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319화 (319/517)

00319  시비는 잠자던 곰도 빡치게 한다.  =========================================================================

트럼펫 대통령은 굳은 얼굴로 날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안하무인이로군.]

“[안하무인은 아저씨 아니에요? 세상에, 아 물론 제가 B 클래스인 건 맞지만 다른 B 클래스 능력자분들이랑 똑같이 여기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나도 똑같은 표정을 지어주면서 말했다. 그러고는 보란 듯이 피식하고 웃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전 받은 만큼 돌려주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서요. 그리고 아까 레이드 실패할 거라 생각하냐고 물었죠? 물론이에요. 그리고 만약에 블레이드 플라이어가 1차 때 사망한 10명의 B 클래스 능력자의 위상력을 흡수해서 위상석이라도 만들었으면 A 클래스가 아니라 A 클래스 할아버지가 와도 못이겨요.]”

S 클래스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A 클래스의 능력자인 영국의 아론 템페스트를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최고위 이형종을 그와 B 클래스 다수로 상대한다? 거기다 위상석이 생겨서 훨씬 강해진 최고위 이형종을?

위상석이 없는 위상력 800만의 그랜드 터틀이 내 공간의 벽을 버티던 모습, 지난 시간 여러 가지 이형종의 강함과 능력에 대한 정보를 통합해봤을 때 위상석이 생긴 이형종을 고작 A 클래스 능력자 1명과 다수의 B, C클래스 능력자에 핵발전 항공모함을 전부 데려간다 하더라도 무리라는 판단이 든다.

무리다. 절대 무리. A 클래스 10명은 와야 해볼 만할지도 모르겠는데 또 전투 지역은 바다 위잖아?

내 확신에 찬 대답에 트럼펫 대통령은 안색이 흐려지고 푸친과 영은이의 표정은 한층 환해져 갔다. 그러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푸친 대통령이 호감 가는 미소를 지으면서 헛기침을 한다.

호감 가는 미소인데 왜 저렇게 살벌하게 느껴지냐. 강인함을 넘어서 좀 무섭게 느껴지는 얼굴로 씨익 웃은 푸친 대통령을 바라보니 가벼운 손짓을 곁들이며 입을 열었다.

[나는 러시아의 대통령직을 맡고 있는 슬라드미르 푸친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직접 볼 수 있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랑 블루 회장.]

“[누구랑은 다르게 매너를 아시네요. 정서하에요. 저도 반가워요 푸친 대통령님.]”

매너있게 걸어오는 대화에 나도 예의를 갖춰서 답하니 푸친 대통령은 더욱 진한 웃음을 머금지만, 누구는 얼굴이 더욱 찌푸려지고 사나워진다. 거기다 한글이랑 영어만 아는 날 생각해서인지 영어로 이야기하는 푸친 대통령은 누구 덕분에 더욱 매너가 강조되어서 첫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사실…. 본인으로서도 그랑 블루 회장이 했던 이야기가 조금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216년 위상 세계 역사상 정 회장이 했던 이야기가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지 않습니까.]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고 존재하던 게 사라지는 건 아니죠. 확실한 증거라면 미국 대통령"님" 께서 조만간 증명해주실 거 같으니 그걸 기다려보시면 될 거 같아요.]”

[그렇군요. 그럼 그 부분은 정 회장을 믿고 저희 러시아는 신경을 끄겠습니다. 그보다….]

자신의 말에 트럼펫 대통령의 구겨진 표정을 힐끔 본 푸친 대통령은 즐겁기 짝이 없다는 표정으로 계속해서 입을 연다.

[본의 아니게 들었습니다만, 기초 자원을 구매하는 방향으로 사용하실 듯한데, 그것을 저희 러시아가 거래할 의향이 있습니다. 유영은 대통령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것은 대한민국의 것이 아니라 그랑 블루 회장의 소유물입니다. 여쭈신다면 회장께 여쭈시길.”

푸친 대통령은 영은이 말에 날 돌아보는데 그가 말을 하기 전에 영은이한테 다가가 귓가에 속삭였다.

