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215화 (215/517)

00215  민물 인어?  =========================================================================

강가에 올라와서 첫째 인어에게 실험 해볼 것에 대해 설명을 해주니 내 이야기를 다 들은 첫째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알았지? 내 TP를 받아먹으면 넌 중위급에서 중상위로 올라가게 될 거야. 그럼 그동안 느꼈던 점을 세세하게 기억했다가 나한테 이야기해주면 돼.”

- 보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첫째는 그런 일이 가능한가 하는 얼굴이다. TP를 받아먹으며 진화할 거란 생각은 못했던 거겠지.

미호는 컁컁거리면서 자기한테 달라는 듯이 항의를 하지만 턱 아래를 살살 간지럽히고 머릴 쓰다듬어주니 끼웅하면서 불만 섞인 표정을 짓는다.

여우 주제에 표정이 다양하구만.

“자, 입 벌려.”

내 좌우에 선 프랑과 화연이가 지켜보는 와중에 손가락 끝에 뽑아낸 TP를 1200 가까이 응축시켜 첫째의 입 앞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우선 천천히 TP를 먹이는 것과 한 번에 응축시켜 먹이는 차이점을 확인해봐야지. 첫째의 눈동자 초점이 내 손가락 끝에 집중되며 눈을 크게 뜨더니 침을 꼴깍 삼키고 내 손끝의 진한 파란색 TP 덩어리를 입에 집어넣는다.

- 꼬…르륵!

입에 TP를 넣고 혀를 굴리며 맛을 본 첫짼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물고기 꼬리를 파닥이면서 행복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800 남짓한 위상력이 단번에 1999 되었는데…. 중상위로 진화하진 못했다. 대신 여분의 양 만큼 위상석이 첫째 인어의 심장에 맺힌다.

위상석이 생겨나는 걸 생각 못했네. 데굴데굴 구르는 첫째 인어를 붙잡아서 다시 손끝에 2000의 TP를 응축시켜 새파란 사파이어 같은 색의 TP를 입에 넣어주니 뿅 간 표정을 지으면서 헤롱거린다.

그렇게 첫째의 심장에 위치한 위상석도 2000tp를 채우는 순간 위상석이 터져나가며 위상력이 첫째 인어의 몸을 가득 채우는 순간 첫째의 진화가 시작되었다.

해초 색 머리카락 색은 좀 더 밝아지며 선명한 녹색으로 변하고 눈동자 역시 머리카락과 똑같이 선명하고 맑아졌다. 비쩍 말랐던 몸은 살집이 오르면서 보기 좋게 변했고 축 늘어졌던 두 가슴도 탱탱하게 부풀어 오른다.

은색 비늘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게 최고급 활어를 보는듯하다.

천천히 먹이는거랑 응축시켜 한번에 먹이는건 별 차이 없는건가? 발정난거 같아보이지도 않고.

- 하아…. 이런 감각은 처음이야.

“…어?”

첫째의 목소리가, 마치 귀를 울리듯이 공기를 타고 고막에 직접 전해지는 느낌이다.

“꼬르륵거리지 않네?”

- 너가 말한 등급대로 중상위 이형종이 되면서 소리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된 덕분이야.

“호오. 그래서 고막에 직접 닿는 것 같은 느낌이구나. 그래서 몸 상태가 어땠어?”

첫째는 내 말에 잠시 자기 몸을 내려다보더니 두 손을 들어 보기 좋게 융기한 자신의 가슴을 주물럭거린다.

…뭐하는 짓이래.

가늘고 예쁜 손가락에 이리저리 이지러지는 가슴과 손가락 사이의 새하얗게 변한 유두를 보다가 첫째를 올려다본다.

첫째의 두 동생 역시 자신들의 언니에게 일어난 일이 믿어지지 않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  우리 족장의 말에 따르면 진한 바다의 축복을 받을 경우에 몸에 도드라지는 특징이 일어난다고 했어.

-  그 특징은 외형상으로는 머리카락의 색이 밝게 변하고 몸 내부에는 알집이 생겨난다는 거야.

