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249화 (249/517)

00249  영국으로.  =========================================================================

5천만이 넘는 위상력에 놀랐다기보다는 그냥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프랑의 예쁜 엉덩이를 훔쳐보는 것도 멈추고 그 위상력의 주인을 공간 지각으로 살펴보니 흑발에 나랑 맞먹는 평범한 외모의 30대 남자가 칠흑색 정장을 입고 느긋한 모습으로 자동차의 뒷좌석에 앉아있었다.

위상력의 타입은, 심장을 중심으로 잔잔하게 회전하는 위상력과 신체의 이곳저곳에 점점이 모여있는 두 가지의 모습이다!

혼합형?

주방에서 내 외침을 들었는지 프랑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위상력이 5,128만이라니, 무슨 말씀이세요?”

날 보던 프랑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5,128만…. A 클래스 능력자네요.”

“어. 설마 A 클래스에 올라서기 위한 조건이 2가지 이상의 능력을 지니는 건가? 어떻게 두 가지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거지?”

“네?! 두 가지 능력을 지니고 있나요?!”

“응. 신체 강화와 원거리 회복을 가지고 있어.”

A 클래스 남자의 외형을 설명해주며 남자를 주시하고 있으니 남자를 태운 고급스러운 캐딜락은 버킹엄 궁전으로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그대로 들어간다.

전 세계에 확인된 A 클래스 능력자는 총 6명이다. 그리고 그중 5명의 신상은 얼굴에서부터 성별까지, 나이와 이름도 사는 곳마저 알려진 곳이 없다.

다만 능력자 연합에서 매년 A 클래스는 6명이 존재한다는 걸 알려줄 뿐이었고 A 클래스 능력자가 죽으면 그제야 어느 나라의 누구가 죽었다는 발표를 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신상이 알려진 1명은 미국의 히어로, 엘버트 그라나도. 가명이라 여겨지는 이름과 외모, 미국 정부 소속의 레이드 팀 그라나도 스파타의 보스라는 걸 제외하면 알려진 게 하나도 없는 인물이다.

다시금 저 남자의 몸을 살펴보지만, 확실히 신체 강화와 회복 능력이다. 하지만 신체 강화자라면 미인들뿐인데 저 남자는 안쓰럽게도 나랑 비슷한 외모인데.

나야 마나 시브 능력으로 신체 강화 효과를 내는 거 뿐이지만 저 남자는 아니잖아.

“능력자 연합에서는 날 스페셜 타입이라고 띄워주면서 두 가지 이상의 다른 타입 능력을 갖춘 사람을 그렇게 부른댔잖아. 그럼 저 남자도 스페셜 타입이라고 불려야 하는 거 아냐?”

그러다 문득 A 클래스에 올라선 능력자들이 능력자 연합에서 측정과 감별을 안 받아서 모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리가…. 능력자 연합을 이끌던 제랄 패커드는 S 클래스였잖아요? 연합을 이끌면서 측정과 감별을 받지 않는다구요?”

“글쎄, 위상력 측정만 받고 감별은 안 받았을 수도 있으니까….”

“혹시 능력자 연합의 기준은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의 차이 아닐까요? 능력자 연합은 서하가 처음부터 4종류의 능력을 갖춘 줄 알고 있으니까요.”

“1회차 생환했을 땐 그냥 감지 타입이었는데?”

“…….”

“…….”

“그…. 서하 말대로 제랄 패커드도 감별은 받지 않았을지 모르겠네요. 서하만 봐도 그날 이후로 감별은 한 번도 안 받으셨잖아요? 연합에서는 두 가지 이상의 타입을 지닌 능력자는 서하를 처음으로 알게 된 게 분명해요!”

“…지금 그 이야기는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만하자. 아무튼, 정체불명인 5명 중 1명이 영국에 있었다니, 여왕이 보여준 여유 있는 모습은 저기서 나온 건가 보다.”

