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291화 (291/517)

00291  다크매터 슬라임.  =========================================================================

프랑도 뒤에서 옷이 찢어지는 소리에 돌아보더니 히아리드가 여자 한 명을 전라로 만들어버리는 모양에 깜짝 놀랐다가 황급히 히아리드를 말린다.

“히아리드! 그만하세요! 뭘 하는 거에요?!”

오…. 시야 분석 능력자인데도 몸매가 발군인데? 가슴도 탱글탱글한데 색소가 진한 인종 특성인지 젖꼭지의 색이 좀 거무튀튀한 게 아쉽다.

이크.

프랑이 매서운 눈으로 날 흘겨보길래 잽싸게 고개를 돌렸다.

=이 암컷의 옷은 평범한 재질이 아닙니다. 벗으려 하지 않길래 무장해제를 시켰습니다.=

여자 능력자는 히아리드의 행동에 겁을 먹은 것인지 몸도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뻣뻣하게 굳어있었는데 덕분에 좋은 구경을…. 어? 평범한 옷이 아니야?

“아, 이거 부산물로 만든 방어구다.”

찢어진 옷조각을 들어서 만져보니 평범한 옷이랑 감촉이 다르다. 속옷도 뭔가 단단하면서도 고무 같은 걸 만지는 느낌인 게, 그냥 속옷이 아니었다.

여자 능력자는 뭔가 억울한 표정으로 인도어? 같은 언어로 막 쏼라쏼라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이야기를 듣길 원하면 한국어로 하란 말이야.

허벅지를 붙이고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린 여자는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어? 그러고 보니 히아리드는 아무 지식 없이 한글을 알아들었으니 저 여자가 하는 말도 알아들을 수 있을 거 아냐?

“히아리드, 혹시 이 여자가 하는 말 알아들을 수 있어?”

=네. 우리는 그저 다크매터 슬라임을 확인하기 위해 왔을 뿐인데 이런 행위는 과한 처사입니다.'라고 합니다.=

히아리드의 이야기가 나오니 발가벗겨진 여자는 흠칫하고 놀란다. 역시 전천후 통역 능력이군. 그나저나 과하다고?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하고 있네. 과한 처사로 항의 하고 싶으면 정당하게 정부를 통해서 조사 요청을 하고 들어올 것이지 몰래 와서 염탐하는 주제에 뭐? 과해? 진짜 과한 게 뭔지 보여줘?”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입을 열고, 내 이야기를 히아리드가 전해주니 그럭저럭 예쁘장하게 생기고 섹시 다이너마이트 같은 몸매의 여자는 사색이 된 표정으로 주춤주춤 물러나기 시작한다.

그때 구릉지 아래에서 승합차 몇 대가 몰려온다. 차 안에 능력자들이 있는 걸 보면 영은이가 보낸 요원들이겠지.

긴장감에 침도 못삼키고 굳어있던 염탐꾼들은 오히려 우리나라 국가 요원들이 오니 살았다는 표정을 지어버린다.

특히 발가벗겨진 여자 능력자는 죽다 살아났다는 표정으로 여자 요원한테 달라붙어서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한다.

빠르게 달려온 우리나라 요원들이 염탐꾼들을 모조리 포박해서 끌고 가는데 나랑 멀어지니까 안도한 표정을 짓는 놈들도 있고 어딘가 모르게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이는 놈들도 있었다.

자기 나라 배경을 믿는 것인지 뭔지 그 모습을 보다보니…. 배알이 뒤틀리는데~?

심보 고약한 내가 저런 모습까지 봤는데 그냥 보내줄 수야 없지.

“히아리드, 저놈들에게 이렇게 말해. 너희들이 멀쩡한 모습으로 고국의 땅을 밟으면 내가 직접 찾아가서 척추뼈 한마디를 지워주겠다. 라고.”

=당신들이 멀쩡한 모습으로 고국의 땅을 밟으면 내가 직접 찾아가서 쳑추 뼈 한 마디를 지워버리겠다.=

염탐꾼 연놈들은 히아리드의 이야기에 안색이 다시 창백해지면서 날 돌아본다. 이제야 끌려가는 놈들다운 표정이 됐네.

공간 지각을 돌려 다시 한 번 공간의 벽을 살펴보는 것들이 있나 찾아보고 깨끗해진 것을 확인한 뒤 공간의 벽을 매스 실린더처럼 만들어 다크매터 슬라임을 땅으로 이동시켰다.

