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303화 (303/517)

00303  진입 준비와 설득.  =========================================================================

“좀 피곤해 보이는데? 힐링 터치 걸어줄까?”

“응….”

목소리에도 힘이 없는 게 진짜 피곤해 보이네. 그래서 터틀넥을 입은 영은이의 큰 가슴을 가슴을 받쳐주며 가슴에 힐링 터치를 걸어주니 눈을 가늘게 뜨고 날 내려다보기 시작한다.

“앙큼하긴!”

“으어?”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두 손으로 내 뺨을 잡아당기기 시작하는 영은이에게 나도 엉덩이 쪽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꼬리뼈를 긁어주니 "히양?!"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내 머릴 끌어안아 버렸다.

“무슨 일 있었어? 요즘 많이 피곤해 보여.”

저번에 스키장에 갔을 때도 취할 만큼 술을 마신 것도 그렇고, 평상시에는 한 두 잔 마시는 정도였는데 그렇게 코가 삐뚤어지게 마시는 건 처음 봤었지.

“잘난 남자를 연인으로 둔 여자의 의무랄까~ 그런 거야.”

“누가 시비 걸어?”

옆에 앉아서 허리를 끌어당기니 내 어깨에 머릴 기대면서 한숨을 폭 내쉰다.

“하나하나 따로 놓으면 똑똑한 것들인데 한데 모이면 왜 그렇게 머저리들이 되는지 모르겠어.”

“영은이가 너무 잘나고 똑똑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

“킥킥.”

내 이야기에 쿡쿡 웃던 영은이는 정색하더니 몸을 세워 내 뺨을 잡고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우리나라는 열강에 들기에는 많이 부족해. 물론 각 방면마다 그 분야의 달인이라 불릴법한 사람들이 종종 나타나긴 하지만 땅덩어리도 좁고 작아. 인구수도 적어. 휴전 국가라는 이유로 매년 징집하는 군인들과 예비군 훈련을 받고 민방위 교육을 받는 사람을 다 합치면 한국 남성의 절반을 넘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비용 지출도 천문학적이야.”

뭔가 외교적인 협상에서 밀려나고 있는 건가…. 사회 정세를 이야기하는 영은이는 진지함이 가득한 눈빛인데, 그러고 보면 올해 나랑 합방한 뒤부터는 해외 순방을 한 번도 안 나갔었지? 그거 때문에 디메리트라도 받은 건 아닐까 싶다.

“혹시….”

“쉿.”

그 부분에 관해서 물어보랬더니 영은이는 검지를 뻗어 내 입술을 살짝 누른다.

“울 자기 때문이 아니야. 우리 손에 쥔 카드가 조커 카드인지 잡카드인지 모르는 머저리들 때문이지.”

그때 씻고 나온 화연이가 핫밀크를 가져오면서 영은이의 이야기를 받았다.

“지난 6개월간 네가 관련된 큼직한 사건이 몇 개가 일어났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전 세계에 네 능력을 확인시켜준 건 저번 11.7테러 사건뿐이다. 그런 일이 몇 개가 더 일어나서 확인을 넘어 각인을 시켜준다면 긴가민가하면서 너나 우리나라를 건들 자들은 없겠지만 아직은 "혹시?", "어쩌면?"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하는 자들이 있지.”

“…화연이 말대로야? 그거 때문에 피곤한 거라고?”

“어유. 저것은 말 좀 돌려서 하지…. 기껏 좋게 이야기하려고 분위기 잡아놨더니!”

“…….”

슬쩍 고개를 돌리면서 딴청을 피우는 화연이를 노려보던 영은이는 화연이가 가져온 핫밀크를 받아들어 손으로 감싸 쥐고 한숨 쉬듯 중얼거린다.

“미국은 연신 널 찔러볼 궁리만 하고 있어. 러시아나 중국은 너한테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내려고 하구 유럽으로 넘어가면 그 현상은 더욱 심해져.”

