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210화 (210/517)

00210  자기 PR의 시대  =========================================================================

“정서하 마스터.”

모든 촬영이 끝나고 돌아가기 위해 각종 촬영 자재들이 분해되어 차곡차곡 실리는 걸 보고 있는데 깐깐 아줌마 과장이랑 차훈 팀장이 다가왔다.

“당신의 능력은 정말 신의 편애를 받았다고밖에 볼 수 없군요.”

깐깐 아줌마의 말을 듣자마자 1회차에서 15일간 겪은 일이 떠올라서 속으로 인상을 찌푸렸지만, 내 능력은 내가 봐도 사기니까 겉으로 표시는 내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당연히 당신의 보좌진들이 어련히 하지 않겠냐 싶지만, 그래도 한마디 해줘야겠어요.”

“뭔데요?”

“아까도 말했지만, 당신의 평판은 능력과 비교하면 과도하게 얕보이는 편이에요.”

담담하게 말하는 모습이지만 내용은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 하지만 그게 사실인지 차훈 팀장도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위상 세계와 관련이 없는 일반인들은 어찌 됐든 좋다는 분위기입니다. 그저 강대국의 고위 랭커들과 비슷한 존재의 출현이거니 하는 상황이지요.”

“차훈 팀장님 말씀대로예요. 하지만 위상 세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이들이나 각 국가의 수뇌부 정도 되는 사람들은 당신의 능력을 강하지만 자신의 손에 쥐고 휘두르기 적합한 무기 정도로 생각할 확률이 매우 커요.”

그리고 알겠냐는 듯이 안경테를 살짝 밀어 올리며 날 본다.

“그런 분위기는 당신은 물론이고 국가에도 해가 되면 해가 됐지,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러니 증명하세요. 당신의 가치를, 당신의 존재감을. 권력자와 재력가들이 넘볼 수조차 없을 압도적인 강력함을 그들에게 각인시켜 보이세요.”

…그 말을 남긴 깐깐 아줌마 과장은 할 말 다했다는 듯이 휙 돌아서서 올림머리를 흔들며 사라졌다.

“상위 이형종은 공략법이 나와 있는 타입일 경우 현존하는 B 클래스 상위권의 능력자라면 정서하 마스터와 같은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잡을 수는 있습니다. A 클래스라면 당신의 검증 영상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A 클래스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면서요.”

“매스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뿐, 해당 능력자들은 각 국가가 애지중지하며 레이드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제 예상일 뿐이지만 이번 PR로도 당신의 가치를 세상에 확실히 보여주기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그건 정서하 마스터의 싱크탱크들이 생각해야 할 문제겠지요. 정서하 마스터의 실제 능력보다 알려진 이미지는 확실하게 과소 평가되고 있습니다. B 클래스에 올라선 지금, 확실한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다면 뒷수작을 부려올 나라는 얼마든지 있다는 게 박유희 과장과 저의 판단입니다.”

보좌진, 싱크 탱크인가….

“조언 감사해요. 돌아가면 진지하게 상담해봐야겠네요.”

“우리 한국 지부는 정서하 마스터가 전 세계 능력자의 최정상에 서길 바랍니다.”

차훈 팀장은 마지막까지 무표정을 유지하며 살짝 상체를 한번 숙여 보이며 되돌아갔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깐깐 아줌마, 박유희 과장과 차훈 팀장에게 들은 이야기를 곱씹었다.

그런데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걸 내 뒤에서 모두 들은 프랑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내 팔을 껴안고만 있었는데…. 앞에서 운전하는 누나는 무슨 일이 있었나 궁금해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백미러로 날 힐끔거리고 있었다.

그랑 블루 빌딩에 도착해서 내려 내 집무실로 올라가면서 누나한테 발족식이 어떻게 진행되어가는지 물어봤다.

“오늘이 24일이구 8월 1일까지 일주일 남았어. 팀의 편성과 마지막 조직 다듬기에 들어갔으니까 8월 1일에는 차질없이 발족식이 거행될 거야.”

