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90 다크매터 슬라임. =========================================================================
“집에 가서 알아보고 단톡방에 문자 남겨줄게.”
수한한테 스키장 알아보고 예약해놓으라고 하면 되겠지. 애들은 바로 집에 가서 준비할 생각인지 다들 택시를 타러 가기에 나도 가만히 서서 손을 흔들어주니 리디아도 마중 나와 있던 차에 올라타면서 내게 물었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시는 건가요? 다른 곳에 가시면 태워다 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네, 그럼 내일 봬요!”
“그래. ”
어딘가 모르게 아쉬워하는 표정의 리디아를 마지막으로 보내고 인증기를 켜서 히아리드가 가지고 있는 휴대폰에 전화를 걸었다.
[네, 하늘, 님.]
“그래. 할 일이 있으니까 오늘 연구는 그만 도와주고 다크매터 슬라임을 가둬둔 곳으로 와.”
[네.]
연구소에서 한글을 조금씩 배운다고 하더니 이렇게 통화할 때만 한국어로 말하네. 아무튼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서 히아리드를 부르고 프랑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갈까.”
“네.”
바로 공간 도약을 하려다가 문득 든 생각에 공간의 벽을 치고 그 위에 올라서니 주변에 하교 중이던 학생들이 일제히 호박색 공간의 벽을 바라본다. 그냥 뛰어오르면 아스팔트랑 보도블럭이 다 박살 날 테니까 발판을 만들고 그 위에서 뛰어야지.
마나 시브를 신체 강화로 돌리고 두 다리에 힘을 준 다음 공간의 벽을 힘껏 박차고 뛰어오르니 태풍 같은 바람 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눈 한번 깜짝할 시간에 지상 100m까지 올라왔더니 감회가 새로워졌다.
1회차에 70m가량 되는 높이의 절벽에서 떨어져 죽을 뻔 하고 그 뒤에 그 절벽을 타고 오르며 땀을 뻘뻘 흘린 게 엊그제 같은 데 조금 힘을 주고 발을 굴러 뛰어오른 게 100m라니, 감개가 무량하구나….
“무슨 생각하세요?”
다크매터 슬라임을 가둬둔 곳으로 달려가고 있으니 프랑이 내 옆에 얼굴을 들이대며 물었다.
“처음 위상 세계에서 절벽에 떨어졌을 때. 그 절벽이 70m가 좀 넘는 높이였는데 지금은 가볍게 뛰어오를 정도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센티해졌지, 훗.”
“후훗. 서하는 앞으로도 더 강해질 텐데 센티 해지기에는 아직 일러요.”
“하하.”
프랑 말대로 앞으로도 계속 강해져야지.
공간의 벽을 얻고 위상력도 2,000만 가까이 되어간다. 솔직히 말하면 공간의 벽을 얻은 뒤로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는데 그 생각은 다크매터 슬라임을 만난 직후에 산산히 부서졌다.
공간의 벽은 현존하는 모든 상성을 무시하는 최강의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상성을 씹어먹는 미친 능력 같은 건 없다는 걸 알았으니 익힐 수 있는 능력은 최대한 익히고 위상력도 쌓아서 나도 A 클래스에 올라서야지!
그리고 다크매터 슬라임을 가둬둔 곳에 도착했을 때 그냥 넘길 수 없는 장면을 발견했다.
하남시 이성산의 상공, 그곳에 지름 3m의 불투명한 호박색 공이 허공에 고정된 것 마냥 떠 있었다. 이제는 전 세계에 알려진 현실에 유일무이한 최고위 이형종인 다크매터 슬라임이 가둬져 있는 공간의 벽이다.
이걸 사람들이, 다른 나라들이 그냥 가만히 보고 있을 리는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나는 단순하게 영은이에게 조사 협조 요청 같은걸 보낼 줄 알았지 저럴 줄은 몰랐다.
