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240화 (240/517)

00240  아숨프레 수몰 폐허.  =========================================================================

발굴품이 든 자루를 하나씩 쏟아 분류하던 세 사람은 씻고 나오면서 일손이 늘어나자 80개의 자루를 한곳에 모두 쏟아붓고 동시에 분류를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땅거미가 내리고 날이 어두워지니 생활 보조 능력자들은 전등을 단 장대를 가져와 해가 완전히 진 주둔지의 공터를 대낮처럼 밝혀놨다.

진흙으로 엉망이 된 보석과 주화, 촛대나 목걸이 왕관과 거의 다 녹슬어서 폐기해야 할 거 같은 무기 방어구들이 끝없이 쏟아져나왔다.

대지 속성 능력자들이 발굴품이 쌓인 공터에 흙으로 만든 커다란 풀을 만들고 물 속성 능력자들이 나서서 물을 채워 넣은 뒤 진흙을 씻겨내기 시작한다.

진흙을 다 씻어내고 대지 속성 능력자들이 씻겨 져 나온 흙을 모두 치우자 생활 보조 능력자와 신체 강화 능력자들이 모여 동전과 보석 및 귀금속과 잔뜩 녹이 슬어서 폐기 직전의 장비들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화와 은화를 제외한 동화는 전부 치워버리니 순도 85%의 50g짜리 금화가 317장 순도 72%의 은화가 771장.

그 외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 토파즈 이런 보석들이 잔뜩 쌓였는데 보석 감정사 자격증을 딴 능력자가 보석은 흠집이 많고 쪼개진 것들도 있어 그다지 큰 값을 못 받을 거라고 하자 작업에 동원된 능력자들은 우울한 표정으로 한숨만 내쉬었다.

거기다 장비들은 정말 한숨 밖에 나오지 않게끔 죄다 폐품 신세였고 귀금속들도 금 촛대 은촛대 이런 게 몇 개 나왔을 뿐, 정말…. 정말….

“개털이네….”

모여있는 능력자 중 한 명이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는지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에 자기도 깜짝 놀랐지만 다른 사람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다.

“대충 환산해보면…. 출전비도 나오지 않을 양이군요.”

“으아아~~.”

그때 사람들의 탄식과 한숨 섞인 신음을 배경음악 삼아 최수한이 위상력이 깃든 물품이 실린 수레를 끌고 왔다.

짝짝.

화연이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수레에 실린 물건들을 바라보다가 가볍게 박수를 쳐서 잔뜩 실망한 능력자들의 시선을 모으고 입을 열었다.

“일반 발굴에서는 성과가 없지만, 특수 발굴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이번 레이드때의 최대 성과가 될 겁니다. 우선 이 옷장은….”

최수한이 조심스럽게 검은색 엔티크풍 옷장을 들어 두꺼운 천을 깔아놓은 땅에 옷장을 내려놓으니 이미 옷장의 효능을 봤던 능력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옷장을 보지 못한 능력자들은 흥분한 능력자와 옷장을 바라보며 의아함을 내비쳤다.

“발견 직후 약간의 테스트 결과 옷장 안에 장비를 넣어 둘 경우.”

화연이는 옷장을 열고 약간 헌 듯한 곡도를 꺼내 사람들 앞에서 들어 보였다. 저거, 그 나무 작대기만도 못하게 보였던 그 곡도 아냐?

그 순간부터 시작된 웅성거림은 다음에 이어진 말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현 상태를 유지함은 물론이고 균열이 일고 녹슬거나 헌 부분을 수복시켜주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우와아!” “자동 수복! 엄청난 거잖아?!” “저 옷장은 여태까지 호수의 바닥 속에 묻혀있었단 이야기 아냐? 그런데도 멀쩡한걸 보면 옷장 자체에도 위상력이 깃들어있나 본데?”

“쩐다, 저거 하나만 해도 어제 처리한 부산물에 지금 널려있는 것들 전부 합쳐도 못 따라가겠는데?!” “저 세이버는 첨에 녹투성이에 여기저기 갈라져서 폐품 아니었어?!”