“응…. 알았어.”

“박유희 과장님에 차훈 팀장님이랑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누던데 그 사람들한테 안 좋은 이야기라도 들은 거야?”

궁금해하는 누나를 보며 잠시 어떻게 이야기할까 생각해보다가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내 능력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능력에 비해 평가가 낮대. 먹기 좋아 보이는 떡처럼 보인다고.”

“…다른 나라 수뇌부급들이 그렇게 생각한대?”

“그 두 사람이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으니까 그렇겠지. 누난 모르고 있었어?”

“응…. 그쪽 계층 이야기는 평범하게는 알 수 없으니까.”

두 손을 허리춤에 올리고 잠시 발끝으로 엘리베이터 바닥을 두드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도 보좌진을 만들어야 할까? 아니면 싱크탱크라는거나.”

“이제 너라면 두뇌집단을 갖출 때가 되긴 했지. 응…. 앗, 나가볼게. 방금 이야기한 것도 좀 생각해볼 테니까!”

36층에 도착하니 누나는 쌩하고 달려가 버렸다. 그 후에 40층에 도착해서 내 자리에 앉아 어떻게 해야 나에 대한 인식이 "저 새끼, 건들면 좆된다."라는 식으로 바뀔까?

정치판에는 정치 괴물들이 살고 재계에는 가족들마저 잡아먹는 마귀들이 득실거린다고 영은이가 그랬었다.

그런 괴물들을 상대하려면 아주 눈만 마주쳐도 겁먹고 부들부들 떨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현실에서 힘을 보여주려 해도 잘해야 아주 가끔 중상위 이형종 들이 나타날 뿐이니까 힘을 보여주긴 힘들지.

역시 히아리드 저걸 써야 하나? 혜령이 이모한테 히아리드에 관한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있냐고 물어봐야겠다.

삐리리리릭.

“헙.”

손을 뻗어서 인터폰을 집으려 하는데 갑자기 벨이 울려서 깜짝 놀랐다! 속으로 한숨을 쉬며 인터폰을 집어 드니 언젠가 한 번 들었던(귀축이라고 부르던!) 비서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스터. 수성 그룹 위상전략실의 백지태 차장께서 방문하셨습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수성 그룹? 우리나라 재계 1위 그룹이잖아? 위상전략실이라는 단어로 봐서는 위상 세계랑 관련된 곳인가 본데 그놈들이 갑자기 왜 날 찾아오지?

날 못마땅해하는 놈들일 텐데 뭔 개소릴 지껄이려고…. 아니, 박유희 과장 이야기라면 날 우습게 보고 찾아온 거겠지.

“…다른 곳과 통화 중이라 바쁘니 기다리라고 전해주세요.”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들은 청궁과 무화령을 뒤에서 조종하는 그룹 중 한곳이지.

화연이는 혜령이 이모랑 능력자 연합에 갔다. 영은이는 문자 답장이 없는 걸 봐서는 바쁘겠지. 프랑은….

내 옆에 서 있던 프랑은 내가 올려보니 마주 내려다보면서 고개를 갸웃한다.

“저들이 찾아온 이유는 보이콧과 관련해서 찾아온 거겠지?”

“십중팔구는 그렇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사장이나 부사장도 아니고 차장이 찾아온 걸 보니 서하를 어지간히 우습게 봤나 봐요.”

음. 그런가. 프랑의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화가 난다.

일단 화연이랑 영은이랑 혜령이 이모한테 수성 그룹 위상 전략실의 차장이란 사람이 날 찾아왔다고 문자메시지 보내주고…. 누나한테는 전화를.

[응. 서하야.]

“지금 35층에 수성 그룹에서 나온 사람이 찾아왔어. 통합관리부장으로서 어떻게 생각해?”

[…당장 올라갈게.]

굳은 목소리의 누나와 전화를 끝냈더니 문자가 동시에 여러 통이 들어오는지 코코코콕 하면서 인증기가 내 피부를 찌르기 시작한다.

