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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스-192화 (192/517)

00192  하늘 섬  =========================================================================

오늘이 7월 9일인가. 7월 7일 밤에 입장했으니 이제 하루하고 12시간이 지났군.

아침으로 벨트를 조금 잘라먹고 일어선 나는 누나의 사격 능력을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120m 떨어져 있는 덤불을 가르키며 저걸 쏴서 맞출 수 있냐고 물었더니 누나는 자신 있게 100m까지 거리를 벌려놓고 손을 총 모양으로 만들더니 잠시간의 조준 뒤 1 TP 가량의 워터 볼을 쏘아내 정확하게 덤불의 중심에 맞췄다.

“에헴. 어때?”

덤불을 뚫고 지나간 워터볼의 흔적을 본 누나는 의기양양한 표정이 되었다. 가슴을 펴며 어깨를 으쓱하는 누나가 귀여워서 피식 웃어버렸다.

“뭐, 나쁘진 않네. 좀 더 떨어져서 다시 테스트해보자.”

그리고 덤불 가장 위에 풀을 꼬아서 매듭으로 묶어놓고 200m까지 떨어진 누나한테 다가갔다.

“매듭 묶어놓은 거 보여?”

“으웅…. 잘 안 보이는데.”

“가까이 가서 매듭 위치 확인하고 와.”

“으으. 그런 건 일찍 말하란 말야.”

투덜거리면서 덤불로 걸어가던 누나는 곧 되돌아서 자세를 잡기 시작한다.

“저 덤불 가장 위에 녹색으로 매듭 묶인 풀 말하는 거지?”

“응. 누나도 각성하면서 눈이 좋아졌나 보네.”

“그런가 봐. 어떤건지 확인하니까 여기서도 보여.”

그리고 다시 쏘아낸 워터 볼은 정확히 풀 매듭을 날려버렸다.

누나의 사격 실력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걸 파악한 나는 섬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누나가 적어도 E 클래스, 높게는 D 클래스까지 성장하고 귀환하길 바란다고 입을 열었더니 누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기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했거든. 겸사겸사 동쪽에 희미하게 보이는 섬으로 넘어갈 방법이 있나 찾아보기도 하고.

그래서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최대한 분지 쪽의 신전에 신경을 쓰면서 이동하다가 외따로 노는 이형종을 만나면 풀링해서 잡기로 했다.

누나의 명중률은 500m까지는 백발백중이었고 그 이상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니 멀리서 이형종을 끌어들이기는 안성맞춤이겠군.

내가 마나 탄을 쐈다간 그냥 분해해버릴 테니까.

…언덕을 타고 움직이기 시작하니 누나가 내 손을 잡아왔다. 위상 세계에 들어왔더니 누나가 부쩍 내 손을 잡는 횟수가, 잡고 있는 시간이 늘어난 거 같지만 조금 긴장해서 저러는 거라고 생각해버렸다.

누나가 멀쩡해 보였던 건 담이 큰 게 아니고 나라는 정신적인 버팀목이 있어서 그랬다는 걸 확인했잖아.

남쪽으로 쭉 내려오다 보니 남산보다 조금 작아 보이는 호수에서 시작된 넓고 깊어 보이는 강이 분지의 벽을 관통해 밖으로 폭포처럼 떨어지는 게 보인다.

“강의 수위도 깊어 보이고 분지 섬 밖으로 떨어지는 강물의 양도 많은데 어째서 저 호수는 마르지 않는 거지?”

“그러게. 저 호수에 뭔가가 있는 걸까?”

강이 분지의 벽에 거의 다다랐을 때쯤에는 두 갈래로 갈라졌는데 갈라진 강과 강 사이에는 꽤 넓은 숲과 초지가 조성되어있었다. 그 사이에는 이형종은 안 보이지만 영양과 들소 몇 마리와 자그마한 토끼 같은 동물들이 나무나 덤불 속 여기저기 숨어있는 게 보인다.

