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2 에너지 이터3 =========================================================================
100 TP 위상석이 꽂혀있는 새카만 목줄을 들고 잠든 녀석에게 가서 목줄과 끈을 영은이의 설명을 들으면서 모두 채웠더니 이놈은 그제야 두 눈을 뜨면서 '이거, 뭐야?' 하는 표정으로 끈에 코를 대고 킁킁거린다.
30cm도 안 되는 쪼그만 게 하는 짓이 귀엽다. 살만 제대로 오르면 깜찍한 모습이 되겠네.
“그건 네 목줄이야. 나랑 같이 있으려면 그걸 꼭 하고 다녀야 해. 그리고 다시 말하는 거지만, 내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사람들이나 다른 살아있는 걸 공격하면 안돼. 알았지?”
끼웅! 키옹키옹.
“이걸 안 해도 공격 안 한다고?”
이옳!
“그래도 이 목줄은 니가 내꺼라는 증거야. 이걸 해야 사람들이 안심할 거니까 풀어줄 수는 없어.”
끼응….
좀 걸리적거리는지 뒷다리로 목을 탁탁 긁는 게 좀 미안하다. 일단 작은 그릇, 이라지만 녀석의 머리통 크기만 하다. 그릇에 생수를 조금 부어서 녀석의 앞에 내려놓고 TP를 0.5 정도만 뽑아 물에 떨어트렸다
낑!
부스럭거리면서 일어나더니 그릇에 주둥이를 박고 찹찹거리면서 물을 다 마셨다.
“착하지? 사람도 공격 안 하고 내 말 잘 듣고 착하게 지내면 하루에 세 번씩 TP를 먹여줄게.”
이옹!
내 말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내 품에 뛰어들어 골골거리는 녀석을 보니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된다.
“…프랑. 저거 혹시 암컷 아니니?”
“아…. 암컷이네, 서하의 매력은 짐승에게도 통하는 걸까?”
“이 무슨 짐승남….”
“후우….”
“하아….”
…뭐래.
흰 여우 녀석을 무릎 위에 앉혀놓고 프랑과 영은이의 수다를 듣다 보니 저녁 시간이 됐다.
저녁은 1층의 대형 마트에서 사온 최고급 한우를 사와서 구워 먹으려는데 흰 여우 녀석도 고기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먹을래?”
끼응! 끼잉!
이런 기름진 거 먹어도 되려나? 안되면 힐링 터치 걸어주면 되겠지.
먹고 싶은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을 데려와서 품에 안고 하나씩 먹여주니까 날름날름 잘도 받아먹는다.
그런데 열심히 고기를 굽고 있던 프랑은 이 녀석을 잠시 노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내 품에서 들어 올려서는 식탁의 빈자리에 올려놓고 그 앞에 작은 접시를 가져와서 생고기 반 구운 고기 반을 산처럼 쌓아줬다.
키옹?
“주인의 품에 안겨서 밥을 받아먹으면 버릇 나빠져요!”
프랑은 살짝 입술을 내밀고 나한테 항의하는데 저 모습을 보니까 아까전의 일이 떠오른다.
…질투심에 그러는 건 아니지?
아무튼, 프랑과 영은이는 두께 5cm짜리 한우를 그야말로 절묘하게 익히면서 내 밥 위에 올려줬는데 그걸 받아먹다가 흰 여우 녀석을 보니 자리야 어떻든 고기가 먼저라는 듯이 열심히 고기를 날름날름 삼키고 있었다.
“서하야? 어딜 보니? 열심히 먹어야 밤에 또 힘쓰지?”
…….
“영은. 적내장은 어떻게 됐어? 화연이 따로 챙겨가는 건 봤는데.”
“아, 그건 지금 숙성 중이야. 숙성이 끝나야 효과가 끝내주게 변하니까 몇 주 더 기다려야해.”
고기를 굽다 말고 갑자기 숙덕거리는 프랑과 영은이를 보니 오늘 밤에도 힘 좀 써야 할 거 같다.
일요일 새벽에 일어난 영은이는 38층에 내려가서 옷을 챙겨입더니 일하러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일요일인데 일하러 가는 거야?”
“으응. 어제는 여유가 되어서 쉬었던 거야. 오늘부터 화요일까지는 쉴 시간이 없을 거 같아.”
우어…. 업무량 무서워!
