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281화 (281/517)

00281  위험과 위협의 차이  =========================================================================

쿠드드드드

그랜드 터틀은 목이 점점 비틀리며 더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사지만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가 점점 돌아가서 180도 이상 비틀린 순간.

뚜드득! 쿵, 쿠구구구구구

푸확…. 하고 공간의 벽에 의해 뜯어져 나간 십수 미터짜리 머리통이 경사를 타고 데굴데굴 구르며 그나마 남아있던 나무고 집이고 밭이고 모두 뭉개면서 굴러가다가 고속도로 위에서 멈춰 섰다.

뜯긴 단면에서는 시뻘건 피가 쏟아져 강을 만들고 피의 연못을 만든다.

지부장 형의 이야기를 듣고 그랜드 터틀의 몸속을 공간 지각으로 살펴봤더니, 정말로 멀쩡한 상태가 아니었다.

몸속 장기가 마치 두더지가 굴을 파놓은 것 마냥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는 데다 그곳으로 피가 흐르다 굳은 모습이나 심한 곳은 거대한 공간이 만들어져있는 곳도 있었다.

“저거 뒤처리를 하려면 고생하겠군. 아무튼, 최고위 이형종을 잡은 거, 축하한다.”

지부장 형은 고개를 돌려 강동구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헬기를 돌아보더니 피곤한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최고위 이형종을 홀로 레이드한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 능력자의 탄생이군.”

그 말을 남기고 지부장 형은 옆에서 약간 겁먹은 얼굴로 날 보는 바람 속성 능력자의 어깨를 두드려서 정신 차리게 한 다음 손짓을 해서 능력자 연합 빌딩이 서 있던 곳으로 날아갔다.

“어? 잠깐! 저거 다크매터 슬라임은 어쩌라고!!”

“…그대로 놔둬라! 처분 방법을 IWO와 연합본부와 회의를 해서 찾아볼 테니까!”

…쩝. 그럼 아무도 못 건들게 처리해놔야겠네.

다크매터 슬라임을 중심으로 공간의 벽을 이중으로 감싸고 각각의 벽을 20번씩 중첩시켜버렸더니 반투명한 호박색 공간의 벽이 그야말로 불투명한 호박색 구체로 보이게 변해버렸다.

이 정도면 누가 건들지도 못하겠지. 다크매터 슬라임도 저 안에서 탈출 못 할 거고.

저놈의 특징이 공격을 가하면 그 공격을 흡수해 반사하는 성질이랬으니까, 공간의 벽은 저놈에게 어떤 충격도 주지 않으니 놔둬도 상관없을 거야. 그저 푸릉거리기만 할 뿐이니까.

혹시 몰라서 빤히 수 분간 빤히 지켜보고 있는데 그때 저 멀리 날아가던 지부장 형이 입을 달싹거리길래 나도 모르게 독순술로 읽어버렸다.

-괜한 벌집을 쑤시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군.-

-벌집…. 정신 조작 능력자들에 대한 탄압이 일어날 거란 말입니까?-

지부장 형의 옆에 있던 비서로 보이는 바람 속성 능력자가 의아한 얼굴로 돌아본다.

-정신이 나간 상태가 되어버리지만, 최고위 이형종을 정신 조작으로 복속이 가능한 게 알려지면 설령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정신 조작 능력자에게서 위협을 느낄 거다. 그러다 보면 네 말대로 정신 조작 능력자들에 대한 탄압이 시작될지도 모르지.-

-…….-

-자신들에 대한 탄압이 시작된다면 정신 조작 능력자들이 제2, 제3의 하철수가 되지 말란 법은 없지. 문제는 그다음이다.-

-다음…?-

-그 상황이 되면 정신 조작 능력자들이 누굴 가장 경계하겠나.-

-그랑 블루 회장이겠죠. 그런데 그게 어떻다는 겁니까?-

지부장 형은 심각한 표정으로 담배 한 개비를 다시 입에 물더니 손끝에서 불을 일으켰다.