-  바다의 진한 축복을 받은 일족은 다른 일족들 둘 셋에 해당하는 힘을 낼 수 있게 돼.

-  지금 내가 그런 상태가 된 거 같아.

“…변종, 아니 아종이 된 건가요?”

“서하의 TP를 먹으면 아종이나 변종이 된다는 겁니까…. 저 인어의 말을 듣고 외형을 보면 변종이 아니라 아종이 된 거 같군요.”

“아, 그럼 미호도 에너지 이터 아종이 된 걸까요?”

확실히 변종은 형태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하니까 변종이 아니라 아종이 된 거 같다. 프랑과 화연이의 이야기를 귀에 담으면서 첫째에게 다시 물었다.

“몸은 어때? 위상력이 천천히 줄어든다거나 그런 느낌은 없어?”

- 위상석…. 축복의 결정 말이네. 저는 축복을 받아 몸이 변이해서 그런 거 같아. 그리고 스펙스가 사라지는 느낌은 없어.

지성이 있는 존재니까 자기들만의 표현이나 단어가 있는 거겠지. 위상석은 축복의 결정이고 위상력은 스펙스인가. 아무튼 미호처럼 위상력이 사라지지 않는다니까 하루에 1씩 줄어드는 건 미호의 특징인 건가 보다.

“왜 위상석을 축복의 결정이라고 불러? 그리고, 너처럼 몸이 바뀌었다는 존재들도 몸에 위상석을 만드는 거야?”

- 응. 스펙스가 몸에 가득 차면 축복의 결정이 되고, 그것이 한계까지 자라면 저에게 다음 축복을 내려주면서 성장하게 돼.

…이건 기억해둬야겠다.

“흠…. 몸속에 위상력이 천천히 사라지는 존재는 없어? 있으면 그 원인 같은 걸 아는 게 있어?”

내 질문에 첫째는 눈을 살짝 빛내더니 내 어깨에 올라와 있는 미호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 혹시 이번 실험을 하는 이유가 당신의 목에 감겨있는 저 아이를 위해서인 거야?

“그 이유가 크지.”

- 저 아이는 수펙시스이면서 축복을 받아 탈태한 아이. 그래서 그럴지도 모르겠어.

“수펙시스? 그게 뭐야?”

- 스펙스를 탐하는 존재들을 뜻해. 스펙스의 흡수에 모든 것을 바치지만 결국 자신도 스펙스가 되어버리는 가여운 아이.

…크리스탈 이터를 수펙시스라고 하나 본데.

“미호가 축복을 받아서 탈태했다면, 그 수펙시스라는 것처럼 위상력을 받아들여서 위상력화해버리는 일은 없을까?”

- 그것에 관해서는 저도 아는 바가 없어.

첫째의 이야기에 프랑과 화연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내 어깨 위의 미호를 바라본다. 나도 미호를 어깨에서 내려 녀석을 바라봤다.

그럼 이 녀석에게 TP를 먹여도 되려나?

…수펙시스, 크리스탈 이터들은 수천만이 넘는 위상력을 모은다고 하니 적어도 고위 이형종까지는 멀쩡하겠지. 이 녀석이 고위 이형종이 되면 히아리드랑 함께 나한테 도움이 많이 될 거야.

크리스탈 이터의 아종은 어떤 능력을 발휘할지 궁금한걸.

그나저나 내 TP가 아종이나 변종으로 만들어버리는 거라면 히아리드도 아종이 된 건가? 아니면 아직 받아들인 TP가 모자라서 아종이 못된거?

영은이는…. 사람은 내 TP를 먹는 거로 딱히 안 바뀌는지도…. 아직 변수가 많아 확신을 할 수가 없네. 좀 더 실험이 필요한 부분이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첫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려줘서 고마워. 이제 가봐도 돼.”

- 그냥 보내주는 거야?

첫째는 놀랐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왜 그런 표정으로 보는데?

“그럼? 이 이상 너희한테 뭐 바라는 건 없어.”

- …당신은 신의 사자인가요?

첫째는 잔뜩 달아오른 모습으로 날 올려다보며 진심을 담아 물어본다. 말투도 요상한 반말에서 존대로 변했다.

