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278화 (278/517)

00278  테러!  =========================================================================

일요일은 집무실에서 아침부터 위상 세계 지형 정보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랑 블루 위상 정보전략팀뿐만 아니라 영은이도 내 부탁에 많은 자료를 수집해서 지형 특징별로 분류한 다음 내게 건네줬었는데 그 양이 많긴 하지만….

역시 나처럼 수십 킬로미터 상공에서 지형을 파악할 수 없으니까 정확한 지형 분류가 힘들다.

거기다 유별나게 특징적인 부분이 아니라면 보기 힘든 곳도 있고 지금은 사막이지만 위상 세계에는 울창한 밀림이라던가 지금보다 더욱 넓은 범위의 빙하지대라던가….

빙하지대라고 하니까 생각난 건데 자료 정리 중에 알아낸 거지만 위상 세계의 빙하지대는 캐나다 중부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 말은 캐나다뿐만 아니라 지금 러시아의 절반과 노르웨이, 스웨덴 대부분이 얼어붙은 상태라는 이야기다.

현실에서는 그린란드 인근에만 얼어붙어 있는데 말이지. 남극도 지금보다 훨씬 범위가 넓어 오스트레일리아 남부까지 얼어붙어있었다.

…아무튼 가장 간단한 건 위상 세계로 들어가서 내가 직접 하늘에서 지형을 살펴보는 방법인데 하철수 그 개 잡종 놈이 조만간 위상 세계에서 튀어나올 거 같다는 예감 때문에 자리를 못 비우겠다.

하철수 그 새끼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위상 세계에서 나올 거 같다는 예감이 든 날.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엄마랑 아빠랑 누나한테 강원도 멀리에 있는 할머니한테 가 있으면 안되냐고 이야기를 꺼냈었는데 예상치 못한 누나의 격렬한 반발에 당황해버렸었다.

“…해서 다들 할머니한테 가 있었으면 해.”

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이전에 있었던 일을 천천히 말해줬더니 누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왜? 아빠도 엄마도 나도 그랑 블루의 핵심 인물들이야. 우리가 자리를 비우면 어떻게 될지 몰라서 그래? 서하 니가 암만 회장이라고 해도 그렇게 맘대로 처리할 수는 없어. 거기다 난 통합관리 부장인걸? 내가 자릴 비우면 부부장인 유채린씨가 내 업무까지 맡아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혜령이 이모랑 화연이가 도와주면….”

“혜령이 이모가 맡은 업무량이 어느 정돈지 너도 잘 알잖아? 화연이도 능력자 관리 감독으로 무척이나 바빠. 엄마도 푸른 재단 감사업무에 병원 총무부장일까지 맡고있고. 무엇보다 이렇게 마음대로 몇 달간 자리를 비울만큼 내가 할 일 없이 노는 줄 아니?”

“평생 가 있으란 것도 아니고 일이 해결될 때까지만 있으란 건데 그것도 안 돼?”

누나의 날이 선 이야기에 나도 조금 화가 나서 눈썹을 치켜뜨고 바라보니 누나는 또 뭔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눈을 피해버렸다.

…예전 같았으면 빼애액! 하면서 감정적으로 나왔을 텐데 무척이나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압박하니까 할 말이 없다. 어떻게 보면 화가 난 걸로도 보이고 다르게 보면 날 싫어하게 된 거 같기도 하고….

복잡한 심경에 얼굴을 찌푸리고 있으니 조용히 있던 아빠가 입을 열었다.

“아비가 생각해봐도 네 곁이 더 안전할 거 같다.”

“엄마가 생각하기에도 멀리 가는 것보다 우리 아들이 지켜주는 곳에 있는 게 나을 거 같은데…. 아니니?”

거기에 엄마까지 누나를 지원하고 나서서 결국 서울에서 멀리 떨어트리는 건 실패했다. 그보다 누나의 반응이 신경 쓰였지만 뭐 누나라고 1년 365일 웃으면서 다니지는 못할 테니까 그냥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실제로도 내가 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누나가 생리하는 날이면 날 무진장 괴롭히고 때려댔었으니까. 그때랑 지금이랑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지, 암.

