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2 방학. =========================================================================
방학식을 끝내고 교실에서 선생님의 조례를 마지막으로 리디아와 세쌍둥이가 교단에 서더니 허리를 꾸벅 숙였다.
“한 달 동안 여러분들의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여러 가지를 보고 배울 수 있는 즐거운 기간이었어요.”
리디아는 고작 한 달 만에 전교생의 아이돌이란 단어가 부족함이 없을 만큼의 인기를 끌었다. 오죽하면 방학식 중에 리디아가 돌아간다는 인사를 하러 강당의 단상 위에 올라섰을 때 가지 말라고 울먹이는 아이들까지 나왔을까.
“영국에 놀러 오신다면 꼭 저를 찾아와주시길 부탁드려요.”
리디아는 진심이 철철 흘러넘치는 모습이지만 과연 영국에 간다 해도 공주한테 연락할 간 큰 녀석이 있을까 싶다.
모든 일과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여름방학이 시작되니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신난다는 표정으로 학교를 나서는 모습에 나도 돌아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더니 한고은들이 배시시 웃으면서 날 보고 있었다.
“…할 말 있어?”
“으응~? 아무것도?”
마치 악동 같은 웃음을 띠고 있는 한고은은 연신 히죽거리며 날 보고 있었고 그건 김창현이나 수유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아무튼, 여름방학 잘 보내라. 혹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전화하고.”
…마지막까지 히죽거리면서 웃는 녀석들을 보다가 이상한 녀석들이라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돌리니 리디아가 뒤따라 나섰다.
“바로 영국으로 돌아가는 거야?”
“네에.”
“그래. 잘 가라.”
돌아간다는데 뭐, 할 말도 없어서 간단하게 말을 끝맺었더니 리디아가 손을 뻗어 내 소맷자락을 살짝 잡는다.
“꼭 한번 영국에 들러주세요. 국빈 대우를 해드릴게요!”
“갔는데 막 납치하고 그러는 거 아니지?”
“후후. 그랬다가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뽑아버릴지도 모르잖아요?”
잘 아네. 리디아는 마지막까지 공주다운 모습을 보이며 살짝 묵례를 한 다음 롤스로이스 팬텀에 올라타고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흐음. 그 모습을 지켜보며 머릿속 한구석에 알라스토르의 검은 성을 새겨놨다. 언젠가 확인해봐야 할 테니까, 그땐 공주의 연줄을 잡고 부탁해볼까?
오전 11시라는 이른 시간에 그랑 블루 빌딩으로 돌아왔더니 어딘가 분주한 느낌이 빌딩을 감돌고 있었다.
일단은 집에 돌아가서 미호와 히아리드를 데리고 집무실로 넘어왔더니 화연이와 혜령이 이모가 올라와서는 손님 한 명이 와서는 아침 9시부터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누군데요?”
“수성 그룹 위상 전략실의 총책임자에요. 일단 한번 만나보시는 걸 권해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세요?”
“이모가 권해주는데 만나봐야죠. 뭐 때문에 온거래요?”
“후후. 어제 밤새도록 홍보팀이 PR 영상 샘플을 제작해서 각하께 샘플 영상을 가장 먼저 보내드렸는데, 그걸 각하께서 비공개 루트로 몰래 돌리셨나 봐요. 아침 일찍 위상전략실의 부회장이 찾아온 걸 보면 아주 멍청하진 않나 보네요.”
“헤에. 반응이 즉각적이네요. 현재 분위기가 어떤지도 알 수 있어요?”
“그랑 블루의 마스터는 괴물인가?!”
“…네?”
“딱 그런 반응이에요. 쿡쿡.”
“하하…. 그럼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서하는 어떡하고 싶지?”
화연이는 주름이 약간 진 검은색 정장 바지를 펴며 물었다. 음…. 어떻게 하고싶냐니?
팔짱을 끼고 잠시 고민해봤는데, 나는 받은 거에 곱해서 되돌려주는 게 좋거든. 그렇다고 눈에 거슬린다고 사람 죽이면서 막 나가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해도 저번에 찾아온 느끼하고 짜증 나는 차장은 좀 조져주는 게 좋을 거 같다. 너무 봐줘도 날 호구로 볼 테니까.