“아닌데. 그냥 이형종 사냥을 직업으로 삼을 사냥꾼이야. 왜 내가 신의 사자라고 생각하는 거야?”

- 그야 축복을 내릴 수 있는 존재는 신의 사자님뿐이니까요?

“틀려. 아무튼, 나한테 받아먹은 TP는 네 위상력이랑 완전히 섞여서 하나가 된 건 맞아?”

- 맞아요

“그럼 됐어. 네가 해준 이야기도 충분히 도움됐으니까.”

- 하지만 당신은 우리 자매를 살려주시는 것도 모자라 축복까지 내려주셨는데….

마치 몸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표정이다.

“됐어. 니가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없어. 솔직히 너흴 살려주고 치료해준 것도 네가 보여준 모습 덕분이니까 굳이 뭔갈 하고 싶다면 강해진 네 능력으로 네 동생이나 열심히 챙겨.”

- 아니요. 저도 당신에게 줄 것이 있어요.

그러면서 첫째는 자신의 매끈한 아랫배에 손을 박아넣더니 꾸물꾸물하면서 뭔가를 끄집어낸다!

저, 저거….

찢어진 아랫배에 뻘건 피가 흐르기 시작하는데도 고통이 없는지 몸속을 헤집더니 뭔갈 꺼냈다. 그런데도 전혀 아픔 같은 표정은 보이지 않는 게, 인터넷에 떠도는 생선은 통각이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가 갑자기 신빙성이 가득 느껴지는 가설로 변하는 거 같다.

아무튼, 첫째의 손에는 메추리알 크기의 진주 같은 게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첫째가 스스로 낸 상처는 순식간에 복구되어버렸다.

- 이걸 입에 물고 있으면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게 해줘요. 먹지 않는 한 사라지거나 효과가 없어지진 않는 진주에요.

인어는 몸 속에 진주를 키우나? 사리?

물 속성 능력자의 보호막 효과의 일부가 가능한 아이템이니까 뭐 없는 것 보단 낫겠…지 싶은데 화연이 눈이 크게 떠지는 걸 보니 꽤 좋은 건가 보다.

“고마워. 혹시라도 먹으면 어떻게 돼?”

- 아마 해가 뜨고 지길 30번가량 효과가 지속될거에요.

“그래. 잘 쓸게.”

- 네.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이 강을 따라가다 보면 저희의 바다로 나갈 수 있을 거 같아요. 혹시나 이후에 만나 이 은혜를 갚을 수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이 강이 바다와 이어진 건가? 아니 그보다.

“바다에 살던 녀석들이 여기까진 왜 온거야?”

- 호기심에 따라 물길을 따라왔다가 무척이나 거대한 호수를 발견했었어요. 2달간 동생들과 새로운 물속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물이 다 사라져버리고 근처에 강도 없이 호수뿐이라 그곳에 갇혀 있었던 거에요.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이는 게 아니라 인어를 죽일뻔 했구만.

세 인어 자매들은 환하게 웃으면서 우릴 보고 손을 흔들어준 다음에 강의 물살을 따라 빠르게 사라져버렸다. 두 동생은 아직 비쩍 마른 꼴이지만 동생을 잘 챙기는 첫째가 멀쩡한 데다 아종으로 진화까지 했으니 잘 보살피겠지.

“이게 그렇게 좋은 거야?”

시야에서 사라진 인어 자매에게서 시선을 돌려 화연이를 바라보며 물었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C 클래스 물 속성 능력자라도 하루종일 물의 보호막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걸 입에 물고 있으면 제한 없이 물속에 지낼 수 있으니 좋고말고.”

그러면서 인어 자매들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아쉬움의 눈빛을 보낸다. 만약 눈앞에 있으면 배를 갈라버리고 더 찾았을 거 같다.

“너는 많은 위상 세계를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런 거다. 위상 세계에는 생각외로 물속에서 싸우는 일이 잦아. 우리 타임리버에만 물과 관련된 열 곳이 넘는 미공략 지역이 있어. 거기다 바닷가 전투를 상정해보면 사용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가지고 있다고 해서 손해가 될 일은 절대적으로 없는 거다.”

