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9 준비. =========================================================================
일단 시험은 해봐야지.
우선, 손가락 끝에, 몸 밖에 TP를 모은다. 그리고 마나 시브를 운용해서 공기 중에 떠도는 미미한 위상력을 받아들여 모은 TP에 주입!
…하려는데 주입이 안 되네. 뭐야, 너네 같은 성질 아니었어?
왜 이러나 싶어서 100 TP 가량 모인 TP를 공간 지각으로 살펴보니까 중심에는 내 TP가 공처럼 뭉쳐져 있고 그 밖을 마나 시브로 끌어들인 위상력이 감싸고 있었다.
…?
뭐야 이거. TP랑 위상력은 같은 성질 아니었어?
TP 위에 살짝 덮인 위상력을 잠시 내려보다가 일단 마나 시브를 계속 모아봤다. 그렇게 TP와 위상력의 비율이 1:1이 될 때까지 모은 다음 무색투명한 마나 탄이 아니라 파랗게 빛나는 구슬이 된 마나 탄을 잠시 내려다봤다.
내가 생각한 거랑 좀 다르네….
생각한 대로였다면 200 TP인데 현실은 100 TP + 100위상력이다. 뭐 일단 모이긴 모였으니까 푸른 구슬을 남쪽으로 쏘아냈다. 위치는 수련장의 정 중앙으로.
쏘아낸 푸른 구슬은 마나 탄보다 좀 더 빠른 속도로 쏜살같이 2km를 날아가 터졌,
꾸아아아앙!!!
“흐컥?!”
푸른 구슬이 터지는 순간 귀청을 찢어버릴 듯한 굉음, 폭음과 함께 무시무시한 광풍이 몰아닥친다!!
“우, 아아?!”
마나 모드 중인데도 버티기 힘들 정도의 뜨겁고 후끈한 열기를 담은 흙바람이 내 몸을 치고 지나간다!
땅도 들썩거리면서 진동이 밀어닥치고 강한 바람에 두 다리를 벌리고 억지로 버티고 있으려니 자고 있던 프랑이 광풍에 밀려 날아가 버리는 게 공간 지각으로 보였, 어억?!
갑자기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서 푸른 구슬이 터진 곳으로 빨려 들어간다?!
넘어질 뻔하면서 휘청거리다 고개를 들어보니 믿기지 않는 현상이 눈앞에 일어나고 있었다.
버, 버섯구름이라니….
쿠르르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하늘로 치솟아 올라 버섯구름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둔중한 충격이 내 등을 강타한다.
“서하! 습격이에요! 몸을 피해야 해요!!”
“어? 아냐. 아니야 프랑. 진정해.”
“얼른 몸을…. 네?”
후끈후끈한 열기를 느끼면서 버섯구름을 보다가 내 팔을 잡고 당기는 프랑을 다독인다.
날 덮친 프랑은 자다가 내 실험의 여파에 화들짝 놀라면서 깼는지 굉장히 혼란스럽고 당황한 얼굴이다.
“마나 탄 연습을 하다가 새…. 기술을 만들어낸 거야. 습격이 아니야.”
나보다 더 멍한 표정인 프랑을 보니 내 정신이 돌아온다.
어벙한 표정으로 멍하니 나와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버섯구름을 돌아보는 프랑을 다독여주고 보들보들한 뺨을 찹쌀떡 늘리듯 잡아 늘려보다가 버섯구름을 올려다봤다.
저게 100 TP 짜리 위력이야? 신기술이 터진 곳에 다가가 보려 했지만 먼지 구름이 뭉게뭉게 솟아오르고 있어서 시야도 나쁘고 어딘가 모르게 열기로 가득해서 다가가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공간 지각으로 폭심지 주변을 살펴 보…려는 순간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왜애애애애애애애앵….
자동차에서 울려 퍼지는 게 아니라 초대형 스피커에서 지역 전체에 울려 퍼지는 소리다.
