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289화 (289/517)

00289  정신, 그리고 조작.  =========================================================================

히아리드에게 정신 조작을 시험해보는 건 정말 간단하게 끝났다. 다른 감정을 테스트해보는 것도 아니고 충성심을 주입했을 뿐이니까.

그리고 예상대로 능력자보다 이형종에게 정신 조작을 걸었을 때 걸리는 부담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막대했다.

따지고 보면 소피아와 히아리드는 같은 C 클래스, 고위 이형종이지만 소피아를 100명도 넘게 정신조작을 할 수 있었다면 수한과 같은 수준이라면 30명도 못할 거 같다.

하지만 히아리드와 같은 수준이라면 최대한 했을 때 10마리 정도가 되지 않을까?

수한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을 소피아와 최수한에게 정신 조작을 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이 정도라면 최고위 이형종을 하나 아니면 둘을 정신 조작할 수 있을 거 같다.

더 큰 문제는 소비 TP도 이형종을 대상으로 했을 때 대상이 된 이형종의 총 위상력에 1/2을 쓰는 거 같다.

지금 히아리드의 위상력은 기존 220만에서 조교 때 받은 20만을 더해 240만, 그리고 방금 정신 조작을 걸었을 때 소비된 TP는 120만이다.

내게 충성심의 정신 조작이 걸린 히아리드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줘서 새삼 히아리드를 다시 봐버렸다. 이 말은 평상시에도 충성심으로 날 섬기고 있었다는 이야기니까.

문제는 그 뒤에 미호가 찰싹 달라붙어서 - 나도~! 나도 걸어줘~! 하고 그걸 본 영은이도 달라붙어서 "나도~! 나도 걸어줘~!" 라고 떼를 쓰기 시작해서 뜯어내는데 걸린 시간이 더 길었지….

둘 다 볼기짝을 세게 때려주고 머리에 꿀밤을 먹었더니 미호랑 영은이가 서로 끌어안고 날 원망스레 보는 것도 귀여웠지만, 짐짓 화난 표정으로 노려봐주니 깨갱 하고 눈을 피하는 모습도 귀여웠다.

침실로 들어와서 침대에 앉아 있으니 화연이와 영은이는 화장대에 앉아 나란히 화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빨간 손자국이 나 있는 탱탱한 영은이의 엉덩이를 보고 있으니 화연이가 화장을 지우면서 거울에 비치는 날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정신 조작은 누구에게 걸건 지 정해뒀나.”

“음…. 일단 다크매터 슬라임을 먼저 정신조작으로 복속시킨 다음에 생각해보려고. 정신 조작은 상상외로 흉악한 능력이라…. 사람한테 걸어야 할지 좀 고민돼.”

원래는 내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전부 다 걸어버리고 그랑 블루에 중요 인물들에게도 전부 걸어볼까 생각했었지만 아까 정신 조작을 실험하면서 위험성을 느꼈더니 생각이 좀 바뀌었다.

사실 지금도 마나 비전으로 호감도만 얻은 상태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기고 있기도 하고….

내 등에 매달린 프랑이 고양이처럼 얼굴을 비벼오는 와중에 영은이가 이상한 헝겊 같은 걸로 얼굴을 문지르기 시작하면서 물었다.

“고위직에 있는 애들한테 다 거는 게 낫지 않니?”

…내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영은이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어. 아까 수한을 보고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또 그런 식으로 사람들에게 정신 조작을 하나하나 걸어나가다 보면 최후에는 사람들을 믿지 못해서 세상 사람들 전부한테 정신 조작을 걸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맞아요. 사실 서하의 마나 비전만 해도 강력한 능력이잖아요. 호감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마나 비전을 쓰면 되지 부담감을 받으면서까지 정신 조작을 할 필요는 없을 거에요.”

프랑은 내심 정신 조작을 꺼림칙하게 느꼈는지 내 이야기를 듣더니 밝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사람의 감정을 내 마음대로 조종하는 건 얼핏 보기에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힘이지만 그건 무력이 없는 사람한테나 도움이 될까, 지금 내 무력이라면 차라리 단순하게 마나 비전으로 호감도를 얻는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이 든다.