기왕 고기를 먹는다면 토끼 고기를 먹고 싶은데. 토끼고기가 담백하고 씹는 맛이 있어서 맛있다고 들었거든.

강줄기를 지나쳐서 분지 섬의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려니 나무 위에 앉아 쉬고 있는 참새 계통의 중하위 이형종 한 마리를 발견했다.

마침 언덕 근처에 덤불도 있겠다….

“누나. 저기 나무 위에 앉아서 쉬고 있는 이형종 보여? 대충 1m 좀 넘어가는 크기의 참새처럼 생긴 놈.”

내가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곳을 한참 찾아보던 누나는 이윽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응. 저거 잡을 거야?”

“잡아야지. 중하위 이형종이라 잡으면 누나의 양식이 되어줄 거야.”

이야기를 들은 누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날 바라본다. …나도 빤히 바라봐주고 있으니 누나는 깜짝 놀라면서 자길 가르켰다.

“나보구 잡으라구?”

“그럼 내가 잡으랴? 저쪽에 숨어있을 테니 잘 해봐.”

“어?! 아, 이잉….”

조금 당황하다가 안절부절못하더니 긴장된 모습을 보이며 한숨을 폭 내쉰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았는지 두 손을 꼭 쥐고 잠시간 참새 이형종을 보고 있다가 손가락을 쭉 뻗어 놈을 가르켰다.

그리고 언덕에 나 있는 덤불 속에 기어들어가 눈만 빼꼼 내밀고 있는 날 힐끔 바라보더니 긴장된 표정으로 워터볼을 쏘아냈다.

1.2km 정도 떨어져 있던 참새는 자기 주변으로 워터 볼이 날라오니 바로 누나를 포착하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참새 주제에 무리 생활도 안 하고 혼자 생활하는지 곧장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누날 향해 활강하기 시작한다. 위상력 덩어리가 출렁거리더니 거세게 회전하는 게 신체 강화형이다.

200m 안으로 접근하면 내가 달려나가 죽이기로 생각하고 있는데 누나는 500m까지 접근한 참새 이형종에게 오른손으로 워터 볼을 계속 쏘아내니 참새도 워터 볼을 이리저리 피하지만,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워터 볼의 속도에 좀체 접근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면서 날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왼손에 tp를 집중한 누나는 어둠 속성 탄, 다크 볼을 쏘아냈다.

저건 느려서 별로 소용없을…. 어라?! 유도탄이네?!

참새 이형종은 워터 볼을 이리저리 피하다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다크 볼을 보더니 파다닥거리며 누 날 향해 접근하는 걸 멈추더니 크게 선회한다.

그게 실착이다.

워터볼로는 잽싼 참새 이형종을 잡기 힘들다고 생각하는지 누나는 다크 볼을 끊임없이 쏘아내는데 곧 참새 이형종의 꽁무니에는 17발의 다크 볼이 쫒기 시작했다.

그다음은 워터 볼을 쏘아내는 건 관두고 라이트 볼트를 참새에게 쏘아내는데, 워터 볼보다 훨씬 빠른 라이트 볼트를 확인한 누나는 연달아 라이트 볼트를 마구마구 쏘아내며 녀석의 회피 기동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으음. TP 소비가 너무 많은 거 아냐?

심각한 표정으로 손가락 끝에서 라이트 볼트와 다크 볼을 연달아 쏘아내던 누나의 TP는 순식간에 20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계속 쏘아내는 라이트 볼트의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곧 5까지 떨어졌는데 그순간 라이트 볼트를 멈추고 누나가 어지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살짝 휘청거린다.

근데 저거, 연기다.

내가 저 연기에 수십 번 속아 넘어가서 잘 안다. 참새를 유인하는 거다.

하지만 참새 이형종은 휘청거리는 모습에 의심을 못 가진 건지 순식간에 방향을 선회하면서 이전보다 1.5배는 빠른 속도로 누날 향해 쇄도한다.

