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273화 (273/517)

00273  마지막 정리.  =========================================================================

“사놓고 포장도 풀지 않고 보관하고 있는 딜도 말이야.”

“…!!”

“…그걸 왜 산 겁니까?.”

“어디다 쓰려고….”

여성용 자위 기구, 딜도라는 말에 프랑이랑 화연이의 얼굴이 요상하게 변한다.

“어, 어떻게 안 거야?!”

“어떻게 알긴. 내가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까먹었어?”

빨개진 얼굴로 울상을 지은 영은이는 어이없고 황당해하는 화연이와 프랑의 눈길을 피해 침실로 후다닥 달려들어 가 버렸다.

그리고 시뻘게진 얼굴로 내 물건보다 조금 작은 대신 돌기와 구슬이 잔뜩 박힌 무시무시하게 생긴 금색 딜도가 들어있는 밀폐된 종이상자를 가져왔다.

“…영은이는 이런 모양이 좋은 거였어?”

“아냐아아아앙!! 호기심에 나도 모르게 그만…!”

프랑과 화연이는 아무 말 없이 그냥 다 이해 한다는 것처럼 자상한 얼굴로 영은이의 어깨를 토닥이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데 오히려 그게 정신적인 충격이 더 큰지 소파에 얼굴을 묻고 꺼이꺼이 울기 시작한다.

“차라리 놀려! 놀리란 말이야! 으앙!”

창피해 죽을 거 같은지 연신 소파를 두드리는 영은이를 보다가 포장지를 찢어서 딜도를 꺼내 함께 들어있던 젤도 꺼내서 화연이한테 건네줬다.

“?!”

흠칫 놀라면서 금색 딜도를 받아든 화연이는 떨리는 눈으로 날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걸 소피아의 엉덩이 구멍에 박아넣고 고정시켜.”

“아, 알았다.”

아직 정신이 남아있는 거 같으니까 아주 골로 보내버려야지.

인간의 그것이 아닌 모습의 물체에 얼굴을 찌푸린 화연이는 피와 애액에 젖어 엉망인 소피아의 하늘색 줄무늬 팬티를 아래로 내린 다음 젤을 딜도에 바르기 시작한다.

팬티를 벗길 때 꽃잎과 팬티 사이로 한줄기 선이 이어지는 게 보였지만 빤히 보면 바가지를 긁힐 거 같아 무시했다.

“나도 도와줄게.”

버벅대는 모습의 화연이가 못 미더운지 젤을 빼앗아든 영은이는 소피아의 허리를 돌려 엉덩이를 잡아 벌리고 항문에 젤을 골고루 바르기 시작했다.

“흐극.”

엉덩이 구멍에 자극이 생기자 흐릿한 눈동자로 몸을 꿈틀거리지만, 화연이와 영은이가 꼭 잡고 있어서 상체만 흔들거릴 뿐이다.

그리고 삽입 준비가 끝난 딜도의 겉에 TP를 뿌렸다. 황금색에 푸른색이 토핑이 된 기다란 딜도가 무척이나 위협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옆에서 눈을 번뜩이면서 구경하기 시작하는 영은이를 못마땅하게 바라본 화연이는.... 오렌지 향기가 나는 젤이 듬뿍 발린 딜도를 소피아의 항문에 삽입하기 시작했다.

길이 20cm에 지름이 3cm는 되는 황금 딜도가 끄트머리부터 스무스하게 소피아의 엉덩이 구멍 속으로 사라져 간다.

“끄…으읍. 끄흡. 끅.”

딜도가 사라지면 사라질수록 꽃잎에서는 점성이 높은 애액이 많이 흘러내리기 시작하고 벽옥색 동공이 눈꺼풀 위로 서서히 사라져 간다.

쭉 뻗은 두 다리는 잘게 떨리고 발가락도 한껏 벌려진 게 아무래도 삼킨 TP + 주입된 TP + 토핑된 TP가 소피아의 가느다란 몸 안에서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거 같다.

“…! …!!”

좁은 구멍을 통해 직장으로 들어오는 이물질에 신음조차 내뱉지 못한 채 어깨를 떨던 소피아는 이어진 변화에 동공이 확 하고 커졌다.

"딸칵."하는 뭔가 스위치를 넣는 소리와 함께 부브브브브브브하고 억눌린 모터 소리가 소피아의 엉덩이에서 들려온다.

덩달아 비명과도 같은 신음소리가 소피아의 도톰한 입에서 함께 튀어나왔다.

“히기익! 그힉. 히아앙!”

부부부브브....

불규칙한 움직임으로 소피아의 직장을 헤집기 시작하는 금색 딜도에게서 서서히 떨어지는 화연이에 비해 영은이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장압에 밀려나오는 딜도를 잡아 힘껏 밀어 넣기 시작한다.

