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5 돌아왔다!! =========================================================================
위상 세계를 빠져나올 때 터져 나오는 빛이 최고의 공격 능력인 거 아냐? 전신에 마나 시브를 집중하고 마나 모드 - 가속까지 하고 있었는데 이놈의 눈부심은 막아지질 않네!!
출렁거리는 위상력을 느낌과 동시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 쏟아져 들어온다. 그리고, 따뜻하고 보드라운 여체가 내 품에 안겨오며 그토록 그리웠던 사과 향의 체취가 콧속 깊이 들어온다.
몸에서 마나 시브를 풀고 가속 모드도 종료하며 15일간 그토록 보고 싶고 만지고 싶었던 여인을 품에 끌어안는다.
“서하!!”
“많이 기다렸지?”
“흐윽. 죄송해요, 죄송해요…!”
프랑은 날 껴안고서는 눈물을 흘리면서 계속 사과를 하고 있었는데 반응이 좀 당황스럽다. 왜 사과하는 거야? 사과라면 말도 없이 사라진 내가 해야 하는데.
“뭐가 죄송해?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그만 울어. 응?”
울먹이는 프랑의 등을 토닥이면서 공간지각으로 주변을 살펴보니 경호부원들과 경비대원들이 나랑 프랑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등을 이쪽으로 향하고 시선을 바깥으로 향하는 모습이 내가 귀환할 장소를 지키고 있었던 모양이다.
가슴팍에 느껴지는 프랑의 가슴 감촉에 서서히 거시기에 피가 몰리기 시작한다. 훌쩍거리는 프랑을 품에 안고 뒷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등을 토닥이면서 한동안 진정시키고 있으려니 화연이가 엘리베이터에서 튀어나오며 나한테 달려왔다.
“서하…!”
“나 다녀왔어.”
눈이 빨개진 화연이는 흑단 같은 새카만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내 품에 안겨왔다.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다.”
“무사히 돌아오는 게 당연한 거지. 내 여자들을 이곳에 두고 나 혼자 어딜 가겠어?”
“으응….”
나 참. 걱정이 너무 심한 거 아냐? 내 능력을 잘 아는 프랑은 물론이고 화연이까지 이런 반응을 보일 줄 몰랐는데.
그래서 장난삼아 걱정이 지나친 거 아니냐고 말을 꺼냈더니 화난 프랑이 소리친다.
“당연하잖아요! 최고위 이형종이 근처에 있을지도 모르고 세 마리나 되는 고위 이형종이 있는 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큰 섬만 한 고래까지 있는 곳을…!”
울면서 바락하고 화내는 프랑을 보니 등에 식은땀이 나려고 한다. 누나가 그런 거까지 말해버렸어?! 잘 말해달라더니 오히려 걱정만 끼쳐놨네 그냥!
말은 없지만 화연이도 잔뜩 노려보고 있어서 침을 꼴깍 삼키며 그냥 힘껏 끌어안아 줬다.
내 품에 안겨온 연인들의 등을 토닥여주고 있으려니 혜령이 이모를 비롯해서 박지웅 보스랑 김표충 부장 하유철 부장에 소피아와 차소영과 눈에 익은 능력자들까지 수십 명은 될 법한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왔다.
“마스터! B 클래스가 돼셨…!?” “흐억?!” “어, 어어어?!”
그런데 그들은 죄다 내 뒤쪽을 보더니 흠칫 놀라면서 주춤거리기 시작한다.
아, 맞다. 얠 소개해줘야지.
프랑과 화연이도 그제서야 내 뒤에 서 있는 히아리드를 발견하고 흠칫하고 굳어버린다. 나는 프랑과 화연이의 눈가에 살짝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그녀들을 놓아주었다.
“자자, 프랑. 화연아. 모두한테 할 말이 있어. 착하지?”
“네에. 서하, 이거요.”
한동안 내 품에 안겨 날 어루만지고 내 뺨을 쓸면서 내 안전을 확인한 프랑은 그제서야 화난 얼굴을 지우더니 눈물을 닦고 자신의 목에 걸려있던 영혼석 펜던트를 벗어 내 목에 걸어준다.
“아, 이제 안정이 되는 기분이야. 이게 없어서 무진장 허전했었어.”
