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8 하늘 섬 =========================================================================
누나는 영양의 넓적뼈로 만든 뼈 칼을 들고 토끼를 해체하러 가고 나도 떨어져 있던 나뭇가지를 줏어와서 불을 피울 준비를 해놓고 기다렸다.
벽이라….
누나가 만들어둔 빛과 물의 벽을 보고 있으려니 벽, 벽이라는 단어가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공간 지각, 공간 조작, 공간 보호막. 그리고 벽….
으음.
물의 벽의 형태를 잠시 살펴보다가 공간의 벽을 강하게 이미지 하면서 물의 벽에 공간 조작을 가했더니…!
그냥 잔잔한 수면에 물 한 방울을 떨어트린 것마냥 파문이 퍼져 나온다.
“쳇. 될 리가 없나.”
물의 벽을 이루고 있던 위상력은 공간 조작에 잘게 흩어져버리더니 벽의 형태가 무너지며 바닥에 쏟아져 내려버렸다.
벽이라는 키워드가 이렇게 머릿속을 자극하는 걸 보면 뭔가가 있긴 있는 거 같은데 말야. 그 뭔가가 뭔지 알 수가 없네.
“왜 이렇게 물바다가 됐지?”
토끼의 거죽을 벗기고 물로 씻고 구울 준비를 해온 누나는 물의 벽이 무너지며 물바다가 되어버린 땅을 보며 의아해하더니 간단한 손짓으로 물을 그러모아 구름바다로 날려버렸다.
저녁으로 토끼 구이를 먹은 누나는 다시 정신을 집중하며 이번엔 물과 어둠의 합성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누나의 어둠 속성을 연습하면서 확인한 거지만, 자신이 쏘아낸 빛이나 어둠 속성에는 전혀라고 할 만큼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건 육체 한정.
뭉쳐진 어둠이 폭발하면서 퍼져나온 안개에 재킷이랑 블라우스, 브래지어가 화려하게 녹아버린 누나는 비명을 지르며 옆의 구덩이 속으로 숨어버렸다.
녹는 순간을 우연히 봤는데, 누나의 가슴은 A컵에서 또 조금 더 커져서 B컵이 된 거 같다. 진짜 위상력은 기적의 에너지인 거 같네!
한숨을 쉬고 꽤 큰 덤불 하나를 통째로 뽑아와서 구덩이 근처에 꽂아주니 누나는 구덩이에서 기어 나와 흔적만 남은 정장 재킷이랑 블라우스 조각을 집어 던져버리더니 치마를 내려다보며 고민하기 시작한다.
나도 벽에 대해서 신경 쓰면서 머리를 갸웃거리고 간혹 공간 조작을 펼치며 머리를 굴리는데, 누나가 갑자기 덤불 뒤에 숨더니 옷을 홀랑 벗어버리고 다시 물과 어둠의 합성 연습을 시작했다.
누나가 있는 곳에서 신경을 돌리고 나도 10분마다 한 번씩 공간 조작을 발현하며 형태를 바꾸기 위해 애썼다.
밤이 깊어 달이 머리 위에 떠오를 때가 돼서야 연습이 끝난 누나는 다시 옷을 입었지만, 상의 실종 치녀 패션이 돼버렸다.
덤불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울상을 지으며 내 이름을 불러대는 누나한테 한숨을 쉬면서 하복 셔츠를 벗어서 집어 던졌다.
얼굴이 발개진 채 내 셔츠를 입고 나온 누나를 보며 이죽거렸다.
“누난 바보지?”
“내가 왜 바보야?!”
“자기 능력에 자기 옷을 녹여 먹는 능력자는 들어본 적도 없는데?”
“므으으.”
할 말이 없는지 불퉁한 표정을 지은 누나는 토라진 표정으로 내 허벅지를 베고 누우면서 허벅지를 꼬집었다.
“아니, 왜 자꾸 내 허벅지를 베개 삼는 거야?”
“적당히 단단하고 따뜻해서 좋으니까?”
“…….”
