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99 누호디의 창 =========================================================================
스키장을 다녀온 뒤로는 특별한 일은 벌어지지 않고 평온한 일상이 이어졌다.
그날 이후로 누나는 예전처럼 날 하나하나 챙겨주고 보살펴주려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날 피하거나 도망가지 않고 웃으면서 날 조심스레 대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어찌 된 일인지 내 연인들, 영은이까지 포함된 세 아가씨랑 더욱 사이좋게 지내기 시작했는데 보고 있으면 얼떨떨해질 정도였다.
“그러니까 이게 초등학교 입학식 때 사진인데….”
한번은 사진첩이랑 카메라 캠코더를 가져오더니 연인들 앞에서 쫙 펼쳐놓고 내 과거사를 꺼내놓으면서 웃고 떠드는데….
…이상하다. 영은이랑 너무 친해진 거 같은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냥 아는 옆집 아줌마처럼 대했었잖아?
근데 지금은 옆집 친구 같은 분위기다. 거기다 누나도 뭔가 좀 바뀐 게, 지금만 봐도 그렇다.
오늘은 토요일 오후 2시, 이전까지 누나의 패턴을 보면 지금쯤 자기 집무실에서 서류 더미에 파묻혀 일하고 있어야 할 시간이지만 누날 대신해 유채린이 눈 밑에 다크서클을 가지고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손가락 끝에 회복 능력을 집중해 눈 밑을 열심히 문지르며 분류작업을 하고 있는 걸 보니 내가 다 안쓰러울 정도다. 유채린을 저렇게 만든 장본인은 지금 거실에서 프랑이랑 영은이랑 셋이서 티타임을 보내고 있다.
“그게 정말이니? 청궁의 그 순둥이가 너한테 그런 말을 했었어?”
“그럼요. 청궁으로 절 스카우트 하고 싶다고 얼마나 귀찮게 치근덕거렸었는데요. 거기에 다른 의도까지 보여서 화가 날 정도였다니까요?”
“다른 의도라니…. 어떤 의도였나요?”
“제 입으로 이런 말 하는 건 부끄럽지만, 저도 예쁜 편이니까요.”
“아~.”
…언제 그런 이야기가 오갔다는 거야?
저번 정제소 개업식 때 본 청궁의 보스는 순하고 엄한 집안 자식 같은 얼굴의 인상이어서 음모 같은 거와 관계가 없어 보였는데….
뭐, 국내 랭킹 2위의 레이드 팀 보스라면 돈도 많을 테고 능력도 있고 회복 능력자니까 나름 누나의 남자 친구 기준에 60% 정도는 부합되긴 하네.
원래 나보다 강한 사람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평범하지 않은 내 피의 힘을 생각하면 평범한 인간이 나보다 강할 리는 없지.
거기다 누나도 두 가지 레어 타입 속성을 가진 강한 능력자니까 자기 몸은 자기 스스로 지킬 수 있을 테고. 그보다 진짜 나 같은 규격 외 인간을 제외하면 순수 인류 중에서 누나가 제일 센 거 아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대화가 멈추고 연인들과 누나가 날 바라보기 시작한다.
“…….”
근데 왜 저렇게 사납게 노려보는 거지?
“왜 노려봐?”
“안노려봤거든?”
“지금 나 노려보고 있잖아?!”
“안 보고 있다니까! 너 눈에 힐링 터치 좀 걸어야겠다?”
아니 내 눈은 멀쩡한데….
청궁 보스가 접근해온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부터 날 힐끔거리던 누나는 갑자기 눈매를 사납게 만들면서 날 노려보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히스테리를 부리기 시작한다.
황당한 기분에 영은이 가슴 감촉이랑 똑같은 암흑이를 조물락거리고 있으려니 프랑이랑 영은이가 쓴웃음을 짓는 게 보였다.
왜들 저러지?
누나가 계속 째려…. 눈을 가늘게 뜨는 저거, 노려보는 거 맞지? 계속 노려보고 있어서 곤혹스러운 기분이 되어가는 데 타이밍 좋게 화연이한테 문자가 왔다.
