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253화 (253/517)

00253  영국으로.  =========================================================================

프랑이 정성스레 준비해준 아침밥을 먹고 침실에 갇혀있는 소피아에게는 룸서비스를 시켜 집어넣어주었다. 소피아는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거 같았지만 싸늘한 눈으로 노려보니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포기해버렸다.

리디아의 전화를 기다릴 겸 프랑과 둘이서 놀러 나갈까 생각 중인데 리디아한테서 금방 전화가 걸려왔다.

[서하 경? 자료 보관실에 들어갈 준비는 다 되셨나요?]

“출입 허가가 벌써 난 거야?”

[어제 서하 경이 돌아가신 직후에 여왕 폐하의 명령으로 바로 출입증이 나왔답니다!]

밝은 얼굴로 내게 전화한 리디아는 '이렇게 빨리 나올줄은 모르셨죠?' 하듯이 으쓱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확실히 빨라서 좋은걸. 난 월요일이나 늦으면 화요일에 될 줄 알았는데. 여왕이 화평책을 쓰겠다는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내게 신경 써주겠다는 이야기였나?

“굉장히 신경 써주시는 거 같네. 지금 당장 갈까?”

[지금 사보이 호텔에 계시죠?]

그렇다고 해주니 리디아는 당장 이리로 오겠다며 30분만 기다려달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정말로 딱 30분이 지났을 때 사보이 호텔 앞에 어제 봤던 새하얀 리무진이 도착했다.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걸?”

“후훗. 그랜드 마스터를 기다리게 할 수야 없지요.”

자료보관실은 어디 있냐고 물어봤더니 버킹엄 궁전의 지하 4층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자료 보관실로 내려가는 길은 하나뿐인 데다 3중 4중으로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어 허락받지 못한 사람은 입구에도 가보지 못한다고 알려줬다.

그 이야기를 듣고 공간 지각으로 궁전을 샅샅이 뒤져보니 확실히 리디아의 이야기대로 궁전 지하에 거대한 도서관같이 생긴 곳이 있었다.

궁전에 도착해 리디아의 뒤를 따라 도착한 곳은 방문객 출입 금지 팻말이 서 있고 좌우로 신체 강화 능력자 두 명이 지키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가 다시 궁전의 중심부에서 지하 4층으로 내려가는데 지나오는 동안 본 경비병의 숫자만 30명이다.

극비구역. 일급 기밀 자료 보관실.

지하 4층에 내려와서 능력자 연합의 건물 내장재와 같은 재질의 통로를 지나 거대한 폐쇄 구역의 입구에 섰다.

입구에는 핸들로 돌리는 거대한 금고문이 달려있었는데 레버가 세 개였고 그 세 개를 동시에 똑같이 돌려야 열리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출입구를 지키는 경비병의 도움을 받아 합금으로 만든 거 같은 거대한 금고의 문을 열자 안쪽에는 안면인식, 홍채 인식, 지문 인식, 목소리 인식장치가 달려있는 재질을 알 수 없는 문이 나타났고 리디아가 하나씩 인식장치를 해제하기 시작했다.

“서하 경? 장서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곰팡이 같은 독소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소독약이 스프레이처럼 뿌려질 거에요.”

“응.”

그리고 열리는 두 번째 문 안으로 또다시 통로가 이어지는데 강한 바람과 함께 리디아의 말대로 소독약 냄새가 나는 안개같은게 푸식 하고 뿜어져 나온다.

만약 나랑 프랑만 있었다면 의심하고 또 의심했겠지만, 옆에 리디아도 있으니까 수작을 부릴 리는 없겠지. 실제로 저 앞쪽에 거대한 도서관이 있기도 하고.

그렇다고 해도 멍청히 있을 생각은 없어서 공간 지각으로 나와 프랑, 리디아의 몸 상태를 확인하며 뭔가 이상한 게 느껴지면 당장 튀어나갈 준비를 했지만, 이상은 생기지 않았다.

통로를 지나 끝에 있는 불투명한 자동문이 열린다. 그리고 그곳을 통해 들어가니 무척이나 쾌적한 느낌에 3층 높이의 거대한 도서관이 눈에 들어왔다.

지하라서 햇빛은 들어오지 않지만, 햇빛과 똑같은 빛을 내뿜는 전등이 천장 곳곳에 붙어있고 거대한 샹들리에에서도 은은한 달빛 같은 빛이 뿌려지고 있었다.

