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306화 (306/517)

00306  진입 준비와 설득.  =========================================================================

이제 남은 건 화연이 하나뿐. 일주일도 되지 않아 누나를 비롯해서 히아리드와 미호와 영은이와 프랑을 설득시킨 나는 마지막으로 화연이를 덮칠…. 설득할 계획을 꾸몄다.

그날 밤, 강약을 조절해 프랑과 영은이는 다음날 오후까지 깨지 않고 아주 푹 쉬게끔 집요하게 괴롭혔고 상대적으로 화연이는 아침에 가뿐하게 일어날 수 있을 만큼 조절해서 안아주었다.

“…다들 피곤했나? 일어나질 못하는군.”

“영은이도 정신적인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고 프랑도 말은 안 해도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겠지.”

결과는 대만족.

아침에 일어났을 때 프랑과 영은이는 비몽사몽으로 기절에 가깝게 잠들어 있었고 언제나 일어나던 시간에 눈을 뜬 화연이는 구겨진 이불처럼 서로 붙어있는 프랑과 영은이를 보고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씻으러 들어가는 화연이를 따라 들어가 뜨거운 물이 가득 받아진 커다란 욕조에서 화연이와 욕실의 반사 유리창 너머로 해가 천천히 떠오르는 풍경을 구경했다.

여명이 밝아오며 욕실 안의 어둠이 밀려 사라지고 밝은 햇살이 나와 화연이에게 쏟아진다. 슬쩍 손을 뻗어 화연이의 손을 잡아주니 화연이도 내 손을 꼭 쥐며 살짝 웃어주었다.

씻고 거실로 나오니 최수한과 소피아가 사이좋게 주방에 서서 아침 준비를 하고 있었다. 거실 창을 활짝 열어 아침의 찬 공기가 거실을 휘감는 걸 느끼면서 아침 뉴스를 보고 있으니 맞은편 방에서 히아리드가 걸어 나온다.

…220cm의 히아리드의 등에 150cm짜리 미호가 업혀있으니 진짜 엄마 등에 업힌 아기 같은 모양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하늘님.=

“어, 잘잤냐.”

- 주인님 좋은 아침~! …프랑하구 영은은 안 일어나?

“피곤해서 자고 있으니까 깨우지 마라.”

히아리드의 날개 사이에 파묻혀 있던 미호는 폴짝하고 뛰어내린 다음 도다다 달려와 내 등을 껴안는다.

우리 집에서 제일 큰 방은 나와 세 연인들의 방이고 두번쨰로 큰 방은 미호와 히아리드, 암흑이의 방이 되어버렸다.

세 번째 방은 원래 내 공부방으로 쓰려고 했지만 이제 와서 공부 같은 건 의미가 없고 공부라면 거실에서 앉은뱅이책상을 펼쳐서 하면 되니까 최수한과 소피아에게 넘겨줬다. 그랬더니 두 사람은 옛날 한국식 구들방처럼 침대와 책상이 아니라 침구를 깔아서 자는 방으로 만들어버렸다.

어제 밤에는 고급 목화솜 이불을 깔더니 서로 사이좋게 누워 자더라.

그리고 마지막 방은 충전시켜놓은 위상석이 들어있는 방이 되었다.

아침을 먹고 난 뒤에도 프랑과 영은이는 깊게 잠든 채 깰 생각을 안 하고 있어서 계획대로라는 생각에 속으로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화연이는 오늘 출근 안 하지? 오늘도 하루종일 체육관에서 수련할꺼야?”

“그래.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니 수련에 좀 더 박차를 가해야지.”

주방에서 야채 주스를 들고나오던 화연이는 내 질문에 대답해주고 천천히 녹색 주스를 마시기 시작한다.

좋아. 아침을 먹고 나면 이대로 이스펙트를 들고 체육관에 가서 수련을 시작하겠지. 그럼 쫒아가서…. 흐흐흐.