“끄히히힉!! 히앙, 아우그극…!”

자루까지 삽입된 딜도는 아랫부분에 난 이상한 돌기에 꽃잎도 자극하면서 소피아를 순식간에 극락으로 인도해버린다.

브래지어만 찬 소피아가 엉덩이 구멍에 황금 딜도를 꽂아넣은 채 전신에 경련을 일으키며 애액을 사방으로 튀기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지를 잃어버린 한 마리의 암컷으로 밖에 안보였다.

벌벌 떨리는 허벅지와 딜도의 움직임에 따라 애액이 쏟아진다고 할 정도로 꽃잎에서 쏟아져나오며 소피아의 이성을 멀리멀리 날려버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피아에게 다가가 입을 벌리게 해 손가락을 집어넣고 TP를 흘려 넣기 시작했다.

육체적인 폭력에 의한 고통과 TP에 의한 쾌락으로 버무려진 뇌는 히아리드와는 다르게 쉽게 세뇌와 비슷한 상태로 몰아가는 거 같다.

엉덩이에는 20cm 길이에 아기 손목 굵기의 딜도가 박혀서 붕붕거리고 입으로는 내 TP를 마시며 열댓 번 절정에 오른 소피아는 드러난 피부가 모두 분홍색으로 달아오른 모습이다.

온몸에서 땀을 줄줄 흘리면서 쾌락에 몸부림치다 기절하고 다시 절정에 오르며 정신을 차렸다가 기절하는 것을 30분간 반복한 소피아는 그야말로 한 마리의 암퇘지 같아졌다.

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세 연인을 돌아보니 각각 신기함과 놀람과 무서움을 가지고 소피아가 노예로 굴복당하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찰싹찰싹.

반쯤 기절해가는 소피아의 뺨을 때리며 입을 열었다.

“[배신자인 소피아, 너의 충성 같은걸 받아서 어디다 쓸까? 쓸모없는 네 몸뚱아리로 뭘 갚아 나가려는 거지?]”

“히큭. 모, 몸과…. 마음을, 바쳐 목숨 걸고 주인…님께 충…성…. 아아하아악! 아아아앙!!”

말하다가도 또다시 절정에 오른 소피아는 미쳐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위태위태해 보인다. 슬슬 끝내야겠다.

“[니가 말로만 하는 맹세는 믿기 힘들어. 네 말이 진심이라는 증거를 보여봐.]”

내 말에 히아리드에게 잡힌 두 손을 빼려는 듯이 꼼지락거리는 소피아를 보고 히아리드에게 눈짓을 하니 잡고 있던 소피아의 손을 놓는다.

“하앙!”

구속에 풀려나며 바닥에 철푸덕 쓰러진 소피아는 온몸에 닥친 충격의 고통에 거친 비음을 흘리더니 딜도가 꽂힌 엉덩이를 흔들며 내 앞으로 기어온다.

그리고 두 손과 이마를 거실 바닥에 대고 발갛게 달아오른 엉덩이를 하늘 높이 들어 올리더니 엉망인 호흡으로 힘겹게 말을 이어나갔다.

“소…피아 이니스 에델베르그는, 정서하 님을 주인님으로 모시며 하악. 노예로…써 몸과 마음을 바쳐 주인님만 바라보며 일생 봉사하겠습…니다. 헉.”

그러면서 목욕을 하고 나와서 맨발로 있던 내 발을 조심스레 만지더니 발등에 키스하고 멍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은 채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표정으로 날 올려다본다.

소피아한테 미들 네임이 있었나?

땀과 눈물과 침에 엉망이 되어버린 소피아의 얼굴을 보다가 벌꿀 색 머리채를 잡고 들어 올리니 상체가 들리며 엉덩이가 거실 바닥에 더욱 가까워진다. 덕분에 붕붕거리는 딜도가 손잡이만 남기고 엉덩이 구멍 속으로 뿌리까지 들어가 버렸다.

“크히힉.”

두 뺨은 발갛게 익고 열기가 담기고 잔뜩 풀린 두 눈동자에는 내 얼굴이 비친다. 눈물과 침이 흐르고 반쯤 웃는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는 소피아의 얼굴은 또다시 일그러지며 절정에 오르기 시작한다.

훤히 드러난 꽃잎에서 애액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모습에 예전의 청순한 이미지의 힐러 아가씨는 온데간데없다.

“[좋아. 이제 너의 주인은 나다. 너는 내 명령에 죽고 살며 오로지 날 위해 살아가는 거야. 알아들었으면 입을 벌리도록.]”

“네…엥.”

붉어진 얼굴과 땀을 흘려 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은 모습으로 멍하니 날 올려다보는 모습에 손가락을 다시 소피아의 입에 가져가니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어 내 손가락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응축시킨 5만 TP의 TP 방울을 소피아의 목구멍 너머로 흘려 넣으니 벼락 맞은 것처럼 몸을 떨다가 애액을 힘차게 싸지르더니 풀썩하고 옆으로 쓰러졌다.

