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199화 (199/517)

00199  하늘 섬  =========================================================================

쏟아져 내리는 라이트 볼트의 일부는 피하고 일부는 공간 보호막으로 막으면서 폭연 같은 게 자욱이 끼인 하늘을 올려다본다.

나와 날개 여자 이형종 사이의 거리를 예측해보지만 마탄의 폭발로 쏟아져나오는 빛의 파편에 시야에 들어오는 하늘 대부분이 가려져 가늠이 안 된다.

마탄의 소비 TP는 보유 TP량에 비해 무척이나 낮아 하루종일 쏠 수 있긴 하지만, 이 상태를 유지하는 건 좋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포의 봉인을 풀어야 하나?

하지만 어느 정도의 위력인지도 모르는데? 어림잡아 100 TP의 마탄 폭발 범위가 1km니까 1,000 TP의 범위는 10km 정도 되려나? 그럼 8,000 TP를 압축시켜 쏘는 마포는 80km?!

아냐, 응축되는 양이 늘어날수록 증폭되니까 120km를 넘을지도 몰라. 그 정도 폭발이라면 분지 섬이 통째로 사라질 거야.

난 공간 보호막으로 폭발에서 버틴다 쳐도 누난…. 안돼, 쏠 수 없어.

처음에는 비처럼 쏟아지던 빛 벼락은 그 숫자가 절반으로 떨어져 간간히 떨어져 내리고 있다. 그렇다고 위력이 약해졌다는 건 아니다.

이빨을 갈며 날개 여자 이형종이 있으리라 예상되는 곳에 마탄을 끊임없이 쏘아내지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니 답답함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빛 벼락의 숫자가 절반까지 줄어든 걸 보면 충격이 없진 않나?

1km 뒤쪽의 나무들 속에 숨어 있는 누나 쪽을 공간 지각으로 확인해보니, 아까 날 지나쳐 초지에 떨어져 내린 천마에게 퓨전 다크워터를 쏘아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천마는 앞발만 남은 몸뚱아리로 피를 철철 흘리며 퓨전 다크워터를 피하려 하지만 뒤이어 날아온 라이트 볼트 연사에 두드려 맞으며 앞발만 버둥거리다가 퓨전 다크워터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써 버렸다.

츠츳!

한순간 정통으로 떨어진 빛 벼락에 공간 보호막의 지속시간이 20% 가까이 떨어졌다.

눈 없는 번개에 맞다니, 한숨을 쉬면서 다시금 양손을 휘둘러 손끝에서 마탄을 하늘로 쏘아 터트리고 다시 누나를 돌아보니 천마를 한 줌의 물로 만들어버린 누나는 양손으로 지팡이를 꼭 쥐더니 정신을 집중한다.

뭐하려는 거지?

아니 누날 신경 쓸게 아니라 하늘 높이 떠 있을 날개 여자 이형종을 처리해 야해. 마탄의 폭발 범위를 생각해보면 TP를 더 주입할 수도 없다. 지금도 100 TP를 쏘아 올리고 있는데 1km 남짓한 폭발이 구체 모양으로 터져 나오는데, 여기서 더 주입했다간 분지 섬에 영향이 갈 거야.

100 TP 마탄을 날개 여자가 있을법한 장소에 계속해서 쏘아내며 머리를 굴리지만,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생각이 안 난다.

공간 지각 범위 안에 들어와야 공간 조작을 가할 텐데, 하늘에서 내려올 생각을 안하니…!

힘껏 점프해봤자 50m가 한계다. 주변에 가장 가까운 나무로 이동해 나무를 타고 뛰어오른다고 해도 80m밖에 안 돼.

신전 높이도 고만고만한데, 차라리 신전을 부셔버리면 열 받은 날개 여자 이형종이 내려오지 않을까?

으…. 누날 데리고 일단 후퇴할까? 후퇴해도 저게 안 쫓아온다는 법도 없잖아. 제한된 구역에서 날아다니는 저걸 어떻게 뿌리치려고?

제길, 어떻게 해야…. 어?!

씨이잉!!

그 순간 포뮬러 원의 경주용 자동차가 전속력으로 달릴 때의 소리 같은 게 울려 퍼지며 검은 벼락이 내려꽂힌다.

어? 검은 벼락?

저 날개 여자가 떨어트리는 빛 벼락보다는 좁고 가늘지만, 그래도 섬뜩한 검은 벼락이 마탄의 폭발을 뚫고 지상에 떨어지기 시작한다.

누날 돌아보니 양손에 지팡이를 움켜쥐고 하늘 높이 뻗어 폭발이 일어나는 곳을 가르키고 있었는데 지팡이 끝에서 검고 흰빛이 연달아 터지고, 터질 때마다 검은 벼락이 친다.

