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295화 (295/517)

00295  이럴 때면 여자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진짜 모르겠다.  =========================================================================

제길. 앞으로 두 번 정도만 더 하면 시내로 들어가 버린다. 그럼 섀도 점프의 특성상 누나는 원하는 곳으로 손쉽게 도망가버릴 거다. 그렇게 되면 더 잡기 힘들어져.

그러니까 잡을 기회는…. 지금!!

섀도 점프를 쓰고 다음 나무 그림자 아래에서 나타난 순간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뛰어들어 누나를 뒤에서 덮쳤다!

“잡았다!”

“꺅?!”

쏜살같이 날아가며 태클하듯이 누나의 허리를 낚아채는 순간 땅에 다리를 박아넣고 밀려나는 힘을 분산시킨다.

그렇게 십수 미터 길이의 기다란 밭고랑을 만들어내며 멈추어섰더니 내 팔에 허리를 단단히 잡힌 누나는 연한 까만색 스타킹을 신은 사슴 같은 두 다리를 바동거리며 두 손으로 내 팔을, 몸을, 머리를 때리면서 외쳤다.

“놔! 놓으란 말야!”

“놓으면 또 도망갈 거잖아! 말도 안 하고 도망까지 치고 뭐하자는 건데!”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팔꿈치로 내 배를 때리고 무릎으로 내 엉덩이를 찍으면서 반항하는 누나를 잡고 짤짤 흔들어버리니 "꺄아~!" 하고 비명을 지른다.

“저, 저거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여자를 저렇게 막 휘두르다니, 저질….”

“둘 다 능력자 같은데 이, 일단 능력자 협회에 신고하죠.”

…그런데 너무 길가에 가까워졌는지 조깅을 하면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누나 허리를 끌어안은 날 보고 수군거리며 휴대폰을 꺼내기 시작한다.

그들 중에 침착한 모습의 용기 있는 시민 한 명이 나서서 내게 조심스레 이야기를 건넸다.

“그, 거기 능력자분. 여자분이 싫어하시지 않습니까. 범죄를 저지르면 능력자 협회 특무부에서 나올지 모릅니다. 그러니 진정하시고….”

“범죄 아니거든요?! 제 누나라고요! 나한테 잘못하고 도망치다가 잡힌 거에요!”

아니, 내가 왜 변명하고 있지?! 그냥 공간 도약으로 도망가면 되는데!

범죄자라는 말에 인상을 찌푸리니 내 말에 긴가민가하는 표정을 지은 남자가 움찔하고 뒤로 물러선다. 에이!

아까 처음 이동했던 산의 공터로 다시 공간도약을 한 다음 누나의 허리를 껴안은 손을 풀었다. 대신 도망가지 못하게 손을 꼭 잡았다. 또 추격전을 하고 싶진 않으니까.

“이게 뭐야. 변태 범죄자 취급까지 받고.”

누나의 손을 꼭 잡고 투덜거리니 내게 풀려난 누나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공간지각으로 얼굴을 살펴보니 울먹울먹한 게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거 같다.

“…왜 울어. 내가 뭘 했다고.”

“놔….”

“이유를 말해주기 전까진 안 놔줄 거야.”

그러자 누나가 고개를 홱 들고 날 보고 꽥하고 소리친다.

“그걸 어떻게 말해 바보야! 죽어도 말 안 할 거야! 그러니까 얼른 좀 놔아!”

눈물이 한가득한 눈동자로 날 째려보면서 내 손에 잡힌 팔을 이리저리 흔들지만 나도 놔줄 생각은 없다.

“대체 뭐 때문에 그러는 건데? 누나가 말하기 싫으면 엄마한테 물어봐도 돼?”

“아, 안돼!”

엄마한테 물어본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면서 내게 잡히지 않은 손으로 내 팔을 잡는다. 마치 엄마한테 가서 물어보지 못하게 막으려는 행동 같다.

하아…. 진짜 답답하네.

울먹울먹하는 얼굴로 날 올려다보던 누나는 내 표정에서 답답함을 느꼈는지 시선을 내려 가만히 땅만 내려다보기 시작한다.

