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183화 (183/517)

00183  에너지 이터3  =========================================================================

소문이란 거 진짜 무섭다. 단 한 번, 비서 누나들 앞에서 최수한의 머리채를 잡아끌고 들어갔던 거 뿐인데 소문이 그새 이렇게까지 퍼지다니….

저 모습을 보니까 소문은 이미 그랑 블루 전체로 다 퍼져나간 거 같다.

…누나랑 엄마 귀에 소문이 들어가면 어떡하지.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처음 보는 과자랑 케이크 같은걸 집어먹으면서 한참 고민 중인데 내 고민의 원흉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게 보인다!

“다녀왔습니다, 주인님.”

“꺅! 주인님이래! 주인님이래!! 들었니?!” “하악~! 그게 사실이었던 거야?! 그런 거야?!” “하아앙….”

…미치겠다.

얼마 안 남은 남자들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이쪽을 보고 여자들은 다른 의미로 초롱초롱 빛내면서 이쪽을 본다.

최수한은 전신 타이즈 아머에 합금판을 덧댄 부츠와 롱글러브를 끼고 검은색 반소매 코트를 입은 모습이었다. 몸의 굴곡이 그대로 노출되는 타이즈 아머라 반소매 코트를 입은 건가?

화연이가 자기가 쓰던 타이즈 체인 아머를 언급하더니 저게 그건가보다.

머리카락도 정갈하게 다듬고 틀어올려 비녀를 꽂은 모습이라 예전의 선머슴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참한 처자 하나만 서 있었다.

“그래, 수고했다.”

겉으로는 평범한 모습으로 살짝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해오는 모습에 일단 돌려보내자 싶어서 말을 꺼냈더니 뭘 기대하는지 얼굴이 발그레하게 붉어진다.

“…가서 쉬도록 해.”

“네!”

씩씩한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아리따운 처자는 자기한테 쏟아지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연회장을 나가버렸는데, 사람들은 최수한의 뒷모습을 쫓다가 다시 나한테 시선을 돌린다!

…여성진들의 쏟아지는 진한 호기심의 눈빛에 더이상 못 버티겠다 싶어서 혜령이 이모랑 박지웅 보스를 돌아보…니, 혜령이 이모나 차소영과 박초롱, 김가민이며 화랑의 회복 능력자도 날 보고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저도 이만 돌아가 볼게요.”

“마스터! 잠시만요!”

“…네?”

돌아가려는데 회복능력자 여성이 날 붙잡는다. 뭘 물어보려고…. 불안하다.

“최수한 씨는 D 클래스 초입이면서도 감탄이 나올 만큼 절제되고 절도있는 행동으로 5일간 남녀 할 것 없이 굉장히 눈길을 받았어요. 그런 최수한 씨가 어떻게 마스터에게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건가요?!”

“…….”

난감한 표정으로 프랑을 돌아보지만, 프랑은 '전부 서하가 자초한 일이에요.' 하는 표정으로 조각 케이크를 잘라 입에 넣기만 하고 있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초희에요! 성이 초, 이름이 희!”

흔한 단발을 깔끔하게 다듬은 초희는 살짝 얼굴을 상기시키면서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건 다른 테이블의 여자들도 마찬가지인지 이쪽을 향해 귀를 기울이고 같은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까지 날 돌아보고 있었다.

“…최수한은 한때 삶을 포기할 만큼 망가진 상태였어요. 그대로 두면 위상 세계에서 죽을 거 같아서 조금 과하게 정신교육을 했는데 그때 문인 거 같네요.”

“그, 그럼!”

“그만. 더는 최수한의 사생활이 침해될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이 이상의 질문은 허가 못 해! 하는 듯이 안색을 굳히고 딱딱하게 말을 꺼냈더니 초희를 비롯해서 주변 여자들도 움찔해버렸다.

“이만 돌아가 볼게요. 박지웅 보스도 고생 많이 하셨어요.”