좋다는데 뭐라 할 말이 없어서 그냥 누나의 코를 잡아당기니 므긍긍 이사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위상 세계 진입 10일째.
아침 일찍 일어나 이제 슬슬 물리기 시작하는 식용 벨트로 식사를 해결하고 언덕을 따라 11시 방향으로 이동했다.
사실 이렇게 간도 크게 신전을 갈 수 있는 건 200만까지 폭증한 내 위상력덕분이다.
공간조작 1번에 35,000 TP. 단순 계산으로 57번을 쓸 수 있다. 이거라면 천사가 설령 10마리가 덮친다 하더라도….
아니 10마리는 무리. 3마리 정도가 같이 덤비더라도 공간 보호막을 리필하면서 공간 조작으로 구겨버릴 수 있다. 그냥 공간 조작만 연속해서 때려 박으면 파닥거리다가 피를 쏟으면서 죽어버릴 테니까.
거기다 누나도 D 클래스가 되고 어둠 속성 조작을 연습하면서 섀도 점프의 거리가 20m까지 늘어났다. 위험해지면 연속 섀도 점프로 날개 여자 이형종의 시체를 숨겨둔 곳까지 도망가기로 약속을 받아냈다.
뭣보다 누나가 만들어낸 두 가지 스킬은 내가 봐도 놀라울 정도다. 두 가지 스킬은 빛과 물, 어둠과 물을 융합시킨 융합 탄을 쏘아내는 거였는데 시연 장면을 본 순간 위력을 계산해보니 내 마나 탄과 동등한 위력을 내는 걸로 확인했다.
빛과 물의 융합 탄을 퓨전 라이트워터라고 이름 붙였는데, 빛을 환하게 머금은 물 덩어리가 목표에 닿는 순간 수증기 폭발이 일어나며 말 그대로 범위 안을 박살 내버린다.
1ℓ의 물이 기체로 상…. 상전이? 맞나모르겠네. 아무튼 물이 기화될 때면 1,600배가 넘게 부피가 폭발하듯 팽창한다고 과학 시간에 배웠는데, 퓨전 라이트워터는 목표에 닿는 순간 물의 양에 따라 폭발하듯 수증기가 터져 나와서 닿는 근처에 있는 모든 걸 날려버리더라.
그리고 어둠과 물의 융합 탄, 퓨전 다크워터는 물 덩어리 속에 검은 무언가가 응축되어있었는데 물이 닿아서 터지는 순간 겁나 무시무시한 부식성 독물이 쏟아진다.
나무 위에 쉬고 있는 중위 이형종의 날개를 잘라내고 누나 앞에 갖다놓고 실험해봤더니 닿아서 터지는 순간 독물을 뒤집어쓴 중위 이형종이 순식간에 녹아버렸다.
퓨전 다크워터는 범위는 극소지만 위력은 극대고 퓨전 라이트워터는 범위는 극대지만 위력은 상중급? 속도는 퓨전 라이트워터는 좀 빠르긴 해서 맞추기 쉬워 보이지만 다크워터는 느린 것도, 빠른 것도 아니라 맞추기가 꽤 힘들어 보인다.
그리고 빛과 어둠을 융합시키는 퓨전 다크라이트는 아직 성공시키지 못했다. 솔직히 태우는 거랑 부식시키는 게 합쳐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중상위까진 누나의 퓨전 시리즈는 확실한 위력을 보여줄 거다. 상위부터는 약점이나 약한 부분을 공략하지 않으면 재미는 못 보겠지만 서브 딜러로서는 확실한 위력을 선보일 거라 생각된다.
“후우우. 하아아.”
“긴장돼?”
“으응. 조금.”
11시 쪽 신전에 가까워질수록 누나는 침을 꼴깍 삼키면서 지팡이를 번갈아 잡으면서 셔츠 자락에 손을 비빈다.
일각수 뿔은 날개 여자 이형종의 사체 옆에 두고 왔는데 양손에 두 개를 들고 라이트 볼트를 쏘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다른 손으로는 물이랑 어둠을 쏴야 해서 안된다든가.
