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285화 (285/517)

00285  정신, 그리고 조작.  =========================================================================

“그나저나 우민구 박사님한테서는 연락이 안 오네.”

엘리베이터 앞에서 호출 버튼을 누른 뒤 두 연구실을 돌아보며 든 생각을 입 밖으로 꺼냈다. 그러자 프랑은 내 옆모습을 한번 보고 엘리베이터 문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입을 열었다.

“어쩌면…. 아니, 강현우 지부장이 연락 못 하게 막고 있을지도 모르지.”

“어!”

진짜 그럴 수도 있겠네!! 오소은 소장을 꼬시러 갔을 때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그러고도 남겠다!

이 인간을 그냥!

왠지 모를 피해 의식이 느껴져서 이빨을 갈면서 공간 도약으로 공사 중인 능력자 연합 빌딩으로 날아가려 했더니 화연이가 손을 뻗어 막는다.

“어차피 붕괴한 시설 때문에 한국에 없을 확률이 크다. 이혜령 총무부장에게 언질을 해놓을테니 서두르지 마.”

“…알았어.”

불퉁한 기분에 툴툴거리고 있으려니 내 모습이 웃긴지 프랑은 키득거리면서 내 주변을 날아다닌다.

…아, 설마 붕괴에 휘말려 돌아가신 건 아니겠지…. 김은하 연구원이나 민나영 연구원도 살아있으려나. 그러고 보면 오소은은 운이 좋았군.

오소은 소장은 내가 직접 스카우트하러 왔다는 거에 조금 감동했는지 어쨌는지 내가 스카웃 의사를 건네고 일주일 뒤에 연락을 해왔다.

자신도 골방에 박혀 감별기만 돌리며 사는 생활은 싫었다며 자기 전공과 부전공을 연구하게 해준다면 그랑 블루 연구소에 들어오겠다는 말에 바로 그녀에게 마나 비전으로 호감도를 때려 박고 능력자 연합에서 받던 연봉의 4배와 계약금으로 연봉의 10배를 지급하며 연구 성과로 인한 매출의 일정 퍼센트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종, 신, 계, 약.

크흐흐. 순이익이 아닌 총 매출의 일정 퍼센트를 지급한다고 하니 눈이 $ 모양으로 변하더니 바로 계약서에 사인하더라.

오소은 전前 소장에게는 이후에 새로 생길 위상 성질학의 수석 연구원직을 맡길 생각이다. 지금은 연구원이 충당되지 않고 공간이 없어서 부전공인 위상 물리학으로 드와이트를 돕게 했고.

고작 30대 초반의 나이로 소장이라는 타이틀까지 단 여자다. 실제로도 임시 연구소에 들어오자마자 드와이트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면서 열심히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으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지.

여기에 우민구 박사님만 끌어와서 그랑 블루 연구소의 소장에 앉히면 완벽할 텐데….

좌우에 프랑과 화연이를 끼고 연구소 밖으로 나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누나가 이형 생물학 연구실에서 나오더니 후다닥 달려왔다.

“먼저 간 줄 알았어.”

“위상 물리학 연구실에도 들르고 왔다. 멜디오스 씨는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사람 같던데 이야기가 통했나?”

“응. 조금 앞뒤가 막힌 사람이긴 했는데 잘 타이르니 잘 알아들었어.”

그러더니 누나는 날 보면서 입을 열었다.

“멜디오스 씨는 사람이니까 말로 하면 알아듣잖아? 문제는 히아리드지. 걔는 얘가 말한 게 아니면 아예 안 듣잖아.”

“그렇다고 모든 권한을 넘길 수는 없지 않나. 우리라면 상관없지만 그런 권한을 다른 이에게 넘겼다간 큰일 날 수 있으니.”

“그렇긴 해. 하다못해 깃털만 주기적으로 회수해도 강력한방어구를 만들 수 있으니까 걸어 다니는 소재잖아.”

“페더 코트는 어땠지. 괜찮았나.”

