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5 하늘 섬 =========================================================================
우와~
하늘 섬에 온 뒤로 몇 번을 생각하는 거지만 누난 진짜 천재인 거 같아~
왜냐고? 지금 누 날 보면 알 수 있거든.
3시간 전에 누나가 E 클래스가 돼서 간단하게 축하해주고 누나도 살짝 웃으면서 고마워라고 하고 바로 이동을 시작했거든.
그런데 바람 속성의 중위급 솔개 한 마리랑 중하위급 솔개 한 마리가 덮쳐오더라?
해서 중하위 한 마리 먼저 죽여놓을랬는데 누나가 제지하더라?
…해서 두 마리랑 싸우기 시작하는데 동시에 누나가 넷으로 늘어나더라?
나도 놀라고 솔개들도 놀라고…. 중하위급 솔개는 놀란 댓가로 라이트 볼트에 복부가 꿰뚤려 사망.
중위급은 화들짝 놀라 날아오르려 했는데 어느샌가 접근한 다크 볼에 또 깜놀해서 푸드덕거리다가 몸통에 두 발, 머리에 한 발을 맞고 사망.
공격다운 공격 한 번 해보지도 못하고 깃털을 흩날리며 떨어지는 솔개 두 마리를 보다가, 누나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뭐야 그거. 분신술?”
네 명의 누나는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넷이 동시에 방긋 웃는다. 물론 넷 중에 가장 앞에 선 게 진짜 누나라는 건 알고 있지만, 나머지 셋의 누나도 위상력의 흔적이 남아있어서 좀 혼란스럽다.
거기다 누나의 분신체를 공간지각으로 감지해봤는데 애매한 질감도 같이 느껴졌다고. 내가 혼란스러울 정도면 솔개들한테는 기겁할 일이겠지.
“별거 아냐. 오목 렌즈처럼 빛의 굴절을 이용했을 뿐이야.”
그게 별거 아닌 겁니까? 천재들한테는 그 정도가 일상인 건가요?
“…그래? 그게 E 클래스 능력인 거야?”
“응. 그리구 이런 것도 있다?”
라고 말한 누나는 갑자기 빛을 확 뿜어내더니 본체 누나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 남아있는 누나의 분신 체는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색이 조금 번진듯한 모습이 돼버렸는데 갑자기 어색한 동작으로 애교 춤을 추기 시작한다.
춤추는 누나의 분신 체는 속에 물이 가득 차있고 물의 중심에 빛의 덩어리 같은 게 있어서 그게 빛을 뿜어내며 표면에 색을 입히고 있었다.
설마 빛을 뿜으면서, 거기에 사라지면서 동시에 분신들의 몸속에 물을 채운 거야?
일단 완전히 사라진 누나를 찾았다.
마나 비전을 켜서 누나가 있었던 곳을 살펴보니 희미한 위상력의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공간 지각을 켜서 주변을 싹 훑…었는데 누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12m 떨어진 근처의 나무의 그림자 속에서 누나의 부정형 위상력을 발견했다.
뭐야 그거, 공간이동이야? 텔레포트? 완전 사기인데요!!
한순간이지만 공간지각을 피했다고?!
지금도 누나의 모습은 전혀 안 보이고 그림자 속에서 위상력만 느껴진다!
시선을 분신 쪽으로 향한 채 마나 비전을 끄고 나무 그림자에 다가가서 손을 내밀어서 그림자를 만져보니 어쩐지 그림자가 울렁울렁거리는거 같다.
라고 생각했을 때 그림자가 폭발적으로 솟아오르더니 누나가 손으로 몸 마구 긁으면서 애써 웃음을 참는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참. 이번엔 암만 너라두 못 찾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 지금 무진장 놀랐어. 어떻게 한 거야?”
누나의 설명으로는 E 클래스에 오르면서 얻은 능력인 보호막을 응용한 거라고 했다. 그니까 누난 세 가지의 속성을 적절하게 조작한 것일 뿐, 분신은 순전히 누나의 응용력이라고….
어둠 속성의 보호막 계열 능력은 몸을 지켜주는 것과 동시에 인근의 그림자 속으로 숨어드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분신은 역시 내가 본대로 물속에 빛의 결정을 집어넣어서 물의 표면에 색깔을 입힌 거였다.