아까 호텔에서 나올 때 리디아와 함께 여왕을 봤을 때 식사 초대에서부터 에델베르그 가문을 뒤집어엎겠다고 했을 때 묘한 여유를 내보였었는데 그땐 그냥 국력과 지위를 믿어서 그랬나 했지만 저 A 클래스 능력자를 보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저 능력자를 봐도 질 거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 지금도 내가 저 사람을 살펴보고 있지만 저 사람은 날 눈치도 못 채고 있고 이 상태로 머릿속에 공간의 벽 하나 쳐주면 꽥! 하고 천국의 계단을 걸어 올라갈 거다.

저 사람이 천국에 갈 만큼 착한지는 둘째치고.

버킹엄 궁전에 들어간 흑발의 A 클래스 능력자는 여유 있는 모습으로 어딘가로 향하더니, 고딕풍의 고풍스럽고 화사한 집무실에 들어갔는데 그곳에 영국의 여왕이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훔쳐볼까.

-어서 오세요 템페스트 공작.-

-여왕의 부르심을 받아 이제 도착했습니다.-

여왕의 앞에 Kneel, 한쪽 무릎을 굽혀 바닥에 대고 오른손을 가슴에 올리는 인사를 한 템페스트라는 남자는 다시금 일어서며 여왕에게 정중히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언제나 정정해서 보기가 좋군요.-

-그저 젊어 보이기만 할 뿐이죠. 하하하.-

-서론을 좋아하지 않으시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요. 템페스트 공작은 한국의 그랜드 마스터를 상대하실 수 있으십니까.-

여왕과 템페스트는 한쪽에 비치된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데 다짜고짜 본론으로 들어간다. 날 상대할 수 있겠냐고? 있으면 나랑 싸우게?

늙은 여왕은 날 적대하기로 결심한 건가 싶어 여왕의 표정을 살폈지만, 딱히 감정은 드러나지 않는 게, 그냥 단순히 궁금해하는 거 같기도 하고….

템페스트 공작, 하긴, 공작이니까 여왕과 독대까지 하는 거겠지. 템페스트는 잠시 여왕을 바라보더니 어깨를 으쓱하면서 보기 좋은 미소를 짓는다.

-글쎄요. 붙어봐야 알겠지만 어떤 싸움이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겠지요.-

-굳이 내자면?-

-…제가 이길 확률은 30%, 그 꼬마 파괴 신이 이길 확률은 70%. 협소한 공간에서 맞서 싸운다는 가정을 했을 때의 확률입니다-

-역시 그런가요….-

-하하하. 물론 거리가 떨어진다면 제가 이길 확률은 0%가 되겠지요. 여왕 폐하께서도 보셨지 않습니까. 지상 수백 킬로미터에서 능력을 뻥뻥 쏴대는 것을요. 그렇게 되면 저야 손 놓고 죽어줄 수밖에 없지요.-

-템페스트 공작도 비행 아이템을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꼬마 파괴 신은 공간의 벽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허공을 마음대로, 전력으로 달리는 B 클래스 신체 강화 능력자를 고작 새가 날아다니는 속도의 비행 아이템을 이용해 추격한다는 건, 죽여달라는 선언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

-우리 영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일류급 기사가 나룻배에 타고 전투용 갤리온에 탄 삼류급 기사와 싸우는 셈입니다. 백병전으로 들어가면 이길 확률이 그나마 있겠지만, 기량과 근접 전투를 제외하면 제가 그보다 뛰어난 점은 없는 거 같습니다.-

-후우. 무례한 질문에 답변해주셔서 고마워요. 제가 이런 걸 묻는 이유는 그 꼬마 파괴 신이 현재 런던에서 웨스트서식스로 방면으로 향한 걸 확인했기 때문이에요.-

어? 난 런던에 돌아왔는데.

-…에델베르그 가문입니까?-

-에델베르그 가문의 여인이 비수로 그와 그의 연인의 등을 찌른 상태라 적잖이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저런.-

-조금 전 리디아 그 아이와 통화를 하는 와중에 그와 잠시 대화를 할 수 있었는데 공주에게 듣던 것보다 훨씬 영민한 자였습니다.-

-언론에서는 성질 더러운 망아지 같다고 표현하던데 다르단 말입니까?-

뭐시?! 내 중계에 프랑이 푸흡하고 웃어버리길래 뚫어지게 바라봐주니 찔끔하고 눈을 피한다.