“그렇구나. 그럼 일단은 레이드 팀 기밀 금고에 넣어둘까?”

“어째서? 어차피 하나뿐이다. 서하 너처럼 단신의 무력이 뛰어난 이가 이걸 쓰는 게 효율이 가장 뛰어나.”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프랑도 화연의 말이 맞는다는 듯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어쨌든 돌아가면 펜던트 알 작은 걸 하나 더 구해서 영혼석 목걸이에 하나 더 붙이기로 했다.

그리고 목걸이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프랑은 내 목에 걸려있는 펜던트를 보더니 신중한 표정이 된다.

“서하의 마나 시브 능력으로 TP를 모아서 이형종에게 주입하면 아종이나 변종으로 만드는 건가 봐요. 그렇다면 실버 화이트 울프를 찾아서 테스트해보면 확신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실버 나이트 울프는 실버 화이트 울프의 아종이라고 했지? 프랑은 실버 나이트 울프를 본 적이 있다고 했으니 그럼 내일부터 실버 화이트 울프를 찾아볼까.”

아까 쫓아낼 땐 안보였으니까, 어쩐다, 되돌아가야 하나?

지금 양아치 이무기를 만난다면 좀 그런데…. 적어도 위상력이 2천만은 되어야 공간의 벽을 이용해서 여유 있게 상대할 수 있을 거 같고.

“똑같은 이형종을 여러 마리 잡아놓고 테스트해보는 게 좋을 거 같다. 덩달아 평범한 동물도 잡아서 실험을 해보는 것도 좋겠지.”

“아. 평범한 동물…. 예전에 일반인이던 엄마랑 아빠 눈에 TP를 한번 발라줬었는데 그것도 걱정되네….”

얼굴을 조금 찌푸리고 있으려니 프랑과 화연이가 다가와서 내 손을 꼬옥 잡아준다.

“걱정하지 마라. 네가 시하와 위상 세계에 있을 때 그랑 블루 레이드 팀 소속 전원이 정밀 신체검사를 받았었다. 아버님과 어머님도 받으시기에 특히 신경 썼었는데 검진 결과는 아무 이상 없이 건강하셨다.”

“아, 진짜? 그건 다행이다. 신경 써줘서 고마워.”

“나와 프랑이 당연히 할 일이다. 신경 쓰지 마.”

영은이도 그렇고 이렇게 착하고 배려심 많고 머리 좋은 여자들이 내 예비 신부들이라니.

“흐흐. 난 진짜 복 받은 거 같다니까.”

실실 웃으면서 화연이와 프랑의 허리를 끌어안으니 둘 다 작게 비명을 지르며 즐거워한다.

좌우에 연인들의 말랑말랑한 육체가 있으니 나도 모르게 손이 그녀들의 가슴과 엉덩이로 향하려고 해서 손에 힘을 주고 참으며 나무 밑으로 이동했다.

백팩을 놓아둔 나무 밑 그늘에 앉아 연인들과 함께 햇빛에 반사되며 눈 부신 빛을 뿌리는 강을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조금씩 해가 기울어가고 있었다.

“아, 분위기가 너무 평화로워서 넋놓 볼 거 같아.”

“위상 세계에서 이렇게 마음 놓고 있을 수 있다니…. 신선한 경험이군.”

프랑도 맑은 눈으로 커다란 강을 내려다보며 화연이의 말에 공감하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프랑과 미호가 장난치고 그 모습을 나와 화연이 구경하면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해가 완전히 지고 달과 별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바로 이동할까 했지만, 오늘은 그냥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내일 아침 일찍 귀환 포인트를 찾으면서 동시에 최하위 이형종 들을 찾아서 실험을 계속하기로 했다.

달빛이 수면에 비치며 달빛을 반사하는 모습은 한낮의 풍경과는 또 다른 서늘한 매력이 있었다. 강가라서 그런지 해가 지니 조금 서늘해지는 거 같지만 우리는 딱히 영향을 받지 않으니 이곳에 야영지를 잡아도 상관없겠지.