“아 네.”

어색하게 웃는 박지웅 보스에게 편히 쉬라고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영은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휴. 집에 갈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일이 많아서 못 가겠어…. 히잉.]

“일이 많아?”

[많은 것도 아니고 적은 것도 아니고…. 똘똘한 애들이 없어서 하나하나 지시해줘야 하고 그때마다 지시표를 줘야 하니까 너무 번거로워~!]

청와대의 집무실에서 혼자 있는지 투덜투덜 거리면서 우울해 하는 영은이를 달래주려니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왜 웃는 거야?!]

“아니, 귀여워서.”

[흐이? 히흐흐.]

영은이는 귀엽다는 말에 입술을 실룩거리면서 억지로 웃음을 참는데 그 표정이 너무 웃겨서 나도 모르게 크게 웃어버렸다.

[으으….]

“으흠. 마침 잘됐다. 유채린 씨는 잘 지내고 있어? 화연이한테서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단편적인 이야기여서 잘 지내는지 어쩐지 모르겠어.”

[그 아이, 되게 똘똘해. 겨우 중강이 따위의 보조를 하기엔 너무 아까운 인재라서 몰래 빼 와버렸지!]

“그 정도야? 영은이가 탐낼 정도면 되게 뛰어나다는 이야긴데?”

[은원을 잊지 않고 뒷마무리도 깨끗하고 군인 스타일이라 상명하복에도 충실해. 제대로 교육한다면 아주 훌륭한 인재가 될 거야. 그래서 데려다가 씻기고 먹이고 입혀서 재교육하고 있어.]

재교육이라니, 무슨 재교육을 말하는 거지? 그보다 능력자 연합의 인재를 빼 온 건데 지부장이 뭐라고 투덜거리지 않는 건가?

[흐흥~ 물론 인재를 그냥 빼 오진 않았어? 적당히 이득이 될만한 건수 몇 가지 던져줬으니까, 그리고 이직하겠다는 걸 어쩌겠니? 호호호!]

“영은, 악당 보스 같아.”

손 등으로 입을 가리고 기쁜 듯이 호호 웃는 영은이는 프랑 말대로 정말 악당 보스 같은 기운이 막막 흘러나온다.

[뭐얏?! 서하도 날 악덕 사장이라고 하더니, 프랑 너도 그러기야?!]

“큭큭. 아무튼 유채린 씨도 날 도와주려 했으니까 다치거나 하지 않게 잘 돌봐줘.”

[알았어~ 잘 교육해서 그랑 블루로 보내줄게?]

그러면서 윙크를 보내는 깜찍한 모습에 다시 웃어버렸다.

프랑과 단둘이 큰 침대에 누워있으니 기분이 묘하다. 능력 검증이 끝난 뒤로는 언제나 셋 아니면 넷이서 함께 잤으니까.

오랜만에 둘이 누웠더니 기분이 묘해져서 프랑의 위에 올라탔더니 달빛에 비친 모습이 미의 여신 같아 가슴이 두근거린다.

“사랑해 프랑.”

“저도 사랑해요. 서하.”

홍조를 띠기 시작하는 프랑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맞추었다.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최수한의 위치를 공간 지각으로 감지해보니 어젯밤 그 자세 그대로 침대에 엎드려있었다.

최수한은 사무동의 저층에 있는 작은 원룸 크기의 휴식실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일요일 하루종일 내 호출을 밤새워 기다리더니 월요일 아침이 될 때쯤에는 풀이 죽어서 침대에 엎드려만 있었다.

…이제 20일 정도 시간이 남으니까 예전에 화연이랑 이야기했던 대로 최수한을 집사 할아버지한테 보내든가 해야겠다.

학교에 가기 전에 영은이에게 전화했더니 잘됐다며 집사 할아버지도 나이가 많아 더이상 집사 일은 무리라고 했다. 후계를 키워야겠다고 말했다던가.

