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70 마지막 정리. =========================================================================
겨우겨우 눈물을 보이지 않을 수 있었지만.... 연인들의 표정을 보면 이미 다 들통난거같다.
아무튼 민망한 기분에 공간 지각으로 집 안을 둘러보니 제일 구석 작은 방 안에 소피아가 있는 게 보였다. 음, 그전에 미호랑 히아리드도 데려와야지.
“미호랑 히아리드 데리고 올게.”
“같이 가줄까.”
“아냐. 몇 초면 다녀올 거야.”
“…몇 초?”
옆에서 내 이야기를 듣던 프랑은 살짝 몸을 띄우면서 내 목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의아한 표정으로 날 보는 화연이와 영은이를 보고 씩 웃어주고 공간 도약을 해서 능력자 연합 한국 지부로 이동했다.
두 번의 공간 도약으로 미호와 히아리드의 앞에 나타난 순, 간?!
흐억!!
=…하늘님?=
- 어? 주인님이다!
…꿀꺽. 두 녀석의 앞에 나타난 순간 히아리드는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면서 하늘의 지팡이를 뻗어 날 공격하려 했고 바닥을 뒹굴던 미호 역시 여우 불을 띄워 공격하려 들다가 날 보고 손을 거두고 물러났다.
“그래. 별일 없지?”
- 와아~! 주인님 보고 싶었어!
=별일 없었습니다.=
와씨. 순간 얻어맞는 줄 알고 깜짝 놀랐네. 마나 모드 - 가속이 순간적으로 켜졌는데도 방심한 데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 피할 수 없어서 두 대 맞는 줄 알았다. 내 목에 매달려 있던 프랑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본의 아니게 두 녀석의 대응 태세를 봤더니 살짝 마음이 놓이지만, 하철수 그 자식이 나오는 게 늦어질수록 강해진다는 뜻이 될 테니까 나도 이제 함부로 자릴 못 비우겠군.
대신 레이드에는 이 두 녀석을 들여보내서 나 대신 사냥하게 해야지. 난 현실에서 고위급 위상석이나 상위급 위상석을 충전해서 팔고.
“나와. 공간의 벽을 칠 거니까.”
내 품에 안겨든 미호의 궁둥이를 두드려주면서 문을 열고 나가서 하철수의 방 안에 공간의 벽을 5 중첩해놓고 한 손은 미호를 껴안고 다른 손으로는 히아리드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 와아~! 주인님한테 나는 향기가 더 좋아졌어! 에헤헤~
=…….=
미호는 두 팔과 두 다리로 내 몸을 끌어안고 킁킁거리면서 연신 내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고 히아리드도 내게 반쯤 안겨와서는 허벅지를 살살 비비기 시작했다.
이크, 프랑의 표정이 점점 사나워진다.
“꼭 잡아.”
그리고 다시 공간 도약을 펼쳐 집으로 돌아와 히아리드를 놓아주고 미호도…. …! …!!
“이 녀석! 손 안 놓을래!”
- 시러~! 주인님 냄새 좋아. 우헤헹.
“뭐야. 이 녀석 취한 건가? 미호, 이거 안놓으면 혼난다!”
- 이히힉 히힝! 혼나도 안 놓을래!
아 진짜! 미호 이 녀석, 갑자기 약 먹은 것처럼 왜 이러지? 배실 배실 웃는 얼굴도 그렇고 여섯 꼬리가 말미잘처럼 쉴 새 없이 흔들거리네.
어? 떼어놓은 히아리드도 갑자기 나한테 슬금슬금 다가오는데 얼굴이 좀 상기된 게 마치 세뇌 받을 때처럼 상태가 바짝 달아오른 거 같다.
=…하아아.=
- 이히힝! 꺄하!
그러는 와중에 화연이와 영은이도 살짝 상기된 얼굴로 나한테 다가와서 내 팔을 잡는다.
“서하, 방금 그건 뭐지?”
“방금 그거, 설마 워프? 텔레포트? 그런 거야?”
“잠깐! 히아리드는 네 자리로 돌아가. 화연이랑 영은이는 잠깐 기다려봐. 미호부터 좀 떼어놔야겠는데.”
으…. 끄응! 이 녀석, 진짜 있는 힘껏 끌어안고 있잖아. 아까부터 신체 강화를 강하게 돌리고 있어서 녀석의 힘에 다치진 않지만 억지로 떼어놓으려다 간 내가 아니라 미호가 다치겠다.