높이 10m 가로 20m 세로 20m의 직사각형 공간에는 천장까지 책장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 그곳에 수많은 책이 한가득 꽂혀있었다. 벽에는 3m 높이마다 난간이 설치되어있고 책은 분류별 이름별 제목별로 나누어져 자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아날로그식이라니, 전부 컴퓨터에 문서화시켜 넣었을 줄 알았는데.

도서관에는 리디아가 셋은 있어야 껴안을 수 있을법한 큰 기둥 4개가 천장을 받치고 있었는데 기둥에도 책장이 둘러싸고 있었고 그런 도서관의 중심부에는 거대한 패널이 지지대에 받쳐 져 공중에 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네모난 조작용 컴퓨터 한 대가 외로이 서 있었는데…. 컴퓨터라기보단 서버 같다.

“이곳에 있는 책은 전부 여기 컴퓨터에 입력해서 보관되고 있어요. 하지만 종이로 된 책도 가치가 있기에 보존에 신경 쓰고 있지요.”

그러면서 거대한 서버 같은 컴퓨터는 인터넷 장치가 없어 자료를 보기 위해서는 직접 이곳에 들어오는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유출이나 도난에 대해 꽤 신경을 많이 썼군.

컴퓨터도 허락받은 자만 조작할 수 있다고 했는데 자그마한 패널만 있고 조작하기 위한 주변기기는 안보여서 패널을 터치하는 건가 싶었는데….

리디아는 아래쪽 널따란 중역 책상에 다가가더니 책상 위에 있는 네모난 유리로 된 판에 두 손을 올리니 녹색 빛이 왔다 갔다 하면서 손바닥 지문을 확인한다.

그리고 삐빅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판에 키보드 그림이 생겨났다.

리디아는 손가락을 놀려 알라스토르의 사악한 검은 성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니 위쪽에 달린 거대한 패널 화면에 자료 목록이 뜨는데 알라스토르의 사악한 검은 성에 해당하는 네 가지 항목이 표시된다.

성의 내부 모습.

등장 이형종.

주변 지리.

전투 장면.

“종류는 네 가지 뿐이네요. 어떤 것부터 보시겠어요?”

“주변 지리부터 보여줘.”

삐빅.

리디아의 조작에 주변 지리 항목이 선택되고 화면이 전환되더니 우리 뒤쪽에 커다란 홀로그램 창 하나가 떠올랐다.

뭐야? 패널이 아니라 홀로그램으로 보여주는 건가. 그럴 거면 저 패널은 왜 붙여놨냐.

아무튼, 뒤돌아서서 홀로그램 창을 바라보는데 그 속에 떠오른 주변 풍경은 내가 봤던 자줏빛으로 빛나는 기괴한 느낌의 하늘과 썩어서 거품이 솟아오르는 대지, 말라 비틀어져 죽어있는 나무와 배경처럼 음울하고 음험하고 불길한 느낌의 검은색 성이 서 있는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일단 지형은 비슷하다.

푸르른 하늘과 녹음이 우거진 숲, 잔디가 깔린 초원. 동물과 새들이 날아다니는 모습 너머로 언덕 하나가 솟아올라 있고 그곳에는 불길한 모습이 사라진 검은색 성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화면은 점점 성에 가까워지고 검은 성의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나는데…. 새카만 성벽과 건물들은 마치 먹물을 뿌린 것처럼 티없는 검은색을 자랑하고 있었다.

문제는 검은 성의 80%가 무너진 상태라는 거다.

첨탑 여러 개가 삐죽삐죽 솟아올라 있는 멀쩡한 검은 성은 그나마도 녹색 덩굴에 잔뜩 감겨있는 모습이라 풍화되지 않은 건물에 덩굴과 이끼가 잔뜩 붙어있고 주변 건물이 죄다 무너진 환경에 불길함 따윈 눈꼽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건 아닌데…. 아니, 붉은색 태양을 배경으로 서있던 성과 형태는 흡사한 거 같지만,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정신을 압박하는듯한 불길함 같은 것도 없고 기분 나빠지는 음험하고 음울한 분위기도 없고….

조금 기억과는 달라서 미간을 찌푸리고 있으니 프랑은 선명한 홀로그램창의 영상과 내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고개를 갸웃한다.

“서하가 본 게 저 모습이 아닌가요?”

