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202화 (202/517)

00202  하늘 섬  =========================================================================

11시 캠프에 자리를 잡고 누나가 복귀하는 날인 22일, 오늘 아침까지 누나의 수련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지만, 귀신고래는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우웅~ 그 아이가 한 번 더 와주면 좋을 텐데.”

군청색의 구름바다를 바라보는 누나는 무척이나 아쉬운 얼굴이었다.

귀신고래의 울음소리에 기절까지 했는데 저렇게 기다리는 모습이라니, 뭐가 그렇게 맘에 들었냐고 물어봤더니 그냥 애달픈 울음소리를 한 번 더 듣고 싶었다고만 했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누나의 손 위에는 세 개의 검은 빛을 내는 구슬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는데 저게 어제 낮에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퓨전 다크라이트였다.

퓨전 다크라이트는 나흘 동안 실패만 거듭하다가 내 마포를 보고 영감을 얻은 결과였는데, 중심에 어둠 속성을 응축하고 바깥쪽은 빛으로 감싼 다음 중심에서부터 천천히 회전시키기 시작하니 속에서부터 검은빛이 번지듯이 흘러나오더니 이내 새카만 빛을 뿌리는 구슬이 완성됐다.

위력 확인을 위해 중위급 비행형 이형종을 찾아서 쏘아봤는데 속도는 라이트 볼트와 비슷하고 유도 성능이 포함되어있는 데다, 이형종에 닿는 순간 검은 구체가 생기며 새하얀 빛이 번개마냥 뻗어 나오는 모습이었는데 다크라이트에 맞은 이형종은 천천히 녹아내리듯이 소멸해버렸다.

마나 탄이 전체적으로 동시에, 광범위한 범위를 분해하는 느낌이라면 퓨전 다크라이트는 1m가 채 안 되는 범위지만 그 범위에 있는 건 녹여버리듯이 지워버리는 게 다르다.

중위급 정도로는 위력 확인이 안되는 게 좀 아쉽네.

땅이고 물이고 나무고 할 거 없이 죄다 녹여버리는 퓨전 다크라이트가 누나는 무척이나 맘에 들었는지 싱글거리면서 좀 더 안정적이고 빠르게 만들어내는 연습을 시작했는데 지금 손 위에서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저게 그 훈련이란다.

한번 쏘아내면 재사용 대기시간이 10초가량인데 유도 기능까지 있다 보니 만들어낸 다크라이트는 저렇게 빙빙 돌리면서 10초마다 한발씩 뿅뿅 만들어내서 최대 3발까지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숫자가 많아질수록 다루기가 어려워서 저렇게 띄워놓고 돌리는 것만으로도 수련이 된다든가.

만든 직후에 1개를 돌리더니 저녁 먹기 전쯤에 2개가 되고 지금은 3개가 된 걸 보면 빠르게 늘어나겠구나 싶어서 축하해줬는데 누나는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3발 이상은 컨트롤이 진짜 힘들어서 무리야. 그러니까 끊임없이 연습해야지!”

그러면서 의욕적으로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이제 9시간 뒤면 누나는 현실로 귀환할 거다. 누나는 눈치채지 못한 거 같지만 공간 지각으로는 누나 주변에 눈에 보이지 않는 빛덩어리가 위상력을 흡수하고 있는 게 감지되거든.

그럼… 말해줄까.

“누나.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

“응? 뭔데?”

“누난 이제 9시간 뒤면 현실로 귀환할 거야.”

“어? 네 말은 꼭….”

“아마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커.”

내 말을 들은 누나는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지더니 다크라이트를 저 하늘로 집어 던져버리고 나한테 다가와서 내 팔을 잡고 흔든다.

“뭐어?! 그게 무슨 말이야?! 넌 왜 못 돌아가?!”

“여긴 누나의 위상 세계잖아. 솔직히 누나와 함께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라고 생각해.”