“처음 분신은 빛의 굴절을 이용했다는 걸 이해했어. 하지만 분신, 물에 색을 입히는 건 이해가 안 가는걸? 프리즘의 원리야? 프리즘이라도 단순히 빛을 받아서 무지개 같은걸 보여줄 뿐이잖아?”
“우웅. 그건 나도 모르겠어. 그냥 이렇게 하니까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 뿐인데?”
…누가 나한테 공간 조작이나 마탄이 어떻게 폭발을 일으키고 분해를 시키냐고 물어본다면 나도 누나 같은 대답을 하겠지.
“암튼~ 솔개 두 마리가 공격해오면 분신이랑 물의 구체, 다크 볼 콤보로 막으면서 잡아낼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잡았어.”
“응. 나도 다른 능력자들을 본 적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누나는 E 클래스라고 보기 힘든 거 같아.”
“에헤헤.”
솔직한 칭찬이 기쁜지 누나는 방실방실 웃으면서 내 손을 잡고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내가 본 속성 능력자들의 전투는 박물관 사건 때 뿐이었다. 거기다 그들 전부는 일반 속성 능력자였잖아? 빛과 어둠의 두 희귀 속성을 가진 누나는 일반 능력자와 비교하면 안 되지 않을까.
“하지만 누나는 희귀속성을 2개나 가지고 있잖아. 강한 게 당연해. 그러니 너무 우쭐하고 방심하지 마.”
“응. 알아.”
방심할까 봐 한마디 해줬지만, 누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다. 그냥 칭찬이 기뻤던 거 뿐이었나.
누나는 위상력 운용 기술도 안 배웠으면서 속성 탄에 TP를 조절하는 법을 깨우친 거 같았다.
때로는 많이, 때로는 적게 TP를 조절하면서 그 뒤로 나타나는 이형종과 전투를 벌여나가는데 어둠 속성의 섀도 점프(누나의 작명이다!)와 미러 이미지(이것도!) 덕분에 중위급 이하의 이형종은 비행형이든 육지형이든 상관없이 빠르게 잡았다.
신체 강화 타입 이형종이 돌진해오면 검은 안개 같은걸 퍼트리며 누나의 모습이 사라졌는데 퍼져나오는 검은 안개에 닿은 놈들은 안개가 닿은 부분이 타들어 가면서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럼 누나는 근처의 나무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오며 라이트 볼트를 쏘아내 잡아 죽이는 거지.
그게 아니더라도 워터 볼과 다크 볼의 견제 속에 라이트 볼이 빛살처럼 쏘아져 나가면 대부분의 신제 강화 타입의 이형종은 접근도 못 하고 죽고 그나마 속성 타입의 이형종 들이라야 조금 더 버틸 뿐이었다.
거기다 이형종의 원 패턴 공격을 확인한 누나에게 중위 이하의 이형종 들은 …. 한 끼 식사 거리로 전락한 느낌이었다.
“섀도 점프는 유용성이 굉장히 높아 보이네. 한번 이동하는 거리는 10m가 한계야?”
“그게, 섀도 점프는 한 번에 5%의 TP를 쓰는 거 같아. 이게 최적이랄까, 좀 더 먼 곳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TP 소비량이 굉장히 늘어나 버려.”
“어느 정도나?”
“TP가 최대일 때 15m가 한계인 거 같아.”
“되게 짧네! 연속으로는 못 써?”
“한번 쓰고 나면 몇 초 정도 기다려야 하는 거 같긴 해. 그림자에 숨어있다가 이동하면 되니까 재사용 대기시간은 없는 거랑 마찬가지 아닐까? 그리고 숨어있을 때 TP가 조금씩 소비되는 거 같은데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야.”
으음. 그래도 그림자 상태에서 공격을 받을 수 있으니까 조심은 해야지. 그 부분을 지적하니 누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한번 시험해보는 게 좋겠다. 그림자에 숨어있을 테니까 공격해봐.”
“알았어.”
말을 끝낸 누나는 곧 섀도 점프를 사용해서 사라졌고 내 앞에는 조금씩 퍼져나오는 검은 안개만 남았다.
…슬쩍 검은 안개에 손을 집어넣었더니 손을 찌르는 느낌과 함께 곧 타오르는 고통이 느껴진다!
깜짝 놀라서 손을 뺐더니 피부가 조금씩 녹아내리고 그 틈으로 시뻘건 근육이 드러나고 있었다.
