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258화 (258/517)

00258  여긴 어디?  =========================================================================

눈을 감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계속해서 감지한다.

내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프랑을 더욱 강하게 끌어안고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을 무렵 내 주위에 굴곡이 생기고 대지가 생겨나고 잔디가 느껴지고 자그마한 동물과 곤충들이 가득한 평지가 공간 지각에 생겨났다.

터져 나온 빛에 눈이 부셔서 뜨지 못하고 있지만 당황하지 않고 마나 시브를 몸에 한가득 집중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얼굴을 향해 손을 부쳐보니 바람이 느껴진다.

작은 동물을 살펴보니 여우와 토끼에 다람쥐도 보이고 야생 들쥐도 보인다. 작은 동물과 곤충들이 존재하니 당연히 공기도 존재하겠지.

“숨은 쉬어지는데?”

“아으으. 에휴우우우.”

프랑은 결국 말리지 못하고 알 수 없는 귀환 포인트를 이용해 다른 세계로 넘어왔다는 사실이 못내 불안하고 속상한 듯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듯한 한숨을 내뱉는다.

쪼끔 가슴이 콕콕 찔리는 기분이지만 애써 외면하고 서서히 사라져 가는 눈부심에 눈을 뜨고 주변을 살펴봤다.

머리 위로는 새파란 하늘과 태양이 내리쬐고 있었고 그런 하늘 아래 녹색 초원이 지평선까지 펼쳐져 있다. 시야의 한쪽에는 희미하게 보이는 산이 불쑥불쑥 자라있는 게 보였다.

초원과 산 사이에는 커다란 강이 굽이치며 흐르고 있었는데 그 위로 점점이 흘러가는 하얀 구름이 무척이나 평화로워 보인다.

가슴을 뻥 뚫어주는 상쾌한 바람이 나와 프랑을 감싸고 지나쳐가는 느낌에 가슴이 간질간질하다.

프랑은 뭔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채 불만과 불안이 가득한 얼굴로 날 끌어안고 있었는데 곧 실눈을 뜨고 주변을 살펴보더니 휘둥그레진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커진 눈으로 내 품에서 떨어져 나가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름 모를 하얀 꽃이 피어있는 녹색 초원 위에 순백의 프릴 원피스를 입은 프랑은 눈앞이 아찔할 만큼의 아름다움을 발산하며 멍하니 초원과 큰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달의 여신이라면 저렇게나 아름답지 않을까?

여신처럼 아름다운 프랑이 내 연인이라는 사실에 참을 수 없는 정복감이 차오른다. 그녀 다가가 고개를 살짝 숙여 앵두 같은 입술에 키스해주니 그제야 날 돌아본 프랑은 살짝 어이없어하다가 한숨을 푹 쉰다.

“그래도 이야기는 하고 들어왔으니까….”

중얼거리는 모습을 봐서는 아무래도 겁 없이 뛰어든 내가 정말 못마땅한가 보다. 예감과 예측을 믿고 있지만, 솔직히 나도 조금 불안해서 복귀 방법부터 먼저 확인해봐야겠다.

나와 프랑이 손을 대고 이곳으로 이동한 것은 귀환 포인트다. 귀환 포인트에 손을 대고 복귀한 시점으로부터 5일간은 다시 위상 세계에 입장할 수 없다는 게 정설로 굳어졌지.

그러니까 그 규칙이 여기서도 통한다면, 앞으로 5일간은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 없을 거다. 그렇게 되면 현실과 위상 세계의 구분은 의미가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확인은 필요하지.

눈을 감고 화연이와 프랑, 영은이와의 충격적인 첫 경험을 머릿속으로 강하게 떠올리니 몸 주변의 공간이 울렁거리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프랑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지며 잽싸게 내 품에 다시 안겨왔다.

하지만 살짝 일렁거리던 공간은 금세 퍼져나가 원래대로 돌아가 버리고 잠시 후 다시 일렁이기 시작하지만 역시나 다시 퍼져나가 버렸다.

역시….

“어, 어떻게 된 건가요? 어째서 위상 세계에 입장할 때와 같은 모습이…. 아, 설마?!”

“맞아, 현실에서 위상 세계에 입장할 때의 방법을 써본 거야.”

현실에서 위상 세계에 입장하는 방법은 총 두 가지.

하나는 위상 세계 입장을 간절히 바라면서 위상력 운용 기술을 사용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강렬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

“현실이 위상 세계이고 위상 세계가 현실이 되는 건가요? 그럼 위상 세계에서 연결되는 위상 세계는 현실이 아니니게 되고 현실은 곧 위상 세계….”