영은이랑 화연이도 생리하는 날이면 날카로운 기운을 뿌려대면서 다니고 나한테도 별일 아닌 걸로 꼬집고 괴롭히다가도 방글방글 웃으면서 날 껴안아주면서 감정 기복이 극심하거든.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부장 형에게 찾아가서 정신 조작 능력자의 특징과 대처 방법을 요구했었다.

“본부의 예지감 부서에서는 하철수에 대해서 별다른 말은 없어요?”

“위상 세계와 현실 사이에는 거대한 벽이 있지 않으냐. 예지감 부서라고 해도 차원의 벽을 넘어서 예지하는 건 불가능한 거겠지.”

“그런가….”

내 예감은 조금씩 경고하는데 예지+예감 부서는 뭐가 다른걸까.

“아무튼 이대로 하철수가 나오지 않은 지도 3달이 넘어가고 있잖아요. 뭔가 대책이 필요한 거 아니에요? 제 공간의 벽을 맹신하면 곤란해요.”

“으으음…. 확실히 하철수가 위상 세계에서 늦게 나올수록 위험지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긴 하지.”

“그러니까 그 녀석이 나오면 내가 처리해볼 테니 정신 조작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세요.”

“흐음…. 알았다. 본부와 연락해서 관련 자료 반출 요청을 해볼 테니 돌아가서 기다려. 연락 오면 전달해주지.”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그날로부터 한 달이 지난 며칠 전 인증기로 짧은 문서 하나가 전송됐었다. 발신인은 지부장 형.

[본부에서 허가가 떨어졌다. 자세한 건 첨부 파일을 확인해. File name = 정신 조작 능력자의 특징.pdf]

그 문서에는 정신 조작 능력자의 특징과 클래스별 차이점, 정신 조작에 대한 저항 및 한계 등이 차트로 정리되어서 적혀있었는데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하나였다.

-정신 조작 능력은 생명체의 정신에 작용해 대상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조작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그 점에서 정신 조작이 능력자의 능력 중 가장 무서운 능력일 수밖에 없는 점이다.

그렇다면 정신 조작이 아닌 감정 조작이어야 하지 않겠느냐 이야기하는 자도 있을 것이다.

감정은 모든 생명체의 사고의 기본이 되는, 오욕칠정과 희노애락을 바탕으로 생명체의 존재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해서 위상학회에서는 대상의 감정을 조작해 정신마저 지배한다는 뜻에서 정신 조작이라는 명칭을 붙였음을 이 자리에서 밝힌다.-

(중략.)

-정신 조작 능력자의 능력이 무서운 점 중 하나는 대상의 이성은 유지한 채 감정을 조작해 대상의 행동을 원하는 방식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정신 조작에 당한 인물은 평상시에는 정신 조작의 징후를 찾을 수 없다.-

-정신 조작에는 셀 수 없는 활용법이 있다. 원수와 원수에게 사랑의 감정을 싹 틔울 수 있는가 하면 부모와 자식 간에 증오와 분노를 심을 수도 있고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일방적인 호감과 애정을 강요할 수도 있으며 죽이고 싶은 자에게 깊고 어두운 불행과 절망 두려움, 공포 등의 감정을 주입해 숨 막히는 마이너스의 감정으로 정신을 죽여버리거나 자살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정신 조작은 강대한 정신력과 높은 수준의 위상력 운용 기술, 많은 TP를 요구한다. 그래서 정신 조작 능력자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자신의 정신세계의 확장과 내면의 심정을 다스리는 수행을 하며 자신의 정신력을 강화하고 확장하려 노력한다.