곡도는 부러지고 쪼개지기 직전의 폐품 상태에서 지금은 꽤 험하게 다룬, 아직은 수명이 남아있을 법한 모습으로 바껴져있었다!

프랑도 그걸 확인하고 '역시.' 하는 표정으로 화연이의 손에 들린 곡도를 바라보고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 위상력을 머금은 장비까지 복구시켜줍니다. 지금 제 손에 들린 곡도는 2번째 발견한 내구 강화와 절삭력이 강화된 곡도였습니다만, 처음 땅속에서 파냈을 때는 녹과 이끼가 슬어 부서지기 직전의 상태였지는 데 반나절 가량 옷장에 들어가 있었더니 허름하지만 그래도 쓰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게 되었군요.”

“쩐다!!” “대박! 저 옷장 진짜 대박!” “아티펙트잖아!”

와. 곡도도 위상력을 머고 옵션이 두 개 달린 레어 이상의 무기인데 관심을 못 받네.

이어서 옷장에서 옷 모양의 사슬로 이루어진 상의와 하의 한 벌을 꺼낸 화연이는 능력자들 앞에서 사슬 갑옷을 들어 보였다.

다 끊어지고 구멍 나서 쓰지도 못해 보이던 사슬 갑옷 상·하의 한벌 또한 군데군데 패여 있긴 하지만 처음 꺼냈을 때 비하면 굉장히 양호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또다시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그다음은 내가 발굴해낸 창을 바라보다가 관중들을 돌아본다.

“다음은 십자 창입니다. 십자 창에는 혼이 깃들어있으며 광전사의 저주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혼이 깃들어있다는 이야기에 사람들은 다시 환호성을 터트리려다 광전사의 저주라는 말에 주춤하더니 이어지는 화연이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다만, 십자 창에 깃든 혼은 마스터에게 굴복한 듯하니 이후의 조사를 통해 십자 창의 처분을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화연이의 말을 들으며 옆으로 다가가 길이 3m가량의 십자 창의 창대를 들며 살짝 속삭였다.

“붉은 기운을 뿌렸다간 확 분질러버린다.”

그리고 십자 창을 높게 치켜드니 웅웅거리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한다.

“…와.” “우와….” “에고 웨폰? 거기다 마스터는 광전사의 저주에 안 걸려?” “금수저를 뛰어넘는 반물질 수저 신가…?”

그리고 최수한은 마법 진이 그려진 네모난 철판 하나와 보물 상자를 꺼내왔다.

“마지막 성과입니다. 이 철판은 위상 세계 역사 유물이며 보물 상자는 이 철판 아래쪽에서 발견된 것으로, 마스터께서 직접 회수하신 물건입니다.”

우선 철판은 내버려두고 잔뜩 이끼가 붙고 녹슨 보물 상자를 열어 깨끗하고 깔끔하고 큼직한 보석 알과 백금 화와 금화 무더기들, 거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돌멩이 여섯 개가 든 내부를 보여줬다.

“…이건 강화석이군요. 그것도 여섯 개입니다.”

“““오오오오오!!!”””

강화석? 아, 저게 강화석이야?

저 강화석 하나가 10만 TP 짜리 위상석과 같은 값이라던데.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누나도 무척이나 기뻐하면서 내 목을 끌어안는다.

“저게 그 강화석이네요.”

“어, 나도 처음 봐.”

내가 강화석이란 것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천총운검을 받고 인증기로 아이템의 등급을 확인할 때였다.

강화석은 위상 세계에서만 발견되는 특수한 돌멩이인데 저 돌멩이를 무기나 방어구, 다른 물건에 대고 문지르면 돌이 부스러지며 푸른 빛이 되어 흩날리다가 문지른 물건에 푸른 빛이 흡수되며 위상력이 깃든 아이템이 된다고 한다.