“…맞는 거 같긴 한 데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바람 속성 능력자가 날아다니며 찍고 있는 건지 하늘에서 성 내부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성의 크기는 매우 컸다.

성벽은 오망성 모양으로 수많은 성과 첨탑을 붙여 만든 성을 감싸고 있었는데, 그 공간이 무척이나 커서 런던이 전부 들어갈 정도인듯하다.

성벽 내부의 대부분은 검은 성이 차지하고 있지만, 엉망으로 자란 잡초와 덩굴에 엉망이 되버린 마장도 보이고 대장간이라기엔 규모가 무진장 큰 제철소 같아 보이는 곳도 있고 그 외에 용도를 알 수 없는 수많은 건물이 가득 차있는 모습이다.

특히 무너진 성의 잔해로 보이는 것들은 수풀에 뒤덮여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성을 제외한 저것들은 시간의 흐름에 영향을 받는지 풍화되고 썩어서 반쯤 무너져있었다. 반대로 무너지지 않은 성은 시간에 영향을 받지 않는지 새까맣고 멀쩡한 상태다.

마지막으로 1km는 솟아오른 듯한 거대한 탑을 비추고 화면은 끝났다.

“…무서운 건 하나도 없는데 리디아 넌 뭐가 무서워서 징징거렸냐?”

“읏. 저도 여기까진 무척이나 독특한 느낌의 아름다운 지역이라고 생각했는걸요! 무서운 건 다른 두 항목에서 나와요!”

내 이야기에 흰 피부를 빨갛게 붉힌 리디아는 자그맣게 항변하면서 볼을 살짝 부풀렸다.

“그럼 다음 항목을 보여줘.”

“네에.”

그다음 리디아가 선택한 건 전투 장면이었다. 전투는 성안으로 짐작되는 건물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었는데 내부 구조물 역시 죄다 검은색이라 벽에 1자 형태로 길게 나 있는 창에서 들어오는 빛이 아니었다면 새까만 공간에서 싸우는 모습처럼 보였을 거 같다.

능력자들과 싸우는 이형종은 여러 종류였는데 가장 많은 숫자는 덩치가 10m가 넘는 데다 새빨간 갈기에 새카만 몸뚱이가 군데군데 썩어가는 좀비 개였다.

그다음은 상체는 여자, 하체는 무당거미인 괴물과 머리와 다리는 말이고 몸과 팔은 사람인 괴물에 파리를 끔찍하게 형상화하고 거대화시킨듯한 괴물도 있고….

하여튼 지옥에서나 존재할 거 같이 생긴 역겨운 괴물 열 마리 가량이 능력자들과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40명가량 되는 능력자들은 세 무리로 나눠서 각자 서너 마리씩의 이형종과 싸우고 있었는데 선두에는 두꺼운 갑옷을 입은 신체 강화 능력자들이 각종 대형 병기들을 들고 길을 막고 싸우고 중간에서는 속성 능력자들이 신체 강화 자들이 보여주는 틈 사이로 갖가지 속성의 미사일들을 날려서 이형종을 맞추고 있었다.

힐러들은 가장 뒤쪽에서 회복을 걸어주고 있는데 세 무리로 나뉜 능력자들은 전부가 한눈에 비싸고 좋은 장비들을 입고 있는 걸로 보였다. 하지만 1/4도 안 되는 숫자의 이형종 들에 속수무책으로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좀비 개가 반쯤 썩은 대가리를 들고 주둥이를 벌리자 새파란 불길이 쏟아져나온다. 선두에 서 있는 신체 강화 능력자가 투명한 아지랑이가 일렁이는 타워 실드를 내밀어 불길을 막고 그 틈에 속성 능력자들이 좀비 개에게 속성 탄을 날린다.

뒤에 있던 무당거미 여자가 불을 뿜는 좀비 개의 옆에서 창보다 날카롭고 뾰족한 앞발을 연달아 내지르고 두 손에 핼버드를 든 말대가리 이형종이 강철같은 근육을 꿈틀거리며 전열의 신체 강화 능력자를 향해 무기를 휘두른다.

“우우. 저 이형종 들은 정말 기분 나쁘게 생겼어요….”

프랑도 리디아의 이야기에 동의한다는 듯이 말대가리 이형종의 다리 사이에 거대하고 길쭉한 살덩어리가 덜렁거리는 모습에 얼굴을 찌푸린 채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데 나는 괴물들보다 성안의 구조에 더 눈이 간다.