질린 내 표정을 본 영은이는 빙긋 웃더니 나에게 몸을 밀착하면서 아쉽다는 눈으로 날 바라봤다.
“쉬려고 하면 얼마든지 쉴 수 있지만, 그랬다간 우리 서하한테 그저 몸 밖에 줄 게 없는 여자가 되는걸?”
그리고 내게 입술을 겹치며 촉촉하고 따뜻한 혓바닥을 내 혀에 엉킨다.
“충전도 완료! 그럼 나가볼게?”
아침도 먹지 못한 영은이는 은색 여성정장을 입고 화사한 웃음을 나에게 보내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나 때문에 저렇게 일에 치여 사는 거야?”
“영은은 그걸 스스로 원해서 하는 거니 서하가 신경 쓰실 필요는 없어요. 무엇보다 서하와 함께 한 뒤로는 표정에서 그늘이 사라졌는걸요?”
프랑은 상냥한 얼굴로 내 뺨을 어루만지지만 내 머릿속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니 복잡할 것도 없지.
나는 내 연인들이랑 같이 있고 싶다. 그러려면 강해야 한다. 하지만 강하지 못해서 영은이가, 화연이도 바쁘게 산다.
그럼 내가 강해지면 저렇게 바쁘게 살 이유도 없잖아.
역시 수련이다. 수련밖에 답이 없어! 7월 넷째 주 금요일에 방학식이고 그다음에 바로 고위 이형종 레이드에 나서니까 그때까지 마탄을 좀 더 빠르게! 여러 발을! 정확하게 날릴 연습을 해야 해!
“수련하러 가자!”
“네!”
나도 바로 저지 트레이닝복을…. 갈아입고 가려고 했는데 영은이가 침을 잔뜩 묻혀놓고 침대 밑에 처박아놓은 바람에 입지를 못하겠다.
프랑이 한숨을 쉬면서 트레이닝 복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러 간 사이 그냥 적당히 면티에 면바지를 입었다.
나중에 엉덩이를 때려줘야지.
거실 한쪽에 마련된 집에서 콜콜 자던 흰 여우 녀석을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어깨에 올리고 수련장으로 향했다.
어스름이 걷혀갈 무렵 수련장에 도착한 나는 어깨에 올려진 흰 여우 녀석을 땅에 내려놓고 천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잠깐.
혜령이 이모가 사육 허가증 받을 때까지 밖으로 데리고 다니는 건 자제해 달랬는데…. 에이 몰라.
슬쩍 하늘을 올려다보니 아직 날이 밝으려면 한두 시간 남은 거 같으니 아침 식사 전에 돌아가야지.
네 다리로 땅에 내려선 흰 여우 녀석은 아직은 힘이 없는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주변을 조금 걸어보다가 여길 왜 온거냐는 듯이 날 올려봤다.
“수련하려고 온 거야.”
끼잉?
“마탄 연습을 하시려는 건가요?”
“응. 영은이도 B 클래스 능력자인데도 날 위해 저렇게 일하잖아. 나도 놀고 있을 수는 없지. 그리고 지금 할 수 있는 수련은 마탄을 좀 더 빠르고 정확하고 많이 날리는 거니까.”
남쪽에 가득한 크레이터를 봤더니 아무래도 땅에다 쏘는 건 안 되겠다. 오늘은 그냥 공중으로 날리면서 연습을 해야지.
흰여우 녀석은 조금 돌아다니다가 이내 지쳤는지 풀썩 주저앉으며 날 지켜보기 시작했고 프랑도 그 위에서 둥둥 떠서 날 바라본다.
그리고 어제 하던 것처럼 손끝에 TP를 모으고 마나 시브로 위상력을 덮었더니 흰 여우 녀석이 눈을 반짝 빛내면서 주둥이를 할짝하고 핥았다.
밥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리고 공중으로 쏘아 올렸더니…. 거의 2km를 넘게 날아가다가 마치 폭죽이 터지는 소리를 내며 터져나간다.
해가 완전히 떠오를 때까지 1 TP부터 100 TP까지 여러 종류를 모아서 쉴 새 없이 쏘아내고 터트리다 보니 마나 탄을 쏘아낼 때와 비슷한 속도로 쏘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발을 쏘는 건 좀 힘드네. 아니 쏠 수는 있지만 내가 노린 곳으로 안 날아가고 엉뚱한 곳으로 슝슝 날라가는게 문제다.
