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6 진화의 비약. =========================================================================
아침에 일어난 프랑이 간밤에 일어난 일을 눈치채고 삐진 표정으로 이야기를 안 하려는 사태가 일어났지만, 어찌어찌 품에 안고 토닥여준 덕분에 간신히 무마할 수 있었다.
출발 준비를 마치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라 다시 한 번 공중에서 지상을 살펴보기로 했다.
공간의 벽을 치면서 공기가 희박해서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곳까지 뛰어올라 지상을 둘러봤는데, 주변 하늘이 점점 시커멓게 변하는 걸 보고 쫄아서 도중에 멈춰 섰다.
…너무 뛰어 올라갔다가 우주 밖으로 튀어나가 버리면 어떻게 해.
무시무시한 추위에 이빨을 딱딱거리고 벌벌 떨면서 구름에 가려지지 않은 곳을 눈으로 살펴봤는데 엘리펀트로스 산의 분화로 12시~3시 사이는 시야가 닿는 지평선 끝까지 연한 회색 빛깔 천국인 게 보였다.
거기에 엘리펀트로스 산 정도의 높이로 보이는 곳은 안 보인다. 그보다 낮은 곳은 눈으로는 언덕이랑 땅이랑 분간이 잘되지 않았고.
그래도 어느 정도 굴곡처럼 보이는 곳이 현재 위치에서 10시 방향으로 쭉 가면 나오기에 그곳을 향해 이동하기로 했다.
쏜살같이 땅으로 내려왔더니 포스레더 자캣에 서리가 껴있는 모습에 기가 찼다.
“으드드드…. 숨도 잘 안 쉬어지고 춥기는 더럽게 춥고….”
쪼그려 앉아서 벌벌 떨고 있으려니 프랑이랑 화연이가 날 끌어안고 얼어붙은 몸을 녹여준다.
내 재킷 위에서 몸을 돌돌 말고 꿈나라를 여행 중인 미호를 보다가 녀석의 목덜미를 잡아 올렸더니 꼬물거리던 녀석은 가물가물한 눈으로 날 바라보다가 끼웅! 하고 울었다.
참 속도 편한 녀석이네.
10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미호보다 작은 동물을 비롯한 큰 동물이라는 동물은 죄다 잡아서 TP를 먹이려는데 잡혀 온 놈들은 한참을 버둥거리더니 미호의 위협적인 "꺄옹!"하는 소리에 딱 굳어버렸다. 쪼끄마해도 이형종이라는 건가.
덕분에 TP를 먹이는 작업은 쉬워졌는데 TP를 아무리 먹여봐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형종은 되지 않더라도 하다못해 몸이 건강해지는 건가 싶어 살펴보는데 건강해진건지 아닌지 알 방도가 없네.
늑대랑 여우랑 원숭이도 몇 마리 보였고 새도 잡아서 닥치는 대로 TP를 처먹였는데 이형종으로 변이한다거나 그러는 놈들은 하나도 없었다.
“평범한 존재에게 TP를 먹여봤자 변이 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 건가? 사람이랑 비슷한 원숭이도 어떤 변화도 없는 걸 보면 엄마 아빠한테 이상이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겠네.”
역시 TP랑 위상력은 다른 건가? 그런 걸 보면 혼만 남았던 프랑은 어째서…. 아니야. 생각하지 말자.
“TP를 먹은 이 녀석들은 처분하고 가지.”
혹시나 이형종으로 진화하게 되거나 하면 내 TP를 먹은 녀석들은 전부 아종 혹은 변종이 되어버릴 테니 죽이고 가자는 화연이었다.
실제로도 녀석의 몸 안에는 수만에 달하는 TP가 맴돌고 있어서 만약 이대로 계기가 생겨 이형종으로 각성해버린다면 고스란히 상위 이형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험에 죄도 없는 녀석들의 목숨까지 뺏어서 속으로 미안해했지만, 프랑과 화연이가 신경을 쓰게 할까 봐 겉으로는 표시를 내지 않았다.
녀석들을 고통 없이 보내준 다음 땅에 묻어주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중하위 실버 화이트 울프를 발견했다.
내 공간 지각 범위안에 녀석이 들어오자마자 번개같이 달려가서 네 발을 전부 분질러버렸더니 분노와 고통과 공포와 당황이 믹스된 눈동자로 버둥거리며 깨갱거린다.
