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271화 (271/517)

00271  마지막 정리.  =========================================================================

프랑의 빨개진 얼굴을 보고 영은이도 화사하게 웃으면서 마저 이야기한다.

“흐음~ 별로 생각할 건 없는걸? 그냥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폐기하는 상위와 고위급 위상석을 모아서 에너지로 쓸 걸 비축하면서 자연을 이용한 대체 에너지 개발을 시작해야지. 이제 와서 핵연료를 이용한 발전소 같은 건 자연 훼손이나 뒤처리 비용이 너무 비싸니까 제외하고.”

삐져서 뚱한 표정을 짓는 프랑의 뺨을 살살 꼬집어주면서 말했다.

“지금 나온 이야기들은 전부 가설일 뿐이야. 우리가 주의 깊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이런 미래가 올 수도 있다는 점이잖아. 그러니 경고를 받은 셈 치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하는 쪽이 가장 좋을 거 같아.”

“그래. 하지만 뮈르딘이라니…. 이야깃거리로 치부되는 아서왕의 전설이 모두 사실이었던 건가? 그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군.”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잖니. 현실의 위상력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인 건 확실하고 지금도 급이 낮은 이형종 들이 종종 출현하는 시국이니 우리 서하 말대로 앞으로 더욱 강한 이형종이 나타날 걸 대비하고 만약 위상 세계와의 통로가 막혀 위상석을 공급받지 못할 때를 대비해 비상 상황 대처 메뉴얼을 제작하는 정도일까?”

입술을 씰룩이던 프랑은 이내 한숨을 폭 쉬더니 내 옆에 앉아 팔을 껴안으며 말했다.

“얼마든지 놀림받아도 좋으니 죄 없는 많은 사람이 희생되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어요.”

내 인간성은 내가 잘 안다.

프랑은 내가 나서서 미래를 대비하길 바라는 거 같지만 지금 내 머릿속에서는 내 위상 세계의 알라스토르의 사악한 검은 성의 위치를 파악해서 그 개 잡종들을 죽이는 것. 하철수를 처리하는 것, 양아치 이무기를 조지는 것 세 가지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하다.

내 인생을 희생해서 내가 모르는 사람들을 살리기보단 내 소중한 사람들을 살리고 내 문제를 해결하는데 신경을 쏟을 게 뻔해.

물론 재단 사업같이 하던 일은 중단하지 않을 테지만 그렇다고 내가 솔선수범해서 남들을 이끌고 망해가는 인류를 구한다는 그런 짓은 안 할거란 거다.

…물론 그 인류에 가족이랑 연인들이 포함되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나란 놈은 새삼 이기적인 새끼란 생각이 든다. 이 성격은 누굴 닮았을까. 아빠는 내가 가끔 어머니를 쏙 빼닮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하던데 어머니한테 물려받은 걸까?

뮈르딘의 이야기를 들을 때만 해도 세상이 뒤바뀔 이야기처럼 느껴졌는데 연인들이랑 머릴 맞대고 이야기를 나눠보니 별로 심각해질 이유가 없는 이야기 같아졌다. 그래서 내가 과거에 대해 알게 된 원인을 세 연인 앞에서 모두 털어놓았다.

“…엘리펀트로스 산에서 C 클래스에 올라설 때부터였다구?”

“응.”

“중간 포인트는 얼마 전 영국에서 본 알라스토르의 사악한 검은 성이었단 건가.”

“응.“

“어쩜…. 그걸 우리한테는 한마디도 안 할 수 있어? 서하는 우리가 못 미더웠던 거니?”

“으…응?”

어? 이, 이야기가 왜 그런 쪽으로 가는 거야?

“프랑은 전부 알고 있었습니까?”

“아니요. 서하가 어딘가에 신경을 쏟고 있다는 건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지만 저런 이야기일 줄 몰랐어요….”

“그, 그게! 그러니까 예감 때문이었어! 너희들한테 말하기 싫어서 안 한 게 아니라 이야기하면 안된다는 예감이 들었던 거라고!”

날 중심으로 공기가 냉랭해지는 거 같아서 황급히 손을 저으면서 변명을 했더니 못마땅한 표정으로 날 째려보지만, 일단은 이해해준 거 같다….

“서하의 예감을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다른 거 더 숨기는 건 없니?”

숨기는 게…. 있나? 없지?