“이건 무슨 소리야? 어떨 때 가끔 동네에 울려 퍼지던 소린데?”
“…이거 red alert 아닌가요?”
“어? 비상사태?”
그 순간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사방팔방 울려퍼진다.
[국민 여러분 여기는 소방방재청 중앙 민방위 경보 통제소입니다. 실제 공습경보를 발령합니다! 현재시간….]
헉? 뭐? 공습경보?!
“크크, 큰일 났다!! 내가 쏜 마나 탄 때문인가 봐!! 어, 어떡하지? 그냥 도망갈까?!”
“서서서하? 잠시 지지진정하세요. 당황하실 필요 없어요!”
“프랑도 당황하고 있으면서?!”
계속 귓가를 울리는 사이렌 소리와 공습 경보 발령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프랑하고 당황하고 있으려니 점점 도망간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 시작한다.
그때 인증기에 전화가 와서 연결했더니, 영은이의 굳은 얼굴이 홀로그램 창에 떠오른다.
[서하야? 방금 폭발음은 어떻게 된 거니? 서하네 수련장 근처에서 일어난 거 같은데?]
“그, 그거 새 스킬 연습한다고 하다가 위력 조절에 실패해서…. 폭발이 크게 일어났어어.]
굳은 영은이의 표정을 보고 당황하고 기가 죽어서 영은이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레 말했더니, 영은이는 굳은 안색을 풀고 살짝 한숨을 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향해 명령을 내리기 시작한다.
지금 집인 거 아냐? 동시에 여러 사람이랑 전화를 하는 건가?
[공습경보는 중지하라고 하세요. 관계부처에는 블루 지니어스의 스킬 연습이었다는 해명과 함께 폭발의 피해 상황 파악을.]
아, 피해 상황…. 방금 폭발에 다친 사람도 있을까?
아무 말도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으려니 영은이는 다시 시선을 돌려 살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어휴. 자는 중에 갑자기 공습경보가 울리고 폭발과 함께 버섯구름이 관측됐다는 보고가 들어와서 얼마나 놀란 줄 아니?]
“그…. 미안.”
그때 홀로그램 너머에서 작은 이야기 소리가 들리더니 영은이의 고개가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서하야? 이번 폭발의 여파에 주변 건물과 지형에 손상이 일어났다고 하는구나. …관련 피해 상황은, 레이드 팀을 통해서 이야기할 테니 서하는 너무 걱정하지 마렴.]
…잘은 모르겠지만 검증할 때 번 돈은 전부 이번 피해 상황 복구에 쓰게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이렌 소리는 금방 멈췄고 영은이와의 전화를 끊고 잠시 기다렸더니 군인들과 경찰들에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거기에 이른 아침인데도 혜령이 이모가 7명의 직원과 함께 나타나 날 대신해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군인과 검은 정장 차림의 사내들도 날 무서워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대화를 걸어오는 혜령이 이모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내 수련장에 모인 수십 명의 사람들은 내가 만든 지름 1km의 크레이터와 그 너머로 이어진 파괴의 흔적에 혼이 빠져나갈 거 같은 표정이다.
혜령이 이모가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겁먹은 표정으로 날 힐끔 보다가 우르르 돌아가 버렸다.
그들이 철수하는 뒷모습을 보는 혜령이 이모한테 다가가니 이모도 날 돌아보며 조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어휴. 우리 마스터는 정말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하신 분이시네요.”
“…죄송해요.”
“죄송하실 건 없죠! 하지만 이런 위력이라니, 정말 전술핵급 위력인데요? 후후. 이 사실이 알려지면 우리 레이드 팀의 명성이 더 오르겠어요.”
그리고 혜령이 이모는 속속들이 피해 상황을 전해주기 시작한다.
내가 쏜 푸른 구슬의 폭발은 수련장에 지름 1km의 크레이터를 만들어내며 충격파와 함께 버섯구름을 만들고 진동과 함께 광풍까지 터트려냈었다.