분지 섬의 11시 방향에 도착한 우리는 비탈길을 타고 내려가며 천천히 신전에 다가갔다.
신전은 땅 위에 무진장 넓고 큰 돌을 직사각형으로 평평하게 깎아내고 그 위에 지름 3m짜리 거대한 원기둥을 일정 간격으로 주욱 쌓은 다음 그 위에 삼각기둥 형태의 지붕을 눕혀서 올린 신전 모양이었다.
신전은 초원 한가운데 지어져 있었는데 높이가 굉장히 높았다. 얼추 40m 정도인가? 15층 아파트 높이다.
“저건 언뜻 보면 그리스 신전 같지만, 어느 양식과도 같지 않은걸…. 기둥은 코린트식? 지붕은 도리아식처럼 보이고 셀라는….”
신전 건축에 대한 지식도 가지고 있나? …그냥 그러려니 해야지, 누나 머릿속에는 대체 얼마만 한 지식이 담겨있는지 모르겠다.
공간 지각뿐만 아니라 피부에 느껴지는 감각에도 집중한다. 살짝 허리를 숙이고 어떤 반응이 있더라도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게끔 조심스레 신전으로 가까이 다가가지만, 신전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누나도 두 손으로 2m짜리 지팡이를 양손에 꼭 쥐고 엉거주춤 허리를 구부린 채 내 뒤를 따른다.
어느덧 공간 지각 범위에 신전 일부분이 들어오고 차츰차츰 그 범위가 넓혀져 갈 때, 신전 안에는 이형종을 비롯한 생명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어서 계속 긴장을 유지하며 신전을 다시 살펴봤다.
신전은 전체적으로 직사각형의 모습에 축구 운동장만 한 넓이였는데 방이랄지, 셀라cella라고 부르는 신상 神像 안치소가 2/3를 차지하고 있었다.
방 안에는 사람 형태의 신상이 아니라 굉장히 사실적으로 깎은 높이 20m의 거대한 새의 조각상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얼마나 세밀한지 깃털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일듯한 석상이었다.
“후우우. 이형종은 없어.”
“응? 없어? …으음 다행이다.”
“방금 아쉬워하지 않았어?”
“…안 했어!”
신전 안은 물론이고 공간 지각 범위 안에도 이형종은 하나도 없어서 허리를 펴고 신전의 입구로 걸어가니 누나도 재빨리 옆에 다가와서 내 손을 잡는다.
누나와 함께 어두컴컴한 셀라 안에 들어왔는데 어딘가 모르게 청량한 향이 감도는 거 같다.
누나는 바로 빛의 구체를 띄워 올려 셀라 안을 환하게 만들었는데, 눈앞의 석상을 본 누나가 감탄사를 터트린다.
“우와아…. 저 석상은 뭐야? 불사조?”
어…. 불사조로 볼 수도 있겠네. 나는 그냥 깃털 하나하나를 조각했다고 생각하는데, 어찌 보면 두 날개를 활짝 펼치고 고고한 모습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새의 석상은 타오르는 불길을 형상화 한 걸로 보이기도 한다.
“흐음. 날개 여자가 섬기는 그 하늘은 저 새를 말하는 거였을까?”
“그럴지두….”
누나는 계속 석상을 살펴보고 나는 벽을 살펴보는데 벽에 가까이 다가가니 살짝 울퉁불퉁한 벽이…. 아니, 벽이 아니야. 이건 평평한 벽이 아니라 미세하게 파낸 벽화다!
일렁이는 빛의 물결에 잘 보이지 않아서 공간 지각으로 벽화를 감지해보니 벽화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벽화에는…. 어? 초거대 거북…이?
땅에는 산과 강과 구름이 새겨져 있고 그런 산과 강을 발아래 하고 있는 거대한 거북이가 한 마리 있었는데, 머리를 쭉 들어 올린 모습에, 구름을 뚫고 머리가 솟아올라 있는 모습이다.