슬쩍 웃으면서 프랑의 뺨을 살짝 꼬집어주니 프랑도 배시시 웃고 화연이도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히아리드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날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지하주차장 한곳에 마련된 단상 위에 올라가니 내 뒤를 따라 히아리드가 천천히 따라오고 그 뒤에 프랑과 화연이 히아리드의 날개에 시선을 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어딘가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얼른 저 불안감을 해소해줘야지.
단상 위에서 그랑 블루 레이드 팀의 핵심 멤버랄수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사람들이 호기심과 경악과 황당함이 서린 얼굴로 얼른 설명해달라고 재촉하는 눈빛을 보내기 시작한다.
경호부원들과 경비 팀원들도 이쪽을 보며 얼이 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음…. 일단 이번 위상 세계에서는 누나의 C 클래스 진급에 이어서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었어요.”
다들 어째 나보다 내 뒤에 선 히아리드를 보는 거 같은데….
히아리드는 왼손에 누나가 획득한 지팡이와 똑같이 생긴걸 들고 있고 그 외에 옷이라고는 얇은 하얀색 튜닉뿐인 복장이다.
튜닉 아래에는 속옷 같은 게 하나도 없는 데다 골반 위쪽에서 끈으로 허리를 조이고 천을 무릎 아래까지 늘어트린 모습이라 굉장히 선정적으로 보이는 차림새긴 하다. 지하 주차장이라 조금 어두워서 그렇지 밝은 데서 보면 속이 비쳐 보이면서 유두랑 음부가 다 보일 정도니까.
“제가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질문을 받아서 대답해드리고 나머지를 보충하는 쪽이 좋을 거 같네요. 네, 이혜령 부장님.”
'아니죠? 제가 생각하고 있는 그런 게 아니죠? 그렇죠?' 하는 표정으로 경악의 선두에 선 혜령이 이모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 뒤…쪽에 있는 그 여성은 누구인가요, 마스터?”
“제 펫인 고위 이형종입니다. 인간이 아니라 이형종이에요.”
조금씩 웅성거리던 지하 주차장이 순식간에 침묵에 빠져든다. 눈이 커지다 못해 빠질 거 같은 몇 명이 보이고 프랑과 화연이는 불안함에서 의아함으로 표정이 변해간다.
의아함이라니…. 일단 눈앞에 버젓이 존재하지만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의 사람들을 위해 히아리드를 보며 명령을 내렸다.
“히아리드. 날아.”
히아리드는 지팡이를 꼭 쥐며 넉 장의 날개를 쫙 펴서 천천히 단상 위를 떠오르기 시작한다.
단상도 1m 정도 되고 히아리드의 키도 2m를 조금 넘기 때문에 금방 천장에 머리가 닿을 듯이 떠오른 모습을 사람들은 멍하니 올려다보고만 있었다.
하얀 넉 장의 날개가 우아하게 퍼덕일 때마다 반짝거리는 빛가루가 떨어나오며 환상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었다.
“내려와. 앉아. 누워. 엎드려. 손. 개처럼 짖어봐.”
=멍멍.=
내 명령에 따라 날개를 접고 단상에 내려섰다가 앉았다가 누웠다가 개처럼 두 손과 무릎으로 엎드린 히아리드는 내 손 위에 자기 손을 올리더니 멍멍하고 짖는다.
“봤죠? 이건 제 이형종 펫이니까 혹시라도 사람 취급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주세요.”
표정을 굳히고 사람들을 내려다보니 다들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열심히 끄덕인다. 그런데 남자들은 어째 부럽다는 표정이 한가득이다?
조금 어두운 지하 주차장에서 날개에서 뿌려지는 은은한 빛가루덕에 환상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히아리드의 등에 걸터앉으니 주변에서 격한 숨소리와 함께 주변에서 "천사다." "천사님이야!" "천사를 조교 한 귀축 마스터…!" 라는,
마지막에 누구야?!
찌릿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뱉은 여성 능력자를 노려보다가 손을 슬며시 들어 올리는 박지웅 보스를 지목했다.
“네. 박지웅 보스.”
“펫…이라니, 고위 이형종을…. 길들이신겁니까?”