“대충 찾아온 걸 보면 꼬리 내리기로 봐야하나?”
“그래. 부회장이 직접 찾아온 걸 보면 확실할 거다.”
“와아. 이희용은 대기업 총수의 손자네요. 그런 사람이 직접 찾아오다니, PR 영상이 제대로 나왔나 봐요?”
휴대폰으로 수성그룹 위상전략실의 부회장이 누구인지 찾아보던 프랑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감탄하면서 혜령이 이모에게 물었다.
“오기 전에 샘플 영상을 한번 봤는데, 마스터께서 주셨던 하늘 섬 영상을 합쳐서 만든 게 아주 기가 막혔어요. 이게 발표된다면 일대 파란이 일어날 거에요.”
혜령이 이모는 프랑의 말을 듣더니 뿌듯하고 감탄 가득한 표정으로 날 보며 설명해줬다.
좋아. 적당히 찔러보고 반응을 보자. 굽히고 들어오면 백지태인지 백태인지만 조지는 쪽으로 하고 나머진 생각해봐야지.
“그럼 내가 대충 이야기하면서 찔러볼 테니까 반응 보면서 화연이랑 혜령이 이모가 적당히 조율해주세요.”
“알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올라오라고 하세요.”
그러고 잠시 내 옷차림을 봤는데, 평범한 캐주얼 차림이다. …뭐 격식 차리고 싶은 상대도 아니니까 이대로 만나야지.
히아리드는 자기 키만 한 이름 모를 풀이 자라있는 화분 옆에 서 있었는데 이리 오라고 손짓해서 상석에 앉은 내 뒤에 세웠더니 프랑이 히아리드를 밀어내고 자기가 섰다.
“…히아리드 세워서 위압감을 주려고 했는데.”
내 말에 프랑은 입을 삐죽 내밀고는 자리를 비켜주며 조금 멀찍이 떨어져 공중을 둥둥 떠다니기 시작한다. 그리고 무릎 위에는 미호를. 좌우에는 화연이와 혜령이 이모를 앉혀놓고 기다리고 있다던 손님을 불렀다.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수성 그룹 위상 전략실의 부회장 이희용이라고 합니다.”
굉장히 준수한 30대 초반의 미남이 들어와서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호감 가는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꾸벅 숙였다. 이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부회장이라니, 낙하산일까 능력이 있는 걸까.
이번에도 첫인상이 개판이었으면 가만 안 있었을 텐데 이번은 시작이 나쁘지 않아서 일단은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어제는 위상전략실의 이상한 차장이 와서 속을 박박 긁고 가시더니 오늘은 부회장께서 오셨네요. 무슨 일로 오셨을지 겁나는데요.”
“그 일은 사과드리겠습니다. 백지태 전 차장의 행동은 저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어서 대처가 늦었습니다.”
전 차장? 전前 차장이란 말은 쫓겨났다는 건가. 쫓아내는 걸로도 부족한데.
“제 능력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던 건 아니고요?”
그 순간 살짝 흠칫하는 걸 포착했다. 공간 지각으로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지 않았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거다.
“맞군요. 우선 앉으시죠.”
내가 일어설 때 같이 일어선 화연이랑 헤령이 이모는 내가 앉는 모습을 보고 자리에 앉고 이희용 부회장이라는 남자는 안색이 어두워지며 자리에 앉았다.
이희용 부회장은 내 뒤의 히아리드나 집무실 공중을 유영하듯 떠다니는 프랑에게 눈길을 줄 법도 한데 시선을 돌리지 않고 오직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은 혼자 오셨네요?”
“저희가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저 혼자 들어왔습니다.”
대기업의 부회장이라면 의례 보일법한 권위의식이나 자존심 같은 건 전혀 안 보인다. 드라마에서 보던 막장 모습은 되려 어제 온 백지태가 잘 보여줬지.
