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197화 (197/517)

00197  하늘 섬  =========================================================================

다시 한 번 천사, 가 아니라 날개 달린 여자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보면 이 날개 달린 여자도 하늘이라는 단어에 하늘 날개라는 말만 했지 신을 언급하는 이야기는 없었잖아?

그래. 이 날개 달린 여자는 천사 같은 게 아닌 게 틀림없어!

찌푸린 얼굴이 갑자기 활짝 펴지는 내 모습에 누난 이상한 녀석이라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지만, 아무렴 어때!

“아, 맞다. 지팡이!”

나는 다시 호수로 뛰어들어서 공간 지각을 돌려 날개 달린 여자가 떨어트린 지팡이를 찾았다.

손에서 라이트 볼트를 쏘아내고 한 게 아니라 지팡이를 휘두르면서 빛 번개랑 라이트 볼트를 쏴낸 걸 보면 지팡이도 어떤 아이템 같은 게 아닐까?

호수 밑바닥에 가라앉아있던 내 키를 훌쩍 넘어가는 기다란 나무 지팡이를 찾아 들고나오니 누나가 달려와서 몸에 흐르는 물을 제거해주면서 물어봤다.

“그건 뭐야?”

“어, 날개 달린 여자가 들고 있던 지팡이야. 누나가 들고 있는 유니콘 뿔이랑 비슷한 거 같아서. 이건 뭐 끌어당기는 느낌 같은 건 안 들어?”

누나 앞에서 반들반들하게 윤이 나는 2m가 조금 넘는 곧게 뻗은 나무 지팡이를 보여주며 물었는데, 물은 게 바보짓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누나는 초롱초롱 눈을 빛내고 있었다.

“…자.”

“어?! 아, 아냐. 그건 서하 니가 써야지?”

“눈에 욕심이 한가득이구만. 난이 지팡이에 아무런 느낌이 안 들어. 그러니까 느낌을 받는 누나가 써봐.”

“…응!”

“그렇게 좋아?”

“에헤헤.”

배시시 웃은 누나는 냉큼 지팡이를 받아들고 끝이 T자 모양으로 갈라진 부분의 아래를 잡더니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는데, 호숫가에 지팡이의 뾰족한 면을 향하더니 끝에서 빛의 레이저를 쭈욱 뽑아내며 땅에 검은색의 선을 그어버렸다.

헐. 광학 병기네. 레이저가 닿은 부분이 새까맣게 타버렸어.

“음.”

자신이 그려놓은 선을 보던 누난 지팡이를 거꾸로 들더니 호수를 향해 한번 휘두르니까 날개 달린 여자만큼은 아니지만 한 번에 8발의 라이트 볼트가 호수에 쏟아져 내린다.

퍼벙거리면서 수면을 두드리는 라이트 볼트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위력이야 내 절반도 못 미치긴 하지만 누난 각성한 지 10일도 안 됐는데 지팡이 하나 들었다고….

“…….”

“그리고….”

또 있어?!

“에잇!”

츠즛!! 퍼어엉!

앙증맞은 기합과는 다르게 섬뜩한 빛 벼락이 호수에 떨어지더니 수증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와아. 서하야! 이거 진짜 대단해! 빛 속성 TP 소비가 절반으로 떨어졌어! 위력도 더 세지고 연사도 더 빨라진 거 같아!”

“어…. 축하해….”

…으으. 누나가 대단한 걸 솔직하게 기뻐하지 못하는 내 옹졸함이 싫다.

누나가 D 클래스에 오르면서 얻은 건 빛 벼락 하나랑 TP를 일정량 응축해 단번에 터트리는, 엘리멘탈 클러스터 밤, 통칭 클러스터였다.

누나의 말로는 속성 능력자들은 각성할 때 기본적인 속성 탄의 사용방법을 저절로 알게 된다고 했다. 속성뿐만 아니라 신체 강화, 회복, 희귀 타입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능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각성의 순간에 저절로 한댔다.

그중 속성 능력자는 TP가 확보되면 기본 속성 탄의 다음 단계, 손끝에서 레이저를 쏘아낼 수 있게 되고 마지막으로 엘리멘탈 클러스터 밤 Elemental cluster bomb을 쓸 수 있게 된다고 했는데, 한 번에 폭발적으로 성장해버린 누나는 레이저와 클러스터를 동시에 쓸 수 있게 된 거였다.