마나 탄을 여러 발 쏘는 건 손끝에 모으기도 하지만, 동시에 팅겨내면 위력이 줄어들어서 손을 휘두르는 방식으로 샷건처럼 일정 범위에 쏟아내는 방식인데 마탄은 손을 휘두르는 순간 마나 시브로 집중한 위상력이 약간 풀리고 풀리면서 그 반동으로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게 문제랄까.
물론 뒤로 날아가거나 옆으로 날아가진 않지만 그래도 범위가 너무 넓….
“…왜 그래?”
“아, 아뇨.”
끄응….
프랑은 조금 허탈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고 흰 여우 녀석은 귀도 축 늘어지고 털들도 바짝 눕혀진 채 납작 엎드려서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
아무튼, 아침밥 먹을 시간이 돼서 수련은 이만하기로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오늘은 화랑 보스가 돌아오는 날이랬지? 화랑 보스가 아니라 박지웅 보스라고 불러야 하나?
집에 도착했더니 엄마랑 누나가 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거실을 서성이고 있었고 아빠는 티비를 틀어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나 왔어. 왜 그렇게 서성거려?”
“아들!” “서하야~!”
“??”
집에 들어서자마자 엄마랑 누나가 나한테 달려들더니 내 팔을 잡고 소파로 끌어당긴다. 끌려가면서 무슨 일인가 싶어서 엄마랑 누나를 번갈아 보는데 누나는 걱정이 한가득 담긴 목소리로 설명을 늘어놓길.
“그러니까 들어봐! 아까부터 저 산 너머에서 뭔가 쿵쿵거리고 막 터지는 소리가 들렸단말야! 어제 아침에도 그런 소리가 들렸는데 무슨 일 있는 거 아냐?”
…아.
잠시 엄마랑 누나를 진정시키고 그 폭발음은 내가 수련하면서 난 소리라고 설명해줬다.
설명을 들은 엄마와 누나는 황당하다는 표정이 되어버렸고 아빠는 한숨을 푹 쉬더니 신문을 집어 들며 나지막이 말했다.
“입주할 때 인근에 능력자의 수련장이 있어서 폭음이 일어날지도 모르니 유의해달라는 안내를 받았다만 이정도일줄은.”
“그랬어? 으음. 아침에 마탄 수련은 자제할까.”
“일부러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하던 것처럼 해라. 익숙해지면 되려 주변에 능력자가 있으니 안심할….”
“꺄아~! 얘는 뭐니?!”
“어? 앗! 사막여우 새끼 아냐?! 페넥!
그런데 엄마랑 누나는 흰 여우 녀석을 보자마자 아빠 말을 끊으면서 내 어깨 위에 올라와 있는 흰 여우 녀석을 보면서 호들갑을 떤다.
“…어흠.”
흰 여우 녀석은 초롱초롱한 눈빛의 엄마랑 누나를 보고 뭔일인가 싶은지 눈을 깜빡거린다.
“야, 이 분들이 엄마랑 아빠고 이 여자 사람이 울 누나니까 말 잘 들어. 알았지?”
끼웅!
“와! 말도 알아듣는 거야?! …근데 여자사람이라니, 그게 뭐야?”
누나는 눈을 반짝이면서 만져보고 싶어 하길래 어깨에서 내려 누나 품에 안겨주니 눈을 반짝거리다가 곧 안색이 흐려진다.
“얘 왜 이렇게 말랐어?”
“그게 이런저런 일이 있었는데….”
엄마랑 누나한테 흰 여우 녀석에게 관한 이야기를(날 공격한 거 빼고) 들려주니 불쌍하다며 머리나 등을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이형종인데 내 말을 잘 듣는다고 말했더니 별다른 거부감을 내보이지 않았는데, 담이 센 거야 겁이 없는 거야?
엄마는 누나의 손가락을 핥는 흰여우 녀석을 보면서 안쓰럽다는 표정을 짓다가 날 돌아봤다.
“아들, 그럼 이제 이 아이를 키우는 거니?”
“응. 그러려고 데려온 거야.”
누나는 앉아서 흰 여우 녀석을 무릎 위에 올리고 살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용문산이 아닌 데서 만난 것부터가 너랑 인연이었나 봐.”