그러면서 위상 세계에 빨려들어 올 때 무언가가 날 억지로 밀어내려던 느낌을 떠올렸다. 뭐, 마나 시브를 겁나 세게 돌리면서 누나의 허리를 끌어안고 어거지로 붙잡고 늘어졌지만.

“아무튼 돌아갈 때까지는 같이 못 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

“너, 넌 어쩌구?!”

“동쪽에 큰 섬으로 넘어가서 귀환 포인트를 찾아봐야지. 아니면 구름바다 속에 보이던 작은 섬 두 곳을 찾아보던가. 솔직히 분지에도 귀환 포인트가 안 보여서 조금 걱정했는데 하늘을 이동할 방법이 생겨서 다행이야.”

“으으. 그럼 나도 남아있을래!”

“말이 되냐. 1회차 귀환은 강제 귀환이야. 넘어갈 때 날개 여자 시체랑 다 짊어지고 넘어가. 넘어가서 프랑이랑 화연이한테 이야기 잘 해줘. 나도 곧 돌아갈 거라고.”

“으으으으.”

울상에 우거지상에 죽상까지 섞여서 누나의 얼굴이 되게 웃기게 변했다. 그 모습에 실실 웃으면서 누나의 뺨을 꼬집으니 '이게?' 하는 표정으로 내 손등을 꼬집는다.

“걱정 마. 내 능력은 누나도 잘 알잖아? 큰 섬을 살펴보고 없으면 구름바다 속으로 내려가서 지상 쪽도 살펴볼 수 있으니까, 누나는 현실에 돌아가서 내가 B 클래스에 오르면서 기존보다 2배 넘게 강해졌다고 알려서 사람들 안심시켜. 이제 갑질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소문도 내고.”

“갑질?”

“응. 갑질.”

“…킥.”

갑질이란 표현이 웃긴가? 화연이도 영은이도 피식 웃더니 누나도 웃네.

어쨌든 웃긴 표정은 사라졌지만, 누나는 여전히 걱정하는 표정으로 공간의 벽을 온갖 사물의 모양으로 만들면서 연습하는 내 등을 바라봤다.

부모는 자식이 얼마나 자라든 어린아이로만 보인다던데, 누나한테 나는 얼마나 강해지든 간에 지켜줘야 할 연약한 동생으로만 보이는 거 같다.

마나 시브를 끄고 공간의 벽을 만드는 걸 연습해보는데, 공간의 벽을 칠 수는 있지만 그건 간단한 직사각형이나 정사각형 같은 모양뿐이고 머리에 꽤 부하가 많이 가는 느낌이다.

밤새도록 온라인 게임을 하고 났을 때처럼 묵직한 뭔가가 뒷골에 얹힌 기분이랄까.

10분 동안 끊임없이 공간의 벽을 만들어냈더니 뒷골이 뻐근해지면서 두통이 살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마나 시브를 머리에 집중했더니 두통과 뻐근함이 조금 가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고 10분 뒤에는 몸 전체가 1시간 동안 오래달리기하고 그 상태에서 1시간 동안 수영한 거 같은 피로감이 몰려온다.

“마나 시브를 안 쓰고 공간의 벽을 사용하는 건 무리인가.”

평소였다면 내 중얼거림을 듣고 뭔가 반응을 보였을 누나는 자기 주변에 떠도는 빛덩어리에게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다.

4시간 전부터 서서히 빛을 내기 시작하던 빛덩어리는 점심때가 지날 때쯤에 햇빛 아래에서도 눈에 보일 만큼 밝은 빛을 내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고 공간의 벽을 치운 다음 언덕에 벌렁 드러누웠다.

…….

그리고 벌떡 일어났다. 저 빛의 덩어리는 1회차 전용 귀환 포인트잖아? 저기다 TP를 흘려 넣으면 바로 돌아가는 거 아냐?

“누나! 누나누나누나누나!”

방정맞게 누나를 연달아 부르면서 달려가니 앉아서 빛덩어리를 손가락으로 콕콕 찔러보던 누나가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본다.