[제목을 입력하세요.]
[서하, 지금 바로 기밀 무기고로 와주겠나.]
기밀 무기고? 누호디의 창을 보관해둔 곳?
“나 잠시 화연이 좀 보고 올게.”
“무슨 일 있나요?”
“글쎄? 화연이가 잠시 와달라는데. 아무튼, 다녀올게.”
누나는 내가 공간 도약으로 자리를 피할 때까지 계속해서 노려보고 있었다. 진짜 왜 저러는지 모르겠네….
기밀 무기고는 그랑 블루의 4개 동 중 가장 오른쪽에 서 있는 사업지원 2동에 있었는데 그곳에는 팔지 못할 무기들을 보관해두기 위해 한 층을 비우고 그곳에 온갖 방어 소재로 벽을 만들어놨었다.
지금은 누호디의 창 한 자루만 놓여있지만 앞으로 발굴하지만 처분하기 곤란한 것들은 그곳에 쌓아두거나 나중에 오소은 수석 연구원한테 따로 연구를 맡길 예정인데, 화연이가 거기서 날 왜 부르는지 의아해졌다.
공간 도약을 써서 기밀 무기고 입구에 서 있는 화연이의 뒤로 이동했는데 화연이는 뭘 생각 중인지 내가 온 것도 눈치 못 채고 팔짱을 끼고 가만히 서 있었다.
“…헬로?”
“꺄읏?!”
등 뒤에서 한마디 던졌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일순간 전투 자세를 취하더니, 말을 건 사람이 나인 걸 확인하고는 자세를 풀며 한숨을 푹 쉰다.
“놀랬잖나.”
“흐흐흐. 꺄읏?! 이라니, 귀여웠어.”
“…놀리지 마라.”
화연이는 못 말리는 장난꾸러기를 보는 엄마 같은 표정을 하더니 내 손을 잡고 기밀 무기고 입구에서 인증키를 꽂아넣어서 문을 열고 들어간다.
140평가량의 새하얀 공간의 중심에 홀로 세워져 있는 누호디의 창. 누호디의 창은 우리가 들어오자 웅웅거리면서 창대를 울리기 시작했다.
푸릉? 푸르릉?
누호디의 창이 우는 소릴 듣더니 내 어깨 위에 올라와 있던 암흑이가 몸을 출렁거리더니 뛰어내려서 누호디의 창으로 가까이 굴러간다.
우우웅…. 우웅웅.
푸릉! 출렁출렁. 푸릉.
우우웅!
추릉? 푸르릉!
우웅….
“…지금 저 둘이 대화하는 걸로 보이지?”
“그래. 암흑이 누호디의 창과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면 히아리드도 누호디의 창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게 아닐까.”
어쩐지 신나 보이는 암흑이와 창대를 떨고 있는 누호디의 창을 보고 있으니 잘하면 누호디를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누호디의 창은 그녀의 기억을 엿볼 때 알 수 있었던 거지만 굉장히 튼튼한 데다 십자 창날도 예기가 장난이 아니다. 거기다 그토록 오랜 시간 물속에 잠겨 있었는데도 상한 부분이 한 군데도 없는 게 단순히 봐도 유니크 급 무기다.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좋은 점이야 셀 수도 없이 많겠지.
“대화가 통한다면 누호디를 달래고 원하는 걸 들어줘서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서 보자고 한 이유가 뭐야?”
“음. 그 이유 대로다.”
”그 이유…. 누호디의 창을 쓰고 싶어서라고?”
화연이는 허리에 손을 올리더니 암흑이와 누호디의 창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너도 알겠지만, 고위 클래스의 신체 강화자들은 어지간해서는 무기를 쓰지 않는다. 웬만큼 강해서는 사용자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거나 부서져서 못쓰게 되기 때문이지.”
몰랐다…. 그걸 내색하지 않고 진지한 얼굴을 가장하면서 화연이한테 물었다.