“가볍고 튼튼하고 질기고 방수 기능에 아주 약간이지만 빛 속성 능력도 강화해주는 거 같아. 다른 플라비우스 종족의 시체를 연구한 자들은 인간 형태 부분은 그저 튼튼한 이형종에 불과하지만, 날개의 깃털이나 날개뼈는 등급에 걸맞은 방어구, 특히 옷 계열에 큰 효과를 보인다고 했어.”

누나랑 화연이는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가 평범한 수다로 넘어간다.

느릿느릿 움직여 내려온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으니 프랑도 가세해서 옷이라거나 어느 주얼리 샵의 신상이 예쁘다느니 사생활 부분과 회사 일과 위상 세계 관련 이야기로 주제가 마구마구 바뀌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따라가기 힘들어서 대화에는 끼지 않고 뒤에 서서 멍하니 듣고만 있다가 누나의 몸을 공간 지각으로 살펴봤다.

힐끔 누나의 몸을 살펴봤지만 위상력은 여전히 80만의 C 클래스 능력자고…. 가슴은 좀 더 커진 건가? 거의 C컵에 다다른 거 같은데.

그 외에는 별로 바뀐 점이나 특이점 같은 건 못 찾겠다. 하지만 요즘 보이는 태도를 보면 이해가 안 간단 말이야….

누나의 머리에 특이점이 찾아와서 이렇게 변한 건가 싶지만 이렇게 보면 누나는 바뀐 게 없다. 깔깔거리면서 웃는 누나의 상아색 정장 위로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러니까 요즘 신상이햐악!”

옆구리를 찌르는 순간 누나는 기이한 비명을 지르더니 펄쩍 뛰어 프랑에게 안겨들었다. 난데없이 자기 품에 안겨든 누나를 프랑도 당황해하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상상도 못 한 반응에 멍하니 손가락을 내민 채 누날 보고 있는데 누나는 잠시 상황 파악이 안되는지 얼떨떨해하다가 이내 얼굴이 붉어지더니 손을 뻗어 내 뺨을 쭈욱 잡아당긴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허호.”

별로.'라고 대답해주지만, 입이 벌려져 있어서 새는 소리밖에 안 난다. 내 뺨을 찰떡처럼 뭉개고 있는 누나의 손이지만 아프지도 않아서 한쪽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더니 누나는 내 입에 검지를 집어넣더니 좌우로 벌리기 시작한다.

“요게 진짜 힘 세졌다고 누나 알기를 장난으로 알아? 진짜 너 혼난다?!”

으흠. 이런 반응을 보면 바뀐 것도 없는 거 같은데 진짜 이상하네.

내 입을 쭉쭉 잡아 늘이는 누나의 텅 빈 허점에 손을 대고 피아노 치듯이 옆구리를 토도독 건드리고 죽 훑으니 자지러지게 웃으면서 두 손으로 옆구리를 가리고 황급히 물러난다.

“히햐하핳?!”

간지럼에 약한 누나는 나한테 멀어져서 화난 표정으로 옆구리를 가리고 주먹 감자를 먹인다. 그러면서도 내가 접근할까봐 화연이 뒤에 숨어있는데, 저런 누날 보면 확실히 뭔가 있긴 한데…. 그게 뭔지 모르겠단 말야.

쩝. 역시 시간 날 때 누날 덮쳐서 간지럼 폭풍을 시전해야겠다. 내가 궁금해서 못 참겠어.

집으로 돌아가려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는데 누나랑 화연이는 수업이 있다고 중간에서 헤어졌다. 좋아, 히아리드의 의사소통에 관한 것도 확인했으니 나도 집에 가서 마저 정신 조작에 대해 연…습을.

으음.

으음? 방금 히아리드의 의사소통 실험을 생각했더니 뭔가 전구가 살짝 켜지려다 말았는데…. 으으으음….

아, 모르겠다.

새빨간 물이 든 단풍 연길을 프랑의 손을 잡고 단둘이서 걸어 내려오는데 프랑이 자꾸 힐끔힐끔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두 걸음 걷고 힐끔 보고 세 걸음 걷고 힐끔 보고.

그러다 프랑이 밝은 목소리로 "정말 이 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걸으면 오래오래 행복하게 함께 살 수 있는걸까요?라고 말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살짝 경사가 진 단풍 연길은 한 참 아래까지 붉은 단풍이 융단처럼 펼쳐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음. 나중에 영은이를 데려와서 한 번 더 걸어야겠네. 그나저나 프랑의 표정은 그런 걸 말하려 한 게 아닌 거 같았는데.