“어? 응? 왜?”

“시험해볼게 생겼어!”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누나를 내버려두고 그늘에 숨겨둔 날개 여자의 사체와 4장의 날개를 들고 왔다. 일각수의 뿔은 내가 들고 있을까?

그리고 앉아있는 누나의 무릎 위에 날개 여자의 시체를 올리고 날개 넉 장도 그 위에 올렸다.

“윽?! 왜, 왜 이러는 거야?”

“지금 바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꺄~! 아야야야! 잠, 잠깐! 서하야 잠깐만~! 잠깐 기다렷!”

누나의 비명소리에 멈칫하니 누나는 버둥거리면서 자기 무릎 위에 올라온 날개 여자의 사체와 날개를 밀어내고 발딱 일어나더니 내 등을 철썩철썩 후려친다!

“말을 하구 해야지! 100kg이 넘는 걸 무릎 위에 그냥 올리다니! 누날 죽일 셈이야?!”

“아 따가워!”

…날개 넉 장이 각각 5kg씩 다 합쳐서 20kg 정도고 날개 여자 사체도 100kg 정도였으니 합치면 120kg이다.

무릎 위에 백수십키로그램의 물체가 올라오니 마치 고문을 받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나 보다.

“넌 마나 시브 덕분에 몸도 튼튼하니까 별다른 느낌이 안 들지 모르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자기 무릎 위에 100kg짜리 물건이 올라오면 다리 부러져!”

“누나도 이제 C 클래스 능력자잖아! 이 정도는 괜찮은 거 다 안다구! 김가민 팀장도 검증단 복귀 때 100kg짜리 백팩 짊어지고 멀쩡하게 걸어다녔구만!”

“야! 난 근력 훈련 하나도 안했단말야! 김가민 팀장님이나 차소영 언니가 얼마나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는지 몰라?! 그리고 말도 없이 하는 거랑 마음의 준비를 하고 하는 거랑 같니?!”

찌릿! 하고 흘겨보는 누나의 눈길에 움찔해버렸다.

그, 그게 그런 거였어?

뻘쭘해 하는 내 모습에 누나는 한숨을 쉬더니 두 다리를 쭉 뻗고는 낑낑거리면서 고치 형태로 둘둘 말린 날개 여자의 사체를 무릎 위에 올린다. 그리고 잠시 자세를 잡더니 나머지 날개를 달라며 손짓을 했다.

입을 삐죽 내밀고 누나가 달라는 대로 날개 네 개를 올려주니 바로 워터 볼이 날라와 내 머리를 강타한다!

철퍽!!

“야아! 하나씩 줘, 하나씩!”

…두고 보자.

복수의 칼날을 갈면서 누나 말대로 날개를 하나씩하나씩 건네주니 허벅지 위에 날개 여자의 시체 하나와 날개 4장을 올린 누나는 무게가 무거운지 살짝 눈을 찌푸렸다.

마지막으로 지팡이를 손에 쥔 누나는 내 손에 들린 일각수의 뿔을 보며 묻는다.

“그건 안가져가두 돼?”

“응. 혹시 모르니까 이건 내가 지팡이 삼아 들고 다니다가 돌아갈 때 가져갈 거야. 고위급 위상석이랑 잘 챙겼지?”

“치마 포켓에 잘 넣어놨어.”

손을 돌려 치마 한곳을 톡톡 건드리는 모습에 공간 지각으로 위상석이 잘 있는지 확인한 후 누나한테 말했다.

“돌아가서 알아서 잘 할 거라 생각하지만, 부모님 안심 잘 시키고 프랑이랑 화연이들한테 소식 잘 전해줘. 나도 최대한 빨리 돌아갈 거라고.”

“알았어. 근데 지금 바로 돌아갈 수 있는 거야?”