-그건 그자가 일부러 유도한 모습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적절히 끌어와 자신이 원하는 상황으로 전개하는 모습은, 성질 더러운 망아지는 절대 보여줄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대체 뭐라고 했기에….-

여왕은 나와 대화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기록했는지 왼쪽 손목을 더듬더니 텅 빈 곳을 응시하고 여왕의 대각선 오른쪽에 앉은 템페스트도 같은 공간을 응시한다.

한참 동안 날카로운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던 템페스트는 질린 표정으로 혀를 내두른다

-우와. 이거, 제 승률을 더 낮춰야 할 판이군요. 어쭙잖은 기습과 전투는 무용할 듯합니다.-

-그런가요….-

-하물며 저 공간의 벽을 조작하는 솜씨가 무척이나 익숙해 보입니다. 공간의 벽을 마치 제 몸인 양 조절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닌 거 같군요.-

-…….-

-거기다 저 뒤의 처녀는 꼬마 파괴 신의 번개의 정령이라지요? 이거, 승률이 낮아질 요소밖에 안 보입니다.-

-…….-

-무엇보다 꼬마 파괴 신은 신체 강화, 속성, 회복, 감지 타입의 네 가지를 모두 사용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제가 꼬마 파괴 신을 이기기란 요원한 일겠군요. 또 뒤끝이 강하다고 하니 싸우고 난 이후의 일도 걱정해야 할 거 같고요!-

저 템페스트라는 남자는 눈치가 없는 게 틀림없다. 그렇지않고서야 여왕의 표정이 점점 불편해지는데도 허공만 응시하면서 신난다는 듯이 나불거릴 리 없지.

“저런 성격의 남자는 영화나 만화에서 보면 다 무골호인으로 보이던데, 어쩐지 호감이 가는걸.”

날 보며 시기나 질투심이 안 보이는 게 더 마음에 드네. 능력 있으면서 평범하게 생겨서 호감이 가는 건 아니다!

“…….”

프랑이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날 보지만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여왕과 템페스트의 대화를 전해줬다.

-원거리 공격도 마탄과 마포 두 가지일 테니 수백 킬로미터 밖에서도 저격하는 것도 소용이 없겠군요. 저 공간의 벽은 닿는 모든 것을 분해해 버린다지요? 거기다 공간의 벽을 만드는 조건도 무엇인지 모르니 제….-

-후우. 그 정도만 하세요.-

-…죄송….-

-그래서 그를 상대로 어찌 대응을 했으면 좋을지 템페스트 공작께 여쭈기 위해 바쁘신 분을 모신 겁니다.-

-음? 이미 정하신 거 아닙니까? 싸웠다간 운이 좋아야 양패구상. 평범하게는 필패일 테니 저 꼬마 파괴 신이 말하는 대로 모른 척 넘어가 준 다음 인사를 받으시는 게 좋겠지요. 잘못은 명백히 에델베르그 가문에 있으니까 말입니다.-

-드와이트 에델베르그 백작은 그로키스 연구소의 부소장이자 수석 연구원입니다. 그를 한국으로 보냈다간 그로키스 연구소의 연구 결과가 한국의 손에 들어갈 게 아닙니까!-

답답하다는 듯이 표정을 찡그리고 한숨을 쉬는 여왕을 템페스트는 훗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글쎄요. 그로키스 연구소의 연구 목적은 이익 창출 아닙니까. 꼬마 파괴 신은 고위 이형종도 가볍게 때려잡고 다닌다던데 한 몇 달 고생해서 고위급 위상석만 구해도 될 텐데 굳이 귀찮게 연구 결과를 빼돌리고 연구할 거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

말하다 목이 말랐는지 자기 앞에 놓인 차를 벌컥벌컥 들이마신 템페스트는 손수건으로 입을 닦으며 다시 말했다.