이희용의 절도 있으면서 예의 바른 모습을 보다가 혜령이 이모를 돌아보니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어떤 걸 보여주시려는 건지 궁금하네요.”
대기업의 부회장이라면, 평범한 사람이라면 명함만으로 졸아들 법하겠지만 솔직히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존재들을 여럿 보다 보니 이런 직책을 가진 사람에게는 조금도 긴장감이 들지 않는다.
거기다 나한테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아니다 보니 이런 사람들을 대하면서 내가 긴장해야 할 이유도 없는 거 같고.
그러다 보니 대하는 태도가 좀 가벼워지는 거 같다. 이건 고쳐야 하려나.
“본심을 말씀드리자면, 저희 수성 그룹 위상전략실에서는 그랑 블루 마스터의 능력에 의구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또한, 화랑의 박지웅 보스 뒤에는 대통령께서 버티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죠. 무엇보다 타임리버의 유화연 보스께서는 현 대통령의 자녀분이 아니십니까. 그래서 이번에 생기는 그랑 블루 레이드팀은 정부에서 재계에 손을 뻗쳐 질서를 흩트리려는 침략 행위가 아닐까 의심을 했었습니다.”
호오…. 그렇게 생각도 되네.
그래서 어쩌라고.
꼬우면 늬들도 대통령 빽을 만들어두지 그랬어.
“그러니까 전 바지사장이고 실세는 유영은 여사님으로, 여사님이 대한민국을 무력으로나 재력으로나 권력으로나 전부 여사님 마음대로 쥐락펴락하기 위한 음모의 일환이었다…. 이렇게 생각하신 거에요?”
“그렇습니다.”
“그래서요?”
이희용 부회장은 그제서야 내 뒤에 무표정으로 서 있는 천사 같은 외형의 히아리드를 본다.
“…믿기 어렵습니다만. 발신인 불명의 그랑 블루 PR 샘플 영상을 본 순간 여태까지 해왔던 예측을 전면 철폐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겨우 영상 하나를 보고 협회까지 만들고 그 뒤를 후원하는걸 중단한다고요? 협회를 만드는데 꽤 돈이 나갔을 거 같은데요. 기왕 만들어둔 거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는 식으로 건들어보시지.”
피식 웃으면서 살살 이희용 부회장의 성질을 긁을법한 이야기를 해주니 이희용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진다. 좀 있다 한숨도 나올 거 같다.
“약 2조가량의 순지출이 일어났습니다. 무엇보다 정서하 마스터의 능력을 확인한 순간 한 가지를 저희 임원단은 깨달았습니다.”
“어떤 걸 깨달으셨죠?”
이야기를 듣다 보니 참 지들 멋대로라는 생각이 든다. 그 생각이 얼굴과 목소리에 나타나는지 이희용 부회장이 흠칫하는 게 보인다.
“각하의 음모론 같은 건 애초에 없었고 오히려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는 고위 이형종 전문 레이드 팀을 만들고 고위급 위상석을 생산하는 게 그 목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정서하 마스터의 능력은…. 그저 대리로 내세울 정도의 능력이 아니었습니다.”
“그 영상이 조작일 수도 있잖아요? 그쪽은 의심하지 않으셨나요?”
“…의심하기에는 너무 명확한 증거가…. 있었습니다. 정서하 마스터의 집무실에 들어오기 직전에 받은 문자에서는 영상의 조작 가능성은 0%라고 되어있었습니다. 영상의 조작 판별에 대가라고 불리는 신뢰할만한 곳의 의견이라 믿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음. 계속 신경을 건들여보는데 초지 일관된 자세만 보여준다. 회장의 손자가 굽히고 들어오는걸 보면 내 능력에 속 좁고 뒤끝이 강한 인간이 나라는 소식도 접한 건가.
“그래서요?”
“한 가지만 여쭈어봐도 될는지요.”
“하세요.”
“위상석 정제 공장을 세우실 생각입니까.”
이야, 어떻게 저기까지 생각한거지? 그냥 찔러본 것도 아닌 거 같은데 저게 저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이라면 꽤 대단한 사람일 거 같다. 화연이도 혜령이 이모도 살짝 감탄한 표정이다.