간략화된 거북이가 공중에 떠 있는 거대한 섬과 그 위에 날개를 활짝 편 새를 바라보는데 섬에는 날개 달린 사람들이 새보다 훨씬 작은 모습으로 여럿이 새겨져 있었다.
날개 인간은 한 쌍과 두 쌍, 세 쌍의 세종류인데, 세 쌍은 하나뿐이고 두 쌍 날개는 셋, 한 쌍은 여러 개체가 그려져 있었다.
어제 잡은 날개 여자는 두 쌍이었지. 두 쌍 날개가 고위급이면 한 쌍은 상위고 세 쌍은 설마 최고위 이형종이냐.
…아무리 봐도 이건 초거대 거북이 같은데. 거북이의 발아래는 여러 가지 생물이 새겨져 있었다. 대부분 거북이나 악어 도마뱀 개구리 같은 파충류다. 이형종을 새겨놓은 건가?
구도만을 보면 새와 거북이의 대결 구도인데 거북이나 새의 표정은 노기나 분노의 표현이 되어있지 않아서 애매하다. 표현력이 없어서 안 새긴 건지 분노한 상태가 아니라서 안 새긴 건지 모르겠다.
반대쪽을 가보니 반대쪽 벽에는 지형만 산에서 평지로 바뀌고 똑같은 구도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벽화였다.
석상의 뒤쪽 벽화를 살펴보니 이곳은 바다였다.
새와 거북이의 벽화를 보니 머리가 혼란스럽다. 거기다 벽화의 거북이는 내가 만난 초거대 거북이를 떠올리게 하는 특징을, 현묘함이 느껴지는 새카만 눈동자를 그리고 있다 보니 혼란은 더 심해진다.
“서하야? 여기서 뭐 해?”
“어, 벽에 새겨진 벽화를 보고 있었어.”
“이…. 벽화는 다 뭐야? 거북이랑 새?”
내 옆에 다가온 누나도 벽화를 발견했는지 빛 구체를 하나 더 띄워 올리더니 이리저리 움직여 음영을 만들면서 벽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곧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왜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짓는 거야?”
“이상해서 그래. 위상 세계가 등장하면서 서기나 기원전이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신기력으로 바꼈는데, 200년이 넘게 지날 동안 위상 세계에서 대화가 가능한 지성을 갖춘 존재가 발견됐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단 말야. 거기다 이형종이 건물을 짓고 벽화를 남길 정도의 지성 활동을 했다니…. 믿기 힘들어.”
“그래? 3달 전에 영국에 한 능력자가 엘프를 잡았다고 하던걸? 거기다 내가 3회차 때 사람 말을 알아듣는 인어 이형종도 만났었고. 그거나 이걸 보면 우리가 모르는 곳에 지적 생명체가 사는 건 아닐까?”
“어?! 그래?”
“응. 엘프 이야기는 공주가 직접 해준 이야기야. 나도 인증기에서 잡았다는 엘프 사진을 봤고.”
“그런….”
거기에 코끼리우로…스가 아니고 엘리펀트로스 산 지하의 건축물도 생각난다. 사람이 살았다고 생각하기에는 크기가 너무 컸던 건물들.
셀라의 중앙에 있는 거대한 새 석상을 다시 한 번 꼼꼼히 공간 지각으로 투시해보고 살펴봤지만 위상력이 함유된 돌도 아니고 뭐 특별할 거 없는 평범한 돌덩어리다.
빛 구체를 회수하고 누나의 손을 잡고 신전 밖으로 나오니 해가 중천에 떠올라있었다.
“벽화를 봐서는 이 섬에는 두 쌍의 날개를 가진 날개 인간이 둘이 더 있다는 이야긴가…. 그럼 저 큰 섬에는 세 쌍의 날개를 가진 날개 인간이 있겠는데.”
“두 쌍의 날개를 가진 이형종이 고위급이었지? 그럼 한 쌍은 상위일까? 세 쌍은…. 최고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 누나한테 고개를 끄덕여주며 분지의 동쪽 언덕 위에 살짝 보이는 거대한 섬의 절벽을 보며 침을 삼켰다.