“아, 둘 다 피곤한 거 같으니 깨우지 마. 나중에 일어나면 그때 밥 차려줘.”

아침 식사 준비가 끝나자 소피아가 프랑과 영은이를 깨우러 들어가려 하길래 손을 들어 막았다. 일부러 재워놨는데 깨우면 말짱 도루묵이지. 특히 영은이는 화연이랑 함께 수련하러 갈 가능성이 높으니까 깨우면 안 된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 화연이는 양치를 하고 나와서 검거치대에 다가간다.

옳지. 이스펙트를 가지러 간다. …응?

그런데 검대에 천총운검과 같이 걸려있던 이스펙트를 쥔 순간 화연이는 움찔하더니 날 돌아본다. 그러더니 쓴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누호디가 뭔가 눈치라도 준건가? 줬다고 해도 이미 화연이는 내 손바닥 안에 든 쥐다! 우선은 침실로 돌아가서 잠들어있는 프랑의 목에 영혼석을 걸어줬다.

프랑의 영혼석을 몸에 떼어 놓는 게 살짝 껄끄러워졌지만…. 집과 신촌동의 체육관의 거리가 4km를 넘어서 영혼석을 가지고 갈 경우 프랑은 자다가 영혼석 안으로 들어와 버릴 거다.

그럼 잠에서 깰 테니 그래선 안 된다. 수련장에서도 집을 공간 지각으로 볼 수 있으니까 조금 신경을 쓰면 될 거야.

침실 밖으로 나와서 나갈 준비를 마친 화연이에게 물었다.

“수련하러 갈 거야?”

“…그래.”

그래, 가야지. 그런데 날 보는 눈빛이 꼭 귀여운 짓을 하는 동생을 보는 눈빛이라 뭔가 께름칙하다. 내 속셈을 눈치챘다면 얼굴을 붉히거나 뭔가 아무튼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텐데….

아무튼, 날 보는 화연이에게 다가가 허리를 끌어안으면서 말했다.

“데려다줄게. 나도 할 일 있으니까.”

“후후. 그래.”

…혹시 프랑이랑 영은이가 전부 말해버린 건 아니겠지? 뭐 아니라고 해도 이제 와서 상관없지만.

- 주인님 다녀와~! 화연이도 수고~!

=다녀오십시오, 하늘님.=

조금 찜찜한 기분을 느끼면서 미호와 히아리드의 배웅을 받으며 신촌동의 체육관으로 공간 도약을 했다. 그런데 도약하는 순간 암흑이가 통통 뛰어와서 내 다리를 감싸길래 떨쳐내려다가 그냥 와버렸다.

“넌 왜 따라왔냐.”

화연이의 허리에서 손을 풀고 내 다리를 감싸고 있는 암흑이를 내려다보며 물으니 주르륵 흘러내린 녀석은 한데 뭉치면서 뭉글거리기 시작한다.

푸릉? 출렁출렁!

“아, 뭐라는지. 몰라. 출렁출렁거리면 내가 어떻게 알아듣냐. 그, 촉수로 단어 같은 거 못 만들어?”

내가 하는 짓을 보며 약하게 미소 짓고 있던 화연이는 배니쉬 칠이 되어있는 체육관을 걸어 중앙으로 가더니 심호흡을 하고 몸을 풀기 시작한다.

추릉…? 추릉….

더위 먹은 푸딩처럼 축 늘어져서는 풀이 죽은 녀석을 보니 단어는 못 만든다는 걸 알겠다.

암흑이를 보느라 말하는 게 늦었더니 화연이는 벌써 수련을 시작해버렸다. 몸을 풀 때 다가가서 말을 하려고 했는데 마치 물결 치듯이 머리에서부터 팔과 몸, 다리 순으로 한 번씩 비튼 걸로 준비 운동이 끝나버렸다.

그리고 화연이는 다리를 어깨너비보다 한걸음 정도 더 다리를 벌리더니 로우 가드 스탠스를 취한다.