-…자기 가족에 대한 안위에는 병적으로 민감한 놈이야. 이미 살인도 해버렸으니 뭔가 거슬리는 놈이 자신의 가족이나 자신을 공격한다 싶으면 바로 지워버리고도 남을 녀석이다. 그런데 정신 조작 능력자가 저 녀석의 가족을 습격이라도 했다간…. 후우.-

-…회장이 폭주라도 한다는 말입니까?-

-그럴 가능성이 90% 이상이다. 그렇게 되면 나라 하나 지워지는 건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나겠지. 그렇게나 위험하고 강한 능력자이니 능력자 연합 본부에서도 저 녀석에게 여러 가지 빚을 지워두면서 호의를 받아내고 그의 주변 인물이 테러에 노출되지 않도록 호위를 강화하고 있지 않나.-

-그렇군요.-

…그리고 대화가 끊겼다.

지부장 형이랑 비서라도 되는 것인지 바람 속성 능력자랑 나누는 대화를 엿보다 보니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정신 조작 능력자에 대한 대비는 해두는 게 좋겠지.

그보다 능력자 연합에서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해 호위를 하고 있었다니, 전혀 몰랐다.

뭐 어쨌든 이제 일은 끝났으니 그만 돌아갈까. 히아리드는 양손에 지팡이를 쥔 채 멀뚱거리면서 날 바라보고 있어서 손을 뻗어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잘했어. 먼저 돌아가서 화연이를 도와줘.”

=…! 아, 알겠습니다. 하늘님.=

내게 칭찬을 받은 히아리드는 눈에 띄게 표정이 흔들리더니 뺨이 발그레해져서는 후다닥 날아가 버렸다.

네 장의 날개를 퍼덕이며 순식간에 그랑 블루 빌딩으로 날아가 버리는 히아리드의 뒷 모습을 보다가 천천히 그랜드 터틀의 등딱지 위에 내려섰다.

증기가 폭발하듯 퍼져나오는 위상력을 전신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니 점점 진해지는 위상력이 세포 하나하나에 새겨지는 거 같다.

기존의 700만. 하철수를 죽이고 350만. 그랜드 터틀을 죽이고 842만.

합해서 1,892만.

…마나 탄을 그랜드 터틀이 어떻게든 막아내던 모습을 생각해보면 마나 탄이나 마나 포를 가지고 저 다크매터 슬라임을 죽일 수 있을 거 같지만, 죽이면 1,422만이 늘어 3,314만이 될 테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클라인의 병 모양의 위상력 형태. 그게 정신 조작을 위한 위상력의 기본 형태라는 건 확실하다. 그리고 저 다크매터 슬라임을 하철수가 정신 조작으로 무슨 짓을 한 것도 확실하고.

저 다크매터 슬라임을 몸에 둘렀을 때 공간의 벽도 통하지 않았단 걸 생각해보면, 내가 정신 조작을 익혀 저 슬라임을 제대로 다루게 된다면 저놈은 내게 둘도 없는 방어구가 될 거다.

그럼 훗날 푸른 피부의 악마들과 싸울 때 큰 도움이 되겠지. 그러니 어떻게든 정신 조작을 익혀서 저놈을 내 걸로 만들어야 한다.

위상력을 주고 스킬을 주고 마지막에는 저런 방어구로 통용될 슬라임까지 주다니,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녀석이었군.

그나저나 정신 조작이라는 게 고작 3개월 만에 B 클래스까지 올라선 데다 2마리의 최고위 이형종, 3마리의 고위 이형종과 25마리의 상위 이형종을 끌고 다니다니, 사람들이 극도로 경계할 능력답다.

눈에 보이는 건 죄다 정신 조작으로 굴복시켜서 대신 싸우게 하고, 죽이거나 죽으면 위상력이 퍼져 나올 테니 그걸 흡수하면 자신은 물론이고 같이 싸우던 이형종까지 성장할 테지.

이형종 들은 중하위급 이상부터 능력자들보다 한 단계 이상 강해져서 1:1은 정말 전투 센스가 뛰어난 사람이 아닌 이상 동급 이상의 이형종을 상대로 싸워 이기기 힘들어지고 그게 중위, 중상위로 올라가면 혼자서 이형종을 잡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그러니 이형종을 정신 조작으로 감정을 조종해서 대신 싸우게 만들고 자긴 안전한 곳에서 구경만 하면 되는 정신 조작 능력은 몇 가지 조건만 되면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할 거다.

문제는 하철수가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들 원동력이지만, 그 원동력도 나와 혜령이 이모가 충분하다 못해 넘칠 만큼 준 상태였잖아.