“아, 이 녀석 갑자기 왜 이래.”
하는 수 없이 녀석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고 소파에 앉았더니 프랑은 옆에서 둥둥 떠다니고 화연이랑 영은이는 내게 바짝 다가와서 열이 오른 얼굴로 빤히 바라본다.
“텔레포트보단 공간 도약 쪽이 더 맞는 말일 거야. 또 한 번 깨달음을 얻은 덕분에 내 공간 지각 범위 안에서는 제한 없이 공간 도약을 할 수 있게 됐고 위상력도 700만이 됐어. 물론 공간 지각 범위도 6.75km로 늘어났고.”
“테, 텔레포트! 대박! 완전 대박이양!!”
“점점 완벽한 남자가 되어가는군. 흡족하다.”
…이 둘도 좀 이상한 거 같은데. 설마 프랑도?
“어휴…. 다들 왜 이러지? …아앗! 히아리드!”
프랑은 제정신을 차리고 있는 거 같은데 내 앞에 서있는 히아리드의 새하얀 다리 사이에 물이 줄줄 흐르고 있는 걸 보니 저 녀석도 진짜 제정신이 아닌 거 같다.
힉?!
“으으. 서하아. 하아아.”
“몸이, 후우. 뜨거워.... 내가, 왜이러지...?”
“아니 둘 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지금 미호가 달라붙어 있는 게 안 보여?!”
으아! 안돼! 바지 잡아당기지 마!
반쯤 풀린 눈으로 다리에 매달려서 내 바지를 벗기려는 화연이와 영은이를 보니 식은땀이 흐른다!
=하늘님. 저도 욕정을 참기 힘듭니다.=
“?! 히아리드,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예요! 서하, 이게 지금 어떻게 된 거에요? 다들 왜 이러는 거예요?”
“그건 내가 묻고 싶어! 프랑은 괜찮아?”
“음. 저도 조금 기분이 고조되고 있긴 한데 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에요.”
…아 혹시?
“히아리드. 지금 나한테서 어떤 향기가 느껴져?”
=절 강한 발정 상태로 만드는 향기가 느껴집니다. 더는 참기가 힘듭니다. 하늘님, 제게 하늘의 은총을…!=
말하던 히아리드마저 눈이 살짝 풀리더니 거칠어진 숨소리로 날 향해 손을 뻗고 다가오기 시작한다. 이, 이걸 어쩌냐! 때려서 기절이라도 시켜야....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한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바로 실행에 옮겨 거머리처럼 내 몸통에 달라붙어서 이힝힝거리고 있는 미호의 옷자락을 걷어서 조그만 등에 손을 대고 TP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
- 꺄하하! 하웅. 아웅....
그러자 간지러운지 파다닥거리던 녀석인 곧 고개를 꺾으며 잠들어버린다.
“좋아. 해결 방법이 보인다.”
“나도, 나도 만져줘 어어.”
“서하, 하아. 나도 이제 참기 힘들다. 그러니까….”
“알았어, 알았으니까 잠깐만!”
화연이와 영은이의 정수리에 손을 얹고 살짝 TP를 넣어주니 최음제를 먹은 것처럼 이성을 찾지 못하던 둘은 약간 늘어지며 내 허벅지를 베고 웅얼웅얼거린다.
“히아리드, 너도 이리와.”
=네, 하늘님.=
이 녀석은 위상력이 230만도 안되니까 조금 TP를 밀어 넣는다고 해도 괜찮겠지.
살짝 찌푸린 얼굴로 히아리드를 바라보던 프랑은 내게서 미호를 받아들고 옆에 눕혀놓으며 내가 히아리드에게 TP를 주입하려는 걸 지켜본다.
녀석은 여전히 똑같은 등이 패인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손을 뻗어서 드러난 옆구리 부분에 손을 가져다 붙이려 하니까 점점 애액이....
“야!”
그런데 녀석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라서 황급히 손을 뺐다. 허리춤을 잡으려고 뻗은 내 손을 잡아서 다리 사이로 가져가려 하다니, 프랑이 보고 있는데!
얌전히 있으라고 소리치고 허리를 낚아채서 TP를 확 밀어 넣으니 네 장의 날개를 파닥이며 버드나무 가지처럼 몸을 떨던 녀석도 상기된 얼굴로 늘어지듯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정말 산꼭대기의 아침에서나 맡을 수 있는 구름 냄새가 녀석의 사타구니 쪽에서 살살 올라온다.
