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300화 (300/517)

00300  누호디의 창  =========================================================================

히아리드를 사이에 두고 창에 깃든 누호디에게 몇 가지 경고와 함께 화연이가 널 사용할 거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세상을 구경하기 위해서라면 혼자 멍하니 서 있는 거보다 누군가 네 창을 쓰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우우웅!

=그렇다고 합니다.=

“기왕이면 실력도 좋은 사람이 더 좋을 거고.”

웅우웅!

“미리 말해두지만, 다른 사람한테 저주를 걸거나 해서 억지로 조종하려 든 게 파악되면 그 순간 밀봉하고 봉인해서 땅속 깊은 곳에 파묻어 버릴 거야. 알았지?”

우웅!

=절대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거라 합니다.=

히아리드의 이야기를 듣고 화연이를 손짓해서 불렀다.

“너도 알겠지만 화연이도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강자야. 그러니 앞으로 화연이랑 함께 지내도록 해.”

내게서 누호디의 창을 건네받은 화연이는 창대가 떨리는 감각에 두 손에 힘을 꼭 주더니 진지한 얼굴로 누호디의 창을 살펴보더니 살짝 미소를 머금는다.

꼭 장난감을 선물 받은 어린 아이 같은 맑은 미소다.

우우웅. 우우웅

=자신의 이름은 누호디이며, 창의 이름은 이스펙트라고 합니다.=

창의 이름이 따로 있었군. 아무튼, 다시 한 번 사람들을 현혹하는 붉은 빛은 절대 쓰지 말라고 했다. 경고를 무시하고 붉은빛을 뿌렸다간 단단히 밀봉해서 맨틀에 처박아버린다고 했으니 좁고 어둡고 혼자 있어 하는걸 싫어한 누호디는 절대 어기지 않을 거다.

대신 화연이와 함께하면 세상 구경도 할 수 있고 위상 세계로 들어가 이형종 사냥이나 레이드도 가능할 거라고 해줬더니 이형종을 사냥한다는 이야기에 반색하면서 화연이의 힘이 되어주겠다고 했다.

알고 보니 누호디가 살던 도시도 시도 때도 없이 이형종의 습격을 받았단다. 그리고 그녀 역시 이형종을 잡기 위한 조직…. 군대라고 봐야겠지. 군대의 천인장이었다고 했는데 화연이도 그랑 블루에서 많은 사람을 이끄는 위치에 있다고 하니 더욱 좋아하는 거 같았다.

생각해보면 여러 가지로 화연이랑 누호디랑 비슷한 부분이 있는 거 같다. 성격이라거나 분위기, 직업 같은 거.

외모를 비교하면 누호디가 불쌍하니 그건 제외.

누호디의 창은 십자 창이지만 창끝에서 끝까지 길이가 3m나 된다. 사실 이쯤 되면 창이라기보단 파이크에 가깝지만, 창의 형태는 창이라기보단 모矛 라고 봐야 할 거 같다.

거기에 날이 시작되는 부분에는 20cm가량의 촉이 십자 형태를 이루고 있었는데 전체적으로는 파이크 + 모 + 십자 창이 달린 기형적인 모습이다.

그런데도 화연이는 이미 다뤄봤다는 듯이 능숙하게 창술의 기본 동작을 반복한다.

“창을 한번 써봤었어? 기형 창인데 다루는 게 능숙하네.”

“미리 이스펙트와 같은 형태의 창을 만들어서 연습해봤었다.”

확실히 창의 이름도 있고 전 주인의 이름도 있는데 뭉뚱그려 합쳐 부르긴 뭣해서 따로 이름이랑 무기를 나눠 부르기로 했다.

“3m라서 좀 길지 않아?”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비가 쓴 장팔사모는 6m에 가까운 길이다. 이 정도면 적당한 수준이지.”

6m…. 그걸 어떻게 휘둘러? 내게 대답해주면서 화연이는 이스펙트의 강도를 시험해보고 있었다.

누호디는 이스펙트에 대해 설명해줬는데 쓸데없는 자잘한 효과는 모두 배제한 채 내구도 강화와 절삭력 강화, 자동 수복 기능 세 가지에만 집중한 무기라고 했었다.

심플한게 좋지. 화연이는 옵션이 전부 마음에 드는 듯 있는 힘껏 휘두르는데도 멀쩡한 창의 모습에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그 뒤로 화연이는 틈만 나면 이스펙트에 적응하기 위해 창을 휘두르며 수련을 반복했다.

연말이 다가와서 영은이도 바쁘고 그랑 블루도 첫 번째 연말을 맞이해 이후의 본보기가 될 연말 업무 보고를 정리하느라 바쁘고 나도 푸른 피부의 악마들이 있을법한 위치를 찾고 수집하느라 바쁠 때였다.