누나가 볼까 봐 재빨리 손에 힐링 터치를 걸었더니 시간을 되감듯이 손이 원래 모습을 되찾아가고 불타는듯한 통증도 사라졌다.
마나 모드로 3단계 신체 강화를 하는 중인데도 이정도인가?
문득 마나 시브를 집중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손에 마나 시브를 집중하고 검은 안개에 다시 손을 집어넣으니 이번에는 손이 멀쩡하지만 파란빛이 검은 안개를 이리저리 밀어내면서 TP가 조금씩, 그야말로 눈꼽만큼 감소하는 게 보인다.
TP가 초당 50씩 회복되니 감소량은 50.1 정도인가?
곧 검은 안개도 사라져서 뒤돌아 내 뒤에 있는 나무 그림자를 향해 걸어갔다.
“음. 일단 돌멩이 하나 던져볼게.”
말없이 때리는 것보다 미리 이야기를 해두는 게 누나도 대비를 하겠지.
발치에 채이는 주먹의 반만 한 돌멩이를 집어 들어 누나의 위상력이 감지되는 부분에 정확히 집어 던졌다.
대충 시속 140km 정도로 던졌는데 잠잠하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나와.”
…안 나온다. 아까 던진 돌멩이에 일반인이 맞았다간 피멍이 들 정도였을 텐데. 이번에는 야구공만 한 큰 돌멩이를 집어 들고 이번에는 시속 200km 정도로 집어 던졌다.
투퍽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조금 패여나가는 모습을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 느낌도 없으면 그대로 있고 뭔가 조금이라도 느낌이 있으면 나와.”
잠시 기다렸지만 역시나 나오지 않았다.
누나의 TP는 아까부터 조금씩 줄고 있었는데 초당 2.1? 정도씩 줄어들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마나 모드 - 가속을 돌려 주먹으로 그림자를 힘껏 내려쳤는데 땅이 살짝 진동을 일으키고 약간 패일 정도가 됐는데도 누나의 위상력은 이상 없이 멀쩡했다.
D 클래스 신체 강화 능력의 물리력이 동원됐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다니, 진짜 물리력에는 면역일지도 모르겠네.
누나가 숨어있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 나뭇가지를 꺾어서 내려왔다. 그리고 조금씩 마나 시브를 나뭇가지로 흘려 넣어 단단하게 만든 다음 나뭇가지가 터져나가지 않게끔 천천히 TP를 주입하니 나뭇가지가 약간 파랗게 빛나기 시작한다.
“TP를 주입한걸로 살짝 찔러볼게.”
그리고 누나의 위상력 주변을 살짝 찔렀더니 그림자는 아무 반응이 없는데 누나의 TP가 약간 줄어들었다.
…처음보다 얕게 해서 빠르게 스무 번가량 파파팍 찔렀더니 누나가 부와앙하면서 그림자 속에서 뛰쳐나왔다.
“따가워! 따가워따가워따가워!!!”
그림자 속에서 뛰쳐나온 누나는 다리를 바동거리면서 몸을 쓰다듬는데 옷의 이곳저곳에 조그마한 구멍이 뚫려있고 얼굴에도 모기한테 물린듯한 빨간 점이 좌우 뺨에 하나씩, 코에 하나가 나 있었다.
“흐이잉! 서하 너어!”
무진장 따가웠는지 연신 손으로 몸을 문대고 눈물을 글썽거리는 모습이 웃겨서 피식 웃어버리니 누나는 발칵 성을 내면서 나한테 달려들어 손날로 내 머리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뭘 잘했다고 웃는 거야! 누날 이렇게 찔러서 자국을 만드는 게 재밌니?! 응?!”
“아, 그러니까 반응이 있으면 나오라고 했잖아. 누나가 안 나와서 계속 실험해본 건데 왜 그래~?”
“나올 틈을 안줬잖아아!!”
억울하고 화난다는 듯이 이젠 두 팔을 버둥거리는 누나를 보니까 진짜 웃겨서 푸하하하고 웃어버리니 이제 발이 날라오기 시작한다.
”알았어 알았어. 치료해줄게. 그만해.”
손을 뻗어서 힐링 터치를 써주려다 전신에 빨간 점이 나있는거 같아 그냥 힐링 웨이브 1단계를 발사했다. 파란 물결에 닿은 누나는 곧 얼굴의 빨간 점이 사라지면서 따가움이 사라지는지 약간 진정하는 못브을 보여준다.
