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82 위험과 위협의 차이 =========================================================================
현실에 쏟아져 나온 최고위 이형종과 고위, 상위 이형종, 그리고 목에 걸린 가시 같던 하철수를 세상에서 지워버린 지 4일이 지났다.
하철수가 정신이 나가버린 상태에서 어떻게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는지 그 이유는 결국 밝혀내지 못했다.
정신 조작 능력자, 하철수가 위상 세계에서 최고위 이형종을 끌고 나온 일은 전 세계에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여태껏 위상 세계에 나타났던 가장 강력한 이형종은 상위 이형종. 그런데 나오자마자 쓰러트리긴 했지만, 최고위 이형종이 등장했으니까.
하지만 활활 타오르는 집에 기름을 끼얹은 것과 같은 상황이 된 이유는 그게 사람이 불러일으킨 재앙이었다는 점이었다.
최고위 이형종과 거기에 더해 수십 마리의 고위, 상위 이형종을 이끈 테러.
120층 높이의 거대 능력자 연합 빌딩이 실시간으로 그랜드 터틀에 의해 넘어지는 모습이 전 세계에 방송되면서 정신 조작 능력자에 대한 위험성이 크게 부각되었다.
전 세계에 단 다섯 명 뿐인 정신 조작 능력자의 위험성에 초점이 맞춰지는가 했더니, IWO와 세계 위상 능력자 연합 본부에서 긴급 발표를 통해 현존하는 다섯 명의 정신 조작 능력자는 다들 완성된 인격자임을 강조했다.
지부장 형이랑 옆에 있던 바람 속성 능력자인 비서 누나와 나누던 이야기가 생각났지만 IWO와 능력자 연합 본부, 그리고 IWO 상임이사국 위원들이 나서서 생방송으로 스피릿 오더 타입에 대한 안정성을 피력했다.
“…스피릿 오더는 뭐야?”
“정신 조작, 마인드 컨트롤이라는 단어는 혐오감과 함께 공포심을 부추긴다면서 스피릿 오더로 명칭을 변경했대.”
“눈 가리고 아웅이네.”
아무래도 저건 지부장 형이 나서서 뭐라도 한 거겠지?
하철수가 B 클래스에 올랐다는 건 나와 집에 돌아온 연인들에게 알려줘서 우리만 알고 있었는데 일부러 또다시 위험성을 알릴 필요는 없어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떤 놈이 이런 심각한 테러를 일으켰는지가 주목되며 IWO는 이번에 새로 나타난 한국의 정신 조작 능력자인 하철수를 지목하며 하철수의 인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애초에 범죄자로서 위상 세계에서 각성했으며 이후 범죄 심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원한과 복수심에 휩싸여 위상 세계 무단 진입을 하고 이번 테러사건까지 일으킨 범죄자. 뺄 것도 없고 더할 필요도 없는 100% 사실 그대로 공표했다.
덕분에 하철수는 전 세계에 대형 인명 피해를 불러일으킨 극악무도한 테러범으로서 그 이름을 위상 세계 연표에 올리게 됐다.
또한, 두 마리의 최고위 이형종을 사살 및 제압하고 수십 마리의 고위 이형종과 상위 이형종을 단신으로 처리해 피해를 최소화한 나에게도 시선이 집중되며 단순한 인성 최악의 막장 능력자라고만 생각하던 이들이 최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인물이었다며 파괴 신이라는 별명이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하철수가 날 노리고 일으킨 사건이라는 건 쏙 빠져있었다는 거다. 만약 그 일도 매스컴을 타고 그랬으면 빼도 박도 못하고 역사상 최악의 트러블 메이커라는 별명이 붙을뻔했다.
그 덕분에 능력자 연합과 IWO가 진짜 나한테 신경을 많이 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하철수는 하유철 부장과 이혼한 전 아내인 김추혜가 불륜으로 낳은 사생아이자 태생부터가 범죄자였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출처야 뭐…. 뻔하지.
그렇게 범죄로 자식을 낳아 77,982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키고 수십만 명의 이재민을 만들었으며 수십조 원대의 재산피해를 일으키게 한 원흉이라고 국내 언론과 인터넷에서 극도의 비난과 함께 피해자들의 증오와 원한을 받았다.