모닥불도 필요 없어서 적당히 나뭇가지를 꺾어와서 수북이 깔고 그 위에 바짝 마른 나뭇잎을 긁어다가 쌓아놓으니 화연이 다가와서 배낭에 있는 길고 넓은 모포를 깔아놓으니 하룻밤 자기에는 좋아 보이는 나뭇잎 침대가 생겨났다.

그리고 불침번을 서겠다는 프랑과 화연이를 말리면서 내가 익힌 3차원 지도에 관해 설명해주면서 말했다.

“나무에 시야가 전부 막혀있는데 4.5km를 감지 할 수 있는 내 공간 지각보다 더 보초를 잘 설 수 있으면 불침번 해도 돼.”

할 말을 잃고 쓰게 웃는 둘을 끌어안으니 내 품에서 화연이가 투덜거리듯이 말을 꺼냈다.

“여사님이 어째서 일에 몰두하시는지 알 거 같은 기분이다. 너와 함께 있으면 내가 무력한 존재가 되는 기분이야.”

“저도 그래요….”

“별소리 다하네. 난 솔직히 싸우는 거 말고는 잘하는 게 없는걸? 나머진 전부 프랑이랑 화연이랑 영은이가 다해주잖아.”

진심이 담긴 이야기에 프랑과 화연이도 조금 기뻐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그래도 살짝 한숨을 쉬는 게 보였다. 진짜, 싸우는 거 하나라도 잘해야지 안그럼 가장으로써 체면이 안 서잖아. 나도 나름대로 필사적이라고?

품에 두 연인을 끌어안고 선잠을 자다 보니 내 팔을 베고 자던 화연이 스르륵 일어나는 게 느껴졌다.

의아한 표정으로 화연이를 올려다보니 화연이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강가로 다가간다.

잠시 눈을 돌려 프랑을 보니 곤히 잠들어서 깨어날 기미가 안 보이고 미호는 내 머리맡에 몸을 동그랗게 말은 채 잠들어 있었다.

프랑이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팔을 빼고 화연이의 뒤를 따라가니 강가에 다다른 화연이는 포스레더 아머를 벗기 시작했다.

“뭐 하려는 거야?”

“씻으려고. 낮에 한참을 달렸고 날씨도 더워서 땀을 좀 흘렸더니 찝찝해.”

음. 나도 전력으로 달려서 땀을 좀 흘렸으니까 씻고 잘까.

화연이는 상체를 감싸고 있던 푸른색 가죽 재킷을 벗어서 뒤로 던지니 타이즈 아머로 감싸여 있는 커다란 유방이 드러나며 출렁거린다.

이윽고 나머지도 다 벗어던지니 반팔 반바지의 전신 수영복 같은 타이즈 아머만 남았다

가까이 가서 허벅지를 조이고 있는 타이즈 아머의 틈에 손을 집어넣어서 만져보니 두께가 종이보다 조금 더 두껍다. 도화지 정도인가?

“이렇게 얇은 게 판금 갑옷처럼 두껍게 변한다니. 안믿겨지네.”

“위상의 힘이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주는 기적의 에너지.”

그러면서 목의 틈에 손을 집어넣은 화연이는 힘껏 잡아 벌리고 가슴 아래로 내리면서 벗기 시작…하는데.

“속옷 안 입었어?”

달빛 아래 과장 보태서 한뼘만한 가슴에 메달려있는 두개의 봉우리와 그 끝의 정점에 침을 꼴깍 삼키면서 물었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화연이는 두 팔을 빼내고 타이즈 아머를 천천히 밀어 내리는데 하체를 감싸는 굉장히 얇은 숏팬츠가 드러난다.

“입었다.”

화연이도 흥분하고 있는건지 꼿꼿하게 선 유두와 움직임에 맞춰서 출렁거리는 유방은 바로 달려들어 주물럭거리면서 맛을 보고 싶다는 욕망에 불을 지필 정도다.

“…후후.”