저 섬에 최고위 이형종으로 짐작되는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니 살짝 두려움이 밀려온다. 누나도 안색이 어두워지는 걸 보니 나랑 비슷한 생각을 했나 보다.
“확신은 못 하겠지만 최악을 가정한다면 그럴 거라 생각이 들어. 그리고 남은 신전 두 곳에 두 쌍의 날개를 가진 날개 인간이 하나씩 있을 확률이 높아.”
“으응. 아무래도 신전 안의 벽화에 그려진 숫자랑 신전의 숫자가 딱 맞아 떨어지니까. 하지만 한 쌍은 왜 하나도 없을까? 그동안 날개 인간은 한 번도 못 봤잖아.”
“큰 섬에 다 모여있을 수도 있고 귀신고래와 관련된 뭔가가 있을지도 모르지.”
여기서 가장 가까운 2시 쪽 신전이 있는 곳, 동쪽을 바라보니 누나도 내 시선을 쫓다가 살짝 긴장하며 물었다.
“잡을 거야?”
“잡자. 이 기회에 누나도 C 클래스에 오르고 나도 B 클래스에 올라야겠어.”
“응.”
만약 진짜 저기에 4장 날개의 고위 이형종이 하나 더 있다면, 그걸 잡으면 누난 C 클래스로 오를 테고 나도 B 클래스에 올라갈 수 있을 거다.
나도 7배 가까이 늘어난 위상력을 믿고 누나도 결의를 다지며 동쪽에 있을 2시 쪽 신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11시와 2시 신전의 사이에 있는 숲에 들어서니 동물들은 물론이고 이형종까지 전부 우리를 피해서 도망가는 게 보였다.
“…?”
물론 그동안 지내면서 이형종은 걸리는 대로 다 잡아 죽였고 동물들도 그런 날 보고 도망 다녔기 때문에 익숙한 모습이긴 하지만 어쩐지 뭔가 다른 느낌인데.
그리고 30분가량을 조금 빠르게 걸어 숲을 빠져나온 순간 동물과 이형종 들이 도망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신전의 상공에서는 네 장의 날개를 가진 날개 인간과 한 마리의 천마가 하늘에 떠서 나와 누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물과 이형종이 도망간 이유는 저 이형종 들이 뿜어내는 기세 때문이었겠지.
신전을 향해 걸어가면서 심호흡을 하며 전투를 준비하고 누나에게 말했다.
“누난 뒤에서 지켜보면서 서포트해줘.”
“괜찮아? 천마는 내가 맡을 수 있어.”
“날개 인간과 천마 둘이 같이 덤비더라도 나한테는 별 차이 없어. 그러니 누나가 안전한 곳에서 서포트 해주는게 나한텐 더 편해.”
“알았어.”
“날개 인간의 빛 벼락을 조심하구.”
“걱정 마.”
걱정 말라지만 안 할 수가 없지. 하지만 초원이라고 해도 나무가 이곳저곳에 서 있으니까 섀도 점프를 이용해서 잘 피해 다닐 거야.
꽤 멀리 떨어져 있어 공간 지각으로 살펴볼 수는 없지만 천사도 지팡이를 쥐고 자세를 취하는 모습에 싸울 생각이 한가득인거 같다.
긴장하던 누나가 몸 주위에 어둠 속성 보호막을 쳤더니 그 순간 천마가 급가속을 하며 누나한테 날아가려 하고 천사도 넉 장의 날개를 활짝 펴서 이쪽을 향해 활강을 시작하며 지팡이를 휘두른다!
날개 인간이 움직이는 보자마자 천마를 향해 100 TP 마탄을 쏘아내고 나도 공간 보호막을 치는 순간 날개 여자의 지팡이에서 무수한 라이트 볼트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그럴 줄 알았다. 터져라!
쿠구구구구궁….
총알같이 날아간 마탄은 순식간에 천마에게 쇄도하며 작은 산 정도는 통째로 날려버릴 폭발이 터져 나온다.
저것들이 하늘을 날아다녀서 다행이다! 지상에 있었다면 마탄을 터트릴 생각도 못했을꺼야.