그리고 아무리 잘 봐줘도 한국계 혼혈로 보이는 시야 분석 능력자들 아홉 명이 하남시 곳곳에서 다크매터 슬라임을 가둬둔 공간의 벽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빌라 옥상, 아파트의 빈집, 도로 가에 세워진 승합차. 승용차, 공단 지역의 주차장. 카페의 야외 테라스.
그야말로 곳곳에서 일반인 혹은 여행객 등으로 분장한 채 통신기를 지니고 열심히 무언가를 전달하고 있는 모습이다.
통신장치의 모습도 여러 가지다. 서류 가방 모양에서 평범한 선글라스 모양의 통신기를 비롯해 체내에 삽입한 골 전도 통신 유닛까지 진짜 가지각색이다.
시야 분석 능력자 본인만 아니라 두 명에서 세 명까지 신체 강화 능력자와 팀을 이룬 자들도 있었고 일반인의 서포트를 받는 팀도 있고 시야 분석 능력자 혼자인 팀도 있었다. 혼자인데 팀이라고 부를 수 있나 모르겠지만.
“이야. 다크매터 슬라임을 분석하려는 건지 내 능력을 분석하려는 건지 9팀이나 되는 인간들이 눈에 불을 켜고 공간의 벽을 노려보고 있는 걸.”
“…9팀이나요?”
가만히 서 있던 날 의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바라보던 프랑은 내 입에서 나온 이야기에 황당한 거 같다.
“응. 나름대로 어색함을 지우기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전부 동양인 혼혈 아니면 동양인으로 이루어져 있어.”
내가 말한 자들을 찾으려는지 프랑은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하는 걸 보면서 인증기를 켜서 영은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알려두는 게 좋겠지.
근데 공간 지각에서 변형된 시야 분석도 아니고 객체만 파악할 수 있는 평범한 시야 분석으로 내 공간의 벽을 뚫고 다크매터 슬라임의 정보를 빼낼 수가 있나?
[여보세요~? 그랑 블루 회장님께서 무슨 일로 연락을 다 하셨을까요~?]
집무 중이었는지 홀로그램 창에 머리를 단정하게 올려묶고 은테 안경을 낀 영은이와 그 뒤로 황금색으로 빛나는 쌍 봉황과 무궁화가 양각으로 붙어있는 벽이 보인다.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고 손으로 인증기의 화면을 돌려 이성산과 하남시를 보여주며 입을 열었다.
“지금 하남시가 보여?”
[음? 이성산과 하남시, 그리고 빅이슈가 된 엠버 스피어가 보이네요.]
“내 눈에는 9명의 동양인 혼혈의 시야 분석 능력자도 같이 보이는데…. 어떻게 해? 저자들을 잡아놓을까?”
내가 영은이에게 반말로 이야기를 꺼내니 홀로그램 창에서 불편한 듯 기침을 흘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제 2팀을 잡았는데 또…. 일단 알려줘서 고마워? 그리고 부탁할게.]
주변 반응 때문인지 시야 분석 능력자 때문인지 살짝 한숨을 쉰 영은이는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다 문득 궁금증이 생겨서 물었다.
“음. 시야 분석 능력자가 내 공간의 벽이랑 다크매터 슬라임을 본다고 해서 뭔가 알아낼 수 있는 게 있는 거야? 내가 알기로 두 종류의 감지 능력 중에 시야 분석은 그냥 망원경 기능이고 기감 능력은 X - Ray 기능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러니 시야 분석으로 살펴본다 해도 나도 모르는 공간의 벽의 성분 같은 걸 알 수 있을 리도 없고 알려진다 해도 딱히 문제가 되진 않을 거 같은데.
[그럴 리가 있니? 평범한 망원경으로 구성성분이나 재질 구조를 알 수 있다면 그게 망원경이니? 현미경이지. 우리 회장님의 능력이랑 비교하면 안 돼요.]
“그럼 왜 저렇게 살펴보는 거야?”
