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217화 (217/517)

00217  진화의 비약.  =========================================================================

꼴깍꼴깍

조그마한 주둥이를 벌려 내 손가락에서 흘러나오는 TP를 삼켜나가는 미호의 모습에 조금 긴장해버렸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만 녀석이 피우는 애교에 피식하고 웃어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내 TP를 받아먹다가 등급이 오르면서 미호가 흉폭함을 드러내 버리면….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천천히 TP를 흘려 넣어주다 보니 미호의 위상력이 50이 되는 순간 부르르 한번 떨더니 계속해서 내 TP를 받아마시기 시작한다.

“위상력이 50이 넘었는데 모습이 안 변하네요.”

“50…. 하위 이형종이 됐습니까?”

“네, 지금은 70을 넘고 있어요.”

마치 우유병에서 먹이를 받아먹는 아기 여우처럼 열심히 쪽쪽 거리면서 TP를 받아먹던 녀석은 금방 중하위 이형종이 되었다.

끼욱.

“뭐냐. 배불러?”

끼옹!

녀석은 다시 한 번 푸르르 떨더니 내 주변을 폴짝폴짝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속도가 꽤 빠르다. 어림잡아 이 산에 살던 중위 원숭이 이형종 수준이다.

“어?!” “아.” “어마?!”

그 순간 꼬리가, 폭신하고 보드라워 보이는 여우 꼬리가 1개에서 분신을 하듯이 3개로 늘어났다!

“야. 미호. 너 꼬리 어떻게 된 거야.”

끼옹? …꺄웅?!

내 말을 들은 녀석은 '응?'하는 표정으로 자기 꼬리를 돌아보는 순간 화들짝 하고 자그만 몸을 움츠리면서 놀랜다.

아니, 니 꼬리라고.

살랑거리던 꼬리는 간헐적으로 경련을 일으키는데 그럴 때마다 흠칫거리던 미호는 곧 자기 꼬리라고 인식한 거 같다.

앞발을 뻗어 자기 꼬리를 건드려보려다가 균형을 잃으면서 발랑 자빠진다. 자기 꼬리에 고양이 펀치를 날리는 미호를 보다가 화연이를 돌아보며 물었다.

“중하위가 되면서 꼬리가 세 개라니, 미호가 최고위 이형종이 되면 구미호가 되는 건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여우 이형종은 대체로 꼬리의 갯수로 강함을 나누니 등급이 오를 때마다 꼬리가 늘어난다면 언젠가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가 될지도 모르겠군.”

당연하다고 해야 하나. 꼬리가 여럿이 있는 여우 이형종이 위상 세계에도 여럿 존재한다. 1회차 마지막에 나랑 싸웠던 두 꼬리 여우가 가장 흔하다.

물론 꼬리 갯수에 따라 강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긴 한다.

그런 여우 중 가장 강한 녀석은 새카만 몸과 피처럼 붉은 여섯 개의 꼬리를 가진 흑혈 여우. 흑혈 여우는 고위 이형종에 4가지 속성을 다루는 속성 타입이라고 했다.

“미호, 이리와.”

한참 자기 꼬리랑 장난치던 녀석을 부르니 냉큼 나한테 달려와 내 품에 안긴다. 살랑거리는 세 개의 꼬리가 신기해서 손을 뻗어 만져보니 원래 꼬리와 다를 점이 없다.

자기 꼬리를 만지는 내 손을 앙앙거리면서 아프지 않게 무는 녀석을 보다가 물었다.

“너, 꼬리 늘어나면서 변한 거 없냐?”

이옹?

그래. 알 리가 없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날 올려다보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손가락을 내밀었다.

“자. TP 더 먹자.”

끼옹!

녀석은 내가 내미는 손가락을 냉큼 물면서 쪽쪽 빨기 시작한다. 그리고…. 위상석이 녀석의 심장에 생겼다가, 한계까지 차오른 위상석은 위상력으로 변하며 미호의 조그만 몸으로 퍼져나가더니 녀석의 몸집이 조금 더 커지기 시작했다.

- 끼웅. 끼오옹, 꺄우우우.

또다시 흠칫거리면서 내 손가락을 빨던 녀석은 내 품 안에서 데구루루 굴러떨어지더니 풀밭을 뒹굴면서 몸을 비트는데 몸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이윽고 두 배 가까이 커져서 몸집은 다 큰 여우지만 여전히 앳된 모습이 남은 미호는 여전히 귀여운 주둥이를 쩍 벌리면서 네 다리를 쭉 뻗으며 고양이 기지개를 켜더니 몸을 푸르르 떤다.

