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15 등장하는 이형종 =========================================================================
영은이가 빠진 아침 식사를 마치고 출근 준비를 끝낸 화연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려다가 아직도 평상복을 입고 있는 날 보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학교는 안 나가나?”
“갈꺼야. 겨울 방학이 2주도 남지 않으니까 선생님들도 한껏 풀어주던걸? 10시까지 학교에 나가면 돼. 그런데 화연이야말로 학교 안 가? 누나도 학교에 안 나가는 거 같던데.”
“휴학계를 냈다.”
“…날 꼬드겨서 나중에 나랑 같이 다니려고 휴학계 낸 건 아니겠지?”
설마 해서 눈을 가늘게 뜨고 화연이를 바라보니 으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는 말없이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에 들어간다. 진짜였냐?!
“중요한 시기라서 휴학계를 낸 것 뿐이다. 오해는 하지 마라.”
“알았어. 그렇다고 해줄게.”
피식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니 화연이도 붉어진 얼굴로 웃으면서 손을 마주 흔들어주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이어서 히아리드도 테라스로 나가더니 날 보고 허리를 숙여 인사하면서 입을 열었다.
=하늘님, 저도 연구소에 다녀오겠습니다.=
“어. 수고해.”
히아리드도 보내고 뒤를 돌아보니 소피아도 몸에 착 달라붙는 타이즈 위에 청바지와 가죽 재킷을 걸치고 자기 몸보다 조금 작은 백팩을 가지고 방을 나오고 있었다. 어제 수한이 돌아왔으니 오늘부터 소피아가 레이드 갈 차례인가?
“오늘부터 레이드야?”
“넵!”
“그래. 다치지 말고 잘 다녀와.”
“넷!”
내가 다녀오라고 인사를 해줄 줄 몰랐는지 소피아는 큼지막한 눈망울을 끔벅이더니 활짝 웃으면서 허리를 깊이 숙였다.
소피아에게는 원래 정신 조작을 걸어두려 했지만 최고위 이형종 둘을 정신 조작하면 정신력의 여유도 없어질 거 같아서 그냥 걸지 않았는데 근래의 소피아의 행동을 보면 그게 정답이었던 거 같다.
기쁜 얼굴을 한 소피아도 나가고 다들 일을 보내고 보니 딱히 할 게 없다. 으음…. 뭘 한다. 할 거도 없는데 그냥 학교나 갈까.
그때 거실 한가운데 벌렁 드러누워 스커트 자락을 허벅지 위까지 드러낸 미호가 배 위에 암흑이를 올려두고 게임에 푹 빠져있었다.
중간중간 "죽어!" 라거나 "템 내놩!!" 하고 소리 지르며 하얀 두 다리를 버둥거릴 때마다 치마가 펄럭이면서 분홍색 면 팬티가 훤히 드러나고 있었다.
암흑이가 한심하다는 얼굴로 자길 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미호의 치마를 내려주고 암흑이를 내려다봤다. 이 녀석은 언제 표정 짓는 법까지 배운 거야?
미호의 배 위에 발랑 드러누워 따스한 아침 햇살을 받고 있던 암흑이는 내가 가까이 다가가니 발딱 일어나서 나한테 손을 쭉 뻗는다. 잡아달라고?
녀석이 내뻗은 두 손을 잡아 들어 올리니 대롱대롱 흔들거리면서 날 바라본다.
암흑이를 잡고 소파에 앉아 유심히 살펴봤다. 이리저리 만지작거리고 팔을 잡아 들었다 내렸다 해보고 암흑이의 작은 몸 여기저기를 조물조물거리니 녀석은 얌전히 내 손길에 몸을 맡겨온다.
프랑처럼 몸의 형태를 옷 모양으로는 못 바꾸는 건가? 반투명해서 멀리서 보면 잘 안 보이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면 젖꼭지가 그대로 도드라져 보인다. 음부의 형태도 고스란히 보이고 말이지.
그나저나, 와. 진짜 세심하게 구현했네. 항문이랑 질의 주름까지…. 근데 항문은 언제 확인한 거야? 녀석의 두 다리를 잡아 들어 올려 음부와 항문을 보고 손가락을 집어넣었더니 몸 안이 질과 자궁의 형태로 변화하며 내 손가락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마치 진짜 오나홀처럼 반투명한 몸 내부에 주름과 자궁 형태가 구현되어간다. 내 손가락에 따라 크기와 형태가 맞춰지며 내 손가락을 조물조물 물어대는 인조 성기를 보니 돈 많은 변태라면 이 녀석을 억만금을 줘서라도 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슬라임이니 몸의 일부를 변형시킨 인조 성기를 당연히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 테지만, 자기 몸속으로 들어온 내 손가락을 말 그대로 살아있는 생물처럼 조물조물 물어주는 걸 보니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암흑이는 팔다리를 늘어트린 채 반투명한 자기 몸속으로 들어온 내 손가락을 내려다보며 인조 성기를 열심히 꿀렁거리면서 삼키고 있었다.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며 내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성기의 형태가 변하는 모습을 구경한 뒤에 (주로 야시시한)포즈를 잡게 만드니 여자애들이 왜 인형을 가지고 노는 지 이해가 될 거 같다.