집무실에서 위상 세계 위치 정보자료 다발을 정리하고 프랑도 누나의 일을 도와주고 있을때 화연이와 함께 신촌동 수련장에 있을 미호가 동쪽에서 쏜살같이 날아오더니 내 집무실로 연결되어있는 옥상 헬기 포트의 문을 콩콩 두드려댄다.

문을 열어주니 어린이용 새하얀 파카를 입은 미호가 당황한 모습으로 달려 들어와서는 날 올려다보며 외쳤다.

- 쥔님쥔님! 화여니 큰일나써!!

“…무슨 말이야. 화연이가 큰일 나다니?”

신촌동 수련장에는 북쪽에 저택을 짓기 시작하면서 우리 가족만 쓸 수 있게끔 남쪽에 수련장으로 사용할 체육관을 하나 지어놨었다.

화연이는 그곳에서 이스펙트를 들고 휘두르며 수련을 했었는데, 통역 수단이 필요해서 연구소에서 의사 샘플을 제공하느라 바쁜 히아리드 대신 놀고 있는 미호를 같이 보냈었다.

- 아, 우~ 그니까 그게~!

허둥거리면서 어버버거리는 미호를 안아 들고 졸고 있는지 책상 위에서 느릿하게 찰랑거리는 암흑이도 움켜쥐고 "푸릉?!" 수련장으로 바로 공간 도약을 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이 녀석이 이렇게 다급하게 날아온 거지?

분명히 미호에게 화연이가 수련하는 걸 지켜보다가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면 바로 보고하라고 했었지만 누호디도 생각보다 현명하고 깔끔한 모습을 보여서 믿고 있었는데?

신촌동 남쪽 부지에 마련해둔 1,000평짜리 체육관 안으로 뛰어드니 체육관 중심부에 머리를 올려 묶은 화연이가 이스펙트를 세운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체육관 입구에서 새카만 트레이닝 수트를 입은 화연이의 몸에 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미호를 내려놓고 암흑이도 미호의 손에 들려준 다음 천천히 화연이를 향해 걸어갔다.

광택으로 번들거리는 체육관 바닥 위로 걸음을 옮기니 신고 있는 신발 밑창과 마찰되어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소리에 화연이가 뒤돌아서며 날 바라봤다.

그런데…. 눈동자가 붉다. 피처럼 선명한 붉은색을 띠는 저 홍채는 누호디의 기억에서 본 그녀의 눈동자 색과 똑같다.

그걸 보고 안색을 굳히면서 마나 모드를 가속시키려는데 화연이의 예쁜 눈이 빙그레 호선을 그리더니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그대의 반려가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군요.”

“…화연아?”

화연이의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저음과 나한테 말하는 게 아닌 내용에 눈에 힘을 주고 이스펙트를 노려보기 시작하니 다시 사근사근한 듣기 좋은 목소리가 살짝 벌어진 입에서 흘러나온다.

“이대로 있으면 제 몸이 부러지겠습니다. 아닙니다. 일단 그대의 반려를 설득하는 것이 먼저 일 거 같군요.”

어쩌지. 지금 이스펙트를 뺏어도 괜찮은 건가? 화연이를 붙잡고 마나 시브를 집중해서 뒤덮어주면 괜찮아 지려나?

그 순간 화연이가 눈을 감았다가 떴는데, 붉은색의 홍채가 원래의 검은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음. 난 괜찮으니 손에 준 힘은 풀지 않겠나.”

그 순간 마나 모드 - 가속을 펼쳐 화연이의 뒤로 공간 도약을 한 뒤 이스펙트를 잡고 다시 공간 도약을 해서 멀찍이 물러났다.

순식간에 손에서 이스펙트를 빼앗긴 화연이는 깜짝 놀라면서 내게 달려오는데, 전신에 마나 시브를 집중한 뒤 이스펙트를 잡은 손에 힘을 주니 우웅…. 우우웅. 하고 얕은 진동이 창대에서 손으로 전해져 올라온다.

내 경고를 무시하고 화연이의 몸을 지배하다니, 믿은 내가 바보였어. 내 손아귀에서 점점 휘기 시작하니 이스펙트는 얕고 짧게 울기 시작한다.

“아! 잠깐 기다려! 그런 게 아니다!”

내 손아귀에서 휘어지기 시작하는 이스펙트를 본 화연이 다급하게 달려와서 내 팔을 잡았다.

ㅁ제발! 그러지마라. 이건 내가 원해서 한 일이야! 누호디는 잘못이 없어!ㅇ

간절한 얼굴로 내 팔을 잡고 외치는 화연이를 빤히 바라보다가 부러트리기 위해 주던 힘을 빼고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 건지 하나도 빠짐없이 설명해봐.”