누나는 잠깐동안의 추격전에다 흙바닥에 주저앉아버리는 바람에 하얗고 윤이 반들반들 나는 깔끔한 여성정장이 나뭇잎 쪼가리에 흙도 묻어서 엉망이 돼버린 데다 스타킹의 올도 나가버리고 길고 예쁜 머리카락도 엉망으로 헝클어져 있었다.

…일단 집에 데려가서 씻겨야겠다.

누나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 올리니 깜짝 놀라면서 몸이 굳어버렸지만, 신경 쓰지 않고 집으로 공간 도약을 했다.

테라스에서 누날 내려주고 구두를 벗겨 집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도망가버리지 않게 뒤에서 한마디를 던졌다.

“누나가 도망가면 바로 엄마한테 가서 물어볼 거야.”

도망갈 생각이었는지 내 말이 끝나자마자 움찔하는 모습을 보니 진짜 한숨이 다 나온다.

“그러니까 이렇게 몸을 다 가리는 신상보다 노출도가 높은 게 서하가 더 좋아할…. 어머?”

“시하 님? 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힘없이 거실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가는 누나를 프랑이 빠르게 다가와서 누나의 손을 잡아주더니 옷의 이곳저곳, 특히 엉덩이와 다리가 흙투성이인 걸 보고 당혹해 하면서 나와 누날 번갈아 본다.

“누나 데리고 가서 좀 씻겨줘.”

프랑은 내 이야기에 누날 욕실로 데려가면서 한쪽에 서 있던 최수한에게 입을 열었다.

“수한 씨? 시하 님이 입을 옷 한 벌 챙겨주세요.”

“알겠습니다.”

“시하님 무슨 일 있으셨어요? 서하가 괴롭힌 거에요?”

나 안 괴롭혔는데?!

“…….”

프랑의 이야기에 조용히 고개만 젓는 누나와 프랑이 두 번째 욕실이 붙은 방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다가 영은이의 시선을 느끼고 돌아봤다.

지긋이 바라보는 영은이의 눈빛에 힐난의 기색이 담겨있는 거 같다. 영은이도 내가 누날 괴롭힌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쪼끔 화가 나서 눈썹을 치켜뜨면서 외쳤다.

“안 괴롭혔어!”

“누가 뭐라니?”

…칫. 툴툴거리면서 소파에 와서 앉으니 영은이가 내 곁에 앉아 호기심과 궁금함과 흥미가 가득한 눈빛을 보내기 시작한다. 누나가 갈아입을 옷을 챙겨서 욕실로 향하는 최수한을 보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별일 없었어. 그냥 누나가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길래 뭘 숨기고 있냐고 물어봤을 뿐이야.”

음…. 그 정도면 추궁에 속하려나? 울먹일정도였으니까 괴롭힌 것도 맞는 거 같다.

“저런.”

영은이는 날 따라 어깨를 으쓱하더니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은 채 생각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다리를 까닥거린다.

…마침 미호랑 히아리드도 주상 복합 상가로 내려가 버렸으니까.

여유 넘치고 느긋한 모습에 조금 화가 치밀어서 영은이를 덮쳐서 가느다란 허리를 껴안고 풍만한 가슴을 마구 이지러트리며 으르렁거렸다.

“뭐야. 역시 영은이도 뭔가 아는 거 있지? 그치? 나만 빼고 다 아는 거지?”

“아잉. 그걸 눈치 못 채는 우리 서하가 바보징. 아~ 그나저나 개헌을 해야 하나? 이게 통과되려나 모르겠당.”

“뭐야?! 내가 왜 바보야!”

“남들 다 아는데 혼자만 모르면 그게 바보야.”

큭! 뚫린 예쁜 입이라고 잘도 말하는구만!

색기가 넘치는 모습으로 눈웃음을 치면서 생글생글 웃는 모습을 보니 날 어린애 취급하는 거 같아 살짝 짜증이 나버렸다.