원리가 무엇인지 재료가 무엇인지 연구를 해봤지만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던데, 부여되는 옵션은 무작위지만 주로 부여되는 기본이 될 소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에 따라 옵션이 따라간다더라.

예를 들어 벽조목 지팡이에 문대면 벼락과 관련된 옵션이 생겨난다는 식이거나 그런 거지.

위상력이 깃든 아이템은 내구도는 물론 잘 부서지지 않고 오래가는 데다 특수한 능력까지 생겨나서 일종의 도박 아이템이자 부잣집 가문에서는 가보의 영구 보존을 위해 저런 강화석을 이용해 위상력을 지닌 아이템화 시켜 보관한다고 했다.

그래서 저거 한 알이 10만 TP 짜리 중상위 위상석과 가격이 똑같이 거래된다. 저거 한 알이면 100억 원이란 말이지.

E클래스 이하의 하위 능력자들에겐 위상 세계에서 운이 좋으면 길 가다 줍는 로또라고 하던가?

“진짜 검은색 동글동글한 현무암처럼 생겼네요.”

소란이 커지자 화연이는 손을 들어 좌중을 진정시키고 마법 진이 그려진 철판을 들어 올려 사람들이 마법 진을 볼 수 있게끔 해준다.

이번엔 뭘까 싶어서 집중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화연이는 바닥이 깔린 천 위에 철판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위상력 운용 기술을 사용해 체내의 위상력을 돌리며 손을 철판에 가져다 대니 시커먼 안개 인간, 검은 로브의 사제로 의심이 가는 자가 나타난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독백은 공터에 모여있는 능력자들의 표정을 일체화시키는 기염을 토해주었다.

성과 발표가 끝나고 대박은 따로 있었다며 즐거워하는 능력자들 보다가 옷장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프랑과 화연이와 누나에게 다가갔다.

“수복 기능이 있다면 흠집이 나서 상품가치가 많이 떨어진 보석들을 모두 모아 옷장 안에 넣어두는 건 어때? 보석도 원래 모습을 되찾을지도 모르잖아.”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군.”

“혹시 옷장에 횟수제한이나 지속시간 제한 같은 게 있으면 어떡하죠?”

“그건 옷장의 위상력 상태를 확인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위상력을 확인 가능한 서하와 프랑이 확인해줘야 할 듯 합니다.”

“그럼 저보다 서하에게…. 아, 서하. 마침 잘 오셨어요. 서하가 보기에 옷장의 위상력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으신가요?”

위상력 상태?

프랑의 말에 옷장을 자세히 살펴봤더니 옷장 내부의 벽 쪽에 위상력이 집중되는 게 보인다. 좀 더 확인해보니 옷장의 등 부분은 두 개의 판이 겹쳐져 있는 상태인데 그 판과 판 사이에 마법 진이 존재하고 있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누나는 반색하면서 옷장의 등 부분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마법진이라니, 그럼 충전식이구나. 필요 충전량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위상석만 있다면 무제한으로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네!”

밝은 표정으로 미소를 짓는 누나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니 싱글싱글 웃으며 설명해준다.

“위상력이 있는 아이템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눠. 첫 번째로 제작 시에 위상력이 깃든 재료로 만든 타입, 그리고 물건을 제작하면서 마법 진을 새겨넣어 그 마법 진을 통해 위상력을 충전할 수 있게 만들어 둔 타입.”

전자 같은 경우에는 깃든 위상력이 사라지면 평범한 물건으로 되돌아가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위상석으로 소비된 TP를 보충해주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 거다.

물론 가격은 압도적으로 후자가 더 비싸다.

“지금은 처음 발견했을 때랑 위상력의 흐름이 별로 차이 나지 않는 거 같아.”

“그건 더 좋은 소식이군. 완전히 파손되기 직전이던 곡도가 반나절, 5시간가량에 이만큼이나 복구됐다. 10시간이면 완벽한 제 모습을 찾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옷장에 깃든 위상력이 거의 줄지 않았다는 말이니 한번 충전해두면 오래 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군.”

오우, 진짜 대박이네.

