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5 to rage trouble =========================================================================
20번 공간 도약을 하고 10분 쉬고 다시 20번 공간 도약을 반복하며 꽤 먼 거리를 이동했을 땐 프랑도 미호도 공중에 둥둥 떠서 늘어져 버렸다.
- 우엑. 으우우. 가슴이 답답하구 메스꺼워어….
“저, 저도 좀…. 우웁.”
흠. 전에 지부장 형을 찾아 부산으로 갈 때 연습 삼아 공간 도약을 연속으로 했었지. 그때는 프랑이랑 별로 다를 게 없었는데 지금은 멀쩡한걸.
…위상석이 생겨서 그러려나.
-주인님, 초딩 미호와 프랑 마님은 왜 저럼까?-
바지 주머니에서 기어 나온 암흑이는 셔츠 자락을 잡고 어깨까지 타고 오르더니 파래진 안색으로 헤롱거리는 둘을 보며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공간 도약을 하면 좀 내장이 쏠리는 느낌이 드는데, 연속해서 하니까 토할 거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거야.”
토한다는 개념이 암흑이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당연히 내장이 없는 녀석인데 이해가 가는 게 이상한 거지.
손을 뻗어서 가슴 어림을 눌러보지만, 갈비뼈에 가로막혀있으니 만져질 리가 없나. 몸속에 생성된 1,854만의 위상 석은 주먹 두 개를 합친 것보다 더 큰 크기로 심장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위상석도 손으로 만져지는 엄연한 물체인데 이렇게 심장을 감싸고 있어도 멀쩡한 게 신기하다.
미호는 가슴과 윗배에 심장이 하나씩 있고 위상 석은 그사이에 만들어져있었다. 히아리드도 심장 인근에 위상석이 있지 나처럼 심장을 감싸고 있진 않다.
프랑과 미호의 상태가 호전될 때까지 공간의 벽으로 의자를 만들어서 쉬는데 거뭇거뭇해지던 하늘에서 결국 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프랑은 미호하고 함께 그냥 날아서 뒤쫓아와. 너희들이 날아오는 속도가 내가 공간 도약으로 이동하는 속도보다 빠르니까 차라리 그게 낫겠다.”
“우웅…. 조금만 더 일찍 말씀하시지. 에휴.”
- 우어어어.
비실대고 끙끙거리는 둘을 보고 피식 웃었다.
빗방울을 맞으면서 블레이드 플라이어의 가슴지느러미를 움켜쥐고 공간 도약으로 나아가기 시작하니 프랑과 미호도 쓴 물이 올라온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폭 쉬면서 뒤따라 날아온다.
으음. 그런데 비가 내리는 와중에 공간 도약을 하니 내가 나타날 곳에 겹쳐있던 빗방울이 그대로 분해, 그러니까 소멸되어버리는게 느껴진다.
이건 공간 도약의 원래 능력인지 심장에 위상석이 생긴 효과인지…. 어찌 됐든 공간 도약을 할 때에는 아무것도 없는 장소로 이동해야겠다.
- 주인님 빨라!
“서하아아아~!”
응?
멀리서 들려오는 프랑과 미호의 목소리에 공간 도약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멀리서 빠른 속도로 날아오며 뒤편으로 거칠고 높다란 파랑을 일으키는 프랑과 미호가 보인다.
몇 초 뒤에 광풍과 함께 도착한 둘은 놀란 눈으로 날 본다.
“어? 왜?”
“서하, 방금 잔상이 생길 정도로 빠르게 공간 도약을 하셨어요!”
- 1초에 2번은 한 거 같아!
1초에 2번이나 했다고? 미호의 말에 놀라서 굳어있는데 내 어깨에 매달려있던 암흑이가 허우적대면서 힘없이 입을 뻐끔거린다.
-으어. 제 유기체의 결집이 약해질 거 같슴다…. 이게 토한다는 기분임까?-
뿅 간 표정으로 헤롱거리던 암흑이는 미호에게 안아달라는 듯이 손을 뻗는다.
잠깐, 부산으로 내려갈 땐 최대한 집중해서 빠르게 해야 1초에 겨우 1번 할까 말까 했는데 방금은 멍때리면서 1초에 2번 공간도약을 했다는 거지?