이제 정신 조작을 연습해봐야지.

철퍽하고 떨어져 내린 검은색 반투명한 슬라임은 꾸물꾸물거리면서 동그란 대나무 통 모양이 된 공간의 벽을 뚫고 나오려고 애쓰지만, 힘을 쓸 때마다 뒤로 밀려나며 부정형 몸체를 출렁거린다.

사실 힘을 쓴다고 표현하기도 애매한 게, 아기가 손바닥을 들어서 바닥을 탁탁 치는 정도밖에 안 된다. 이 녀석은 정말 반격에 특화된 녀석이구만.

혹시나 진짜 만약의 경우에 이놈이 우연으로라도 빠져나올까 봐 슬라임을 중심으로 1m짜리 구체를 두 겹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긴장된 표정의 프랑과 무표정의 히아리드를 갤러리로 위상력을 클라인의 병 형태로 만들었다.

“…….”

정신 조작 능력자는 목표가 다른 정신 조작 능력자에게 정신 조작을 당했는지 안 당했는지 알 수 있다고 하던데 나는 모르겠다.

동그란 푸딩 마냥 가만히 있는 녀석을 봐도 이 녀석이 정신 조작에 당했는지 안 당했는지 알 수가 없다. 설마 다른 정신 조작 능력자가 정신 조작을 걸었던 녀석에게 뒤덮어 씌우거나 정신 조작을 해제시키지 못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정신 조작 능력자의 특징이라는 보고서를 봐서는 그런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지만, 불안감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우선 눈을 감고 계획한 대로 사랑2 기쁨3 즐거움5 비율의 충성심을 뽑아올려 눈에 담는다.

후우. 긴장되는 마음을 마나 시브를 돌려 다스리며 눈을 떠서 공간의 벽 너머에 있는 다크매터 슬라임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그런데 이놈, 눈이 어디야? 당황해서 다크매터 슬라임의 몸체 이곳저곳을 살펴봤는데 신체 기관이랄까 내장 같은 거나 슬라임이라면 가지고 있다던 핵 같은 것도 안 보인다.

뭐야. 하철수 그 자식은 어떻게 이놈한테 정신 조작을 걸었던 거지? 정신 조작을 걸었던 건 확실한데 어떻게 한 거야?

“끄응.”

“안되나요?”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셨더니 나보다 더 긴장하고 있던 프랑이 날 돌아보더니 내 표정을 보고 안타까워한다. 아직 눈에 정신 조작이 담겨있으니 프랑을 보면 안 돼.

“응. 아무래도 야매로 배운 능력이라 그런지 몇 가지가 아쉬운, 흐엇?!”

말하면서도 다크매터 슬라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는데 중간에 머리를 꽉 조이는 느낌과 함께 검은색 반투명한 다크매터 슬라임의 몸체가 한순간 회백색으로 물들더니 원래의 검은색 반투명한 모습으로 돌아와 버렸다. 동시에 막대한 양의 TP가 쭈우욱 하고 빠져나간다!

1,422만 TP, 내 전체 TP의 75%가 한순간에 훌러덩 하고 사라져버렸다….

“방, 방금 뭐였어요?”

“어? 그거, 방금 그게 정신 조작에 걸릴 때의 효관데….”

뭐야. 정신 조작에 걸린 거야? 근데 왜 절반이 아니라 이놈의 위상력의 100%가 빠져나간 거지? 혹시 해제와 정신 조작이 동시에 들어간 거야?

일단 하철수한테 정신 조작이 걸린 건 확실한 거 같아서 그 녀석의 정신 조작을 먼저 해제해야 하는 건가 싶었는데…. 이거 괜찮은 건가?

마치 물속 깊은 곳에 들어간 것처럼 머리에, 정신적인 압박감이 느껴지지만, 어제 히아리드를 정신 조작해보면서 예상했던 수치라 당황하지는 않았다.

당황은 안 했지만 가슴 한켠이 서늘해졌다. 그랜드 터틀과 하철수의 위상력을 전부 흡수하지 않았으면 내 위상력 수치를 넘는 1,422만이 사라지면서 나도 하철수 꼴이 났을지도….

위험할 뻔 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침을 꼴딱 삼키고서 다크매터 슬라임에게 정신 조작을 걸고 나서 받은 부하를 계산해 봤다.