-정신 조작은 능력자 본인의 정신적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몇 안 되는 능력 중 하나다. 강인한 정신력과 뛰어난 인내력을 지닌 정신 조작 능력자라면 여러 개체의 감정을 조작,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본 논문의 작성에 많은 조언과 도움을 준 XXXX의 말에 따르면 능력자의 정신이 강대하고 클래스가 높아질수록 더욱 강력하고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이형종의 감정을 유도해 자신의 심복으로 만들 수도 있으며 이 숫자는 능력자의 정신력에 비례한다고 하였다. (참고로 XXXX는 B 클래스의 능력자로서 고위 이형종을 다섯까지 자신의 지배하에 놓을 수 있었으며 그 숫자는 상위, 중상위, 중위로 내려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다.)-

-만약 정신력의 한계를 넘어가는 감정을 조작하면 어떻게 되느냐 물어보았지만 XXXX는 여태껏 시도해본 이가 없어 알 수 없었다는 말로 입을 다물었다….-

-정신 조작을 쓰기 위해서는 상대가 능력자를 인식하고 능력자도 상대를 인식하고 있을 것을 전제로 한다. 이 경우 거리의 제한은 사라지며 범위는 시야 한정임을 알 수 있었다.-

-정신 조작을 저항하기 위한 방법은 능력자보다 강한 정신력, 혹은 높은 수준의 범용 기술, T resist가 필요하며 각성을 하는 순간 정신력이 강해지는 이형 능력자들의 특성상 일반인들은 정신 조작을 막을 확률은 한없이 0%에 수렴한다.-

-정신 조작 능력의 특성상 이 능력을 각성한 능력자는 다른 능력자들에 비해 월등한 정신력을 가지게 되므로 높은 숙련도의 T resist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액티브 스킬의 특성상 불의의 기습을 당해 정신 조작을 받게 된다면 정신 조작의 저항은 실패하게 될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감정이 없는 존재는 정신 조작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면 언데드 혹은 무기질 인공 생명체라던가.-

-한번 정신 조작을 받아 감정이 뒤바뀐 자는 치료 방법이 없다. 시전한 정신 조작 능력자가 감정을 원래대로 돌려주거나 다른 능력자가 감정을 바로 잡아주지 않는 이상 죽을 때까지 변치 않는다.-

모은 자료를 가지고 위상 세계 지도를 만들어보다가 답답해져서 자료를 손에 놓고 지부장 형이 보내준 정신 조작 능력의 특징을 적어놓은 파일을 다시 열어봤다.

지부장 형이 준 pdf 파일을 전부 읽었을 때 솔직히 말해서 조금 안심했다.

내가 눈여겨본 것은 정신 조작을 쓰기 위한 조건. [상대가 능력자를 인식하고 능력자도 상대를 인식하고 있을 것을 전제로 한다] 였다.

내 공간 지각은 장애물 따윈 상관없이 범위 안의 모든 존재를 감지한다. 정신 조작은 [서로가 서로를 인식했을때.] 즉 시야에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거잖아.

내 공간 지각의 범위는 6.75km다. 적당히 숨어서 놈의 머리통만 공간의 벽으로 갈아버리면 게임 끝이지. 하지만 한번 당한 정신 조작은 치료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가족들을 피난시키려 한 건데 누나는…. 에휴.

그래서 여름방학이 끝난 직후 하철수가 있던 방을 공간의 벽으로 모두 채워놓은 상태에서 이 근방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다.

물론 공간의 벽을 5 중첩해놓은 이상 녀석은 위상 세계에서 튀어나오자마자 분해돼서 사라지고 그 감각을 나한테 전달해주겠지만 만약의 경우라는 게 있잖아.

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찾아오는 재앙은 두렵고 무섭지만, 갖은 대비를 한 이후에 찾아오는 재앙은 덜 무섭지.

하철수 그 자식은 정신력이나 심신의 수련 따위랑은 전혀 연관이 없을 거 같은 놈이지만 능력자로 각성하면 정신력이 강해진다고 하는데 단순한 쾌락주의자로 보였던 놈이 얼마나 강해졌을지 의문도 든다.

그러니 녀석이 어마 무지한 숫자의 이형종을 지배하거나 강대한 이형종을 지배해서 현실로 나올 수 있을 리…가….

…….

녀석이 거대 이형종을 부하로 만들어서 함께 현실로 튀어나오면 어떻게 되는 거지? 공간의 벽을 쳐둔 지점을 벗어나서 튀어나오면?