이미 내가 한 짓이랑 최고위 이형종을 처리하면서 날 진짜로 파괴 신으로 여기면서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는 편이니까 궂이 일부러 정신 조작을 걸 필요까진 없겠지. 그러니 정신 조작은 말 그대로 말 안 통하는 이형종을 지배하는 용도로만 써야겠다.

생각한 걸 이야기하니 영은이는 '서하가 그러겠다면 나도 찬성.' 이라는 표정이었지만 프랑이랑 화연이는 순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잘 생각하셨어요. 정신 조작 같은 건 편리하지만, 마구마구 쓰면 떠받들어지길 좋아하는 바보가 되어버릴 거에요.”

“아~ 그건 아니야. 프랑은 정치 괴물들이랑 재계 재벌들을 못 봐서 그래. 자기 이득과 권력에 눈이 빨개진 인간 군상들을 보면 프랑도 그 말이 쏙 들어갈걸?”

“…그럴까?”

“그럼~? 서하는 평범을 거부하는 압도적인 무력이 있으니 찍어눌러 버릴 수 있지만 난 정말 그 인간들을 정신 지배해서 굴려버리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야.”

지금 정부는 대부분 의한 대학 출신이라서 영은이를 지지하고 있었던 거 아니었나? 말을 잘 들을 거라 생각했는데 또 그런 것만은 아닌가 보다.

“음…. 궁금한 게 있습니다만, 서하는 일반 능력자와는 다르지 않습니까. 다른 정신 능력자들도 서하만큼의 부담을 받을지 아니면 더 큰 부담을 가질지 궁금하군요.”

“아, 나도 그 생각 했는데. 서하니까 저만큼의 부담감으로 끝나는 거지 다른 능력자들이라면 두 세배는 더 심할 거 같은 느낌이야.”

“정말 그렇겠네요. 서하는 규격 외니까 서하를 기준으로 보면 안될 거 같아요.”

날 규격외품으로 여기는 연인들을 어처구니없이 바라보고 있으려니 영은이는 날 돌아보면서 고양이 같은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새빨간 손자국이 새겨진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침대 위를 네 발로 기어 내게 다가온 영은이는 곧 고양이처럼 발랑 누워서 배를 까뒤집는다.

“우훗. 괴물들을 상대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오늘도 풀어줄 거지?”

찡긋. 하고 윙크를 보낸 영은이를 보고 있으니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런 에로 고양이 같으니.

웃으면서 영은이의 오똑한 코에 살짝 키스해주면서 말했다.

“그래야지. 나 때문에 황금딜도도 못쓰게 됐는데 성욕이 쌓이지 않게 잘 풀어줘야….”

“으아앙! 그거! 그 말 안 하기로 했잖아아아!”

손을 들어서 얼굴을 가리고 다리를 바동거리는 영은이 곁으로 조용히 다가온 화연이는 묵묵히 내 바지 앞섬을 풀어헤치기 시작한다.

“어? 오늘은 내가 먼저 아니니?”

“저번 내기에서 제가 이겼던 거 기억 안 나십니까.”

“아.”

“화연도 그저께 저한테 한번 양보하기로 한 거 있지 않나요?”

“…….”

누가 먼저 할지 토닥이는 연인들을 보며 다크매터 슬라임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위상 세계에 들어가 버리면 공간의 벽이 사라지는 특성상 그 녀석을 처리해야 위상 세계에 들어갈 수 있으니 내일 학교 마치면 바로 다크매터 슬라임을 정신 조작으로 복속시켜봐야지.

그리고 순서가 정해졌는지 조그만 입술로 내 남근을 삼켜가는 프랑과 천천히 옷을 벗어 던지는 연인들에게 온전히 신경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다음날 학교에 나갔을 때는 분위기가 한껏 풀어져 있었다. 수능이라는 관문을 대비해 조여질 대로 조여져 있던 신경이 수능이라는 관문을 넘어섰으니 풀리는 건 당연한 이야기.

5일 전에 능력자 테러 사건이 일어나긴 했지만 내가 빠르게 정리한 것도 있고 피해가 학교 주변까진 미치지 않아서 멀쩡한 것도 그 이유에 포함이 되는 거 같다.