빠르게 신상이 털린 김추혜에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살의가 가득한 전화가 쏟아지고 혼자 살던 작은 단칸방까지 사람들이 찾아와 페인트와 스프레이를 뿌려대고 썩은 음식을 집어 던지고 쓰레기를 쏟아부었고, 외출이라도 하게 되면 어디선가 날아온 썩은 과일이나 상한 계란이 날아와 집 밖으로 못나가는 생활이 이어졌다던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분노과 증오를 받는다는 현실을 견디지 못한 김추혜는 결국 혼자 살던 작은 단칸방에서 목을 매고 자살해버렸다.
국내 수위의 레이드 팀 부장을 남편으로 두고 갖은 불륜과 혼외정사로 쾌락만을 탐닉하던 여자의 말로였다.
김추혜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자 그 뒤로 하유철 부장에게 언론이 쏠렸지만 하유철 부장은 묵묵히 자신의 할 일만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언론에는 일절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게 맞는 거다. 산불이 일어나면 평범한 일반인은 그냥 대피해야지 괜히 불을 끄려다간 화마에 삼켜져 목숨을 잃을 뿐이니까.
김추혜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인터넷의 다른 쪽에서는 단번에 고위 이형종과 상위 이형종 합쳐 29마리의 멱을 따버리고 최고위 이형종인 그랜드 터틀과 십수 분간 드잡이질을 벌이다 결국 죽이는 데 성공한 나에 대해 폭발적인 환호와 함께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그랜드 터틀과의 싸움을 모두 촬영하는 데 성공한 방송국은 (첫 쇼크웨이브에 한 대 맞는 부분은 나오지 않아서 내심 다행이라 생각했다) 내가 공간 도약으로 그랜드 터틀의 주둥이에서 쏟아지는 쇼크웨이브를 피하다가 공간의 벽을 몇 번 쓰는 걸 화면에 담았었다.
이후에 천총운검을 꺼내 들어 검기를 난사하는 것에서부터 전투기의 미사일 폭격을 정통으로 맞고도 멀쩡한 그랜드 터틀의 모습을 화면에 담았고 짙은 호박색 반구체를 하얗게 작렬하는 그랜드 터틀을 뒤집어씌워 빅뱅을 막는 장면과 그랜드 터틀의 아래턱을 공간의 벽으로 터트려버리는 게 정확히 영상으로 담겼다.
그 직후에 그랜드 터틀의 껍질에 묻힌 하철수를 뽑아올려 지워버리고 그랜드 터틀의 사지를 구속하고 목을 뽑아버리는 장면까지 모두 생방송으로 중계되었다.
방송 중간부터는 해외 각국에서도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던가.
이전까지는 "한국에 최고위 이형종이 나타났다더라.". "어떤 능력자가 막아냈다던데?" 라는 분위기가 외국의 일반인들 사이에 퍼져있었다면, 이 영상의 발표 이후에는 "혼자 최고위 이형종을 막아낸 능력자가 한국에 있다며?", "그랑 블루 레이드 팀의 회장이래!" 라는 정확한 펙트가 그랜드 터틀 사냥 영상과 함께 인터넷을 타고 급속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공간의 벽이 내 의지대로 갖은 모습을 갖출 수 있다는 게 알려졌고 내가 공간 도약. 텔레포트까지 가능하다는 점에 정신 조작 능력자보다 내가 더 위험한 거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퍼져 나왔다.
그러는 와중에 인증기 커뮤니티에서는 나에 대한 영상이 올라가자마자 댓글로 내가 인간 맞냐는 이야기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와 시발, 좆간지;; 저거 천총운검 그거 맞지? 소비 TP 20% 감소시켜주는 검.
-우리랑 같은 능력자 맞아? 아닌 거 같아ㅎㅎ
-머다나다! 퍄퍄퍄
ㄴ 야민정음 꺼져!
-1 vs 남은 능력자 전부 해도 남은 능력자들이 질 거 같다.
ㄴ 회장한테 죽은 저놈, 정신 조작 능력자라며? 정신 조작도 막은 거 아냐?
ㄴ 시발;; 진짜 그러네? 뭔가 특수 능력이라도 있나 보다.
ㄴ 사람이 아니야 사람이….