그 와중에 붕붕거리는 딜도는 엉덩이 구멍에서 빠지지 않고 계속해서 소피아의 육체를 자극하고 있었다.

이제 소피아의 위상력은 3,498,000. 앞으로 1,999 TP를 더 먹이면 B 클래스가 될 거다. 나중에 상태를 확인하고 B 클래스에 끌어올려 주던가 해야겠군.

“굉장한걸. 고통과 쾌락에 일종의 트랜스 상태로 만들고 마나 비전으로 호감도를, 마나 보이스로 위압감과 공포를 심어 지배력과 함께 존경심을 심는 방식인가? 너희가 보기엔 어떠니?”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봐야겠지만 무척이나 효과적인 세뇌인 거 같습니다. 정확한 건 소피아가 깨어나야 알 수 있겠지만, 무난히 성공한 듯합니다.”

“귀에 울리는 서하의 목소리만 들어도 막 복종하고 싶어지는 기분이에요….”

세 연인은 기절해서 거실 바닥에 축 늘어진 소피아를 보더니 서로를 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사람에게 시도한 건 소피아가 처음인데 화연이 말대로 소피아가 깨어나면 확인해봐야겠다.

“히아리드. 소피아 데려가서 정리해주고 침대에 눕혀놔.”

=그리하겠습니다, 하늘님.=

바르게 대답한 히아리드는 소피아에게 다가가 엉덩이에 박혀있는 딜도를 힘차게 뽑아버렸는데 "뿌즈즉!"하는 소리와 함께 딜도가 뽑히는 충격에 소피아는 다시 한 번 자지러졌다.

한껏 벌려진 엉덩이 구멍 속으로 시뻘건 육벽이 보이지만 이내 구멍이 원래대로 돌아가며 그 모습을 가려버렸다.

소피아를 짐짝처럼 들고 구석의 방으로 향하는 히아리드의 뒷모습을 말없이 보고 있으니 세 연인이 내게 다가오면서 입을 열었다.

“세뇌라고 해서 오래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금방 끝났네?”

“히아리드를 세뇌할 땐 거의 하루가량을 썼는데 소피아의 정신은 그만큼 강하지 않은 거 같아.”

“강제적인 협박과 회유였다면 응당 보일법한 반항기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았었다. 어쩌면 소피아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네 세뇌를 마음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르지.”

“제가 봐도 처벌을 받을 때 반항심 같은 건 안보였어요.”

“어쨌든 이걸로 일본 건은 모두 끝난 거지?”

“음~ 우리 서하가 신경 쓸 일은 이제 없어.”

내가 신경 쓸 일? 더 할게 있는건가?

“뭔가 더 할 게 있어?”

“후후. 정보부가 사라졌다지만 일본이 한 짓이 사라진 건 아니니까 이번 소피아 건을 가지고 일본에 트집을 잡아봐야지?”

“…응. 기왕 하는 거 아예 두 번 다시 그딴 짓은 생각도 못 하게끔 밟아버려.”

“그래. 우후후.”

사악하게 웃고 있는 영은이를 보니 일본이 개미 눈꼽만큼 불쌍해졌다.

지난 며칠 간은 정신적으로 무척이나 피곤하고 무거웠던 시기였다.

덕분에 심각한 고민과 걱정거리를 모두 해결한 어젯밤은 사과와 자두, 체리 향기에 파묻힌 채 깊이 잠들어버렸다.

아침에 일어나 지난밤에 내게 안기지 못해 살짝 아쉬워한 화연이와 영은이를 쓰다듬어주고 아빠한테 전화해서 언제 출발할 거냐고 물었더니 아침 먹고 10시에 할머니 집으로 출발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사이 소피아의 상태를 확인해보기 위해 소피아가 있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침대에 앉아 창밖을 보던 소피아가 벌떡 일어나더니 머뭇거리면서 내 눈치를 살피기 시작한다.

뒤따라온 프랑과 화연이, 영은이는 그런 소피아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주, 주인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우물쭈물 거리던 소피아는 고개를 푹 숙였다가 들며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혹시나 필름이 끊겨서 어젯밤 일을 기억 못하는 건 아닐까 했지만,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다 기억하고 있는 거 같다. 한번 물어볼까.

“그래. 어젯밤 일은 기억하고 있지?”

“네, 네. 전부 기억하고 있어요.”

얼굴이 빨개진 소피아는 허둥거리다가 두 손으로 치마를 움켜쥐며 대답한다. 소피아도 최수한이나 히아리드처럼 몸에 쾌락이 새겨져 버렸는지 공간 지각으로 보이는 소피아의 꽃잎이 날 보는 순간 촉촉이 젖어가고 있다.

