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84 정신, 그리고 조작. =========================================================================
산 중턱의 연구소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경비실에서 H 클래스 신체 강화 능력자 두 명이 보안 감지 장치로 경계 근무를 서고 있었다.
그 두 명은 나와 화연이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경비실에서 뛰쳐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엇, 우리 그랑 블루 경비팀 직원이었나? 옷은 그냥 검은색 평범한 제복인데. 화연이는 허리를 꾸벅 숙이는 경비 팀원에게 말했다.
“알티나 멜디오스 씨의 연락을 받고 찾아왔습니다.”
“옙, 연락받았습니다! 신분증 확인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두 명의 경비는 조용한 화연이의 말에 조심스럽게 신분증을 요구했고 나와 화연이는 인증기를 켜서 신분을 확인시켜준 뒤 초 강화 유리로 만들어진 자동문을 통과해 연구실 안으로 들어갔다.
연구소 아니랄까 봐 온통 새하얀 색이네. 난이라던가 꽃 같은 화분들이 곳곳을 장식하고 있지만 밋밋한 벽에 대리석 타일로 마감된 바닥의 서늘함을 감춰주기에는 좀 부족한 거 같다.
알티나 멜디오스, 알티나의 연구실은 의한 대학 부속 연구소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6m까지 내려가니 프랑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설비들로 채워진 연구실로 이끌어주었다.
16m라고 하니까 깊어 보이지만 지하 5층밖에 안 된다. 연구소는 역삼각형 모양으로 깊은 곳일수록 면적이 좁았는데 지하 5층은 두 개의 연구팀만 사용하고 있었다.
이형 생물학 연구가 주목적인 알티나 팀, 그리고 위상 물리학 연구가 주목적인 드와이트 팀.
우리가 향한 곳은 알티나 팀이 있는 연구실이었다.
연구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은색의 유선형 의자에 앉아있는 히아리드가 보였다.
의자는 날개가 있고 체구가 인간보다 더 큰 히아리드를 위해 특별히 만들었는지 편하게 앉아있는 거 같다.
히아리드의 몸에는 선 같은 게 붙어 있었는데, 좌우 관자놀이와 이마에 작은 씰, 근위상도 센서를 붙이고 그곳에서 이어진 가느다란 선이 주변에 은색의 소형 컴포넌트 오디오 같은 기기에 연결되어있었다.
근위상도 센서가 뭔가 했더니 근전도 센서, 그러니까 전극을 피부에 붙여서 전류의 흐름을 파악하는걸 위상력 파악용으로 바꾼거더라.
거기다 의자의 뒤에 있는 정체 모를 장비에서 나온 선이 원피스의 앞섬으로 들어가 심장과 가슴의 아랫부분. 옆구리와 목 등에 붙이고 있었다.
머리에는 두 개의 마이크가 달린 서클렛 비슷한 장신구를 쓰고 있었는데 서클릿에서 뻗어 나온 마이크같이 생긴 게 히아리드의 입 좌우에서 히아리드의 목소리를 담고 있었다.
의자의 주변에는 몇 가지 기기가 쌓여있었는데 그곳에서 감별기에서 느꼈던 변형된 위상력의 파동이 주기적으로 퍼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게 있다는 말은 히아리드가 하는 말이 일종의 위상력을 이용한 능력 같은 거라 생각한 건가?
그 파장에 감응하고 있는 건지 히아리드의 몸 속 위상력이 연신 일렁거리고 있었다.
=하늘님.=
그리고 날 본 히아리드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삐삐삐삐삐!
“앗! 히아리드 씨! 일어서시면 안 돼요!”
투두둑하는 소리와 함께 설비에서 요란한 비프음이 울리기 시작하자 연구원들에게 뭔가를 지시하던 시커먼 뿔테 안경을 쓴 알티나가 허둥거리며 달려와서 히아리드를 앉히려고 하지만 평범한 인간이 고위 이형종을 어찌하긴 무리지.
알티나와 다른 여성 능력자 셋이 당황해서 히아리드를 앉히려 하지만 꿈쩍도 안 하는 모습을 보고 명령을 내렸다.
