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93 다크매터 슬라임. =========================================================================
----------★
“씨, 씨바아알! 저 좆같은 기름 덩어린 뭐야!!! 이 새끼들아! 뭐해?! 죽여! 죽여버리라고!!!”
저 머리에 털 달린 생명체는 다른 멍청한 이형종 들과는 다르게 명확한 의사를 목소리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허여멀건 얼굴은 빨갛게 변하고 앞다리를 휘두르며 소릴 지르니 남아있던 이형종 들도 두려움을 모른 채 저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신기했던 건 그 털 달린 생명체의 명령에 먹이에 불과한 것들이 저에게 덤벼들었다는 거였습니다. 평소에는 저만 보면 도망가기 바빴던 것들인데 말이에요.
그 털 달린 생명체는 위상력은 그럭저럭 제1/4가량 되는듯하지만 위협이라고는 말라깽이만도 못하고 맛도 없어 보여 무시하고 저에게 달려드는 이형종들에게 신경을 쏟았지요.
털 달린 생명체는…. 몇 마리였더라? 40마리 정도 됐던 거 같은데 전부 한 입 거리여서 잘 모르겠습니다.
아, 이름이 하철수였습니까?
오래간만에 무척이나 배가 불러와서 하철수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하철수는 못생긴 얼굴로 절 바라보면서 돌멩이며 나뭇가지 등을 저에게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넌 내꺼다. 내꺼야! 넌 낶…. 끄으. 꺼륵…!”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하철수의 못생긴 얼굴을 보는 순간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이 격렬하게 제 몸을 휘감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 순간부터 하철수만 강하게 생각하는 감정을 가져버렸습니다.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감정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말도 안 되는 감정이었지만 그때에는 그 감정을 의심하지 못했었습니다.
네? 하철수가 이상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냐는 말입니까?
보여주었습니다. 그건 제가 이상한 감정을 품은 직후부터였지요.
“그아어르륵….”
그 인간에게 저로서는 이해 못 할 감정을 품어버린 그 순간 하철수는 머리에 달린 털을 움켜쥐고 사지를 비틀며 괴성을 흘리더니 눈을 까뒤집고 무너져버렸습니다.
고기 하나 뜯어먹지 못할 주둥이에서는 하얀 거품 같은 게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눈도 충혈되며 사방팔방으로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지요.
저는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그 모습을 계속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해가 한번, 두 번, 세 번 떠오르고 질 동안 꿈쩍도 안 하던 하철수는 세 번째 해가 하늘의 중앙에 솟아오를 때가 되어서야 흐느적거리면서 두 다리로 일어섰습니다.
“갈…거야. 집으로, 갈…거다. 집. 집? 집?? 집! 집…. 정…서하? 이혜령!! 이 개…썅년들!!! 썅…년. 여자. 여자아아.”
하철수는 걸어 다니는 썩은 고기들처럼 흐느적거리며 이리저리 걸음을 옮겼는데, 시도 때도 없이 이상한 말을 꺼냈었습니다.
“박고 싶다. 여자가, 여자가 필요해!! 여자? 이…혜령! 이 걸레 년….”
“집에 가고 싶어…. 현실로 돌아가고 싶어! 현, 현실. 정…서하…!! 이 씨부랄 새끼….”
“돌아갈 거야. 현실. 현실로, 귀환. 귀환? 귀…환…. 포인트? 어딨지?”
“정서하 개 같은 놈…. 개새끼 씹새끼 소새끼 말새끼 벌레새끼….”
“뭐? 뭐야!! 씨발 닥쳐!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조용히 못 해?! 닥쳐! 닥치라고!! 끄아아아아앍!!”
“집, 집이 어디지. 집에 가고 싶어. 집…. 가려면 귀환 포인트. 귀환 포인트를 찾아야 해!”
하철수의 뒤를 따르며 하철수를 죽이려 덮치는 이형종 들을 잡아 죽이고 죽이고 죽이다가, 간혹 발작을 일으키는 하철수를 옆에서 지키고, 발작이 멈추면 걸음을 옮기는 하철수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마시지 않으며 걸음만 옮겼습니다.
이대로 계속 가면 하철수가 죽을 거 같아 어쩌면 좋을까 고민하다 그의 몸을 뒤덮었습니다.