그러니까 내 마포도 엘리멘탈 클러스터 밤이었다.

아무튼, 이 세 가지가 속성 능력자들의 기본 공격 능력이고 그 외에 속성을 이용하는 건 응용력이며, E 클래스와 C 클래스가 되면 각자의 행동에 따라 관련 능력을 깨닫는다고 하는데 대부분 보호막 같은 거나 조작능력이라고 했다.

하지만 딱히 능력을 깨닫지 못해도 응용력이 뛰어나거나 체질적으로 위상력의 감지에 소질이 있는 사람은 E 클래스나 C 클래스가 되지 않아도 능력들을 응용해서 일찍 쓸 수 있다고 했다.

누나처럼 말이지.

“…누나가 보여준 응용력이 평균인 거야?”

“아, 니지 않을까?”

민망하다는 듯이 살짝 미소 지은 누나는 입을 가리면서 작게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누나 수준이 평균이었다면 내 자존심이 반토막날뻔했다.

아무튼 날개 달린 여자의 시체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날개를 잡아서 돌려 눕히니 가슴 중앙에 작은 구멍이 나 있는 날개 여자의 알몸이 드러난다.

“어휴. 왜 그렇게 돌려 눕히고 그래?”

“일단 이 천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지. 이래 봬도 고위 이형종인 데다 사체도 멀쩡한데 가지고 돌아가면 어딘가 쓸데가 있지 않을까? 이 하얀 날개라던가.”

내 마탄을 수십 발이나 맞았는데도 멀쩡한 데다 공간 조작도 어느 정도 버티는 모습을 보여줬잖아.

누나는 날개를 접어 날개 여자의 알몸을 가리려 애쓰는데, 왜 저러나 모르겠다.

“으음. 그렇긴 한데…. 솔직히 가능하다면 현실로 운송해서 능력자 연합이나 정부 소속의 연구소에 넘기고 싶긴 해. 신종 이형종을 연구소에 연구 기증을 하면 레이드 팀의 명성도 오르고 이득도 많이 남거든?”

“음…. 앞으로 귀환까지 6일 정도 남았는데 그사이에 시체가 썩어버리지 않을까?”

“아냐. 고위 이형종일수록 시체는 오래 멀쩡하게 지속하니까 귀환할 때까지는 멀쩡할 거야. …아마도.”

누나의 말을 듣고 잠시 날개 여자 사체의 허리를 잡아 들어 올려보니 날개에서 물이 주르륵 떨어진다. 잠시 기다리니 무게가 조금씩 줄어들긴 하는데 물먹은 날개 때문인지 무게가 150kg 정도 된다.

그럼 끈을 만들어서 묶어서 들고 다닐까? 어떡할지 물었더니 누나는 조금 고민하는 표정이 됐다.

고민할 거면 뭐, 답은 나온 셈이지.

문제는 이렇게 거치적거리는 걸 어떻게 하느냐는 건데…. 덜렁거리는 두 팔과 다리를 고정을 위해 날개 여자의 날개를 잡고 날개뼈를 일정 간격으로 부러트린 다음 날개로 몸을 감싸듯이 둘둘 말아버렸더니 고치처럼 되어버렸다.

누나는 날개 여자의 나신이 가려지니 그제서야 안색이 밝아지길래 좀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마디 해버렸다.

“왜 그렇게 날개 여자의 알몸에 반응이 날카로운 거야? 뭔가 맘에 안 들어?”

“으응?! 아, 아니야 아. 그냥 괴…물이라 보기 흉해서 그랬던 거 뿐이야. 응응.”

그러면서 날개 여자를 살짝 노려봤는데…. 그러고 보니 내가 날개 여자를 들어 올리거나 움직일 때마다 누나의 시선이 날카로워졌었지?

그…러니까, 날개 여자 이형종의 가슴은 못해도 G컵은 넘어 보였는데 그 커다란 가슴이 출렁거리면서 움직일 때마다 누나의 눈초리가 매서워졌다는 걸 그제야 눈치챘다.

…아무튼 고치 같아진 날개 여자를 이대로 고정하려면 끈을 만들어야하는데…. 들소 한 마리 잡아서 가죽을 무두질한 다음 가죽끈을 만들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누나가 식물에서 끈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누나는 호수 주변에 길게 자란 식물들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만져보더니 속이 비어있는 식물 중에 자기 키만큼 큰 것들만 골라서 뜯기 시작했다.