멍한 표정으로 횡설수설하는 프랑을 껴안고 엉덩이를 토닥거려주자 정신을 차린 프랑은 불안한 얼굴로 내 옷을 잡아왔다.

“…이 일이 알려지면 위상 세계의 패러다임이 바뀔 거에요….”

“그럴 거야. 현실과 위상 세계의 구분은 입장과 귀환으로 구분하던 거였는데 현실에도 귀환 포인트가 있다는 게 드러났으니까.”

프랑은 당혹스러운 심정을 달래며 눈을 감고 자신의 이마를 어루만진다.

“그렇다면 스톤헨지의 갑작스러운 날씨의 변화는 전부 귀환 포인트의 영향 때문이었을까요?”

“그럴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공간 지각을 돌려 주변을 살펴보지만, 이형종이나 인간 형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공간 지각 범위 안의 대기에서는 희미하지만 위상력이 존재하고 있다.

시선을 돌려 초원을 살펴봐도 이형종으로 판단될법한 생명체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위상 세계는 발을 내딛는 순간 대기에 포함된 진한 위상력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나무나 짐승들 덕분에 위상 세계라는 걸 바로 인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쪽 언덕 넘어 초원에 눈에 익은 양 떼가 보인다. 여긴 대체 어디인 걸까.

이 세계는 뭘까?

뒤를 돌아보니 야트막한 구릉이 시야를 가리고 있고 그 너머 저 멀리 유독 솟아오른 작은 산이 보였다.

아니, 원근감을 잡기가 힘들어 큰 산인지 작은 산인지 알 수가 없지만, 산을 덮고 있는 자그마한 나무의 크기를 보면 그리 먼 거리는 아닌 거 같다.

“제랄 패커드 역시 현실에서 귀환 포인트를 찾아 이 세계에 흘러들어온 걸지도 몰라.”

“…!”

제랄 패커드의 실종에 대한 가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가설로 꼽는 건 위상 세계에 혼자 진입해서 그곳에서 살고 있거나 아니면 위상 세계에서 죽었을 거라는 가설이다.

하지만 귀환 포인트를 발견한 순간 그런 게 아니라는 예감을 강하게 느꼈다.

일단은 제랄 패커드의 일은 제쳐놓고 귀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프랑에게 알려줬다.

“…현실 세계를 1이라 하고 위상 세계를 2, 이곳을 3이라고 하자. 1에서 2로 진입하고 그 뒤 2에서 3으로 진입한 다음 3에서 1로 다시 진입해버리면 이론상 귀환 포인트를 이용한 쿨타임이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을 거 같아.”

…그렇게 되면 맘대로 위상 세계를 오갈 수 있게 된단 거지. 문제는 위상 세계와 이곳이 연결되어있느냐는 점인데 이건 나중에 위상 세계로 넘어갔을 때 실험해보면 확실히 알 수 있겠지.

설명을 모두 들은 프랑의 백금색 머리카락 위로 떠오른 느낌표 하나를 보며 상쾌한 공기를 가슴 깊이 받아들였다. 차갑고 상쾌한 바람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그리고 인증기를 조작해 영상 기록을 시작한다. 이곳에서 본 걸 모두 기록해서 연구 자료로 확보해야지.

공간의 벽을 만들어서 천천히 하늘 위로 걸음을 옮기며 다시 한 번 공간 지각으로 주변을 살펴봤다.

대기에 위상력은 존재하지만, 위상 세계보다는 조금 적고 현실보다는 훨씬 많은 수준이다. 날 따라 몸을 띄워 날아오는 프랑을 보다가 시선을 돌려 주위 풍경을 눈에 담으며 입을 열었다.

“예감을 따라 무작정 들어왔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네.”

“예감은 그 뒤로 소식이 없나요?”

“응. 언제나 그랬듯이 앞으로도 쭉 이러겠지. 갑툭튀처럼 말야.”

400m가량 올라오니 산이라고 하기엔 너무 밋밋한, 말 그대로 구릉지 같은 모습이 시선이 닿는 데마다 펼쳐져 있다.

프랑의 손을 잡고 함께 계속해서 걸어올라 어림잡아 지상에서 20km가량 올라왔을 때 주변을 열심히 돌아보던 프랑이 당혹스럽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영…국 같네요? 스코틀랜드 지방 같아요….”