“앉아있어.”
=네.=
자리에 앉은 히아리드를 본 연구원들이 한숨을 쉬고 위치가 삐뚤어진 전극과 선을 새로 연결하고 알티나는 장비를 만지며 무언가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조그만 스위치를 누르고 동그란 은색 패널을 이리저리 세심하게 돌리며 무언가 주파수 같은걸 맞추던 알티나는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더니 내게 다가오면서 양팔을 좌우로 펼쳤다.
“어서 오세요, 정 회장님!”
“네. 히아리드의 의사소통에 대해서 뭔가 알아낸 게 있다고요?”
“당연하죠! 그렇지 않으면 회장님을 함부로 부를 수야 있나요? 일단 제 연구실로 가요.”
발견한 게 정말 대단한 것인지 알티나는 흥흥거리면서 한쪽 벽에 붙어있는 문으로 들어간다. 그 모습을 보다가 뒤에 서 있는 누나와 두 연인을 보고 걸음을 옮겨 알티나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알티나의 개인실로 보이는 5평 남짓한 작은 방에는 읽을 수 없는 글씨로 휘갈긴 메모가 한쪽 벽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다른 쪽 벽에는 화이트 보드가 차지하고 있었다.
화이트 보드에도 뭔가 수식에 계산식으로 보이는 단어가 나열되어있었는데 지렁이가 기어가는 글씨라서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바닥에는 온갖 잡다한 물건이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발을 디딜만한 장소가 안 보여서 발끝으로 슬슬 물건들을 밀며 걸어 들어가니 뒤따라 들어온 프랑과 누나, 화연이도 개인실을 돌아보는데 화연이나 누나는 어지럽혀진 방이 마음에 안 드는지 눈을 찌푸리고 있었고 프랑은 신기하다는 얼굴로 화이트 보드에 적혀있는 수식을 보고 있었다.
“프랑, 무슨 수식인지 이해하는 거야?”
“넷? 아니에요, 그냥 신기해서…. 에헤헤.”
내 이야기에 놀란 눈으로 프랑을 바라보던 누나와 화연이는 곧 이어진 프랑의 대답에 피식 웃어버렸다.
먼저 개인실에 들어와 있던 알티나는 보다만 책이 위태롭게 쌓여있는 데다 수식이 휘갈겨진 종이로 엉망진창인 책상을 뒤져서 몇 장의 종이를 가져왔다.
“보시죠!”
엣헴 하면서 자신만만하게 A4 크기의 종이 몇 장을 내밀길래 받아들었는데….
…….
묵묵히 종이에 쓰인걸 보고 있으려니 좌우에서 화연이와 누나가 어깨너머로 내 손에 들린 종이를 내려다보고 프랑은 내 머리 위로 떠올라 내 손에 들린 종이를 바라본다.
“““…….”””
이게 글씨야 그림이야?
내 손에서 종이를 받아든 누나는 미간을 좁히더니 4장밖에 안 되는 종이를 넘겨보다가 한숨을 쉰다. 알티나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알티나 씨?”
“네!”
어떠냐는 표정으로 자신만만해 하는 알티나를 보고 있으려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누날 보니 누나도 해독에 실패한 거 같다.
누나한테서 종이를 받아들고 알티나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글인지 그림인지 알아볼 수가 없어요.”
“네?!”
뜨악한 표정을 지은 알티나는 종이를 건네받더니 당황한 표정으로 종이를 내려다본다.
“어…. 제 글씨가 그렇게 엉망인가요?”
“보고서는 정식으로 또박또박 작성해서 올려주시고 지금은 핵심적인 부분만 이야기해주시죠.”
물음에 대답해주지 않고 딴소릴 하자 알티나는 뭔가 찜찜하다는 표정으로 종이를 뒤로 집어 던져버리더니…. 저거, 저렇게 막 집어 던져도 돼? 나한테 보여줄 정도면 중요한 내용이 적힌 거 아냐?
…아무튼 알티나는 나와 화연이 사이로 지나가면서 입을 연다.
