가는 미호의 뒷모습을 보다가 프랑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우리도 가자.”

“어떤 이형종을 풀어줄지 생각해두신 거 있으세요?”

“흠….”

분노가 조금이지만 가라앉으니 산소가 뇌에 공급되면서 약간이지만 이성이 돌아왔다 보니 여러 가지로 좀 신경을 써야 할 거 같긴 하다.

예를 들면….

“일단 신체 강화 타입에 호전성이 적은 녀석이면 좋겠어. 살짝만 건들여도 성질이 폭발해서 날뛰거나 근처에 능력자가 지나간다고 빡돌아서 밀어버리는 놈들은 무시무시한 피해를 만들 테니 그건 곤란해. 그리고 날아다니거나 땅속으로 돌아다니는 놈들도 곤란하고 감염이나 독소 같은 특수 능력이 있는 것도 안 되겠지.”

화연이와 미호는 비행기를 타고 돌아갈 거라 생각했는데, 미호가 여우 모습으로 변하더니 화연이도 미호의 등에 올라타서는 쏜살같이 날아가 버렸다.

하와이에서 대충 한국까지는 대충 7,500km 정도다. 미호의 속도라면 4시간이면 도착하겠지.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시민들이 대피할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만큼 호전성이 적고 느린 놈들에 뒤처리가 어렵지 않은 것들을 찾아봐야지.”

내가 무작정 미국을 이형종으로 뒤집어엎을 생각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는지 프랑은 한결 밝아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하와이에서 미국까지 거리가 대략 5,500km니까 1번의 공간 도약에 대략 6km를 이동하고 최대한 빠르게 가면 1초에 3번까지 가능하다. 그러면 5분 만에 도착할 수 있겠지만 그랬다간 내 소지품도 못 버티고 먼지로 변해버릴 거다.

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분자 구조의 결합이 분해되는 현상 같은 게 어쩐지 불안하다. 더욱이 소지품에는 프랑의 영혼석도 있으니 그런 식의 연속 공간 도약은 안된다.

아까 블레이드 플라이어를 잡고 되돌아오면서 테스트해본 거지만 소지품 같은 물질이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간격은 6초에 1번이었다. 이 속도로 이동해도 내가 공간의 벽을 박차고 달리는 것보단 훨씬 빠르니 1시간 40분이면 미국땅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런데 내 심장에 겹치듯이 생긴 위상석 덕분에 신체 능력도 올라서 달리는 속도도 더 빨라졌을 거 같은데. 뭐, 가면서 실험해보면 되겠지. 그러면….

내 목에 걸린 프랑의 영혼석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면서 공항 밖으로 걸어나가는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이형종의 특성에 대한 자료를 찾던 프랑이 다시 입을 열었다.

“서하가 말한 조건에 부합하는 건 거북이나 갑각류 이형종과 곰, 레오파드 계통의 이형종들 뿐이네요.”

“내 위상 세계 근처에 있을 갑각류라면 도둑게랑 레오파드 캣이 있겠네.”

양아치 이무기 출현 장소에서 엘리펀트로스 산으로 오는 가운데 있었지?

“흠. 똑같이 생긴 것 두 마리가 동시에 날뛰면 의심 받을 거야. 미국 서부에는 도둑게를 갖다놓고 동부에는 레오파드 캣 한 마리 집어넣자.”

“네. 그렇게 해요. 고위 아종이지만 능력은 최고위 이형종이니 최고위 이형종의 이름이 주는 압박감이라면 두 마리라도 충분할 거에요.”

옆에서 걸어가는 프랑을 내려다보니 그녀도 내 시선을 눈치채고 날 올려다본다.

“…프랑은 날 말리지 않을까 했는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는 게 좀 의외야.”

“저도 사람인걸요? 잘못은 저쪽이 먼저 한데다 인질이라는 비겁한 수단을 동원하려 한 점은 정말 용서할 수 없어요. 생각만 했을 뿐, 실행하지 않았으니 죄가 아니다, 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에요. 무엇보다 들통난 범죄 계획은 이미 그 자체로도 죄가 되지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프랑은 좀 화나고 분노한 표정으로 동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서하는 보복의 수단으로 마탄같은걸로 무차별 학살을 벌이지 않고 최고위 이형종을 던져놓으려 하시는 거잖아요? 이런 식으로 시련을 내려주는 건 제 뜻에도 부합되는 부분이에요.”

“시련?”

“서하는 오염 걱정이 없는 ICBM 전략핵미사일 같은 마탄을 미국 전역에 마구 떨어트릴 수 있잖아요. 그런 건 단순한 보복성 학살밖에 되지 않아요. 하지만 마탄이 아닌 이형종을 진화시켜 투입하는 거라면 미국은 자신의 역량에 따라 피해를 얼마든지 줄일 수 있고 또 늘릴 수가 있죠.”