그 자식 입장에서는 자신을 범죄자로 만들어버리고 인생을 망쳐버린 내가 정말 씹어먹을 만큼 증오스러웠을 테니까.

오죽 내가 싫었으면 이성이 없는 상태에서도 날 보자마자 살기를 뭉게뭉게 피워올렸을까.

...공간의 벽에 갇혀있는 저 다크매터 슬라임이랑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하철수 저놈이 어떻게 위상 세계에서 지냈는지 알 수 있을 텐데 아쉽다.

“후우우.”

영은이에게 하철수와 함께 나타난 이형종 들을 모두 처리했다고 알려주기 위해 인증기로 전화를 걸었더니 침중한 얼굴의 영은이가 실내에서 내 전화를 받았다.

빨간 카펫이 깔린 바닥에 갈색 원목이 둘러싼 실내를 보니 국무회의실인가보다.

“이형종을 이끌고 습격한 놈은 3달 전에 위상 세계로 무단 진입했던 정신 조작 능력자인 하철수인 걸로 확인했어요. 최고위 이형종인 그랜드 터틀은 방금 목을 끊었고 다크매터 슬라임은 공간의 벽에 단단히 감금해놨고 하철수는 제가 직접 목숨을 끊었어요. 나머지 29마리의 고위, 상위 이형종 들도 모두 잡았고요.”

[하아…. 그랜드 터틀을 잡고, 다크매터 슬라임을 생포했다는 거구나. 우리 서하는 정말로 대단한걸. 서하가 아니었다면 강동구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사라져버렸을 거야. 참 잘했어요~.]

애써 농담을 하며 웃음을 지었지만, 다시 얼굴을 찡그렸다. 피해가 어지간히 큰가 보다.

[그리고, 다크매터 슬라임에 대해서 알려주지 못해 미안해? 우리도 방금 그 존재에 대해서 알았단다.]

“괜찮아요. 강현우 지부장 형이 찾아와서 알려줬거든요. …그런데 피해가 많이 커요?”

[…사상자가 어림잡아 5만 명이 넘어갈 거라 예상하고 있어. 이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야. 특히 능력자 연합 빌딩이…. 후우…. 능력자 연합 빌딩이 쓰러지며 많은 수의 능력자가 사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거기다 강동구 대부분이 파괴되서 피해액은 추산할 수 없을 정도인걸.]

영은이는 가슴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가 이야기를 이었지만, 안색이 많이 어두웠다. 우리나라에 능력자 연합 한국 지부는 세 곳이 있지만 그중 서울에 있는 한국 총괄 지부가 능력자의 질이나 숫자가 많았는데….

“흠. 하남시랑 강동구 사이에 있는 산에 그랜드 터틀의 사체가 있어요. 위상석은 없는 놈이지만 첫 최고위 이형종의 사체가 맞죠? 비싸게 팔아서 피해를 복구하는 데 써야겠네요.”

[어휴. 그건 서하가 잡았으니 어디까지나 서하 소유물이야.]

영은이가 사양하려는 말을 꺼내자 주변에서 살짝 소란이 일어나며 "대통령님, 그랑 블루 회장이 직접 복구 기금을 쾌척한다는데 사양하실 필요는…." 이라는 말도 들린다.

영은이가 서늘한 눈빛으로 국무회의실을 둘러보니 바로 이어 "우리 정부가 피해복구에 개인의 자선기금을 받아야 할 만큼 가난합니까? 이번 일은 능력자 연합의 실수가 명백한 상황이니 IWO의 원조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 정도면 강동구의 재산 피해를 복구하는 데는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저 목소리, 정부 이능력부처에 김학준 차장 아저씨지? 저번에 장관으로 올랐다던가.

그리고 다른 가냘픈 목소리가 근처에서 들린다.

[그랑 블루 회장은 누구보다 빠르게 사건 현장으로 다가가 피해가 더 커지지 않게 막았으며 최후에는 최고위 이형종까지 막아낸 영웅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정부에서 그에게 보상을 해주어도 모자랄 판에 그의 소유물에 대한 기부를 받는다니,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소지가 큽니다.]