…쩝.
일단 녀석의 주둥이에 TP를 조금씩 떨어트렸다.
그런데 내 TP를 먹은 이 녀석은 미호나 첫째 인어랑은 다르게 극도의 흉폭성을 드러내며 크르릉크르릉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중위급으로 올라갈 때 털 색깔이 어두운 밤하늘처럼 변해가며 이빨이 날카로워지고 크기도 더 커지면서 눈동자에서는 달빛 같은 빛무리를 쏘아내기 시작했다.
“실버 나이트 울프에요!”
“이 녀석이?”
부러진 네 다리가 회복되어가며 우릴 향해 연신 하울링을 뽑아내며 이빨을 딱딱거리던 녀석은, 아무래도 길들여질거 같은 모습이 아니라서 화연이가 검을 뽑아 녀석의 네 다리를 몽땅 잘라버렸다.
크아우우우우~!!!
살짝 소름이 돋는걸.
미호는 하울링에 겁을 먹더니 내 재킷 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뽈록 솟아 나온 재킷의 옆구리를 꼬옥 안아주며 녀석의 머리통에 발을 올리고 힘을 줘서 꾸욱 밟았다.
우그구그구구
가속 모드가 아니지만 그래도 D 클래스 신체 강화능력인데도 다리가 들썩들썩한다.
“꽤 힘이 센걸. 중위 이형종이 됐는데 아종으로 변이했다고 훨씬 강해진 거 같아.”
“서하의 TP가 아종으로 진화시킨다는 걸 알았으니 좀 더 찾아서 확률을 내보도록 해요.”
프랑의 이야기에 네 다리가 잘려 벌레처럼 꿈틀거리던 녀석의 목을 따버리고 그 뒤로 스물 세 마리의 최하위에서 중하위 사이의 이형종을 잡아 모두 TP를 먹여봤는데 죄다 아종으로 진화해버렸다.
특히 실버 화이트 울프 몇 마리를 발견해서 동시에 TP를 한 번에 응축해서 먹이거나 천천히 TP를 흘려 넣어주거나 했는데 진화하는 모습도 똑같고 형태도 똑같았고 흉폭성도 똑같았다.
그중 압권은 긴 주둥이 마른 늑대였는데, 최하위였던 녀석을 잡아 주둥이를 벌려 TP를 먹였더니 살집이 오르고 털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게 실버 화이트 울프로 진화한 줄 알았었다.
“실버 화이트 울프가 아니다. 뭐지 이 녀석은?”
화연이의 지적에 털이 실버화이트 울프보다 짧고 앞다리 뒷다리가 길며 꼬리가 좀 더 짧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단 더 먹여보자.”
그리고 중하위가 될 만큼 TP를 더 먹였더니 온몸을 비틀고 뒤틀더니 앞다리 뒷다리가 길어지고 척추가 곧게 펴지는 데다 목뼈가 길어지며 형태가 사람과 비슷하게 변해버렸다!
“라이컨슬로프? 아니, 웨어 울프인가? 이거 변종이 된 거지?”
갑자기 변신하듯이 변해버린 모습에 놀라서 한걸음 물러났더니 녀석은 잽싸게 뒤로 뛰어 물러났다가 몸을 일으켜 세운다.
1.7m까지 자란 녀석의 앞에서 놀란 눈으로 보고 있으려니 내 모습이 녀석의 흉성을 자극했는지 그 순간 내게 주둥이를 벌리며 포효를 질렀다.
커허허허헝!!
“감히!”
뻑! 깨갱!!
…동시에 화연이가 번개같이 달려들어 노호성을 지르며 놈의 머리통에 하이킥을 날려버렸다.
쫘작!! 끄애애앵!!
개소리를 내며 나뒹군 녀석 위로 벼락 한발이 떨어지니 죽자고 비명을 지르는데 바로 녀석에게 다가간 화연이는 그야말로 잘근잘근 늑대 인간의 전신을 밟아대기 시작한다.
그슬리고 주둥이와 코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녀석은 처음에는 반항을 시도하려다가 연이은 폭력에 결국 꼬리를 가랑이 사이로 말더니 죽는다고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화연이는 엎드린 녀석의 척추에 발을 디디고 두 팔을 뻗어 놈의 갈기를 잡더니 뒤로 당기기 시작하는데 꺾이는 허리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 늑대인간의 허리에서는 연신 뿌드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대로 잡고 있어 봐.”