확인해보니 화연이랑 혜령이 이모는 누날 불러서 같이 만나라는 이야기였고 영은이한테는 한 통도 오지 않았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누나가 김표충 부장과 함께 내 집무실에 들어섰다.

35층의 비서관에 전화를 걸어서 찾아왔다는 손님들을 올려보내라 하고 접대 소파의 상석에 앉아 기다렸다.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열리면서 정장을 입은 3명의 남자와 1명의 여자가 들어왔는데 그중 가장 앞에 선 40대 남자는 솔직히 얌생이같아보여서 보자마자 기분이 나빠졌다.

그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백지태는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내 쪽으로 와서는 손을 내민다.

손을 내민 40대 남자는 머리카락을 올백으로 넘겼는데 빛을 받아 번들거리는 모습이 어쩐지 보기 싫다는 느낌이 들었고 뒤에 선 30대 초중반의 두 남자와 20대 후반의 여자 한 명은 무표정하게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랑 블루의 정서하 마스터. 저는 수성 그룹의 위상 전략실 차장인 백지태라고 합니다.”

…내가 지놈이랑 동등한 위치라는 건가?

악수하자는 표현인 거 같은데 기가 차서 백지태가 내민 손을 힐끔 보고 그의 얼굴을 무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실쭉 웃더니 손을 물린다.

“이분은 저희 그랑 블루의 마스터이신 정서하님. 그리고 앞의 여성분은 통합관리부장으로 계시는 정시하님이십니다. 저는 사업지원 1팀의 김표충 부장이라고 합니다.”

일단 대응은 누나와 김표충 부장이 하기로 하고 나는 옆에서 지켜만 보기로 했는데, 백지태는 나와 누나, 김표충 부장 순으로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연다.

“과연 그랑 블루의 보스께서는 위상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능력자다운 모습입니다.”

뭐가 능력자다운 모습인지 모르겠지만 백지태의 표정을 보니, 날 처음 봤을 때의 깐깐 아줌마 박유희 과장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겠다.

“저희는 한 분의 마스터와 두 분의 보스 체계로 갑니다. 호칭에 주의해주시길.”

“훗.”

…백지태는 느물느물한 웃음을 지으면서 날 보는데, 대체 뭘 믿고 저런 모습을 보이는 건가 갑자기 궁금해진다.

“앉으시죠.”

계속 마주 보고 서 있기도 싫어서 자리에 앉으니 누나와 김표충 부장도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고 뒤따라 백지태도 피식거리면서 자리에 앉는다.

뒤에 세 사람은 병풍인가. 자꾸 재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저들의 속셈이 눈에 보여서 편견이 쓰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수성 그룹 위상전략실이라면 청궁의 서포트만해도 바쁘실 텐데 여기까지 어인 일로 찾아오신 것인지 궁금하군요.”

김표충 부장은 굳은 표정을 풀며 입을 열었는데, 백지태는 김표충 부장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피식거리면서 날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런 이런, 아직 어려서 그런지 대화를 시작하는 법을 모르는군요. 이런 어린애를 보스로 내세우다니, 실세는 따로 있는 거 아닙니까?”

이죽거리는 백지태의 모습에 김표충 부장은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지만, 곧 백지태를 보며 시익 웃더니 입을 연다.

“마스터? 수성 그룹 위상전략실 차, 장, 님께서는 할일없이 찾아오셨나 봅니다.”

“그래요? 어처구니없군요. 그럼 돌려보내세요.”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니 누나와 김표충 부장도 일어나며 백지태를 내려다본다. 그 모습이 예상외인지 우리를 멀뚱거리면서 올려보다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연다.

“허허. 이런 반응을 보여도 되는 건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입을 여는 백지태의 모습에 눈을 감고, 되도록 무감정하게 들리도록 말했다.