음. 난 전혀 모르겠는데 프랑은 자기가 태어난 나라라서 그런지 보는 순간 눈치채는 거 같다.

“좀 더 올라가 보자.”

그리고 전신에 마나 시브를 집중해 대충 짐작으로 지상에서 100km가량 올라왔을 때 긴가민가하던 프랑이 몇 바퀴 돌면서 발아래 땅을 확인해보더니 흡 하고 숨을 삼킨다.

“영국, 영국이 맞아요! 여긴 스코틀랜드 지방이에요! 에버딘 근방인…거 같은데. 도시 같은 건 전혀 안 보이네요….”

경악한 프랑의 허리를 끌어안고 지상을 내려다보니 정말이었다. 거기다 여기가 현실이라면 지상 100km에서는 숨도 쉬어지지 않는 최악의 환경이라야 하는데 지금은 위상 세계처럼 약간 괴롭지만, 충분히 버틸 수 있는 환경이다.

인증기를 켜보니 홀로그램 창이 나타나면서 =접속 종료 Disconnected= 라는 문구가 뜬다.

“이걸 보면 확실히 현실은 아닌데. 그렇다고 위상력 분포를 느껴보면 위상 세계도 아니고.”

내 행동을 지켜보던 프랑이 복잡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뭔가 거대한 현실을 맞닥트린 사람의 심정이 이런 걸까요…. 가슴이 답답해지고 불안해져요.”

“어, 나도 아까의 평화로운 풍경에 힐링 받은 기분이 순식간에 사라진 느낌이야.”

“아까 올라오면서 남동쪽에 마을의 형태 같은걸 얼핏 봤어요. 그리로 가봐요!”

마을? 마을이라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점점 알 수 없어지는데 프랑은 이대로는 잠 못 잔다는 표정으로 내 팔을 잡아당기며 해안선 중 한 곳을 가르켰다.

멀리 바다를 끼고 이루어져 있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어촌의 하늘 위에서 공간 지각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살펴보다 입을 열었다.

“…진짜 사람이네. 위상력도 없는 평범한 사람.”

이게 대체 뭘 뜻하는 걸까.

이 세계가 현실인 건가? 그럼 우리가 살던 세계는 뭐지? 위상 세계는 또 뭐고?

마을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 합쳐서 278명이 모여 살고 있었는데 키가 굉장히 작은 부분을 빼면 사람과 다른 점이 하나도 없다. 조금…. 아니, 씻지 않아서 많이 지저분하기도 하고.

키는 가장 큰 남자가 151cm고 여자는 140 정도다. 대부분 짙은 금발이나 갈색 머리카락을 하고 있고 피부는 전형적인 백인들이다.

집은 대부분 나무를 쌓고 밀짚을 올려 만든 집들이었다. 특히 땅을 파내고 그곳에 삼각형으로 지붕을 세운 모습은 초가 오두막을 연상케 한다. 간혹 통나무를 쌓고 진흙을 발라 만든 집도 보이지만 많지는 않았다.

옷차림은 투박한 통짜로 된 천을 몸에 걸친 모습이다. 비슷한 모양을 찾자면 남자와 아이들은 튜닉 같은 상의에 펑퍼짐한 바지를 입었고 여자는 통짜로 된 옷을 걸치고 허리를 조여 맨 모습이다.

농경과 목축을 하러 나가는 사람들과 생선 같은걸 말리는 작업을 하는 사람, 작은 나무배를 타고 앞바다로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프랑은 고개를 돌려 주변을 휙휙 살펴보다가 날 보며 입을 열었다.

“중세 과거의 어촌마을을 보는 거 같아요…. 이제 어떻게 하시겠어요?”

“프랑은 저 사람들이 하는 말 알아듣겠어?”

내 말을 들은 프랑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런던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 보자. 스코틀랜드의 수도가 에든버러였지? 거기 가도 영어를 쓸 거 같진 않으니까.”

“네.”

이곳에서 런던까지는 지도를 확인해보니 대략 600km가량 된다. 이 정도면 넉넉잡고 2시간 동안 최대 속도로 달리면 될 거 같다.

지상 50km 위치에서 100분가량을 남쪽으로 남쪽으로 쭉 달려 내려오니 군데군데 마을이 형성된 게 보였다.

현실 같았으면 마을이든 도시든 여러 곳에서 살아가고 있었을 텐데 이 세계는 한곳에 집중적으로 모여 사는 모습이다.

아까 봤던 어촌 마을이 특이했던 거였군.