“그래서 누나한테서 뭔가 느낀 게 있어?”

프랑은 입술을 살짝 삐죽이더니 날 향해 혀를 낼름 내밀었다.

그건 무슨 뜻이야?

“오늘 밤부터 제가 빠지는 거에요?”

윽. 그걸 본 건가. 얼버무리려고 슬쩍 웃어주니 프랑도 배시시 웃으면서 내 팔에 팔짱을 끼며 말했다.

“저도, 영은도 서하한테 해줄 말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니 포기하세요?”

“끙. 그 말은 영은이도 알고 있다는 말이네. 나만 빼놓고 셋이서 작당한 거야?”

“…….”

프랑은 내 말에 아차! 하고 실수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히죽 웃으면서 프랑의 팔을 당겨서 내게 몸을 기울게 만든 뒤 조그만 귀에 속삭였다.

“영은이는 가슴에 얼굴을 묻고 응석 부리면 왠지 다 말해줄 거 같은데.”

“아, 아이참! 그러면 안 돼요. 약속!”

“…약속해주면 뭐 해줄 거야?”

은근히 웃으면서 물어보니 내 표정을 본 프랑은 살짝 눈웃음을 친다.

“서하가 좋아하는…거?”

…음. 여우 같은 미소인데 그것마저도 예뻐죽을 거 같다.

집으로 돌아오니 미호는 공중을 둥둥 떠다니며 하푸하푸 수영하는 것처럼 팔다리를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저거 어제 본 꼬마 친구 뽀롱이에서 나온 수영 방법이던가.

곧바로 미호의 목덜미를 잡아 캐치 & 릴리즈 한 프랑은 앉은뱅이책상 앞에 앉아 윤리와 도덕 수업을 시작했다.

나도 미호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세 마리의 강아지와 세 마리의 고양이들 앞에 앉아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분명 멜디오스 연구팀을 보고 나오면서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랐었는데 그게 뭔지를 떠올리려 애썼다. 깨달음이 찾아오다 도망간 거 같은 느낌을 생각해보면 그게 지금 정신 조작에 대한 해결방법이 틀림없을 거야.

그러니 그걸 떠올린 대로….

으음.

근데 이 녀석들은 왜 미호를 빤히 바라보냐. 개 고양이 할 거 없이 죄다 식빵 굽는 자세로 미호만 뚫어져라 바라보네.

…어? 아, 생각났다.

생각났다! 정신 조작을 발현할 동작 방법이 생각났어!

좋아! 바로 시험해보자!

일단 위상력을 클라인의 병 모양으로 만들고. 좁은 곳에서 넓은 곳으로 퍼지는 부분에 TP를 흘려 넣는다. 좋아, TP가 외부와 내부의 벽을 따라 기묘하게 물결치며 순환하기 시작한다.

위상력으로 이루어진 형태의 면을 따라 TP가 슬금슬금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표면을 따라 TP가 회전하듯이 퍼져 나왔다가 좁혀 모였다가 다시 퍼져나가길 반복했다.

…으음? TP의 성질이 조금 바뀌는 거 같은데….

어? 진짜 TP의 색이 7가지로 변해간다. 빨간색 주황색 노랑색 초록색 파랑색 남색 보라색…. 이거, 감정에 따른 색이야?

오욕칠정이란 말이 있다. 다섯 가지 욕심은 일단 제쳐두고 칠정은 희노애락의 확장판인데 기쁨 슬픔 분노 즐거움 사랑 미움 욕망의 일곱 가지다.

눈을 감고 공간 지각으로 일곱 가지 색이 무지개처럼 펼쳐지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느껴본다.

빨간색은 분노가 느껴진다. 주황색은 미움이, 노란색은 욕망, 초록색은 기쁨, 파란색은 즐거움, 남색은 슬픔, 보라색은 사랑.

이 일곱 가지 색을 섞으면 어떻게 되지? 으음…. 보라색과 초록색, 사랑과 기쁨을 섞으면 다른 감정이 생기는 건가.