“그래서 오랜 시간 물속에 있었는데도 새것처럼 반짝이는 누호디의 창이라면 쓸 수 있겠다. 싶은거야?”
“그래. 거기다 저 범상치 않은 날카로움을 품은 창날은 내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그래서 네 도움을 받아 누호디의 창을 쓰고 싶어서 부른 거였다.”
추릉푸릉거리고 웅웅거리면서 대화를 나누는 둘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한번 해보자. 그러려면 먼저 히아리드를 데려와야겠네.”
“부탁한다.”
”암흑! 일루와.”
푸릉!
누호디의 창과 대화하던 암흑이를 부르니 데굴데굴 굴러서 내 발치로 다가왔다. 되돌아온 암흑이를 집어 들고 물었다.
“지금 누호디의 창하고 대화한 거 맞지?”
푸릉!
촉수 두 가닥을 몸통에서 뽑아내더니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이는 암흑이. 정말 누호디의 창하고 이야기를 나눴나 보다.
누호디의 창에 가까이 다가가니 창대가 웅웅하고 떨리기 시작한다. 손을 뻗어 창대를 한번 쓰다듬고서 화연이를 데리고 무기고 밖으로 나섰다.
”히아리드 데려올 테니 들어가지 말고 여기서 기다려.”
”알았다.”
고개를 끄덕이는 화연이를 보고 바로 공간 이동을 연속으로 펼쳐 의한 대학교 부속 연구실의 지하에서 언어 패턴과 위상력의 이동을 체크 중인 히아리드의 곁으로 이동했다.
“으앗! 회, 회장님.”
알티나의 1년 후배라는 남자는 갑자기 히아리드 옆에서 나타난 날 보고 화들짝 놀라면서 자빠진다. 주변을 둘러보지만 알티나는 보이지 않는다.
어디 간 거지?
“알티나 씨는 안 보이네요?”
“아, 네. 연구 자료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강동구의 임시 능력자 연합으로 가셨습니다.”
“그런가요? 지금 바로 히아리드를 데려갔으면 하는데 괜찮나요?”
연구실 가운을 입은 남자는 옷을 툭툭 털면서 일어나더니 내 어깨 위에 올려진 암흑이를 발견하더만 눈을 떼지 못하면서 내 질문에 대답한다.
“아…. 회장님께서 필요하셔서 데려가셔야 하시면 당연히 보내드려야지요.”
남자의 명찰을 보니 선임 연구원 맥 해밀튼이라고 적혀있었다. 알티나가 없을 때 그가 연구실의 책임자인 거 같다.
맥 해밀튼은 짝짝 박수를 치더니 연구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서 말했다.
“자자, 들었지요? 회장님께서 히아리드 양을 데려가야 하신다니 오늘은 정리하도록 하죠.”
바로 두 명의 여성 연구원이 히아리드에게 달라붙어서 몸에 붙어있는 전극과 위상력 체커를 해제한다. 그러면서도 내 어깨 위에서 찰랑거리는 암흑이에게 연신 시선을 보내는 걸 보니 역시 이형 생물학 박사들이라 암흑이한테 무진장 호기심을 보내는 거 같다.
나중에 알티나가 있을 때 암흑이를 데려오면 연구해달라고 조를지도 모르겠네. 그때 내 어깨 위에 있던 암흑이가 몸을 푸릉거린다.
푸릉푸릉!
=괜찮습니다.=
푸릉?
=단지 의사소통의 실험뿐입니다.=
히아리드의 몸에 붙어있던 전극과 선이 무언가 해로운 건 아닌가 싶었나 보다. 히아리드는 살짝 웃더니 고개를 살며시 저으면서 말하는데 내 옆에 있던 맥 해밀튼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히아리드를 보며 묻는다.
“어, 어어어. 지, 지금 다크매터 슬라임과 대화를…. 나누신겁니까?”