집사 할아버지한테 연락을 해놓을 테니 염려 놓으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오늘 수업 마치면 방배동 저택에 데려가야겠다.

“이 녀석은 아직 사육 허가증이 안 나왔으니 학교에 못 데려가겠는걸.”

어제 혜령이 이모한테 미리 물어볼 걸 그랬네.

“야. 말썽 피우지 말고 내가 돌아올 때까지 얌전히 있어. 알았지?”

키웅?

새하얀 주둥이 끝의 새카맣고 자그마한 코를 움찔거린 녀석을 어딜 가냐는 듯이 날 올려다봤다.

깨끗한 물이 담긴 그릇을 녀석 앞에 내려놓고 0.5 TP를 떨어트렸더니 옅은 파란색을 뿜어내는 물을 허겁지겁 핥아 먹기 시작했다.

프랑은 조금 큰 그릇을 가져와 그 안에 고급 개 사료를 잔뜩 부어서 녀석의 집 옆에 내려놨다.

“학교 갔다 올 거야. 다섯 시쯤 되면 돌아올 테니까 점심에는 여기 이걸 먹어.”

끼잉…

“사육 허가증이 나오면 그때부터 같이 데리고 다녀줄 테니까 실망하지 말고 며칠만 기다려.”

끼웅!

학교에 나갔더니 한고은들은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줬다. 금요일에 있었던 일은 다 잊은 모습이라 다행이다.

수업시간에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인증기를 켜서 클래스 상승 시에 환영 같은걸 본 사람이 있는지 알아봤지만 역시나 없었다.

공주나 세쌍둥이들은 꿈을 꿨다는 거에 별다른 의심이라거나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게 클래스가 오르면서 환영을 본 거라면 당장 반응이 바뀌겠지.

그건 프랑도 마찬가지다.

“서하? 알라스토르의 사악한 검은 성에 대해 부쩍 검색을 자주 하시던데 뭔가 예감이라도 드신 건가요?”

“…….”

아, 갑자기 기습적으로 물어와 버려서 대응을 못 해버렸어.

내 모습에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프랑은 학교 옥상정원의 구석에 앉아있는 내 앞에 쪼그려 앉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올려다본다.

“프랑 팬티 보여.”

슬쩍 말을 돌릴 셈으로 꺼내봤지만 역시 안 통한다.

도끼 자국이 드러나는 새하얀 끈팬티를 가릴 생각도 안 하고 프랑은 뺨을 살짝 부풀리더니 예쁜 손가락을 뻗어 내 뺨을 쭉쭉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말씀해보세요. 저는 오로지 서하의 프랑이라구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저만은 서하의 곁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이런 프랑의 모습을 보니 말해버리고 싶다. 하지만 동시에 강하게 들었던 예감 때문에 말을 못하겠다.

어이, 예감. 나와봐.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 말해도 돼?

…….

프랑의 허리를 세게 끌어안고 부드러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생각해봤다.

왜 그 환영을 내 연인들에게 말하면 안 될까. 말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예감은 지금까지 어느 정도의 확률을 보였더라?

…그냥 말하지 말자. 지금까지의 기억을 더듬어봤는데, 예감은 별 볼일 아닌 것들에도 종종 발동했지만, 예감을 따라서 나빴던 경우는 없었어.

하복의 얇은 옷감 재질을 느끼며 프랑의 등어림을 쓸어내렸다.

“내 예감이지만, 아직은 말할 수 없어. 이건 프랑을 못 믿어서나 그런 게 아니야. 오직 나만 생각해야 할 거 같아서 그래.”

“네에. 그럼 나중에 때가 되면 말씀해주실 거죠?”

“물론이야.”

즉답해오는 내 모습을 프랑은 자상한 눈으로 내려다보며 내 정수리에 뺨을 비벼주었다.

간단하게 끝난 설명에 프랑은 잠시 내 눈을 마주 보더니 내 무릎 위에 앉아 머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 알라스토르의 사악한 검은 성에 대해 확실히 알아봐야겠네요. 내일 화연이 돌아오면 영은도 불러서 함께 의논해봐요.”