자신의 몸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내 모습에 화연이는 색기가 넘치는 웃음을 띠며 한쪽 팔로는 가슴을 가리고, 다른 손으로는 숏 팬츠에 손가락을 걸어서 골반을 살살 비틀며 조금씩 벗어 내리기 시작한다.

비대칭을 이루며 화연이의 손가락에 끌려 내려가던 숏팬츠가 허벅지로 내려가며 사타구니 사이의 도톰한 살집이…!

“크앙! 못 참겠다!”

“꺄아~.”

큭…!

화연이는 평소와는 다른 요사스러운 비음을 내면서 달려드는 날 끌어안더니 슬쩍 강쪽으로 밀려난다.

“어어?”

그리고 날 꼭 끌어안더니 강물 속으로 그대로 뛰어들었다.

귀에 울려퍼지는 시끄러운 물소리와 함께 차갑고 시원한 물이 전신을 어루만지고 반대로 화연이의 피부와 닿은 부분은 따스함이 감도는 느낌이 뒷목에 소름이 돋을 만큼 자극적이다.

물 속에 잠겨 부그르르하는 소리가 귓가를 맴돌 때 눈을 뜨니 화연이의 기다란 머리카락이 새까만 잉크가 퍼져나가듯 일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날 올려다보는 화연이는, 곧 얼굴을 가까이해 입을 맞추더니 혀를 내 입안으로 밀어 넣기 시작한다.

입을 벌리니 차가운 물이 입안으로 밀려들어 오고 그 와중에 따뜻한 살덩어리가 내 입안을 맴도는 느낌은 단어로 표현하기가 힘든 느낌이다.

정적만이 가득한 달빛이 비치는 물속에서 화연이의 새하얀 나신을 어루만지니 평소와는 다른 촉감과 탄력이 손바닥에서 느껴진다.

내 입안에 들어와 있는 화연이의 혀를 괴롭히며 손을 내려 화연이의 엉덩이 구멍에 중지 끝을 살짝 집어넣었더니 화연이는 응근한 웃음을 지으며 엉덩이를 좌우로 흔든다.

나도 응근히 웃으면서 중지를 조금 더 깊게 집어넣고 다른 손은 한 손에 절반도 쥐어지지 않는 커다란 유방에 손을 뻗어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더니 화연이는 쾌락이 가슴을 찌른다는 듯이 눈을 감고 눈썹을 일그러트린다.

엉덩이 구멍 안을 헤집는 손가락에 화연이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발가락을 쭉 뻗더니 몸을 비틀기 시작한다.

차가운 물 속에서도 커지다 못해 충혈되기 시작하는 남근을 손도 쓰지 않고 화연이의 아랫입에 조준하고 단번에 밀어 넣으니 귀두가 자궁 구를 치고 올라가고 동시에 뜨거운 질벽이 어서 오라는 듯이 남근을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부글부글꼬르르륵!

삽입의 충격에 화연이는 눈을 번쩍 뜨며 입을 벌리는데 자그마한 입에서 물거품이 거세게 뿜어져 나온다. 금방 입을 닫고 두 손으로 가리기까지 했지만 잠깐 사이에 숨의 태반이 빠져나간 듯 화연이의 안색이 답답해지기 시작한다.

연신 화연이의 자궁에 노크하듯 허리를 놀리니 화연이는 두 다리를 버둥거리면서도 빨개지고 파래지는 안색으로 호흡을 억지로 참기 시작했다. 이쯤에 가슴을 움켜쥐고 있던 손을 뻗어 화연이의 손을 치우고 입을 맞춘 다음 숨을 밀어 넣으니 화연이도 다급히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잡고 내가 넘겨주는 숨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입술을 떼고 화연이의 붉어진 얼굴을 보고 웃으니 화연이는 부끄럽다는 듯이 손을 내려 날품에 끌어안고 두 다리도 들어 올려 내 허리를 감는다.

두 허벅지가 벌어지고 다리가 내 허리를 휘감은 자세 덕에 좀 더 수월하게 허리를 놀려 화연이의 꽃잎에 거칠게 삽입할 수 있었다.