-대박ㅋㅋㅋ 어디 무협지 주인공인가? 허공 답보를 펼치면서 검기를 마구 날리네.
ㄴ그랑 블루 회장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틀림없어.
ㄴ 시발, 나라가 아니라 지구를 구했겠지.
ㄴ 지구가 아니라 타 차원을 구한 거 아닐까?
-저거 뭐야. 공간의 벽? 이터널 블리자드 같은 건 못쓰나?
ㄴ샤이닝 저스티스를 쓸지도 모르짘ㅋㅋㅋ
-특이점이 온 능력자.mkv
ㄴ인간을 상대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되버렷~!
ㄴ그거 하지마ㅋㅋㅋ
…특이점은 뭐야?
인터넷 반응이야 어쨌든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인도 등지에서 조심스레 내가 가진 무력에 대해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야 그럴게 마포를 손에 쥐고 흔들면서 일본을 털어버리는 바람에 대규모 폭격용 파괴 신이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뜨거운 감자가 되었거든.
그래서 상자에 넣어두고 본체만체하고 있다가 상자가 들썩거리길래 뚜껑을 열어봤더니 전략 핵도 첨부되어있었다~ 이런 내용이 되어버렸다는거지.
아무튼, 일반인들은 모르는 물 밑 세계에서 나에 대한 조심스러운 이야기가 슬슬 흘러나올 무렵 영국은 여왕이 직접 나서서 나에 대한 옹호 발언을 펼쳤다.
“한국의 그랑 블루 그룹의 회장은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을 때 솔선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습니다. 비록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 누가 최고위 이형종과 단신으로 맞서 싸우려 하겠습니까. 가진 자일수록 본연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법이지만 권리만 찾고 의무를 행하지 않는 의식이 팽배해있을 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정신 조작 능력자의 최고위 이형종을 이용한 테러 사태를 홀로 막아낸 그랑 블루 회장의 결단력에 찬사를 표합니다.”
딴 나라는 당연히 영국도 자신들과 같이 행동할 거라 생각한 영국의 뒤통수에 뜨악했는지 쌀나라와 불곰국은 단번에 우려의 목소리를 집어넣고 영국처럼 내 영웅적인 행동에 대해 칭찬에 나서기 바빴다.
-인류의 영원한 미답이라 여기던 최고위 이형종의 솔로 레이드.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영웅적인 발자취!
-그를 영입할 수 있다면 러시아의 모든 것을 내놓을 각오가 되어있다.
-중국으로 온다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향락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겠다.
그러는 와중에 미국은 뭔가 심기가 뒤틀렸는지 물러서서 관망하는 자세를 취했고(아마 부차관보던가? 그 여자한테 면박을 줬던 일이 기억에 남아있는 거 같았다.) 그 외 열강에 포함되는 나라들도 날 향해 우호적인 메시지를 연신 발표했다.
내가 날뛰면 잃을 게 많은 강대국들이 펼치는 똥꼬쑈를 보며 웃기지도 않아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데 영국 여왕의 발표로 엉뚱한 데서 또 불이 지펴지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의 시사 프로그램이 내가 내 능력으로 고위 및 최고위 이형종을 사냥한다면 1년에 벌어들일 수입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분석하는 풍경까지 벌어지고 내가 그랜드 터틀과 싸우는 모습이 편집된 화면이 재방송에 재방송을 거듭하며 거리에 쏟아져나오고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11.7 이능력 테러 사건의 이야기가 절정에 달할 무렵.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남자.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남자.
이 수식어가 날 지칭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등장한 최고위 이형종의 사체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어떻게든 조직 샘플이나 사체의 일부분을 구할 수 없겠냐고 우리나라 정부를 비롯해 그랑 블루 통합관리부에 연일 접촉해오고 있다고 한다.
듣기로는 세계 유명 연구소에 이미 연구 소재를 기증하고 대가로 기술력을 제공받는다는 계약을 했다던데 그쪽은 신경을 쓰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영은이랑 누나가 잘하고 있겠지.
얼핏 등껍질을 가공해서 갑옷을 만들거나 무기로 만들거나 최고위 이형종의 생태는 어떤가 연구를 목적으로 사체를 처분한 금액의 순이익, 그러니까 처리비용, 운반 비용, 보관 비용을 모두 제외하고서도 강동구의 피해를 복구하는 데 쓰고 남을 정도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최대한 공평하게 재난 지원금과 사망자 유가족 위로금을 받을 수 있게 했더니 정부에서 날 불러내 훈장을 수여하려 했다.