다행히 높고 두껍게 만들어둔 수련장 외벽 덕분에 1차 피해는 내 수련장을 엉망으로 만드는 데 그쳤지만, 주변에 세우던 건물과 도로가 진동에 손상되버렸고 특히 폭발과 가까이 있던 수련장 벽도 무너지거나 폭발에 날아가며 건축 중이던 건물을 부수는 바람에 그거에 대한 복구 비용을 내게 됐다.
하지만 다행인 건 수련장 인근 3km에는 민가라고는 전혀 없어서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거지.
강한 스킬을 얻어서 기쁘긴 하지만 스킬 한번 쓴 대가가 수백억대 피해 보상금이라니, 한숨이 나온다.
“…이게 마스터의 속성 탄 위력이라구요?”
“네.”
고작 한발의 속성 탄이 이런 상황을 만들어냈다는 게 혜령이 이모는 믿기지 않는가보다.
“이건 레이드때도 쓰기 힘들겠네요. 스킬의 범위가 이 정도라니, 자칫 잘못하면 팀원들에게까지 피해를 주겠는걸요.”
…것도 그러네.
“멀리서 이형종을 발견하고 먼저 쏘아내거나 하는 식으로 해야겠죠?”
“그런 수가 있었군요!”
일부러 모른척 한건지 진짜 모른건지 조금 헷갈리는 반응을 보여준 혜령이 이모는 뒷일은 자신에게 맡기라는 말을 남긴 채 그랑 블루 빌딩으로 돌아갔다.
어쩐지 조금 기분이 업되는거 같다.
크레이터 쪽을 돌아보니 깔끔하게 지워버리는 마나 탄이나 마나 포와는 다르게 거칠게 파내고 수 킬로그램의 폭탄이 일시에 터트린듯한 위력이라니.
…TP를 응축시킨 거에 위상력을 덮어씌웠다고 이런 위력이야?
100 TP가 마치, 마나 포와 비슷한 위력이다. 프랑도 공중에서 폭발의 흔적을 살펴보더니 내게 다가와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날 보며 눈을 반짝였다.
“와아. TP는 얼마나 쓰신 거에요? 위력이 마나 포와 비슷할 거 같아요.”
“100.”
“…네?”
“100 TP를 쓴 거야.”
고작 100 TP를 쓴 건데 이만한 위력이냐는 표정인 프랑의 뺨을 살짝 꼬집어주고 크레이터의 가장자리에 서서 아래쪽을 내려다봤다.
상위 이형종도 5,000 TP 짜리 마나 포를 두 방이나 버텨냈으니까, 이 푸른 구슬이라면 확실히 고위 이형종에게 확실히 타격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든다.
프랑의 손을 잡고 이번엔 손끝에 1 TP를 모으고 마나 시브로 다시 위상력을 뒤덮어 쏘아냈다.
쿠아아아앙!!!
“와우.”
땅이 들썩거리고 거칠게 흙먼지가 폭발하듯 퍼져 나온다. 1 TP의 범위는 6m인가?
이번엔 10 TP를 모아서 쏘아보니 아까보다 더 큰 폭발이 일어나는데 이번에는 75m 정도가 범위에 들어오는 거 같다.
100 TP가 1km였으니까, 땅이 패이는 정도로 위력을 가늠해보니 TP가 많아질수록 위력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거 좀 짱이네.”
강력하고 쩔어주시는 효율의 마나 탄이라니! 어쩐지 조금 신나서 TP를 응축하고 마나 시브로 위상력을 덮어씌우고 발사! 발사! 발사!
쿵쾅거리면서 한참 동안 터트려댔더니 점점 발사속도도 빨라진다! 어차피 엉망진창이 돼버린 수련장인데 뭐, 그냥 막 쏘자!!