“최수한. 이 옷장은 서하의 천막 안에 옮겨놓도록 해.”

“네, 사모님.”

누나는 최수한의 대답에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생활 보조 능력자들과 발굴품들을 분류하던 최수한은 화연이의 명령에 바로 다가와서 옷장을 들어 옮겼다.

“그럼 할 말이 있으니까 내 천막으로 가자.”

찡그린 누나의 표정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십자 창을 손에 들고 최수한의 뒤를 따르니 프랑과 화연이와 누나도 날 따라 움직였다.

그런데 멀리서 휴식을 취하는 능력자들의 잡담이 귀에 들려온다.

“우와… 좌 보스 우 정령 전 집사 후 통관부장님…. 말 그대로 사신기구만. 마스터의 주변에는 미녀들만 가득한 거 같지 않냐?”

“멍청한 소리하네, 니가 존나 쩔어주게 예쁘고 몸매가 다이나믹한 여자라고 가정해보자. 능력과 재력을 모두 가진 마스터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겠냐.”

“…사귀어달라고 바지 붙잡고 늘어질 거 같다.”

“그러니까 마스터의 주변엔 외모뿐만 아니라 능력도 무시무시한 미녀들만 모이는 거지. 이해가 가냐?”

“우리 레이드 팀에도 한가락 하고 예쁜 애들은 죄다 마스터의 눈에 들어보려고 안달인 거 같드만 실제로 행동에 옮긴 애들은 하나도 없잖아.”

“옮겨봤자 외모에서 집안에 능력까지 비교만 당하다가 나가 떨어질 텐데 당연하지.”

“크크크. 하다못해 마스터의 펫인 플라비우스라 종족이라는 이형종만도 못할 텐데

“아~! 미호쨩이 보고싶다.”

“어우. 페도 새끼.”

“철벽 방어도 아니고 AT 필드네 AT 필드야.”

“그치? 암만 신체 강화에 예쁜 여자라도 저 포지션을 뚫고 마스터한테 접근하기는 불가능이야.”

“그보다 여걸이라고 불릴 사람들이 마스터 주변에서 분란을 일으키지 않는 게 더 놀라워.”

“크으. 나도 저런 하렘….”

“야! 너 낮에 벼락 맞은 1팀 팀원 이야기 못 들었어?! 입 다물어!”

“헉.”

…벼락을 떨어트린 보람이 있군.

말실수할 뻔 한 능력자를 주변 사람들이 갈구는 모습을 뒤로하고 천막 안에 들어왔더니 옷장을 내려놓은 최수한이 공손히 허리를 숙이더니 밖으로 나가려 한다.

“수한도 나가지 말고 기다려.”

“네.”

이번 스프레드 룸의 형태는 ㄷ자 형태여서 네 여자가 에어 매트에 엉덩이를 올리며 내게 시선을 집중하는 걸 보고 왼손에 든 십자 창을 보였다.

십자 창의 창날은 기교 부린 반월형에 삐죽삐죽하게 만든 그런 게 아니고 짧은 검 3개를 붙여 창날을 십자 형태로 붙여놓은 모양이라 임시로 날 부분에 천을 대고 노끈으로 감아놨다.

그 창에 시선이 집중되었을 때 입을 열었다.

“이 창에는 자신이 누호디라고 주장하는 혼이 들어있어.”

웅우우웅.

“조용히 해.”

주장이 아니라 진짜라는 듯이 웅웅거리는 십자 창에 대고 손가락 끝에 마나 시브를 집중해서 팅겼더니 팅~ 하는 소리가 퍼지며 웅웅거리는 소리가 사라졌다.

“누호디라면 마법진이 새겨진 철판에서 나온 이름이잖아?”

“응. 그녀는….”

내가 십자 창을 잡고 본 영상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 누나는 간단하게 요약을 한다.