성 내부 구조를 볼 때마다 뭔가 생각이 날 듯 말 듯 한 게….

“성 내부 구조를 좀 더 보여줘.”

“네? 네.”

눈을 찌푸린 채 홀로그램 창을 보던 리디아는 내 말에 영상을 정지시키더니 화면을 전환해서 성 내부를 보여준다.

이형종 들은 모두 정리했는지 군데군데 그슬리고 터져나가고 부서진 회랑이 보이지만 그보다 멀쩡한곳이 훨씬 많다.

검은 돌을 깎아서 쌓아 올린 내벽과 줄지어 늘어선 검은 기둥에 시커멓고 번들거리는 바닥의 성 내부를 보고 있으니 계속 뭔가가 머리를 간지럽히는 기분이 든다.

“저긴 검은 성의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이에요. 아까 전투장면에서 나왔던 이형종 들은 전부 상위 이형종이었는데…. 정작 최악은 그 전투 다음에 일어나는 일이었어요.”

“그 전투 다음 일도 있어?”

“네에…. 보시겠어요? 역겨운 내용이 많아요.”

“어.”

마치 보지 말자는 이야기로 들리지만 가볍게 무시하고 고개를 끄덕이니 리디아는 울상을 짓고 한숨을 폭 쉬면서 전투 장면을 재생시키고 봤던 부분은 빠르게 넘긴다.

그리고 재생되기 시작하는 영상에 리디아는 눈을 감고 잽싸게 귀를 막았다.

[끄아아아악!! 사, 살려줘어어!!]

[싫어!! 엄마!! 암마아아!! 아악!!]

[꺄아아악! 아아아아악!!!]

푸른 피부…의, 악…마?

악마의 모습을 보자마자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한다. 거칠게 뛰는 심장에서 나온 피가 혈관을 빠르게 돌고 쿵덕거리는 심장 소리가 귓가를 울리기 시작했다.

푸른 피부의 악마들은 스물 남짓한 숫자로 남성체와 여성체로 나눠져 있었는데 남성체는 여자 능력자를, 여성체는 남자 능력자들의 장비를 모두 부수고 옷을 찢어발기며 미친 듯이 낄낄대고 있었다.

저항하는 능력자의 팔을 부러트리거나 잡아 뽑고 몸을 걷어차고 밟아 뭉개면서 광란에 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죽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걸 보면 전부 힘 조절을 하고 있는 거 같다.

그리고 능력자들을 전부 겁탈하기 시작한다.

…쉴 새 없이 비명이 터져 나오는 화면 너머로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악마들에게 윤간당하는 곳에서 화면이 점점 멀어지지만 내 눈은 남성체 악마의 모습을 놓칠세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그리고 거칠게 흔들리는 시점과 검은색의 회랑이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에서 머릿속에 한줄기 벼락이 떨어져 내렸다.

생각났다.

하늘 섬에서 꾼 꿈의 내용이.

모두 생각났다.

도서관 내부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토할 거 같은 기분에 몸을 숙이고 눈을 감고 있었더니 프랑이 날 껴안으며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날 바라본다.

리디아도 갑자기 변한 내 태도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무슨 일인가 싶어 날 살펴보고 있었다.

“서하….”

“괜찮아. 조금 두통이 생겼던 거 뿐이야.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서 하 경. 몸이 안 좋으시다면 궁전의 빈방에서 쉬시는 게 어떠신가요? 충분히 휴식한 다음 다시 오셔도 돼요.”

“아냐. 마저 봐야지.”

일시 정지되었던 영상이 다시 재생되기 시작한다. 그때 리디아에게 말해서 푸른 피부의 악마가 나온 시점으로 되감아 달라고 했다.

빨리 넘기지 않고 오히려 되감아 달라는 내 요청이 의아해하는 거 같았지만 별다른 말 없이 순순히 내 말대로 푸른 피부의 악마가 등장하는 부분으로 되감았다.

한참을 밀려나던 세 무리의 능력자 팀은 상처는 상처를 조금 입긴 했지만, 사망자 없이 열 마리의 상위 이형종을 모두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잠시간의 휴식을 취한 뒤 속성 능력자와 회복 능력자의 TP 잔량을 확인하고 다시 검은 성안을 나아간다.