이 정도라면…. 최고위 이형종 2마리를 정신 조작해놓으면 여유분이 거의 없어서 고위 이형종도 정신 조작을 걸지 못할 거 같다.

뒷목에 수십kg짜리 추를 단 기분이지만 사고력의 저하 같은 건 일어나지 않으니 다행인가.

…혹시 마나 모드로 신체 강화 상태를 만들고 있어서 이 정도로 끝났으려나? 어쨌든 정신 조작이 제대로 걸렸는지 확인해보자.

“공간의 벽을 확장할 거니까 둘 다 뒤로 멀리 떨어져 봐.”

“아, 네!”

=네.=

프랑과 히아리드를 뒤로 물리고 공간의 벽을 3 제곱미터 정도로 다시 친 다음 기존의 공간의 벽을 지우니 다크매터 슬라임은 뾰롱거리면서 내 쪽으로 기어온다.

그럼, 명령을 내려볼까.

“야, 멈춰.”

출렁?

…어, 일단 멈추긴 했는데 공간의 벽에 찰싹 달라붙는 순간 멈춰서서 좌우로 흔들거리니까 내 명령을 알아듣고 멈춘 것인지 공간의 벽에 닿아서 멈춘 것인지 모르겠다.

명령 한 번 더 내려보면 알겠지.

“뒤로 물러나.”

출렁출렁!

말이 끝나자마자 드러누워 있는 영은이 가슴을 톡 건드렸을 때처럼 좌우로 푸릉거리며 뒤쪽으로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하는 슬라임.

“명령을 알아듣는 건가요…?”

“그런 거 같지? 이다음에 뭘 시켜봐야 할까.”

“그, 글쎄요?”

저 슬라임 녀석을 정신 조작을 한 뒤에는 하철수처럼 몸에 두르고 다닐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첫 단추를 끼운 게 맞게 끼운 것인지 아닌지 의심이 가기 시작하니까 어쩐지 꺼림칙하다.

“…너, 내 말 알아들어?”

출렁!

어째 아까부터 부사 뒤에 느낌표가 붙는 기분이다. 영은이의 젖꼭지를 잡아서 위로 늘렸다가 놨을 때처럼 출렁거린 슬라임은 얌전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찰랑거리고 있었다.

“움직이지 말고 꼼짝하지 마.”

…!

말이 떨어지자마자 딱딱하게 굳은 푸딩처럼 한치의 미동도 없는 슬라임. 그 뒤로 이런저런 명령을 내려봤다. 공처럼 둥글게 변해봐라. 굴러봐라. 점프해봐라.

“와아…. 정말 서하의 말을 알아듣나 봐요.”

프랑은 내 명령대로 움직이는 다크매터 슬라임을 보고 신기해하지만, 나도 이 녀석이 어떻게 내 말을 알아듣는 것인지 신기하고 궁금하지만, 의심병이 발동한 건지 마음을 못 놓겠다.

다크매터 슬라임.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이름에 딱 맞는 녀석이다.

dark matter, 암흑 물질.

분명 존재할 텐데 찾지 못한 질량을 암흑물질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이놈도 분명 존재하지만 어떻게 이런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알 수가 없다.

내장도, 슬라임이라면 있다는 핵도 없이 군집 생명체처럼 검은색 투명한 액체로 존재하는 녀석이라니.

어쨌든 다크매터 슬라임을 빤히 바라보며 예감의 강제 발동을 기다려보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걸 보면 위험한 상황은 아닌 거 같다.

어휴. 빡돌거나 정신없으면 겁대가리 상실하는데 꼭 여유가 있을 때 긴장해야 할 일이 생기면 이렇게 새가슴이 된다니까.

공간의 벽을 모두 치우고 천천히 다크매터 슬라임에게 다가간다. 내 뒤를 따라 프랑과 히아리드도 같이 발걸음을 옮기고 다크매터 슬라임도 내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온다.

…대충 2ℓ 가량 되어 보이는 부피. 호박색 공간의 벽만큼이나 투명한 검은색 몸. 동그랗게 솟은 반구형 형태의 여자 가슴처럼 생긴 모습.

내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다크매터 슬라임은 살살 몸을 출렁이는데, 그 모습이 주인을 바라보는 강아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미친 건가? 그러고 보면 혜령이 이모한테 분양해준 푸들하고 박지웅 보스한테 선물해준 페르시안 숲고양이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슬라임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녀석의 몸에 조심조심 손가락을 뻗었다. 그리고 손가락 끝이 살짝 닿는 순간.