“위상석 거래소의 고시 환율액의 80% 가격으로 정부에 넘겨줄게. 그럼 되지?”

눈을 살짝 뜬 영은이는 곧장 머릿속에 계산이 끝났는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푸친 대통령한테 입을 열었다.

“좋군요. 방금 회장과 대화가 끝났으니 러시아와는 좋은 거래가 될 것 같습니다.”

[엑설런트. 바로 협상단을 파견토록 하겠습니다. 이 회담에서 더 나눌 대화는 없을 듯하니 저는 여기서 이만 빠지도록 하지요. 그리고 회장?]

“[네?]”

[앞으로도 종종 회장과 좋은 관계를 지속해나가고 싶습니다. 우리 러시아의 힘이 필요한 일이 생긴다면 언제라도 연락을 주시길.]

“[고마워요. 저도 호의를 잊지 않을게요.]”

[하하하. 지금 본 모습이나 소문으로 들은 모습이나 그 저돌성. 돌진력을 가진 회장이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호감이 갑니다. 그럼.]

독재자라고 불리는 대통령 아저씨 답지 않게 호감이 가득한 얼굴로 날 바라보는 게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뭐, 나쁘진 않다.

푸친 대통령의 모습이 있던 화면이 사라지고 트럼펫 대통령을 돌아보니, 자기를 빼고 대화를 나누는 우리를 입을 딱 다물고 쳐다보는게 정말 굳다 못해 석화될 거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응? 아직 안 갔어요? 이야기 들어보니 레이드를 시도 할 목적으로 하던 회담이라면서요. 우리나라랑 러시아도 방해 안 하고 저도 도움도 안줄 테니 알아서 하시고 얼른 가보세요. 후폭풍은 알아서 하시고요.]”

[…….]

손을 휘휘 저으면서 영은이에게 다가가니 트럼펫 대통령은 굳은 얼굴로 날 노려보더니 패널의 절반을 차지하던 트럼펫 대통령의 보기 싫은 면상도 사라진다.

영은이는 정말 내가 왜 이러나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올려다보더니, 내 손을 잡고 회의실 옆의 작은 문을 향해 걸어가다가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정리하세요.”

그리고 영은이의 손에 이끌려 들어온 작은 방, 영은이의 체취가 가득 담긴 휴게실로 들어오니 영은이가 내 팔을 잡고 우려가 섞인 얼굴로 올려다봤다.

“왜 그런 거니? 미국을 자극해봤자 좋을게 없어요! 다행히 서하가 러시아를 같은 편으로 끌어들였으니 미국도 함부로 나서지는 못하겠지만, 저 꽁생원 같은 작자가 어떤 수작질로 피해를 주려 할지 모르는데…!”

“하라지.”

“…에?”

“시비 걸라고 해. 그럼 난 직접 나서서 따질 거니까.”

동영상 촬영을 종료하고 뒤따라 들어온 프랑이 황망한 모습의 영은이를 끌어안고 다독이면서 입을 열었다.

“보복성 무역 제한을 걸면 서하는 위상석을 전부 풀어서라도 대응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걱정 안 하게 생겼니? 그건 전부 서하의 소유물이잖아! 거기다 폐급 위상석은 더이상 모을 수가…!”

답답하다는 듯이 자신을 안아주는 프랑에게 하소연하는 영은이를 프랑과 함께 껴안아주면서 말했다.

“위상석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이상 나한테 돈이란 건 이제는 의미 없는 일이야. 그리고 깜빡하고 말을 안 했는데, 블루 스톤이 기존의 위상석보다 에너지 효율이 10배가 뛰어나대.”

“…!”

그리고 드와이트 에델베르그가 해준 이야기를 고대로 영은이한테 전해주니 안색이 확 밝아진다.

“그러니까 위상석과는 다르게 블루 스톤은 이형종만 있으면 얼마든지 내가 만들어낼 수 있어. 무슨 말인지 알지?”

“…후우. 서하는 정말 마이더스 왕이네. 그건 그렇다 치구, 사실대로 말해보렴. 미국을 일부러 자극한 이유가 대체 뭐니?”