이러면 하철수가 받을 공격을 제가 대신 받고, 촉수를 뻗어 고기를, 물을 하철수의 입에 넣어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철수의 위상력과 몸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이형종 들을 끊임없이 끌어들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걸 막을 수단도 필요했지요.
그렇게 하니 이형종의 공격 횟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공격을 하더라도 제가 그를 감싸고 있었기에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고 멀쩡히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네? 주변이 어떤 모습이었냐는 말씀입니까?
물이 많았습니다. 물 반 땅 반이었지요. 이형종이요? 어떻게 생겼냐면…. 아, 그렇게 생겼습니다. 거북이? 거북이. 도마뱀. 악어. 카멜레온. 개구리. 뱀.
파충류라고 하는군요. 맞습니다. 주변에는 그렇게 생긴 것들밖에 없었어요.
…?
계속 설명하겠습니다. 그렇게 제가 하철수를 보호하기 시작했더니 하철수는 눈에 보이는 이형종이라는 이형종은 전부 복종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너, 내 부하가 돼라! 너도! 너도!! 너도오오!!!”
“병신 줘까튼 정서하 개새끼. 씨발놈. 죽여버릴 거다. 죽여버릴 거야! 이혜령도! 아버지도! 잘게 쪼개고 내장을 토막 치고 멱을 따고 개밥으로 줘버릴 테다. 그 새끼 가족들도 모두 잡아서 가랑이를 찢어버리고 내장을 뽑아내고 눈알을 찌르고 주둥이를 잡아뽑고 혓바닥을 자르고 가슴을 찢고 팔다리를 부러트리고 뭉개고 짓이기고 파내고 키히히힉, 흐케헤헥/”
“크크흐흐흐그긐케켘,”
“으어어어어….”
“집…. 집으로 갈 거야. 귀환 포인트야아아아. 어디있냐아아아아. 당장 튀어나오지 못할래애애애.”
“배고파. 밥. 밥 줘. 밥. 밥! 밥!!!”
“머어리가 아파아아으아아. 흐어어어엉 으아아아아어어으어.”
하철수의 상태는 굴복시킨 이형종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이성이 없는 최하위 이형종과도 같은 모습을 보이며 죽을 듯이 숨이 넘어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러다간 하철수가 죽을 거 같아 새로운 이형종을 굴복시킬 때마다 무리 중에 가장 약한 놈들을 잡아 죽여서 하철수에게 먹이고 저도 먹으며 일정 숫자를 유지했습니다.
그렇게 하늘이 밝아졌다가 어두워지길 30번을 반복했을 무렵 근방에 살고 있던 그 오부토무소 그 녀석을 만나버렸습니다.
오부토무소가 누구냐고요? 그 녀석이요. 저와 함께 나왔던 덩치 큰 커다란 놈. 그곳에서는 저랑 그 녀석이 가장 강했거든요.
물론 제가 더 강했습니다. 일단 붙으면 제가 이길 수 있거든요! 근데 그 겁쟁이 거북이 놈은 저만 보면 멀리 도망가버려서 싸울 수가 없었어요!
아, 그랜드 터틀이라고 부르나요?
근방에 저와 비슷한 위상력을 가진 존재는 그랜드 터틀과 그 외에 세 놈이 더 있었지만 세 놈은 제가 무서워 물속에서 나오지 않고 한 놈은 땅속에서 나오지 않는 녀석이었어요.
그렇다고 그랜드 터틀도 놈이 먼저 공격해오지 않는 이상에야 제가 어찌할 방도가 없기에 서로 무시하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그랜드 터틀도 저만 보면 무시하고 다른 데로 가버렸고 저도 마찬가지로 무시하며 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런데 하철수는 그랜드 터틀을 보자마자 끌고 다니던 이형종들에게 명령을 내려 그랜드 터틀에게 공격시켜버렸습니다.
“커. 커? 커!! 죽여! 다 죽여어어어!!!”
녀석은 선공을 하지 않는다뿐이지 성격이 좋은 녀석이 아니었기에 당장 달려드는 이형종 들을 발로 밟아 뭉개버리며 하철수를 공격하려 하길래 저도 몸을 크게 펼치며 하철수를 막아섰습니다.