가면처럼 굳은 얼굴로 화연이를 보며 입을 열었더니 화연이는 내가 이렇게 화낼 줄 몰랐는지 난처한 얼굴로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녀, 누호디의 목소리를 듣게 된 건 얼마 전의 일이었다. 평소처럼 이곳에서 창을 휘두르며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때 머릿속으로 누호디의 목소리가 들려왔었다.”

“…….”

“미안하다. 미리 이야기를 해야 했는데 그녀에게서 창술을 배우는데 정신이 팔려 알려주지 못했다.”

내 손에 쥐여진 이스펙트는 살짝 떨고 있었고 화연이도 잔뜩 긴장한 얼굴로 내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서…. 그녀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의 삶이 어땠는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떠한 인생을 살아왔는지, 무엇을 삶의 지표로 삼았는지 등을.”

하아….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애착심이라고 해야 할지, 누호디와 서로 긴밀한 우정을 나눈 사이처럼 내가 이스펙트를 부숴버릴까 봐 조마조마해 하는 모습을 보이는 화연이를 보니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온다.

화가 나서 이스펙트를 잡고 체육관 바닥을 세게 찍었다.

콰앙!

“이야기를 나눌 거면 미호를 통해서 해도 되고 복잡한 이야기가 되면 히아리드를 불러도 되잖아. 내가 왜 미호를 붙여줬는데? 거기다 몸을 내어주다니, 나만 그 뒤의 후유증을 걱정하는 거야?”

“아니, 그건 괜찮다. 이미 몇 번 확인해봤는데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몇 번? 이미 몇 번이나 몸을 바꿨었다고? 화난 표정으로 화연이를 노려보니 아차 하면서 실수했다는 표정으로 난감해한다.

차라리 누호디의 혼을 성불시켜버리고 창만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이스펙트를 쥔 손에 힘을 조금 더 주니 그때 이스펙트에서 내 손으로 포근한 기운이 흘러들어오더니 머릿속에 아까 화연이의 입에서 들린 목소리 같은 게 들려온다.

[미안합니다. 그녀가 창의 원리에 대해 고민에 빠져있기에 몇 가지 가르쳐주려 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뭐지. 누호디인가? 일전에 들었던 모건 르 페이의 목소리와는 상반되는 상냥하면서도 맑은 목소리지만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물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다면 왜 진작 말하지 않은 거지?”

[저는 달부의 수호자이자 무녀로서 몇 가지의 잡기를 익히고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이렇게 의사를 전할 수 있는 방식과 잠시간 육체의 권한을 넘겨받아 움직이는 방법도 존재하지요. 하지만 그대가 소멸시킨 저의 악의 사념, 악령이 소멸하며 저의 영체에 타격을 주었고 그 이후 그대가 주입해준 에너지에 다시 한 번 심령이 흔들려 진정시키는데 전력을 쏟고 있었습니다.]

화연이는 내가 누호디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 조용히 서 있었다.

악의 사념이라니…. 빈딕티브 고스트라고 불렀던 그 회색 안개 같은 유령이 누호디의 악의가 모인 사령이었던 건가. 그걸 지워버리는 바람에 충격을 받았는데 거기에 내가 TP까지 주입해버리는 바람에 더욱 크게 타격을 받았다는 거야?

그래서 그동안 이야기를 직접 전하지 못하고 몸을 떠는 걸로 의사를 표현한 거?

확실히 누호디, 이스펙트를 처음 발견하고 그녀의 기억을 엿본 뒤에 실험 삼아 TP를 주입했었다. 그땐 창대가 부러져라 웅웅거렸었지.

“그래서 이제 안정화되었으니까 화연이한테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걸고 몸도 움직인 거라고?”

[그래요. 그대의 반려의 몸을 움직이는 것을 그렇게 싫어할 줄은 몰랐습니다. 앞으로 절대 그녀의 몸을 움직이지 않을 테니 그만 노여움을 푸시지요.]

이야기를 다 듣고 무방비한 행동을 한 화연이를 불만 어린 눈빛으로 노려보니 슬그머니 내 눈길을 피한다.

진짜, 정말로 못마땅해서 화연이를 빤히 노려보고 있으니 그녀는 어찌할 줄 몰라하다가 결국 고개를 푹 숙여버린다.

누호디도 계속해서 사죄를 청하고 화연이도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하고, 누호디도 악의를 가지고 그런 게 아니고 어디까지나 도움을 주기 위해 화연이의 요청을 받아들여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꾸준히 설득하는 걸 듣고서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 주기로 했다.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이스펙트를 노려보면서 으르렁거리듯이 입을 여니 창대가 살짝 떨리면서 누호디의 이야기가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감사합니다. 제 경솔함 때문에 마음 상하신데 대해 사과드리겠습니다]

뭐 아무것도 모를 땐 막 반말 던지고 그랬지만 실제로 확인해보니 그냥 단어 그대로 무녀, 성녀 같은 분위기라서 함부로 막말하지는 못하겠다.