무엇보다 집이 나무와 풀을 엮어 만든 초가집에서 목재로 지은 집이 늘어나고 중간중간 돌을 쌓아 만든 집이나 석재를 깎아 만든 성도 보이기 시작했다.

중세 시대에는 지금처럼 교통이 편리하지 못해 인구가 한 곳에 밀집해있다고 배웠는데 정말 잉글랜드 남쪽 평야로 내려올수록 마을이나 도시의 밀도가 점점 불어났다.

중세 시대를 떠올리는 성이 있고 성벽이 쌓여있는 도시도 가끔 보였지만 신경 쓰지 않고 영국의 수도인 런던이 있는 곳으로 쭉 달려내려 왔다.

프랑은 내 등에 매달려 수시로 시선을 돌리며 시야 분석으로 지상을 살펴보지만 특별한 건 안보이는지 별말이 없었다.

“어째 과거로 왔다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하는데.”

“네에….”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짚과 흙을 섞어 만든 집은 점점 사라지고 돌멩이를 깎고 쌓아서 만든 집들이 늘어났다. 특히 성 같은 경우에는 몇몇 문화유산으로 남은 성과 흡사하리만치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는 것도 있어서 굉장히 놀랬었다.

그리고 달린 지 2시간이 되었을 때 런던이 있던 장소에 도착했는데….

충격적인 모습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프랑과 함께 멍한 표정으로 전화에 휩싸여 검은 연기가 치솟아 오르는 런던…이라기보단 그냥 요새 도시 같은 곳을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바다에서 물밀 듯이 템스 강으로 밀려오는 빙글빙글 꼬여있는 선수상의 배들이 보인다.

바이킹들이 타고 다니는 배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노가 좌우에 17개씩 34개가 달린 배 수십 척이 노를 저으며 물살을 가르고 이동하고 있었다.

템스 강의 왼편 평지에는 가죽 갑옷이나 사슬갑옷을 입고 도끼와 창과 철퇴 같은 중병 기를 든 약탈자 같은 집단이 조직화한 장비와 진열을 갖춘 군대와 부닥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선두에서 수십 명이 장궁을 들어 화살을 쏘아내고 물러나자마자 장창을 든 기병들이 돌진하는 모습이 요새 도시 동쪽으로 세워진 성벽 밖 이곳저곳에서 보이고 있었다.

어림잡아 1,000명이 넘어 보이는 전투에서 눈을 돌려 요새 도시의 북쪽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이미 대규모 전쟁이라고 불릴법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군대와 군대의 충돌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뛴다거나 흥분해서 나도 싸우고 싶다는 생각 따윈 전혀 들지 않고 오히려 눈살이 찌푸려진다.

바다 쪽과 육지 양쪽에서 공격을 받는 요새도시는 어찌 된 일인지 도시의 중심부에서 약탈이 벌어지고 있었다.

동쪽의 거대한 수문이 부서져 있는 걸 보면 저쪽으로 약탈자들이 침입한 것 같다.

부서진 수문을 통해 템스 강으로 침입한 약탈자처럼 보이는 집단은 도시의 이곳저곳에 불을 지르고 약탈 중이고 동일하게 생긴 사슬 갑옷을 입고 그 위로 흰색 바탕에 빨간 장미 문양 코트를 걸친 수많은 사람이 검과 방패를 들고 조직적으로 약탈자를 몰아내고 있었다.

이게 중세 시대의 전쟁인가…. 피가 강이 되어 흐르는 모습을 보니 살짝 가슴이 뛰기 시작하지만 마나 시브를 돌려 진정시키고 프랑을 돌아보며 물었다.

“…프랑, 혹시 위상력을 가진 능력자들이 보여?”

“…….”

“프랑?”

“네넷?!”

어째 나보다 더 멍한 표정의 프랑은 내 부름에 화들짝 놀라면서 날 돌아봤다.

“여긴 현실이 아니야. 만약을 생각해보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인간과 인간의 싸움에 개입할 수는 없어. 프랑은 이해해줄 거지?”

“무, 물론이에요! 근데 왜 부르셨나요?”

“지금 싸우는 사람 중에 위상력을 지닌 능력자가 있어?”

“아. 으음…. 북쪽에 공성전이 이루어지는 곳에 미약한…. 제일 낮은 클래스의 신체 강화 능력자들이 몇몇 보여요. 시내는 건물에 가려져서 잘 안보이구요. 동쪽 템스 강 변에서 전투가 이루어지는 곳에서도 H 클래스의 신체 강화 능력자들이 보여요.”

