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63 이상한 세계의 카멜롯. =========================================================================
어제 뮈르딘 할배랑 이야기할 때는 저녁이었는데 프랑의 곁에 누워서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더니 아침이 되어있었다.
뭔가 허전해서 눈을 떴더니 품에 안겨있어야 할 프랑이 없다는 걸 눈치챘다.
공간 지각을 돌려보니 벽난로가 있는 벽 뒤편의 화덕 같은 데서 빵을 굽고 있었다. 익숙한 솜씨로 화덕에서 노릇노릇 구워진 빵을 꺼내는 프랑을 보다가 타워 내부를 살펴봤지만 뮈르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뮈르딘은 어딘가 나갔나 보다.
딱딱한 나무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커다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니 번화한 도시의 건물 사이사이 많은 사람이 오가는 모습이 보인다.
짐수레를 끄는 말이나 당나귀를 이끌고 넓은 도로를 오가는 사람. 신기한 양식의 마차가 오가며 북적이는 도시와 시장의 풍경.
중세 시대 도시에 어울릴듯한 도시를 바라보다가 침대에서 내려와 다 구워진 빵을 그릇에 담고 잼과 우유가 든 물병을 들고나오는 프랑에게 다가갔다.
“아, 잘 주무셨어요?”
“응.”
아침 햇살이 무색하게 환하게 웃은 프랑과 함께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프랑은…. 정말로 내 출신 따윈 신경 쓰지 않는지 평소와 다름없이 미소 띤 얼굴이다.
어딘가 모르게 평소보다 더욱 윤이 나는 프랑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다가 프랑이 내미는 그릇을 받아들었다.
“오늘 아침은 갓 구운 빵에 오렌지 마멀레이드와 우유에요.”
빵에 잼을 바르기 편하게 잘라서 내 그릇에 담아주는 프랑의 하얀 손을 잡았다. 아침 햇살이 창밖에서 쏟아져 들어와 프랑의 백금색 머리카락을 비추는데…. 동그래진 프랑의 눈동자를 보니 눈시울이 붉어질 거 같다.
“…프랑.”
“네?”
이 말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길 거 같다.
“사랑해.”
“…후후. 저도 사랑해요.”
활짝 미소 짓는 프랑은 정말 나에게 있어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란 생각이 든다.
프랑이 갓 만든 빵과 우유로 아침을 해결하니 프랑이 뒤뜰의 숲에 산책하러 가자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대로 있어 봤자 우울한 생각만 할 거 같아 프랑과 함께 팔짱을 끼고 건물 뒤편의 숲으로 들어갔다.
뮈르딘 할배는 이 도시를 카멜롯이라고 불렀는데 그럼 카멜롯이 지금의 맨체스터 지방에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는 건가.
프랑과 함께 무성히 자란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내리쬐는 오솔길을 걷다가 프랑의 이야기를 듣고 한숨을 쉬었다.
“내가 기절하고 3일이나 지났다고?”
“네. 오늘은 8월 21일이에요.”
잠깐 눈만 감았다 뜬 거 같은데 3일이라니, 인증기를 켜고 날짜를 확인했더니 정말 8월 21일이다. 아, 중간에 프랑에게 위로받은 시간이 있으니 2일인가.
한숨을 푹 쉬면서 눈을 감고 습관적으로 공간 지각을 돌렸… 응?
“공간 지각 범위가 또 늘었네. 위상력도 늘었어.”
“…네?”
눈을 감은 채 프랑의 놀란 얼굴을 살피면서 공간 지각 범위를 체크해보니 공간 지각 범위가 1.5배 늘어 날 중심으로 6.75km까지 감지된다. 거기다 위상력도 350만에서 2배가 늘은 700만이 됐다.
“하하…. 내 핏줄을 알게 된 것도 깨달음에 포함된거냐….”
내 중얼거림에 프랑은 쓴웃음을 지으며 내 팔을 품에 안고 내 어깨에 머릴 기댄다.