=그렇습니다만.=
뉴턴이 땅에 떨어진 사과를 봤을 때도 지금 저 사람이랑 비슷한 얼굴이었을까? 맥 해밀튼은 히아리드의 대답에 표정이 바뀌면서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그렇군요. 감성 지능과 관계성향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다원형, 합의형, 보호형, 방임형과 감정 인식에 따른 감정 이입과 감정조절에 감성적인 지능 역시…. 독립적과 동정적, 다원형과….”
무슨 소리지?
혼자만의 세계에 들어가서 중얼거리는 맥 헤밀튼을 멀뚱히 보다가 다른 연구원들을 보니 "해밀튼 선배님은 종종 저럽니다." 라며 가만히 두면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이야기해주더니 설비를 정리하고 손질하기 시작한다.
…뭔가 깨달음을 얻는 거 같으니 다음에 올 때 연구에 진척이 있으려나? 아무튼, 화연이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얼른 되돌아가야겠다.
넋 놓고 중얼거리는 그는 신경 끄고 히아리드의 허리를 안은 뒤 다시 공간 도약을 펼쳐 기밀 무기고로 돌아오니 화연이가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날 돌아본다.
“왔나.”
“응.”
다시 무기고 안으로 들어가니 히아리드가 웅웅거리면서 떨기 시작하는 창에 시선을 주더니 약간 흥미를 보인다. 일단 서로 소개를 시켜줄까. 히아리드에게 누호디의 창을 가르키면서 말했다.
”저 창에는 여자의 혼이 깃들어있는데 누호디라고 해. 그리고 여기 날개 달린 녀석은 히아리드, 여기 슬라임은 암흑이.”
웅웅웅.
=반갑습니다. 누호디.=
창대가 먼저 울리니 뒤이어 히아리드가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가더니 살짝 고개를 숙인다.
“누호디의 창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거지?”
=그렇습니다.=
“좋아. 이번에도 옆에서 누호디가 하는 말을 통역해줘.”
=그렇게 하겠습니다.=
단답형으로 질문에만 대답하는 히아리드를 보며 고개를 살짝 젓고는 손을 뻗어 누호디의 창을 집어 들었다.
“오랜만이야, 누호디. 3달 동안 잘 지냈어?”
우우우웅….
창대를 살살 쓰다듬으며 말하니 뭔가 새색시처럼 부끄러운듯한 느낌으로 창대가 울린다. 히아리드는 창을 빤히 바라보더니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연다.
=별로 좋지 않았으며, 이런 백색에 밀폐된 공간은 싫다고 합니다.=
히아리드가 통역을 시작해주니 화연이는 내 옆에서 호기심이 가득 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경청했다.
“싫어? 네가 있던 지하실 같아서?”
우웅.
=그렇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지만 네가 다른 사람들의 정신을 조종해서 파괴 활동을 벌일까 봐 넓고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둘 수 없어.”
우우웅! 우웅웅….
=…하늘님.=
“어?”
히아리드는 누호디가 창대를 떨며 웅웅거리는데 통역을 해주지 않고 머뭇거리더니 날 부른다.
=창에 깃든 영혼은 암흑과 같이 정확한 단어로 이야기를 해오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의념을 보내는 방식이라 정확한 대화를 전해드릴 수 없습니다.=
“정확하지 않다면 어느 정도인데?”
=대략적인 뜻을 아는 정도입니다.=
음. 이형종이나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라서 그런가? 그래도 무생물에 깃들어있는 영혼의 의사를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라니, 대단한 거잖아.
“알았어. 괜찮으니 알아들은 그대로 이야기해줘.”
=네, 누호디는 그때 자신은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있습니다.=
히아리드의 통역을 듣더니 화연이가 옆에서 침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제정신이 아니었다면 앞으로도 그렇게 이성을 잃고 폭주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우우웅…. 우우우우….
어쩐지 서글프게 느껴지는 창대의 울림을 들으면서 히아리드를 바라보니, 히아리드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잠시동안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하르네피오스에 맹세하건대 앞으로 정신을 잃는 일은 없을 거라 합니다. 하르네피오스는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음. 누호디가 믿는 신 같은 존재의 이름이려나.