어깨를 으쓱한 영은이는 "바보들."이라고 중얼거리더니 입을 연다.

“그런 러브콜을 보내는 것들을 모두 커트해버리고 있으니까 좀 힘깨나 쓴다는 나라가 화를 내는 거야. 네가 뭔데 그걸 다 커트하냐. 그것도 인권 탄압이다. 라면서.”

그러니까 어떻게 나한테 접근해서 날 꼬드겨보고 싶은데 영은이가 철벽 수비로 모든 접촉을 커트해버리니 그 짜증이 우리나라랑 영은이한테 집중된다는 이야기다.

…역시 좀 더 빨리 그걸 해야겠다. 지금까지는 그냥 생각만 해두는 상태였는데 영은이 이야기를 들으니 빨리 실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머릿속에만 담아두고 있던 이야기를 꺼낼 때가 온 거 같다.

저녁 식사 준비가 끝났을 때 누나도 데려와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아빠랑 엄마는 저녁에 데이트를 나간다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이야기가 끝나면 누나가 알아서 전해주겠지.

누나는 갑자기 초대를 받아 얼떨떨한 모습이었지만 곧 활짝 웃으면서 다가와 내 손을 잡았는데, 집에 오자마자 미호를 보더니 웃는 얼굴 그대로 굳어버렸다.

- 주인님 누나, 안녕?

“아, 안녕…. 미호니? 미호 맞아?”

- 미호 맞아!

그 순간 "여…가 …었어…." 라고 희미하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응가 응었어? 무슨 말인가 싶어 누날 돌아보니 눈동자가 텅 빈 모습으로 실실 웃고 있어서 살짝 오한이 들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우울하고 화난다는 얼굴을 하는 누나와 다 함께 저녁을 먹고 모두 모인 상태에서 입을 열었다.

“학교 졸업하면 위상 세계에 들어갈 거야.”

소피아가 타온 차를 마시면서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연인들과 누나에게 이야기를 꺼냈더니 넷이 동시에 나한테 시선을 집중하더니, 이야기를 다 듣고는 그냥 고개를 돌려 잡담을 이어간다.

…내가 말을 잘 못 했나?

“푸른 피부의 악마를 찾으러 갈 거야.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한 달에 한번은 돌아올게.”

““““뭐?!!””””

어엇?! 연인들은 물론이고 누나도 깜짝 놀라면서 거칠게 찻잔을 내려놓더니 멱살을 잡을 것처럼 사나운 기세로 달려와 날 붙잡는다!

“그, 그전에 최고위 이형종 하나 더 굴복시킬 생각이니까 그걸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를….”

당황해서 설명을 하면서 진짜로 내 멱살을 잡은 누나의 팔을 밀어내고 있는데 누나는 내 손을 찰싹 때리더니 화난 얼굴과 목소리로 소리친다.

“그게 무슨 말이야?! 푸른 악마를 찾으러 가겠다니, 거기다 한 달 동안?! 지속적으로?!”

“시하, 잠깐 기다려. 서하도 너무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거 같다.”

…내 설명은 듣지도 않고 누나랑 화연이가 내 양팔을 잡더니 잡아당기기 시작하는데 프랑과 영은이는 내 옷자락을 잡더니 달래려는 듯이 상냥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우리 서하가 그 녀석들을 얼마나 미워하는지는 알지만 조금 여유를 가지고 대비를 하는 게 낫지 않겠니?”

“맞아요. 당분간 다른 분들과 함께 레이드를 진행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는 게 좋아요.”

“지금까지 하나씩 준비했잖아. 미호를 성장시켰고 히아리드도 강화시켰어. 암흑이도 들어왔고 화연이도 이스펙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된 덕분에 더 강해졌어. 거기다 여사님도 쌓아 둔 위상석 덕분에 최소 에너지와 돈 걱정을 하지 않을 정도가 됐잖아?”