반투명해서 반대편이 비쳐보이긴 하지만 그냥 봐서는 사람 같은 예쁜 인형이니까 이리저리 움직여보는 게 사람을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거 같은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서하? 뭐하시는 거에요?”
그때 방을 정리하고 시트를 걷어서 가지고 나온 프랑이 암흑이를 가지고 놀고 있는 날 보더니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면서 물어왔다.
“인형 놀이?”
-이게 인형놀이임까?-
프랑은 뭔가 귀여운 아이를 보는 거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세탁실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뒤이어 암흑이의 입에서 나온 말에 움찔하고 몸이 굳어버렸다.
-성행위를 위한 기초 애무인 줄 알았슴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 것 같은 모습으로 고개를 돌린 프랑은 떨리는 눈으로 나와 암흑이를 번갈아 본다.
“무슨 헛소리야. 너 자꾸 소피아한테 이상한 지식 주입받는 거 아냐?”
-아님다. 이 몸은 주인님만을 위해서 만든검다! 주인님의 쾌락을 위해서라면 몸을 바꾸는 건 식은 죽 먹김다!-
이 녀석, 속담까지 배웠네. 그런데 암흑이가 하는 말의 내용에 움찔움찔하는 프랑을 보니 식은땀이 흐를 거 같다.
“…그런 말 하지 마라. 그리고 말투가 꼭 군바리같잖아. 어떻게 못 고치냐?”
- 마음에 안 드신다면…. 고치겠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에 듭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암흑이가, 내게 충성심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 거짓말을 할 리는 없을 테니 지금 하는 말이 진담이겠지.
“아냐. 니가 맘에 드는 대로써. 좋다는 걸 억지로 고치게 하고 싶진 않으니까.”
-알게씀다!-
프랑은 내 취미 생활이 우려스러운지 두 걸음 걷고 돌아보고 세 걸음 걷고 돌아보던 프랑은 그제서야 살짝 한숨을 쉬고 세탁기를 돌리러 종종걸음으로 걸어갔다.
솔직히 말하면 암흑이의 구멍을 한번 써보고 싶긴 하다. 반액체인 몸을 변화시켜 구조를 만들고 인공 성기를 구현한 거니까…. 어떤 느낌인지도 궁금하고.
하지만 암흑이에게는 안된 이야기겠지만 나는 성행위의 기쁨에는 감정의 교류가 포함되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몸의 일부의 형태를 바꿔서 만든 인공 성기로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자위, 마스터베이션이나 다름없다.
이녀석에게 삽입한다는건 녀석에게는 손바닥으로 비비는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테니까 내가 원하는 행위와는 좀 다르다.
그리고 내 연인들을 두고 자위를 하는 건 그녀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하니 이 녀석의 인공 성기를 사용할 일은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거다.
순간 녀석의 사용 방법 한가지가 생각났다.
앞으로 쾌락으로 이성을 녹여서 세뇌해야 할 여자가 생긴다면 이 녀석을 이용해야지. 형태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데다 그 촉수를 가지고 히아리드에게 쓴걸 봤을 때 이 녀석에게 몸을 변화시켜 여자의 앞 구멍이랑 뒷구멍을 공략하게 하면…. 후후후.
대표적인 대상이라면 모건 르 페이가 있겠지. 만약 이 녀석을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소피아의 이성을 무너트리는데 이 녀석을 써봤을 텐데 조금 아쉽다.
“앞으로 너한테 도움받을 일이 많을 거 같다.”
-성심성의껏 주인님께 충성하겠슴다!-
…와, 이거 진짜 군기 빠진 군인 같은 말투네.
결국 기다리다 못해 학교에 가기 전에 영은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별 내용은 없고 [괜찮아?] 라는 단어 하나만 보낸 문자다.
연락은 금방 오지 않았다.