…클라인의 병의 내외부를 오가며 일곱 가지 색으로 변화하는 TP를 보고 있으려니…. 이거, 생각보다 더 위험해 보인다.

TP의 양을 잘 조절하지 못하면 감정이 무너져서 주입된 한가지 감정밖에 못 느끼게 될 거 같다.

이런 걸 죄 없는 동물들에게 시험해보려니 굉장히 꺼림칙해진다. 동물에게 시험해보고 소피아에게 날 향한 맹목적인 충성심 정도를 집어넣으려고 했는데….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다. 이성산의 상공에 갇혀있는 다크매터 슬라임을 내게 복종시키기 위해서라도 이걸 익혀야 해.

일단 감정을 조작할 수 있는 힌트는 찾았고 이걸 어떻게 원하는 색을 뽑아내서 목표로 한 상대에게 주입하느냐 군. 우선 위험한 감정은 제외하고 초록색과 파란색 보라색의 기쁨, 즐거움, 사랑을 조작해보자.

심호흡하면서 공간 지각으로 내 몸 안을 들여다본다.

일단은 파란색이다. 움직여라 파란색. 움직여라…. 움직여.

음…. 생각보다 한가지 색만 뽑아내는 건 쉬운데? 마나 시브덕분인가. 아무튼 하나의 실처럼 뽑아져나오는…. 어? 갑자기 기분이 막 즐거워지기 시작하는 게….

헛!!

심장이 철렁하는 기분에 나도 모르게 잽싸게 마나 시브를 집중해서 파란 실처럼 변한 TP를 감싸버렸다. 그랬더니 가슴을 간지럽히는 묘한 즐거움이 씻은 듯이 사라지면서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 이거 나한테도 영향이 오는 거였어?

와, 진짜 위험한 능력이네. 다시 한 번 침을 꼴깍 삼키고 마나 시브로 집중해서 파란 실을 감싸면서 천천히 머리 위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음. 이걸 어떻게 대상한테 주입하는 거지? 그, 지부장 형이 보내준 PDF에서처럼 눈으로 바라보면 되나? 그럼 눈으로 이걸 보내야 해?

조심조심…. 이걸 시선으로 옮겨서.

정신 조작의 조건이 서로를 인식하고 있는 상태여야 한다고 했지? 그러니까 눈이 매개물일 거야. 자, 첫 타깃은 도도한 노르웨이 숲고양이, 너다.

날 거뜰더 보지도 않고 도도하게 날 외면하는 너 말이야, 너. 오자마자 난 무시하고 내 연인들한테만 꼬릴 살랑거렸지? 괭이 주제에 외모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야옹?

손을 뻗어 노르웨이 숲고양이를 들어 올렸더니 잠시 날 멀뚱히 바라보다가 온몸을 비틀고 발톱으로 내 손을 긁어대기 시작한다.

니 발톱에 상처가 날거 같냐. 니가 아니라 니 조상이 사벨 타이거라도 안됀다 이놈아.

…근데 이노무 자식! 얌전히 안있네?! 야, 내 눈을 봐!

“쓰읍.”

계속 발버둥치며 내 손에서 빠져나가려 하길래 살짝 살기를 일으켰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빳빳하게 굳어버린다.

다른녀석들도 내 살기에 영향을 받았는지 화들짝 놀라더니 지들끼리 모여서 오들오들 떨기 시작한다. 미호랑 프랑은 슬쩍 날 보더니 다시 시선을 돌리고 교과서를 보며 공부에 집중했다.

후우, 이제 얌전해졌네.

…음. 고양이한테 살기를 퍼부은건 감정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어. 다른 속셈은 없으니까!

애써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겁먹어서 빳빳하게 굳어버린 노르웨이 숲 고양이 녀석과 눈을 마주했다. 서로 눈을 마주하고, 목까지 올라온 파란 TP를 두 눈에 나눠 녀석을 빤히 바라봤다.

야…옹. 야옹야옹. 냐오옹!