차갑고 말캉한, 단단한 푸딩을 찌르는 감촉이 느껴졌다.

푸릉!

간지럽다는 듯이 꿈틀거리는 모양새가 화연이의 내 손가락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영은이 가슴같…. 아, 자꾸 이놈의 움직임을 영은이 가슴이랑 비교하게 되네. 생김새 때문인가….

근데 진짜 영은이 가슴이랑 크기도 비슷하고 움직임이나 모양도 비슷해서 자꾸 연상하게 된다.

아무튼, 슬라임은 내 손가락을 살살 피하다가, 조심스럽게 반구형의 첨단에 솟아 나와 있던 돌기 같은 걸로 내 손가락을 톡톡 건드리더니 내 손을 타고 팔로 기어오른다.

“…….”

프랑은 긴장하다 못해 숨도 멈추고 다크매터 슬라임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크매터 슬라임은 내 손을 지나 손목을 타고 슬금슬금 올….

“야! 옷 녹이지 마!”

푸릉?!

슬라임의 몸에 닿는 순간 녹아서 사라지는 교복 소매를 보고 호통을 치니 순간적으로 경직되버린 녀석은…. 민망한 것인지 자기 몸에 녹아내린 교복 소매를 톡톡 건드리더니 교복 위로 천천히 타고 오른다.

녀석은 내 어깨까지 올라오더니 이리저리 출렁이다가 몸을 쭈욱 늘이더니 내 뺨에 몸을 비벼댄다. 조금 차갑고 미끌미끌하다고 해야 할지 보들보들하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나쁘지 않은 감촉이다.

후우.

“화아….”

숨도 못 쉬고 다크매터 슬라임을 빤히 바라보던 프랑은 다크매터 슬라임이 내 어깨에 안착하고 내 뺨을 부비는것 까지 확인한 뒤에야 숨을 들이쉬었다.

“다행히 정신 조작이 통했네요.”

“응. 내가 B 클래스 밖에 안돼서 그런지 최고위 이형종은 앞으로 하나 정도밖에 못 거둘 거 같아.”

“적대적인 최고위 이형종 하나를 더 지배할 수 있다면 굉장히 도움이 되겠어요.”

프랑은 내 이야기에 활짝 웃더니 내 어깨에 올라와 있는 다크매터 슬라임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손가락을 뻗는다. 그런데 프랑의 손가락이 다가올수록 이 녀석이 몸이 뻣뻣해지는….

“멈춰!”

몸을 뒤로 확 빼면서 다급히 소리치니 다크매터 슬라임은 경직이 풀리면서 출렁?! 거리고 프랑도 움찔하면서 멈춰버렸다.

“야. 너 아무나 함부로 공격하면 안 돼. 알았어?”

푸릉…?

“방금 프랑을 경계하고 공격하려고 했잖아! 내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공격하지 마! 알았어?!”

푸릉….

“아. 저, 방금 공격받을 뻔 한 거에요?”

손가락을 되돌리더니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식은땀을 한 방울 흘린 프랑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큰일 날 뻔 했네. 이 녀석도 어디까지나 이형종이니까 미리 명령을 내려둬야겠다.”

히아리드는 그래도 인간 형태에 지성을 지니고 있어서 그런지 무작정 경계나 공격 의사를 내비치진 않았는데 이 녀석은 날 제외하면 모두 적으로 여기는 거 같다.

나한테 호통을 들은 녀석은 어깨 위에서 풀이 죽은 것인지 뭔지 녹아버린 푸딩처럼 흐물흐물해져 버렸다. 이대로 풀이 죽은 채 두기보단 살살 쓰다듬어주면서 달래놓는 게 좋겠지?

손을 들어서 슬라임을 살살 쓰다듬어주니 점점 탄력이 늘어나더니 곧 반구형 구체 모습으로 돌아왔다. 신기하고 만져보고 싶다는 표정의 프랑을 보고 이 녀석에게 다시 한 번 주의를 줬다.

“야. 내가 명령을 내리기 전까진 아무도 공격하지 말고 아무것도 녹이지 마. 알았어?”

슬라임을 콕콕 찌르면서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더니 알겠다는 듯이 위아래로 출렁거린다. 그 녀석을 두 손에 들어서….

말랑.

말랑말랑.

말랑말랑말랑.