“내 여자를 우롱하고 괴롭히는데 어떤 남자가 그걸 멍하니 구경만 해.”

“아….”

직선적인 내 말에 영은이는 그만 얼굴을 가려버렸다.

“아아아…. 내 행동 때문에…. ”

이번 일이 자신의 행동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소파에 앉은 영은이는 얼굴을 가리고 자책감과 부끄러움에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귀까지 빨개진 모습을 보고 실실 웃으면서 그녀의 귓불을 만지작거리니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면서 내 손을 털어내고는 창피하고 민망함을 참느라 이상해진 얼굴로 내 뺨을 살짝 꼬집었다.

“알았어 알았어. 어차피 일어난 일이니 어쩔 수 없지. 트럼펫 대통령이 보복성 무역 제한을 걸 때를 대비해서 대책 마련을 해야겠는걸.”

대책 마련이라니, 그냥 수출 못 하고 남은 물건을 다른 나라에 갖다 팔면 안 되나?

“그냥 다른 나라에 수출하면 안 돼?”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거든요? 계약으로 묶인 관계에 현금을 주고받으며 하는 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고작 한 달간의 무역 봉쇄로 자금의 유동과 생산 업무에 필요한 소재 공급이 중단되면 하도급 업체나 도급 계약을 맺은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도산해버려.”

헐….

“그걸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니…. 당분간 집에 돌아가지 못할 거야.”

“…미안.”

말만 들어도 뭘 해야 할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걸 해결하려면 얼마만큼 일을 해야 할지 모르는데 그런 업무 폭탄을 만들어서 영은이한테 떠넘겨버렸네….

영은이는 미안해하는 내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짓더니 내 뺨을 잡고 깊게 키스해온다.

쪼옥. 쯔릅.

잠시간 혀가 오가는 딮키스를 나눈 영은이는 발그레해진 모습으로 방긋 웃었다.

“이대로면 짜증 나고 지루한 회담이 반복될 상황이었는데 어찌 됐든 얄미운 쌀국 대장한테 한 방 먹였고 나름 러시아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인 걸로 마무리 지어졌잖니? 해야 할 목표가 정해졌으니 그 일만 하면 되는 쪽이 오히려 속 편하니까 우리 서하는 그런 표정 짓지 않아도 돼!”

“알았어. 그럼 안 미안해하고 집에 오면 허리가 부러지도록 안아줄 테니까 기대해.”

“…어휴. 가슴 떨리게!”

색기 있게 여우웃음을 지은 영은이는 내 뺨에 다시 한 번 키스해주고 옷차림을 정돈한 뒤에 휴게실 문을 열고 나갔다.

“자, 무역 관계 부처 장·차관들 모두 호출하고 국제 무역 제한 대책 마련 회의를 준비하세요!”

휴대폰으로 얌전히 앉아있는 미호를 찰칵찰칵 찍어대던 사람들은 영은이의 명령에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기운이 난 거 같지?”

“후후. 뒤에 믿음직한 남편이 서 있는데 든든하고 기운이 나지 않을 여자가 있을까요?”

프랑의 미소에 살짝 키스해주고 회의실을 나오니 미호도 일어나서는 일곱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돌아가자.”

- 응!

남은 건 찍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거 뿐이군. 어디 한번 엿 먹어봐라.

나야 뭐 어린놈이니 싹수없는 건 당연하지만 그런 싹수없는 폭탄 같은 놈을 먼저 자극한 트럼펫 대통령의 모습이 인터넷에 올라가면 좀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시종 깔보고 얕잡아보던 미국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리며 히죽 웃었다.

- 프랑프랑. 주인님이 악당같이 웃고 있어.

“쉿. 저럴 땐 모른척해 주는 거야.”

킁.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36층 집무실의 혜령이 이모한테 가서 영국한테 위상석 거래소의 고시환율액 그대로 고위급 위상석을 적당히 알아서 팔아주라고 이야기했다.

“일 잘했다고 주는 당근인가요?”

“네. 앞으로도 잘하라고 주는 당근이요.”

“푸훗. 알겠습니다! 아주 맛있게 포장해서 줄게요.”