“다른 능력자들은 안 보이고?”

“네에. 능력자들은 대부분 질 좋은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기사 같아요. 그리고 바이킹으로 보이는 이들에게서도 똑같이 신체 강화 능력자들이 보이고 있구요.”

안쓰럽고 가슴 아픈 표정으로 전장을 내려다보는 프랑을 손을 뻗어 허리를 끌어안고 요새 도시의 시내를 계속 살펴봤다.

“저 약탈자들이 바이킹이야?”

“배의 양식과 장비 등을 봐서는 그런 거 같아요….”

“그래. 일단 여기서 요새 도시의 시내에 있는 약탈자… 바이킹이라고 했지? 그들을 다 몰아낼 때까지 기다리자.”

런던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런던이라고 부르자.

“네에.”

사슬 갑옷 상하의에 건틀렛과 플레이트 부츠를 신고 흰 코트를 걸친 저 사람들은 기사겠지? 기사들은 병사들을 이끌고 곧 런던 시내에서 약탈자, 바이킹들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고 배를 타고 빠져나가던 바이킹의 배는 성벽 쪽에서 날아온 쇠뇌에 하나둘 침몰하기 시작했다.

침몰한 배에 걸려 더이상 바이킹들이 템스 강을 통해 들어오지 못하게 되자 전쟁은 더욱 심화되어 동쪽 성벽 밖에서 날뛰던 군대는 성벽 위의 화살 지원을 받아 성벽 안으로 퇴각한다.

덕분에 성벽까지 다다른 약탈자들과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이킹들은 어디까지나 습격과 약탈에 특화되었지 공성전은 못한다고 알려졌는데 실제로 직접 보고 있으니 그 이야기가 맞는 거 같다.

하지만 기본적인 공성의 토대가 되는 부분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동쪽 성문 근처의 해자는 이미 흙 포대로 몇 곳이 메꿔지고 그곳을 통해 성벽에 사다리가 걸쳐지고 있었다.

10m가량의 성벽을 사이에 두고 천명 가량 되어 보이는 바이킹들이 어떻게든 성벽을 뚫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두꺼운 나무판으로 쏟아져 내리는 화살을 막으며 나무 사다리를 끌고 가 성벽에 걸친 다음 타고 오르기 시작하고 어디서 가져왔는지 조악한 충차를 만들었는데 거대한 통나무 끝을 뾰족하게 깎고 그 밑에 엉성한 나무 바퀴를 달아 성문에 돌진하고 있었다.

나는 전략 전술 같은 건 잘 모르지만, 아군이 성벽을 타고 올라가는데 활을 든 바이킹들이 성벽 위로 화살을 쏘아날 리는 데 성벽 위에 있는 런던의 병사들은 물론이고 아군들까지 쏘아 맞히고 있는 상황이 정상 같아 보이진 않는다.

그런 바이킹들을 대상으로 성벽 위에는 흰색 코트를 걸친 기사들과 병사들 약 400명이 바이킹들이 성벽 위로 올라오는걸 막기 위해 뛰어다니며 칼을 휘두르고 창을 찌르며 바이킹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성벽에 걸쳐진 사다리를 밀어서 치워버리려 애쓴다.

동쪽이 약탈자 vs 군대라면 북쪽은 군대 vs 군대의 양상을 보였다.

동쪽에서 충차를 쓴다면 북쪽에서는 투석기를 가져와 돌을 날리고 있었는데 일곱 기의 투석기에 사람들이 달라붙어 사람 몸통만 한 돌덩어리를 올려 투석기를 연신 쏘아 올리고 있고 그 앞에는 말에 올라탄 전사들이 돌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북쪽을 공격하는 바이킹 군대는 대강 2,500명가량 되어 보이는데 보병이 2천가량에 말 탄 바이킹의 숫자는 200가량이고 나머진 투석기를 돌리고 있는 숫자다.

그에 비해 수비 쪽은 1,000명도 채 되지 않아 보인다. 공성전을 치르기 위해서는 수비보다 병력이 2배가량 많아야 한다고 어디선가 봤는데 지금 병력 비율을 보면 공격 측이 수비 측보다 병력이 2배 이상이니 위태로운 상황인가?

투석기 뒤에 쌓여있는 거대한 돌덩이들을 보면 저 북쪽 성벽은 금방 무너지겠는데.

그 순간 7대의 투척 기는 다시 한 번 일제 투척을 가했다.

============================ 작품 후기 ============================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선작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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