손으로 암흑이를 만지작거리면서 화연이가 취한 로우 가드 스탠스를 살펴보니 정말 예술품 같은 자세다.

몸에 찰싹 달라붙는 트레이닝 복으로 드러나는 몸의 굴곡은 군살 하나 없는 표범 같은 몸매 같고 그런 몸으로 보여주는 진지한 모습은 정말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흥분할 만큼 매력적이다.

창끝을 땅으로 향하고 창을 잡은 손을 어깨높이까지 올린 로우 가드 자세로 가만히 있는 화연이를 지켜보고 있으니 어깨와 몸에서 김이 피어오른다…?

눈을 감고 집중하고 있는 거 같은데 몸에서 김이 피어오르다니…. 그러고 보니 화연이가 시화유선이라는 보법을 연습할 때도 몸에서 김이 피어올랐었지.

뾰릉. 뿌르릉.

앗, 나도 모르게 힘을 줘서 만졌는데 뭔가 귀여운 효과음이 암흑이의 몸통에서 흘러나온다.

“미안, 나도 모르게 힘줘서 만져버렸네. 아팠냐?”

촉수 두 가닥이 나오더니 엑스를 그린다. 그런데 연이어 모양이 바뀌면서 촉수가 무언가 모양을 만들어나간다.

…무슨 뜻이냐.

“더 세게 만져 달라고?”

그러자 정답이라는 듯이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세게 만져달라니 거 참…. 방금 만질 때 쓴 힘은 잘못했다간 몸을 뚫을 정도였는데.

“아까 힘껏 잡았었는데 아프지 않았어?”

X

“안 아팠다니, 힘이 조금만 더 들어가면 구멍이 뚫릴 정도였는데? 진짜 괜찮냐?”

O

“몸이 뜯겨져나갈지도 모르는데 괜찮다고?”

O

“너, 나중에 시간 나면 미호나 프랑한테서 한글 좀 배워. 배우면 촉수로 글자 만들어서 대화도 되겠다.”

그러자 촉수 두 가닥이 느낌표 모양을 만들어낸다. 아무튼, 좀 더 세게 만져 달래서 동그란 공처럼 뭉쳐져서 말랑말랑 거리는 녀석을 손가락에 힘을 줘서 움켜쥔다.

뾰그르륵. 뿌르릉. 뿌잉.

뭔가 암흑이 내부에 기포가 생기는 거 같은데. 이리저리 출렁거리고 찰랑거리는 움직임이 뭐랄까…. 기분 좋아서 훌라 춤을 추는 거처럼 보이는데.

손에서 느껴지는 촉감에 집중하면서 힘을 조금 더 줘봤다.

찌직!

“헉.”

뭔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암흑이의 몸통 절반가량이 뜯어졌는데 꾸물거리더니 다시 합쳐져 버렸다.

…이 녀석, 다크매터 슬라임이었지. 깜빡했네. 그래도 뭔가 생살이 찢어진다면 이런 느낌일듯해서 조금 소름이 돋아버렸다.

임계압력이라고 해야 하나 어느 정도 힘을 주면 아까처럼 찢어지는지 알았으니 거기까지만 안 가야지.

뿌릉. 뽀그르르. 푸르륵, 삐익.

푸르르르. 푸릉 뿌르릉. 뿌잉. 삐그르르.

삐잉 삥. 뽀그륵. 뾰르르릉.

아, 방금 화연이 눈썹이 꿈틀한 거 같은데.

수십 분째 눈을 감고 로우 스탠스 자세로 가만히 있던 화연이는 천천히 자세를 풀더니 창을 세우고 눈을 감은 채 그대로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그러더니 체육관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나한테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서 내 앞에 쪼그려 앉았다.

순간적으로 쪼그려 앉아서 생긴 노골적인 도끼자국에 눈이 갔지만 잽싸게 시선을 올려 살짝 땀을 흘리는 화연이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라. 자꾸 그…. 이상한 소리를 내지 말고.”