아무래도 심장에 위상석이 생기면서 나도 더 강해진 거 같다. 이형종 들도 위상석이 생기기 전과 후로 나눌 정도로 힘의 차이가 나니까 나도 위상석이 생기니 더 강해진 거겠지.
미호가 손을 뻗어 암흑이를 품에 안으니 암흑이도 미호의 목을 끌어안으면서 살 떨린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처음 주인님을 봤을 때도 강하다고 느꼈슴다만 지금은 한순간 사이에 또 더 강해지신 거 같슴다.-
- 우웅. 난 잘 모르겠어어.
-초딩 미호는 모르는 게 당연한거임.-
- 우쒸.
-놀리는 게 아님. 난 해가 뜨고 지는 걸 20만 번은 봤음. 넌 몇 번 봄?-
- 힉? 난…. 200번 정도 본 거 같아.
20만번.... 단순 계산으로 547년이란 말에 나도 놀랐다.
-넌 게임하면서 놀 게 아니라 삶을 배워야 함. 너무 무식함.-
- 끄웅.
암흑이의 지적에 미호는 조금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면서 꼬리를 살랑거린다. 두 녀석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미호는 지금이 귀여워.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으니 천천히 배우면서 자라도 괜찮아. 암흑이 너도 이제 내꺼니 위상 세계에서처럼 먹고 싸우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돼.”
- 응!
-머, 멋지심다…. 제 이상형이심다!-
그런 암흑이를 뒤에서 복잡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프랑은 날 바라보더니 풀썩 웃어버렸다.
“정말…. 서하는 인기 만발이시네요.”
슬라임의 이상형이라니, 이거 기뻐해야 하는 거야 슬퍼해야 하는 거야?
이번엔 작정하고 공간 도약을 펼치니 1초에 3번꼴로 무시무시한 횟수로 이동할 수 있었다. 덩달아 TP도 무시무시하게 줄어들고 블레이드 플라이어의 살점이 잦은 공간이동에 버티지 못하고 외부부터 너덜너덜해지기 시작한다.
내 옷도 뭔가 천 자체의 결합이 끊어지는 것인지 너덜너덜해지면서 살짝 잡아당기니 부욱하고 소맷단이 찢어져…. 아니, 뜯어져 나간다.
거 참. 옷이나 다른 게 못 버티네. 천천히 이동해야겠다.
쏴아아아아….
조금씩 내리던 빗방울이 점점 굵어진다. 반대로 바람은 줄어 풍랑이 가라앉는다. 시선을 내려 바다를 두드리는 빗물을 보다가 시선을 뒤로 돌려 프랑과 미호를 돌아봤다.
둘이 점처럼 보일 만큼 멀어져 버려서 비를 맞으며 둘이 쫒아올 정도로 2~3초에 한 번씩 천천히 공간 도약을 하기 시작했다.
쿠웅!
아무것도 없는 항공모함 비행갑판에 110m짜리 초대형 날치를 내려놓으니 항공모함이 뒤집힐 듯 좌우로 격하게 흔들린다. 함 내 사람들의 비명이 들리는 거 같다.
함재기 같은 건 잘 고정되어있는지 출렁거리는 와중에도 끄떡없었다.
“후우. 가는데 1시간, 잡는데 10분, 오는데 50분인가.”
너덜너덜해진 블레이드 플라이어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와 항공모함의 갑판을 피바다로 만들지만 쏟아져 내리는 비가 핏물을 씻어내린다. 달콤…이 아니고 비릿한 피 냄새에서 애써 신경을 돌리며 프랑에게 말했다.
“프랑은 미호 데려가서 옷부터 입혀. 난 화연이 보러 갈게.”
“네.”
“암흑이는 이리 오고.”
암흑이를 어깨 위에 올리고 화연이가 있는 지휘실로 공간 도약을 하니 군 장성을 비롯한 목이 뻣뻣하던 미카엘 그라나도 마저 나랑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조금 겁에 질린 모습으로 날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무시하고 인증기 통화를 종료한 다음 화연이에게 다가가니 뒤에서 김해현이라는 우리나라 늙은 장군 아저씨가 젊은 장교 아저씨랑 다가온다.