내 근처에서 한껏 풀어진 모습으로 재잘거리면서 수다를 떠는 한고은과 리디아, 수유리와 강소라는 주말에 모여서 놀 계획을 짜고 있었고 김창현과 강주찬, 조민호는 며칠 전에 있었던 프리미어 리그 축구 경기에 대해 어느 선수가 경기력이 좋았다느니 누가 얼마를 받고 이적했는데 공격수라면 그 정도는 해야 한다느니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서하 경도 주말에 같이 놀아요. 네?”

“응응. 당일치기로 놀러 가는 거야! 알아보니까 얼마 전에 폭설이 내려서 강원도 쪽 스키장이 일찍 개장했다고 하더라!”

리디아가 먼저 다가와 말을 꺼내니 뒤따라온 한고은도 내 책상 앞에 앉아서 눈을 반짝이며 손바닥만 한 스키장 팜플렛을 펼쳐서 보여준다.

“오~ 스키장! 스키 좋지. 난 보드 파지만.”

한고은의 이야기에 김창현도 축구 이야기를 접고 다가와서 한고은의 손에서 팜플렛을 뺏어서 살펴보기 시작한다.

“이제 막 개장했으니까 손님도 많이 없을 거야. 서하는 복잡한 곳을 싫어하니까 1박이나 당일치기로 갔다 오는 게 어때?”

“스키장이 이라면 용평 어때? 작년에 가봤는데 거기 괜찮았어.”

“용평도 좋지만, 하이원도 괜찮지 않아? 옆에 강원랜드 호텔도 있고 시설 좋고.”

반의 다른 애들의 반응을 보면 쉽사리 말조차 건네지 못할 정도의 벽이 세워졌지만 패밀리라고 불리는 이 여섯은 여전히 놀 거리를 찾으면 내게 다가와서 같이 놀자며 이야기를 꺼낸다.

모여서 팜플렛을 보며 숙덕거리는 녀석들은 이런저런 일 때문에 몇 번이고 같이 놀자던 약속이 무산됐지만 그러면서도 매번 먼저 다가오는 모습을 보니 조금 쓴웃음이 났다.

다른 반의 몇몇 녀석들은 이런 한고은들을 두고 벌써부터 권력에 빌붙어 알랑방귀 끼는 하수인이라며 재수 없다고 까대지만 내가 보기엔 그런 게 아니다.

이 녀석들은 4월 초부터 내 마나 비전에 노출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생환한 능력자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에 다가왔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마나 비전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깊게 노출된 녀석들이라 호감도가 머릿속 깊게 박혀버린 거다.

능력자도 아니고 일반인에 미성숙한 정신을 가진 고3의 나이.

지금 교실 저 멀리서 이쪽을 힐끔거리는 녀석들처럼 멀리서, 가끔 보는 거라면 그저 적당한 호감도만 가졌겠지만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서 자주 그리고 오래 마나 비전을 접한 이 녀석들은 임프린팅 된 새끼 새처럼 날 따르게 된 거다.

나도 이걸 눈치챈 건 여름방학의 마지막, 녀석들도 그랑 블루에서 아르바이트를 끝나고 그랑 블루 빌딩의 상가 지구에서 만났을 때였다.

여름 방학의 마지막 날까지 한 번도 같이 놀지 못해 아쉬워하는 녀석들의 뒤에서 “그럼 내일이 개학이지만 근처 계곡으로 산책하러 갈까?” 라고 말을 꺼내자 하던 일도 멈추고 좋다면서 음료수랑 가서 먹을 간식으로 주먹밥이랑 과자랑 과일 몇 개만 챙기고 바로 택시 타고 출발해버렸었다.

그때 녀석들이 보여준 반응. 마치 부모님이 유원지에 놀러 갈까, 라는 말을 들은 아이들의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럴까?”

“어? 정말?”

“어디 딴 나라 가는 것도 아닌데 1박으로 다녀오면 되지.”

한고은은 자기가 말을 꺼냈지만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는지 긍정적인 내 대답에 눈이 동그래지더니 발딱 일어나서 내 손을 잡고 흔든다.

“진짜다? 약속한 거야! 우앗! 얼른 호텔 예약해야지!”

“야야. 스키장이랑 가까운데, 가까운 곳으로 잡아!”

“하이원으로 가자, 하이원! 호텔도 바로 옆에 있고 실내 온수 풀장도 새로 개장했대!”