“응. 1회차의 갓 각성한 능력자들은 위상력 운용을 못 하지만 나는 마나 시브가 있잖아. 귀환 포인트가 몸 주위에 생겼으니 위상력을 집어넣어 주면 바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그러면서 내가 1회차 위상 세계에 있을 때 마지막에 두 꼬리 여우를 죽이고 여우의 사체에서 퍼져나온 위상력 덕분에 일찍 귀환할 수 있었다는 걸 알려줬다.

“흐응. 그럴 수도 있구나.”

“아, 그러고 보니 누나도 위상력 운용 기술 쓸 수 있는 거 아냐?”

“어? 나 못쓰는데?”

무슨 소릴 하냐는 듯이 날 올려다보는 누나는…. 진짜 못써? 공격 스킬에 TP 조절 하는 거 같던데?

“아, 그건 그냥 어쩌다 보니 가능해진 거야.”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 긴장해버렸는지 날개 4장을 품에 끌어안는 모습을 보다가 누나 옆에 앉아 누나를 품에 끌어안았다.

“…같이 돌아갔으면 좋겠다.”

“걱정 마. 못 돌아가더라도 최대한 빨리 귀환 포인트를 찾아서 돌아갈게.”

마음의 준비를 다잡은 누나를 확인하고 손을 뻗어 누나의 앞에 떠 있는 빛덩어리를 만졌다.

빛 덩어리에 TP를 밀어 넣는다는 느낌으로 천천히 TP를 주입하고 있으려니 빛덩어리들이 점점 크고 밝게 빛나기 시작한다.

“돌아간다.”

빛이 밝아지다 못해 시야를 순백으로 물들인다. 빛이 강해져서 눈앞이 보이지 않게 될 무렵, 내 허리를 잡고 있던 누나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눈을 찌르는 강한 빛이 터져 나오는 순간 품 안이 허전해졌다.

출렁이던 공간이 원상태로 돌아왔을 때는 캠프에는 나 홀로 앉아있었다.

…짐작은 했지만 실제로 혼자 남으니 좀 허전하네.

한숨을 쉬면서 엉덩이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서서 누나가 앉아있던 자리를 내려보다가 일각수의 뿔을 움켜쥐었다.

“그럼, 일단 7시 쪽의 작은 섬을 살펴볼까.”

작은 섬은 분지 섬의 10시 방향에 구름 섬과 별 섬이 있고 7시와 4시 방향에는 분지 섬의 1/4 정도 크기의 섬이 하나씩 존재한다.

C 클래스일 때는 넘어갈 방도가 없어서 내버려뒀지만 이제 공간의 벽을 조작해서 공중을 걸을 수 있게 됐으니까 확인해야지.

분지 섬의 7시 방향에는 황무지로 이루어진 섬이었다. 그리고 그 황무지 섬을 향해 분지 섬의 한 곳이 삐죽 튀어나온 곳이 있었다. 만약 계단이나 비탈길이 있었다면 여기에 나 있었겠지.

대충 높이를 비교해보니 분지 섬의 지면에서 700m 정도 아래쪽에 있는 황무지 섬은 구름바다 속에 잠겨있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구름바다의 높이가 낮아질 때면 흐릿하게나마 보이지만 오늘은 구름바다가 꽤 높게 올라와 있다.

“저 구름바다도 밀물이랑 썰물이 있는 건가?”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대각선으로 미끄럼틀처럼 만들어 황무지 섬과 연결한 다음 주저앉아서 주르르 미끄러져 내려가니 순식간에 황무지 섬에 내려설 수 있었다.

그나저나 폭 3m에 두께 1m, 길이 1.3km짜리 미끄럼틀처럼 생긴 공간의 벽을 만들었더니 36만 TP가 주르륵 사라진다.

“그냥 계단으로 만들어서 1/3씩 나눌 걸 그랬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단번에 10%를 쓴 건 좀 생각 없는 행동이었던 거 같다. 만약 계단식으로 1/3씩 만들었다면 TP를 회복하면서 이동할 수 있었을 텐데.