누나가 뭘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날개 여자 이형종의 시야에 누나가 들어가서 좋을게 없겠다.

쿠구구궁 쿠구구구구….

마탄을 끊임없이 쏘아내 터트려 날개 여자 이형종의 시야를 계속 가렸다. 가리면서 눈먼 라이트 볼트와 빛 벼락에 얻어맞으며 지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공간 보호막을 다시 펼치고 힐끔거리면서 누날 확인하는데,

씨이잉!

등줄기로 소름이 돋을 거 같은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한 발의 검은 벼락이 폭발 속을 관통하지 않고 폭발의 중심에서 사라졌다.

그 직후 모든 검은 벼락이 그 지점을 향해 쏟아져 내린다!

마치 수십 수백 대의 경주용 차가 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귀청이 뜯어질 거 같은 소음이 울려 퍼진다.

검은 벼락이 마치 물줄기를 이루듯이 연달아 떨어져 내리는 모습에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귓가에 노이즈소리가 한가득 차오르는 걸 느끼면서 날개 여자 이형종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저 검은 벼락이 떨어지는 곳에 날개 여자 이형종이 있는 거구나!

날개 여자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파악한 순간 그곳을 향해 마탄을 정확하게 날리기 시작하니 띄엄띄엄 떨어지던 빛 벼락이 멈추고 쏟아지던 라이트 볼트도 멈췄다.

어?! 날개 여자다!!

새카만 연기를 피워올리는 무언가가 공간 지각으로 들어오는 순간 날개 여자가 추락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동시에 마탄을 멈추고 공간 조작을 날개 여자 이형종에게 사용했는데, 공간 조작으로 일그러진 곳을 지나치며 전신에서 핏물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아, 아아아!!=

추락하던 날개 여자는 연달아 퍼져나오는 공간의 일그러짐에 휩쓸려 고통 서린 비명을 지른다.

공간의 일그러짐은 검은 벼락까지 지워버리고 있었는데 그 순간 내리꽂히던 검은 벼락이 멈추고 날개 여자가 쿵, 하는 소리를 내며 대지에 먼지를 피워올렸다.

날개 여자는 입에서 광혈을 왈칵 쏟아내더니 여기저기 검게 타오르고 있는 날개를 펴서 몸을 감싼다. 그 순간 빛이 새하얀 날개를 감싸기 시작하고 검게 타오르던 자국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한다!

저, 저거 회복하잖아?!

=끄, 아아아아아아아악!!!=

몸과 날개에서 시커먼 연기를 풀풀 피워올리는 날개 여자의 괴성을 듣는 순간 뭔가 위험하다는 생각에 마나 시브를 피부에 한껏 집중하고 날개 여자에게 달려들며 공간 조작을 끊임없이 날렸다.

그리고 누나도 뭔가 느꼈는지 섀도 점프로 멀리 도망가기 시작한다.

좋은 판단인데!

공간 조작으로 날개 여자의 아랫배나 가슴 쪽에 파문을 계속 일으키지만, 폭포가 떨어져 내리는 물웅덩이처럼 공간이 거칠게 파문을 일으키지만, 날개 여자 이형종은 몸을 감싼 날개를 파르르 떨기만 할 뿐 죽지를 않는다!

왜 안 죽냐?! 죽어라. 좀!!

날개 여자를 확인해보니 지팡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튜닉도 사라진 벌거벗은 모습에 공간 조작에 휩쓸리지만 말도 안 되는 내구력으로 공간 조작을 버티고 있다!

그 자세에서 연달아 퍼져나오는 파문을 버티는 모습이 기가 찰 정도로 내구력이 무시무시하다.

저 날개 여자 이형종은 연신 코와 입으로 피를 토하면서도 엎드려 웅크린 채 두 손을 맞잡고 무언가에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제야 확인한 날개 여자의 위상력은 330만, 위상석도 301만이나 된다!

저만한 정도면 10번의 공간 조작에도 버티는 거야? 대체 파워 밸런스가 어떻게 되먹은건지…!

고위 이형종 중에서도 최상급인데,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기도를 올리는건지 심각한 기분에 되는대로 공간 조작을 펼쳐내는데 갑자기 공간 지각이 머릿속으로 경고음을 마구마구 보내기 시작한다.

뭔가 오싹한 느낌과 함께 주위가 어두워지길래 흠칫 놀라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분지 섬 상공에 시커먼 구름이 모여들고 있었다.

쿠르릉 거리면서 하얀 번개가 구름 사이를 오가는 게 보인다.

이윽고 날개 여자 이형종의 기도문이 들려온다.