“물론이죠. 당분간은 직접 목줄을 채워서 데리고 다니며 교육을 할 테지만, 그 이후에는 레이드에도 투입하고 그랑 블루 빌딩 경비도 시키고 할거에요.”
“…!”
목줄이라는 이야기에 박지웅 보스는 눈이 튀어나올 듯이 부릅떠지며 입을 쩍 벌렸다. 그 옆에 목이 마르다는 표정의 김표충 부장이 손을 한 번도 아니고 계속 굽혔다가 펴며 애타게 날 바라본다.
“…네. 김표충 부장님.”
“9시간 전에 복귀하신 통합관리부장님의 말씀으로는, B 클래스에 올라서시며 무시무시한 능력의 상승을 보셨다고 하셨는데 정확히 어느 정도이신지 궁금합니다.”
“음. 좋은 질문이에요. 말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좋겠죠?”
그러면서 인증기를 조작해 홀로그램을 띄우고, 모드가 볼 수 있을 만큼 크게 확장해 내가 기록한 영상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이제 확인한 거지만 빨리 감기 기능도 있고 되감기 기능도 있고 건너뛰기도 있고…. 하여튼 누나가 나올 부분은 휙휙 건너뛰면서 하늘에 공간의 벽을 치는 모습과 그 위에서 뛰어다니는 모습. 큰 섬의 전경 등을 보여줬지만 알붐 케투스와 푸루스 발라이나의 모습은 일부러 감췄다.
그리고 두 번째 날개 여자, 알힘브라와의 전투 모습을 보여주다가 마지막에 마포의 연습 장면을 보여줬다.
쿠르르르르르릉….
공간의 벽을 칠 때는 '응?'하는 의아한 표정이 된 사람들은 거대한 하늘 섬의 전경에 입을 쩍 벌리더니 곧이어 알힘브라와의 전투 장면에 눈을 점점 크게 뜨기 시작하고 마포가 쏘아져 나가고 하늘에 하나의 태양을 더 만드는 모습에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흠. 중요한 부분에는 별로 안 놀라시더니, 별거 아닌 부분에서 다들 놀라시네요.”
그러면서 마나 시브를 집중하지 않고 공간의 벽을 조금씩 치며 지하 주차장을 걸어 올라가서 사람들을 굽어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누나의 위상 세계에서 누날 도와주며 저도 B 클래스에 올라서고 전체적으로 능력의 향상이 이루어졌어요. 기본적으로 신체 강화 능력이 B 클래스 수준까지 됐고 속성 탄 쪽도 꽤 능력의 향상이 이루어졌어요. 공간 지각의 범위도 3km를 넘어서게 됐고 회복 능력도 갖출 수 있게 됐습니다.
음. 대강의 내 스펙을 들은 사람은 더이상 놀라기도 힘든지 얼이 빠진 표정으로 가만히 날 올려다본다.
그래서 1단계 힐링 웨이브를 발사해 이 자리에 모인 4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푸른빛의 세례를 씌워주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이상입니다. 더 궁금한 게 있으신 분?”
“그! 달링, 아아아니, 보스, 가 아니구 마스터가 밟고 계신 그것은 무엇인…가요?!”
소피아는 연달아 놀란 것을 본 모습이지만 애써 정신줄을 놓지 않고 내가 밟고 공중에 떠 있는 공간의 벽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공간 조작에서 떨어져나온 공간 조작, 그게 한 차례 더 진화한 공간의 벽이에요. 고위 이형종도 단번에 뒤틀어서 녹여버리는 능. 력. 이에요.”
…그리고 아무런 반응이 없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이상 궁금증은 없나 보네요. 그럼 다들 해산하시고 부장님들과 두 분 보스는 절 따라와 주세요.”
“누나는 어떻게 됐어요?”
집무실로 올라온 나는 프랑이 가져온 옷을 받아서 더러워진 바지를 벗고 갈아입으며 혜령이 이모에게 물었다.
“정시하 통합관리부장은 현실에 복귀 후 능력자 연합 빌딩에서 감별과 측정을 받고 연합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중입니다. 마스터의 부모님께서도 통합관리부장 곁에 머무르고 계십니다. 검사가 거의 다 끝나가고 있다는 연락을 얼마 전에 받았으니 곧 돌아오실 거라 생각합니다.”