만약을 대비해 나도 가속을 켜고 뛰쳐나갈 준비를 하려니 참새 이형종이 100m까지 가까워진 순간 누나는 3 TP를 손끝에 모아 번개같이 쏘아내 참새 이형종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헤드샷이라니....

그런데 참새의 뒤를 따르던 다크 볼은 목표를 놓치고 그대로 직진하며 누나한테 쏟아져 들어가고 누나도 다크 볼을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덤불에서 박차고 나가며 누나의 허리를 낚아채 피하고 동시에 마나 레이저를 짧게 쏘아내 다크 볼을 전부 터트렸다.

“바보야. 다크 볼은 왜 그렇게 많이 쏘아낸 거야? 유도탄이라지만 저 속도를 못 따라가는 건 당연하잖아.”

내 핀잔에 옆구리에 대롱대롱 매달린 누나는 얼굴을 붉히면서 항의했다.

“시, 심리적인 압박감을 주고 라이트 볼트로 진로를 방해하면 맞출 수 있지 않을까 했단 말야!”

“그리고 자기 유도 미사일에 폭사하고?”

“윽…. 그, 그래도 클래스가 높아지면 속성 면역능력도 높아지니까 내 능력에 내가 다치는 일은 없어진다구!”

“지금은?”

“…….”

어쨌든 리디아가 쏘아낸 라이트 볼트는 누나가 쏜 거보다 훨씬 더 빨랐는데, 클래스랑 위상력 운용 기술의 차이인가?

그러고 보니 내 마나 시브를 기술로 만들 수는 없으려나.

뭐…. 마나 시브 자체가 위상력 운용 기술의 상위 버전인 거 같고 기술로 만들어도 위상력 운용 기술 같은 게 튀어나올 거 같긴 하다. 그래도 기술로 만들 수 있으면 누나나 내 연인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을 텐데.

누날 땅에 내려다 주고 머리통이 사라진 채 언덕 근처에 처박혀 죽은 참새 이형종에게 다가가 위상력을 흡수하게 했다.

그 뒤로 섬의 반 바퀴를 도는데 8시간 가까이 걸려버렸다.

누나는 사이사이 내가 지정해주는 이형종과 싸우면서 속성 탄 사용법을 좀 더 확실하게 익혀나가고 이형종 들과 싸울 때의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4마리째 이형종부터는 누나도 매우 차분하고 정확한 사격으로 이형종 들을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누나는 탄도학이라도 배운건지 세 발의 다크 볼을 먼저 쏘아내고 워터 볼 사이사이 라이트 볼트를 기습적으로 쏘아내니 이형종 들은 제대로 피하지도 못하고 다크 볼에 얻어맞거나 억지로 피하려다가 라이트 볼트나 워터 볼에 몸통이 꿰뚤리기 일쑤였다.

유도형인 다크 볼에 회피 방향을 예측해서 라이트 볼트를 쏘아대니까 쏘아내는 족족 맞고 추락하는 이형종 들의 모습에 처음에 참새 이형종에게 고전했던 건 거짓말 같았다.

누나의 전투 방식은 나한테 많은 깨달음을 주고 있었다. 누나의 세련된 사격술은 나랑 비교조차 할 수 없었거든.

나랑 비교해보자면 나는 그냥 정신 가속에 마나 탄의 발사 속도 두 개만 믿고 대책 없이 막 뿌려댔는데 누나는 두어 번 싸우고 났더니 예측 사격에 회피 예측까지 하면서 놈들이 도망갈 곳을 막아버리는 모습이었단 말야.

그런 천재 누나라도 중간에는 위험한 일이 있었다.

섬을 절반 정도 돌았을 때 바람 속성 타입의 중하위 녹색의 솔개 이형종을 만났었는데, 똑같은 속성 타입이라 사격 전으로 들어가니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었다.