-정말 꼬마 파괴 신이 어쩔 생각으로 온 거라면 지금쯤 크롤리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을까요. MI6의 꼬마가 다급한 모습으로 달려와서 "크, 큰일입니다! 파괴 신이 크롤리를 증발시켰습니다!"라는 이야기 같은 것 말입니다. 저 영상을 보니 대충 2시간 전의 이야기 같은데 일이 생겼다면 이미….-

그때 검푸른 색 수트를 입은 남자가 다급히 여왕의 집무실로 달려오더니 옷차림을 가다듬고 방문을 두드린다.

-들어오세요.-

-여왕님께 무궁한 영광을, 한국의 파괴 신이 웨스트서식스의 크롤리에서 공간의 벽을 펼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말에 여왕과 템페스트의 표정이 굳어졌다.

-흠. 요원. 결론만 말하지 말고 서론과 본론도 말해보지 않겠나.-

-…! 기사의 검에 영광을! 현 시각으로부터 97분 전, 크롤리 다운의 에델베르그 가문 저택 상공에 36,000㎡의 공간의 벽이 생겨났으며 그 직후 에델베르그 가문 저택 전체를 감싸는 공간의 벽이 나타나 71분가량 모든 것의 출입을 막았다고 합니다.-

-사상자는?-

-없습니다. 한국의 파괴 신은 에델베르그 가주 내외분과 대화를 나누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이어진 이야기에 여왕은 굳었던 표정이 누그러지며 입을 연다.

-알겠습니다.-

-다행히 에델베르그 가문에 손을 대진 않아서 영국과 꼬마 파괴신 간의 일로 비화하진 않겠군요.-

MI6의 요원으로 추측되는 전령이 나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입을 연 템페스트는 매끈한 턱을 쓰다듬으며 다행이라는 듯이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단지 대화를 하기 위한 차단이었다는 식으로 무마할 수 있겠어요. 그가 주먹을 휘두르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아, 그거 말입니다만.-

갑작스런 템페스트의 말에 여왕은 하얗게 물든 고운 눈썹을 살짝 뜬다.

-여왕님께서는 꼬마 파괴 신의 선언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력을 배경 삼은 협박 메시지라고 봤습니다만.-

-그렇습니까? 저는 "제발 내가 마포를 쏘지 않게 해줘!"라는 메시지로 봤습니다.-

-…!-

헤엥? 어, 뭐 사실 그렇게 생각하긴 했다. 아무리 화가 나고 짜증 나지만 수백 수천만 명을 죽이고 싶진 않다고 생각했으니까.

-일본 사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그 상황이었다면 공중 사격으로 위협이 아닌 실제 어느 곳에 마포를 쏘아내서 날려버렸을 겁니다. 듣자 하니 마포의 하위 버전인 마탄이란것도 있던데 그걸 한 번도 쓰지 않은 걸 보면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렇군요…. 리디아 그 아이는 그를 잠자는 숲 속의 호랑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템페스트 경의 이야기를 들으니 조각이 맞춰지는군요.-

-하하하. 잠자는 숲 속의 호랑이라니, 건들면 큰일 나겠습니다.-

-화평책을 써야겠어요. 그리고 그에 대해 좀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할듯하군요.-

밝게 웃는 템페스트를 흘겨본 여왕은 시름에 젖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갔다.

여왕과 템페스트, 아론 템페스트라는 A 클래스 능력자의 시답잖은 잡담을 너무 오래 들어서 그런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 뒤로 쭉 수다를 떨다니….”

프랑은 침대 위에 조신하게 앉아 한숨을 폭 쉬었다. 점심 준비를 하다가 멈춘 프랑에게 여왕과 템페스트의 잡담을 집중하면서 전해줬더니 무진장 지친다.

…소피아는 어쩌지.

잠시 소파에 누워 기절해있는 소피아를 내려보다가 힐링 터치를 걸어줬더니 "으응…." 하더니 몸을 비척이다 눈을 떴다.

“저쪽 복도로 가면 하나 남은 침실이 있어. 한국에서 널 데려갈 요원들이 올때까지 거기서 지내도록 해.”