나 때는 검사에 이틀 동안 뺑뺑이 쳤었는데 누난 멀쩡해서 검사도 금방 끝나는 건가?
프랑이 시중을 들어주는 게 무척이나 오랜만이라서 살짝 기분이 설렌다. 오늘 밤에는 프랑이랑 화연이랑 영은이랑 찐하게…!
“무엇보다 물과 빛, 어둠의 트리플 엘레멘탈 리스트라는 게 밝혀져서 이미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혜령이 이모는 물론이고 프랑과 화연이, 박지웅 보스와 2명의 부장도 한껏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통합관리부장마저 두 가지의 히든 속성, 거기에 트리플리스트라니, 과연 마스터의 누이랄지, 두 분이 함께 세계 최강의 남매인 거 같습니다. 하하하.”
박지웅 보스의 말에 다들 실소를 머금고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박지웅 보스에게 씩 웃어주면서 물었다.
“누나가 고위급 위상석과 고위 이형종의 사체도 가지고 돌아왔을 텐데, 그건 어떻게 됐죠?”
그건 김표충 부장이 한발 앞으로 나서며 설명을 해줬다.
“고위 이형종의 인간형 사체는 보기 드문 샘플이라 수많은 나라에서 구매 타전을 보내왔지만, 간부회의를 통해 정부와 능력자 연합 및 IWO의 공동 연구 샘플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그에 합당한 대금을 받을 수 있었으며 넉 장의 날개는 성분 분석을 통해 최고급 방어구를 제작할 수 있으…을거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표충 부장은 말하다 말고 한쪽 벽에 반응 없이 묵묵히 서 있는 히아리드를 힐끔 보더니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혜령이 이모가 이야기를 받았다.
“고위급 위상석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구매 의사를 타진해오고 있습니다. 거기에 정부에서도 무척이나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적당히 알아서 해주세요. 이제 고위급 위상석정도야 이형종만 찾으면 계속 풀릴 텐데 아껴둘 필요는 없어요. 최대한 이윤을 보면서 나라에도 도움이 되는 쪽으로 판매하세요.”
“네!”
별거 아니라는 식의 내 말투에 혜령이 이모는 안색이 한껏 밝아지며 가슴이 뛴다는 표정을 짓는다. 어째 다들 날 보는 모습에 믿음이랑 듬직함? 같은 게 느껴지는 거 같다. B 클래스에 올라서 그런가?
옷을 다 갈아입고 내 집무용 책상에 앉으며 물었다.
“누나가 강제 소환당할 때 같이 들어간거 때문에 연합에서 뭔가 터치를 하지는 않았나요?”
“연합에서는 통합관리부장이 강제 소환당할 때 마스터가 휩쓸린 것으로 판단을 내리고 있어요. 다만, 어떻게 같이 들어갈 수 있었는지를 궁금해하고 있는 상황이라….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음. 입장에 관해서는 그냥 넘기는 대신 동반 입장에 궁금증을 표시하는 건가. 혜령이 이모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해둔 걸 이야기했다.
“그 점은 제 공간 지각 덕분이라는 식으로 알려주면 좋겠어요. 실제로도 그쪽이 맞는 이야기거든요.”
마나 시브는 공간 지각이랑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니까 말이지. 그런데 하유철 부장이 수척한 얼굴에 근심을 드리우며 입을 연다.
“저는…. 마스터의 성장에 기쁨을 감출 수 없습니다. 더불어 한가지 우려도 생깁니다.”
“우려요?”
여태껏 입을 다물고 있던 하유철 부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내 집무실의 한쪽 벽에 장식인양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 있는 히아리드를 바라본다.
“고위 이형종을 펫으로 거두신다는 것은…. 어떨지. 전례가 없던 일이라 IWO와 능력자 연합에서 어찌 나올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유철 부장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긴장감이 조금 섞인 눈으로 한쪽 벽에 가만히 서 있는 키 2m의 금발 천사를 바라본다. 히아리드는 자신에게 집중되는 시선에 눈을 한번 깜빡일 뿐 양손으로 지팡이를 쥐고 세운 자세 그대로 다른 반응은 보여주지 않았다.