“응?”

“서하는 꿈이 신경 쓰이는 거잖아요? 저도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해봤는데 능력자들은 클래스가 높아질수록 생각과 행동이 일치해져 간대요. 그러니 검은 성에 대해 궁금해졌다면 그걸 확인해보는 게 중요할 거 같아요.”

프랑은 간단하게 결론을 내리고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준다. 예감은 연인들에게 이 일을 말하면 안될 거 같다고 해서 숨겼지만 내 이야기에 관심을 돌려준 프랑을 보니 가슴이 바늘로 콕콕 찔리는 기분이다.

“알았어. 그렇게 하자.”

학교를 마치고 아이들과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오니 흰 여우 녀석이 발딱 일어나서 나한테 달려와 꼬리를 살랑 살랑거린다.

고작 2일째지만 조금씩 살이 올라서 혼자서도 잘 돌아다니고 하는 거 같다.

녀석을 어깨 위에 올리고 그랑 블루 빌딩의 내 집무실로 올라오니 혜령이 이모한테 연락이 갔는지 몇 장의 서류를 가지고 왔다.

“어머나. 흰 여우가 살이 오르기 시작하네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걸어오는 혜령이 이모는 내 어깨 위에서 눈을 또록또록 굴리는 흰 여우 녀석을 보더니 살풋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이것저것 먹이니까 잘 먹더니 살도 찌는 거 같아요.”

“후후. 정말로 그 아이와 마스터는 인연이 이어져 있었나 보네요. 그리고 여기, 세계 위상 능력자 협회에서 나온 최하위 이형종 사육 허가증이에요.”

흐음. 혜령이 이모가 건네주는 걸 받아서 펼쳐보니 간단하게 금박을 씌워서 무늬를 그리고 그 안에 이형종의 사육을 허가한다는 짤막한 문구가 써져있는 A4 사이즈의 종이였다.

“토요일에 데려왔는데 벌써 나오다니, 되게 빠르네요.”

“그 대상이 마스터니까요.”

뭔가 여러 의미가 담긴 이야기를 꺼낸 혜령이 이모는 살짝 얼굴을 굳히더니 다른 서류를 내 앞으로 내밀었다.

“이건….”

고소장만 수십 장이다. 그리고 모든 고소 업무를 위임한다는 위임장이었다.

전부 하철수에게 당한 사람들이다.

“정식 고소와 함께 하유철 부장님의 강력한 요청 때문에 그랑 블루에서도 쇼핑몰에서 피해를 본 점주들의 신고와 피해명세를 기록해서 고발장을 작성했어요. 피해내역만 수천만 원 단위이고 지금도 고소인이 32명에 달하고 있어요. 물론 지금도 계속 고소하겠다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구요.”

답이 없는 새끼다. 감옥에서 죗값을 치르고 나오더라도 녀석은 두 번 다시 평범한 생활을 못 하게 평생을 새우잡이 배에 태우던가 오호츠크 게잡이 배에 태우던가 해버릴 거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서 직접적인 고소 및 고발장의 접수는 전문 법률팀에서 다음 주 월요일부터 시작할 예정입니다.”

…서류를 보면서 혜령이 이모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젯밤에 영은이가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화가 나는지 얼굴이 살짝 상기된 혜령이 이모를 한번 올려다보고 서류로 시선을 내리며 입을 열었다.

“하유철 부장님은 호랑이 같은 사람인데, 어떻게 이런 자식이 태어난건지 모르겠네요.”

“에휴….”

자기 생각도 그렇다는 듯이 살짝 얼굴을 찌푸리면서 한숨을 내뱉은 혜령이 이모는 아직 눈치를 못 챈 듯 하다.

“제가 봤을 땐 하철수 이 작자와 하유철 부장님은 전혀 안 닮은 거 같은데, 혜령이 이모는 어떻게 생각해요?”