내 허벅지가 화연이의 둔부를 때릴때마다 둥둥 거리는 소리가 몸을 타고 울려퍼진다.

으으. 벌써 나올 거 같아….

색다른 환경에 하는 사랑이라 사정감이 금새 올라오기 시작해서 화연이를 살펴보니 멍한 표정으로 내 입술을 핥고 빠는 모습이 절정에 다다르려면 멀은거 같다.

…나 혼자 갈 수는 없지.

화연이의 엉덩이 구멍에 들어가 있는 손가락 끝에서 TP를 뽑아내기 시작하니 두 눈을 흡 뜬 화연이는 그러지 말라는 듯이 애처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젓기 시작한다. 이리저리 일렁이는 화연이의 기다란 머리카락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 시익 웃어준다.

싫어. 같이 가는 거야!

tp에 의해 2중 자극이 시작된 화연이의 질벽은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허리를 좀 더 강하게 쳐올리고 귀두로 화연이의 쫄깃한 질벽을 맛보며 엉덩이 구멍에 삽입되어있는 손가락을 갉작거리니 내 몸을 휘감은 팔과 다리에 힘이 점점 들어가기 시작했다.

크으으!

꿈틀거리다 못해 경직되기 시작하는 화연이의 고깃구멍의 느낌에 귀두를 힘껏 박아넣고 자궁 구에 구멍을 맞춘 다음 아랫배에서 끓고 있던 정을 힘껏 쏟아붓기 시작했다

뽀그르르륵!

내 한 손에 잡힌 화연이의 등허리가 불끈거리고 엉덩이 구멍이 내 손가락을 거세게 조이더니 또다시 화연이의 입에서 물방울이 쏟아져나온다.

동시에 화연이의 꽃입은 내 남근을 거칠게 쥐어짜기 시작하고 그런 질벽의 움직임에 연신 짜릿한 쾌락을 느끼며 화연이의 주먹만 한 자궁에 푸른 정이 쏟아 붓는다.

푸른 정이 화연이의 자궁에 차오르는 것 만큼 화연이의 눈동자도 점점 넘어가며 코와 입으로 물을 들어마시기 시작하는데 허리를 움직이기 힘들정도로 질벽의 조임이 심해진다.

벌컥거리면서 화연이의 목으로 넘어가고 폐에 들어차는 물을 보다가 발밑에 공간의 벽으로 발판을 만들고 힘껏 차올려 수면 밖으로 뛰쳐나오니 두 손과 두 발로 내 몸을 끌어안고 메달린 화연이는 쿨럭케헥거리며 물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기침을 할때마다 동시에 꿀렁거리는 화연이의 구멍은 허리가 끊어질거 같은 쾌락을 주고 있었다.

“콜록, 하으응! 켈룩. 흐앙!”

기침을 하면서도 쾌감에 어쩔줄 모르는 화연이는 연신 고개를 흠칫거리고 코로 물을 마시는 바람에 쾌락과 고통이 공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벌거벗은 채 자갈밭 위에 모로 누워 내 허벅지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화연이는 쿨쩍거리면서 몸을 비비적거렸다.

“루비콘 강을 건너는 줄 알았다.”

“그만큼 좋았던 거야?”

“…틀려. 이제 쾌락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하아.”

고통도 사라지고 안정을 되찾은 거 같아 화연이의 허리를 잡아내 위로 올리며 아직도 촉촉히 젖어있는 구멍에 남근을 삽입했다.

“하윽. 아, 아직 만족 못한 건가…?”

“내가 만족할 만큼 하면 화연이 배는 빵 하고 터질 거야. 그리고 먼저 유혹한 건 화연이였잖아?”

“으읏…!”

화연이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들썩거리기 시작하니 대번에 얼굴이 붉어지며 달뜬 신음을 흘리기 시작한다. 언제나 강한척하는 화연이지만 쾌락에 녹을 때면 부드러워지는 모습에서 오는 갭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그렇게 밤하늘의 달빛을 받으며 상기된 나신을 새벽녘이 다가올 때까지 감상하며 풍랑을 만난 고깃배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화연이의 몸을 다시금 진하게 즐겼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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