바로 영은이를 덮쳐 그녀가 입고 있는 얇은 티셔츠 아래로 손을 집어넣어 풍요로운 가슴을 내키는 대로 쥐락펴락하기 시작하니 영은이의 앵두 같은 입술에서 달콤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아, 아잉…. 거친 건…. 좋아!”

“…얼른 불어!”

“아흑. 그, 그런 건 직접…. 하앙.”

“이래도 말 안 해?”

“흐윽!”

입으로는 영은이의 귓불을 잘근잘근 물고 왼손은 젖꼭지를 잡아 세게 비튼다.

오른손은 영은이의 얇은 반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터럭 하나 없는 민둥산을 중지로 쓸고 계곡 안으로 침투해 올록바위를 거칠게 찌르고 문대니 당장 죽을 듯이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아하하학. 하으앙.”

검지를 입에 물고 억지로 신음을 참는 영은이의 모습을 내 어깨 위에서 암흑이가 출렁? 뿌릉? 하고 이상한 소릴 내면서 구경한다. 슬라임 주제에 이런 거에 흥미를 보이냐?

왈칵하고 손가락을 적시는 애액을 느끼고 애액에 젖은 검지로는 촉촉하게 젖은 자그만 살덩어리를 자극하고 중지는 요도구를 살살 긁어주니 일자로 쭉 뻗은 매끈한 배가 울렁울렁거리기 시작한다.

“하흑. 하악.”

“정말 말 안 해줄 거야?”

“으흑….”

발개진 얼굴에 가쁜 숨소리만 흘러나오는 걸 확인하고 오른손을 바지 속으로 더욱 깊게 넣어 손바닥으로 음부를 덮었다. 그리고 중지를 동굴 속으로 쑤셔 넣고 뽈록 솟은 영은이의 지스팟을 거칠게 긁어주니 격한 숨소리가 튀어나온다.

“흐아아…읍!”

영은이의 허리가 들썩이고 두 손은 허공을 허우적거리다가 자신의 한쪽 가슴을 틀어쥐고 있는 내 손과 사타구니 깊은 곳에서 노니는 내 손을 잡는다.

절정에 오르려는 거 같아 그 순간 끊임없이 지스팟을 긁고 젖꼭지를 조물거리던 손을 멈췄다.

“흑…? 아아, 안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 갈 거 같지? 말해 주면 짜릿한 오르가슴을 느끼게 해줄게.”

쾌락을 인질로 잡으면서 하는 말에 애타는 표정으로 사랑을 갈구하던 영은이는 무진장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잠깐동안 정말 사느냐 죽느냐 하는 수준의 고민을 하던 영은이는 한숨을 크게 내뱉었다.

“아휴….”

자기 몸 안에 들어와 있는 내 손가락을 세게 한번 조인 영은이는 잔뜩 달아오른 얼굴로 아쉽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내 입에 살짝 키스해준다.

“정~~말 아쉽지만 그건 안 되겠는걸. 너무 아쉬워서 눈물이 다 날 정도야. 하하항?!”

그 순간 올록볼록 솟아있는 지스팟 전체를 손톱을 세워 찌르고 젖꼭지를 잡고 있는 손가락도 세워 꼬집고 비틀면서 영은이의 입술을 세게 빨았다.

쭈르릅.

“~~!”

동시에 지스팟을 공략하는 손가락에 TP를 살짝 뽑아낸 뒤 다시 한 번 지스팟을 콱 찔렀더니 허리가 공중으로 붕 뜨면서 목과 무릎만으로 허리를 지탱한다.

이래도 말 못하면 뭐 어쩔 수 없지.

한동안 그렇게 브릿지를 하던 영은이는 허벅지를 조이며 내 손을 묶어놓더니 풀썩하고 소파 위에서 축 늘어져 버렸다.

“하악. 하악.”

“이제 아쉽지 않지?”

“하앙….”

영은이의 애액에 흠뻑 젖은 손가락을 빼서 그녀의 입에 물려주니 쪽쪽 거리면서 내 손가락을 빨고 핥아준다.