“…?”

“뭐 엄마 쪽을 많이 닮았을지도 모르지만…. 금요일에 하유철 부장님이랑 같이 서 있는걸 봤을 땐 부자인 줄 모를 정도였다니까요.”

“…한번 알아볼까요?”

눈이 번쩍하고 빛난 혜령이 이모를 보고 슬쩍 웃어주니 혜령이 이모 역시 날 보며 씩 웃었다.

“아, 우리가 방금 무슨 이야기 나눴죠?”

혜령이 이모는 내가 이런 걸 생각해낼 줄 몰랐다는 표정이다. 새삼스럽다는 표정으로 잠시 날 바라보더니 싱긋 웃으면서 내 손에서 서류를 받아갔다.

“저도 생각이 잘…. 요즘 기억력이 조금 떨어지는 거 같아요.”

“그럼 부탁할게요.”

“알겠습니다!”

눈빛이 형형한 혜령이 이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졌을 때 내 옆에 서 있던 프랑을 올려다봤다.

“…일을 더 만들어준 거 같은데 어떻게 저렇게 좋아하는 거지?”

“아마도 하철수가 하유철 부장님의 친자가 아니라면 그의 부담이 많이 줄어들 거라 생각해서가 아닐까요?”

“그런가…. 막상 생각해보니까 하유철 부장님의 성격이라면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해도 품에 안아줄 거 같은데.”

이어진 내 말에는 프랑도 할 말이 없는지 입을 다물어버렸다.

최수한이 뭘 하나 싶어 공간지각으로 살펴보는데 오늘도 퇴근하지 못한다고 영은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몸 상하지 않게 밥 잘 챙겨 먹으라고 해줬더니 무척이나 기뻐하더라.

내 품이 그립다고 칭얼거리길래 일이 끝나면 허리가 부러질 정도로 안아주겠다고 달래줬더니 한껏 흥분된 목소리로 힘내겠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무래도 오늘은 흰 여우 녀석을 못 데려가겠군.

낑낑거리는 흰여우 녀석을 집에 두고 7층으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내려갔다. 그리고 최수한이 있는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검은색 반팔 셔츠에 청반바지를 입고 근육단련을 하던 최수한이 얼굴을 환하게 만들더니 내 앞으로 몸을 날려 넙죽 절을 한다.

“어서 오세요 주인님!”

그리고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바닥에 댄 채 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그래. 1조에서는 알아서 잘 행동했겠지?”

최수한은 누나와 맞먹는 크레이터급 가슴 때문에 한껏 반감된 여성적인 매력을 머리카락과 얼굴로 커버하려는지 롱 스트레이트 헤어로 바꾸고 화장도 살짝 하면서 점점 여성력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네! 주인님의 명성에 흠이 가지 않흐앙.”

말이 길어질 거 같아 최수한의 뺨을 잡고 꼬집어주니 눈꼬리를 파르르 떨며 기쁘다는 얼굴을 지었다.

“말이 길어. 짧게.”

“네! 힘냈습니다!”

“…좋아. 믿을게. 상을 주지. 그걸 가져오고 엉덩이를 내밀어.”

내 말이 끝나자마자 번개같이 침대 옆에서 길쭉하고 네모난 상자를 꺼내더니 그 안에 들어있던 곤장을 가져와 내게 두 손으로 공손히 바쳐왔다.

곤을 손에 들고 최수한을 바라보니 또 제지할 타이밍을 놓쳐서 반바지를 벗어던져 버리는걸 막지 못했다…!

뭐 됐나. 그런데…. 어째 침대에 매트리스 없이 딱딱한 돌침대가 있나 싶었는데 저러려고 바꿨나 보다….

최수한은 잽싸게 돌침대 위에 없드리더니 가슴이 두근거리고 울렁거리고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날 올려다본다.

에휴….