“간단히 말하자면 돌고래의 대화 방법과 유사한 점이 많아요.”
“마늘.”
=마늘.=
“사과.”
=사과.=
그녀의 뒤를 따라 개인실 밖으로 나왔더니 히아리드는 자신의 앞에 선 여자 연구원의 말을 따라 하는 중이었는데 히아리드가 입을 열면 옆에 있는 설비의 주파수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돌고래요? 초음파로 대화하는 그 돌고래?”
“네. 돌고래는 초음파를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는데 뇌의 앞부분에 있는 멜론이라는 기름 주머니를 이용해 초음파를 발사하고 물체에 반사된 초음파를 아래턱뼈를 통해 흡수하고 인식하죠.”
개인실 밖으로 나오니 히아리드는 시선을 돌려 날 보며 연구원이 하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요.”
=오늘은 날씨가 좋아요.”
“히아리드가 입을 열면 자연 심장에 위치한 위상력이 그에 반응해 목을 통과해 머리로 향하고 머리에서 확산, 변형된 위상력이 입을 통해 빠져나오며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이 히아리드가 하고자 하는 말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파악했어요!”
“위상력을 이용한 통역 방식이었군요?”
알티나의 설명을 듣던 누나가 눈을 반짝이면서 대답한다.
누나 말대로다. 알티나의 설명을 들으며 공간 지각을 히아리드의 가슴과 목, 머리로 집중해서 살펴보니 입을 열 때마다 극소량의 TP가 목을 타고 머리로 올라와 뇌를 통했다가 입과 머리에서 빠져나온다.
그야말로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 만큼의 옅고 희미한 위상력이다. 그 TP는 주변 사람들의 머리로 스며들고 있었다.
스며든 TP는 뇌에 닿는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맞아요! 위상력을 이런 식으로 이용해서 의사를 소통한다니, 직접 보지 않았다면 믿을 수 없는 일이었어요. 처음에는 어떤 식인지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히아리드도 이형종인 이상 위상력과 관련된 능력이라 믿었지요! 그래서 그로키스 연구소에서 토폴로지컬 플라스마 위상 증착 장비로 히아리드의 음성을 분석해본 결과 위상 파장이 퍼져 나온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위상력이 닿지 않는 곳에서 히아리드의 이야기를 들으면….”
쉬지 않고 떠드는 알티나는 그대로 두면 끊임없이 떠들 거 같아서 중간에 말을 끊으며 본론을 꺼냈다.
“원래의 히아리드 목소리가 들리겠죠. 그 위상력 패턴을 분석하면 우리도 공용 기술로 만들어서 쓸 수 있을까요?”
내 이야기에 멈칫하면서 날 돌아보는 알티나는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눈으로 바라본다. 어떻게 알긴, 휴대 전화로 대화하니까 원래 목소리가 그대로 들리더구만.
“가을에는 군밤.”
=가을에는 군밤.=
마나 시브를 머리에 집중해 히아리드의 머리와 입에서 발산된 TP를 막으려 해봤지만 통하지 않았다. 마나 시브도 못 막는 TP라니?
스킬이 아니라 TP 그 자체라서 그런가? 다시 한 번 있는 힘껏 마나 시브를 집중했더니 그제야 히아리드의 육성이 들린다.
“하얀 날개.”
“سپين وزرونهسپين وزرونه.”
정말 실로폰을 통통 두드리는 독특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새하얀 연구실과 연구실 천장에서 쏟아지는 자연광을 씹어먹는 시퍼런 마나 시브의 아우라에 연구실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내게 시선을 집중했다.
특히 히아리드는 연구원의 목소리도 따라 하지 않고 내게 시선을 떼질 못한다.
입을 헤 벌리고 멍한 표정으로 날 보는 알티나에게 대답을 재촉했다.
“네, 네? 무, 뭐라고 하셨나요?”
정신을 어디다 놓고 다니는 거야?
“히아리드의 의사소통 방식을 분석해서 기술로 만들어 쓸 수 있겠냐구요.”