“으으. 진짜…. 아, 옷에 구멍이?!”
새끼손가락 굵기만 한 구멍이 몸의 이곳저곳에 나 있어서 통기성이 무척이나 뛰어나 보인다.
“바람 잘 통해서 시원하겠네.”
내 말을 들은 누나는 다시 발끈한 표정이 되면서 날 걷어차 버렸다.
누나의 섀도 점프의 능력에 관해 확인해본 뒤에는 한시름을 덜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상위 이형종이나 고위 이형종과 싸우게 되더라도 놈들을 붙잡고 있는 틈에 누나는 섀도 점프로 그림자와 그림자를 뛰어넘으면서 도망가거나 숨어있을 수 있으니까.
혹시 몰라서 만약 나랑 떨어지게 되면 분지 섬 외곽의 언덕 위에 우리가 뚫어놨던 구멍으로 피해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기다릴 상황이 되지 못해서 자릴 옮겨야 한다면 가능한 시계 방향으로 움직이라고 했다.
그리고 난 반시계방향으로 돌면 누날 빠르게 찾을 수 있겠지?
2시간가량을 최대한 신전 쪽으로 다가가지 않게끔 조심해서 움직였더니 생각외로 중상위 이형종 들이 잘 안보인다.
조금 빠르게 걸으면서 나무 위에서 쉬고 있는 비행형 이형종과 싸우고 이동을 반복하면서 분지 섬의 중앙에 있는 호수를 향해 나아가 가는데 그 사이에 유니콘을 한 마리 더 만났었다.
그런데 녀석은 딱 1.5km 거리에서 우릴 확인하더니, 정확하게는 누나의 손에 들린 유니콘 뿔을 보더니 줄행랑을 쳐버렸다.
누나한테 숨어있으라고 하고 놈을 쫓아가 죽여버리려 했는데 누나는 내 팔을 잡더니 질색하면서 그냥 두라고 간절하게 말하는 바람에 포기했다.
“왜 그래? 저놈 뿔을 하나 더 잘라가면 무지 비싸게 팔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 그냥 싫어. 게다가 그 유니콘도 중위급이라며? 이제 잡아도 난 위상력을 못 얻으니까 그냥 냅두고 덤벼오는 것들만 잡자. 담에 들어오면 등급이 올라서 뿔의 질도 더 좋아질지도 모르잖아?”
…그냥 저 유니콘의 흉칙한걸 보기 싫은 거 뿐이면서.
누나의 말도 일리가 있고 이제 뒤쫓기도 늦어버려서 한숨을 내쉬고 분지 섬의 중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점심시간을 조금 넘겨서 도착한 호수는 구름 섬보다 더 커 보였는데 호수의 중심쯤의 물속 깊은 곳에 하위부터 중위 이형종 물고기들이 몇 마리가 모여있는 게 보인다.
잡을 방도도 없어서 신경끄고 호수의 건너편을 바라보니 희미하게 건너편의 구릉지가 보인다. 폭이 좁은 곳이 이 정도인데 넓은 곳은 수평선이 보일 정도다.
눈에 힘을 주고 건너편의 호수 기슭을 살펴보지만…. 뭐 보이는 건 없다.
분지 섬에 들어와서 알게 된 거지만 분지 섬에는 육식 동물이 없었다. 여기까지 오면서도 그랬고 지금 공간 지각 범위 안에도 평범한 초식 동물들만 보이고 별섬에 있던 하이에나 같은 육식 동물은 하나도 안 보인다.
“와아~ 물이 되게 맑아!”
단화를 벗고 호수에 발을 담그며 즐거워하는 누나를 잠시 보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니 내 감지 범위 밖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이형종 놈들이 보였다.
이형종이라 그런지 종류 구분하지 않고 무척이나 높이 날고 있는 모습에 조금 신경이 쓰인다.
저렇게 높은 데서 뚝 떨어지며 낙하하면 1.5km 정도는 순식간에 접근할 거 같은데. 하고 생각하는 순간 한 마리가 뚝 하고 누날 향해 낙하를 시도한다!
중위급이라 쓸모도 없어서 바로 마나 탄을 쏘아날려 내려꽂히던 부엉이 비슷하게 생긴 놈을 지워버렸다.