“그에 관해서 말인데요. 히아리드를 적당히 연구물로 제공할 의향도 있어요. 그 부분을 이용해서 IWO랑 능력자 연합에 미끼를 던져보세요.”
“…연구물입니까.”
“연구 샘플이죠. 물론 저건 제 소유물이니 비윤리적인 실험은 안되는 걸로.”
…내가 비윤리적인 실험으로 세뇌해버렸지만, 내로남불이라는 단어도 있으니까 난 괜찮아!
“뭐…. 능력자 협회나 IWO가 안된다고 해도 어쩌겠습니까. 고위 이형종입니다. 비행형에 인간형에 희귀속성형입니다. 저런 타입의 이형종이 날뛴다면 막을 수 있을 나라가 얼마나 될까 싶군요. 특히나….”
그러면서 박지웅 보스는 슬슬 웃음이 난다는 표정으로 입꼬리를 실룩거리면서 날 바라본다.
“이제 마스터를 건들 간 큰 인간이 있겠습니까? 자칫 잘못하면 폭발범위가 수십킬로미터짜리 속성 탄이 날아올지도 모르는데요.”
오…. 박지웅 보스, 맘에 드는데?
근데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프랑도 고개를 끄덕이고 화연이도 스윽하고 살벌한 미소를 짓는다.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제 능력은 남들에게 숨기거나 비밀로 할 만큼 복잡한 것도 아니고, 안다고 해서 막을 수준의 것이 아니니까 어느 정도 정확하게 알려서 쓸데없는 수작질이 생겨나는 걸 막는 쪽으로 했으면 하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찬성이에요.”
“저도 찬성입니다.”
“반대하시는 분 계시면 말씀해보세요?”
혜령이 이모는 중간에 나서며 사람들을 바라보더니, 싱긋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마스터의 능력이 알려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이 가지 않아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아무도 마스터를, 그랑 블루를! 한국을 우습게 보지 않을 거라는 점이지요!”
혜령이 이모의 짜릿하다는 표정과 힘이 가득 실린 목소리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누날 따라 위상 세계에 들어간 데 대해서 연합이 별말은 안 했다고 하셨죠? 혹시 그에 관해서 다른 단체가 항의하거나 뭐 그런 건 없었어요?”
“마스터의 말씀대로입니다. 각하의 메시지와 저희가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연합 내부에서는 별다른 의사표명이 없고 마스터의 자유 진입 허가증의 발부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는 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레이드 팀 청궁과 무화령에서 보이콧에 나설 기미를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화연이는 고위 간부 전원이 모인 상황이라 그런지 나에게도 마스터라 부르며 깍듯이 존칭을 붙이며 말했다.
“청궁이랑 무화령이면…. 우리나라 1위 4위 레이드 팀? 걔들이 왜 보이콧해?”
“우리 때문이지요. 2위와 5위가 합병되고 마스터에 대한 특혜가 중첩되다 보니 상대적인 박탈감과 함께 자기 자신들의 위치가 위협받는다 생각하나 봅니다.”
화연이도 탐탁지 않은 자들이란 표정으로 살짝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웃기는 사람들이네. 그럼 자기들도 합병하면 되지, 정확히 뭐에 대한 보이콧인데?”
“자기들이 획득하는 위상석과 부산물을 국내에 팔지 않으며 자기들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나아가 한국을 뜨겠다는 이야기입니다. 대형 레이드 팀은 청궁과 무화령 둘 뿐이지만 기타 자잘한 중대형 레이드 팀들도 10개 팀 가량 포함되어있는데 전부 청궁과 무화령의 직, 간접적인 입김이 닿아있는 곳이라 여겨집니다.”
“그래서?”
“그들의 요구조건은 2가집니다. 타임리버와 화랑의 합병 중지. 마스터에 대한 특혜의 전면적인 회수. 거기에는 마스터가 2회차에 위상 세계에 출입한 데 대한 재조사와 위상 세계 자유 출입권한의 회수, 이번의 일에 대한 법적 처벌 등이 있습니다.”
“나랑 싸우자는 건가? 정부에서는 뭐래?”
“정부에서는 보이콧 운동을 벌일 경우에는 강경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아. 일본을 박살 내기 전에 국내 먼저…. 아니다. 일본 먼저 박살 내버리고 국내에 시선을 돌리는 게 좋으려나?