또 옆에서 "많은 수의 능력자가 사망했습니다. 그랑 블루 회장을 다독여 레이드 활동을 장려해야 할 판국에 그의 심기를 건드릴 법한 말씀을 하시면 어떡합니까."라는 날카로운 목소리도 튀어나온다.

영은이는 강렬하고 서늘한 눈빛으로 좌중을 조용히 시키더니 날 돌아보며 살포시 웃어준다.

[우리 서하가 있어 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조만간 상을 주러 부를 테니 꼭 와주렴?]

그제서야 침중한 표정이 많이 사라진 영은이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웃어주며 살짝 손을 흔들어주고 인증기를 종료했다.

영은이는 저렇게 말했지만, 저 시체의 판매 대금을 좀 풀어야겠지?

“음. 그럼 되돌아가서 빨리 이형종 시체를 회수하라고 해야겠네. 그나저나 수백 미터짜리 거북이는 어찌 처리해야 하나?”

뭐 그건 혜령이 이모나 누나가 알아서 하겠지.

싸우는 와중에는 하철수와 그랜드 터틀을 죽이고 처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지만 싸움이 끝나니 식은땀이 흐르면서 다리에 힘이 풀리는 거 같다.

조금 쉬어야겠다….

공간의 벽을 의자 형태로 만들어 주저앉아 숨을 돌렸다.

빌어먹게 푸른 하늘이구만. 미처 도망가지 못해 죽은 사람들의 가족이 흘리는 눈물이, 슬픔에 잠긴 얼굴이 공간지각으로 느껴져서 입맛이 쓰다.

그랑 블루 빌딩으로 향하며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는 강동구를 공간 지각으로 살펴봤더니 한강 쪽으로 쓰러진 능력자 연합 빌딩 잔해와 깔린 주택 속에 1만구가 넘는 수의 시신이 감지된다.

…하철수가 이형종을 끌고 처음 나타난 곳은 특히 더욱 심했다.

전장이 600m가 넘어가던 그랜드 터틀이 밟고 다니고 길이 수십 미터가 넘던 악어, 도마뱀. 거북이 등의 상위, 고위 이형종 들이 날뛴 현장은 그야말로 엉망이 되어버렸다.

전투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급이 높은 이형종 들이 날뛰는 건 그야말로 재앙이나 다를 바 없으니까…. 덕분에 강동구 일대는 엉망이 되어버렸다.

다행인 점은 시민들이 사이렌 소리를 듣고 빠르게 인근 쉘터로 대피해서 그 이상의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 그래서 내가 마음 놓고 싸울 수 있었던 거고.

사람만 살아있으면 내가 기금을 내서라도 복구에 도움을 주면 되니까…. 죽은 사람은 안됐지만 어쩔 수 없지.

잠시 멈춰 서서 재난 현장을 내려다봤다.

소방차가 출동해 화재가 난 주택지역에 속속히 도착해서 화재를 진압하고 능력자들도 뒤이어 도착하며 생존자 구출 작업에 나서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능력자 연합 빌딩이 쓰러진 곳에서 서글퍼 보이는 물빛 위상력이 물결치며 퍼져 나온다. 마치 능력자들의 혼이 빠져나와 하늘로 솟아오르는 장송 행진 같다.

문득 건물에 깔린 생존자가 보여서 생존자가 있는 곳의 위에 사람 모양의 공간의 벽을 만들었다. 그리고 수북이 쌓인 잔해를 공간의 벽으로 죄다 지우고 구출하기 쉽게 만들었지만….

피해 현장 전체를 뒤져봐도 생존자는 거의 없다. 고작해야 300명가량….

왼손에 고위급 위상석을 쥐고 300개의 사람 모양 공간의 벽을 만들고 생존자 위에 쌓여있는 건물 더미들을 공간의 벽으로 하나하나씩 다 지워버렸다.

갑자기 사람 모양 공간의 벽이 하늘에 나타나니 흠칫 놀란 소방대원은 내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했는지 그 아래 주변 사람들을 모아 남은 잔해를 빠르게 치우고 생존자를 구출하는 모습을 보고 그랑 블루 빌딩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돌아와서 프랑에게 일이 끝나서 집으로 돌아왔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화연이와 누나에게 동시 통화를 걸었다.

셋 다 같이 통화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인증기 사이에 일반 휴대폰이 섞이면 동시 통화가 안되서 아쉽다.

[서하?! 다친 곳은 없나?]