말하면서도 힐끔힐끔 암흑이를 보는 게 암흑이 몸에서 나던 소리가 무척이나 신경이 쓰였었나 보다. 사실 나도 묘하게 중독성이 생기는 소리여서 무아지경으로 주물러대긴 했지.

게다가 감촉은 영은이나 화연이 가슴 감촉이랑 똑같아서, 가끔 화연이나 영은이 가슴을 만지다 보면 이게 진짜 찰떡이 아닐까 싶어서 있는 힘껏 잡아보고 싶기도 했었거든.

그래도 그렇게 세게 움켜쥐었다간 큰일 날 테니 시도는커녕 조심스레 만졌었는데 암흑이 덕분에 마음껏 한을 풀었다고 할까.

“아, 응. 하고 싶은 말이 있긴 해.”

그러자 화연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도 서하를 믿는다. 서하는 약하지도 않고 판단력도 믿음직할 수준을 갖추었지. 서하가 옳다고 생각하는걸 진행하려 하는데 그걸 막는다면 반려가 될 자로서 실격이라 생각한다.”

설득하기 위한 밑밥을 깔려는데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가 화연이 입에서 나왔다.

“어?”

얼빠진 소릴 내면서 화연이를 바라봤더니 화연이는 살짝 의아함을 내비치며 되물었다.

“날 설득하려고 따라온 것 아니었나?”

“어. 맞…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때에는 사실대로 말하면 좀…. 놀라긴 했지만, 뒤에 생각해보니 내가 너의 입장이었어도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화연이는 창을 쥐지 않은 손을 뻗어 내 뺨에 손을 대더니,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남겼다.

“그러니 네가 위상 세계에 가 있을 동안 나도 널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거다.”

“…….”

화연이 얼굴에 맺힌 잔잔한 미소가 왜 이렇게 눈부신지 모르겠네.

프랑이나 영은이한테 설득당한 이야기…를 들었냐고 물어보는 건 이 상황에서는 좀 아니지? 하긴, 목표로 했던 설득은 모두 끝났으니 상관없으려나.

“고마워.”

“뭘.”

빙그레 웃으면서 일어선 화연이는 갑자기 얼굴이 확 붉어지더니 이스펙트를 위아래로 붕붕 휘두른다.

“아닙니다! 무슨, …예?”

누호디가 뭐라고 하는가 본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만하십시오!”

붉어진 얼굴로 버럭버럭 소리치는 화연이에게 슬그머니 다가가서 그녀 모르게 이스펙트의 창대를 잡으니 누호디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진다.

[…신의 여성성은 육체를 제외하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거치대에서 지켜보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조그맣고 아리따운 프랑 양을 보세요. 대범하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며 신체접촉을 고민하지 않는 영은 양을 보세요. 당신은 그 큰 가슴과 남자보다 하나 많은 구멍을 제외한다면 여자임을 증명할 수단이 없는 겁니다!]

“그…! 무슨…!”

[방금도 당신의 반려가 고마워한다면 부끄러워하면서 안아달라든지 키스해달라든지 할 수도 있을 텐데 나 원…. 당신과 반려의 관계는 주군과 신하의 관계입니까?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군요.]

“그게 뭐가 나쁘다는 겁니까! 여필종부라는 말도 있…. 서하?!”

누호디의 이야기에 씩씩거리면서 반론을 펼치며 창을 들어 올리려던 화연이는 창대에서 느껴지는 힘에 뒤를 돌아보더니, 날 보고 깜짝 놀란다.

[마침 잘 되었습니다. 정서하, 그대의 반려는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는 정신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그대가 마초 사상을 가진 반려의 의식을 좀 개조해주는 게 어떻습니까.]

누호디의 의견에 한쪽 눈썹을 살짝 올리면서 대답했다.