“스키 장비는 가서 대여하면 되겠지?”

“당일치기로 가면 아침 일찍 출발해야겠다.”

휴대폰을 잡고 방방 뛰는 한고은의 옆으로 김창현과 수유리가 달라붙으면서 이것저것 요구하기 시작한다. 부산하게 준비해야 될 것들을 체크하는 녀석들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쉴 곳은 내가 구해놓을 테니 너희들은 부모님 허락만 받아.”

“응!”

신난다는 표정으로 조민호와 휴대폰으로 뭔가를 보고 있던 김창현은 느물거리는 말투로 한고은의 성질을 건드리기 시작한다.

“야야. 고은이 넌 얼마 전에 아저씨랑 아줌마한테 너무 논다고 혼나지 않았었냐? 허락받을 수 있겠어?”

“…받을 거거든!”

“크크크 다 놀러 가는데 너 혼자 빠지면 재밌, 으악!”

“뭐야! 재수 없게 무슨 말 하는 건데! 너 혼난다?!”

한고은 옆에서 웃으면서 깐죽거리다가 얼굴이 빨개진 한고은의 짜증을 한 트럭 받은 김창현은 욕먹고 발에 걷어차여도 실실 웃으면서 한고은을 놀리기에 여념이 없다.

어째 사이가 더 좋아진 거 같다. 진짜 싸우다 정든 거야?

애들하고 교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 리디아가 할말이 있대서 프랑과 함께 옥상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고은들도 따라오고 싶어 했지만 위상 세계 일이라고 하니 군말 없이 교실로 돌아가 버렸다. 그 뒤에 프랑과 리디아, 리다아의 호위인 세쌍둥이와 함께 옥상으로 이동했다.

“알라스토르의 사악한 검은 성의 위치에 관한 정보는 역시 알아내는 게 무리였어?”

“네에…. 죄송해요. 그 영상이 기록되었을 때부터 역산해나갔지만,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남아있지 않았어요.”

“그게 70년 전에 찍은 영상이라고 했으니 무리도 아니지.”

결국, 직접 뛰어서 찾는 수뿐인가…. 약간의 힌트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네.

도움이 되지 못해서 그런지 시무룩한 표정을 하고 있던 리디아는 슬그머니 내 옆으로 다가와서 호기심 어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서하 경, 갑자기 검은 성을 찾으시려는 이유가 뭔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냥 개인적인 원한이야.”

옥상 펜스 너머로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학생들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리니 리디아는 눈동자에 의아한 빛을 내비쳤지만, 일부러 입 밖으로 이야기를 꺼내서 질문하지는 않았다.

프랑은 그런 리디아를 힐끔 보더니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카멜롯의 위치도 알려주는 게 어떠세요? 서하가 이야기한다면 무시하지 않을 테고 그렇게 되면 자세한 조사를 통해서 실재한 장소라는 것도 알아낼 수 있을지 몰라요.”

“어? 그걸 이야기해줄 필요는 있을까?”

나도 속닥거리면서 프랑에게 물었더니 프랑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서왕 전설에 등장하는 아서 왕이 실존했단 걸 확인하기만 하면 영국은 누구보다 확실하고 유명하고 고아한 왕의 존재를 가지게 되는 거니 서하에게 무척이나 고마워할 게 틀림없어요.”

“흠….”

프랑의 아서 왕과 카멜롯의 이야기를 알게 됐을 때의 반응을 생각해보면 그러려나? 프랑의 조언을 받아들여 도움은 안 됐지만 자료를 찾아보느라 고생했을 영국에게 한가지 선물을 주기로 했다.

“아, 그리고 뜬금없지만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는 실제 있었던 일일 가능성이 커.”

“…넷?”

학교 운동장을 내려보던 리디아를 돌아보며 넌지시 알려주니 언제나 웃음기를 머금고 있던 리디아의 두 눈이 동그랗게 변한다.

“그리고 그 카멜롯 성의 위치는 지금의 멘체스터 지방 일 거고.”

“어, 어?”

리디아는 물론이고 뒤에 있는 세쌍둥이도 놀람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길래 씩 웃어줬다.

“이유는 설명해주지 못하지만, 아무튼 검은 성에 대해서 알아봐 준 답례야.”