응? 인연이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네요!”
있나 보다.
누나는 아침을 먹고 일이 있다며 사무동으로 건너갔다. 가면서 하는 말이,
“일터가 가까우니까 너무 좋은 거 있지?”
…라고 밝게 웃으면서 말하더라. 근데 엄마도 누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병원이 바로 옆이라 가까워서 무척이나 좋다고 했다.
아침을 먹고 흰 여우 녀석에게 TP를 조금 먹인 다음 얼마 남지 않은 숙제를 마저 하니 금방 점심시간이 됐다.
엄마랑 아빠는 데이트라도 하러 나갔는지 10시쯤에 차 타고 나가셔서 프랑이랑 둘이서 피자랑 치킨을 시켜서 먹었다.
점심을 먹고 40층의 내 집무실로 이동해서 집무실의 구조랑 시스템을 살펴보다 보니 대형 스크린이 한쪽 벽에 숨어있는 걸 발견했다.
잘됐다 싶어서 액션이랑 히어로 무비를 사서 품에 프랑을 안고 영화를 보며 뒹굴거렸다. 어차피 집에 가도 할 거도 없고 똑같이 할 거 없으면 그냥 집무실에서 시간을 보내야지.
일요일인데도 35층의 비서 누나들은 절반 넘게 나와서 일을 하고 있었고 그건 사무동이나 사업지원 동도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오늘 복귀하는 1조 때문에 나와 있는 거겠지?
그리고 오후 5시가 되자 사업지원 동이 시끌시끌해지며 덩치 좋은 직원 수십 명이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삐리리리리~
응? 전화가…. 어디 보자, 37층? 혜령이 이모네. 수화기를 들으니 역시나 혜령이 이모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네.”
휴대폰을 한참 만지작거리던 프랑은 내가 전화를 받는소리에 이쪽을 보다가 스르륵 날아와서 내 옆에 선다.
[마스터? 곧 박지웅 2보스와 1조 임시 팀이 복귀한다고 해요. 지하 주차장에 가보시겠어요?]
“네, 바로 갈게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냥 몸만 내려가면 되는 거 아냐? 뭘 준비한다는거지. 아무튼 나도 명색이 최고 책임자니까 이런 행사 때도 얼굴을 비춰줘야겠지!
“서하? 무슨 일인가요?”
“박지웅 2 보스랑 1조 임시 팀이 복귀한대. 지하 주차장으로 가봐야겠다.”
옷차림을 정리하고 머리를 손질하고 있으려니 금방 혜령이 이모랑 하유철 부장이 내 집무실로 올라왔다.
하유철 부장은 안색도 안 좋고 눈 밑이 퀭한 모습이 마음고생이 심해 보였다.
힐링 터치라도 걸어줄까…? 으음. 아직은 숨겨야 하니까 좀 그런데.
말없이 하유철 부장에게 다가가서 꾸벅 인사하니 하유철 부장도 말없이 날 바라보다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냥 내려가면 되는 거에요?”
“아, 네. 지금 빌딩으로 오는 중이라는 연락이 왔어요. 그냥 내려가셔서 박지웅 2 보스에게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해드리면 돼요.”
혜령이 이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유철 부장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3층으로 내려가니 잠시 후 여러 대의 대형 버스와 트레일러 3대가 그랑 블루 빌딩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진장 넓고 높이도 5m가 넘는 지하주차장의 가장자리부터 버스가 들어서고 트레일러는 대형 화물용 엘리베이터 앞에 주차를 시작했다.
135명, 생활 보조자 76명에 능력자가 59명인가. 5대의 대형버스에서 능력자와 생활 보조 능력자들이 짐을 들고 버스에서 내리다가 혜령이 이모와 하유철 부장과 함께 서 있는 날 보고 흠칫하면서 놀랜다.
사람들은 꼭 날 볼 때마다 놀라거나 신기해하더라.
한쪽에 마련된 1m짜리 단상 위에 올라가서 능력자들을 보고 있으니 정말 종류별로 타입별로 사람들이 많다. 가장 많은 숫자가 D 클래스 중급이고 그 위로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비슷한 숫자가 존재했다.
그나저나 135명이라니, 화연이의 2조랑 비슷한 숫자네.