[시각적인 형태나 특징, 상황을 합치고 분류하고 종합해서 결론을 내면 그게 바로 정보가 되니까 그러는 거란다. 우리 서하의 공간의 벽 능력이 대중 매체에 등장한 건 일본의 굴복 때와 11.7 능력자 테러 사건 두 번 뿐이니까 강대국이라고 칭하는 곳에서는 우리 서하의 능력에 대해 모자란 정보를 어떻게든 수집하고 싶어 그러는거지.]
그런거였구나. 거기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공간의 벽도 치워버릴 테니 상관없겠다.
[모기나 파리처럼 막아도 막아도 어디론가 기어들어 와서 살펴보니까 참…. 아무튼 모두 잡아서 한데 모아두고 위치를 알려주렴. 바로 요원들을 보낼테니까.]
“알았어. 그럼 수고.”
[회장님도 수고~]
내가 이렇게 반말로 이야기 하는 게 정말 불편한지 영은이와 대화하는 내도록 "어흠."이라거나 "콜록."하는 헛기침 소리가 종종 들렸다.
그러니까…. 이렇게 된건 한 달 전에 휴일에 출근한 영은이에게 인증기로 전화한 뒤에 나도 모르게 언제나 하던 식으로 반말로 이야기해버렸던게 계기가 됐었다.
문제가 될 만큼 낮춰 부른 것도 아니고 이름으로만 불렀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저녁에 화연이랑 프랑이랑 바비큐 해먹을 건데 언제 올 거야?" 였었지.
홀로그램 창 너머가 수 초간 침묵으로 잠겨 들었을 때 그제야 나도 실수를 깨닫고 '아차.' 해버렸었다.
이미 입 밖으로 말을 내버린 상태라 어떻게 하나 속으로 당황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인증기 너머로 날 강하게 성토하는 목소리가 우르르 쏟아져나었지.
국가 원수 모욕죄를 적용해야 한다.
아무리 미성년자에 국가 중요 요인이라지만 이런 것을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불러서 훈육이라도 해야 한다.
국가 수장에게 한낱 능력자가 말을 놓는 건 국가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다.
…나랑 영은이 관계를 알면 사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거 같은 분위기란 생각이 들 무렵 영은이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좌중을 압도한 뒤에 조용히 입을 열었었다.
[저와 정서하 회장은 사석에서는 한 가족입니다. 하지만 평소 공식 석상에서는 저에게 존칭을 취해주던 것을 장관들은 잊으셨습니까.]
영은이의 말에 다시 침묵이 내려앉은 자리에서 영은이는 빙긋 웃으면서 내가 헷갈려하지 않게 평소 집에서 하던것 처럼 이야기해야겠다며 입을 열었었다.
[그러면 세계 제일의 능력자가 우리 정부와 이렇게 가까운 사이라는 걸 보여 줄 수 있을 것이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자들에게 경고도 될 테니까요. 우리 서하도 그동안 신경 써주느라 힘들었지? 앞으로 편하게 이야기하렴.]
물론 그 뒤에 말도 안 된다고 날뛰는 의원들에게 화가 난 영은이가 싸늘한 표정으로 책상을 쾅 내려치며,
[대체 그대들은 생각하는 머리가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그랑 블루 회장이 매달 납부하는 세금만 해도 얼만지 그대들은 잊어먹었나! 대체 왜 그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가!]
...하면서 분통을 터트렸지. 내 실수도 있어서 영은이의 화난 모습에 나도 조금 쫄았었다는건 비밀.
그 모습에 평소에 나에 대한 제약이라던가 뭔가 목줄 같은걸 죄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간 걸 알 수 있었지만 영은이가 알아서 할거란 생각에 그냥 넘어가줬다.
그 뒤로 지금처럼 막 이름을 부르진 못하지만 가볍게 말을 놓게 된 거다.
“어디 보자, 그럼 제일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볼까?”