…….

가서 공간의 벽을 좀 더 키워 놔야겠다. 그냥 오피스텔을 지워버릴까? 하철수만 죽으면 다시 건물 지어주면 되잖아.

우리 집을 공간 지각으로 살펴보니 거실에서 영은이와 프랑과 미호가 앉은뱅이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말하고 듣고 쓰고 있었다.

프랑이 왼손에 들고 있는 꼬마 친구 뽀롱이 전편이 들어있는 디스크 재킷을 미호가 힐끔힐끔 보면서도 프랑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는 걸 보니 역시 미끼 상품이 있어야 손님들이 찾아와서 돈을 쓰는…. 이게 아닌가?

아무튼, 열심히 공부 중인데 괜히 방해할 필요는 없겠지. 멀리 떨어져서 공간의 벽만 좀 더 크게 치고 와야겠다.

프랑이 영혼석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질 수 있는 곳까지 공간 도약을 하면 능력자 연합 오피스텔이 공간지각에 들어오니까 간단하게….

그 순간 무언가가 공간의 벽을 마구 건드리는 느낌이 전해져온다.

꾸우우우우우…!!!

그와 동시에 창밖에서 한 번도 듣지 못한 괴물의 포효 소리가 아스라이 들려왔다. 황급히 뒤돌아서 능력자 연합 빌딩을 바라보니 높이 100층이 넘어가는 거대한 빌딩 옆에 빌딩 높이와 맞먹는 거대한 거북이가 시야에 들어왔다.

쿠구구궁. 드드드드드….

저 멀리 스모그에 가려져 약간 희미하게 보이는 연합빌딩이, 바로 옆에 나타난 높이 수백 미터에 길이는 높이보다 1.5배는 긴 육지 거북이에게 밀려 옆으로 천천히 기울기 시작한다.

어처구니 없는 광겨에 주먹을 꽉 쥐는 순간,

꽈아아아악…! 크아아아….

방음 시설이 갖춰진 강화유리창 너머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형종의 포효 소리도 함께 들려온다! 처음에 들은 포효 소리는 저 거북이가 낸 소리인가?

동시에 작은 점 같은 것들이 능력자 연합 빌딩에서 빠져나와 거북이를 피해 날아오르는 게 눈에 들어온다.

몸으로 능력자 연합 빌딩을 밀어대고 있는 거대한 육지 거북은 둘째치고 그 주변으로 수십 미터짜리 이형종 수십 마리가 쏟아지는 게 시야에 들어온다.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이형종의 포효. 이건 내가 쳐둔 공간의 벽에 휩쓸려서 신체 내부, 사지가 갈려 나가며 지르는 고통의 포효다.

도시 한복판에 갑자기 나타난 이형종 떼는 틀림없이 하철수가 데리고 나온 놈이겠지!

미친, 저 거북이는 최고위 이형종 아냐? 어떻게 그 빡 대가리가…!

왜애애애애애애애애앵….

귀를 찢는듯한 사이렌 소리가 서울에 울려 퍼지고 동시에 화연이가 무섭게 굳은 얼굴로 집무실로 뛰쳐 들어왔다.

“서하!!”

말없이 화연이에게 뛰어가 그녀의 허리를 잡고 37층의 혜령이 이모의 집무실로 공간 도약을 썼다.

“이모!”

창문에 붙어 거대 거북이를 넋 놓고 보던 혜령이 이모를 큰 소리로 부르니 화들짝 놀라면서 날 돌아본다.

“지금 당장 그랑 블루 내부 인원들 전원 대피시키세요. 빌딩에서 최대한 떨어져야 합니다. 한 명의 예외도 없어요!”

“네? 네!”

그리고 바로 밑층으로 공간 도약을 했더니 누나가 경악한 표정으로 유리창에 달라붙어 천천히 넘어가는 능력자 연합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미친 거북이가 빌딩을…!

…쿠과과가가가가강!