=하늘님의 이름을 멸시하고 조롱하는 악한 자를 용서치 마시옵소서, 이 땅을 더럽히는 검은 종자와 날개 없는 타락 자를 벌하시고 사악이 하늘님의 징벌에 불타 사라지옵게….=

뭐?!

날개 여자 이형종의 체내 위상력이 출렁거리고 공명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TP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반대로 번개는 먹구름의 중심에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구슬처럼 뭉쳐지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을 순식간에 크게 만들고, 새하얀 덩어리가 되어 먹구름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우르르르르릉….

새하얀 구체는, 뭔지 모를 흰 안개를 몸에 두르고 간헐적으로 우렛소리를 퍼트리며 천천히 분지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지름이 5k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구체.

분지에서 저런 건 피할 수 없어. 저런 걸 맞았다간 누나는 죽어버릴 거야.

…죽어? 누가?

누나가?

누나가 죽어?

그 위협적인 모습을 본 순간, 누나가 죽는다는 생각이 든 순간.

나는 이성을 놓아버렸다.

어…?

정신이 들었을 땐, C 클래스에 올라서며 보던 비슷한 느낌의 세상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마치 오래된 영화관에서 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는 느낌.

시점은 조금 엉망이었는데 새카맣고 어두운 성안을 정신없이 달리는 느낌의 화면이었다.

내 의지로 움직이는 시점이 아니라, 마치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보는 느낌이다.

얼마나 겁에 질린 상태인지 화면이 마구 떨리고 어두운 성안을 다급하다는 듯이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다시금 달리기 시작한다.

시선이 위아래로 흔들릴 때마다 새하얗고 가는 팔이 시야의 좌우에 순간순간 나타났다 사라진다.

여자인가?

커다란 홀 같은 곳을 가로질러 달리는 시야의 주인공은 가끔 뒤를 돌아보는데 그때마다 시커먼 모습의 성 내부가 시야에 들어온다.

검은 돌을 깎고 쌓아 올린듯한 음침하기 그지없는 성.

시점의 주인공은 열심히 뛰어서 도망치지만, 미로 같은 성안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다리가 꼬여 자빠져버렸다.

눈을 깜빡이는지 화면이 껌뻑이는 게 반복되다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다.

봉긋하게 솟은 커다란 가슴은 엉망진창으로 생채기와 멍이 새겨져 있었고 가슴 아래 복부에는 갖은 구타의 흔적과 거뭇거뭇한 음모 아래 허벅지는 새하얀 거품과 함께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여자의 몸에 새겨진 난행의 흔적에 기분이 더러워질 무렵 여자는 몸을 웅크린 채 손으로 몸을 감싸 안고 덜덜 떨기 시작했다.

그 순간 시선이 덜컥하더니 천천히 위를 향하는데 어둠 속에서 뻗어 나온 시퍼런 피부에 우둘투둘한 근육이 가득한 사람 팔이 여자의 머리를 잡아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형상.

여자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거 같은 존재는 양 관자놀이에 양의 뿔 같은 게 달려있고 이마 한가운데는 코뿔소의 뿔 같은 게 나 있었다.

시퍼런 피부.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과 광대뼈까지 찢어진 기분 나쁜 흰색 입술. 찢어진 입술 사이에 드러난 상어 이빨 같은 검은색 치아.

피부와 대조되는 시뻘건 눈은 연신 번쩍이고 들창코 같은 코에서는 싯누런 연기가 연신 뿜어져 나온다.

이빨 틈으로 뱀의 혀 같은 그것이 연신 나왔다 사라지며 연신 보기 싫은 입이 들썩거린다.

악마가 존재한다면 눈앞의 퍼런 놈이 악마일 것이다.

시점이 잠시 악마의 몸통으로 내려가는데, 전문 보디빌더도 갖추지 못할 만큼 근육으로 가득 찬 푸른색의 몸뚱아리가 시야에 잡히고 천 조각 하나 걸치지 않은 남자의 알몸이 드러난다.

그 사이에 기괴한, 마치 악의적으로 빚어놓은 딜도같은 거대한 물건이 악마의 사타구니에 달려있는걸 봤다.

부들부들 떨리는 시야 아래 벌거벗은…. 악마는 소름 끼치는 웃음을 지으며 여자의 머리를 움켜쥐고 들어 올리고 있었는데 아까부터 입이 들썩거리는 걸 보면 무언가 말을 하는 거 같다. 하지만 독순술로도 어떤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

그리고 시야가 점점 뿌옇게 변하기 시작한다.

우는 건가?

공중에 떠 있던 시야가 갑자기 회전하며 어두컴컴한 성내를 보여주게 되었는데 갑자기 시점이 위아래로 덜그럭거리더니 일정한 흐름을 타며 출렁이기 시작한다.