정신 조작으로 다크매터 슬라임을 복속시키는 장면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 빨리 한군데 모아놓고 치워버린 다음에 시작해야지.
공단 주차장에 특수 개조한 승합차를 세워두고 그 안에서 공간의 벽을 살펴보던 놈들에게 공간 도약으로 이동한 다음 승합차 채로 이성산 꼭대기, 그랜드 터틀이 뭉개버려 구릉지가 되어버린 곳으로 이동했다.
그다음 하남시의 한 아파트 빈집에 있는 세 놈도 붙잡고 빌딩 옥상에 있는 놈들, 카페 야외 테라스에 있는 놈, 도로 가에 세워둔 승합차, 여행객 등 죄다 잡아서 이성산 꼭대기에 모아놨다.
24명이나 되는 인간들이 구릉지 한 곳에 모여 잔뜩 당황한 얼굴로 웅성거리는 가운데 눈에 마나 비전을 키고 목에 마나 보이스를 켠 다음 그들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제가 누군지는 소개하지 않아도 아실 테고, 여러분들이 왜 이곳에 잡혀 왔는지도 설명 안 해도 되죠? 서로 힘 빼지 말고 편하게 가요, 편하게.]”
“““…….”””
내 손에 들린 통신기, 타국에서 능력자 활동을 하고 있었다는 증거까지 모두 뺏긴 염탐꾼들은 끼리끼리 모여서 한숨을 쉬어버렸다.
그러는 와중에 히아리드가 순백색의 넉 장의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왔는데, 마침 딱 맞춰서 왔군.
=지금 도착했습니다.=
“어, 딱 맞춰서 왔어. 저 사람들 옷만 빼고 몸에 지니고 있는 것들 모두 뺏어. 그리고….”
빡빡머리 근육질 남자는 귀 윗부분의 뼈를 긁어내고 그 속에 골전도 유닛을 삽입해놨는데 저건 그냥 없애버려야겠지?
“히아리드, 저 빡빡이 머리 잡아. 못 움직이게 꽉 잡아야 해.”
=네.=
“히익?! 므극!”
내가 지목한 빡빡머리에게 히아리드가 접근해서 정수리와 턱을 잡고 들어 올리니 머리가 딱 알맞게 고정됐다.
빡빡머리 남자는 새된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리기 다가 다급히 소리쳤다.
“자, 잠깐!”
오, 조금 어리숙하지만, 한국어도 좀 하네?
“잠깐이고 자시고 버둥거리다가 공간의 벽에 뇌가 지워지는 수 있으니 움직이지 말죠?”
그 말에 빡빡머리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리고 다른 26명의 사람도 일제히 입을 다물고 공포 어린 시선으로 날 바라본다. 그리고 두개골 뼈에 삽입된 유닛을 공간의 벽으로 깔끔하게 지워버리니 핏, 하고 두피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끄윽!”
손을 뻗어서 힐링 터치로 간단히 치료해준 다음 굳고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날 보는 사람들에게 한층 마나 비전을 강하게 끌어올려서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제 능력이 뭔지 아시죠? 섣부른 수작 부리다가 걸리면 모가지 날아갑니다?”
“아, 알고, 있습니다.”
척 봐도 서양인과 동양인의 혼혈로 보이는 갈색 머리 남자가 엉성한 발음으로 한국 말을 하는걸 듣고 영은이에게 이성산 정상에 인간들을 모두 모아놨다고 문자를 보냈다.
아무래도 저 사람들은 날 파괴 신으로 보는지 무척이나 무서워하고 있었다. 저렇게 무서워하면 다루기는 쉬우니 나쁘진 않다.
여전히 굳어있는 빡빡머리를 내팽개친 히아리드가 다가오길래 정부 요원이 올 때까지 이 인간들이 도망 못 가게 지키고, 도망치거나 수작 부릴 낌새가 보이면 반쯤 죽여놓으라고 지시해놓고 공간의 벽에 감금되어있는 다크매터 슬라임에게 다가갔다.