최고위 이형종과 맞먹는 고위 아종인 미호, 위상석이 있는 고위 이형종인 히아리드, 거기에 최고위 이형종인 암흑이 까지.

“그리고 앞으로 한 달 정도 남았으니까 그사이에 내 TP로 강화해줄 수 있는 사람은 전부 강화해줄 거야. 그 뒤에도 종종 나와서 우리 집이랑 연구소가 올라가는 것도 확인할 거고.”

“…어? 잠깐! 우릴 두고 혼자 들어가겠다는 거니?!”

그제서야 깨달았다는 듯이 놀란 얼굴의 영은이에게 고개를 끄덕여주니 여자 넷이 동시에 소리친다.

““““안돼!!””””

…약속한 것처럼 동시에 외치는 모습을 보니 쉽게 수긍 못 할 모습이라 좀 답답해졌다. 뭐라고 다시 떠들려는 연인들이랑 누나한테 손을 들어서 조용히 시킨 다음 입을 열었다.

“돼. 다들 내가 시간 날 때마다 위상 세계 위치 정보를 모아서 정리하던 거 봤잖아? 난 9월부터 준비하고 있었단 말야. 이번은 어디까지나 검은 성의 위치 파악일 뿐이라 공간의 벽을 치고 빠르게 이동하면서 조사할 거라서 내 속도를 따라올 수 없으면 방해만 돼.”

좀 불만스런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는 네 사람을 보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내가 이동하는 속도에 맞춰서 따라올 수 있는 건 히아리드하고 미호, 거기에 프랑뿐이지? 하지만 히아리드하고 미호는 현실을 지켜야 해. 여기까진 이해했어?”

넷 다 더욱 불만 어린 표정이 되는 걸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졸업하면 바로 양아치 이무기 그 자식을 조진 다음 조사를 시작할 생각인데 이무기를 잡을때만 나와 함께 원한이 있는 프랑을 데려갈 거고 그 뒤로는 혼자서 다닐 생각….”

=싫습니다.=

- 싫어! 나도 주인님 따라갈꺼야!

“서하, 절 떼어놓고 가시려는 거에요? 그런…. 그건 싫어요….”

…아놔. 프랑은 그렇다고 쳐도 히아리드에 미호까지 저렇게 나올줄은 몰랐는데. 이성적인 판단은 사라지고 감정적으로 변한 여섯을 보고 있으니 진짜 갑갑해진다.

“서하야? 생각해보렴. 서하가 한 번에 수십 일간 자리를 비우게 되면 협잡질을 해 올 녀석들이 틀림없이 생겨날 거야. 그건 어떡하려구 그래?”

“그걸 막기 위해서 미호랑 히아리드를 강화시켜놨잖아. 그리고 양아치 이무기를 길들이러 가려는 거야. 양아치 이무기까지 이 근방에서 똬리를 틀고 수비에 들어가면 시비를 걸 놈들은 다 사라질 거야.”

영은이를 설득하면서 반말을 했지만, 누나는 정신이 없는 것인지 이상을 눈치채지 못한 거 같다. 아무튼, 영은이의 설득을 방어해냈더니 이번에는 화연이가 입을 연다.

“조금 전에 프랑도 이야기했지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빈틈없이 준비를 해 나가는 게 좋지 않겠나.”

“마음의 여유는 3달 전부터 갖고 있었어. 나한테 있어서 준비는 마음의 준비뿐이고 걱정되는 건 현실의 일이지만 이 세 녀석에 양아치 이무기를 데려오면 그것도 해결 될 거라 생각해.”

화연이를 막아내니 이번엔 누나가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내 손을 잡고 이야기하는데 뒤따라 미호와 히아리드도 날 다가선다.

“서하야…. 누나도 두고 갈 거야? 누나는 우리 서하를 위해서 많이 노력했는데….”