프랑은 서늘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만약 트럼펫 대통령이 지휘력이 뛰어난 자라면 별다른 큰 피해 없이 이형종을 물리치거나 외딴 지역에 격리해버릴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거운 표정으로 뒷말을 흐렸지만, 무슨 말을 하려 했을지는 쉬이 짐작이 간다.

“그러니 시련이, 고난이 될 수 있는 수단에 찬성하는 거에요.”

난 그냥 짜증 나서 좆되봐라는 식으로 이형종을 뿌려버리려고 했는데 프랑은 나랑은 또 다르게 생각하는군. 내 생각보다 프랑 생각 쪽이 품위 있고 우아하니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니 프랑은 날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조금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런 저에게 실망하셨나요?”

“엉? 무슨 소리야, 실망이라니?”

“제 가식적인 모습에 실망하셨나 싶어서….”

“가식적이라는 게 뭘 말하는지 모르겠어. 난 그냥 프랑은 자기 주관이 뚜렷하구나 싶은걸? 프랑은 정직하고 솔직하고 착한 사람을 좋아하지만 비겁한 행동과 거짓말을 싫어하잖아?”

내 솔직한 마음이 담긴 이야기에 프랑은 살짝 미소 지으면서 내게 팔짱을 껴온다. 별말은 없지만, 입가에 미소가 떠 있는 게 기분이 좋아진 거 같다.

공항의 입구로 나오니 북태평양 한가운데처럼 폭우가 쏟아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먹구름이 잔뜩 껴서 어두컴컴한 하늘에 굵은 빗방울이 쉼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홀딱 젖는 건 어쩔 수가 없겠군.

“공간의 벽을 밟고 가면서 6초마다 1번씩 공간 도약을 할 거야. 잘 따라와.”

“네!”

프랑의 힘찬 대답을 들으면서 대지를 박차고 먹구름이 낀 하늘로 뛰어올랐다.

미국으로 향하면서 신체 능력을 점검해봤는데, 아무래도 화연이의 말이 맞는 거 같았다.

하지만 마나 탄도 Mk 2로 업그레이드했고 공간 도약에 공간의 벽을 이용한 3차원 회피운동까지, 회피와 원거리에 특화된 능력들인데 이제 와서 근접 전투와 관련된 신체 능력이 강화되봤자 별로 기쁘진 않다.

시험 삼아 내가 가진 마나 탄, 마나 레이저, 마나 포, 마탄 시리즈에 공간의 벽과 공간 보호막까지 써봤지만, 딱히 강해지거나 한 건 못 느끼겠다.

다만 TP는 위상력인 3,999만에 위상 석의 1,845만을 합해서 5,844만 TP까지 쓸 수 있게 된 건 좋았다. 아, 몸이 튼튼해져서 얻어맞아도 별로 안 아프려나?

하지만 그렇지않아도 적이 없는데 여기서 더 강해져 봤자 별로 감흥이 없다. 돈도 넘칠 만큼 있고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남자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여기에 나만을 생각해주고 나만을 사랑해주는 천사같이 아름답고 착한 세 명의 연인도 있으니 딱 하나, 내가 반인반마라는 것만 빼면 정말 남부러울 게 없다.

…아니 또 하나가 마음에 걸리긴 한다.

프랑은 반인 반령, 육신의 구성이 정령 같은 상태이니 제외한다고 쳐도 화연이와 영은이는 4월부터 지금까지 8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잠자리를 같이했는데도 임신의 징후 같은 게 없다.

사실은 그동안 화연이나 영은이가 내 아이를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마구 질내사정을 해버렸는데 두 사람 다 자궁에 받은 내 정을 모은다면 임신을 해도 1000번은 했을 양이지만…. 둘 다 아무런 신호가 없었다.

혹시나 피임약 같은걸 먹는가 싶어 집안이랑 화연이나 영은이 소지품을 전부 살펴봤지만 영은이만 피임약을 먹는 거 같았다.

솔직히 그런 약을 먹는 건 조금 싫었지만 지금 영은이의 입장에서 덜컥 임신해버리면 그것도 문제가 되니까 이해하는데 화연이는 그런 약 같은 것도 안 먹길래 능력자가 임신하기 위해 다른 조건이 필요한가 싶어 살펴봤지만 그런 것도 없었다.

임신은 능력자나 비능력자나 똑같은 조건에서 이루어진다는 거다. 그러니 임신이 안되는 이건 내 문제가 맞겠지?

…아. 또 기분이 나빠졌다.

“서하. 뿌잉뿌잉.”

“…엉?”

“읏. 뿌, 뿌잉뿌잉….”

프랑이 왜 이러지. 어, 어딘가 아픈 건가?