눈에 마나 비전을 켜고 마나 보이스까지 이용해 다시 한 번 소피아와 눈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용서는 두 번은 없어. 다음번에는 차라리 죽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게 해줄 거야. 너뿐만 아니라 네 소중한 자들까지. 그러니 어제 네가 말한 대로 몸과 마음을 바쳐서 열과 성을 다해 날 섬기도록 해.]”

“아, 네네넷!”

“능력자 연합의 재판이 시작될 때까진 여기서 대기해. 재판이 끝나고 상황이 정리되면 네 가족을 만나게 해줄 테니까.”

“네!”

“어떻게 생각해?”

소피아를 그대로 방에 두고 나오면서 연인들에게 물었다.

“호감이 깊게 새겨진 모습이었다. 평상시처럼 장난기 넘치는 모습이 아니라는 데서 믿음이 간다.”

“서하를 보면서 얼굴을 붉히고 몸을 꼬은걸 보면 세뇌라기보단 쾌락을 머릿속에 새겨진 데다 호감도 잔뜩 심어진 거 같아. 정신도 말짱해 보이니 우리 자기의 곁을 벗어나려 했다간 그날로 인생 쫑난다는걸 확실히 인식했을거고…. 역시 세뇌가 아니라 굴복, 혹은 정복이라고 불러야겠는걸?”

“제가 봐도 소피아는 세뇌당한 게 아니라 제정신으로 서하를 받들려는 모습 같아요. 그런 상황에 서하가 자비를 베풀어놨으니 천성이 나쁘지 않은 소피아는 서하에게 순종할 거에요.”

좋아. 재판만 끝나면 소피아의 처리도 끝이니 뒤에 어떻게 써먹을지 궁리 좀 해봐야겠다.

…최수한과 함께 붙여놔서 시녀 장으로 삼아버릴까?

준비가 끝난 부모님과 누나와 함께 할머니 집으로 출발할 때 영은이는 밝게 웃으면서 다녀오라고 손을 흔들었다.

어디까지나 나와의 관계는 장모와 사위 관계로 해야 하니 우리 가족 행사에 화연이는 내 예비 신부 자격으로 따라온다 해도 영은이는 그럴 수 없으니까.

어째 따돌리는 거 같아 미안해하니 영은이는 활짝 웃으면서 자긴 괜찮으니 가서 어머니에게 인사 잘하고 오라며 등을 떠밀어주었다.

“아빠.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어?”

아빠가 운전하는 고급 세단을 타고 가며 뒷좌석에서 아빠한테 물었더니 백미러로 날 힐끔 본 아빠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푼수에 왈가닥에 가족이라면 껌뻑 죽는 녀석이었지. 녀석은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자주 들었었다.”

아빠의 차에는 엄마와 아빠와 누나랑 내가 타 있었고 누나의 서버 밴에는 화연이가 프랑과 히아리드, 미호를 태우고 뒤따라 오고 있었다.

할머니의 집은 강원도 인제군에 있었는데 무척이나 외진 산골 깊숙한데 살고 계셔서 한여름 펜션 이용객들을 제외하면 오가는 사람도 없는 조용한 마을이었다.

2시간을 달려 할머니 집 앞에 도착하니 하얗게 센 머리카락을 비녀 머리로 말아 올린 할머니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

“불쌍한 강아지….”

미리 연락을 받으셨는지 할머니는 내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날 꼭 껴안아주셨다. 조금 당황했지만, 등을 토닥여주시는 할머니의 마음이 이해가 돼서 나도 할머니를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 훔치신 할머니는 내 손을 잡고 집 뒤편에 있을 어머니의 묘비로 이끌어 주셨다.

[정수린 19살. 신기력 166년 2월 ~ 신기력 185년 7월.]

밋밋한 직사각형의 새하얀 대리석으로 된 묘비에는 다른 문구도 없이 어머니의 이름과 당시 나이, 태어난 해와 숨을 거둔 해만 적혀있었다.

“우리 강아지.”

멍하니 묘를 바라보고 있었더니 뒤에서 할머니가 다가와 항로와 향을 건네줬다.

“어미한테 향 두 개를 켜주렴….”

작은 청자 향로를 받아서 자그마한 묘석 위에 내려놓고 향 두 개를 꽂아 불을 피웠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향이 외줄 연기에 스며들어 피어오른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날이라 그 앞에 주저앉아 잔잔하게 하늘로 오르는 두 줄기의 연기를 보고 있으니 어째서인지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그렇게 병풍처럼 늘어선 가족을 등 뒤에 두고 아무 말 없이 향 두 개가 재가되어 부스러질 때까지 어머니의 묘비 앞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 작품 후기 ============================

오빠라고 불러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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