다시 손을 내려 발딱 솟아 딱딱하게 굳어버린 유두를 가지고 놀면서 욕실을 대충 공간 지각해보니 프랑이 풀이 죽은 누나가 씻는 것을 옆에서 도와주고 있었다.

쩝. 진짜 누나한테 직접 듣는 수 뿐인가? 엄마를 통해서 들으면 어쩐지 누나가 평생 나랑 이야기 안 할 거 같은 예감이 드니까….

어떻게 해야 누나 입으로 직접 들을 수 있으려나.

응? 아까부터 내 어깨 위에 올려져 있던 암흑이 몸을 출렁이더니 짜릿한 쾌락에 만족하고 내 몸에 기대서 늘어진 영은이의 가슴 위로 뛰어내렸다.

푸릉? 출렁출렁.

잠시 영은이의 풍만한 가슴 위에서 오르락내리락하던 녀석은 좌우로 몸을 출렁이면서 뭔가를 전하려 한다.

“니가 암만 몸을 출렁거려도 난 못 알아들어.”

출렁…. 출렁?

암흑이는 몸의 일부를 프랑의 손가락만큼이나 가느다란 촉수처럼 뽑아내더니 내가 만지작거리는 영은이의 젖꼭지를 가리키고서는 물음표 모양으로 만든다.

“…얘 왜 이러니?”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영은이는 의아한 눈빛으로 암흑이를 바라보다가 키세스 초콜릿 모양처럼 된 암흑이를 콕콕 찔러본다.

“내가 영은이 가슴을 왜 만지냐고?”

뾰롱!

그러자 촉수를 움직여 O 모양으로 만든다. 나랑 영은이가 하던 행위가 뭔지 궁금했나 보다.

“생식행위의 일종이야. 마음을 주고받은 수컷이랑 암컷이랑 2세를 생산하기 위한 전초전. 이걸 만지면 기분이 좋아지거든.”

일부러 손을 크게 벌려 영은이의 가슴을 움켜쥐니 손가락 사이의 틈으로 살이 살짝 삐져나오며 기분 좋은 감촉이 손바닥 전체에서 느껴진다.

그래, 이 출렁거림이 원조지.

“…….”

내 표현이 너무 노골적이었는지 영은이는 얼굴을 살짝 붉혔는데 영은이의 가슴 위에 올라가 있던 암흑이가 몸에서 촉수 여러 가닥을 뽑아내더니 옷 위로 영은이의 가슴을 이리저리 찔러본다.

“이, 이 아이는 뭐 하는 거람?”

암흑이의 행동에 당황하기도 하고 내 이야기에 멋쩍어졌는지 영은이는 내 손에서 벗어나면서 말했다.

“나도 씻고 올게? 너무 흘렸더니 조금 찝찝한걸.”

영은이가 몸을 일으키니 그녀의 가슴 위에 올라가 있던 암흑이는 데굴데굴 굴러 거실 바닥에 떨어졌다. 그것도 잠시, 뿅 뿅 거리면서 뛰어오르더니 내 손에 자기 몸을 갖다 댄다.

가랑이 사이가 흠뻑 젖은 영은이는 누나가 씻고 있는 욕실을 피해 다른 욕실로 들어간다. 엉덩이가 바지를 먹은 뒷모습을 보고 있었더니 내 손바닥 사이로 기어들어 온 암흑이 짧은 촉수 여러 개를 뽑아내면서 내 손을 꾹꾹 누른다.

“뭐? 만져달라고?”

다시 촉수로 이루어진 O 표시. 뭐 만져달라면 못 만져줄 건 없는데, 두 손에 집어 들고 말랑말랑한 암흑이의 몸을 조물락거리…는…데….

뭐야. 감촉이 점점 달라지는데? 이건 마치….

“감촉이 영은이 가슴 같아!”

출렁!

“영은이 가슴 감촉을 구현한 거야?”

출렁!!

“이야. 대단해. 이런 거까지 가능할 줄은 몰랐는걸. …그래서? 뭐 어쩌라고.”

출렁….

누나의 태도나 내게 비밀이랍시고 말해 주지 않는 영은이 때문에 심기가 사나워져서 불퉁하게 말했더니 액체로 이루어진 몸이 추욱 늘어진다.