그래도 일단 내가 기억하고 있는 걸 전부 이야기했더니 세 연인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군. 앞으로 이해가 가지 않거나 위험할 거란 생각이 드는 일이라면 우리와 상담을 해줘.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넷이서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주고받으면 좋은 방법이 나올 수 있으니까.”

“응…. 알았어.”

그리고 남은 한가지, 중세 판타지 세계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다.

“현실에 있는 귀환 포인트, 귀환 포인트가 생기기 직전의 기상 이변. 혹시 뮈르딘에게 중세 시대에도 귀환 포인트가 존재했는지 물어봤나?”

“…아니.”

“그런가. 그걸 확인할 수 있었다면 과거 이형종의 세계와 중세 시대, 그리고 현실과의 연결 고리를 알 수 있었을 텐데 아쉽군.”

으으. 화연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난 진짜 멍청한 거 같다. 한 번으로 끝날 일을 두 번 세 번 하게 만드는 거 같아.

“서하야~? 신경 쓰지 마렴. 저것은 자기가 직접 뛰고 고생한 것도 없으면서 저런 식으로 무신경하게 툭툭 이야기를 내뱉는다니까? 서하가 과거의 비밀을 알게 되고 마음에 상처을 많이 받았을 텐데 그 와중에 알아온 걸 칭찬해주지는 못할망정….”

“음?! 아닙니다! 서하, 그런 게 아니다. 그거야 궁금한 일이긴 하지만 하나도 중요한 일이 아니니까! 그저 내 호기심일 뿐 서하가 알아온 건…!”

“알아알아. 영은이는 그만하고 화연이도 얌전히 있어. 밤이 늦었는데 좀 있다 자야 할 거 아냐. 그전에 소피아 일도 처리해야 하니 빨리 이야기부터 정리하자.”

“후후훗.” “끄응.”

화연이는 떫은 감을 씹은 표정으로 실실 웃고 있는 영은이를 한번 째려봐주고 팔짱을 끼면서 입을 열었다.

“급작스러운 기상 이변이라…. 기상이변이 있다고 해도 스톤헨지에 나타났던 안개는 무척이나 짙었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였지?”

“어, 그게 팔을 뻗었을 때 내 손바닥도 안 보일 정도였어. 솔직히 공간 지각이 아니었으면 귀환 포인트가 생겼다는 것도 몰랐을 거야.”

“…급격한 기상 이변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해봐도 몇 건 없네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조사가 필요할 거 같아요.”

거실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찾아보던 프랑은 아리송한 수수께끼 문제를 받았는데 답을 모르는 사람처럼 얼굴을 찌푸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화연이도 한숨을 푹 내쉰다.

“우리가 조심스럽게 조사해도 서하 덕분에 우리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나라가 많아서 금방 들통날 거야. 그렇다고 해도 조사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어떡한담.”

“뮈르딘이 불쟁이, 제랄 패커드를 만났다고 했는데 그게 사실이면 최소 60년 전부터 현실에 귀환 포인트가 나타났다는 이야기지만…. 실제 과거랑 연결되어있다면 그냥 모르는 척 묻어버리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생각하는데….”

내 이야기에 세 연인도 고개를 끄덕인다.

“흐음. 확실히 타임 패러독스에 대한 일을 생각해본다면 알리기보단 숨기는 게 좋을 거 같긴 해. 하지만 서하가 본 중세를 생각해본다면 이게 정말 우리 현실과 연결된 과거인지가 의문이긴 한데…. 어떤 조치를 취해야 가장 좋을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걸.”

“혹시 다른 나라에서 지난 수십 년간 중세 과거에 관한 이야기가 크게 불거져 나온 적이 있습니까?”

“응? 없지.”

영은이는 생각해볼 일도 아니라는 듯이 즉답을 내리니 화연이도 신중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그렇다면 제랄 패커드를 포함해 최소 넘어간 사람들이 되돌아온 경우는 한 명도 없을 거란 가정을 할 수 있겠군요.”

“멀쩡한 날씨가 흐려지고 한 치 앞도 분간 못 할 안개가 끼는 기상 이변. 물론 이런 안개만 낀다는 보장은 없지만, 아무튼 잠시간 귀환 포인트가 유지되다가 안개가 사라지면 귀환 포인트도 사라지겠지? 그럼 그 기상 이변 장소에 능력자가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또 귀환 포인트가 생겨났다고 해도 모험심에 휙 하고 넘어가 버릴 사람은? 그 현실의 귀환 포인트를 본 사람이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능력자 연합에 신고할 확률은?”