끄극 끄익거리면서 두 팔로 땅을 박박 긁고 있는 녀석에게 다가가 주둥이에 TP를 좀 더 흘려 넣으니 TP는 놈의 몸 안으로 흘러들어 가 심장에 위상석을 만들기 시작한다.
크르륵거리는 녀석을 내려다보며 계속 놈의 벌어진 입 사이로 TP를 흘려 넣으니 녀석도 중위 이형종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위 이형종이 된 녀석은 확실히 라이컨슬로프라고 할 만한 모습이 됐다. 키는 2.5m가 넘어가고 녀석의 몸뚱아리에 근육이 돌덩어리처럼 차오르기 시작했거든. 거기다 털 색도 여전히 순백색이다.
아무런 음식의 흡수도 없었는데 저절로 이렇게 커지고 튼튼해지는 모습이 기가 찬다. 대체 TP는, 위상력은 어떤 에너지길래 법칙을 무시하면서 이런 모습을 만들어내는 걸까.
그 상태에서 TP를 좀 더 먹여 녀석을 중상위 이형종으로 만들었더니 크기도 더 커져 4m에 이를 만큼 커지고 털빛은 숫제 은색이 되어간다.
중상위 이형종이 된 은빛 늑대인간은 점점 화연이의 힘을 이겨내는지 들썩거림이 심해질 무렵 화연이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입을 열었다.
“이…녀석, 힘이 더 세졌어. 거의 상위 이형종 중급 수준인데?”
들썩거리고 몸을 뒤트는 게 곧 화연이의 제압을 풀어버릴 모습이다.
“상위 이형종으로는 못 만들겠다. 화연아, 조금만 더 잡고 있어 봐.”
녀석의 심장에 위상석이 만들어질 때까지 tp를 흘려넣으니 잔뜩 처먹은 놈의 위상석이 2만이 되는 순간 녀석은 서서히 반항을 멈추어 간다.
화연이가 의아해서 손에 살짝 힘이 풀리는 그 순간 전신을 격하게 비틀어 화연이의 제압을 뿌리치고 공중으로 뛰쳐 오른다.
키가 4m가 넘어가는 거대한 늑대인간이 된 놈은 공중으로 10m 가까이 뛰어올라 우릴 내려다보며 극도의 흉성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커허허허허허헝!!
두 눈이 시뻘겋게 변한 채 살기를 줄기줄기 흘리는 모습을 확인한 화연이는 번개같이 뛰어올라 검을 뽑아 들며 늑대인간의 사지를 잘라버렸다.
푸자자작!
크허어어어엉!!
시뻘건 피를 뿜어내며 떨어지는 팔다리와 늑대 인간이 된 녀석의 몸뚱아리를 피해 뒤로 몇 걸음 물러난다.
커헝! 커허허헝!!
“어째서 이녀석은 변종이 된거지?”
사뿐히 착지한 화연이는 검을 뽑아든 그대로 날 돌아보며 중얼거리는데, 나도 그 이유는 모르겠다.
잘린 사지에 뻘건 피를 뿌리며 격렬하게 사지를 비트는 은빛의 늑대 인간은 그야말로 이성이라고는 한 점도 남지않은 광전사같이 악귀처럼 얼굴을 일그러틀며 미친듯이 울어댄다.
“중상위에서도 상급이 되면 변종이나 아종은 상위 이형종보다 더 강해지는 걸까?”
“이놈의 신체 능력만 봐서는 제대로 된 싸움법을 익혔을 때 중급의 상위 이형종과 같거나 더 셀 거 같다.”
“늑대인간이라니…. 보통 늑대 인간들은 진한 갈색 털을 가지고 있다는데 은색 털은 신기하네요. 이 이형종은 긴 주둥이 마른 늑대의 변종일까요 아니면 늑대 인간의 아종일까요?”
화연이와 프랑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몸통과 머리만 남은 녀석은 연신 꿈틀거리며 바로 앞에 있는 화연이를 향해 주둥이를 벌려 이빨을 딱딱거리면서 부딪치고 있었다.
“뭐, 같은 개과니까 둘 다 틀린 건 아니겠지? 그보다 중요한 건, 이형종이 내 TP를 먹었을 때 더욱 흉포해지는 거 같지 않아?”