- 나도 주인님한테 도움 되고 싶은데….

=…….=

하아…. 차라리 뒤에서 아무 말 못하고 가만히 서 있는 소피아가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섯은 날 가만두질 않으려 들었다.

쉴새 없이 떠들어대는 여섯 개의 입을 다물게 하려고 어쩔 수 없이 목에 위상력을 모아 마나 보이스로 나지막이 말했다.

“[조용.]”

무겁고 위협적인 목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지니 그제서야 입을 다물고 날 올려다본다.

“…진정해. 난 싸우러 간다는 게 아니야. 어디까지나 검은 성의 위치 파악을 위한 조사라고 했잖아? 그리고 내가 돌아올 곳을 너희들이 지켜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맘 편히 다녀오겠어.”

그러면서 화연이를 보면서 말했다.

“내 능력과 활용에 대해서 잘 아는 화연이가 말해봐. 지금 내게 위협이 될만한 요소가 위상 세계에 존재할까?”

“…서하가 말한 푸른 악마를 제외한다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거다.”

살짝 풀이 죽은 화연이에게서 시선을 돌려 프랑에게 말했다.

“프랑이 대답해봐. 너희들 전부랑 내가 싸우면 누가 이길 거 같아.”

“서, 서하가 이겨요.”

“화연이는? 누나는 내가 영원히 위상 세계에 들어가지 말고 현실에서 놀고먹으면서 뒹굴뒹굴하길 바래?”

“…….”

내 물음에 누나는 그랬으면 좋겠다는 표정을 지어서 어이없어하는데 화연이는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하지만 혼자 들어간다니,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혼자는 너무 위험하지 않나.”

“내가 위험해질 정도면 누구를 더 데려가든 상황은 변하지 않을 거야. 오히려 위험해지면 나 혼자 도망갈 시간에 데려간 인원을 챙겨야 하니 더 위험해지겠지.”

암흑이에다 양아치 이무기까지 정신 조작을 걸어버리면 내 정신력의 여유도 사라져서 다른 이형 종들에게 더는 정신 조작을 걸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그 정도만 되도 현실에서 위협이 될 요소는 대부분 없애버릴 수 있을 거다.

영은이는 내 TP를 무진장 먹은 덕분에 신체 강화뿐만 아니라 재생과 질병 면역에도 동급의 능력자를 훨씬 웃도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거기에 주변의 대통령 경호 요원들을 생각하면 영은이를 어찌할 인간은 없을 거다.

무엇보다 양아치 이무기의 명령권을 영은이가 가지게 해놓으면 국가 단위로 걸어올 시비를 더 안전하게 막을 수 있겠지.

화연이도 영은이와 마찬가지로 내 TP를 잔뜩 먹어서 영은이보다 더 높은 신체 능력과 전투 기술을 가지고 있다.

거기다 이스펙트를 쓰게 된 이후로 누호디의 조언을 받아 창술에 시화유선이라는 신법까지 접목해서 더 무시무시하게 강해졌다. 말 그대로 대 이형종, 대 인간 전투의 스페셜리스트라고봐도 무방할 거다.

더해서 암흑이의 보조가 들어간다면 잘은 모르지만 화연이도 최고위 이형종이랑 어느 정도 싸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고위 이형종 따위야 암흑이의 보조로 가뿐하게 밟아버리겠지.

그렇다고 화연이 혼자만 있는 게 아니라 최고위 이형종에 맞먹는 힘을 가진 고위 아종인 미호도 있고 최고위 이형종에 거의 다다른 히아리드도 있다.

여기저 제일 약한 누나마저도 물과 빛과 어둠 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재산적인 면에서는 내가 충전시켜서 쌓아둔 고위급과 상위급 위상석이 쌓여있고 지금도 정제소에서 에너지 패널이 생산되면서 매년 수십조의 막대한 양의 돈이 쌓이고 있고 그 정제소는 지금도 확장되고 있다.