그중에 차소영이랑 타임리버 1팀과 2팀의 팀장이 보여서 살짝 눈짓으로 인사하고 인사를 받아주고 있으려니 털털한 옆집 아저씨 스타일의 박지웅 보스와 차소영, 그리고 처음 보는 C 클래스 중급의 회복 능력자 여성이 다가오길래 나도 단상에서 내려가서 마주 섰다.
“그랑 블루 1조 임시 팀 135명 무사히 귀환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박지웅 보스한테 손을 내미니 박지웅 보스도 슬쩍 웃으면서 손을 뻗어 마주 쥐었다.
악수를 나누고, 차소영이랑 같이 서 있는걸 보면 저 땋은 머리 여성도 화랑의 부대장급이겠지? 부대장들이랑 악수하니 주변에서 살짝 긴장된 숨소리가 들린다.
주로 여자들 쪽인 거 같은데… 설마 그건 아니겠지? 응? 비서 누나들!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집에 가서 푹 쉬고 싶으시겠지만 사업지원 1동 대연회장에 간단한 피로연이 마련되어있으니까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허허허. 이 부장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당연히 들어야지요. 자, 여기 지난 5일간 획득한 부산물과 처치한 이형종의 종류 및 숫자 표입니다.”
“뒷일을 부탁드려요 하 부장님.”
박지웅 보스에게 서류철을 받아든 혜령이 이모는 곧 하유철 부장에게 넘겨주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나머지는 맡겨주십시오.”
하유철 부장은 세장의 서류를 받아들고 패드를 꺼내 트레일러로 다가가며 사업지원부직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지웅 보스는 손바닥을 맞부딪치며 능력자들의 주의를 끌고 이동을 시작한다.
“다들 들었겠지? 사업지원1동의 대연회장으로 이동합시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동하는 사람들 틈에 섞여 혜령이 이모랑 박지웅 보스, 두 명의 부대장과 함께 이동하는데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겨 물어보았다.
“위상 세계를 다녀오면 매번 이렇게 피로연을 여는 거에요?”
“아닙니다. 이번이 특별한 겁니다.”
털털한 박지웅 보스의 이야기에 혜령이 이모가 덧붙인다.
“이 토벌전은 두 팀의 화합과 융화가 목적이니까요. 아무리로 꼭짓점을 찍어주는 거지요.”
으흠. 그렇구나. 헐렁하게 대충 끝내고 해산하는 것보다 이렇게 모아놓고 이야기라도 한마디 하면서 마무리를 지어주면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를 테니까.
사업지원동의 대 연회장은 20층에 위치해있었는데 창의 방향이 서울 시내를 향하고 있어서 서서히 어두워지는 서울의 시내가 그대로 시야에 들어왔다
연회장에는 수많은 입식 테이블에 간단한 음료와 간식들이 테이블에 가득 올려져 있었고 능력자들은 음료수를 손에 들고 창가에 서서 야경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우리는 연회장의 무대에 올라 혜령이 이모가 앞으로 나서서 이번 토벌전은 어쩌고 성과가 어쩌고 화합이 어쩌고 하는데 솔직히 이야기는 귀에 안 들어오고 능력자들이 죄다 뜨거운 시선을 보내오고 있어서 괜히 온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들마저도 이쪽을 보길래 내 옆의 프랑을 보는 건가 했는데 그게 아니라 날 보는 거였다.
[아래층 소연회장에는 술과 만찬들이 준비되어있으니 분위기를 조금 더 즐기시고 싶은 분들은 아래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어요!]
혜령이 이모의 이야기가 끝나자 사람들은 잠시간 박수를 치더니 남아서 과자랑 음료수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여자들과 집으로 가는 사람들과 아래층으로 이동하는 사람들로 나뉘기 시작했다.
근데 남아있는 여자들은 왜 또 날 보는 거야…. 진짜 이상 소문 다 퍼진 거 아냐?
표정이 조금 썩어들어가려니까 프랑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랑 홀의 간식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수다를 떨기 시작하는 여자들을 번갈아 본다.
그러다, 독순술로 여자들의 입술을 읽는지 잠시 테이블 쪽으로 시선을 보내는데 프랑의 표정이 점점….
“…마성의 어린 육식 왕자님?”
크헉! 비서 누나들…!
============================ 작품 후기 ============================
낮에 글쓰고 있는데 조아라에서 전화가...!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