처음에는 한 발 쏘아내는데 5초 넘게 걸렸는데 이제는 TP를 응축하면서 위상력을 동시에 모으니 1초마다 한발씩 쏠 수 있게 됐다.
그나저나 TP에 위상력을 덧씌우듯이 발랐는데 어떻게해서 이렇게 몇배나 강한 위력이 나오는지 이해가 잘 안간다.
그냥.... TP가 공간을 일그러트리면서 터지려할때 순수한 위상력이랑 섞이면서 뭔가 반응이 터져나온게 아닐까 하지만....
뭐, 따지고보면 마나 시브로 TP를 날렸더니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사라지는 모습이 나오는것도 이해가 안가긴 마찬가지지.
잠시 푸른 구슬의 원리가 어떤지 머리를 굴리는데, 이런 내 모습을 바라보는 프랑은 얼이 빠진 모습이다.
“좋아! 이건 마탄魔彈이라고 해야지!”
그나저나 주택가라서 마나 레이저를 연습하는 건 무리겠다. 마나 포는…. 진짜 무리. 현실에서 쓸 게 아니야.
이 방식으로 마나 포를 쏘아냈다간 큰일 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엉망진창이 돼버린 수련장 남쪽 구역이지만 혜령이 이모가 뒷일은 맡겨 달랬으니 신경 안 써!
“이야~ 앞으로 배틀물 만화책이나 애니 같은 거 많이 봐둬야겠어.”
“…네?”
충격적인 모습을 봤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있다가 이상한 소릴 들었다는 얼굴을 하면서 날 돌아본다.
…되게 귀여운 표정이라 다시 손을 뻗어서 찹쌀떡 같은 뺨을 조물락거리고 잡아당기니 "흐뉴웅." 하는 귀여운 소릴 내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우연히 어렸을 때 보던 고전 명작만화가 생각났거든. 그거에 힌트를 얻어서 연습했는데 마탄을 개발한 거야.”
덧씌우기만 할 뿐이라, 꽈베기처럼 꼬으거나 해서 이형종을 관광 시킬듯한 필살기는 못 쓰겠지.
마나 탄은 마탄으로 하고, 마나 레이저는 마참魔斬? 참사斬射? 마참사魔斬射? 마참사로 하자. 마나 포는 마포魔砲로 하는 거야.
…조금 중2병스러운가? 마탄은 괜찮은 거 같은데 마포를 넘어서 마참사는 좀…. 생각해둔걸 프랑에게 알려주니 뭔가 안쓰러운 걸 보는 표정이 된다.
…다시 한 번 내 작명 센스가 엉망인 걸 깨달았다.
“마탄이랑 마포는 좋아요. 하지만 마참사보다는 마나 레이mana ray가 더 낫지 않을까요?”
“역시, 심판의 벼락 사용자다운 작명센스인걸!”
“으읏!”
한 건 했다는 생각에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남쪽에 만들어둔 거대한 크레이터에서 위상력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프랑, 이형종이야. 중하위급.”
모습은…. 그냥 흔한 변견인데 크기가 대형견을 넘어선다. 위상력은 130 정도의 중하위에서도 초급 수준이다.
“네?!”
“남쪽으로 1km에 있어!”
바로 마나 모드 - 가속을 키고 쏜살같이 달렸다! 분명 저긴 내가 마탄 연습하느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곳인데 어떻게 갑자기 나타난 거지?
난데없이 땅에서 솟아난 듯한 이형종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끼며 순식간에 이형종으로 진화한 똥ㄱ…. 잡견에게 달려가니 저놈도 날 발견하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도망가려고 한다!
“어 딜도…. 에이!”
이형종이면 이형종답게 능력자를 보면 달려들란 말야! 어딜 자꾸 도망가냐고!
중하위 이형종이라 가속 모드인 내게 도망갈 수는 없어서 담벼락을 넘기 직전에 마나 레이저를 쏘아내 허리를 반 토막 내버렸다.