“당신들이 어쩌든 저쩌든 손님으로 찾아와서는 그따위 모습을 보이는 거에서 할 말은 없습니다. 나가세요.”

“…2위와 5위가 통합하고 뒤에 정부를 내세운들 우리를 무시하고 얼마나 잘나갈 거라 생각합니까?”

담담한 내 모습에 그제서야 여유가 사라지는지 백지태는 안색을 굳히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뭘 잘했다고 노려봐? 콱 그냥.

“이미 청궁과 무화령을 비롯해 수십 곳의 중소형 레이드 팀이 손을 잡고 그쪽의 횡포에 대항하기 위해 모여 연합을 구축한 상태입니다. 우리 수성 역시 NG 그룹과 협조관계를 구축했으며 그런 연합을 지원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끝마친 상태입니다.”

“그래서요?”

누나는 무표정으로 백지 태를 똑바로 바라보며 짧게 입을 여니 백지태도 굳은 안색을 펴며 입을 연다.

“…당신네는 고작 2위와 5위의 연합일 뿐입니다. 재계에 연줄조차 없는 당신들이 우리를 거스르고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겁니까! 더이상 긴말 하지 않겠습니다. 이대로 합병을 계속 추진한다면 수성에서는 좌시하지 않으며 각종 수단을 통해 여러분들의,”

이게 지금 말이야 방구야 하는 표정으로 김표충 부장은 허허 웃기만하다가 백지태의 말을 끊으며 입을 열었다.

“그 수단이라는 게 보이콧과 능력자 연합에 저희 마스터에 내려진 특혜를 취소하라는 항의 서한을 보내는 건가요?”

“10대 후반에 자질이 뛰어난 B 클래스 능력자를 마스터로 내세운들, 그것이 어디까지 통하리라 생각하시는겁니까. 레이드 팀의 명맥이라도 유지하고 싶다면,”

“더럽게 쫑알거리는군요. 그러니까 우리 그랑 블루가 댁들로서는 목에 가시가 걸린 것마냥 껄끄럽고 위협이 될 거 같으니 합병을 어떻게든 막아보려 그러는 거 아닙니까? 결정권도 없을 차장이 이런 모습으로 찾아온 것만 해도 웃기고 우리 마스터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그딴 반응을 보이는지 생각만 해도 속 터지는데 거기다 말도 안 되는 협박을 들으니 기가 막히다 못해 코까지 막힐 지경입니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비릿하게 웃으면서 말하는 김표충 부장의 모습은, 내가 봐도 얄미운데 백지태가 보기에 얼마나 열 받을 모습일까.

“정말 끝까지 하실 생각인 겁니까!”

“그 말, 며칠 뒤에 다시 할 수 있나 보겠습니다. 직급이 차장이니 윗분들께 팽이나 당하지 않게 조심하시죠? 큭큭”

와아. 무진장 성질 긁는 모습이다. 되게 사악한 모습이라 나도 누나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김표충 부장을 보고 있는데 반대로 백지태는 김표충 부장을 보며 얼굴이 뻘게지더니 울화를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숫제 이죽거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니 이빨까지 부드득 갈다가 홱 돌아나가 버렸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연신 이빨을 뿌드득 가는 모습을 보니 이해가 잘 안 간다.

오전에 하늘에 터진 것도 못봤…. 아, 봐도 내가 한 거라고 연상을 못 했겠군. 그래도 너무 멍청한데.

“저렇게 멍청해 보이는 사람이 차장에, 찾아와서 하는 짓이 협박이라니, 저게 보통인 건가요?”

“근래에 들어 대기업의 차장 자리가 원래 그렇습니다. 실력과 능력보단 손바닥 비비고 줄 잘 서서 오르는 직책이죠. 아랫사람들을 혹사시켜 성과를 내게 만들고 그 성과는 자신의 것으로 포장해서 올리고 자신의 실수는 아랫사람에게 전가하며 그룹의 힘이 곧 자신의 힘인 양 으스대는 소인배들이죠.”