…….

왜 이런 환상을 보고 있는 거지? 저 성에 푸른 피부의 악마는 뭐고?

난, 날개 여자와 싸우고 있었는데?

시점은 계속해서, 일정한 흐름을 타고 위아래로 흔들리며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시점은 주기적으로 확장됐다가 축소되고 부들부들 떨리는 모습을 보였다.

…어둡고 시커먼 성 내부를 한참 동안 이동하더니 도착한 곳은 핏물을 발라 만든듯한 거대한 석재 문이었다.

문에 다가서는지 여자의 시선 바로 앞에 문이 위치할 무렵, 오른쪽에 시퍼런 색의 두꺼운 팔이 뻗어 나오더니 문을 밀기 시작한다.

곧이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 문의 틈으로 지옥 같은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고문실.

육체적인 것에서부터 정신적인 것과 성적인 것까지 고문의 모든 것이 망라되어있었고 시술자는 벌거벗은 푸른 피부의 악마들. 피시술자는…. 인간과 인간 같은 종족의 여성체들이었다.

드워프가 떠오를 만큼 짧고 굵은 몸 여자의 피부를 고문하듯이 포를 뜨는 악마.

꼬챙이처럼 길고 가느다란 몸에 뾰족한 귀를 가진, 여자의 손톱과 발톱을 재밌다는 듯이 뽑는 악마.

얼굴을 제외한 전신의 피부가 벗겨진 채 피에 절여진 두 장의 날개를 가진 큰 키의 여자. 그 여자의 살을 뜨고 근육을 발라내며 미친 듯이 웃고 있는 악마.

고문 기구에 가서는 더욱 처참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동그란 원형 철쇄 안에 유방을 고정하고 뜯어내는 형틀이 있는가 하면, 남근 형태의 쇳덩어리가 있고 뒤편의 손잡이를 조작하면 남근 형태가 벌어지며 그 속에 길쭉한 침 같은 게 솟아 나오는 기구라던가.

수차 같은 곳에는 두 팔과 두 다리를 고정하는 걸쇠가 있고 수차의 아래쪽에는 불이 피워져 있는 모습.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새장 같은 것은 새장의 쇠를 따라 침이 나 있고 새장의 꼭대기에는 굵은 쇠사슬이 달려있어 흔들면 끔찍한 광경이 펼쳐질 것 같은 기구까지.

모든 고문 기구들에 인간이 아닌 인간 같은 여자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닫힌 사람 모양의 관 아래쪽에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고 마차의 바퀴에 팔다리가 묶인 채 굴러가는 모습이….

한쪽 구석에서 벌어지는 난교가 정상적으로 보이는 장소였다.

시점의 주인은 방 안의 풍경에 시선을 떼질 못하고 있었는데, 눈꺼풀로 보이는 게 파르르 떨리는 걸 보면 무언가로 눈이 강제로 벌려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시야의 위쪽에서 욕지거리가 나올 거 같은 얼굴이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내려오고 있었다. 계속해서 내려오다 시점 주인의 시야를 전부 가린 악마의 얼굴은, 곧 입술이 들썩이더니 뱀 같은 혀가 뻗어 나와 시점을 훑는다.

…그만 보고 싶지만, 시점은 계속해서 상황을 보여준다.

난교의 공간에는 많은 수의 아인종들이 악마들의 노리개가 되어서 몸에 맞지도 않는 물건에 치욕을 겪으며 시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시점 주인의 아래쪽에는 악마가 깔려있고, 뒤에도 악마가 하나 더 있다는 걸 이리저리 격하게 시점이 흔들리는 와중에 시퍼런 팔이 시야에 흔들리는 걸로 알 수 있었다.

한참을 들썩거리던 시점의 주인은 시선을 옆으로 돌리는데, 그곳에는 금발의 서양 여성이 두 마리의 악마에게 산채로 잡아먹히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알라스토르의 사악한 검은 성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하필이면 왜 지금 보여주는 거지? 그리고 어째서 나한테 보여주는 거지?

이 시점의 주인은 누구길래?

순간 시야가 화악하고 커지며 자기의 왼팔을 내려다본다. 그곳에는 못 참겠다는 표정의 지랄 같은 쌍판의 악마가 시점 주인의 팔을 조금씩 뜯어먹고 있었다.

시점이 격하게 흔들리며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그것도 오래가지 못하고 머리가 고정되고, 시점이 고정되더니 자신의 팔이 점점 사라져 가는 광경이 담기기 시작하지만….

그것도 곧 눈앞이 칠흑처럼 어두워지며 침묵에 잠겨버렸다.

============================ 작품 후기 ============================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선작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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