중위 이형종이 되니 몸집도 커지고 꼬리도 4개로 늘어난 데다 울음소리도 바꼈다.

“아, 소리가 인어들처럼 귀에 직접 울리는 거 같아요.”

“저도 들었습니다. 중상위가 되면 말도 할 수 있게 될까요.”

“자, 좀 더 먹자. 이리와.”

- 끼오옹? 끼옹.

마치 진짜? 이렇게 많이 먹어도 돼? 하고 묻는 거 같다.

“그래. 오늘만 특별히 주는 거야.”

- 꺙! 꺄웅~!

쿵.

마치 기쁘다는 듯이 내게 달려들어 내 가슴에 머릴 들이받는…데, 이거 충격이 좀 있다. 일반인이 들이받혔다간 가슴뼈가 함몰되면서 죽을 위력이다.

이따 다시 교육을 해야겠군.

녀석은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꼬리가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연신 살랑거리는 데다 앞발로 내 가슴을 고양이 안마하듯이 꾹꾹 누른다.

…물리적으로 답답하니 그러지 마라.

다시 검지를 내미니 녀석은 빠르게 내 손가락을 다시 쪽쪽 빨아댄다.

내 손가락에서 흘러나오는 TP를 열심히 쪽쪽 거리고 있는 미호는 내게서 TP를 받아먹어 다시 심장에 위상석을 만들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 한 번 더 생겨난 위상석 역시 터져나가며 위상력을 미호의 몸 안에 가득 퍼트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TP를 받아먹던 녀석이 중상위 이형종이 됐을 때는 몸집이 조금 더 커져 90cm까지 늘어나고 꼬리도 하나 더 늘어 5개가 됐다.

하지만 말을 할 수 있게 되진 않았다. 다만 능력은 확실히 강해져서, 몸놀림이 늑대인간이 된 그 녀석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

이제 안아주기 부담스럽게 커진 녀석을 보고 있으니 - 꺄웅 꺄옹 캬히힣 거리면서 사방팔방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급격한 성장을 이루는 녀석을 보니 조금 걱정이 생기지 않는 건 아니지만 공간 지각으로 미호의 몸 안을 줄곧 투시하고 있었는데 이상한 점은 눈에 띄지 않고 생기발랄한 모습만 보이니 괜찮겠지.

다행히 흉폭성을 보이는것도 없다.

그렇게 내가 흘려주는 TP를 계속 흡수하던 미호가 위상력 25,000의 상위 이형종이 되었을 때, 녀석의 외형에 뚜렷한 변화가 생겨났다.

- 아웅?

10살 남짓한 외형, 등 어림까지 내려와 찰랑거리는 흰색의 머리카락.

하얀 눈썹은 보기 좋게 일자를 그리고 있었고 똘망똘망하게 생긴 홍채는 진주 마냥 부드러운 색이다. 앙증맞은 코와 도톰하고 붉은 입술에 통통한 볼살의 얼굴은 지나가던 사람 10명 중 10명이 돌아볼 만큼 귀엽게 생긴 여자아이였다.

머리 위에 뾰족 솟은 하얀색 여우 귀와 엉덩이 위, 꼬리뼈 부근에 솟아난 6개의 꼬리만 아니면 말이지.

““…….””

사람 형태로 변한 거야, 아니면 사람으로 변신한 거야?

멍한 표정의 프랑과 화연이는 10살 남짓한 여자아이로 변한 미호를 내려다보며 말을 잇지 못하고 미호는 자신의 손과 몸을 내려다보더니 이게 내 몸인가 몸을 더듬다가 앞으로 흘러내리는 하얀색 머리카락을 보더니 순간적으로 콱 움켜쥐며 아래로 힘껏 잡아당긴다.

- 꺄으!

당연히 머리카락과 연결된 자그마한 머리통이 덜컥 꺾이며 도톰한 입술에서 짤막한 비명이 터져 나온다.

- 우웅?

그리고 조막만 한 두 손을 올려 자기 머리를 더듬는데 머리에 나 있는 여우 귀를 만지작거리던 미호는 의아한 눈으로 날 올려다본다.

현재 미호의 위상력은 25,000으로 딱 상위 이형종이다.

“미호.”

- 끼옹!

“이제 말할 수 있지않냐? 네, 해봐.”

- …네?

“옳지.”