“대단하십니다. 최고위 이형종을 그렇게나 쉽게 처리하실 줄은…. 세계 최강의 남자라는 명성에 모자람이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고마워요. 날치가 좀 심하게 망가졌는데 상관없겠죠?”
“물론입니다. 최고위 이형종을 처리하시느라 사체가 훼손됐다 한들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하하하….”
목소리는 웃고 있는데 모습은 여전히 긴장한 모습이다. 사람들이 이렇게 날 무서워하니 조금 기분이 이상하다. 아무튼, 미국의 로버트 필립 중장이랑 러시아의 보리스 아이작 중장을 보면서 말했다.
“우린 여기서 더이상 할 게 없으니 먼저 돌아갈게요. 이형종 사체 처리에 대해서는…. 누구한테 맡겨야 하지?”
그때 나랑 시선이 마주친 로버트 필립 중장이 흠칫하고 과하게 놀란다. 마치 잘못을 저질러서 뒤가 켕기는 사람처럼….
날 처음 만났을 때부터 묘하게 신경 쓰면서 눈치를 살폈었고 지금도 안심도 아니고 안도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뭔가 기분 나쁜 예감이 든다. 한번 찔러봐야겠다.
저렇게 겁을 먹고 긴장한 모습이니 기습적으로 허를 찌르면 무슨 반응이든 간에 보여주겠지. 아니면 뭐…. 사과하고 끝내는 거고.
눈에 마나 비전을 키고 로버트 필립 중장에게 기습적으로 말을 던졌다.
“미국 대통령 아저씨가 저한테 꽤 유감이 많은 거 같던데 치졸하게 뒤에서 수작 부리진 않았겠죠?”
“그, 럴리가 있겠습니까.”
내 말을 들은 순간 로버트 필립 중장은 흠칫하고 놀라더니 눈을 나와 마주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더불어 그의 잠잠하던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진다.
공간 지각으로 로버트 필립 중장을 집중해서 살펴보고 있었는데, 사람이 거짓말했을 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모습에 좀 어처구니가 없어져서 다른 사람들도 확인해보기 위해 이번엔 보리스 아이작 중장을 보면서 물었다.
“보리스 아이작 중장님. 저한테 숨기는 거 있으세요?”
“…? 슬라드미르 푸친 대통령 각하께서는 그랑 블루 회장님께 모든 협력을 아끼지 말라 하셨습니다. 이외에는 그 어떤 언급도 없었습니다.”
보리스 아이작 중장은 내 질문을 받는 순간 심장이 크게 뛰더니 천천히 진정해간다. 이 사람은 숨기거나 켕기는 게 없는 거 같다.
로버트 필립 중장의 심장은 한 사람 한 사람 캐묻고 있는 내 모습에 목구멍으로 뛰쳐나올 것처럼 펄떡이고 있었고 G.S 레이드 팀에서 나온 세 사람 중 미카엘을 제외한 두 사람도 심장이 조금씩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뭔가 켕기는 게 있는 거다.
한쪽 벽에 서서 뭔가 힘없이 서 있는 미카엘 그라나도를 비롯해 다른 물색 머리카락의 여자와 검은색 정장을 입은 평범한 남자를 보며 물었다.
“그럼, [미카엘 그라나도 씨는 저한테 뭔가 숨기는 게 없으려나?]”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만. 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미카엘 그라나도는 신체적인 징조가 변함이 없지만, 뒤에 서 있는 여자와 일반인 남자는 심장이 점점 빨리 뛰기 시작한다.
“…와.”
그렇지않아도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증거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데 이런 꼴을 보니까 기분이 급격하게 다운된다. 한숨을 푹 쉬고 로버트 필립 중장을 돌아보며 짜증 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로버트 아저씨. 솔직하게 말하세요. 저한테 숨기는 게 뭐에요? 저기 G.S 레이드 팀이랑 뭔가 짜고 수작 부리는 중이에요?”
으르렁거리면서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하는 로버트 필립을 노려보니 화연이도 뭔가를 눈치채고 표정이 굳어지면서 김해현 해군참모총장과 작전 장교를 등 뒤에 숨긴다.