공중에서 피와 내장을 흩뿌리면서 허리께가 반 토막 난 이형종은 바닥에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는데 그래도 죽지 않고 바르작거리면서 날 향해 공포와 두려움을 보낸다.
일단 도시에 출몰한 이형종을 잡았으니까 능력자 연합에 신고해야 하려나? 능력자 연합 긴급 신고 센터에 전화를 걸었더니 신호음이 1번 가기도 전에 연결됐다.
[세계 위상 능력자 연합 한국 총괄지부 상담원 윤효령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어? 이 목소리는 전에 박물관 사건때 전화 받은 그 누나 목소리네.
“안녕하세요. 중하위 이형종 출몰 때문에 신고 하려고요.”
[…능력자 인증기 확인했습니다. 대외특….]
“잠시만요! 누나 혹시 로봇이에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아뇨, 저번에 박물관 신고할 때랑 토씨 하나 안 바뀌고 똑같이 말씀하시길래요.”
잠시 말문이 막힌 듯 헛기침소리가 나더니 조금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로봇이 아니라 평범한 상담원이에요. 이형종 출몰은 긴급 상황이니 바로 대외 특….]
“아, 그 이형종은 잡았어요. 신고 때문에 전화한 건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외특무부로 연결해드리겠습니다.]
엥? 또 헛기침하더니 그냥 전화 돌려버리네.
작은 클래식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다가 다시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능력자 연합 특무대의 김지훈 팀장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정서하 씨.]
…이사람도 로봇인 거 아냐?
“안녕하세요? 중하위 이형종이 제 수련장에 나타났는데 그 녀석이 시가지로 넘어가려고 하길래 일단 죽이고 연락했어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흐음. 무슨 항목을 확인하는 걸까? 그러고 보면 이형종이 있는 위치도 대략적으로 감지하는 거 같던데 특수한 레이더 같은 것도 쓰는 걸까?
쓰면 전에 날 습격한 습격자들은 왜 감지를 못했을까.
음, 혹시나 덩어리진 이형종 전용 위상력만 따로 감지하는 건가?
[네 확인했습니다. 4분 전에 등장한 이형종이 군요. 빠른 사살로 인근 시민의 안전을 도모하신 점, 감사드립니다. 지금 즉시 사체 회수팀이 나갈 것이며 정서하 그랑 블루 보스께, 그러니까 그랑 블루 레이드 팀에 관련 처분 문서를 발송하겠습니다. 다른 궁금한 점은 없으십니까.]
“있어요.”
[네 있…. 네?]
어쩐지 당황한듯한 목소리다.
“이형종이 나타났다는 걸 어떻게 아시는 거에요?”
[음…. 이형종 검색은 어디까지나 특수 감지장치로 일정 범위 이내의 이형종의 위상력을 감지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가 알려드려서 알게 된거 아닌가요?”
[말씀대로입니다. 이 시스템은 이형종이 등장하게되면 경보가 울리게 되는데 이때 그랑 블루 보스께서 하신 것 처럼 등장 직후 이형종을 격살하신다면 경보음이 울리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연락을 주시지 않는다면 연합 본부에서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즉, 이형종 감지만 가능하고 능력자가 능력을 쓴다거나 하는 건 신고받고 현장을 조사하거나 하지 않으면 모른단 건가.
정말로 이형종의 뭉쳐진 위상력만 감지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근데 이런 걸 그냥 알려줘도 되는 건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수팀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면 되는 거죠?”
[그렇게 해주신다면 감사드립니다.]
“네, 수고하세요.”
[좋은 하루 되십시오.]
인증기를 종료하고 프랑을 돌아보며 생각한 점을 말해줬더니 프랑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저번 일자산의 에너지 이터 사건만 봐도 그런 거 같아요. 이형종이 범위 안에 있다면 계속 경보를 내보내는 거겠죠? 하지만 위치가 바뀐 걸 정확히 감지하지 못한 걸 보면 수동적인 면이 많은 걸까요….”