“아, 지금까지 증착 장비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좋군. 만약 저걸 기술로 익힌다면 언어의 장벽은 모두 사라지겠는걸. 그런데 알티나는 조금 곤란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다만…. 꽤 높은 등급의 기술 판정을 받을 거 같아요.”
“네?”
“공용 기술에는 등급이 있어서 특정 기술은 일정 클래스 이하는 못 배운다는 건 아시죠? 히아리드의 위상 파장과 주파율을 연구해본 결과 상당히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었어요.”
높은 등급은 클래스도 높아야 하지만 위상력 운용 기술도 숙달되야한다던가. 뭐,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다.
“괜찮아요. 일단 기술로 만드는 걸 전제로 연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 그럼 이 연구가 끝나면 그걸 연구하게 해주시는 거죠?”
손바닥을 싹싹 비비면서 우히히 웃는 얼굴로 내 표정을 살피는 알티나를 보니 좀 안쓰럽다. 젊은 처자가 저런 변태 같은 얼굴로….
집중하고 있던 마나 시브를 풀고 눈을 빠르게 깜빡이는 알티나를 보며 말했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요. 난자의 무한 공급 같은 건 안 할 거니 미리 연구 절차 같은걸 준비해놓으세요.”
“물론이죠!”
희희낙락거리는 알티나를 보면서 내가 본 걸 말해줬다.
“히아리드가 입을 열면 입과 머리에서 극소량의 TP를 발산하고 그 TP가 사람들의 머리에 닿는데 이걸로 히아리드가 말하는 걸 이해하게 되나 본데 그쪽으로도 확인해보세요.”
“네?! 그걸 어떻게 아신 거죠?!”
“제가 누군지 잊으셨나요? 아무튼, 다음에 왔을 땐 히아리드의 통역 능력에 대해 알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으음…. 힘내볼게요.”
“그러세요. 히아리드, 일과 끝나면 바로 집으로 와.”
통역. 통역이라고 했으니 어쩌면….
=알겠습니다, 하늘님.=
뭔가 정신적인 자극을 받았는지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알티나와 앵무새처럼 연구원이 하는 말을 반복하는 히아리드를 두고 연구실을 나오니 누나가 뒤에서 멈춰 서며 입을 열었다.
“난 알티나 씨랑 연구원들에게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먼저 가.”
“할 이야기?”
“응. 알티나 씨 행동을 보니까 보안에 허술한 면이 보여서 지적 좀 해주려구.”
알티나씨의 연구팀은 모두 직접 뽑은 사람들이고 내 마나 비전의 영향을 받아서 보안에 신경 쓸 필요는 없을 텐데…. 뭐 개인실에 자료 관리는 지적 좀 받아야 할 거 같긴 했다.
“알았어.”
누날 두고 이형 생물학 연구실을 나와 맞은편에 있는 위상 물리학 연구실로 들어가니 블루 스톤을 뭔가 송곳? 긁개 같은 걸로 살살 긁고 있는 드와이트가 얼굴을 들더니 환한 얼굴로 걸어 나온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얼굴에 끼고 있던 외눈 확대경을 벗은 드와이트는 열정적인 목소리로 날 반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옆방에서 뭘 하는 거지? 뭔가 커다란 기계에 내가 건네줬었던 상급 위상석을 검사하고 있는 거 같은데.
오소은과 드와이트의 세 자식, 장녀인 세리아, 장남인 에단과 막내인 아롤까지 진공관 같은데 내가 건네줬던 상위급 위상석을 두고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네, 연구는 잘 되어가고 있나요?”
“하하…. 본격적으로 연구하려면 연구소가 지어지고 나서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임시로 간이 측정 중이긴 한데 지금 있는 설비로는 확신을 두기가 힘듭니다.”
드와이트의 이야기를 듣고 연구실 내부를 돌아보니 뭔가 거대한 산소통같이 생긴 거에 수많은 파이프가 연결된 설비나 동그란 파이프 같은데 실린더 비슷하게 생긴 게 엉망진창으로 달린 걸 보니까 드와이트가 멋쩍게 웃으면서 입을 연다.
“지금은 블루 스톤의 표면의 물성을 연구하는 정도밖에 못됩니다.”