시킨 데로 따라 한 녀석을 잘했다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데, 머리카락이 마치 최고급 명주실같이 보드랍다. 사람의 머리카락과는 다른 감촉에 역시 인간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미호는 여우웃음을 지으면서 귀를 파닥거리며 내 손길을 음미한다. 그 모습을 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 어떻게 그 모습이 된 거냐. 여우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어?”

- 끼응…. 될 거 같아!

“그래.”

미호는 내 질문에 발딱 일어서면서 두 팔을 활짝 펼치는데 머릿속에 아청법이라는 빨간 글자가 경고등처럼 번쩍거린다.

…이형종인데 아청법의 범위에 들어가나?

일단 재킷을 벗어 미호에게 걸쳐주고 지퍼를 끝까지 채웠다. 나에게 딱 맞는 재킷이지만 10살 남짓한 외형의 미호에게는 마치 원피스처럼 허벅지 아래까지 가려진다.

“자, 우선 네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겠어?”

- 우웅. 주인님보다 약해!

당연하잖아. 나보다 강하면 그게 사기지.

“그래. 일단 능력을 확인해보자. 넌 어떤 능력을 쓸 수 있지?”

- 위상력을 먹어! 잔뜩 먹을 수 있어! 주인님 위상력 맛있어!

그게 자신의 특기라는 듯이 활짝 웃은 미호는 두 팔을 번쩍 올리면서 외치더니 내 품에 뛰어든다. 그리고 프랑과 화연이의 손에 뒷덜미가 잡혀 내 품에서 떨어졌다.

- 우웅? 우웅….

자신의 뒷덜미를 잡은 게 프랑과 화연이인걸 보더니 여우 귀와 꼬리가 축 늘어진다.

“미호. 서하 앞에서는 언제나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한다.”

- 몸가짐이 뭐야?

“함부로 서하의 품에 뛰어들거나 끌어안거나 매달리거나 하면 안 되는 거야!”

- 왜 안돼? 계속 해왔던 건데?

“네가 사람의 몸을 가졌기 때문이다. 사람의 모습을 하면 사람의 법도를 따라야 한다.”

뒷덜미를 잡은 화연이에게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린 미호는 프랑과 화연이의 말에 연신 궁금함을 표현하고 프랑과 화연이는 그런 미호의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해주며 갑자기 예절 교육을 하기 시작한다.

나도 미호 능력 확인을 해보고 싶은데…. 프랑과 화연이 모습이 심각해 보여서 끼어들지를 못하겠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붉은 노을이 지려 한다. 처음에는 금방 끝내겠지 하며 기다려줬는데 30분이 지나도록 끝날 생각을 안 해서 두 사람을, 아니 두 사람과 한 마리를 말렸다.

“지금은 거기까지만 해. 우선 미호의 능력을 확인해보고 현실로 돌아가야지. 교육은 나중에 현실에서 하자.”

“아, 네.”

“그러지.”

30분간의 예절 교육에서 뭔가가 주입됐는지 미호는 얌전히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채 날 올려다본다.

그 모습이 무척 귀엽고 깜찍했다! 무릎 위에 올린 조막만 한 손가락이 꼬물거리는데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생물이 다 있을까 싶을 정도다!

우선 능력자들의 능력에 관해 아는 대로 설명해주고 위상력과 TP 위상석에 대해서도 설명해주며 대략적인 위상 세계의 구조를 설명해주니 연신 귀를 까닥이면서 내 말을 들은 미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들었어?”

- 응, 알겠어요. 그러니까, 빨라졌어요. 강해졌어요. 우웅…. 불이랑 바람이랑 물을 다룰 수 있어요!

내 질문을 들은 미호는 고개를 이리저리 기우뚱거리면서도 내 눈을 마주하다가 입을 연다.

“신체 강화에 3가지 속성인가. 혹시 꼬리 하나가 늘어날 때마다 능력이 늘어난 거야?”

- 맞아요!

그럼 능력이 6개가 되어야 하잖아? 왜 4개뿐이지.

“기본 능력은 뭐였는데?”

- 위상력 먹는 거! 먹는 거 제일 잘해! …요!

말끝에 요, 를 붙이는 게 무척이나 귀엽다. 프랑이 나한테는 존댓말을 해야 한다고 하길래 미호가 존댓말이 뭐냐고 물어보는 걸 단순히 말끝에 요를 붙이면 된다고 설명하더니….

흐흐 웃으면서 미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 그럼 위상력 흡수에 신체 강화 불과 바람, 물인가. 그럼 꼬리 하나가 남는데?