“과학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으니까 조만간 감지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겠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저 멀리서 능력자 연합의 사체 회수 차량이 오는 게 보였다.
집에 도착했더니 아침 8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근데 영은이는 또 잠들어있었다. 나랑 통화하고 다시 잠들어버린 건가?
6시 조금 되기 전에 지쳐서 잠들어버렸으니까 좀 더 자게 내버려둘까.
흙먼지가 잔뜩 묻었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 때 바람이 흙먼지를 전부 털어줬고 땀도 안 흘려서 그냥 옷만 갈아입었다.
그리고 프랑하고 같이 39층으로 내려갔더니 맛있는 된장 냄새가 확 풍겨온다!
“우와~ 배가 막막 고파져 오는 냄새야!”
“아들, 어서 오렴!”
“좋은 아침!”
“어, 좋은 아침. 엄마 아빠 누나 잘 잤어?”
“으응. 자는 중에 갑자기 사이렌이 울려서 놀래서 깼었어. 토요일 아침 일찍 민방위 훈련이라니, 너무하더라.”
윽. 가슴이 찔린다. 폭발음은 못 들은 건가?
프랑은 주방으로 들어가서 엄마랑 누나의 요리를 도와주기 시작하고, 나는 아빠 옆에 앉으면서 어제 생각한 걸 말했다.
“아빠, 8월 말에 학술 회의 때문에 영국 간댔지? 정확하게 언제 출발해? 회의는 얼마나 걸려?”
“예정이 변경됐다고 연락이 왔었다. 일주일 예정으로 8월 16일에 출발이다.”
16일인가. 방학 직후에 레이드 출발한다고 했으니까 잘하면 가능하겠는걸?
“그때 나도 따라가도 돼?”
잠시 말을 고르던 아빠는 신문을 내리면서 날 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넌 그랑 블루의 마스터가 아니냐. 함부로 국내를 떠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만.”
“응. 그런데 영국 왕실 기록보관소에 보고 싶은 게 있어서. 그전에 일이 있긴 하지만 된다면 아빠랑 같이 영국에 가려구.”
“보고 싶은 게 있다면 정부를 통해 공식으로 요청을 해봐라. 너는 이미 국가의 공인이다.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마음대로 자리를 비우는 건 좋지 못하다.”
“으음…. 알았어.”
“그래.”
아침을 먹으면서 또 강해졌다고 하니 엄마는 무척 기뻐하고 누나는 괴물이냐고 날 놀리고 아빠는 힘에 취하지 말라고 하면서 날 다독였다.
역시 가족이 최고야.
밥 먹고 뒹굴거리다가 누나가 장난을 걸어오길래 힘으로 덮쳐서 간지럼 지옥을 보여주다가 화난 누나한테 도망쳐서 40층으로 올라와 버렸다.
힘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서 하는 말인데, 내 능력은 공간 지각을 빼면 죄다, 전부다, 죽이거나 부수거나 괴롭히는 거 밖에 안되는 능력 같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것만 봐도 그렇지.
다른 속성들은 미묘하게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하는데 내 능력은 죄다 전투랑 관련된 거잖아.
끄으응.
큰방으로 가니 영은이는 여전히 꿈나라를 헤매고 있었는데 무슨 좋은 꿈을 꾸는건지 헤죽헤죽거리면서 므히히힝 이러고 손을 꼬물거리면서 행복에 취해있었다.
“흐아아암…. 서하, 저도 조금 더 쉴게요…?”
“응.”
자지 말고 같이 놀자고 하고 싶은데 아침 먹고 다시 조금씩 눈이 감기기 시작하는 거 같아 차마 놀자는 말을 못하겠다.
영은이 옆에 누운 프랑은 금새 코오 하고 잠들어버렸다. 쩝.