내 말을 들은 화연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그런 거 같다.”
“근데 첫째 인어는 안 그랬잖아? 우리 미호도 그렇고 히아리드도 TP를 잔뜩 먹었지만, 공격성은 안보였는데.”
“혹시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존재와 그렇지 않은 존재로 나뉘는 건 아닐까요?”
호오…. 프랑의 말이 그럴듯하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두 팔과 다리가 사라진 늑대 인간은 상처가 부글부글 끓으면서 조금씩 재생을 하기 시작한다.
“죽일까?”
화연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니 화연이는 녀석의 목을 친 다음 심장을 갈라 위상석을 꺼냈다.
“이건…. 색이 좀 다른 거 같아요.”
“확실히 보통의 위상석보다 좀 진한 거 같다.”
그녀들의 말에 나도 늑대 인간의 위상석을 살펴보다가 품에서 충전시키던 고위 이형종의 위상석을 꺼내 들었다.
화연이한테 받아든 늑대인간의 위상석과 일반 고위급 위상석을 나란히 세워 비교해보니 확실히 늑대 인간의 위상석이 좀 더 푸른빛이 진하다.
“늑대인간 것은 사파이어같고 고위급 위상석은 블루 다이아몬드 같군.”
끼잉. 끄으응.
근데 미호가 늑대인간의 위상석을 보더니 혀를 날름거리면서 내 뺨에 코를 문대기 시작한다.
“어? 왜? 이거 먹고 싶어?”
끼잉! 끼잉끼잉!
“…이건?”
키응!
좋고 싫음이 확실하구나, 너.
“서하의 TP로 생성된 위상석은, 미호도 먹을 수 있나 보네요.”
“흠…. 일단 몇 마리 보이는 대로 잡아서 테스트해보자. 몇 개는 미호 주고 몇 개는 샘플로 가지고 돌아가 보게.”
“알겠다.” “네!” 꺙꺙!!
일단 내 실험의 결과로 생겨난 늑대인간의 시체는 부산물을 챙기거나 현실로 가지고 돌아가서 연구 거리로 던져줄 수 없기에 공간의 벽으로 지워버렸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미호를 내 다리 사이에 앉히고 내 주먹의 1/4 정도 되는 크기의 늑대인간 위상석을 녀석의 주둥이 앞에 갖다 대니 냉큼 집어삼켜 버린다.
미호의 지금 위상력은 38이다. 늑대 인간의 위상석은 21,441이고. 만약 이걸 전부 흡수한다면 미호도 중상위 이형종이 될….
“엥?” “어머?”
…되진 않고 그냥 꿀떡 삼키더니 맛나다는 표정으로 만족스럽다는듯이 그루밍을 시작한다. 위상력은 여전히 38이고.
“이 녀석, 왜 위상력이 안 늘어나는 거지?”
황당함에 미호의 앞발을 잡아 들어 올리며 춤추듯이 자그만 몸을 흔들어주니 녀석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날 올려다본다. 그 모습을 보던 화연이는 내 얼굴을 힐끔 보더니 미호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에너지 이터가 위상력과 위상석을 먹는다고 위상력이 늘어나진 않지. 그거 때문이 아닐까.”
“아…. 특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는 건가.”
에이. 삽질했네.
저녁이 돼서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할 무렵까지 실험과 실험을 거듭했지만 미호나 첫째 인어 같은 경우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붙잡아서 진화시킨 다음 말을 걸어봤지만 통하지 않았고 마나 비전을 키고 마나 보이스로 호감을 줘보려고도 했지만 미친 듯이 발광해대서 그것도 통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정신을 약화시키기 위해 잡아죽일듯이 두드려패면 패는 만큼 발광하다가 혈기가 뇌까지 치솟는지 거품을 물고 죽어버린다.
“결국, 내 TP는 이형종의 아종 혹은 변종화를 시킬 수 있고 동물들에게는 TP를 아무리 주입해도 변화가 없다는 것뿐인가.”
이쯤에서 마나 시브의 효과를 정리해보면, 온몸에 집중하면 공간의 벽을 무제한으로 칠 수 있는 점.
내 몸 안의 위상력과 TP를 마음대로 움직여서 신체 강화, 속성, 회복 능력을 쓸 수 있는 점. 신체에 집중하면 그 부분이 강화되고 위상력으로 공격해오는 거에 대한 방어력이 무진장 뛰어난 것.