학교에 나간 뒤에는 연습 때문에 리디아와 자리를 바꿔 교실의 제일 뒤에서 의지로 마나 탄을 좀 더 빠르게, 좀 더 넓게, 혹은 좁게, 좀 더 작게 만드는 걸 연습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연습하다가 살짝 지루해져 고개를 들어 교실 안을 돌아보니 각자 나름대로 미래에 대한 대비를 위해 공부나 독서에 열중하는 모습, 혹은 그동안 쌓인 정신적인 피로감 해소를 위한 취미생활 - 잠이나 음악 듣기, 폰으로 영화 보기 같은 것. - 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끔 즐기는 모습이 보인다.
그에 비하면 의한 고등학교에서 3km 떨어진 곳에 있는 옆 동네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공간지각으로 힐끔 살펴봤더니 먹을 걸 가져와서 먹다가 바닥에 뿌리고는 낄낄 웃는 애들이 있는가 하면 노트북을 가져와서 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영화를 본다거나 배게와 모포를 가져와서는 바닥에 교과서를 깔아놓고 그 위에서 잠을 자질 않나.
책상 위에 앉아 잡담하는 건 애교고 책상과 의자를 가지고 현대 미술을 하려는 건지 층층이 쌓다가 누군가가 태클을 걸어서 무너트리거나 책가방은 학교에 두고 담을 넘어 튀는 애들도 있고 교실 한쪽에 커튼을 치고 담배를 피는 양아치들까지 보인다.
거기에 귀가 먹을 듯한 소음은 덤이다. 3학년의 대부분 반이 저 상태와 다르지 않다. 그나마 진학반인지 또다시 공부에 열중하는 반이 보이긴 하지만 공부에 모든 걸 다 바치는듯한 여유가 없는 저 모습도 눈에 밟힌다.
그에 비하면 의한 고등학교의 3학년들은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취미 생활을 즐기는데 어째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정말 같은 고등학생에 같은 3학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차이다. 왜 극성 학부모들이 큰돈을 써서라도 뛰어난 명문 학교에 보내는지 알 거 같은 기분이다.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서 세 번 이사했다는것도 이런 이유에서였겠지.
턱을 괴고 가만히 공간 지각으로 인근의 중학교, 고등학교 3학년의 교실을 둘러보고 있으려니 프랑이 빼꼼하고 얼굴을 내밀어 내 시야를 가린다.
“왜?”
“별로요. 뭔가 곰곰히 생각하시길래 무슨 생각하시나 궁금했어요.”
“생각 같은 건 안 했어. 인근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의 난장판을 공간 지각으로 살펴보고 있었을 뿐이지.”
“난장판이요?”
조용히 프랑과 대화를 나누지만 그래도 워낙 조용한 교실이라 내 목소리를 들은 아이들이 이쪽을 힐끔힐끔 바라본다.
그래서 공간 지각으로 본 걸 설명해주니 프랑은 거짓말이죠?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주변 아이들도 설마 그렇게까지 할려고…. 하는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돌렸다.
일곱 패밀리는 부실로 나갔거나 운동하러 나가고 강소라와 조민호 둘만 남아있었는데 둘 다 내 이야기에 황당한 얼굴이 됐지만, 조민호는 여전히 숫기가 없어 그냥 헤실 하고 웃은 다음 보던 책에 시선을 돌렸고 강소라는 귀찮다는 듯이 책상 위에 다시 늘어져 버렸다.
조민호 너는 앞으로도 그렇게 순수하고 올곧게 자라주렴. 강소라 넌 좀 더 에너지 충전해야겠다.
다시 마나 시브에 의지를 섞는 연습을 하면서 열심히 내가 가진 능력들을 커스터마이즈 해보는 데 여념이 없을 때.
띠롱.
인증기에 문자가 도착했다.
[답장 늦어서 미안해~ ㅠ,ㅠ]
[쌀 나라가 화딱지 나게 하는 거 있지? (*`д´*)? 제대로 된 밥도 못 먹고 나도 퇴근 못 하게 막아놓고 회의에 답변에 회의에 질문에 회의에 답변에…. 확 엎어버리고 싶어!!]
…뭐 하자는 거지. 할 말이 있으면 알아서 정리한 다음에 한 번에 전하던가 해야지, 퇴근도 못 하게 막고 자기들 회의를 반복하면서 할 말만 던진다고?
[화나는데.]
[그놈들이 뭔데 우리나라 대통령님을 퇴근도 못 하게 해놓고 지들끼리 숙덕거리는 거야? 그 쌀나라 대장은 최고위 이형종만 무섭고 난 안 무서운가 보지?]
“…히아리드랑 미호를 보내서 미국 위상석 발전소 몇 군데 터트려버릴까….”