두 사람에게 얇은 이불을 덮어주고 거실로 나왔지만, 딱히 할 것도 없어서 사무동으로 건너가서 내 집무실에 올라갔다.
아니, 올라가려다가 35층에 내렸는데 35층에는 36층~40층의 비서 누나들이 모여있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그중에 화연이네 비서 누나들이 있었거든.
35층에서 내려서 그 누나들한테 다가가니 다른 누나들은 내가 누군지 의아해하는데 화연이 비서 누나들은 날보더니 화들짝 놀리면서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아차…. 겁준 그대로구나. 근데 다른 비서 누나들은 날 모르나? 아, 머리 스타일이 달라서 눈치 못 챘나 보다. 옆에는 프랑도 없고.
“안녕하세요. 여긴 비서관입니다. 무슨 용무로 오신 건가요?”
머리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려니 처음 보는 비서 누나가 나한테 다가와서 공손한 표정과 자세로 나한테 말을 걸어왔는데….
화연이네 비서 누나들이 나한테 접근한 비서 누나를 경악하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게 보였다.
…너무 그렇게 악당 보듯 이하면 나라도 상처받는데….
“아니에요. 지나가다가 신기해서 잠시 내려와 본 거거든요.”
공간 지각으로 살펴봐도 되지만 직접 보는 거랑은 또 느낌이 다르니까. 그렇게 짧은 깻잎 머리를 한 비서 누나한테 말해주고 내가 누군지 궁금해하는 비서 누나를 둔채 응접실 쪽으로 걸어갔다.
35층은 비서관과 응접실을 겸하는건지 꽤 클래식한 응접실이 격자로 나눠져 35층의 절반을 나누고 있었다.
응접실 쪽을 돌아보는데 뒤에서 화연이네 비서 누나들이 깻잎 머리 비서 누나를 잡아끌더니 귀에 속닥거리는데 깻잎 누나의 얼굴이 사색이 돼버렸다.
그 내용인즉슨.
-전지영 씨! 저, 저분이 귀축 마스터세요!-
-네엣?! 그, 여자를 두드려 패는 것으로 맞는 여성을 쾌락 지옥에 빠트리신다는…?!-
-트, 틀림없어요! 신체 강화 능력자마저도 쾌락에 그 물을 청바지가 젖도록 흘러내리게 만들었다니까요?! 전지영 씨가 당하면 물을 뿜다가 수분 고갈로 죽을지도 몰라요…!-
-히익…!-
-하, 하지만 어느 정도의 쾌락이라야 그렇게 되는 걸까요?-
-소문에 의하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느낌이라던데….-
…뭐라고? 귀축…. 뭐?
비서 누나들의 수군거림을 공간 지각으로 훔쳐보고있으니 뭔가 소문이 점점 이상하게 퍼져나가고 있는 거 같다.
나한테 걸리면 맞으면서 절정에 달하다가 쾌락사 해버린다던가.
밉보이면 어딘가 창고로 끌려들어 가서 곤장에 얻어맞으며 울부짖다가 쾌락사 해버린다던가.
찍하면 침대에 묶여서 죽을 때까지 범해지다가 결국 쾌락사 해버린다던가.
잘못 걸리면 암컷처럼 언어폭력에 오르가슴을 느끼다가 쾌락사 해버린다던가.
…왜 다 죽는 이야기밖에 없어?
계속 들려오는 충격적인 이야기에 고개를 돌려 비서 누나들을 돌아보니 잽싸게 몸을 돌리면서 일하는 척하기 시작한다.
…어쨌든 저런 소문이 돌면 여자들이 접근하진 않을 테니까…. 내 평판이 무진장 이상해져버린게 조금 슬퍼졌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으으. 프랑이 없어서 천만다행이다. 소문이 저렇게 퍼질줄은 꿈에도 몰랐어. 절대 여자들 앞에서 마나 비전을 켜지 말아야지.
근데 벌써 늦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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