상황을 정리하고 났더니 진땀이 다 난다.
“와 진짜. 식은땀이 다 나네.”
“대체 어떻게 된 거에요? 화연도 그렇고 영은도 꼭 발정제를 먹은 것처럼….”
“발정제라고 하지 말고 적어도 흥분제라고 해줘라…. 히아리드 넌 욕실로 가서 씻고 쉬도록 해.”
=네에….=
흐느적거리면서 욕실로 향하는 히아리드를 보다가 미호를 잡아서 거실 한쪽에 마련된 나무 바구니 침대에 눕혀놓고 다시 소파에 와서 앉으니 화연이와 영은이가 다시 다리를 껴안아온다.
끄응….
“이 현상이 TP가 내 핏줄에 반응해서 나타난 특징이려나. 내 곁에 있는 사람의 성감을 고조시키고 쾌락에 들뜨게 만드는 거.”
“네에?”
“그거 외에는 다들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이유를 짐작 못 하겠어. 내 TP를 받을 때마다 흥분하던 거나 히아리드가 말했던 자신을 발정시키는 냄새라고 한 거나.”
“아, 확실히 그러네요. 그럼 서하가 깨달음을 얻어서 위상력이 2배로 늘어나 효과가 더 강해진 건가요?”
“그렇지 않을까? 내 위상력이 두 배로 늘어나서 농도가 진해졌으니 한동안 나랑 떨어져 있던 화연이나 영은이가 갑자기 진해진 내 위상력에 적응 못 하고 헤롱거렸을 수 있고. 하늘 섬에 갔다 온 직후에도 다들 무척이나 흥분했었잖아.”
그때도 15일간 떨어져 있었던데다 C 클래스에서 B 클래스로 위상력이 확 증가해버렸었지.
내 다리에 기대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화연이와 영은이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면서 말하니 프랑도 '그런가….' 하고 수긍한다.
잠시후에 천천히 정신을 차린 화연이와 영은이는 내 얼굴을 보며 머뭇거리다가 내 허벅지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부끄러워?”
“으으.”
얼굴이 화끈거리는지 두 손으로 뺨을 가리면서 웅얼거리는데 자기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다. 그래서 방금 프랑에게 해준 이야기를 했더니 그제야 납득하는듯한 모습이지만 붉어진 얼굴은 좀처럼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시하나 어머님은 괜찮은 모습이셨잖아? 프랑도 멀쩡해 보이는데 유독 나랑 화연이에 저 둘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이해가 안 가는걸?”
영은이는 씻고서 등이 패인 브이넥 원피스 한 장만 걸치고 나오는 히아리드와 세상모르고 잠든 미호를 보며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고 화연이는 목이 말랐는지 주방으로 들어가 차가운 보리차를 마신다.
“아, 나도 한 잔 갖다 주렴!”
주방을 향해 소리치고 조금 지친 표정으로 날 보는 영은이를 보며 입을 열었다.
“흥분제 먹은 것 같은 반응을 보인 너희들이랑 저 두 녀석의 공통점이 뭐게?”
“공통점? 그건…. 아. 서하의 TP를 대량으로 받아들인….”
“맞아. 말 그대로 내 TP에 중독된 게 지금 보여준 그 모습일지도 몰라. 그러니 연구소를 지어서 내 TP에 대해 연구를 해야겠어.”
TP 중독이라니, 어감만으로도 재수 없잖아.
프랑과 영은이는 중독이라는 단어에 곤혹스러운 표정이었지만 보리차 병에 컵 세 잔을 가지고 나온 화연이는 약간 붉어진 얼굴로 컵에 보리차를 따르면서 입을 열었다.
“딱히 지금 상황으로도 문제 될 건 없어 보이지만 그렇게 연구해서 네가 마음이 편해진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
“어? 괜찮아?”
“음. 내가 B 클래스에 올라서서 파고든 분야가 육체 내구도와 면역력에 관한 부분이었다. 그건 서하 널 만난 뒤로도 쭉 테스트와 체크를 해왔었는데 네 TP를 몸에 받아들인 뒤로 각종 신체 면역력이 월등히 상승한 걸 알 수 있었어.”
“그게 어느 정돈데?”