그러고 보면 스톤헨지의 오두막에서 이곳으로 넘어올 때 느꼈던 그 감각도 있었지.
그때의 감각을 떠올리며 공간 지각에 보이는 뮈르딘의 석조 저택 옥상을 뚫어지게 보니 높은 곳에서 떨어져 내리는 느낌, 내장이 붕 뜨는 감각과 함께 어두운 방 안에서 전등에 불을 껐다 켜는 것처럼 한번 깜빡이더니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어? 이곳은 내가 뚫어지게 보던….
“…아! 프랑!”
공간을 이동하자마자 프랑을 두고 와버린 게 생각나서 공간 지각에 느껴지는 프랑을 찾으니 무시무시한 속도로 나무들을 관통하며 내가 있는 곳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온다.
“서하!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갑자기 신기루처럼 모습이 흐려지시더니 사라졌었어요!”
“어, 이건 오두막에서 이곳으로 넘어올 때 겪은 경험 있잖아. 그게 어쩐지 나도 할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 들었었거든. 그래서 해보니까 진짜 되네?”
“굉장하세요…. 위상력도 2배가 되신 데다 새로운 스킬까지 익히시다니….”
놀랍다는 표정으로 감탄하는 프랑을 보니 무거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거 같다.
“이건 공간 도약이라고 하자. 아무래도 공간 지각 범위 내에서 마음대로 공간 도약을 할 수 있는 거 같아.”
“공간 도약까지 하실 수 있다니, 정말 공간에 관련된 능력은 전부 얻으시는 거 아닌가요?”
“아, 그 인도의 능력자처럼 아공간 주머니 같은 것도 생기려나?”
“서하라면 꼭 그 능력도 얻을 수 있으실 거에요!”
“프랑의 응원 때문이라도 반드시 익혀야겠는걸. 그런데….”
내 품에 안겨 날 올려다보는 프랑을 보니 또 내 키가 조금 더 자란 거 같다. 이제 수월하게 프랑의 이마에 키스해줄 수 있을 만큼 키가 커졌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는 프랑은 백금색 털을 가진 귀여운 강아지 같아서 무척이나 사랑스러워 보인다.
내 웃음에 살짝 얼굴을 붉히며 이어질 이야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이는 프랑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어제는 날 서방님이라고 부르더니, 이제 그렇게 부르지 않는 거야?”
“앗. 그, 그게에…. 조, 조금 부끄러워서.”
부끄러운지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오른 프랑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면서 시선을 피했다. 그런 프랑의 달아오른 귓불을 말없이 만져주고 있으니 변명하듯이 당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 저는 자기나, 달링보다는 서방님 쪽이 더 제 기분을 표현하는 단어라고 생각해서…. 하으으. 그런데 부끄러워서…. 서, 서방님?”
…프랑의 입에서 다시 한 번 서방님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과거의 진실을 알게 돼서 차갑게 식은 가슴이 따뜻하게 달아오르는 거 같다.
“혹시 싫으신 건 아니죠…?”
“싫을 리가.”
절대 그렇지 않다는 내 표정을 본 프랑은 환한 미소로 품에 안겨왔다. 나도 미소를 지으며 프랑을 품에 힘껏 안으며 속삭였다.
“프랑이 아니었다면 그날 밤에 난 정말 미쳐버렸을지도 몰라. 날 지켜줘서 고마워. 사랑해.”
“으윽…. 저, 저도 사랑해요.”
숨 막힌 신음을 흘리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놓치지 않는 프랑은 내 손에 쥐어진 최고의 보물이었다. 이 보물을 절대 손에서 놓지 말아야지.
공간 도약을 실험해보니 이 스킬은 나와 접촉한 것들과 함께 공간 지각 범위 내에서 제한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숲에서 돌아다니는 동물을 잡아다가 짧은 거리에서 점점 먼 거리로 공간 도약을 해봤지만 나한테 귀가 잡혀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토끼는 코만 씰룩거릴 뿐 얌전히 있었다.