검은 성안의 회랑은 높이가 무척이나 높았는데 천장에는 빛도 닿지 않아 어두컴컴해서 홀로그램 창으로 보는 화면으로는 시커먼 어둠만 보였다.

푸른 피부의 악마가 등장한 건 이때였다.

천장에서 갑자기 뛰어내린 스물 남짓한 악마들은 세 무리로 나눠서 능력자들을 덮쳤다. 선두의 신체 강화 능력자들에게 떨어져 내린 악마들은 두꺼운 갑주로 보호되는 팔과 다리를 어린아이가 장난삼아 잠자리의 다리를 잡아 뽑듯이 뽑아버리고 다른 능력자들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회복 능력자들 뒤로 돌아가 그들의 머리통을 잡더니 귀에 무언가를 속삭이기 시작했다.

아주 잠깐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는데, 무엇을 들었는지 회복 능력자들의 사지가 뒤틀리고 눈이 돌아가고 입에서는 게거품을 내며 벌벌 떨기 시작한다.

저게 정신 공격이군.

하지만 푸른 피부에 돼지코의 못생기고 관자놀이 부분과 이마 한가운데 뿔이 난 악마들의 모습을 살펴보니 어째 뭔가 허접스러운 느낌이 든다.

이제 기억난 꿈에서 본 악마들은 사악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품격이 느껴지는 악랄함이 있었는데 저놈들은 그 악마들과 비교하자면 호랑이와 고양이만큼이나 차이가 나는 거 같다.

그러고 보면 꿈속의 악마는 티 없이 짙푸른 피부에 조각 같은 몸에 돼지코에 못생긴 얼굴이었지만 완벽한 좌우대칭이었는데 저 악마 놈들은 뚱뚱하거나 뒤룩뒤룩 살찌고 군데군데 페인트칠이 벗겨진 것처럼 색이 바랜 게 무척이나 볼품없는 모습이다.

그중 몇몇은 뿔이 부러져있기도 하고.

여성체 악마들은 그나마 모델 같은 몸매를 하고 있었지만 차마 봐주지 못할 정도로 못생긴 얼굴이었다. 덕분에 여자 악마들에게 강간당하는 남자 능력자들은 토하고 발버둥 치며 어떻게든 빠져나가려 하지만 여자 악마들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무척이나 잘생긴 서양 남자들의 위에 올라타서 요분질을 쳐대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둘씩 두 가지 의미로 잡아먹히기 시작하는 광경이 터져 나온다.

리디아는 눈을 감고 시선을 돌려버리고 프랑은 잔뜩 굳은 얼굴로 홀로그램 창을 주시하고 있었다.

피와 살이 튀는 광란의 순간이 시작될 무렵 도망치기 시작하는지 점점 멀어지는 화면을 마지막으로 재생이 종료됐다.

사라진 홀로그램 창에서 시선을 떼고 리디아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거 말고 다른 건 없어?”

“네…. 이 영상은 예전 영국의 랭킹 7위 공격대가 남긴 영상기록이에요. 저 영상을 기록한 사람도 공포에 질려 홀로 위상 세계를 빠져나와서 살았을 뿐, 저 팀의 생존자는 저 영상을 기록한 사람 1명뿐이에요.”

최소 C클래스로 보이는 능력자만 40명이다. 그런데도 생존자는 1명이라는 건가. 그럼 저 이후에 악마들이 능력자의 주둔지까지 습격했단 말이 되겠군.

역겨운 괴물 모습의 이형종은 상위. 그럼 저 푸른 피부의 악마들은 고위?

…꿈에 나왔던 것들은 최고위 이형종이겠군.

나머지 등장 이형종과 성 내부 모습의 영상을 봤지만, 별거 없었다. 등장 이형종은 성밖에 등장하는 하위에서부터 중위급의 이형종을 보여주고 있었고 성 내부 역시 전투 장면에 나왔던 곳이 전부였다.

...영상을 봤지만 알라스토르의 사악한 검은 성에 대해 신경이 쓰이는 이유는 전혀 모르겠다. 그렇다고 저 곳의 위치가 어디쯤인지도 알 수 없고.

여전히 내 의문점은 원점인 상황이다.

============================ 작품 후기 ============================

어제 중복으로 혼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_ _

새벽 5시까지 기다렸지만 맛이 가버린 서버가 원래대로 안돌아와서.... ㅜ.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