두쿵 하는 마나 탄의 진동음에 물장난을 치던 누나는 머리 위를 바라보더니 참방거리면서 황급히 나한테 뛰어왔다.
“무슨 일이야? 이형종이 공격해왔어?”
“응. 하늘 날아다니는 놈 중에 하나가 낙하해오길래.”
“…그럼 나무 아래에 피해있는 게 낫겠다.”
분지 중앙의 호수에 중상위급들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보이는 건 중위급들뿐이라 어쩐지 허탈하다.
누나도 이제 E 클래스가 돼서 위상력을 쌓으려면 중상위 이형종을 잡아야하는데…. 그 페가수스 같은 놈들이 또 안 나오려나.
그나저나 누나 혼자서 이형종 들이 죽을 때 뿌리는 위상력의 20%를 모두 흡수해버리니까 순식간에 클래스가 오른다.
원래대로라면 5~10명이 똑같은 등급의 이형종을 잡아서 20%를 인원수에 맞춰서 나눠 먹어야 하니 이렇게 쉽게 클래스가 안 오른댔는데.
나무 밑 그늘에 앉아서 왼쪽 저~멀리 영양떼가 모여서 물을 찹찹마시고 오른쪽 저~멀리 물소떼가 물을 찹찹 마시는 걸 보고 있으니 진짜 한가롭다.
누나도 내 옆에 앉아 피휴우 하고 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인터넷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겉만 보면 최고급 휴양지가 위상 세계의 여기저기 있다고 하던데 직접 보니까 진짜인 거 같아.”
“그렇지? 난 3회차 때 화산 분화를 보고 진짜 감동했다니까?”
다른 의미의 감동이지만!
“위상 세계의 바다는 어떨지 궁금해. 서하 너는 위상 세계 바다를 본 적…. 으음.”
살짝 말을 흐린 누나는 나랑 호수를 번갈아 보면서 내 안색을 살핀다.
“지금은 괜찮아. 나도 바다는 못봤는데…. 하늘 섬에서 뛰어내리면 구름바다 밑에 진짜 바다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으으. 그, 그런 말 하지마아.”
“왜에? 위상 세계잖아. 하늘 섬 아래 십수 킬로미터에는 바다가 있고, 그 바다 깊숙이 먹물처럼 새카만 곳에서 위상력을 품은 귀신같이 생긴 무시무시한 괴물이 톱니 같은 이빨이 가득 나 있는 주둥이로 하늘 섬에서 떨어진 먹이를 잡아먹는 거야.”
“으으. 그만해.”
“생각해봐. 이 섬은 고도 13km, 구름 위를 떠다니고 아래쪽에는 망망대해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거야! 그리고 새카만 바닷속 깊은 곳에는 길이가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데다 악마같이 생긴 괴물이 수면 위에 떠 있는 생명체를 노려보는 거지. 그 녀석이 입을 벌리면 날카로운 송곳 같은 이빨이 3줄로 쭉 자라있는 데다 눈에서 시뻘건 빛을 내면서 섬에서 떨어지는 것들을 잡아 먹, 아야!”
“하지 말랬지!!”
창백한 표정으로 으르렁거리면서 내 등을 찰싹찰싹 때리는 누나는 한껏 겁을 집어먹은 표정이다.
“그 커다란 귀신고래도 있으니까, 입을 벌리면 이 분지섬정도는 한 번에 삼켜버릴 큰 녀석도 있, 아야! 있을 거야.”
“아악! 하지말라니깐! 왜 그러는거야아!”
“왜긴. 누나 반응이 재밌어서 그러는 거지”
유니콘의 뿔을 들어서 내 머리를 통통 때리는 누나는 진짜 겁먹은 표정이라 킥킥 웃으면서 나무 그늘에 벌렁 드러누웠다.
잠시 날 노려보던 누나는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소름 끼친다는 듯이 두 팔로 몸을 감싸며 부르르 떨었다.
“후우…. 이 섬이 얼마나 큰데 한입에….”
그러면서 분지를 감싸는 언덕 너머를 힐끔 살펴보다가 흠칫 하는 게 머릿속으로 귀신고래의 크기와 분지 섬의 크기를 비교하는 상상을 했나 보다.
“없을 거 같지? 높이가 26km가 넘어가는 거북이도 있는데 그만한 괴물 물고기도 없으란 법은 없잖아?”
“…….”
누난 말없이 손을 들어 내 배를 찰싹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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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선작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