여긴 위상 세계니까 금방 회복하겠지만, 현실에서는 좀 주의해야겠다.

누나가 없으니 걸어 다닐 이유가 없어 기본 이동을 달리기로 하다 보니 섬 정도는 금방 살펴볼 수 있었다.

건너온 황무지 섬은 공간 지각으로 확인한 게 맨눈으로 봤던 것보다 더 컸다.

7시 황무지 섬의 모양을 보면 자동차를 투박하게 형상화한 모습인데 4.5km의 공간 지각으로도 절반밖에 안 들어온다.

문제는 그 절반에 귀환 포인트가 없다는 거지. 귀환 포인트뿐만 아니라 풀이고 동물이고 이형종이고 아무것도 없는 말 그대로 단순히 커다란 흙덩어리다.

7시 황무지 섬의 중앙으로 이동해서 황무지 섬 전체를 공간 지각 범위 안에 넣었지만 역시나 귀환 포인트는 없다.

걱정되네~ 이러다가 진짜 큰 섬으로 넘어가야 하는 거 아냐? 거기에 최고위 이형종이 있을 거 같은데…. 그 양아치 이무기 자식이랑 급이 같다는 이야기잖아.

솔직히 맞붙어 싸우자면 싸울 수야 있겠지만 가능하면 위상력을 좀 더 올리고 나서 하고 싶은데.

단순히 두께와 넓이를 1m로 해서 길게 늘이면 35km까지 늘어나지만, 두께를 두껍게 만들고 폭을 넓히면 넓히는 것만큼 위상력이 배로 드는걸.

다시 분지 섬으로 돌아가야지.

발걸음을 돌려 분지 섬 쪽으로 되돌아가려는데…. 구름바다 속에서 시선이 느껴진다.

“…….”

방향은 구름 섬 쪽인데, 이 감각은 어떻게 된 거야? 내 공간 지각 범위 밖에서 달려드는 시선을 느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양아치 이무기를 만나기 전부터 위험한 느낌 같은 것도 느껴진 걸 보면 비전투 시에 시선 감지라거나 그런 능력이 있는 거 아냐?

나도 살짝 긴장하고 시선이 느껴지는 방향을 바라보면서 분지 섬으로 되돌아왔다. 돌아올 동안 시선 외에는 안 느껴졌는데 그나마도 구름바다를 나오는 순간 사라졌다.

뭐였을까?

슬쩍 공간의 벽으로 계단을 만들어서 구름 속으로 걸어 내려갔더니 또다시 시선이 느껴져서 후다닥 빠져나왔다.

“아, 진짜. 정체를 알 수 없으니까 망할 파파라치들의 시선보다 더 기분 나쁘네.”

투덜거리면서 언덕을 따라 4시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중간에 6시 신전이 공간 지각 범위 안에 들어왔다.

…누나도 없으니까.

슬금슬금 날개 여자 이형종의 나신을 감상하고 있으려니 날개 여자들의 몸은 그야말로 그리스 석상이나 그림에서 보이는 풍만한 몸매였다. 조금 육덕지다고 할까, 가슴을 좀 더 키운 밀로의 비너스상 같은 몸매다.

난 개인적으로 탄탄한 몸매, 그러니까 프랑이나 화연이, 영은이 같은 몸매가 좋지 저런 조금 통통하다 싶은 몸매는 별로다.

대충 위아래 전부 살펴보고 공간 지각을 거두었는데…. 순간 내가 이런 행동을 하니까 저 날개 여자가 내 혼에서 악취가 풍긴다고 한 게 아닐까?

“…확 혼내줄까.”

내가 말을 꺼내는 것과 동시에 날개 여자가 흠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좌우를 두리번거린다.

뭐야 저거. 내 사악한 마음을 느낀 거야?

우와~ 뭔가 기분이 무진장 묘하다. 혼내줄까 생각만 했는데 날개 여자의 육감을 건드리다니, 저 날개 여자가 예민한건지 저렇게 흠칫거리게 만들 만큼 내 생각이 그런건지….