“저도 저 마초 같은 성격을 바꿔주고 싶은데요, 치마도 입혀주고 싶은데 저랑 사귀던 초기에는 며칠 입고 다니더니 금방 바지로 바꿔입어 버리더라고요. 한동안은 치마 알레르기라도 있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 그런 게 아니다.”

화연이는 당황한 얼굴로 내 손에서 이스펙트를 뺏으려는지 살살 잡아당기면서 이야기하는데 누호디는 정말로 안타깝다는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렇습니까. 저렇게나 아름다운 얼굴과 색기가 넘치는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꾸밀 줄을 모르다니, 정말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는 이 세계 격언이 참 잘 어울리는 거 같습니다.]

“그죠? 제 연인들의 모습은 모두가 사랑스럽지만 보이시 스타일도 정도가 있지, 어떨 땐 아예 군인 같다니까요.”

“군인이라니…. 난 그냥…!”

[군인이라! 정말 정확한 표현입니다. 만약 제가 살아있을 적 화연과 같은 육체를 지니고 있었다면 최고사제를 제 치맛자락에 올려놓고 가지고 놀았을 텐데, 여자의 외모와 몸은 남자에게 아주 강력하고 효과적인 무기라는 그것을 이 처자는 모르는 거 같습니다.]

“음. 확실히 누호디는 예쁘다기보단 튼튼한 몸이었죠.”

[후후후.]

“…….”

자기 말은 들어주지 않고 나랑 누호디가 숙덕거리는 모습을 불만 가득한 얼굴로 내려다보던 화연이는 이제 화가 나는지 내 손에서 이스펙트를 빼려고 이리저리 흔든다.

[화연, 어지럽습니다. 부끄러운 지적을 받았다고 창피함에 화를 내는 것은 어린아이나 할 법한 행동이에요.]

“풍차륜에도 아무렇지 않은 분이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서하도 그만 놔라!”

풍차륜은 뭐야? 아무튼, 역시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겠다. 화연이의 몸을 감상하면서 가슴 같은 감촉을 주는 암흑이의 몸을 주물럭거렸더니 좀 흥분해버렸어.

체육관 한쪽 벽 안에는 각종 체육용품을 쌓아놓은 창고가 있고 매트리스도 쌓여있는 게 침대 같으니 저기서 쓰러트려 버리면….

좋아, 결정했다.

붉어진 얼굴로 이스펙트를 양손으로 계속 잡아당기는 화연이를 힐끔 보고서 이스펙트만 가지고 공간 도약으로 뒤로 쭉 물러났다.

“앗!”

“암흑. 패스.”

푸릉?!

[어머~?]

암흑이를 뒤로 집어 던지면서 그 녀석에게 이스펙트도 집어던지니 화연이가 빠르게 이스펙트를 향해 달려간다. 내 눈빛에서 뭔가 위협을 느꼈나! 하지만 나도 여태껏 놀고먹은 게 아니라고?

아론 템페스트, 영국 A 클래스의 신체 강화 능력자가 보여준 속도에 맞춰 마나 시브를 강하게 돌리고 동시에 사고 가속도 함께 일으킨다.

예전처럼 마나 모드를 단계별로 안 해도 TP 소비량에 비해 전체 TP량이 늘어서 내 마음대로 놀릴 수 있게 됐거든! 거기다 사고 가속을 신체 강화 능력이 따라잡았는지 온 세상이 느려진 가운데 나 혼자 빠르게 움직이는 것 처럼 됐다고!

슬로 모션으로 느릿하게 달리는 화연이 앞을 막아서니 눈이 천천히 커지면서 몸을 비틀고 회오리처럼 몸을 회전시키며 내 옆으로 지나쳐 가려 하지만, 너무 느령.

나도 화연이의 움직임을 보고 흉내 내며 화연이의 뒤로 돌아가 허리를 덥석 잡아버렸더니 탄탄한 복근에 힘이 들어가면서 딱딱해져버린다.

============================ 작품 후기 ============================

제 이야기를 보러 와주시는 분들과 추천 및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께는 언제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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