나도 그걸 보고 똑같은 풀을 잔뜩 뜯기 시작하니 누나가 기겁하면서 그만하면 됐다고 말려왔다.

뜯어온 식물을 한데 쌓아두고 누나가 하는 걸 가만히 지켜보니 누나는 식물에 달긴 잎을 하나하나 뜯기 시작하길래 식물 하나를 들어서 손끝에 힘을 주고 주욱 훑어서 건네주니 눈이 동그래진다.

잎이 다 떨어진 식물 줄기를 넓적한 돌멩이를 하나 가지고 오더니 거기에 식물의 줄기를 갖다 대고 손가락으로 눌러서 속이 빈 식물 줄기를 세로로 부러 트려 나간다.

그리고 식물의 줄기를 따라 세로로 쪼개더니 천천히 부러진 식물의 속을 뜯어내 식물의 표면만 길게 남은 상태로 만들었다.

“자, 그리고 이걸 이렇게, 새끼줄 꼬듯이 빙글빙글 돌리면 끈이 되는 거야.”

하나의 식물 줄기에 두 가닥의 긴 껍질이 나오자 끝을 겹쳐 빙글빙글 꼰 다음 두 발바닥을 붙여 꼬은 부분을 뒤꿈치로 잡더니 손바닥을 비벼서 새끼줄로 만들어버렸다.

…젊은 처자가 치마 입고 할 자세는 아니구나.

그렇게 1.8m가량의 식물에서 나온 끈은 식물의 키에 비해 2/3로 줄어들고 볼펜 심만큼 얇은 끈이 나왔다.

그 뒤에는 1시간가량 똑같은 작업을 반복해서 붙이고 돌리고 늘렸더니 내 엄지손가락 굵기만 한데다 10m가 넘는 밧줄 4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끈 만들기 힘들다.”

고정된 자세로 1시간 동안 작업했더니 몸이 찌뿌둥해져서 기지개를 켜고 있으려니 누나가 쿡쿡 웃으면서 밧줄을 들고 날개 여자 이형종의 사체에 다가가며 말했다.

“후후. 자 어서 묶고 돌아가자. 나두 D 클래스가 됐으니까 이제 남은 시간은 능력 연습하면서 보내면 되겠지?”

응? 아, 그러고 보니까…. 우와. 갑자기 등에 식은땀이 주르륵 흐른다.

잠시 2시 방향과 6시 방향의 신전이 있는 곳을 번갈아 살펴보다가 밧줄을 들고 날개 여자에게 다가갔다. 날개가 커서 그런지 얼굴을 제외하면 드러나는 부분이 없어서 얼핏 보면 깃털 이불에 돌돌 말린 모양이다.

커다란 날개가 이불처럼 몸에 돌돌 말린 여자를 꽁꽁 묶어서 어깨에 들쳐메니…. 서양 여자를 보쌈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고개를 저어 털어버리고 9시 방향 언덕으로 되돌아갔다.

언덕에 되돌아와서 날개 여자 이형종의 시체를 위장시켜 숨겼을 땐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조금씩 어두워져 가는 하늘과 오렌지빛에 물든 구름바다는 어딘가 모르게 감수성을 자극하는 경치였다.

문득 누나를 돌아보니 눈이 촉촉하게 젖어가는 모습이 감수성을 풀로 발휘하고 있는 거 같다. 나도 주저앉아 해가 완전히 구름바다 속으로 모습을 감출 때까지 흔히 볼 수 없을 풍광을 구경했다.

그리고 하나둘 별이 떠오르기 시작할 때가 되어서야 누나는 기지개를 켜며 한숨을 폭 내쉰다.

“내일은 11시 쪽의 신전에 가볼 거야.”

“신전을 탐색하려구?”

“응. 저 날개 여자가 11시 쪽에서 다가오는 걸 봤거든.”

“전에 천마도 11시 쪽 신전에서 날라왔다구 했었지?”

“응. 내 생각에는 저쪽 신전에 더는 다른 이형종은 없을 거 같아.”

“하긴…. 있었으면 한 번에 다 날라왔지 혼자 오진 않았을거야.”

지금 생각해보는 거지만 역시나 고위 이형종은 위상력 감지 범위가 1.5km가 넘는 건 확실하다.