“아…. 네.”

“외출할건데 룸서비스를 시켜먹던가 해. 그리고 객실 밖으로는 나가지 말고. 나갔다간 도망간다는걸로 간주해서 내 가슴 속에 쌓인 분노가 본격적으로 폭발해버릴꺼야.”

“도망가지 않을거예요. 저도 이제 주인님의 노예인걸요.”

…누가 들으면 내가 노예를 수두룩하게 데리고다니는 줄 알겠다. 나한테 얻어터지고 뼈가 부러졌는데도 나에 대한 원망이나 증오가 안보이는걸 보니 진짜 한숨이 다 나온다.

저걸 어떻게하냐....

못마땅한듯이 노려보고있으니 소피아는 내 눈치를 살피다가 슬금슬금 물러나더니 내가 말한 침실로 들어가버렸다.

에휴.

“서하, 식사하셔야죠.”

“밥 생각이 별로 없어….”

“입맛이 별로 없으세요? 간단하게 샌드위치라도 드시는 게…. 굶으면 속 버려요.”

걱정하는 프랑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니 "금방 만들어올게요." 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거실에 붙은 주방으로 들어간 프랑은 냉장고를 살펴보고 재료를 챙겨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손을 씻고 재료를 다듬는 프랑을 보다가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서 오늘 있었던 일들을 다시 한 번 머릿속에서 정리해봤다.

리디아는…. 어리바리한 느낌의 여동생 같다는 느낌을 한번 받았더니 어쩐지 미워할 수가 없다. 실제로도 여왕의 손바닥 위에 놀아났을 뿐이고 리디아 본인은 나에게 진심으로 다가왔으니까.

크롤리에서 만난 에델베르그 부부는 그리 똑똑해 보이진 않았다.

여왕과 템페스트의 이야기 도중에 알았지만, 무려 백작이잖아. 그 뒤에 찾아온 일본의 고위 공직자의 이야기를 하다못해 영국 정보부 MI6에 알렸다면 뭔가 수단을 내도 내줬겠지 뭔 쪼다같이 딸내미 내놓으란다고 덥석 내놓냐.

드와이트는 뭐 연구자라니까 그런 쪽에는 머리가 안 돌아간다고 해도 이치카는 일본 내각정보조사실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여자랬잖아. 50년 동안 이형종이랑 치고받고 싸우고 정치랑은 연관이 없는 곳에서 지내다 보니 머리가 굳어서 멍청해진 건가?

뭐 어쨌든 결과는 나쁘지 않아서 소피아를 잡을 수 있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더럽다…. 에이.

영국 여왕은 속에 능구렁이 대여섯 마리 키우고 있는 느낌이라서 내가 직접적으로 엮여봤자 별로 좋은 꼴은 못 볼 기분이다. 그와 반대로 아론 템페스트라는 A 클래스 능력자는 한번 개인적으로 만나보고 싶을 만큼 호감이 간다.

아론 템페스트에 관해서 인증기로 조사해보니 영국에서 100년에 가까운 오랜 시간 레이드 팀에 들지 않고 정부 소속의 프리파이터로 활동 중이라는 이야기다.

살아온 시간과 클래스에 비해 유명도가 낮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그런가 보다.

“간단하게 샌드위치랑 사과 주스를 가져왔어요.”

“응 잘 먹을게.”

샌드위치의 매콤함에 사과 주스의 달콤함이 잘 어우러져서 순식간에 4개를 먹어버렸더니 프랑은 기쁜 표정으로 접시와 컵을 가지고 나갔다.

이제 남은 건 프랑이 몸담았던 알디온 가문에 들르는 거랑 알라스토르의 사악한 검은 성에 관해 알아보는 것만 남았나?

============================ 작품 후기 ============================

으음. 전 처음 쓸때랑 템포는 그다지 바뀐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더 신경써볼게요!

그리고 비평이나 비판은 이야기의 완성도를 위해서 전부 체크중이지만 짱깨비님이 말씀하신대로 하차하신다는 분의 코멘트는 제 멘탈을 위해서 삭제하고 있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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