컵에 물을 받아서 최수한의 엉덩이에 뿌렸더니 애액에 젖어가던 흰 레이스 팬티가 그냥 물에 홀랑 젖어버리고 엉덩이 역시 촉촉하게 적셔졌다.

차가운 물의 감촉에 살짝 엉덩이를 떠는 최수한에게 한 대 맞을 때마다 횟수를 세고 감사의 인사를 하라고 했다.

…SM 같은 건 취미도 없는데 최수한 때문에 조금이나마 찾아봤다.

아무튼, 젖은 천에 감싸인 엉덩이에 곤장을 내려치면 훨씬 더 짜릿하다는 글을 보고 엉덩이에 곤을 내려쳤더니 쫘아악! 하는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는데 맞는 순간 "흐큭!" 하면서 바르르 떠는 모습을 보니 단 한대에 절정에 올라버린 거 같다.

프랑도 나는 저 정도는 아니라는 듯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은, 총에 감…사 드립니다아앙!”

이하 생략.

5대를 맞고 10번을 절정에 오르며 애액을 푸슉푸슉 쏘아낸 최수한은 그야말로 암캐의 표정을 지으면서 골골거리고 있었다.

최수한의 목에 쓰고 있는 개목걸이를 잡아당기면서 뺨을 찰싹찰싹 때리니 또 뺨을 맞을 때마다 애액을 듬뿍 쏟아낸다.

“정신 차려. 갈 데가 있으니까 씻고 정장을 입고 1층으로 나와.”

“네…헤엥.”

최수한이 씻으러 들어간 사이 공간 지각으로 주변을 살펴보고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잽싸게 1층 입구로 나와버렸다.

“아…. 진짜 다른 수단을 찾아야겠어. 이런 플레이는 진짜 아냐.”

“그런가요? 그럼 방치 플레이는 어떠세요?”

“그런 쪽은 이제 싫은데….”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서하는 그냥 가만히 지켜보고 스스로 몸에 채찍질을 하게 만드는 거에요. 그리고 잔뜩 흥분했을 때 마무리로 한 대씩만 때려주는 거죠.”

“…프랑이 보고 싶어서 그런 이야기 하는 건 아니지?”

“아, 아녜요!”

아니긴 개 코다. 아오…. 진짜 이 변태 아가씨를 어떡하지.

혹시 나 때문에 이렇게 변한 건가…?

20분도 되지 않아 뛰쳐나온 최수한은 주변을 살펴보다가 금방 날 발견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내 뒤에 섰다.

말없이 택시를 잡아타고 방배동의 저택으로 향하니 최수한의 눈에는 점점 의아함이 번져가고 있었다.

택시에서 내려 저택 앞에 서니 최수한의 놀람은 극에 달해서 어딘가 모르게 불안함으로 나와 저택을 번갈아 보기 시작한다.

“넌 이제부터 집사 할아버지의 밑에서 집사 일에 관련된 모든 걸 배워야 해. 완벽하게 배웠다는 판단이 들면, 나중에 지을 내 저택의 집사직을 맡겨주지. 잘할 수 있지?”

“…예!”

불안함이 가득한 표정은 순식간에 반전해서 기쁘고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허리를 넙죽 숙인다.

저택 안에 들어가니 집사 할아버지는 기다렸다며 날 맞이해주셨다.

“집사 할아버지, 최수한 아시죠? 최수한도 집사 할아버지 알지?”

“허허허…. 그 왈가닥이 이렇게나 참한 아가씨가 되어있을줄은 몰랐습니다.”

“…오, 오랜만이에요 집사 할아버지.”

“집사 할아버지, 이쪽이 최수한. 제 집사가 될 사람이에요.”

“허허. 여사님께 모두 들었습니다. 도련님을 섬길 완벽한 집사로 교육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릴게요. 최수한? 집사 할아버지의 말씀에 잘 따르도록 해.”

“옛!”

자, 최수한의 일은 이걸로 됐나?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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