그러자 그랜드 터틀은 하철수보다 저에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지만, 저도 좀 잘 나가는 몸이었지요. 그랜드 터틀따위야 달라붙으면 제 한 끼 식사 거리도 못 되는 녀석이었으니까요!
놈의 공격을 몸으로 받아 몸을 튕겨 올리며 녀석의 등껍질에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네? 하철수요? 으음~ 그때는 솔직히 하철수를 깜빡하고 있었어요. 오랜 시간 바라던 그랜드 터틀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왔었거든요.
결국은 그 녀석의 등껍질 사이를 분해해서 들어가며 그랜드 터틀의 쫄깃쫄깃한 내장을 맛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랜드 터틀이 주저앉으며 저에게 말하는 거였습니다.
【그만하지.】
그 소리에 본능적으로 깨달았습니다. 이 녀석도 저처럼 하철수에게 설명이 안 되는 감정을 가지게 되어버렸다는 것을요. 그리고 하철수의 상태가 더욱 심각해졌다는 것을요.
살아남은 이형종 30마리에게 명령을 내려 하철수를 둘러싸게 해놓고 그랜드 터틀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머리에 털 난 생명체는 왜 이러는가.】
【나도 몰라. 나나 너처럼 이 녀석을 좋아하게 되어버린 것들이 많아지니까 저런 상태가 되는 거 같아.】
【…이성도, 이지도 남지 않은 시체 같은 모습이로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랜드 터틀은 제가 파먹었던 부분이 아픈지 되도록 움직임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만, 상태는 하철수가 더 심했지요.
머리에 지렁이가 기어 다니는 것 처럼 불룩불룩 솟아오르고 얼룩덜룩해지고 두 눈이 잘 숨는 녀석의 눈알처럼 따로따로 뒤룩거리고 이상한 얼굴이 더욱 못생겨진 하철수를 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졌었습니다.
하철수는 걷기는 물론이고 움직이지조차 못하며 그저 숨만 쉬고 때때로 비명 같은 정서하, 이혜령, 아버지라는 단어를 증오를 담아 부를 뿐이었습니다.
【아, 맞다. 이 털 달린 생명체가 종종 하던 말이 있었어.】
【뭐라고 하던가.】
【집, 집에 가고 싶어 했었어. 귀환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던데?】
【귀환 포인트라니…. 그게 무엇인가.】
【난들 알아?】
못 움직이는, 움직이지 않는 하철수를 감싸고 제가 하철수를 직접 움직여가면서 근방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은 익숙하지 않아서 몇 번 나동그라지고 그랬지만 익숙해지니 길쭉한 몸통으로 균형을 잡고 길쭉한 다리 같은걸 번갈아 움직이니 걷기가 가능해졌지요.
그렇게 돌아다니며 이형종을 죽여서 고기를 입에 넣어주고 똥오줌을 싸는걸 분해시켜가며 그랜드 터틀과 한참을 돌아다녔습니다.
“아버지이이이이!! 정서하아아아아아!!!!”
【또 이러는군.】
【귀아파. 아 참, 난 귀가 없지?】
【생각해보았는데, 오래전 이 머리에 털 달린 생명체와 비슷한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랜드 터틀은 다시 자리에 주저앉더니 고개를 쭈욱 올려 주위를 천천히 살펴봤습니다.
【어~?】
“집…. 귀환…..”
【머리 이외의 부분은 달랐지만, 아니 정확하게는 머리의 형태도 약간은 달랐지만 같은 종이 아닐까 싶은 것들이었다.】
【그래서그래서?】
【날 공격하기에 일단은 대부분 죽여버렸지만 도망가는 것들은 그냥 놓아주었지.】
【저런~ 공격해온 것들은 다 잡아먹어 버려야지 왜 놔줘?】
【끝까지 들어봐라.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그것들은 벽으로 가로막힌 어느 곳을 향해 뛰어갔었다. 그리고 한 마리가 ^*에 닿는 순간 다른 것들도 가장 먼저 도착한 한마리에게 달라붙었고 그 직후 지워지듯이 사라졌다.】
【흐음~?】
【사라진 그것. 그것이 이 머리에 털 달린 생명체가 말하는 집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싶군.】
【오우. 그럴듯한데? 제법이야, 오부토무소.】
【그것을 찾아보지.】
^*가 뭐냐는 말씀이신가요. 위상력이 한 곳에서 이상하게 꼬이고 엉킨 부분을 말합니다.