영은이는 길게 이야기를 하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여러 가지 확률을 대입해봐도 딱히 중요하게 여겨야 할 이유도 모르겠는걸. 그걸 이용해 이윤 창출을 해보려 해도 현실에서 중세 과거로 넘어가기 위한 방법에 너무 랜덤성이 짙어.”

“결국 영국 스톤헨지에서 중세 판타지로 넘어가서 얻은 성과는 내 과거에 대한 비밀과 언젠가 위상 세계 강제 소환은 멈춘다는 것 하나뿐인가.”

어째 괜히 가서 삽질했다는 생각만 드는데 영은이는 내 뺨을 만지작거리면서 부드럽게 웃었다.

“우쭈쭈. 그래도 정보라는 건 많으면 많을수록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선택의 가짓수가 많아지는 거니까 우리 서하는 충분히 잘했어요? 그러니 실망하지 마.”

“큭큭. 알았어.”

꽤 긴 이야기를 나눴는데 속 시원하게 결정이 난 게 없어서 음료수 없이 찐 감자만 잔뜩 먹은 기분이다.

“그럼, 오늘의 하이라이트만 남았네?”

서늘하고 으스스한 웃음을 흘리면서 다리를 꼬은 영은이는 집의 가장 안쪽에 있는 작은방을 가르키면서 히아리드에게 명령을 내렸다.

“히아리드? 저 끝에 방에 가보면 극빈 유의 금발 계집애가 있을 거야. 데려와 주겠니?”

=네.=

간이 소파에 앉아 우리 이야기를 감정 표현 없이 듣던 히아리드는 바로 일어나서 소피아가 들어가 있는 방으로 걸어갔다.

문득 첫인상이 좋지 못한 만남으로 끝난 모건 르 페이가 생각났지만,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했다.

히아리드가 소피아를 데려오는 걸 보며 영은이의 설명을 들었다.

“소피아가 한국으로 넘어온 그 날 걜 데리고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뜻밖에 일본의 내각정보조사실 소속이 아니었어.”

“내각정보조사실이 일본의 정보부 아냐? 거기 소속이 아니면 어디 소속이야?”

간첩이면 보통 정보부 소속이 아닌가? 그런데 영은이의 입에서 엉뚱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대일본제국광명회.”

“…뭐야 그건.”

너무 왜색이 짙고 극우주의적인 이름에 미간을 찌푸렸더니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우국 신민회에서 정부의 조력을 받아 신설한 정보부야. 일본 정부는 70년 전쯤에 일본 능력자 사태로 입은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얼마 남지 않은 능력자를 한데 모으기 시작했어. 우국 신민회는 그때 막대한 양의 자금을 투입해서 기존의 정보부를 업그레이드하기보단 새로운 정보부를 신설하기로 했어.”

새로 만들어진 대일본제국광명회라는 한숨 나오는 이름의 정보부의 설립 취지는 일본 내에서 각성하는 능력자 정보를 수집, 통합해서 정부에 소속된 레이드 팀에 강제 배치하고 위상 세계의 신소재와 신에너지, 그러니까 이형종의 부산물과 위상 석을 채집하게 만드는 일을 하는 곳이라는 이야기였다.

“그전에 궁금한 게 있는데 잘못은 일본 국회에서 저지른 건데 어떻게 능력자들이 그 일에 책임을 지게 된 거야? 국가 = 시민이라는 공식이라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강제적으로 일을 벌였을 리가 없잖아.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때에도 일본 의회의 의원들은 핵심인물 몇몇만 처벌받고 말았다며?”

“거기서 나온 게 "계약"이라는 거야. 당시 일본의 수작에 빠져 일본으로 넘어가게 된 레어 타입 능력자는 총 1,700명이었어. 그건 배웠지? 그리고 배상으로 인해 일본이 능력자라는 인력을 제공해야 할 숫자는 5,100명. 능력자를 납치했던 나라에 1:3 비율로 보내줬어야 했어.”

“아…. 이치카 에델베르그도 내각정보조사실, 그러니까 정부 소속이었지?”

히아리드에게 떠밀려서 거실로 나온 소피아는 녹색 브이넥 티셔츠에 정강이까지 내려오는 갈색 주름치마를 입고 잔뜩 주눅이 든 채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고 있었다.

5일간 잘 먹었는지 네더에이본에서 발견했을 때보다 확실히 살이 오른 상태다.