…수만 명이 죽고 수십만 명이 피해를 보았는데 이런 상은 받을 수 없다고 하고 최고위 이형종 그랜드 터틀의 사체를 판 돈의 순이익은 원래 강동구의 복구 비용에 보탤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사실은 남들 앞에 서기 싫어서 핑계를 댄 건데 이게 또 미화가 되어서 죽은 사람들에 대한 추모를 위해 상을 거절하고 최고위 이형종의 사체를 판 비용까지 모두 복구 기금으로 내놓은 영웅이라며 매스컴이 연일 날 칭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남자이자 영웅인 나는 집에서 몇 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데려와서 정신 조작을 연습하고 있었다.
“끄응…. 어떻게 만들긴 했는데 정신 조작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네.”
“잘 안되니?”
“응.”
“하철수가 정신 조작을 쓰는 걸 봤다면 무척이나 도움이 됐겠지만 이미 죽고 없는 게 아쉬운걸.”
영은이는 온갖 야채를 갈아서 만든 야채 주스를 빨대로 쪽쪽 빨면서 거실에 앉아있는 내 어깨에 살짝 기대앉았다.
“아쉽지 않아. 그놈이 정신 조작을 쓰게 만들었다간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테니까.”
하철수의 위상력 형태를 흉내 내서 정신 조작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연인들 앞에서 했더니 흡족하고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역시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남자라며 추켜세워줬다.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칭찬은 무덤덤하지만 내 연인들이 해주는 칭찬은 몸이 가렵고 베베꼬일만큼 기분 좋은 말이었다.
자타공인 세계 최강이라는 칭호잖아? 솔직히 연인들이 부드럽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날 추켜세워주는 거 만큼 듣기 좋은 게 어딨다고.
나중에 알았지만 어째 연인들이 자주 그런 수식어로 날 칭찬해준다 싶었더니…. 내가 그런 수식어를 들을 때마다 웃긴 표정으로 몸을 꼼질거렸다는걸 알게 되자 재미가 들려서 날 추켜세워준 거더라….
쳇.
아무튼, 하철수는 정신 조작 능력자의 특징에서 봤던 것처럼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정신 조작을 하는 바람에 어깨 위에 올려진 게 장식품이 되어버렸다는 게 기정사실이 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 두 마리나 되는 최고위 이형종을 손에 넣었던 걸까. 그리고 머리통이 장식이 되어버렸는데 어떻게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걸까.
놈이 데려온 이형종은 전부 다 파충류 계열이었다. 그것도 상위, 고위, 최고위 골고루였지. 물론 다크매터 슬라임은 부정형 유기체지만….
어쩌면 초거대 거북이가 있는 곳에 찾아갔던 게 아닐까? 거대 거북, 그랜드 터틀의 생김새도 초거대 거북이랑 비슷하게 생겼었고 말이지.
하늘 섬을 봐도 하늘의 주인이라는 녀석이 있는 곳답게 이형종의 대부분이 날개가 달린 녀석들이었으니 파충류가 모인 곳이 대지의 주인이라는 초거대 거북이가 있는 곳일 수도 있잖아.
…하지만 그걸 알려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하철수는 분해되서 이 세상에서 지워졌으니 진실은 영원히 미궁에 빠져버리게 됐다.
2살 정도 되는 푸들과 비글 치와와 세 마리와 페르시아고양이, 샴고양이, 노르웨이 숲고양이를 데려다 놓고 정신 조작을 연습하는데 정신 조작의 위상력 형태를 만드는 것 까진 성공했지만, 발동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어떻게 움직여야 감정을 자극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마나 시브로 위상력을 명치 부분에 모아 클라인의 병 모양으로 만드는 건 쉽게 성공했다.
내가 클라인의 병을 알고 있는 이유도 중학생 때 인터넷에서 차원 次元, 디멘션이라는 황홀한 울림에 2차원과 3차원, 4차원에 관한 이야기를 살펴보다 클라인의 병을 만드는 방법을 우연히 본 덕분이었으니까.