솔개 이형종은 바람을 타고 거기에 위상력으로 바람을 몸에 감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다니면서 누나한테 윈드 커터를 날려대는데 거기에 비하면 누나는 몸이 느린 데다 방어 수단도 없어서 날아오는 윈드 커터를 라이트 볼트로 맞추는 묘기를 보여줬지만.

솔개 이형종 역시 자길 쫒아오는 다크 볼을 윈드 커터로 터트려버리는 마당에 서로 유효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뒤로 어찌어찌 상대하다가 결국 실수 한 번에 윈드 커터에 옆구리가 약간 깊게 베이는 상처를 입고 말았다.

가속을 켠 채로 전투를 최대한 집중해서 보고 있었기 때문에 윈드 커터가 누나의 목숨에 위험을 주지 않는다는 걸 눈치채고 한 번 정도는 상처 입어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내버려뒀는데.

막상 허리에서 피를 뿌리는 걸 보니 눈깔이 뒤집혀버렸다.

허리에서 피를 뿌리는 모습에 바로 뛰쳐나가면서 누나한테 힐링 터치를 걸어준 다음 마나 레이를 뽑아내 녀석을 수십 토막으로 치다 못해 마탄을 쏘아내 증발시켜버리는 걸로 그 전투는 끝났다.

힐링 터치를 걸어주니 확실히 위상력에 의해 입은 상처는 치유가 조금 느린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베인 상처 내부에서부터 피와 이물질이 밀려나 오고 잘린 내장이나 옆구리가 붙으면서 아무는 모습은 내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안색이 창백해진 채 식은땀을 흘리면서 고통을 다스리는 누나의 얼굴을 보다가 누나의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주며 말했다.

“미안해 누나. 내가 좀 더 빨리 나섰어야 했는데.”

잠깐 사이에 쏟아버린 피 때문에 안색이 새하얗게 변한 누나는 고통에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애써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렇게 괴로운 표정 짓지 마. 니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편하고 안전하게 연습도 못했을 거야.”

“…….”

날카롭게 잘려나간 정장 재킷과 블라우스의 틈 사이로 누나의 새하얀 피부가 보이지만 상처는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피에 물든 옷자락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아휴. 누난 괜찮다니까? 울 멋쟁이 동생 덕분에 앞으로 한 마리 정도만 더 잡으면 나도 F 클래스잖아. 2일도 안 돼서 F 클래스라구?”

말없이 다시 누나의 허리에 힐링 터치를 걸어주니 누나는 방긋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나두 돌아가면 소영이 언니랑 같이 기초 체력 훈련을 시작해야겠다. 언니는 속성타입이면서 그런 하드 트레이닝을 하는지 그 이유를 몰랐었는데 나두 속성 능력자가 되니까 이제 알겠어.”

“…응.”

누나한테 상처를 입힌 솔개 자식은 내 손에 수십 토막이 나면서 하늘에서 먼지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버려서 위상력을 흡수 못했다.

그 녀석만 흡수했으면 누나도 F 클래스였을 텐데.

내가 자꾸 피에 물든 누나의 옆구리를 힐끔힐끔 바라보니 누나는 물을 만들어내고 조작해서 핏물을 전부 빼버렸다.

피를 쏟아서 체력이 떨어진 누나를 위해 언덕 아래 구멍을 크고 깊게 파서 누날 쉬게 하고 분지에 숨어들었다.

피를 쏟았으니 고기를 먹어서 체력을 좀 채워줘야지.

바로 근처에 있던 영양 한 마리에게 몰래 다가가 마나 레이저로 멱을 따고 핏물과 내장을 전부 쏟아낸 다음 넓고 큼직한 두 다리만 챙겼다.

그나저나 아까 솔개를 잡을 때 나도 모르게 마나 레이를 최대한 뽑아냈는데 유효 사정거리가 500m나 되는 걸 알았다.

길이도 길고 짧게 조절이 되니까 앞으로 마나 레이만 써야지.