”그 맹세를 우리가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 우린 하르네피오스가 뭔지도 모르니까…. 어쨌든 얼마나 오랫동안 그곳에 갇혀있었는지는 기억나?”
웅우우웅.
=그저 오랜 시간만 흘렀다는 것을 기억할 뿐이라고 합니다.=
곤란한데. 화연이 말대로 한번 이성을 잃었다면 두 번도, 세 번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니까 이런 위험한 무기를 화연이한테 들려주고 싶진 않아졌다.
내 표정에서 생각을 눈치채기라도 한건지 누호디의 창은 다급한 음색으로 울어댄다.
웅우웅. 우웅우우웅!
=자신이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건 하늘님의 은총 때문이라 합니다. 그리고 한번 정신을 차렸으니 두 번 다시 이성을 잃고 폭주하는 일 따위는 절대 없을 거라고 합니다.=
“내 은총?”
우우웅.
=하늘님께서는 그녀에게 TP를 주입해주셨습니까? 그걸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아, 그런가. 이거 참 만능이신 TP님이시군요. TP를 먹었다고 정신을 차리다니, 그게 말이 되나? 그런데 화연이는 그게 말이 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화연이를 보면서 딱히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으니 누호디는 다시 창을 울리면서 자신의 의사를 피력했다.
=누호디는 자신이 어떤 처지인지 명확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 세계는 자신이 살던 곳이 아니니 이곳의 법도를 따르며 무기로서의 임무를 다 할 테니 이렇게 밀폐된 곳에 두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있습니다.=
“여긴 네가 갇혀있던 곳보다 넓고 밝은 곳이잖아. 나름대로 쾌적하지 않아?”
우우우웅.
=아무것도 없고 홀로 존재하는 이 느낌이 싫다고 합니다. 살아있는 존재의 온기와 따스함과 분주함을 또다시 느껴보고 싶다고 간청합니다.=
흐음…. 저렇게까지 말해도 쉽게 믿음을 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잠시 기다려봐.”
안 되겠다 싶어서 누호디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화연이와 히아리드의 손을 잡고 기밀 무기고 밖으로 나와서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믿을 수 있을 거 같아?”
=누호디의 의식은 맑고 청명했으며 거짓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히아리드의 말을 들은 화연이는 조금 고민하는듯하더니 나와 눈을 마주하며 또렷하고 강하게 대답한다.
“…누호디의 창을 본 뒤로 몇 가지 준비를 했었다.”
”준비?”
“아무 대비도 없이 누호디의 창을 쓸 생각은 없었어. 수몰 폐허에서 누호디의 창을 처음 발견했을 때 그녀는 빈딕티브 고스트를 끌어들여 지배했지. 그걸 생각해보면 그녀는 정신 쪽에 힘을 발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예상했어. 그리고 그 공격을 방어하거나 막기 위해서 연합에 등록된 공용 스킬인 저주 내성을 배우고 지금까지 수련해왔어.”
그런 기술이 있었나?
”그리고 정신 방어는 T resist로 방어가 되니 두 가지 기술을 함께 쓰다 보면 숙련도도 늘고 방어도 되지 않겠나.”
조용히 이야기하는 화연이를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그럼 8월 중순 때부터 준비해왔단 말인데 화연이 성격에 대충 준비했을 리는 없을 테니 돈 주고 배웠다는 정신 방어와 저주 내성은 끊임없이 수련하면서 익혔을 거다.
강해지려는 노력은 나뿐만 아니라 화연이도 하고 있었구나…. 이렇게까지 하는데 나도 도와줘야지.
“알았어. 한번 해보자!”
“그래.”
============================ 작품 후기 ============================
돈내고 헬스장 가봤자 일주일도 못할거 같아서 그냥 푸시업 바하고 몇가지 운동기구를 샀는데 이거 좋네요...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