공간의 벽에 가까이 다가가니 얌전히 있던 다크매터 슬라임이 출렁거리먼서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서 감정 같은 건 느낄 수 없었지만…. 날 환영하는 모습이 아닌 건 확실하다.
“슬라임의 크기는 얇게 퍼지면 사람 몸을 1cm 두께로 감쌀 정도는 되는 거 같지?”
수없이 중첩된 공간의 벽을 치우고 다크매터 슬라임을 맨눈으로 볼 수 있을 만큼만 남겨놓으니 프랑도 가까이 다가와서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살펴본다.
“네. 거기에 공격 능력은 거의 없고 흡수와 반사에 최적화된 이형종이라니, 정말 신기하네요.”
“거기다 이 녀석 몸도 내 공간의 벽이랑 비슷한 능력이나 효과를 가지고 있을 거 같지 않아?”
내 이야기에 프랑도 눈이 동그래졌다.
“비슷한 능력이 있어서 서하의 공간의 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거였을까요?”
하철수를 처리할 당시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연인들에게 보여줬었는데 공간의 벽이 통하지 않는 모습에 다들 굉장히 놀랐었지.
약간 점성이 있는 물이 찰랑이는거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꽈배기처럼 꼬이더니 철퍼덕하고 퍼져나가는 슬라임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처럼 공간의 벽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잖아. 마나 탄도 그랬지만 공간의 벽도 마찬가지로 닿은 물체를 분해하듯이 지워버린다는 점에서 같은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다른 걸지도….”
“흐음….”
프랑은 머리카락을 살짝 뒤로 쓸어넘기면서 다크매터 슬라임을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면 이상한 점이 있네요.”
“어떤 게?”
“공간의 벽도, 미사일의 폭발에도 하철수를 보호하려 하지 않은 그랜드 터틀이 어떻게 마나 탄만은 자기 머리로 막아낸 걸 거요. 명령을 내릴 하철수는 정신이 나간 상태였는데 어떻게 그랜드 터틀이 몸을 돌려 하철수를 지키려 든건지 그게 궁금해요.”
으음. 의문점투성이네.
“그랜드 터틀의 행동을 유추해보면 다크매터 슬라임이 마나 탄에는 피해를 받는 건 확실할 텐데 정신이 나간 하철수는 명령을 내린 것도 없을 테고….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하철수가 현실로 돌아온 것도 궁금하고 마나 탄이랑 공간의 벽이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하고, 궁금증만 무지하게 쌓여가네.”
프랑도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하고 나도 계속해서 쌓여가는 궁금증에 얼굴을 찌푸리면서 찰랑거리는 다크매터 슬라임을 샅샅이 살펴봤다.
슬라임의 반투명한 액체 내부에는 내부 장기라고 할만한 게 전혀 없다.
쌓여버린 궁금증에 생각하기가 귀찮아질 정도로 머리가 복잡해져 버려서 머릿속을 환기할 겸 염탐하러 온 인간들에게서 뺏은 짐을 살펴보러 내려왔다.
이성산이었던 구릉지로 내려오니 비릿한 피 냄새가 나는 거 같다. 하긴 피가 강이 되어서 흐를 정도였는데 겉보기에는 핏자국을 남김없이 지운 게 대단한 거지.
쪼그려 앉아 염탐하러 온 놈들의 장비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서류 가방 통신기를 들어 올렸다. 이렇게 대놓고 통신장치를 사용할 정도라면 통신 도청을 막는 기능도 있겠지?
부욱! 찌이익!
“꺄아!!”
응? 갑자기 옷이 찢어지는 소리에 여자 비명이 들려서 고갤 돌려보니 히아리드가 동남아시아 쪽 나라의 외모 같은 여자 능력자의 옷을 찢어발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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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선작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