…주, 중독될 거 같은 감촉이야! 영은이의 가슴을 떼서 손에 들면 이런 기분이려나?

뽁뽁이를 터트리는 것 만큼이나 쾌락적인 감촉에 잠시 손을 못 떼다가….

말랑말랑

…한숨을 쉰 다음 만져보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는 프랑에게 다크매터 슬라임을 넘겨줬다. 조심조심 다크매터 슬라임을 받아든 프랑은 곧 손에 착착 감기는 감촉에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우아아. 무지무지 말랑하고 촉촉하고 탱글탱글해요.”

출렁!

프랑의 가늘고 고운 손에 만져지는 게 다크매터 슬라임도 기분 나쁘진 않은지 살짝 흔들린다.

그럼 영은이한테 다크매터 슬라임을 길들였다고 문자 보내줘야지.

히아리드와 손에서 다크매터 슬라임을 놓지 못하는 프랑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니 미호는 최수한의 무릎 위에 앉아서 꼬마 친구 뽀롱이를 보고 있었다.

“다녀오셨습니까, 주인님.”

- 쥔님~! 어서 와!

나랑 프랑과 히아리드가 들어오는 모습에 최수한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게 다가오고 미호도 폴짝하고 내게 뛰어들면서 인사를 한다.

- 근데 푸랑 손에 든 건 모야?

출렁!! 찰싹!

“어마?”

다크매터 슬라임을 본 미호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손가락을 뻗어서 콕콕 찌르니 슬라임이 '어딜 함부로 만져!' 하는거처럼 돌기를 채찍처럼 늘이더니 미호의 작은 손등을 찰싹 때려버린다.

- …너 모야.

느닷없이 손등에 한 대 맞은 미호는 움찔하고 손을 되돌리더니 눈을 가늘게 뜨면서 슬라임을 노려본다. 그건 슬라임도 마찬가지인 거처럼 몸을 채찍처럼 늘린 상태로 흔들흔들거리기 시작한다.

출렁출렁.

- 아냐! 니가 막내야!

출렁?

- 제일 아래라구!

출렁!!

- 아니야아!

대화를…. 나누는 건가? 같은 이형종이라서 대화할 수 있는 걸지도…. 아, 그럼 히아리드도 다크매터 슬라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으려나?

나랑 프랑 뒤에 얌전히 서 있는 히아리드를 돌아보며 물었다.

“히아리드. 너도 슬라임이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어?”

=감정적인 부분과 의사적인 부분이 혼합되어있습니다만 알아듣기에 무리는 없습니다.=

…진짜? 이거 잘하면 궁금증을 모두 풀 수 있겠는데! 조금 흥분한 표정으로 히아리드의 팔을 잡았더니 히아리드가 살짝 움찔한다.

“지금 슬라임이 뭐라는 거야?”

=미호의 위상력이 제일 낮다며 집단의 최하위 서열 주제에 어디서 건방지게 구느냐. 뭐라. 제일 약한 네놈이 막내인 게 당연하지 않느냐. 라고 했습니다.=

출러엉?

- 이익!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미호는 쪼그만 얼굴을 찌푸리더니 송곳니를 드러내며 프랑의 손에 들려있는 슬라임을 뺏어서 들어 올리더니 바닥에 힘껏 내동댕이쳐버렸다!

철퍼덕! 쭈욱!

- 으아?

터진 푸딩처럼 퍼져버린 슬라임은 바로 밧줄처럼 몸을 쭉 늘리더니 미호의 팔과 몸을 한데 묶어버리고 끄트머리를 공처럼 뭉치더니 미호의 머리를 퍽퍽 내려치기 시작한다.

- 아우! 하지마아! 아앙!

“얘, 얘들아? 싸우면 안 돼요!”

두 손이 슬라임에게 봉인된 채 머리를 맞으면서 거실을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하는 미호와 그런 미호의 몸에 감긴 슬라임. 그리고 뒤쫓아가며 그런 둘을 떼어내려는 프랑.

…잠시 거실에서 일어나는 소란을 지켜보다 보니 지금 당장 다크매터 슬라임의 말을 통역해 달라고 하긴 힘들어 보인다.

특히 슬라임과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는 미호는 정신 연령이 어리니까…. 어쩔 수 없이 당분간 이야기를 들어야 하면 히아리드를 통해서 들어야겠다.

============================ 작품 후기 ============================

머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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