실험을 끝내고 풀어주니 멀쩡한 모습으로 후다닥 도망가버린다.
공간 도약의 안전성을 확인한 뒤에 프랑을 품에 안고 공간 도약을 하고 나서 어떤 느낌이냐고 물었었다.
“기분이 어때?”
“으음. 한쪽 방향으로 몸이 쏠리는 느낌이에요.”
제약 없는 공간 도약이라, 오픈 필드에서는 그다지 소용없겠지만 던전같은 곳에서는 무척이나 유용할 거 같다. 예를 들면 런던탑 지하 보물 창고에 숨어들어서…. 으흠흠!
아니, 그런 방법도 있다는 거지 그러겠다는 건 아니고.
그런데 진짜 아공간 주머니, 창고 같은 능력이 생기면 말 그대로 신이 내린 도둑놈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 공간의 벽의 피아 인식이 가능한가 시험해봤지만, 여전히 나와 내 몸에 걸쳐진 물건을 제외하곤 죄다 지워버려서 좀 아쉬웠다.
“음 레어 타입 능력자 중에 워프나 텔레포트 같은 능력자가 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프랑은 들은 적 있어?”
“저도 공간 이동은 처음 봐요. 어쨌든 그렇지않아도 강한 능력을 자랑하시는데 이제 공간 이동까지 생기다니, 이제 서하를 어찌할 수 있는 사람은 완전히 사라지겠어요.”
“대드는 인간들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꺼야.”
“네? 어째서요?”
“세상은 넓고 병신은 많거든. 병신 보존 법칙이라고 알아?”
“병…. 보존 법칙이요?”
황당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프랑의 뺨을 만지작거리면서 이야기해줬다.
“응. 3명 이상이 모인 장소에 병신은 꼭 1명씩 있다는 법칙이야. 만약 없으면 자기 자신이 병신이라는 신개념 법칙이지.”
자기 눈으로 직접 보기 전에는 못 믿겠다고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인간들도 있을 것이고 똥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봐야 아는 인간들도 많으니까.
“아하하.”
똥 이야기에 예쁜 눈썹을 살짝 찡그린 프랑은 잠깐 날 올려다보더니 헤죽 하고 웃는다.
“에헤헤. 박학다식하고 멋진 서하가 제 서, 서방님이라서 굉장히 행복해요.”
“나도 어여쁜 프랑이 내 마누라라서 무지무지 행복해.”
“뮈르딘은 어딜 간지 알아?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새벽 일찍이 외출하셨어요. ”
아침 산책을 끝마치고 능력을 확인한 다음 뮈르딘의 석조 건물에 돌아오니 약간 서늘한 공기가 우릴 반겨주었다.
뮈르딘은 집주인으로써의 예의도 없는지 우리에게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엄마랑 아빠한테 진실을 듣고 싶지만 되돌아가려면 아직 하루를 더 보내야 한다.
“근데 뮈르딘이 멀린이었어? 전혀 다른 이름인데.”
“아, 뮈르딘이나 미르딘 두 가지로 불리지만 이 이름이 프랑스에서는 그…. 좀 안 좋은 단어랑 비슷해서 멀린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안 좋은 단어?”
“미, 미르디merde라고 …똥을 뜻하는 단어랑 비슷하거든요….”
“…그 이야기를 해주면 버럭 할 거 같네.”
“말하면 안 돼요!”
“알았어.”
괜히 말했다가 대마법사가 화나서 저주라도 내리면 곤란하니까.
우리가 알던 그 전설의 카멜롯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프랑이 도시 구경을 하길 원하는 거 같아 뮈르딘의 집 안에 있던 갈색 로브를 뒤집어쓰고 프랑도 도시를 거니는 평범한 아가씨들이 입고 다닐법한 복장을 한 채 도시로 나왔다.
중세 시대 도시라서 막…. 비포장길에 말똥 같은 게 쏟아져 있을 줄 알았는데 내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무척이나 깔끔하고 깨끗한 거리다.