“그럼 1달 동안 알아낸 게 없다는 거에요?”
“음…. 한 가지 확실한 건 블루 스톤이 알려진다면 기존의 위상석의 가치는 폭락할 거라는 예상만 할 수 있습니다.”
드와이트의 이야기를 들은 화연이는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앞으로 한발 나서면서 입을 열었다.
“블루 스톤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겁니까?”
“어림잡아 위상 에너지 응집력이 동급 위상 석의 7배가 넘는 걸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예상하기에 10배쯤 되지 않을까….”
10배. 여기서도 10배 이야기가 나왔다. 내 마나 시브가 여러 가지로 위력이나 회복량이나 사용량 같은 데서 10배의 이야기가 나오더니 블루 스톤도 10배인가?
“그 말은 블루 스톤이 위상석과 비슷하거나 같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거네요?”
“예. 그렇게 봅니다.”
“…그걸 먼저 말해줬어야죠.”
황당하다는 얼굴로 드와이트를 바라보니 드와이트도 황당하다는 얼굴로 날 바라보면서 말한다!
“어, 그건 회장님께서 알고 계신 줄 알았습니다만…. 아니었습니까?”
으잉?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같은 양으로 10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취할 수 있다면 기존의 에너지는 밀려나는 게 당연하지요. 그나저나 블루 스톤을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이걸 연구하면 할수록 감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위상 세계에서 구했죠.”
씨익 웃으면서 이야기해주니 드와이트도 "하하, 그렇겠지요?" 하고 웃어버렸다.
위상 물리 연구실에서 나오니 프랑과 화연이가 진지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블루 스톤이 일반 위상석의 10배의 효율을 지니고 있다니, 대단하네요.”
“최소 고위급 블루 스톤은 얼마든지 수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 현실의 미다스 군요.”
“아, 정말 미다스 왕이네요.”
“…난 마이더스 왕은 싫은데.”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툭 하고 말을 던졌더니 프랑이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보며 물었다.
“어째서요?”
“그야 손만 대면 모든 게 황금으로 변하는데 단지 취급 관리 소흘로 피해 보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징징거리다가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 버리잖아. 손에 닿은 건 뭐든지 황금으로 만들어버리는 엄청난 능력인데 그만큼의 리스크가 있는건 당연한거 아냐? 최소 황금 실로 짠 장갑 같은 걸로 손을 가리고 다니다가 사용할 일이 있으면 장갑을 벗으면 될텐데 말야.”
프랑은 내 이야기에 멍한 표정을 하고 화연이에게 "그, 그렇게 되나요?" 하고 묻는다.
“손대면 모든게 황금으로 변하니 식생활은 하녀나 시종을 통해서 해결하면 되잖아. 권력이나 무력은 이미 왕이었으니까 충분할 만큼 있으니 금력을 충당해주는 황금을 만들어내는 능력, 그야말로 자기 나라를 최강국 반열에 올릴 능력인데도 자기가 취급 부주의로 딸을 금으로 만들어버리고 징징 짜기만 한 건 멍청하다고밖에 생각이 안 들어.”
엘리베이터로 향하면서 하는 이야기에 프랑도 화연이도 뭔가 애매한 얼굴로 긴가민가했다. 그래서 설명을 덧붙여줬다.
“손에 닿은 1차적인것만 황금화 되는지 손에 닿은 것과 닿은 것에 이어진 모든 게 황금으로 변하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후자는 아닐 거라 생각해.”
만약 후자였다면 어떤 물건을 만지자마자 그것과 연결된 모든 것, 그러니까 지구까지 황금으로 변해버렸을 테지! 하지만 전설에서는 손에 쥐어진 것만 변했다는 이야기를 보면 일차적인 접촉 체만 황금으로 변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그러니 마이다스 왕은 천하에 둘도 없는 멍텅구리인 거지!
내 이야기를 모두 들은 프랑과 화연이는 눈에 콩깍지가 씌인 표정으로 "그렇군!" 하고 대단하다며 감탄했다.
============================ 작품 후기 ============================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선작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