그 뒤에 클라인의 병을 만드는 방법이라는 이미지를 구해서 본 덕분에 형태는 금방 만들어냈고 주기적으로 연습한 덕분에 지금은 마나 모드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클라인의 병 모양으로 변환시킬 수 있었다.
아무튼, 여기까지가 기본 형태. 그리고 이 부분에서 어떤 식으로 조작을 해야 능력이 발현되는지를 알아내야 하는데 요기에서 막혀버렸다.
각성하면서 능력을 얻으면 자연히 사용법을 터득하는데 나는 보고 따라 하고 흉내 내려니 그 흉내 대상을 알 수 없어 앞이 꽉 막힌 느낌이었다.
“아…. 다크매터 슬라임도 저리 계속 놔두는 건 불안한데.”
내 말에 옆에서 미호에게 윤리와 도덕을 가르치던 화연이가 돌아보면서 입을 열었다.
“너무 다급해 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다크매터 슬라임은 이동 속도가 7살짜리 어린아이의 달리기 속도와 비슷하다고 한다. 거기에 공격하지만 않으면 이쪽이 피해를 볼 일도 없다. 저대로만 두면 누구도 건들지 못해.”
“응응. 만에 하나 다른 정신 조작 능력자가 접근한다 해도 저 공간의 벽을 뚫고 접근조차 못할테구.”
알아봤더니 다크매터 슬라임이 최고위 이형종이 된 이유는 저 흡수 -> 방출 능력 때문이라고 했다. 건들지만 않으면 전혀 위험하지 않지만 건드렸다간 박살이 나버린다든가.
게다가 슬라임이라는 이름처럼 가까이 붙으면 몸 안으로 빨아들여서 순식간에 녹여버린다니 조사도 못 하고 건들지도 못하고 잡지도 못하고….
처음 2ℓ 정도 되는 반투명한 슬라임 형태의 녀석은 중국에서 발견했다. 발견했을 땐 느린 속도에 비웃었지만, 위상력 감지 센스가 뛰어난 인물이 "저건 해로운 슬라임이다." 하고 경고를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들의 특징인 직접 겪어봐야 무서운 줄 안다는 종특이 발동되어서 슬라임을 건드렸다가 저 슬라임은 위험하다고 한 인물만 겨우 살아남았단다.
그 이후에 보고를 받은 중국 정부가 면밀히 조사를 해본 결과 최고위 이형종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상대적으로 다른 최고위 이형종 들에 비해 빈약한 겉모습에 속아버렸다던가.
처음 발견했을 당시 팀에 빛 속성 능력자가 포함되어있어 빛 속성은 흡수를 못 하고 충격을 받는다는 걸 알게 된 뒤에 다크매터 슬라임을 잡아보기 위해 중국 정부가 나서서 빛 속성 능력자를 수십 명 모아 레이드를 시도했다고 했다.
수십 명이 모여 힘을 합친 빛 벼락이 다크매터 슬라임을 치는 순간, 폭발하듯이 퍼져나가며 끔찍한 일이 벌어졌었다.
알갱이처럼 터져나간 다크매터 슬라임이 범위 안에 있던 능력자들의 몸으로 들어가 내장을 다 녹여버렸던 거다.
다크매터 슬라임 그 자체는 내 공간의 벽을 제외하면 뭘로도 막을 수 없다.
빛 속성을 제외하면 모두 흡수하고 방출해버린다.
빛 속성 공격을 가하면 폭발하며 그 파편에 닿은 생명체는 어찌 됐든 내장이 사라지며 죽어버린다.
덕분에 내 공간의 벽의 효능이 전 세계에 퍼져버렸지. 최고위 이형종의 목도 따버리고 죄다 녹여버린다는 다크매터 슬라임의 액체에도 멀쩡하고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고 그랜드 터틀의 빅뱅까지 막아내면서 내가 원하는 부분에 원하는 형태로 생겨나는 마포보다 무서운 호박색 공간의 벽.
찰싹.
열심히 머리를 굴리면서 생각을 정리 중인데 슬금슬금 내 어깨에 꽃잎을 비비는 괘씸한 영은이의 허벅지를 때려버리자 키득거리면서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소파에 걸어가 앉는다.
============================ 작품 후기 ============================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선작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