내 그런 생각을 읽은 사람이 있다면 그런 게 뭐가 어떻게 그런 거냐고 물을 거 같으니 내 프라이버시를 위해서 그런 것에 관한 건 비밀로 해야겠다.

아무튼, 움직일 때마다 출렁거리는 G 컵을 넘어가는 거대한 수박 같은 가슴을 마지막으로 훑어보고 분지 섬의 4시 방향에 있는 황무지 섬을 내려다봤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구름이 높게 차있어서 황무지 섬의 모습이 안 보인다. 그리고 황무지 섬을 향해 공간의 벽을 깔고 걸음을 옮겼다.

어째 구름바다 속은 찜찜해서 구름 위쪽으로 발판을 만들고 돌아다니는데 이 섬은 7시 쪽 황무지 섬보다 조금 더 컸다. 물론 귀환 포인트도 그렇고 생명체도 하나도 없다.

“끄응. 답 없네 진짜.”

하는 수 없이 큰 섬의 모습이라도 눈에 담기 위해 계단식으로 만들어서 하늘 높이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공간의 벽을 만들어서 하늘을 이동하는 것도 연습해야겠네. 넓고 길게 만들어서 이동하는 것보다 짧고 작게 만들어서 이동하는 게 TP의 보존에는 더 유리할 테니까. 익숙해지면 정말로 내 발 크기만 한 공간의 벽만 만들어서 하늘을 빠르게 달릴 수도 있겠다.

호박색 공간의 벽을 밟으면서 2km가량 올라오니 어쩐지 포근함이 느껴질 정도로 따뜻해지는 거 같다. 분지 섬에서는 약간 쌀쌀함이 느껴지는 정도였는데 신기하네.

발밑으로는 분지 섬과 큰 섬의 전경이 눈에 훤히 들어온다.

…살짝 간이 쪼그라들 거 같은 풍경이지만 떨어져도 미끄럼틀 비스무리한걸 만들거나 마나 모드 - 가속을 켜서 육체 강도를 올린 다음 발밑에 공간의 벽을 크게 만들면 되니까.

그러니까 무서워서 공간의 벽을 바구니처럼 만든 건 절대 아니다.

난간에 손을 짚고 큰 섬을 바라보니 분지 섬과 굉장히 비교된다. 분지 섬은 전체적으로 초원을 베이스 삼아 침엽수림이 자라있는 공간이라면 큰 섬은 마치 사바나 열대 초원 같은 모습이다.

언덕이나 구릉지 같은 건 전혀 없고 누런 풀만 끝에서 끝까지 펼쳐져 있고 군데군데 나무가 자라있는 모습이다.

열대 초원은 황원이라고 황색 풀이 그득 자라있기 마련인데 저긴 황색 풀이 자라있으면서도 나무들이 군데군데 모여있는 게, 자연의 섭리를 무시하는 모습이네.

섬의 중심에는 황무지 섬만 한 크기의 호수가 있고 그 호수의 중심에 섬이 있었다. 새하얀 저건…. 신전인가? 저기에 세 쌍의 날개 인간이 있으려나.

그 외에 신전이 있을까 싶어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지만 안 보인다.

“좋아. 호수 근방으로는 다가가지 말자.”

호수의 동쪽에는 2개의 작은 호수가 있는데 저건 큰 호수의 1/10도 안 되는 크기에 그다지 신경 쓸 건 없는 거 같다.

“일단 호수에서 가장 먼 곳부터 찾아볼까.”

============================ 작품 후기 ============================

하드 교체해서 윈도우 10 업그레이드하고 몇가지 손보다가 중국산 멀웨어에 감염됐는데 제어판에서 삭제도 안되고 이상한 중국어 프로그램이 우수수;;

이거 올리고 포멧해야겠네요 ㅠㅠ;;

황금같은 글 쓸 시간을 이런 그지깽깽이같은것 때문에 날리게 되다니....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