[휴우. 무사해서 다행이다.]

“응. 괜찮아.”

그런데 누나가 눈을 부릅뜨더니 홀로그램 창에 바짝 다가서더니 미간을 모으며 말한다.

[옷이 엉망인데 정말 다친 곳은 없는 거 맞아?]

어?

앗, 누나 말을 듣고 옷을 내려다보니 처음에 그랜드 터틀한테 한 방 맞은 쇼크 웨이브에 옷이 넝마 짝이 되어있었다.

“자자. 다친 덴 없어. 봐, 멀쩡하지?”

인증기를 이리저리 돌리며 내가 멀쩡한 모습을 보여주고 어깨를 으쓱하니 홀로그램 창에 떠 있는 화연이는 손을 들어 이마를 가려버리고 누나는 어지럽다는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푹 쉰다.

쩝. 나도 정신이 없어서 옷이 걸레 짝이 된 줄도 몰랐네. 지부장 형도 옷에 대해 좀 언급이라도 해주고 갈 것이지….

“처음에 한 대 맞았지만 내가 얼마나 튼튼한지 알잖아. 상처는 하나도 없어. 진짜야. 그보다 다들 피해 없이 대피했지?

[…그래. 경비팀과 경호팀, 능력자들이 잘 인솔해서 피해는 없다.]

[조금 전부터 습격한 이형종은 전부 처분되었다는 긴급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어서 그걸 보고 빌딩으로 이동하구 있어.]

내가 억지로 화제를 돌렸더니 대답해주면서도 화연이는 뭔가 불만 섞인 표정을 지었다. 누나도 눈에 뭔가 복잡한 감정이 새겨지기 시작한다.

“왜….”

“서하아아아아아~!!”

왜 그러냐고 말하려는데 프랑이 쏜살같이 날아와서는 넝마 짝이 된 옷을 보고 여기저기 만지며 상처가 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손을 들어 프랑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왜 그러는 거야? 표정이 이상한데.”

[…도움이 못되니까 그렇지.]

누나는 뭔가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시선을 내려 아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최고위 이형종에 고위 이형종이 다수였어. 거기에 정신 조작을 쓸 하철수도 있었고. 도와주러 왔다가 죽거나 정신 조작에 걸리면 그게 더 민폐야.”

[알아! 그래도 너한테 도움이 안 되니까 그런 거잖아!]

빽 하고 소리 지른 누나는 인증기를 종료해버렸는지 누나의 모습이 표시되던 홀로그램이 꺼진다.

“…그날인가?”

좀 황당해져서 중얼거렸더니 누나의 외침에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프랑은 눈을 새침하게 뜨면서 내 옆구리를 찌르고 화연이도 날 살짝 힐난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 뭐. 하철수와 함께 나타난 이형종은 모두 처리했어. 그러니 복귀하면 강동구 옆에…. 그러니까.”

지도로 그랜드 터틀이 죽은 장소를 확인해보니 이성산이다. 그런데 화연이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입을 연다.

[이성산 말이지? 시하가 이미 전투 6팀과 7팀, 8팀에 생활보조 7조부터 13조까지 장비를 챙겨서 보내놨다. 시하 본인도 그쪽으로 향했고.]

“어? 어떻게 알았어?

[서울 상공을 날던 방송국 헬기가 네 전투장면을 모두 촬영해서 생방송으로 보도했으니까. 그랜드 터틀의 머리가 잘려나가는 것과 동시에 일제히 출발했지.]

아, 멀리서 날아다니던 헬기가 방송국 헬기였나보네. 아무튼 사체 처리를 위해 이미 출발했다면 더는 신경 쓸 일은 없겠다.

[너도 얼른 돌아와서 일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려줘.

“난 집이니까 화연이도 얼른 돌아와.”

[그래. 바로 갈게.]

============================ 작품 후기 ============================

의문점이나 이상한 점에 대한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그리고 코멘트 창으로 질문을 해주시는 분께는.... 대답해드자니 내용 누설이 될 부분이라 대답해드리기가 난감하네요;;

하철수에 관련된 이야기는 사람이 분노나 증오를 품게 되면 계기가 주어졌을때 때때로 정상인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을 저지른다는 점이 문득 생각나서 써봤습니다.

매번 부족한 제 이야기를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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