능력자에게 먹이면 위상력의 증가를 보이고 이형종에게 보이면 아종이나 변종으로 변화하면서 위상력의 증가도 같이 보이는 것.
내 손에 들린 사파이어색 위상석. 일단 블루 스톤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걸 현실에 가져가서 연구를 해봐야겠는데….
“돈도 남아돌 텐데 연구소도 지을까?”
“연구소인가요?”
내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는 프랑과 화연이에게 내가 생각한 걸 설명해줬다. 특이한 것들을 찾거나 내 능력에 대한 궁금함을 해결하려면 우리가 직접 연구소를 만들어서 연구하는 게 어떻겠냐고.
“나쁘지 않군. 아니 좋은 의견이다. 돌아가면 회의를 소집해서 추진하지.”
“응. 부탁해.”
이런저런 실험을 하면서 이동하느라 조금 늦긴 했지만 적당한 귀환 포인트를 찾을 수 있었다.
귀환 포인트는 산이라기엔 낮고 언덕이라기엔 높은 동네 뒷산 같은 곳을 찾았는데 그곳은 원숭이 산이라고 할 만큼 하위급에서 중위급 원숭이들이 바글바글했었다.
그리고 산의 정상에서 그놈들의 보스처럼 보이던 4m짜리 중상위 원숭이 이형종을 죽이고 나머지들을 쫓아내 버렸다.
그 원숭이는 금색을 띠고 있었는데 순간 무협지에서나 보던 금모신원金毛神猿인가 싶었지만 그럴 리가 없겠지.
보스를 마나 레이로 단번에 가로로 잘라 죽이고 마탄을 공중에 던져 뻥뻥 터트렸더니 남은 원숭이들이 끼애액 꺄아악 하고 비명을 지르면서 순식간에 산 아래로 도망가버렸다.
“서하. 다음번에 들어올 때 혹시 저 원숭이들 때문에 곤란하진 않을까요?”
…미안. 날 위해 죽어줘!!
눈을 감고 전신에 마나 시브를 집중한다. 그리고 공간 지각 범위 안에 들어오는 375마리의 이형종 원숭이들을 공간의 벽으로 모조리 삼켜버렸다.
호박색 공간의 벽 속에 잠긴 원숭이들은 뼈 한 조각 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분해되서 사라져버렸다.
40만도 안되는 위상력으로 일시에 몰살시켜버리다니, 새삼스럽지만 무서운 능력이다. 사람이라면 그냥 머릿속에 10cm 크기의 공간의 벽을 생성하는 걸로 죽여버릴 수 있을 테니까… 10cm는 한번 치는데 10 TP가 드니까 범위 안에만 있다면 한 번에 35만 명을….
…그만 생각하자.
산 정상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던 프랑과 화연이는 수백 개의 호박색 벽이 나타났다 사라지면서 원숭이들도 모두 사라지게 한 모습을 보더니 연신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리고 프랑이 떨어진 위상석을 주우러 돌아다니는 동안 적당한 공터를 찾아서 그곳에 짐을 내리고 주저앉았다.
혹시나 TP를 주입하다가 귀환 포인트가 작동하는 일이 벌어지면 곤란하니까.
내 어깨 위에서 졸고 있던 미호를 들어서 다리 사이에 내려놓으니 프랑도 위상석을 전부 회수했고 화연이도 배낭을 내려놓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본다.
“시작할 건가?”
“응. 미호한테 TP를 먹여서 진화시켜볼래. 미호도 고위 이형종이 돼서 전투적인 능력을 가지게되면 도움이 많이 될 거야.”
자다 깬 미호는 자신의 이름이 연달아 나오니 무슨 일인가 하고 우리를 돌아보며 눈을 껌뻑거린다.
“이제부터 너한테 TP를 먹여서 강하게 만들 거야.”
끼웅?
“강해지면 내 말 잘 듣고 날 도와줄 거지?”
끼응!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보는 미호의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니 앙증맞은 주둥이를 벌리며 내 손가락을 입에 넣고 쪽쪽 빨기 시작한다.
풍차처럼 빙글빙글 도는 꼬리털 뭉치를 보면서 손가락에서 TP를 뽑아내 미호의 입안으로 흘려 넣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제 이야기를 보러 와주시는 분들과 추천 및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께는 언제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