공장에 대해서 말할까 말까 혜령이 이모를 바라보니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요. 위상석 정제 공장을 세울 생각이에요.”
“…협회는 해산하겠습니다. 보이콧 선언도 철회하고 관련된 일도 공식적으로 사과하겠습니다.”
“그러니 정제 공장은 재고해달라? 만들어도 제대로 기동 못할 수도 있잖아요?”
실실 웃으면서 눈을 감고 몸에 마나 시브를 집중시키면서 은근히 압박을 주기 시작하니 이희용 부회장의 보기 좋게 다듬어진 눈썹 끝이 파르르 떨린다.
“정서하 마스터가 직접 나선다면 TP의 양으로 따졌을 때 국내 랭킹 1위에서 5위가 1년간 수집할 양의 위상석을 그랑 블루 마스터께서는 석 달이면 수집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진심입니다. 그러니 시험하는 말씀은 그만둬주십시오. …반려해주신다면 적지 않은 배상을 하겠습니다. 아니, 배상도 하겠습니다. …모쪼록 반려를 부탁드립니다.”
그의 반듯한 이마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흐른다. 보상이 아니라 배상이라고 하는 데서 정말 진심이라는 게 느껴졌다.
화연이를 보니 살짝 고개를 젓는다.
“우습네요. 오늘 귀국한 영국 공주에 대해서 알고 계신 게 있나요?”
“…유학을 핑계로 정서하 마스터에게 접근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가기 전에 이야기를 하더군요. 영국 여왕한테서 몸을 써서라도 절 회유하라는 연락을 받았었다고요. 영국이 보여주는 반응과 우리나라 기업들이 보여주는 반응이 왜 이렇게 다른 걸까요.”
“…….”
“저희는 이대로 갈 겁니다.”
“정서하 마스터!”
“청궁도 무화령도 전용 위상석 정제소를 가지고 있잖아요? 그보다 거대한 우리가 정제소가 없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아니, 오히려 타임리버와 화랑이 정제소가 없었다는 게 이상한 거였죠. 그래도 다행인 줄 아세요. 직접 와서 마음을 다한 사과를 하셨으니까 제가 직접 나서는 일은 없을 거에요.”
“무….”
“절 죽이려던 옆 나라를 박살 내기 전에 국내에 절 우습게 보고 판을 깔려던 것들부터 먼저 쓸어버리려고 했거든요. 돈으로 절 겁박했으니 저도 돈 지랄이라도 해서 여러분들을 핍박해보려고 했는데….”
“…….”
손가락을 위로 살짝 뻗어, 리디아에게 보여준 큐브를 무수히 중첩하며 원형처럼 보이게 만들었더니 중심은 불투명한 진갈색에서 외곽으로 나올수록 투명해지며 맑은 호박색을 띠는 동그란 공간의 벽이 만들어졌다.
그걸 이희용의 눈앞에 보여주니 이희용 부회장의 목울대가 꿀꺽하고 넘어간다.
“제가 직접 나서진 않을거에요. 그러니까 여사님이 꽤나 뿔이 나셨던 거 같은데 그쪽으로 잘 대처해보세요. 여사님이 이러이러하게 하자고 하면 전 거기 따를 생각이거든요.”
“네….”
옥죄인 목소리로 힘겹게 한마디를 내뱉은 이희용은 안색이 창백해진 채 고개를 푹 숙였다. 마나 시브를 전신에 집중한 내 모습이 좀 보기 비정상적이긴 하지.
마나 시브를 풀고 눈을 뜨면서 1단계 힐링 웨이브를 발사했다.
“?!”
“돌아가세요. 그리고 제가 화나서 날뛰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도 해보시고요. 지금까지 대외적으로 화난 모습이 나간 적이 없어서 절 우습게 보는 거 같은데, 이번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일이 조만간 벌어질 테니 그때 눈 똑바로 뜨고 보시는 것도 괜찮겠네요.”
웃으면서 이희용 부회장을 똑바로 바라보니 허탈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인다.