더욱 빨라진 속도와 공간 도약을 뒤쫓아오지 못한 프랑은 내 등에 매달려있었는데 갑자기 뺨에 주먹을 쥐고 부비부비하면서 뿌잉뿌잉거리는데…. 어디 아픈 건 아닌가 걱정이 든다.

멈춰 서서 걱정스럽게 프랑을 바라보니 얼굴이 빨개져서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으우우…. 부, 부끄러워요….”

“아, 애교 부려준 거였구나. 뿌잉뿌잉이 뭔가 했어.”

“으으! 재확인하지 마세요~!”

“눈치 못 채서 미안해?”

“하지 말라니까요~!”

다시 내 뒤로 숨어서는 목을 조르는데 하는 행동이 귀여워서 웃음이 난다. 내 기분이 나빠진 걸 눈치채고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애교를 떨어주다니. 덕분에 나빠졌던 기분이 좀 풀린다.

뭐, 임신을 못 시키는 건 나중에 생각해봐야지. 화연이도, 영은이도 오랫동안 살아갈 거고 나도 그만큼 살 테니까.

어쩌면 임신이 안되는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나랑 연인들 사이에서 혹시나 푸른 피부의 악마가 태어나면…. 사랑을 줄 자신이 없으니까.

먹구름 위로 햇빛을 받으며 1시간을 달렸더니 발아래 북아메리카 대륙의 서부 사막 펼쳐졌다. 미국 서부는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니 실제로 봐도 하얗고 노란 사막이 눈에 한가득 들어온다. 근데 사막이라기보다 황야라고 부르는 게 어울릴 거 같은데….

“도둑게라고 해도 물은 필요할 거 같은데, 호수 주변에 도둑게를 내려놓을까?”

“사막이라고 해도 곳곳에 호수와 강이 있으니까 크게 상관은 없지 않을까요?”

인증기를 켜서 지도를 확인해보니 캐나다와 맞닿은 곳에 있는 오대호를 제외하면 미국 서부에서는 그레이트 솔트 호수가 가장 크다.

“음. 그럼 솔트레이크 시티 근처에 있는 그레이트솔트 호수 멀리에 집어던져 놔야겠네.”

“그렇게 해요.”

“응. 그럼 레오파드 캣이랑 도둑게를 잡으러 가…. 어?”

막 위상 세계로 진입하려는데 공간 지각에 위상력이 감지되어서 살펴보니 최하위 다람쥐 이형종과 최하위 거북이 이형종이 눈에 보인다.

“…? 어머.”

내가 내려다보는 곳으로 시선을 돌린 프랑도 이형종을 발견했는지 놀란 표정이 된다. 여기 위치가 모하비 사막이니…. 사막 거북이랑 사막 다람쥐인가.

“위상 세계에 안 들어가도 되겠어. 다람쥐는 번식력이 뛰어나니까 내버려두고 거북이 저놈을 고위 아종으로 만들자.”

수백 킬로미터의 사막에서 이형종을 두 마리나 발견하다니, 운이 좋은 건지 나쁜건지 모르겠다. 때마침 이곳에서 북동쪽으로 150km를 가면 라스 베가스도 있고 남서쪽으로 가면 로스앤젤레스도 나온다. 거리도 적당하고 근처에 15번이랑 40번 국도도 있으니 발견도 빠를 거다.

적당하군. 프랑과 함께 위상력 7의 모래색 사막 거북이 앞에 뛰어내렸더니 녀석은 전체적으로 모래색을 하고 있었는데 자그마한 귀두龜頭를 들어 멍하니 날 올려다보다가 고개를 푹 숙여버린다.

뭐지? 도망가거나 저항하는 모습을 안 보이네.

녀석은 바위 구멍 사이의 그늘에서 햇볕을 피하고 있었는데 최하위 이형종이라지만 크기도 30cm를 넘어가지 않고 그냥 보통 거북이 같은 녀석은 내 위상력을 감지라도 한건지 일체의 저항도 내비치지 않고 그냥 땅바닥에 고개를 늘어트리고 날 올려다보기만 한다.

눈망울에서 어쩐지 공포심이나 체념 같은 게 보이는 거 같기도 하다. 이 녀석도 위상력을 주입하면 난폭해지려나?

온몸에 마나 시브를 돌리면서 손을 뻗어 사막 거북 이형종의 머리를 잡으니 녀석은 그냥 눈을 감아버린다.

“[얌전히 있으면 죽이진 않으마.]”

마나 보이스로 말했더니 사막 거북이 살짝 떠는 느낌이 들었지만 무시하고 TP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200화 즈음에는 자리에 앉으면 2편 3편이 쓱쓱 써졌는데 요즘은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다 보니 집중력도 덩달아 떨어져서 요즘은 하루에 1편이 고작....ㅠㅠ

2편 연재를 기다리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한동안 1일 1연재가 될 거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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