“그러니까 검은 로브 사제와 누호디는 연인 사이였고, 달부라는 도시, 아숨프레 수몰 폐허의 이름이라고 생각되는 그 도시가 멸망하게 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가 사제를 모욕한 죄로 오히려 노예가 되어서 콜로세움에서 싸움을 이어가다가 결국 한번 진 대가로 고문을 받고 도시와 함께 수몰되어 사망했다 이거네.”

…이런 요약충 같으니.

“응.”

“어휴. 남자들은 어째서 여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건지 몰라.”

“그건 너무 결과론적인 이야기 아냐?”

누나는 쯔쯔 혀를 차면서 검지를 세워 까닥거리더니 내 이야기 잘 들어보라는 듯이 자세를 잡고 날 보며 입을 열었다.

“검은 로브의 사제가 정확히 얼만큼 되는 위치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그의 연인인 누호디도 낮은 신분이 아닐 거야, 그치?”

“그…렇겠지?”

“그런 여자와 연인인 남자는 나이도 많은 주제에 그런 연인을 가질 정도로 사제라는 위치가 뛰어난 계급일 거야. 그치?”

“그렇…겠지?”

“그런 낮은 신분도 아니고 무력도 출충한 여자가 예언에 가까운 조언을 했어. 근데 남자는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지. 그치?”

“그렇겠…지?”

“그봐! 그런데 그런 식으로 중세 시대의 마녀 같은 존재로 몰아가서 죄인의 신분으로 수백 번을 싸우게 만들어놓고 단 한 번 졌다고 고문실에서 고문을 받게 하다가 결국 도시와 함께 죽게 만들었잖아. 철판에서도 나온 이야기지만 누호디도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 뭔가 능력을 가졌을 게 틀림없는데 검은 사제복의 남자는 누호디의 의견을 무시하고 도시를 멸망하게 만들었고 누호디도 콜로세움에서 자신이 멸망에 일조했다는 생각에 마지막까지 고문에 저항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넌 어때?”

…할 말 없지 어떻긴 뭐가 어때.

누나한테 또 한 방 먹었다는 생각에 실실 쪼개고 있는 누날 보며 툴툴거리니 화연이가 빙긋 웃으면서 내게 다가왔다.

“내가 십자 창을 잡아봐도 될까.”

“응.”

허튼짓했다간 가만 안 둘 거라는 듯이 창대를 힘을 줘서 꾹 잡은 다음 공간 지각을 극소화 시켜 십자 창과 화연이에게 집중하며 넘겨줬다.

“…기억은 내게 보여주지 않는군.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너의 이야기는 그저 철판을 보고 지어낸 이야기라고 할 법한 이야기다.”

그러면서 나한테 창을 돌려주며 다시 입을 연다.

“누호디의 기억은 발굴 도중에 일어난 곁가지 정도로 여기고…. 아무튼, 이번 수몰 폐허 공략은 들인 시간에 비해 성과가 무척이나 커. 옷장과 십자 창, 역사 유물이 될 철판은 우리가 보관하고 사용해야 할듯하니 실제 성과는 곡도와 사슬 갑옷에 보석류에 강화석 여섯 개와 이형종의 부산물이군.”

“쟤가 옷장에 대해 파악한 덕분에 더 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내일은 보석류를 따로 분류하고 옷장에 넣어서 복구시키자. 이만한 굵기의 보석들에 흠집이 모두 사라지고 깨끗해지면 가치가 30배는 족히 뛰어넘을 거야.”

이번 출동비용이 얼마더라? 5억이라던가. 5억에 30배면 150억? 적은 돈은 아니네.

“그렇게 하는 게 좋겠군.”

“역시 주인님이십니다. 주인님은 세상의 왕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매력과 힘을 가지신 데다 운까지 타고나셨군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우리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최수한은 눈을 번쩍이면서 날보며 과다한 존경의 기색을 보였다.

…더 충격적인 건 최수한의 이야기에 프랑과 화연이는 고개를 끄덕인다는 거다!

황당한 말에 어이가 없었지만 날 그렇게 대단하게 봐주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누나는 최수한을 불편하게 보고 있었지만.

============================ 작품 후기 ============================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선작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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