“신체 강화 타입으로 E 클래스 때 재생 강화를 얻었고 C 클래스에 올라서면서 질병 저항을 얻었다. 재생 능력이라지만 팔이 잘리고 몸이 꿰뚤린 상처를 재생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어. 질병 저항도 이름만 질병 저항이지 잔병치레를 하지 않을 정도였지.ㅇ
이제야 진정되어가는지 얼굴색이 원래래도 돌아오기 시작하는 화연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니 내 시선을 피하며 살짝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
ㅁ서하 너의 TP를 받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평범한 바이러스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아. 재생 역시 강화되서 어지간한 활동으로는 지치지도 않고 배에 구멍이 뚫리더라도 몇 시간이면 완벽히 낫는다.”
...하위 능력이 향상됐다는 이야긴데, 얼마나 상승했는지 이해가 잘 안 간다. 내 생각을 읽었는지 화연이는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디지즈 랫의 발톱에 찔리고 베여도 멀쩡해.”
“…뭐? 그걸 시험해본 거니?! 너 제정신이야?!”
어…. 화연이 말을 들은 영은이는 벌떡 일어서더니 호되게 야단치기 시작한다. 화연이는 살짝 얼굴을 찌푸리고 영은이를 올려다보는데 그사이 디지즈 랫이 어떤 놈인지 인증기로 찾아보니….
상위 이형종?! 그 발톱에 찔리거나 베이면 온갖 합병증이 밀려온다고?!
“…유화연.”
“음. 아니, 말 그대로 극소량으로 시험해본 거다. 물론 옆에 회복과 질병 치료 능력자도 대동해서 내 저항력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을….”
“유화연.”
“…미안.”
그런 위험한 걸 실험하면서 다른 사람들한테 회복을 맡기다니. 적어도 옆에 날 불렀어야 할 거 아냐.
변명하려던 화연이는 우리들의 눈총을 받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영은이는 좀 언짢은 표정을 지으면서 화연이를 노려봤지만 금방 날 돌아보며 입을 연다.
“그러고 보니 나도 신체 강화가 좀 더 강해졌어. 요즘은 화연이 저것이랑 대련을 벌이는 정도로는 다치지도 않을 만큼 육체 강도가 높아졌는데 비교해보니 동급의 신체 강화 능력자보다 1.4배가량 더 튼튼해졌더라? 프랑도 얼마 전에 공간 지각이 조금 변화했지?”
뭐야. 내 TP를 먹으면 단순히 위상력만 늘려주는 게 아니야?
“맞아. 기감 형태가 시야 분석 형태로 바꿀 수 있게 됐어.”
화연이와 영은이, 프랑은 서로의 능력이 향상된 이야기를 듣고 살짝 놀라워했다.
“그럼 화연이는 하위 능력이 강화됐고 프랑은 능력의 형태가 바뀐 거구나. 우리 서하의 TP는 정말 신의 음료 같은걸.”
“마시면 극상의 쾌락과 함께 능력의 향상을 이루어주니 정말 그 말대로군요.”
“응응. 이만한 효과가 있는데 중독 약물 취급하는 건 쪼~금 심했다는 느낌?”
날 신의 음료 생성기로 만들어버리면서 키득거리는 영은이를 보니 좀 어처구니가 없어졌지만 내 TP를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물론 믿을만한 사람을 구해서 해야겠지.
영은 이 말대로 중독 약물 취급은…. 일단 보류하겠지만 그래도 빨리 연구소를 지어야겠어.
“아까 안한 이야기를 마저 해줄게. 좀 긴 이야기가 될테니까 편히 앉아봐.”
살짝 산만해진 그녀들을 불러서 집중하게 만들고 스톤 헨지에서 귀환 포인트를 이용해 들어간 시점부터 기록한 영상을 틀어놓고 프랑과 함께 군데군데 부연설명을 붙여가며 화연이와 영은이에게 뮈르딘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결국 위상 세계는 현실의 과거라는 이야기라는거네? ”
“위상력이 미지에 대한 두려움에서 오는 에너지가 쌓여 만들어 진거라니. 너무 비이성적인 이야기군.”
“하지만…. 저는 이해가 가요. 사실 위상력이 퍼져나가는 지금도 과학을 발전시키려하잖아요? 위상 세계가 나타나기 전의 분위기는 어땠을지 상상도 가지 않아요.”
화연이는 프랑을 부드러운 눈으로 보더니 날 보며 입을 열었다.