순간 슬라임 아가씨의 일상이라는 야망가가 생각났지만 애써 생각을 치워버렸다. 그건 그래도 예쁜 아가씨 외형의 슬라임이었잖아. 이 녀석은 그냥 드래곤 퀘스트에서 나오는 슬라임 같은 놈이라고.

…뭐 그 슬라임보다 조금 더 부정형이긴 하고 눈도 없고 입도 없고 반투명한 검은색이긴 하지만.

어쩐지 풀이 죽은 거 같은 녀석을 툭툭 쓰다듬어주고 내 어깨 위에 다시 올렸다. 그러자 기분이 풀렸는지 금방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다.

참 알기 쉬운 녀석이군.

그럴 생각은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누나도 울려버렸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스키장에 같이 데려가서 1박 2일간 더욱 못살게 굴어봐야겠다.

이대로라면 답답해서 위상 세계에도 못 들어갈 거야. 전~부 저렇게 신경 쓰이게 행동하면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주장하는 누나 잘못이니까!

갑작스럽게 누나의 합류가 결정됐지만, 최수한은 알고 있었다는 듯이 누나한테 필요한 물건들을 빠르게 추가했고 연인들도 누나가 합류하는 걸 반겼다.

정작 합류한 누나는 시무룩한 얼굴로 계속 내 시선을 피하면서 내 기분이 찜찜해지는 것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한고은 일당들은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약속 장소인 그랑 블루 빌딩 앞에 모였다. 시간에 맞춰 리디아도 간단한 옷 가방을 가지고 도착했는데 세쌍둥이들은 데려오지 않고 혼자 나온 걸 보고 조금 신기했다.

녀석들이 도착한 걸 보고 약속 장소로 나갔더니 각자 옷 가방이나 배낭을 메고 있는 녀석들이 날 보고 손을 흔들다가 내 뒤에 따라오는 이들을 보고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화연이는 평소와 다를 거 없이 아이보리색 면바지에 스웨터와 갈색 가죽 재킷을 입고 있었지만, 영은이는 알이 크고 두꺼운 선글라스에 노란색 후드 점퍼의 후드를 덮어쓰고 터틀넥의 목티를 한껏 올려 코 위까지 덮은 차림이었다.

그 뒤로 프랑과 히아리드와 미호가 손에 암흑이를 들고 쫄래쫄래 걸어오고 있었다.

특히 리디아의 상태가 심각했는데, 영은이가 가까이 다가와 선글라스를 들어 올리고 복면처럼 가리고 있던 목티를 내려서 얼굴을 보이니 숨도 못 쉬고 달달 떨기 시작한다.

누가 보면 영은이가 잡아먹기라도 하는 줄 알겠네.

“안녕, 얘들아~ 우리 서하 친구들이라고 그랬지? 앞으로도 우리 서하를 많이 도와주렴?”

“네, 넷!”

“네!” “그러겠습니다!”

대답한 건 한고은과 김창현, 강주찬 셋 뿐. 나머진 입도 뻥긋 못하고 뻣뻣하게 굳었다. 이 녀석들은 뭐 영은이를 보고 긴장할 이유가 있지만, 리디아는 왜 이렇게 영은이를 무서워하지?

달달 떠는 리디아를 보고 영은이를 돌아보니 자기도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한다.

아무튼, 대인 원이 돼서 어떻게 이동하려나 했는데 먼저 집을 나섰던 최수한이 20인승 고급 관광버스를 몰고 왔다. 그랑 블루 디자인 차량이 아닌 걸 보면 미리 사놓은 건가 보다.

그렇게 누나가 프랑이랑 화연이와 함께 먼저 들어가고 그 뒤를 따라 아이들이 자기 짐가방을 들고 우르르 올라탄다.

미호와 히아리드도 올라타고 마지막으로 나랑 영은이가 관광버스에 오르니 문이 닫히면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비오는날 나무 지붕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 그렇게나 좋다던데.... 직접 한번 들어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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