“위상력 먹는 거, 신체 강화, 불과 바람에 물. 5종류인데 하나는 뭐야?”

- 이거요!

그리고 푸시익 하는 소리와 함께 미호는 120cm의 어딘가 앳된 티가 나는 흰 여우로 변해버렸다.

“아, 변신이구나.”

- 끼잉끼잉!

근데 포스레더 재킷에 목이 껴서 이리저리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한다. 일단 미호를 잡아서 재킷을 벗겼더니 몸을 푸르르 털고는 내 품에 들어와서 몸을 비비는데 체고가 70cm가 넘는 대형견 사이즈다.

무척이나 고급스러운 모피의 느낌이라 부드럽고 따뜻하다. 근데 미호는 '이제 괜찮아?' 하듯이 프랑과 화연이를 올려다보는데 둘이 고개를 끄덕이니 안심하고 내 다리 사이에 몸을 파묻었다.

“여우 상태에서 말을 할 수 있어?”

- 끼웅? 이오옹 이옹옹!

“안되는구나. 그나저나 사막여우가 북극여우로 변해버렸네.”

미호의 복실복실한 털을 쓰다듬어주니 녀석은 신나서 버둥거리는 게, 힘을 주체못하는 것 처럼 보인다.

녀석을 인간 형태로 돌아가게 한 다음 우선 위상력 흡수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 미호의 눈앞에 보통의 위상석을 보여주며 물어봤다.

“왜 이걸 못 먹게 됐어?”

- 그거 먹는 거 아니야요!

“먹는 게 아니야? 나와 만나기 전에는 이런 거 먹으려고 하지 않았어?”

- 그랬어요…. 그치만 이제 안 먹어요! 먹으면 아파요!

“그럼 이건?

여기까지 오면서 만들어둔 블루 스톤을 미호의 눈앞에 들이밀자마자 재빠르게 손을 뻗어온다. 동시에 미호의 머리에 프랑과 화연이의 응징이 연달아 떨어졌다.

딱! 파칫!

- 아갸갹!!

“건방진 행동은 안된다고 했을 텐데. 서하가 먹으라고 하기 전까진 보여주더라도 손을 뻗지 말고 입에도 넣지 마라.”

- 끼잉….

새카만 눈동자에 눈물을 머금으며 사방으로 뻗친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화연이한테 맞은 곳을 문지르는 미호에게 말했다.

“이건 실험을 위해서 가져가는 거라 먹게는 못해. 아무튼, 이건 먹을 수 있다는 거지?”

- 먹을 수 있어요….

“블루 스톤하고 위상석의 차이점이 느껴 져?”

- 블루 스톤은 맛있어요! 위상석은 맛없어요!

…아무래도 고등 교육이 필요할 거 같다. 가정교사를 구해서 교육을 해야겠군. 그러고 보니 최수한은 교육 잘 받고 있으려나?

“음….”

잠시 녀석의 정신연령을 생각해보다가, 이 이상 단계를 올리면 위험하겠다는 판단이 든다. 어린아이에게 칼도 아니고 총을 쥐여주는 느낌이야.

그 뒤로 미호의 나머지 능력을 측정했는데 여우 상태에서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고 꼬리 끝에서 불과 바람의 속성 탄을 쏘아내거나 레이저를 발사했다. 특히 속성을 굉장히 잘 다루는데 마치 자신의 몸의 일부인 양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눈처럼 새하얀 여우가 바람의 힘으로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면서 시퍼런 여우 불같은걸 돌리는 모습은 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옛날 같았으면 공포와 경외심을 가질법한 존재의 모습이다.

속성의 위력은 상당히 강한 게, 불은 수십 미터의 커다란 나무를 몇 초 만에 재로 만들어버릴 정도였고 바람은 바위도 잘라내고 물도 수압을 이용해 윈드 커터와 비슷한 효과를 내거나 커다란 워터 볼을 쏘아내 부숴버리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본 화연이는,

“고위급에는 못 미치지만 상위 중에서도 최상급인 것 같다.”

라고 판정을 내렸다.

인간형일 때는 속도보다 힘 쪽에 치우치지만, 그 외에는 여우일 때와 똑같은 걸 알 수 있었다. 거기에 위상력은 신기하게 특정 타입이 아니라 나처럼 몸 안에 위상력이 가득 차있는 형태였다.

“꼬리랑 귀는 감추지 못해?”

- 못해요!

종족의 특성이라 그런가 보다. 그럼 대충 확인도 끝났으니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교육 하나를 하고 돌아가야지.