특히 대로에는 현대의 가로등 같은 게 죽 늘어서 있었는데 그 안에 기름 같은 게 있는 걸 보면 밤에 불을 피워서 거리를 밝히는 용도로 쓰는 거 같다.
“저런 가로등이 이 시대에 존재했었어…?”
“…존재 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카멜롯은 거대한 강을 끼고 있는 전형적인 대도시의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거대한 강을 통해 나룻배가 오가는 모습에 상업적으로도 굉장히 발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도시는 두 개의 성벽이 쳐진 요새 내부의 어퍼 타운과 그 아래 복잡하게 펼쳐진 다운 타운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복잡하다는 건 어퍼 타운을 기준으로 한 이야기다.
다운타운은 우리나라식으로 표현하자면 계획도시처럼 구획이 나누어져 상업 지구 거주 지구 산업 지구 등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어퍼 타운은 깨끗하고 살기 좋은 곳, 다운 타운은 돈 없는 하층민이 사는 곳이라는 내 개념을 비웃듯이 윗동네 아랫동네 할 것 없이 깨끗하고 풍요로운 도시였다.
반경 6.5km에 모두 들어오지 않는 거대한 도시는 외곽의 평야 지대에 밀밭이 펼쳐져 있었고 지금도 꾸준히 주변 숲을 개간해서 밭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다른 쪽에는 거대한 목장에서 양과 젖소, 말을 키우고 있었다.
단단하게 다져진 흙길을 오가는 짐마차들의 행렬과 활기를 띈 다운 타운의 밝고 깨끗한 길거리를 프랑의 손을 잡고 함께 돌아다니고 있는데 여러 가지로 놀라게 하는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도시의 곳곳에 상하수도가 완벽하게 조성되어있는 모습에 두 번째로 놀랐다. 첫 번째는 아까 본 가로등이었지….
도시의 곳곳에는 강물을 끌어와 만든 목욕탕처럼 보이는 장소도 있어서 세 번째로 놀랐다. 대중목욕탕은 로마에서만 활성화된 문물이라고 배웠는데 브리튼의 카멜롯에도 있었다니….
그런데 로마의 대중목욕탕은 현시대 목욕탕처럼 물을 자주 가는 게 아니라 한번 물을 받아두면 물이 땟물로 시커멓게 변할 때까지 썼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 생각해봤을 때 카멜롯의 공중목욕탕은 그야말로 현시대 목욕탕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시설이다.
특히 목욕탕은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돈을 받으며 대중화되어있었는데 목욕탕 내부에는 몸을 씻는 방법도 나와 있어 위생에 관해 꽤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숲과 나무들이 도시의 곳곳에 공원을 조성하고 있었고 다운 타운의 동서남북에 빅벤보다 작지만, 종탑이 세워져 있어 시간을 알려주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
방금 종탑이 종을 뎅~ 뎅그렁~하면서 여러 번 울렸는데 종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다들 집으로 돌아가고 좌판에 앉아 있는 상인들도 샌드위치 같은걸 꺼내 먹는 걸 보고 점심이라는 걸 알려주는 종이었다는걸 눈치챘다.
무척이나 활기찬 시장 거리를 걸으며 중세 시대의 생활을 구경했는데 뜻밖에 전기와 자동차, 기계가 없는 현실과 비슷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는 데에 마지막으로 놀랐다.
이런 곳이라면 나도 별 부담 없이 살 수 있을 거 같다.
점심을 먹기 위해 돌아오면서 확인한 거지만 뮈르딘의 타워는 도심의 외곽 숲 지역에 따로 떨어져나와 있었는데 아무래도 본인이 원해서 이런 위치에 집을 지은 거 같았다.
점심으로 아침에 구워둔 빵을 먹고 다시 거리로 나와 커다란 목장을 돌아다니는 새하얀 양 떼와 젖소, 망아지들을 구경하고 카멜롯의 외곽을 따라 흐르는 커다란 강변을 거닐며 카멜롯의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다녔다.