얼굴이 화사하게 피어나있는 혜령이 이모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짓궂은 웃음을 얼굴에 띄우면서 물었다.

“흐흐흐. 밤 일이 깨가 쏟아지나 봐요. 얼굴에 꽃이 피고 있는데요?”

“넹?! 노, 놀리지 마세요!”

“흐흐. 아저씨한테 복분자 술이라도 구해서 보내줘야겠는걸~. 아, 혹시 아저씨가 허리 다치기라도 하면 저한테 말해요. 공짜로 회복시켜줄 테니까.”

“윽. 그만 놀리세요, 회장님!”

혜령이 이모는 능글거리면서 웃는 내 모습이 감당 안 되는지 서류를 들어 붉어진 얼굴을 가려버렸다. 놀리는 건 이 정도로만 하자.

“그 이후로 아저씨 몸은 어때요?”

“회장님께서 치유해주신 덕분에 무척이나 건강한 모습으로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있어요. 회장님의 은혜에 정말 어떻게 갚아야 할지….”

얼굴을 가리고 있던 서류를 내린 혜령이 이모는 정말로 은인을 보는 모습으로 날 올려다본다. 두 눈에 고마움이 가득한 혜령이 이모를 보고 있으니 쑥스러움이 뒷머리까지 올라와 뒷머리를 긁적거리다가 손을 저었다.

“…으흠. 지금처럼만 해주면 되니까 너무 부담가지지 마세요. 그럼!”

다른 이야기가 나올세라 황급히 집으로 공간 도약을 했더니 눈앞에서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실룩거리면서 분홍색 면 팬티를 입는 미호가 보인다.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와 일곱 개의 꼬리를 살랑거리는 미호를 보고 있으니 프랑이 내 손을 잡고 휴대폰을 들어서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준다.

서론이나 잡담이 없는 영상이라 18분가량의 짧은 영상이지만 여러 가지 강렬한 임팩트가 오가는 영상이다. 특히 트럼펫 미국 대통령이랑 나눈 대화가 알려지면 모르긴 몰라도 태평양이랑 인접한 나라들은 한바탕 뒤집힐 거다.

반응이 기대되는걸~.

테라스로 나와 비치 베드에 누워 리디아에게 인증기로 전화를 걸었다. 조금 늦었지만, 아직 잠 잘 시간도 아니니 방해가 되진 않겠지.

전화를 받은 리디아는 당황하고 놀라고 기뻐하고…. 왜 기뻐하는 건데?

리디아도 보면 정신구조가 평범한 거 같지 않단 말이야. 이상한 모습을 보이는 리디아에게 우선 낮에 찍은 영상을 보여줬다.

[…이, 이게 대체….]

“꼭 여왕님한테 보여드려. 알았지?”

프랑이 찍은 영상을 인증기로 받은 다음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본 뒤에 리디아한테 영상을 보내줬다. 유럽 쪽에 이 이야기를 퍼트리려면 유튜브에 올리는 것보다 리디아를 통해서 영국 여왕한테 보내는 게 더 빠를 테니까.

겸사겸사 자기들을 먼저 생각해준다고 여겨주면 좋고 아니면 뭐 아닌 거고.

이걸 받으면 여왕은 이걸 먼저 보여주는 이유가 뭘까, 어째서 우리에게 이걸 보여주는 걸까 머리를 미친 듯이 굴리다가 아론 템페스트를 불러서 머릴 맞대고 미친 듯이 굴리다가 영국 정부 각료를 모아 다시 머리를 미친 듯이 굴리겠지.

리디아는 내가 보내준 영상의 내용에 얼굴을 굳혔다가 걱정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이걸 정말 유튜브에 올리실 건가요?]

“안 올리면 어디다가 올려?”

[…어쩌면 세계 경제 공황까지 올 수도 있어요. 부수적으로는 미국에 대한 여론이 많이 나빠질거구요.]

후폭풍을 우려하는 모습으로 미간을 살짝 좁힌 리디아가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다가 뭐 어떻냐는 식으로 입을 열었다.