“미호. 히아리드 알지? 날개 달린 애.”

- 알아요!

“걔는 사람을 공격해서 나한테 크게 혼나고 제재를 받은 상황이야. 만약 미호가 특별한 이유 없이 사람을 공격하거나 다치게 하면 앞으로 TP도 안 줄 거고 히아리드처럼 크게 혼이 나게 될 거야.”

나도 사람이니까 사람을 공격하려 한 건 맞지.

- 끼잉….

진지한 표정으로 내 앞에 무릎 꿇은 자세로 앉아있는 미호를 보며 말하니 잔뜩 주눅이 든 표정으로 날 올려다본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 난 미호를 죽여야 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러고 싶진 않아. 내가 말하려는 뜻을 알겠어?”

- 사람을 공격 안 하면 되는 거요?

“그래. 네가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막 널 아프게 하고 괴롭히는 녀석들이 있으면 일단 나한테 도망와. 그럼 내가 다 혼내줄게.”

- 알았어요!

“만약 도망치지 못할 경우라면, 미호 네 목숨이 위험할 정도라면…. 그땐 날뛰어도 돼. 다만 도망칠 상황이 되면 바로 나한테 오고. 그렇게 할 수 있지?”

- 있어요!

“지금 네 힘은 몇 시간 전과 비교해서 무척이나 강해졌어. 이전처럼 행동하다간 사람들을 상처 줄 수 있으니까 나중에 히아리드한테 힘 조절 하는 법을 배우도록 해. 그전에는 함부로 사람한테 달려들지 말고.”

- 응요!

“그럼 미호는 좀 더 사회 교육을 하고 똑똑해지면 고위 이형종으로 등급을 올리는 걸로 하자.”

“그래야겠어요. 저대로 고위 등급이 되면 자기 힘을 주체하지 못해 사고치고 다닐지도 모르구요.”

미호의 덜 성숙한 머리라면 프랑의 이야기대로 진짜 사고 칠지도 모른다. 지금도 약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위 등급과 고위등급의 차이는 크니까.

슬슬 4회차에서의 정리도 끝났으니 돌아갈까. 우기 대비도 끝났고 미호 성장도 시켰고 TP를 이형종에게 먹이는 실험도 정리했고, 블루 스톤도 챙겼으니 돌아갈 때가 됐지.

생각보다 일찍 적당한 귀환 포인트도 찾았고 마나 시브의 TP에 대해서도 조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돌아갈 준비를 끝마쳤을 땐 새카만 밤하늘에 둥근 달이 뜬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정리가 일찍 끝났네. 그만 돌아갈까?”

프랑은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화연을 흘겨보고 화연이는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프랑에게서 슬쩍 시선을 피한다.

“미호는….”

내 검은색 포스레더 재킷을 입고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니는 저 녀석은 여우로 지내게 하는 게 좋으려나?

자기 이름이 불리자 쏜살같이 내게 달려와서는 - 나 불렀어요? 하며 꼬리를 살랑거리는데, 그냥 자기가 좋을 대로 다니게 해주자.

“넌 인간 모습이랑 여우 모습이랑 어느 쪽이 좋냐.”

- 둘 다 좋아!

“…그러냐. 그럼 인간 모습일 땐 꼭 옷 챙겨입고 다녀. 벗고 다니다가 나한테 걸리면 혼난다.”

- 응!

기운차게 대답한 미호는 곧 프랑과 화연이에게 뺨이 잡히며, "우리가 존댓말 쓰라고 하지 않았나요?", "여우가 머리 나쁘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 호된 교육이 필요할 거 같군.", - 후갸앙?! 하고 다시 혼나기 시작한다.

좋은데.

미호도 잘 교육시켜서 고위 이형종으로 만들면 히아리드에 미호까지, 특히 미호는 신체 강화에 속성 탄까지 쓸 수 있으니 여러 가지로 쓸모 있겠다. 그랑 블루의 전력이 점점 강해지니까 기분이 좋은걸.

후후. 더 좋은 건 반복된 실험으로 내 TP가 이형종 들을 아종으로 진화시킨다는 거다. 진짜 말 그대로 진화의 비약이다!

…물론 진화시켜준 놈들 중 태반이 날 향해 적의를 들어내긴 하지만 그래도 안 그런 녀석들이 있으니 좋은 게 좋은 거잖아?

그렇게 기분 좋게 현실로 돌아온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엿이었다.

그것도 빅 엿.

============================ 작품 후기 ============================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선작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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