이 세계의 평균 키는 아무래도 140cm가량 되는 거 같다고 생각하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는데 프랑이 눈을 반짝이더니 저 멀리 도시 중심부에 우뚝 솟아있는 성을 가르키며 말했다.
“어퍼 타운에 가보는 게 어때요? 거기 가면 원탁의 기사나 아서 왕에 대한 것을 공간 지각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서 왕이랑 원탁의 기사는 웨스트서식스의 해안선에 출정 나갔다잖아. 가봤자 당사자들은 없을 거 같은데.”
“앗. 그러네요….”
살짝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프랑을 보고 피식 웃으면서 그녀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아니라고 해도 아서 왕이 지내는 성을 구경할 수는 있겠지. 가보자.”
“네에!”
나도 랜슬럿과 불륜으로 나라를 말아먹은 기네비어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참고로 오후에 시내를 돌아다닐 때 우리나라 팬시 샵 같은 가게를 볼 수 있었는데 진열장에는 원탁의 기사들과 아서 왕, 기네 비어 왕비의 얼굴이 수 놓인 손수건이나 네모난 천 등을 봤었는데 그야말로 추상화 같은 얼굴이어서 전혀 참고가 안될 거 같았다.
그걸 본 프랑도 내 팔에 얼굴을 묻고 웃음을 참으려고 부들부들 떨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잔뜩 기대하는 프랑과 함께 어퍼 타운의 성문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가니 성문에는 네 명의 병사가 오가는 사람들을 별다른 제지 없이 살펴보고 있었다.
병사들은 잘 관리된 핼버드에 허리춤에 롱 소드와 등에는 카이트 실드를 매고 있었다. 그 나라의 국력을 살펴보려면 성을 지키는 경비를 보란 말이 기억나는데 (어디서 봤는지는 모르겠다.) 저 경비들을 보면 위세가 막강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방어 구로는 번쩍번쩍 빛이 나는 사슬갑옷을 차려입고 그 위에 푸른색 코트를 걸치고 있었는데 코트에는 화살표 4개가 서로 마주한 십자 형태의 8점 십자가를 그린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정말 키가 큰 자로군. 퍼시발 경보다 더 큰거 같지 않나?”
“저만한 체격이라면 인재를 찾으시는 대왕께서도 흥미를 보일법 합니다.”
“보폭과 걷는 모습에도 안정감이 있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게 실력도 범상치 않을 거 같군.”
“그 옆의 처녀도 키가 무척이나 크군요. 남매일까요?”
두 경비병인지 기사인지 모를 성문을 지키는 병사는 나와 프랑의 키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게 귀에 들려왔다.
“퍼시발…. 원탁의 기사지?”
“네에. 뮈르딘 님도 서하가 퍼시발 경보다 크다고 했으니 퍼시발 경도 만만치 않은 체구를 지니고 있나봐요.”
아서 왕이 날 보고 흥미를 가지겠다는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지만 이 세계에서 살것도 아니고 남 밑에 들어가서 부하노릇 할 생각도 없으니 관심이 없었지만 프랑은 그게 아닌거 같다.
표정이 '아서 왕도 서하에게 관심을 보일거라니, 대단해요!' 라는 식이다.
어퍼 타운으로 들어가 보니 다운 타운과 마찬가지로 깨끗하게 정돈된 거리가 나타났는데 다운 타운에는 성당처럼 생긴 곳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건물이 3층이었는데 어퍼타운은 기본이 3층 건물이다.
대부분 깔끔하고 세련된 건물에 저택도 간간히 보여서 구경하면서 돌아다니는 맛이 난다.
어쨌든 프랑이 공간 지각으로 카멜롯 성을 살펴볼 수 있도록 어퍼타운의 중심으로 발길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오피스텔 계약이 끝날때가 되서 이사를 가야하는데.... 누가 대신 이사 안해주려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