“가장 문제가 되는것은, 현실에 위상력이 가득 퍼질때까지 강제 소환은 멈추지 않고, 강제 소환이 멈추게되면 그때부터 현실에서 각성자가 나타나고 더불어 이형종도 나타난다는 거다 강제 소환은 어느 정도의 시기에 멈추느냐도 있겠군.”
위상력을 정확히 계측할 수 있는 설비가 등장한지는 수십년째지만 강대국의 파워게임과 위상석과 부산물에 대한 이득에 눈이 멀어 기술 개발이 늦춰지고 있는것도 문제였다.
조금 심각한 표정이 되는 프랑에 비해서 영은이는 크게 긴장하지도, 걱정하지도 않는 표정으로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이것도 문제가 될거라 생각하지 않니? 강제 소환이 끝나게 되면 위상 세계와 현실을 오갈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게 돼. 지금 전세계의 위상 에너지공급이 단 일주일만 멈추더라도 위상석의 에너지에 의존하는 경제 기반은 단숨에 무너져버릴거야. 그런데 현실에 나타난 이형종이 몸에 위상석을 쌓을때 까지 기다린다? 그전에 비축분으로 쌓아둔 위상석을 모두 사용한 인류 문명이 멸망하지 않을까.”
그러면서 컵에 담긴 보리차를 들어 단숨에 마시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이 기회를 두고 대비해서 이용하면 우리 한국이 단숨에 세계 정상으로 뛰어오를 수 있는 발판이 되겠지만…. 대신 지구상의 인류 숫자가 지금의 1/10 정도까지 격감하게 되겠지?”
“여, 영은? 그게 정말인거야?”
프랑은 떨리는 눈으로 느긋한 모습의 영은이를 바라보는데, 문명이란게 그렇게 단숨에 무너질리가 없잖아. 비축분으로 쌓아둔 에너지를 긴축하고 에너지를 극도로 절약하면서 기존의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소를 가동하겠지.
뭐 그래도 전 세계 인구의 절반정도는 죽을거라 생각한다. 그 대상은 극한 지대에 사는 사람일수록 확율이 높겠지.
하지만 프랑은 거기까지 생각이 닿지 않는지 수십억명이 죽는다는 이야기에 안색이 파랗게 질린다.
그보다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문명붕괴보다 현실에 나타날 이형종이 더 위험하다니까?
영은이는 파랗게 질린 프랑의 얼굴을 보면서 쓰게 웃는데 저 웃음은 일부러 꾸며낸 웃음이다. 왜냐고? 프랑을 놀리기 위해서지 뭐....
“솔직히 16세기 지구의 총 인구는 3억명 추정이라잖아. 그런데 지금의 우리 한국만 봐도 전체 인구수가 6천만명을 약간 넘어가니까 우리만 대비를 잘해두면 다른 나라의 인구가 다 사라진다고 해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숫자로 돌아가겠지?”
“그, 그런…. 그건 너무 심해요….”
“지금부터 자급자족을 위한 준비를 해 나간다면 확실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습니다. 다른 나라 문명 붕괴로 약간의 여파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급 자족의 토대만 받쳐놓는다면 그 피해는 극소해지겠죠. 우리만 입 다물고 있으면 세계가 망한다는걸 누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냥 그날까지 한 사람이 시대를 역행하는 어리석은 여자로 손가락질 받을 뿐이겠지요.”
“나 혼자만 욕먹는거야?!”
프랑의 예쁜 얼굴이 절망과 두려움으로 물들어가면서 울상이 되는걸 보니 꽤 재밌다. 슬쩍 화연이랑 영이를 보니 저 둘도 반쯤 즐기고 있었다.
“뭐 솔깃한 이야기긴 하네. 에너지가 부족해져서 풍족한 우리한테 무력으로 침략해오려고 해도 내가 있으니까 별 위협도 안될테고. 하지만 그렇게해서까지 지구의 패권따윌 잡아서 뭐하게?”
“후훗. 욕심없는 서하다운 이야기인걸.”
“그쵸?! 그러니까 수십억명이 죽는 그런 이야기는 하지말아요!”
“프랑은 걱정이 너무 심해. 문명의 붕괴가 그렇게 쉽게 일어날리 없잖아. 그러니 프랑 놀리는건 그만두고 뮈르딘이 한 이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보자.”
“?!”
내 이야기에 킥킥거리면서 웃는 영은이와 피식 웃는 나랑 화연이를 본 프랑은 그제서야 우리한테 놀림받고 있었다는걸 깨달았는지 얼굴이 빨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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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선작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