“누호디는 왜 성불하지 못하고 이스펙트에 묶이게 된 거죠? 그, 달부라는 도시의 무녀였다면 이런 식으로 혼이 물건에 매인 상태는 되지 않았을 거 같은데요.”

대신 불명확한 히아리드의 통역이 아니라 누호디 본인에게 직접 듣기 위해 몇 가지를 물어봤다.

체육관 가운데 앉아 화연이와 함께 이스펙트를 잡고 물어보니 쓴웃음을 짓고 있는 거 같은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온다.

[성소의 제단이 위치한 곳 바로 아래에는 해당 지역의 정수가 가장 진하게 모이는 장소입니다. 그 정수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쉽게 죽지도 않거니와 죽는다 하더라도 세상의 흐름 속에 혼이 되돌아가는것조차 막습니다.]

“지박령으로 만든다는겁니까…. 지독한 일이군요.”

누호디의 이야기에 화연이는 눈썹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는데 누호디는 담담한 목소리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꿰뚤리는 형벌은 무도한 죄를 저지른 죄수가 받게 되는 극형이지요.]

무도한 죄라니, 누호디가? 기억에서는 그냥 검은 로브 남자한테 뭔가 말하고, 성관계를 거부한 거 밖에 없었는데?

“제가 본 거, 누호디의 기억이 맞죠?”

[맞습니다. 보이기 부끄러운 것을 보여드렸군요.]

- 거기 서~!

푸릉! 푸르릉!

도망가는 암흑이를 뒤쫓아가며 까르르 웃는 미호를 보다가 다시 이스펙트에 시선을 내리면서 입을 열었다.

“제가 보기에는 그냥 검은 로브 같은걸 뒤집어쓴 남자의 비위를 거슬러서 그런 고문을 받은 거 같은데요. 당신의 죄는 그곳에 해일이 밀려온다는 걸 예언한 거 밖에 없잖아요. 제정신이 박힌 놈이라면 그걸 죄로 여기지도 않았을 텐데 웃기네요.”

[그런 것까지 보셨나요? 정말 부끄럽네요. 저는 최고무녀였지만 그는 최고신관이었으니까요, 제 행위가 그의 비위를 거슬린 것도 맞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도시의 멸망을 수차례 예언해 도시 지배자들의 심기를 어지럽히고 시민들의 불안을 자극하는 것이었을겁니다.]

“와, 진짜 개새끼들이네.”

[후후…. 당시 팔퀴투브는 타락과 향락이 넘치고 있을 때였으니 제가 예언한 내용은 지배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 충분했을 겁니다. 솔직히 예언이라는 것을 믿던 시대도 지났을 때였구요. 그 때문에 저를 그런 식으로 고문하고 죄인 취급하며 마지막 퇴폐적인 향응을 누렸던거겠지요.]

이야기를 할수록 성노 취급을 받고 고문받던 누호디의 모습이 떠올라 더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졌다.

“그래서 이제 누호디는 이제 어떻게 하고 싶은 건데요?”

[어찌 된 일인지 이스펙트에 매인 몸이 되어버렸지만…. 구속이 풀려나면 저도 세계의 흐름에 혼을 맡겨야겠지요. 그것이 이치이니까요.]

“그런거치고는 갇혀있기 싫어하던 거 같았는데요?”

[아…. 그야 저도 여인이니까요. 어지러울 정도로 발전한 세상도 놀랍고 아름다운 옷은 더 놀라웠지요. 기왕 성불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세상 구경하면서 기다리는 게 좋잖아요?]

쿡쿡 웃으면서 하는 이야기에 나도 피식 웃어버렸다. 검은 로브의 인간은 참 못난 놈이라는 걸 다시 알 수 있었다.

이런 여자를, 그것도 자기 여자를 그런 식으로 나락으로 밀어 떨어트리다니, 살아있었으면 내가 고추 떼버렸을 텐데 아쉽다.

이스펙트에 손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경고하듯이 이야기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번에만 봐주는 거에요. 두 번 다시 화연이 몸을 어찌하거나 하면 그땐 진짜 가만 안 있을 거예요. 화연이 몸은 어디까지나 제꺼라구요.”

웅웅하는 소리가 어쩐지 웃는 소리 같다고 생각이 드는데 화연이는 붉어진 얼굴로 날 흘겨본다.

나도 찌릿하고 노려봐주니 화연이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슬쩍 눈을 피해버렸다.

============================ 작품 후기 ============================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선작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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