“나빠져도 미국이 나빠지고 공황이 와도 태평양과 맞닿은 곳이 올 텐데 영국이랑 상관없잖아.”

[으음…. 그건 그러네요. 아 참, 낮에 하신 말씀을 여왕님께 전해드렸더니 무척이나 감사하다고 전해달라셨어요. 저도 감사드립니다.]

리디아는 헤실헤실 웃더니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그 모습이 꼭 칭찬받은 아이 같은 모습이다.

“여왕 할머니한테 칭찬이라도 받았어?”

[풋. 네에. 여왕 할머니한테 칭찬받았어요.]

“그래. 우리 총무부장님한테도 말해놨으니까 바로 사람 보내면 될 거야. 그럼 내일 봐.”

[네, 서하 경도 좋은 밤 되세요.]

살짝 아쉬워하는 리디아와 통화를 종료하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동그란 보름달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일어서서 테라스를 서성이며 블레이드 플라이어가 초위 이형종이 되면 내가 상대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현재 최고위 이형종인 녀석의 공격은 물을 이용한 물대포와 등줄기에 솟아있는 가시에서 무언가 무색투명한 미사일을 날리는 공격을 하고 잠자리 날개 같은걸 날카롭게 휘둘러 전함을 베어내는 공격이 있다.

그 외에도 녀석이 최고위 이형종이라는 증거의 공격 기술 하나를 가지고 있겠지. 이무기 놈의 무시무시한 벼락이나 그랜드 터틀의 빅뱅 같은 공격.

그리고…. 날개를 이용해서 날아오를 수도 있겠지? 그건 얼마나 높이 날아오를 수 있으려나?

그런데 거기에서 초위 이형종으로 진화하면 어떻게 바뀔지 짐작이 안간다. 능력자가 B 클래스에서 A 클래스가 되면 두 가지 타입의 능력을 지니는 걸로 파악했는데 이형종이 최고위에서 초위로 진화하면 어떻게 바뀔까. 혹시 능력자처럼 두 가지 타입이 혼합 되는 건가?

하지만 미호는 지금 보면 신체 강화 능력에 각종 속성 능력에 변신 능력까지 갖추고 있는데? 추측해본 걸 알 방도도 없고 확인해보자니 너무 위험성이 크고 이래저래 궁금증만 쌓여간다.

사무동의 유리창 너머로 업무에 열중인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미호가 테라스 문을 열고 방정맞게 뛰어오는데 뭔가 자연스럽지 않은 위화감이….

그리고 달려온 미호가 내 앞에 서는 순간 위화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 주인님, 이거봐바! 나도 D컵이야!

헐. 뭐야? 절벽 가슴이 어떻게 된 거지?

회색 니트를 입고 있는 미호는 뿌듯한 얼굴로 자기 가슴을 쭉 내밀며 발꿈치를 들었다 내리는데 그럴 때마다 D컵에 달하는 커다란 가슴이 출렁거린다.

150cm의 키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가슴이 니트를 한껏 밀어 올리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모양이 예쁘게 잡힌 가슴에 손을 가져다 대니 말랑말랑한 느낌이 꼭 영은이의 가슴처럼….

…암흑이?

미간을 모으면서 미호가 입고 있는 니트를 자락을 걷어 올리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일어날 기미도 없는 평평한 가슴에 암흑이가 가슴 모양으로 달려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

짠하다는 표정으로 미호를 내려다보니 미호는 입을 삐죽 내밀고는 거실로 도망가버렸다.

그러고서 니트를 가슴 위까지 올린 채 가슴을 드러내고 어디서 봤는지 모델 워킹을 흉내내며 거실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런 미호의 모습에 프랑이 놀란 얼굴로 달려와서는 암흑이를 떼어내고 니트를 바르게 입힌 뒤에 미호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꿀밤을 맞은것보다 가슴을…. 아니, 암흑이를 뺏긴게 더 슬픈지 미호는 주저앉아 떼를 쓰며 으앙하고 울어버렸다.

============================ 작품 후기 ============================

요즘 뽕은 눈으로는 분간도 못할 과학의 결정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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