…132층짜리 능력자 연합 빌딩이 모로 쓰러지며 방음 처리가 완벽한 집무실 안에서도 무시무시한 굉음이 들려오고 동시에 먼지 폭발도 터져 나온다.

저 빌딩이 쓰러지며 못해도 수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거다.

하철수가 빠져나오면서 공간의 벽에 걸려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진짜....

“누나.”

“서하야?!”

“지금 당장 부모님 모시고 대피해. 저게 하철수가 데리고 나온 이형종이라면 바로 이곳을 향해 들이닥칠 거야.”

“그, 럼 저 이형종 들이?!”

황망한 모습으로 날 돌아보는 누나와 화연이에게 다시 말했다.

“화연이도 같이 사람들을 대피시켜. 절대 이형종이 있는 곳으로 오면 안 돼!”

“저놈들이 이쪽을 향해 올 거라 생각하는 건가?”

“하철수는 그랑 블루 빌딩의 위치를 알아. 저만한 이형종을 끌고 나왔으니 내 공간의벽에 갈려 죽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이쪽으로 올 거야.”

침착한 내 모습을 확인해서인지 누나도 마음을 진정시키더니 굳은 얼굴로 날 보며 물었다.

“서하, 넌 어쩔 셈인데?”

“어쩌긴, 하철수와 이형종 들을 죽여야지.”

“…도움은 필요 없어?”

“응. 없어. 누나도 정신 조작에 관한 능력자 연합 본부의 논문을 봤잖아? 공간 도약으로 건물 사이사이에 숨어서 이동한 다음에 하철수의 머리만 노릴 거야.”

쿠궁. 콰가강. 우지직.

쿠우우우우! 쿠우우…!!

멀리서 들리던 굉음과 이형종의 포효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온다. 영은이와 프랑에게 가서 대피하라고 하고 바로 가야겠다.

누나는 조금 굳은 얼굴이지만 날 믿는다는 듯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외쳤다.

“서하야! 조심해야 해!!”

“내 걱정은 말고 누나 몸이나 챙겨!”

그리고 화연이와 누나를 두고 다시 공간 도약을 펼쳐 집으로 이동했다. 거실에 내려서자마자 테라스에서 능력자 연합 빌딩 쪽을 보던 두 명과 두 마리가 동시에 날 돌아보더니 내게 달려온다.

- 쥔님! 거북이! 어마어마하게 큰 거북이!

“서하!”

영은이는 인증기로 누군가와 통화하며 먼지 구름에 가려져 어슴푸레 보이는 거대 거북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서하, 저 거북이를 잡으러 가실 건가요?!”

“응. 보나 마나 하철수가 위상 세계에서 가져온 이형종 들일 거야. 바로 저것들 잡으러 갈 거니까 프랑과 영은이도 바로 대피해.”

나한테 달라붙는 미호의 머릴 쓰다듬어주면서 프랑에게 말했더니 당장에 반발이 터져 나온다.

“저도요?! 싫어요! 서하를 따라갈 거에요!”

“…프랑. 네가 따라왔다가 하철수의 정신 조작에 걸리면 답이 안 나와. 자, 영은이를 도와서 사람들 대피시켜줘.”

“으읏. 서하아….”

따라오겠다 억지를 부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나는 목에서 영혼석 목걸이를 벗어 프랑에게 씌워주며 말했다.

“미호, 히아리드. 너희 둘도 영은이와 함께 시민들 대피시켜. 절대 이형종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면 안 돼.”

=알겠습니다. 하늘님.=

- 히잉. 나도 쥔님 돕구 시퍼어.

미호는 울상을 지으면서 나한테 떨어지려 하지 않았지만 히아리드와 프랑이 억지로 붙잡아서 떼어낸다. 그때 통화를 끝낸 영은이 달려오더니 굳고 분노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서하야. 저것들 잡으러 갈 거니?”

“물론.”

바로 검거치대에 올려놓은 천총운검을 집어 들고 외쳤다.

“다녀올게!”

“몸조심해!” “몸 조심해야 해요!!”

============================ 작품 후기 ============================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선작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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