영양 다리를 굽기 위해서 나뭇가지들도 잔뜩 모아서 누나가 숨어있는 구덩이로 돌아갔다.

구멍을 크게 판 덕분에 불을 피우는데도 무리가 없다. 마나 레이를 써서 영양의 넓적다리뼈를 날카롭게 다듬어 단검처럼 만들어서 줬더니 누나는 그걸로 구워진 넓적다리를 얇게 저며 먹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두 배 가량을 먹은 누나는 배부르고 따뜻하다며 눈을 반쯤 감고 꾸벅이면서 졸길래 오늘은 여기서 쉬자고 하고 누나가 편히 잘 수 있게 해줬다.

어차피 좀 있으면 해가 질 때가 됐고.

남은 고기는 전부 내 뱃속으로 들어가고 나무를 조금 더 해와서 잠든 누나 옆에 앉아 모닥불을 계속 피웠다.

누나가 완전히 잠든 걸 확인하고 구덩이를 빠져나와서 동쪽에 떠 있는, 분지 섬보다 거대한 섬을 올려다봤다.

뭐, 겉보기에만 옆으로 퍼져서 ㄴ자처럼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내 예감은 그렇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경고라니…. 저 위에 무시무시한 녀석들이라도있는거야?

아무튼 동쪽에 분지 섬보다 더 높게 떠 있는 섬은 아래쪽에서는 볼 수도 없고 공간 지각을 최대한 확장해도 저 섬의 끄트머리에 닿지도 않아 어떤 모양인지 알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저 섬으로 건너갈 방법이 없다. 이어진 다리 같은 것도 없거든.

그리고 누나가 우연히 발견한 건데 구름 속에 분지 섬의 1/4 크기 정도 되는 섬이 숨어있었다. 섬은 풀 같은 게 한 포기도 자라있지 않은 황량한 섬이었는데 그런 섬이 분지 섬의 7시 방향에 하나, 5시 방향에 하나가 있었다.

지금까지 발견한 건 구름 섬이랑 별 섬에 분지 섬, 그리고 황무지 섬 2개와 대형 섬 하나인가.

어째서 이런 섬들이 하늘에 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여기까지 누나의 전투 연습을 시켜주면서 오느라 8시간이 걸렸는데, 어느덧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입장 2일째가 지나간다.

어제처럼 3차원 지도를 켰다 끄면서 새하얀 신전들을 살펴보고 모닥불이 꺼지지 않게끔 나뭇가지를 집어넣어 유지하는데 자정이 지날 때쯤에 누나가 잠에서 깨더니 구멍에서 기어 나왔다.

“서하야? 거기 있어?”

“응. 여기야.”

언덕 위에 드러누워 별이 가득한 하늘이랑 평소보다 더 커다래 보이는 달을 구경하고 있었더니 누나도 내 옆으로 다가와서 땅에 누워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고1 때 가족끼리 동해 쪽에 캠핑갔을 때 본 밤하늘보다 별이 더 많은 거 같애.”

“거긴 땅이었고 여긴 하늘 위니까.”

내 말에 누나는 킥킥 웃더니 한 손은 이마에 올리고 다른 손은 내 손을 잡더니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서하가 없으면 누난 못살 거 같아.”

“뭐야 그게. 나도 죽을 생각은 없지만, 능력자인 이상 레이드를 하다가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단말야. 내가 없어도 누나가 엄마랑 아빨 지켜야….”

“안돼! 죽으면 안 돼!”

…죽기 싫다고 안 죽으면 세상에 죽는 사람 없겠다. 누나는 내 말을 끊으면서 발딱 일어나더니 두 손으로 내 손을 꼭 잡아 올리면서 간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죽으면 안 돼. 위험하면 혼자서라도 도망쳐. 응? 네 능력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잖아.”

“…날 믿고 모인 사람들인데 내가 위험하다고 그들을 버리고 도망치라는 거야?”