오. 된다. 순간적으로 괭이 녀석의 눈이 파랗게 물들더니 이리저리 몸을 버둥거리길래 바닥에 내려놓주니까 공포심과 도도함은 어딘가에 갖다버리고 개구쟁이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니면서 연신 냥냥♪ 거린다.

오오, 성공했어. 성공했다고!

나 진짜 천재 아냐?

이번엔 다른 녀석, 샴 고양이를 잡아서 보라색을 살살 끌어올린다. 동시에 마나 시브로 보라색 TP를 감싸서 똑같이 눈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눈을 마주치니 샴 고양이의 노랗고 파란 오드 아이 눈동자가 보라색으로 한번 물들었다 사라지며 꼬리가 갑자기 좌우로 살랑거리기 시작한다.

야오옹, 냐오오옹. 이야옹.

그리고 녀석을 내려놓으니 딴 데 가지 않고 내게 찰싹 붙어서는 갸르릉 갸르르릉거리며 내 다리에 온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손을 뻗어 녀석의 아래턱을 간질간질 해주니 고릉고릉거리며 기쁜 숨을 내쉬기 시작한다.

좋은데?!

그 뒤로 파란색과 초록색 보라색 세 가지 기운만 가지고 고양이와 강아지들을 상대로 연습해본 덕분에 여러 가지 컨트롤 방법을 알 수 있었다.

우선 왼쪽 눈으로 보낸 기운은 타깃을 설정한다. 그리고 오른 눈으로 내보낸 기운은 타깃의 대상을 설정하는 거였다.

예를 들자면 내가 정신 조작으로 대상의 사랑 감정을 움직여보자. 일단 목표에게는 왼쪽 눈으로 바라본다. 그럼 목표의 눈은 한순간 보라색으로 물들었다가 원래 색으로 돌아가 간다.

그리고 오른쪽 눈으로 다른 대상과 눈을 마주치면, 왼쪽 눈으로 본 대상은 오른쪽 눈으로 본 대상을 좋아하게 된다 이거다.

오른쪽 눈으로 본 대상은 아무런 영향도 없다. 눈도 보랗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두 눈으로 동시에 바라보면 목표와 대상이 동시에 설정된 녀석은 정신 조작을 건 날 대상으로 본다. 만약 왼쪽 눈으로 기운을 보내 목표를 잡고 오른쪽 눈으로 다른 대상을 찍어주면 녀석은 그 대상에게 감정을 발휘한다는 거다.

그리고 이 정신 조작을 걸게 되면 그 부담이 정신적인 피로함으로 변환되어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 피로감은 아마도 대상의 위상력의 양에 따라 내게 걸리는 부담이 달라지겠지.

이런 지능이 떨어지고 위상력이 없는 존재는 그야말로 한 듯 안 한듯한 피로감만을 주지만 이형종이나 능력자를 대상으로 하게 되면 어떻게 변할지 확인을 해봐야겠다.

그 병신같은 새끼는 자기 부담의 수용 한도를 넘어선 두 마리의 최고위 이형종을 동시에 정신 조작을 하는 바람에 대가리가 과열돼버려서 병신이 된 거라는걸 다시 한 번 확신했다.

내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하철수를 얼마나 쉽게 처리한 것인지 알게 됐더니 침이 꼴깍하고 넘어간다.

만약 놈이 공간의 벽이 통하지 않는 다크매터 슬라임 하나만 가지고 넘어와서 능력자들을 마구마구 지배해버렸다면, 내 연인을…. 으으.

미호에게 훈육하기 바쁜 프랑을 힐끔 바라보고 이번엔 다른 감정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예전에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놀다가 어떤 글을 봤었습니다.

질문) 마인드 컨트롤이 있다면 당신은 가장 먼저 무엇을 하겠습니까.

순간적으로 어떤 행동이 머릿속을 치고 지나갔는데, 스크롤을 내렸더니 이런 글이 있더군요.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당신의 인성을 대변하는 행동입니다.

...큭큭큭.

내 인성은 없어!

아니 그런데 마인드 컨트롤로 할 수 있는 행위는 진짜 몇 가지를 제외하면 죄다 나쁜 거 뿐이잖아요? 애초에 남의 정신을 맘대로 조종한다는 거 자체가 나쁜 거구만 -_-

나만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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