암흑이도 내 기분이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깨 위에서 순식간에 갑옷 형태로 변화한다.
갑작스럽게 지휘실 내부의 분위기가 얼어붙어가자 미카엘 그라나도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로버트 필립만큼은 아니다.
로버트 필립은 말하다가 혀를 씹을 만큼 긴장하면서 말을 떠듬거리며 꺼낸다.
“자,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한마디.]”
뭔가 기분 나쁘게 사건을 은폐하려는 느낌이 들어 울컥하는 기분에 마나 보이스로 로버트 필립의 말을 끊었다.
“[내 질문에 엉뚱한 대답 한마디가 나올 때마다 미국 국기를 단 전함을 한 척씩 부수겠습니다.]”
살기 등등한 모습으로 함대를 인질로 삼아 협박을 하니 대번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지금 로버트 필립 중장님이랑 저쪽 G.S 레이드 팀에서 나온 두 사람의 반응을 보니까 좋은 의미로 비밀을 간직한 모습은 아니라는 게 제 능력이 알려주고 있거든요?]”
내 이야기를 듣고 로버트 필립을 보는 보리스 아이작 중장의 표정에 어이없음이 깃들고 화연이도 화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로버트 필립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니 다시 묻죠. 우리한테 무슨 수작을 벌이려고 했죠? 뭘 숨기고 있는지 전부 말하세요. 만약 만족할만한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만족할만한 대답이 나올 때까지 배를 가라앉혀버리고 그래도 안 나오면 워싱턴으로 날아가서 핵폭탄 버금가는걸 떨어트릴거에요.]”
“…!”
뭐라 말하려고 입을 열던 로버트 필립은 내 손가락 위에 생성된 공간의 벽을 보더니 입을 뻥긋거리기만 했다. 목숨의 위협을 느꼈으리라.
하지만 내 분노는 점점 커져만 간다.
“[5초 타임 리미트라도 줘야 대답하려나?]”
그래도 대답이 없는 모습에 싸늘하게 피가 식는 기분이다.
다시 로버트 필립을 닦달하려는데 미카엘 그라나도가 나서더니 로버트 필립의 앞을 막아서며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기다려 주십시오! 뭔가 오해가 있었을 겁니다. 잠시 진정하시고….”
“[진정이고 나발이고 당신 뒤에 서 있는 여자와 남자의 심장이 거짓말쟁이의 그것처럼 헐레벌떡 미친 듯이 뛰고 있는 게 내 눈에 뻔히 보이거든? 거짓말쟁이들의 전형적인 모습이 당신 뒤의 두 사람과 저 사령관이란 인간한테서만 보이는데 이걸 내가 어떻게 판단할 거 같아?]”
“우리가 숨기는 거라면 당신을 낱낱이 파악해서 약점과 장점, 취향과 취미, 능력에 대한 상세 여부를 알아보라는 명령 뿐입, 큭!!”
마나 시브를 돌려 신체 강화로 만들며 번개처럼 달려들어 미카엘 그라나도의 목을 움켜쥐고 들어 올렸다.
짧은 거리를 순간적으로 달려드니 좁은 지휘실 내부로 광풍이 몰아친다.
…이번 일을 그냥 넘기면 뭔가 열 받고 짜증 나고 귀찮은 일들이 연달아 펼쳐질 거라는 예감이 든다. 정말 오랜만에 든 확실한 예감이다.
“끄, 꺼윽!”
“michael!”
미카엘의 목이 내 손에 잡히자 뒤에 있던 물 속성 여자 능력자가 몸에 TP를 움직이려 하는 걸 보고 그년의 뒤로 공간 도약을 해 뒤통수를 잡아 테이블에 처박았다.
콰앙!
“ah!”
금이 가는 패널 테이블과 어지럽게 흩날리는 물색 머리카락 사이로 손에 힘을 주면서 말했다.
“[누굴 호구로 보냐? 내가 위상력을 볼 수 있다는 건 알지? 능력을 쓰려고 TP를 움직이면 그 자리에서 G.S 레이드 팀과 전쟁이야. 그러니 알아서 해.]”
내게 뒤통수를 잡혀 패널 테이블에 얼굴을 처박은 년이 두 손을 허우적거린다.