내 수련장에 커다란 흔적을 만들 때와 같은 열풍과 함께 빛이 폭사 되며 천마를 휩쓸고 날개 여자가 쏘아낸 라이트 볼트까지 모두 삼켜나간다.
공간 지각 밖이라 공간 조작도 쓸 수 없어 마나 모드 - 가속을 켜고 놈들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갔다.
곧 폭발 속에서 전신이 엉망진창이 된 천마가 튀어나와, 아니 추락해오기 시작한다. 저대로 두면 공간 지각에 들어올 모습이라 그때 공간 조작으로 숨통을 끊어주기로 했다.
폭발한 곳으로 50 TP 마탄을 연속으로 날리며 날개 여자를 공간 지각 범위 안에 넣기 위해 빠르게 달렸다.
쿠르르릉 쿵 쿠웅
이윽고 대기를 진동시키듯이 마탄이 연속으로 폭발하기 시작하고 동시에 처음 폭발 지점을 공간 지각 속에 넣었지만, 날개 여자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전신에 상처투성이로 깃털이 거의 다 빠진 날개를 퍼덕이며 고도를 높이려는 천마만 보였다.
그런데 저 천마도 상위급이다! 위상력 12만의 천마는 신체 강화 타입이었는데 재빨리 마나 레이를 뽑아내 날개 한쪽과 두 뒷다리를 잘라내 버렸다.
푸히히히히힝!!
천마를 공격하기 위해 잠깐 멈칫한 그 순간 빛 벼락이 공간 보호막을 내려쳤다!
“큭?! 이게?!”
번쩍하면 공간 보호막의 지속시간이 10%나 줄어드는 모습에 이빨을 갈면서 위를 올려다보니 날개 여자가 높은 곳에서 지팡이를 머리 위로 들고 있는 게 보인다.
“아, 저거…!”
츠즈즈즈즛!!
으아!!
다시 두 발의 빛 벼락이 공간 보호막을 때리기에 재빨리 지그재그로 달리며 날개 여자를 감지하려 하지만 내 공간 지각 범위 밖에서 빛 벼락을 떨어트리고 있다.
쳇! 거리를 벌려주면 공간 조작은 못 쓰지만, 마탄은 마구 쏠 수 있다고!
손에서 연달아 100 TP의 마탄을 날개 여자를 향해 날리는 순간,
츠즛!!
빛 벼락이 날아가는 마탄을 정확하게 후려치며 터트려버린다!!
쿠구구구구구….
대기를 찢어발기는 폭발이 나와 날개 여자 사이에서 터져 나오지만, 마탄의 폭발은 내 공간 보호막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지속시간이 감소하긴 하지만 정통으로 빛 벼락에 맞았을 때보다 감소량은 훨씬 낮다.
광풍도, 폭음도 움직임에 영향을 주지 않기에 나와 날개 여자의 시야를 가리는 폭발 사이로 다시 마탄을 날개 여자를 향해 날려대니 연신 두궁 쿠궁 거리며 빛과 폭발이 쏟아져나온다.
폭발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아 맞고 있는지 확신은 못 하겠다. 하지만 아까부터 연달아 떨어져 내리는 빛 벼락이 내가 아니라 내 주변의 땅을 후려치고 있는 걸 보면 저 날개 여자도 날 못 보고 있는 게 틀림없다!
날개 여자의 빛 벼락도 시야에 영향을 받는지 빛 벼락은 연신 엉뚱한 곳을 내려치고 나무에 내려 꽃히더니 확! 하고 잿더미로 변해버린다!
그런 벼락의 사이로 달리며 어떻게든 날개 여자를 공간 지각 범위 안에 넣을 방법이 없을까 머리를 굴리는데 그 순간 백수십발의 라이트 볼트가 폭발을 뚫고 지상으로 쏟아져 내린다!
“아 진짜!”
나도 맞상대하듯 100 TP 마탄을 계속 하늘로 뿌려대니 저 폭발음에 6시 쪽 신전에서 지원 나오진 않을까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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