“대응책은 있어?”
질문은 화연이한테 했지만, 대답은 혜령이 이모한테서 들려왔다.
“마스터의 뜻이 중요하지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알 수 있을까요?”
“일단 청궁이랑 무화령에게 경고해요. 괜히 내 발목 잡지 말라고. 안 그러면 싸우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요.”
“…네?”
“아니, 능력자 연합이 인정해준 사실인데 이제 와서 지들이 뭐라고 절 보고 뭐라 하는 거예요? 거기다 타임리버랑 화랑이 합병하는데 자기들이 뭐 보태준 거라도 있어요? 기분 나쁘네.”
얼굴을 찌푸리고 짜증을 내려 하니 프랑이 내 뒤로 날아와 날 살며시 끌어안는다.
“…정부에서도 강경 대응 방침이라면서요? 나하고 우리 그랑 블루가 그들한테 꿀리는 게 있어요? 막말로 한 달에 고위급 위상석 1개씩만 캐내도 그자들이 벌어들이는 거 전부 커버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아닌가요?”
그걸 못해도 폐기되는 고위급, 상위급 위상 석을 모아 TP를 충전해서 다시 쓰는 것만으로도 청궁이나 무화령은 끽소리도 못할 텐데.
혜령이 이모는 내 반응이 당황스러운 모양인지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닦지만, 박지웅 보스나 김표충 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을 날카롭게 빛낸다.
하유철 부장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면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청궁과 무화령은 배경으로 국내 최대 그룹 두 곳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들이 담합하면….”
“그럼 그 새끼들이나 그 새끼들이랑 관련된 곳에는 위상 석이랑 부산물들 전부 팔지 마요. 우리도 관련 산업에 진출해서 우리끼리, 정부랑 연합해서 외화 한번 벌어보죠.”
하유철 부장은 '응? 그렇게 해도 되는 건가?' 하는 놀란 표정이 되었다.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어서 제 능력과 애완동물에 관해서 대대적으로 발표하세요.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뽑지 말라는 뉘앙스도 첨부해서요. 그전에 데몬스트레이션 한번 해주는 것도 좋을 거 같은데, 어떻게들 생각하세요?”
“데몬스트레이션…. 좋군요. 마스터의 수련장에서 연습을 핑계로 그 마포를 몇 발 쏘는 걸로 충분 할 거 같은데요?”
흐흐흐 거리면서 사악한 웃음을 짓는 김표충 부장과 덩달아 털보 웃음을 지으면서 껄껄거리는 박지웅 보스는 서로 바라보며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그리고 청궁이랑 무화령이 외국으로 가버린다 해도 팀원들 전부가 가고 싶어 하진 않을 거 아니에요? 그런 사람들을 주시하다가 우리 그랑 블루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고 선전도 해주면 좋겠네요.”
“좋은 생각입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저희도 대대적으로 확장 한번 할까요?”
혜령이 이모는 신나하는 박지웅 보스와 김표충 부장의 반응을 보며 살짝 한숨을 쉬다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그랑 블루의 합병은 내년 1월까지 미룰 게 아니라 당장 8월에 발표하는 쪽으로 하는 게 좋을 거 같네요. 마스터는 괜찮으신가요? 두 분 보스와 부장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찬성입니다.”
“허허. 좋군요. 세계 최강의 능력자 남매가 있는 그랑 블루 레이드 팀이라니.”
“마스터가 위상 세계에 계신동안 1조부터 4조까지 전원 토벌전을 치렀고 예상외로 통합 서류작업의 진척도 빠릅니다.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사업지원 1동도 정상업무가 가능합니다. 찬성입니다.”
“사업지원 2동 역시 정상업무가 가능합니다. 찬성입니다.”
다들 찬성표를 던지는 모습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찬성이시네요. 그럼 제가 방학하고 하기로 한 외 눈 거인 레이드는 취소하고 그랑 블루의 발족식을 하도록 해요.”
“후후. 조금 바빠지겠는걸요?”
혜령이 이모는 살짝 웃으면서 기대된다는 듯이 두 주먹을 꼬옥 쥔다.
============================ 작품 후기 ============================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선작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