“…알겠습니다.”
“아 참.”
힘없는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는 이희용 부회장을 불렀다.
“어제의 백지태 차장은 참 사람 기분나쁘게 했는데, 길가다가 그 사람을 보면 수성이 더 싫어질거 같아요.”
“그 점은 저희가 확실히 처리해두겠습니다. 그부분에 대해서는 다시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눈에서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걸 포착했다. 흐흐흐 백지태 전 차장씨, 몸 조심해야겠는걸.
“아 그리고 저희가 돈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죠?”
품에서 충전 중이던 고위급 위상석 몇 개를 꺼내 공중으로 집어 던졌다 받으면서 실실 웃었더니 이희용 부회장의 표정이 처음으로 확연하게 무너졌다.
“헉….”
어쩐지 기분이 짜릿한데.
“이게 전부가 아니라고요?”
“…잘….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내 손바닥 위에서 통통 뛰어오르는 고위급 위상석을 본 이희용 부회장은 혼이 빠질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어깨에 힘이 조금 빠진 모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버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혜령이 이모는 시선을 돌려 복덩이를 보는 눈빛으로 날 본다.
“어휴…. 우리 마스터는 18살인지 38살인지 종잡을 수가 없네요.”
“네?”
“팩트만 골라 압박 화법을 구사하시다니, 옆에 있던 저도 침이 절로 넘어갈 만큼 압박감이 느껴져서 조금 떨렸는데 당사자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압박 화법이 뭐에요? 전 그냥 전부 진심이었는데.”
“…박살 내겠다는 것도요?”
“당연하죠. 원래 깝치지 못하게 하려면 저항은 생각도 못 할 정도의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는 수뿐이잖아요? 저렇게 굽히고 들어오지 않았으면 가만 안 뒀어요.”
이제 그럴만한 힘도 능력도 있으니까.
혜령이 이모는 담담하게 말하는 날 보더니 음흉한 웃음을 짓기 시작한다. 아니, 다들 왜 이래? 김표충 부장도 저러더니.
“이야~ 마스터가 저희 마스터라서 정말 다행이네요. 진짜루요.”
혜령이 이모의 이야기를 듣던 화연이는 웃으면서 내 뺨을 살짝 쓸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마스터는 이 정도니까 따로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요. 우리는 8월 1일 발족식에 힘을 쓰면 되겠습니다.”
“정말이에요!”
혜령이 이모는 활짝 웃으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어제 김표충 부장의 뒷모습이 생각날 정도로 기분이 좋아 보이는 모습이다.
“아, 혜령이 이모 남편은 미국에서 돌아왔어? 내 회복 능력이 질병 치료도 가능한지 확인해봐야겠는데.”
하는 김에 강주찬의 동생도 불러서 확인해봐야겠다.
“물어보지.”
“응. 한국에 와있으면 우리 빌딩에 병원으로 오라구 해.”
“그래.”
화연이는 나가려다 말고 발걸음을 돌리더니 나에게 다가와서는 진한 키스를 해왔다.
조금 당황스럽지만 스킨십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라 자두 맛이 나는 혀를 씹고 깨물어주며 잠시간 키스에 응해줬더니 잠시 후 조금 상기된 얼굴로 사랑이 넘치는 눈빛을 하더니 싱긋 웃으면서 내 머리를 한번 쓸어넘겨 주고는 다시 나가버렸다.
가끔 이해가 안 가는 모습을…. 갑자기 내 시야를 가득 채우는 프랑의 얼굴을 보며 놀라는데 프랑도 내 입술을 덮쳐왔다!
진짜 왜들 이래?!
============================ 작품 후기 ============================
자취생의 친구가 천x 볶음밥이라길래 시험삼아 사먹어봤는데 도저히 990원짜리라고 믿겨지지가 않는 퀄리티더라구요.
종종 편의점 도시락 사먹었었는데 앞으로 이거나 사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갈릭 라이스를 전자렌지에 돌려서 데우고 짜파x티 1개 끓여서 올렸더니 중국집 짜장밥보다 더 맛있더군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