날 습격했던 놈들. 동료를 버리고 도망간 C 클래스 녀석이 생각나서 얼굴이 찌푸려졌다. 내 표정이 찡그려지는 걸 본 누나는 눈썹을 축 늘이면서 내 손을 잡은 팔을 내렸다.

“그러니까 더더욱 몸을 사려야지. 너에게 의지하는 사람들만 수만 명이잖아….”

“말이 안된다는 건 누나 스스로가 더 잘 알지?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힘을 키우려는 거니까 누나가 옆에서 날 도와줘.”

“응….”

누나는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내 옆에 앉은 채 내 손을 조몰락거리며 한동안 날 내려다보기만 했다. 그러다 손을 뻗어 내 이마를 쓸어넘겨 주며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 쪼그맣던 꼬맹이가 언제 이렇게 컸지?”

“허허. 이제 누나랑 키도 비슷해졌거든? 얼마 안 가서 누날 내려다볼 거라고.”

“뭐? 웃기고 있네. 남자애들은 고3이면 성장판이 닫히거든? 너 능력자 되면서 키가 조금 커지긴 했지만 내가 더 커!”

그냥 듣고 넘길 수 없는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누날 내려다보고 말했다.

“그 말은 그냥 듣고 넘길 수가 없는데. 서봐. 키를 재보면 되잖아.”

라고 하지만 공간 지각으로 살펴본 결과 내가 누나보다 1cm 정도 작다. 하지만 누나는 못 믿겠다는 듯이 내 등에 등을 맞대고 서서 키를 대충 가늠해보더니 경악하는 표정이 됐다.

“너, 너 키 높이 깔창 신었지!”

아 진짜!

한동안 내가 크네 니가 작네 툭탁거리다보니 누나는 쪼끄만 입술을 벌리면서 하품을 하더니 눈을 비빈다.

“잠 오면 구멍에 들어가서 자.”

“아냐. 난 많이 잤으니까 이제 니가 쉬어야지. 내가 망볼 테니까 이번엔 니가 쉬어.”

“쉬다가 이형종의 습격을 받고 싶진 않거든?”

“뭐어?”

아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누나의 뺨을 잡아당기니 "우구구구." 하는 소릴 내다가 내 손등을 꼬집는다.

“나도 쉴 수단이 있으니까 이러는 거야. 누난 갓 능력자가 됐으니 잘 먹고 잘 자면서 능력을 키워야지.”

“잘 먹고 잘 잔다구 능력이 오른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어!”

“허허. 누난 지금 능력자 2일 차지?”

누난 얘가 무슨 소릴 하려는 건가 하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날 바라보기만 하길래 다시 입을 열었다.

“난 이제 100일이 넘어간다고? 누나보다 선배란 말야. 그러니까 내 말 들어.”

“인생에서는 너보다 선배거든!”

“직장에서는 내가 윗사람이지?”

“…….”

누나는 맹랑한 걸 보는 눈으로 보지만, 난 아직 할 말이 더 남았거든.

“난 신체 강화에 마나 시브 덕분에 회복력도 뛰어나. 내일은 또 돌아다니면서 이형종을 사냥할 텐데 제대로 못 자서 하품하면서 비칠거리면 누난 목숨이 위험해지는 거야.”

“으으.”

분지를 향해 돌아앉으면서 꺼낸 말이 치명타였는지 누나는 얼굴만 찡그리다가 한숨을 폭 쉬고는 내 옆에 앉았다.

“자는 건 여기서 자도 되지?”

“굴 안쪽이 모닥불이 있어서 따뜻할 텐데?”

“여기도 춥진 않아.”

그러더니 내 허벅지를 베고 발랑 드러누워 버렸다. 굴에 들어가서 편히 잘 것이지…. 더 이상 강요하기도 뭣해서 그냥 말없이 누나의 이마를 쓸어넘겨 줬다.

============================ 작품 후기 ============================

여러분들은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저는 아침에 컴퓨터가 켜지지 않아서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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