호수에 나랑 누나가 있던 장소랑 11시 쪽 신전이랑 거리가 6km는 넘게 떨어져 있었을 텐데 찾아온 거나, 아니 찾아온 건 소리를 향해 왔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내 공간 지각 범위 밖에서 정확하게 우릴 발견한 점을 봐도 알 수 있지.

처음에 신전을 가보자던 누나의 호기심은 어디로 갔는지 좀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분지 안을 되돌아보며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건 내 예상이지만, 이튿날에 내가 죽인 페가수스는 그 날개 여자의 애완동물이었다거나 11시 쪽 신전과 관련된 이형종이었을 거야. 그리고 나한테 죽은 날개 여자 이형종은 어느 날부터 돌아오지 않는 페가수스를 신경 쓰다가, 폭음이 들린 이후에 페가수스가 없어졌다는걸 눈치챈 거지. 날개 여자가 우릴 찾아온 건 그 마나 탄의 폭음을 듣고 온 거라는 생각이 들어.”

“흐으응.”

“날개 여자가 말을 걸어왔을 땐 천마, 페가수스를 봤냐고 물었거든. 그리고 봤다고 하니까 어떻게 했냐고 물었고, 죽였다고 하니까 적의를 보내면서 덤벼들었단 말야.”

“그러니까 11시 쪽 신전에 다른 이형종이 더 있었다면 싸우는 소리를 듣고 날아왔을 거라고 이야기 하고 싶은 거야?”

“맞아. 그러니까 지금 11시 쪽 신전은 비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

“그렇다면 나머지 두 곳의 신전에도 한 마리씩 최소 2마리의 고위 이형종 있을 수 있겠네….”

“응.”

아마도 같은 신전이니까 똑같은 날개 여자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있었다면 11시 신전의 날개 여자와 싸우면서 터져 나온 폭음에 그것들까지 끌려오지 않았던 건 진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좋아. 나도 같이 갈래.”

“…알았어.”

누나는 잘됐다며 이번엔 자기도 싸움에 손을 보탤 거라며 오늘 얻은 능력을 좀 더 다듬으며 수련을 시작했다.

…재능도 있고 자질도 있는 데다 노력가에 머리까지 좋으니 저렇게 금방금방 강해지는 거겠지. 솔직히 공격이라는 부분 한정으로 유틸성을 비교해보면 이미 누나는 날 능가하고 있었다.

빠르고 폭발 범위가 넓고 강한 마탄계열과 공간 보호막, 공간 조작뿐인 내 능력에 비교하면, 누나는 이미 빛과 어둠, 물을 조작할 수 있다.

거기에 어둠 속성 탄에는 유도 성능이 달린 데다 분해의 하위 카테고리인 부식 능력에 어둠에 숨거나, 거리가 조금 짧지만, 근방의 그림자 속으로 워프하듯이 숨어드는 능력이 있다. 이 부분은 클래스가 오르면 자연히 성장하듯이 그 거리도 늘어나겠지.

빛 속성은 더하다. 날개 여자 이형종이 들고 있던 2m짜리 지팡이의 효과가 더해졌다지만 라이트 볼트의 속도는 이미 마탄 수준만큼 빨라졌다. 하지만 연사능력은 내 마탄을 뛰어넘는다.

물론 마나 탄을 쏘아내면 나도 그만한 연사력을 따라갈 수 있긴 하지. 하지만 빛 벼락을 보면 말이 안 나올 정도다.

빛과 어둠의 속성에 밀려나 버렸지만 물 속성 자체는 세상에 알려진 것만 봐도 얼마나 유용성이 큰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고.

아까 날개 여자 이형종의 위상력이 퍼져 나올 때 누나가 14만 정도밖에 흡수 못 하는걸 보고 성장의 한계에 부딪친 건가 했는데 단순히 위상력을 적게 흡수했을 뿐이었다. 여기에 오는 도중에 위상력이 1 늘어나는 걸 봤거든.

만약 자질의 한계에 도달하면 위상 세계에서 자연적인 위상력도 흡수 못 하니까 말이지.

누나는 차례대로 자신이 쓸 수 있는 능력들을 하나씩 하나씩 파악해나가고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클러스터 밤을 확인하려 하길래 나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물 속성의 클러스터 밤은 마치 클레이모어 지뢰처럼 한 방향을 향해 무수한 물의 산탄을 뿌려냈다.