“알디온 가문에 오신 시노미야 미레이님도 정부 소속의 감지 타입 능력자셨지요.”

“당시 일본은 정부와 민간인의 능력자 비율이 3:7 정도였었던가? 일본 소재의 능력자는 4만 명에 가까웠는데 능력자 사태가 일어나고 "계약"을 했던 정부 소속 능력자를 강제 징집해서 억지로 피해배상 명목으로 타국에 보내버린 거야. 그런데 그게 일본 정부의 최악의 실수였어.”

“왜?”

“생각해보렴! 만약 우리나라에서 정부 소속 능력자들을 계약을 빌미로 강제 차출해서 남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 밀림 같은 곳에 밀어 넣는다고 생각해봐. 말 안 들으면 가족을 볼모로 삼아서 협박하구. 서하라면 그 상황에 어떻게 했겠어?”

“어쩌긴! 확 밀어버려야지!!”

엄마랑 아빠랑 누나를 인질로 삼아서 날 남아메리카 정글로 보낸다고?!

“…아무리 계약에 묶여있다 해도 강제 집행이라니, 덕분에 3 만에 가까운 민간인 능력자들이 일본을 탈출해 가족을 이끌고 선진국, 강대국으로 대거 이민을 가버린 거야.”

뭐야. 물어봤으면서 왜 쌩까는건데! 영은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그냥 설명을 이어간다.

“그렇게 이민을 가버리고 일본에 남은 능력자는 "계약"에 묶인 정부 소속의 능력자들만 1만1천 명 가량. 거기에 능력자 5,100명을 보내고 났더니 그 수가 급감해버려 5,000명이 겨우 남게 된 거지.”

“능력자면 망명 신청도 가능할 것 아냐? 망명도 못 했어?”

“국가 중대 사태 시에 모든 의무와 노동력을 제공한다. 계약 기간은 평생. 거기에 능력자 연합의 공증까지 받은 거라 계약에 묶여버려 망명을 받아 아니라 모든 신분을 버리고 잠적해야 하는데, 그랬다간 정부가 가족을 인질로 삼을지도 모르니까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게 된 거야. 물론 망명 신청을 한 능력자가 없지는 않았어.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그 망명을 받아줄 수가 없었어. 이미 혜택을 볼 만큼 본 상황인데 상황이 불리해지니 도망치려 하는 장면으로 그려졌거든.””

“…누가 누굴 욕할게 아니네.”

“아무튼 계약을 할 때 모든 세금에서 50%의 감세 혜택을 줬었어. 아무튼, 혜택이 그렇게나 되니 전체 능력자의 30%나 정부 소속이 되지 않았겠니?”

아, 50%의 감세 혜택이면 어마어마한 거군.

“그렇지. 당시 능력자들은 1년에 세금으로 수십억에서 수백억을 내야 하는데 그 절반을 감해주면 너도나도 계약하겠지?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가 정부와 계약한 능력자에게 주는 감세 혜택은 15%~20% 정도밖에 안 되니까 엄청난 거지! 그 뒤에 노예 계약을 개정하긴 했지만 그건 저 동네 이야기니 넘어가고!”

그렇게 4만 명의 능력자 중 35,000명이 증발해버렸고 그 35,000명의 가족들도 증발해버렸고 거기에 막대한 물질적 배상까지 했다고 하니 나라가 휘청일만했겠다.

죄는 정부가 짓고 벌은 국민이 받고. 참 대단한 나라네.

“아무튼, 대일본제국광명회. 이름 계속 부르기 짜증 나니까 일본광명회라고 할게? 일본광명회는 일본을 부흥시키시자는 목적을 위해 조직된 정보부였는데 이게 어느 순간 본질이 변질되서 눈에 가시거리가 되는 스타급 능력자들을 테러하게 되는 조직으로 변해버린 거야. 그게 약 20년 전부터의 일이야.”

영은이는 이야기하느라 목이 말랐는지 보리차를 다시 따라서 홀짝이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60년이라는 배상 기간이 끝난 뒤에는 그 "계약"이란 족쇄를 명목으로 타국에 나가 있던 살아남은 능력자들을 데려오거나, 고위 권력자나 재벌의 첩이든 처든 자리를 잡은 것들에게는 산업 스파이 등으로 이용하기 위해 접근하기 시작한 거지.”