영국에 있을 때도 이상한 연놈을 보내서 내 성질을 긁게 하더니 이번에도 이러네. 직접 갔다 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 두 녀석을 보내서 분탕질 치게 해버릴까.
히아리드는 너무 알려졌으니 안되지만 미호는 여우 모습으로 바꿔서 보내면 내 짓이라는 건 모를 텐데.
살짝 화가 나서 인상을 쓰고 있으니 애들이 내 귀에도 들리지 않을 만큼 소곤거리면서 날 힐끔거리고 조민호는 살짝 떨더니 내 눈치만 살핀다.
그런 조민호를 강소라는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더니 날 보며 묻는다.
“진짜 날려버리게~?”
“진짜 날려버릴까~? 영국에 있을 때도 내 신경을 건들더니 이번에도 건드네.”
“…방금 문자 받은 내용이 그랬어~?”
“그랬어~.”
강소라의 말투를 흉내 내서 대답해주니 입술을 삐죽 내민다. 그때 다급히 휴대폰을 두드리듯이 어디론가 문자를 보낸 프랑은 내 목을 껴안으면서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그럼 안돼요. 안 그러실 거죠?”
띠롱.
해볼 생각인데?'라고 대답해주려는데 문자가 와서 인증기를 다시 켜보니 영은이한테서 온 문자였다.
[농담이었습니다~!?(*´з`*)?]
[아무리 미국이라지만 나도 파워가 있고 내 빽이 있는데 미국이 함부로 대하겠니?! 단순한 사안이 아니라서 우리도 협상과 회의를 반복하느라 그랬던 거야~! 화 난 거 아니지? 그치?]
영은이의 문자를 받고 내 목을 끌어안고 있는 프랑을 빤히 바라보니 잠시 마주 보다가 눈을 슬금슬금 피하기 시작한다.
[화나려고 하고 있어.]
[영국에서 있었던 일에 저번에 11.7테러 사던 때 날 간 보려던 모습에 이번 일까지 합쳐서 더 화가 나려고 하는걸….]
…여기까지 썼다가 어쩐지 영은이한테 화내려는 느낌이 들어서 내용을 지우고 다시 썼다.
[화 안 났어.]
[대통령님한테 화날 이유가 없잖아. 근데 미국은 자꾸 내 신경을 건드는 거 같아서 그건 마음에 안드네.]
이정도면 미국한테만 화내는 느낌이 들겠지? 전송.
띠롱!
…하자마자 번개같이 답장이 온다.
[곧 점심시간이지?]
[오랜만에 우리끼리 외식할까? 외식하장? 지금 바로 갈 테니까 밥 먹기 없기!]
도착한 문자를 보니 영은이는 내가 잔뜩 화가 났다고 생각하고 직접 와서 달랠 생각인가보다. 힐끔 프랑을 봤더니 프랑도 풋풋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 기분이 나빠졌다고 생각하는지 간간히 들리던 소근거림마저도 사라지고 쥐죽은 듯한 침묵이 교실에 내려앉자 프랑과 함께 학교 옥상 정원으로 향했다. 이럴 땐 자릴 피해줘야 녀석들도 쉬지.
“반 아이들은 이제 서하의 성격을 알 때도 됐을 텐데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게 조금 안타까워요.”
“우리 착하고 이쁘고 귀여운 프랑이니까 날 그렇게 믿어주는 거지, 다른 아이들은 배부른 사자 대하는 초식동물이 될 수밖에 없어.”
내가 조금만 기분이 나쁘거나 짜증 나면 그 애들 입장에서는 겁을 먹을 수밖에 없지. 무력이든 권력이든 금력으로든 죽었다 깨어도 어찌 못할 상대가 나니까.
“하지만 친….”
…친구라고 말하려다 내가 예전에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 것인지 말을 멈추고 그냥 조금 안타까운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날 대학에 진학시키려고 화연이가 설득하던 날, 그날 밤에 내가 대학에 가려 하지 않는 몇 가지 이유를 화연이한테 들은 프랑은 눈물을 글썽거릴 만큼 안타까워하면서 날 끌어안고 한참 동안 말을 못했었다.
나도, 화연이나 영은이도 당황해서 한참을 다독이고 달랜 뒤에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그냥….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도 조건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슬프고 안타까웠어요….”
라고 했었었다.
하여튼 착하다니까. 착하고 성실하고 자상하고 때때로 개구쟁이에다 정직하고 거짓말을 싫어하고.
============================ 작품 후기 ============================
아직 여름도 안됐는데 더워서 머리가 잘 안돌아가네요.... 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