멍한 표정으로 따라올 생각도 못 한 채 나랑 프랑의 뒷모습을 바라만 보는 네 명의 소녀를 내버려두고 학교 옥상 정원을 빠져나왔다.

영국에서 돌아오고 개학한 뒤로 시간이 빌 때 아서왕에 관해서 조금 알아봤는데 아서 왕은 기원전의 고대 브리튼을 지배했던 왕이 아니라 A.D 6th 즉 6세기 이후에 존재했다는 이야기를 찾을 수 있었다.

그즈음에 바이킹의 침공이 시작되었다는 것도 사실이었고 실제로 현재의 런던이 있던 장소가 론디니움이라는 성채가 들어서 있었단 것도 진짜였다.

그러니 맨체스터 지방에 카멜롯이 있을 확률도 매우 높다.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 관심을 보이고 찾았던 건 아서 왕 전설에 등장하는 보물들하고 모건 르 페이에 관련된 이야기였는데 일단 카멜롯 성을 살펴보면서 확인했던 장비들은 모두 전설의 무구라고 불리는 것들이었다.

특히 묘한 느낌이 나던 녹색 천 허리띠는 가웨인의 허리띠라고 알려진 극도의 재생력을 주는 허리띠였다는걸 알고 무척이나 놀랬다.

전설에서는 가웨인이 늘상 하고 다녔다던데 어째서 보물 창고 같은 곳에 처박혀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가웨인과 녹색 기사 에피소드를 생각해봤을 때 그 효용성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욕심이 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몰래 가져와서 화연이나 영은이한테 주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뮈르딘이 있어서 도둑질은 좀….

그 외에도 아서 왕의 왕좌라고 생각된 의자 뒤에 걸린 창은 롱고미아니드라는 아서 왕의 무기였고 물방울 모양의 방패는 저주받은 방패라고 원탁의 기사 중 하나인 갤러헤드가 쓰고 다녔다는 방패였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으로는 모건 르 페이에 관해서 알아봤는데 역시나 영국 원조 미친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화려한 이력을 볼 수 있었다.

거의 얀데레 브라더 콤플렉스 수준이잖아. 거기에 다리 사이도 헤픈 년이라 …저런 년을 이부 누이로 두고 있을 아서 왕이 불쌍하다.

내가 가서 모건 르 페이를 조련시켜서 육노예로 삼아버리면 어떻게 되려나? 이미 모드레드는 태어난 상태일까?

모건이 뮈르딘한테서 마법을 배웠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게 사실인지 궁금하다. 그럼 뮈르딘의 제자가 될 텐데 그런 여잘 납치 감금해버려도 될까 모르겠네.

아니, 걔가 먼저 나한테 시비 걸었으니 뮈르딘이 직접 부탁하면 몰라도 그냥은 용서 안 해 줄 거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프랑과 함께 교실로 내려가고 있는데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리디아가 헐레벌떡 달려오면서 외친다.

“서, 서하 겨어엉! 잠시만요오!”

내 앞을 막아서더니 할딱거리는 리디아가 숨을 고를 시간을 주니 한 손을 앙가슴에 올린 리디아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빛이 번쩍이는 눈으로 조용히 물어왔다.

“그, 그게 정말이세요? 그곳에 그게 있다는 게?”

다시 확인을 원하는 리디아에게 슬쩍 웃음을 짓고 조용히 지나치며 입을 열었다.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해야 할 이유을 말해봐.”

“웃…. 그, 어떻게 알게 되신 것인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나중에 알려줄게. 지금은 알려줄 수 없어.”

적어도 강제 소환이 멈추고 과거와의 연결이 끊어지면 그때 가서나 알려줘야지.

그걸로 부족한지 리디아는 코앞까지 바짝 다가와서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더니 "혹시 아서 왕을 직접 보셨나요? 멀린은요? 랜슬롯 경은 어땠나요?" 라고 쉴 새 없이 물어오길래 손가락을 뻗어 코를 퉁겨줬다.

“훙잉?!”

그냥 톡 건드렸을 뿐인데 엄살은. 코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는 리디아를 보다가 작게 한마디 했다.

“나중에 알려준다고 했지?”

“우우.”

============================ 작품 후기 ============================

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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