타국에 팔려가서 강제 노동에 배상 계약이 끝나니 고국에서 접근해 스파이가 되라고…. 계약 한번 잘못해서 인생 망쳤네.

“그렇게 60년이 지난 뒤 5,100명의 능력자 중 99%가 죽고 살아남은 사람은 40명가량의 신체 강화 타입 능력자들뿐이었어.”

“그거밖에 안 돼? 5,060명이 다 죽은 거야?”

“자연사, 사고사, 행방불명, 위상 세계 전투 중 사망. 위상 세계에서 실종. 타살, 자살…. 사망 이유는 많아. 그리고 그중 일본의 수작질 대상에 걸려든 사람은 40명 중 20명이었대.”

“20명은 어떻게 된 거야?”

“적대감이 극심한 데다 가족도 모두 죽거나 모든 게 싫어서 그냥 잠적해버렸대. 아무튼, 소피아가 내뱉는 정보를 모아서 내외신 기자들을 모아서 발표했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시원찮아서 아쉬웠어….”

나라가 몇인데 고작 20명으로 수작을 부려봤자…. 우리가 재수 없게 걸린 경우인가. 얌전히 서 있는 소피아를 찌릿하고 노려보니 점점 더 고개를 푹 숙이며 손가락을 꿈지럭거린다.

“아무튼, 다른 나라의 반응이 어땠는데?”

“우선 일본은 절대 그런 일 없다고 잡아뗐어. 게다가 일본 광명회의 상급직은 대부분 일반인이었는데 그들 대부분이 일본 능력자 습격 사건때 우리나라에 모두 잡혀 와서 처벌받고 행방불명 상태거든. 혹시 자료만이라도 남아있나 비둘기를 날려서 확인해보니 니뽕 정부가 뒤집힐 때 관련 사건 자료는 전부 폐기해버렸는지 찾을 수도 없었어.”

니뽕?

“그럼 아무 일도 안 일어난 거야?”

“아니야. 자기네 나라에 왔던 일본인 능력자와 그 자손의 직업이나 거주 장소 등을 대대적으로 조사하는 일이 일어났지. 하지만 소피아 말에 따르면 열강에 속하는 나라에는 영국을 제외하고는 손도 뻗지 않았대. 그게 큰 난리가 벌어지지 않은 이유기도 하구. 실제로 손을 뻗었던 나라는 좀 내외적으로 부실한 곳이어서 들키지도 않았고 증거도 없는 데다 책임을 물을 부서의 인간들 역시 우리가 전부 털어버려서 흐지부지 넘어가는 상황이야.”

“영국은 가만 안 있을 거 같은데?”

“영국은 그냥 일본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국교 단절을 하겠다는 뜻만 내비쳤어. 그것도 다분히 우리 서하의 시선을 의식한 행동인 거 같구. 거기다 에델베르그 가문은 전원이 우리나라로 와버렸잖아? 시비를 걸 건덕지가 없을 거야. 걸려면 걸 수야 있겠지만 지금 일본 상황을 봐서는 걸어봤자 떨어질 떡고물도 없을 테지?”

소피아는 자기 이야기가 나오니 숫제 바닥을 파고 들어갈 기세가 되었다.

“일본이 접근했다는 20명은 어떻게 됐대?”

“이치카 에델베르그를 제외한 19명은 죄다 습격인지 스파인지에 써먹고 팽해버렸는지 소재 파악이 불가능. 남은 3명도 일본으로 돌아간 상황에서 행방불명 상태야. 그러니 이치카 에델베르그를 제외하면 배상 명목으로 파견된 일본인 능력자는 전원 사망, 혹은 행방불명 상태지.”

이치카 에델베르그는 안전한 곳에 있겠지?

“아, 혹시 신촌동 수련장에서 날 습격해온 능력자 중에 신체 강화 능력자들이 설마….”

“어? 음…. 그럴 수도 있겠네. 그중에 신체 강화 능력자가 10명…이랬니?”

“11명이었습니다.”

…하아아.

“일본은…. 이제 신경 끄고 싶다. 너무 짜증 나고 머리 아파서 더는 신경 거슬리다간 진짜 마포로 일본 땅을 지워버리고 싶어질 거 같아. 그럼 이제 남은 건….”

“응. 저것의 처벌 수위지.”

우리는 거실에 서서 가만히 있는 소피아를 주목했다.

============================ 작품 후기 ============================

현! 관! 합! 체!

...그게 뭐죠? 전 ㅁㅗㄹ랑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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