오부토무소와 제가 있고 29마리의 이형종과 함께 움직이니 더 이상 이형종에게 공격받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덕분에 수월하게 ^*의 수색을 해나갈 수 있었고 며칠 뒤 위상력이 이상하게 뭉쳐져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었지요.
【이거야?】
【이거다.】
그때 봤던 그것은 저도 이리저리 홀로 굴러다닐 때 몇 번 느꼈던 적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흥미 없어 신경을 안 썼었지요!
【자, 그럼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글쎄.】
【글쎄라니! 네가 생각해냈으니까 네가 책임져야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얼른 생각해 내봐!】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런 도움 안 되는 덩어리 같으니! 맛있는 걸 빼면 도움이 안 돼!】
【…네 녀석이 먹어버린 부분이 아파서 머리를 쓰기 힘이 든다. 이해해라.】
그 귀환 포인트의 작동은 정말 우연이었지요. 귀환 포인트의 작동법을 찾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던 중, 귀환 포인트를 중심에 두고 모두 한곳에 모여서 쉬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하철수가 무언가를 먹을 때가 되었지만, 사냥을 하러 나가기도 귀찮아져 오부토무소에게 한번 밟혔다가 겨우 살아남아 비르적 거리던 녀석을 죽였습니다. 저도 배가 고팠거든요.
녀석을 죽이고 살점을 뜯어 하철수의 입에 넣어주기 시작할 무렵 언제나처럼 위상력이 퍼져 나왔는데, 그 순간 귀환 포인트가 새하얗게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군, ^*니까 ^*가 모여야 발동되는 거였어.】
당시에는 뭔지 모를 현상이라 긴장하면서 이형종 들을 한군데 모았습니다. 그리고 환한 빛이 사라졌을 무렵, 주변 풍경이 완전히 바뀌었지요.
바뀐 순간, 하철수가 비명을 지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집, 집. 집! 집! 집! 다 죽여어어어!!!”
갑작스레 바뀐 풍경. 하철수의 적나라한 적의, 명령을 받은 이형종 들은 바로 주변의 네모나고 투명한 게 잔뜩 달린 데다 알록달록한 무언가를 부수기 시작했습니다. 그 속에 살아있는 것들이 잔뜩 있었다는 걸 느꼈겠지요.
그랜드 터틀은 하철수의 명령에 고개를 쭉 늘리더니, 지놈과 비슷한 높이의 무언가를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거슬리는 것들이 이 안에 많이 있다.】
【거슬리는 게 뭐야? 아, 이것들이야? 와와 막 ^*를 먹어치운다!】
【그래서 거슬리지. ^&*를 먹어 치우는 것들.】
오부토무소도 하철수가 바라는 것이라 생각하고 거슬리는 것이 가득하고 또 자기 키와 비슷한 길쭉한 것을 몸으로 밀어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날쌘 길쭉하고 잘 숨는 녀석의 도움을 받아 하철수를 오부토무소의 등껍질 가장 위쪽으로 올렸구요.
【…특히나 위협적인 무엇인가가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위협적…. 와아. 다른 거슬리는 것보다 더더더많이 거슬리네! 앗, 사라졌다? 나타났다!】
【조심해라!】
꾸우우우!!
브오옹!! 쿠구구구구….
오부토무소는 저도 처음 보는 공격을 입에서 쏘아내 특히나 위협적이고 더더더많이 거슬리는 무엇인가, 그러니까 주인님을 공격한 거였습니다.
그 이후에는 주인님이 보신 것과 같았습니다.
----------★
============================ 작품 후기 ============================
제 음흉한 욕망을 대리충족 시켜줄 MC에 관해 찾다 보니 우연히 제시카 존스라는 미국드라마를 발견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마블 시리즈를 드라마화해서 방영하는 거였는데 그중에 메인 빌런(악당)으로 MC 능력자가 등장하더군요.
...자세한건 네타가 되니 그만하겠습니다. 아무튼, 요게 편당 거의 1시간짜린데 13편이나 되는 거라 요즘 이거 보느라 글 쓸 시간이 ㅡ_ㅡ;;;
암튼 느므느므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