폭력적으로 바뀐 내 모습에 완전히 굳어버린 보리스 아이작 중장을 잡아서 뒤로 끌고 가는 러시아의 작전 장교는 판단력이 좋은 거 같다.
화연이도 우리나라 참모총장 아저씨와 작전 장교를 뒤로 물리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아저씨가 대답 못하니 이 두 사람이 나서는거 같은데, 지금 내 기분이라면 미국에 전력을 다한 마포를 떨어트릴 수 있을 거 같아. 로버트 필립 아저씨는 어떻게 생각해? 내가 너무 과민 반응을 보이는 거 같아? 농담하고 있는걸로 보여?]”
“…!”
아까 내 경고를 잊고 있지 않는지 로버트 필립은 말을 꺼내지 못하고 다듬은 수염을 파르르 떨며 입만 뻥긋거린다.
“[아무래도 말할 생각이 잘 들지 않나 보군. 그럼 내가 말하기 쉽게 도와주지.]”
마나 오러를 일으키니 전신에 푸른 빛이 뿜어져 나오며 지휘실을 파란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공간의 벽을 펼쳐 지금 서 있는 지휘 통제실 위쪽을 모두 지워버리려는데 로버트 필립이 다급히 소리친다.
“말하겠소! 말할 테니 기다려주시오!”
로버트 필립은 까맣게 죽은 얼굴로 황급히 앞으로 나서더니 내게 목이 졸려 새파랗게 질려가는 미카엘과 테이블에 얼굴이 처박힌 채 버르적거리는 년을 가리킨다.
“모든 걸 말해주겠소. 그러니 그들을 놔주지 않으시겠소?”
못 해줄 건 없지.
둘을 좌우 벽에 힘껏 던져버리니 꽝! 하는 소리가 터져 나오며 벽을 우그러트리더니 구겨진 종이 같은 모습으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닥에 쓰러져 신음만 흘리는 미카엘과 기절했는지 꿈쩍도 안 하는 여자를 본 로버트 필립은 침중한 표정을 짓더니 내 표정이 점점 싸늘해져 가는걸 보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
“도날드 트럼펫 대통령은 회장이 블레이드 플라이어와 싸우는 틈을 타 거기 유화연 보스를 생포한 뒤 인질로 삼으란 명령을 내렸소.”
“뭐? 이 개….”
“서하?!” “서하!”
돌아버릴 거 같은 분노에 이성을 잃고 한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익숙하고 따뜻한 두 체온이 내 몸을 안아 온다.
그 순간 끊어질 뻔한 이성이 아슬아슬하게 남아 분노를 겨우겨우 억눌렀다.
누가 누굴 어째?? 생포해?! 인질?!!!
미칠듯한 분노가 가슴 속에서 꿈틀거리는 거 같다. 눈을 누릅뜨고 씹이먹을것처럼 로버트 필립을 노려보니 겁에 질려 발작적으로 소리친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소! 그대를 건드렸다가 일본의 뒤를 이어 미국이 뒤집힐지 모르는데 어떻게 건드리겠소! 믿어주시오!”
비명을 지르듯이 소리친 로버트 필립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숨을 몰아쉬는데 퍼렇게 질린 표정으로 부들부들 떨면서도 계속해서 입을 연다.
“원래 이 함에 그대의 연인을 사로잡기 위한 능력자들이 타려 했지만, 일부러 다른 배에 분산시켰고 현재 그 사실을 아는 자는 이 배에는 거기 옆의 아리엘 그라나도와 그 뒤의 G.S 팀 전략부장뿐이오! 그대의 연인은 B 클래스 중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근접 전투의 달인. 고작 B 클래스 두 명의 인원으로는 절대 제압은 무리라는 걸 아시지 않소!! 나는, 그대의 심기를 거슬러 우리 미국 해군 수천 장병의 목숨이 사라지는 걸 원치 않소!”
로버트 필립의 말을 들으면서 들끓는 머릿속을 다스리려 애를 쓰면서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번 일을 그냥 넘겼다간 내 가족들이 인질로 잡힐 수 있다는 걸 예감한 거였군.
이…. 새끼들이…!!
============================ 작품 후기 ============================
빠-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