쓰게 웃으며 막힘없이 설명하는 김표충 부장의 모습이 어쩐지 잘 아는 거 같아 물어봤다.

“그래서 알아서 길 거라 생각하고 날 찾아온 거군요. 그런데 김표충 부장님은 그걸 어떻게 잘 아시는 거에요?”

“자신의 회사에 자부심을 품고 수십 년간 집안일도 돌아보지 않고 정열을 바치시더니, 윗대가리의 실수를 혼자 뒤덮어 쓰고 모든 걸 잃은 채 회사에서 쫒겨나신분이 저희 아버지십니다.”

…우와.

“그리고 그 회사가 수성 그룹이죠.”

우와….

“저는 마스터와 우리 아리따우신 통합관리부장만 믿고 확 질러버린 겁니다? 뒷일 책임져주시는 거 맞죠?”

김표충 부장은 익살맞게 웃으면서 나와 누나를 번갈아 보는데 누나도 그 모습이 웃긴지 손으로 입을 가리며 후후하고 웃는다.

“가시기 전에 제가 시켰다고 하고 대외홍보팀 가서 PR 영상 샘플 한번 보세요. 그래도 걱정되면 뭐 집에 가서 이불 뒤집어쓰고 숨어있으면 되겠네요.”

“어이쿠. 정말 그래야 할지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충성!!”

김표충 부장은 어쩐지 속이 후련한 모습으로 과장되게 경례를 하더니 룰루랄라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버렸다.

누나는 김표충 부장의 뒷모습을 잠깐 바라보다가 날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아마도, 저 차장이라는 사람은 호기에 넘쳐서 혼자 찾아온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웃대가리들한테 잘 보이려고 과잉 충성심에 스스로 찾아온 거란 말이야? 그럼 뒤에 있는 세 명은 뭔데?”

“김표충 부장님의 말씀대로 죄를 전가할 사람들이려나.”

정말 그게 사실이면 진짜 인간성 저질인데. 그때 인증기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는데, 발신인이 영은이다.

“네, 여사님.”

[서…! 으음. 후우우.]

어째 벌개진 얼굴로 홀로그램 창이 뜨자마자 소리를 지르려던 영은이는, 내 옆에 있는 누날 보더니 애써 숨을 고르고 얼굴에 미소를 띠더니, 살벌한 미소로 날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수…성 그룹에서 한 마리가 찾아갔다는 문자를 이제 봤단다. 어떻게 됐니?]

한 마리….

“위상전략실의 백지태 차장이라면 김표충 부장이 혼내서 쫓아 보냈어요.”

그리고 나눈 대화를 대강 요약해서 알려주니 으드득 하는 무시무시한 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빨 상해. 요.”

[후우. 볼썽사나운 꼴을 보였구나. 미안해? 아무튼, 그 작자와 나눈 대화, 혹시 영상 기록해뒀니?]

어…. 안 했는데. 근데 옆에 있던 누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잘됐구나. 아줌마 인증기로 그 영상 좀 보내주겠니? 그리고오. 낮에는 바빠서 전화 못 해줘서 미안해~? 지금 마지막 손을 쓰는 중이라 조금 바빠서 그랬어.]

“응. 알아요.”

[후우. 그래고 그자들은 걱정하지마렴. 아주 비리란 비리는 싹 털어서, 협회? 그 웃긴 놈들을 다 털어버릴 테니까!!]

…영은이는 분노의 샤우팅을 마지막으로 인증기를 종료했는데, 갑자기 수성이랑 청궁들이 불쌍해진다.

뭔가 잔뜩 스트레스받은 모습이었는데 나중에 찐하게 안아줘서 스트레스를 풀어줘야겠다.

============================ 작품 후기 ============================

선거철만되면 튀어나와서 확성기 끼고 꽥꽥거리는 사람은 극혐....

새벽까지 글쓰다가 새벽 5시에 잠들었는데 아침 9시에 확성기 소리에 깨서 이러는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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