또 연구 중인 블루 스톤의 효용성이 밝혀지면 못해도 돈이 부족해서 문제가 생길 일은 없을 거다.

내 대답에 다른 설득할 방도를 찾지 못한 것인지 한숨을 푹푹 쉬는 연인들과 누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알겠어? 좀 너무 단순하게 준비한 감이 없진 않지만 여기서 무력과 금력에 권력까지 생각해보면 내가 2주 3주씩 자릴 비운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

내가 생각하던 걸 모두 털어놔주니 다들 불만은 있지만, 입으로는 반박할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대답은?”

한두 개씩 불만을 품은 얼굴로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는 여섯을 보면서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남은 한 달 동안 기회를 봐서 연인들을 하나하나 몸으로 설득해야겠다.

그러면 누나랑 미호랑 히아리드는 어쩌지…?

그녀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한곳에 모아놓고 동시에 설득하기보다는 각개격파로 한 사람씩 1:1로 설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칫 잘못하다간 설득하려다 세 연인에게 도리어 내가 설득당할 위험이 있으니까.

시작은 미호였다.

미호가 가진 불만은 품에 안고 머릴 쓰다듬어주면서 현실에서 프랑, 화연, 영은이를 도와주는 게 내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거라고 이야기해주니 여우 귀를 파닥거리면서 홀라당 넘어와 버렸다.

“그렇게 열심히 그녀들을 도와주면 쉬는 날 유원지로 놀러 가자. 하루를 임대해서 우리 가족끼리만 노는 거야.”

- 진짜?! 진짜 진짜?! 나 진짜 열심히 진짜 할게!!

쩝. 모르는 아저씨가 사탕 주고 놀아준다고 하면 좋다고 따라가는 건 아닐까 살짝 걱정되는 반응이었다.

무지무지 흥분했다는 걸 말투로 보여주며 진짜를 남발하는 미호는 정말 말하는 걸 누구한테 배웠는지 궁금하다.

- 어? 주인님한테서 배웠는데?

“뭣이?! 내가 언제 그랬어?!”

- 주인님도 흥분하면 아 진짜, 뭐 어쩌라고 진짜. 진짜 진짜 자주 썼는걸?

“…….”

그, 그랬나? 떨떠름한 표정으로 미호를 바라보니 이 녀석은 내 얼굴이 웃긴지 키득거리면서 암흑이를 안고 거실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자지러지게 웃어댔다.

히아리드를 설득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생각해봤다.

그 전이었다면 그냥 자빠트려놓고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히아리드의 몸에 여과 없이 새겨줬을 테지만….

얼마 전에 히아리드를 강화시킬때 봤던 그 반응이 너무 신경이 쓰여서 난폭한 짓을 다시 하기가 껄끄러워져 버렸다.

그래서 프랑이 화연이의 서류 정리를 도와주기 위해 자리를 비웠을 때 히아리드를 내 앞에 앉혀놓고 그냥 한동안 마주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줬었는데 히아리드의 무표정한 얼굴에 홍조가 덧씌워졌었다.

벚꽃이 물들어가는 것처럼 분홍색이 뺨에 번져가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나보다 약간 더 크고 긴 손을 잡아주고 귓불과 뺨을 만져주고 쓰다듬어주니 눈을 감고 살짝 미소를 머금은 채 내 손길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내가 바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히아리드는 조금 분홍색이 감도는 입술을 열어 말했다.

=하늘님이 바라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살짝 촉촉해진 금색 눈동자로 날 바라보며 맑게 울리는 목소리로 입을 연 히아리드에게 그 뒤로 한참동안이나 아무 말 없이 얼굴을 쓰다듬어주었다.

============================ 작품 후기 ============================

제시카 존스를 보다보니 마블 영화가 다시 보고싶어지네요....

퍼니셔도 다시한번 만들어주면 좋을텐데(시무룩)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