빛 속성의 클러스터 밤은 리디아 공주가 썼던 것 처럼 지름 수십미터짜리의 빛기둥을 만들었다가 환한 빛을 뿌리며 사라졌다.

어둠 속성의 클러스터 밤은 슬금슬금 날아가더니 푸식 하는 소리와 함께 보기에도 진득해 보이는 검은 안개를 자욱하게 뿌려냈다.

밤하늘의 색과는 다른 밀도가 높아 보이는 검은 안개는 무척이나 위험해 보인다.

그리고 누나는 지팡이를 내려놓더니 왼손에는 물을, 오른손에는 빛을 만들어내더니 살금살금 합성을 시도한다.

…빛과 어둠이 아니라 빛과 물을 합성하네? 왜 그러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심각한 표정으로 집중하고 있어서 말을 못 걸겠다.

한참 동안 집중하면서 빛과 물을 합치던 누나는 몇 번 물이 터져나가면서 누날 홀딱 젖게 만들거나 빛이 터져 나오면서 두 손으로 눈을 부비부비하는 걸 보니 그제야 이해가 간다.

빛이랑 어둠이 폭발해버린다면 누나도 크게 다칠 거라 생각한 거겠지.

누나의 수련장면을 구경하면서도 분지 쪽을 경계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다가 문득 저녁을 먹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촤악!

“아푸풋!”

왼손의 물 덩어리가 또다시 폭발하며 누나한테 물을 끼얹는걸 보고 입을 열었다.

“저녁거리 잡아올게. 오늘은 고기 구워 먹자.”

“으응!”

밤의 분지는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구나.

언덕을 타고 내려와 적당한 사냥감을 물색하는데, 밤안개가 끼면서 안개에 달빛 별빛이 산란하며 희미하게 나무들을 밝히는 모습은 미지의 공포감을 자극하는 면이 있었다.

“뭔가 살짝 오싹한 기분인걸.”

그러고 보니 아까 낮에 날개 여자 이형종을 보고 왜 가슴이 뛰었던 거지? 하늘 섬은 검은 성과 전혀 연관 점을 찾을 수 없는 장손데.

잠시 머리를 굴려봤지만 검은 성의 이야기가 떠오르고 하철수 일이 연상되서 기분이 나빠지려고해 생각을 접었다.

잠시 공간 지각으로 주변을 살펴보다 토끼굴 속에 토끼 두마리가 보여서 마나 레이를 짧게 쏘아내 두 마리 토끼의 머리를 꿰뚫었다.

두 마리면 충분하겠지?

토끼굴 속에서 죽은 두 마리의 토끼를 끄집어내 누나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데, 누나가 있을 언덕 근방이 뭔가 환하다?

조금 발걸음을 빠르게 해서 언덕으로 달려 올라가 보니 누나의 주변에 빛의 덩어리들이랑 빛의 벽들이 잔뜩 서 있는 게 보였다.

그새 빛과 물의 합성에 성공했는지 누나 주위에 누나의 머리 크기만 한 빛나는 물 덩어리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고 높이와 넓이가 3mx3m인 빛과 물의 벽이 여기저기 서 있었다.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누나는 날 돌아보더니 활짝 웃으면서 다가와 내 손에 들린 토끼 두 마리를 받아들었다.

“다녀왔어?”

“어…. 이게 다 뭐야?”

“나도 몸을 지킬 기술을 만들어보려구. 단순히 몸에 보호막을 두르는 건 어쩐지 불안해서.”

그게 속성으로 만든 벽인가.

벽…?

벽이라.

“근데 벽은 신체 강화 타입한테는 별로 의미가 없겠다. 몇 겹 연속으로 쌓으면 속성 타입 이형종의 공격에는 효과적으로 방어할 거 같지만.”

“응? 어둠의 벽을 치면 되잖아. 통과하거나 부수려 하다가 자기가 녹아내리게.”

“나도 그 생각을 하구 만들어봤는데, 저거 봐.”

누나가 가르킨곳에는 구불거리는…. 안개도 아니고 벽도 아닌 무언가가 흐물흐물 움직이고 있었다.

“…뭐야 저거. 움직임이 무진장 기분 나쁜데.”

“그치? 이형종 들도 거부감에 자기도 모르게 피해버릴 거 같이 생겼지?”

“어.”

확실히 달려들다가도 황급히 피해버릴 만한 시각적으로 폭력적인 모습이다.

============================ 작품 후기 ============================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선작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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