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178화 (178/517)

00178  준비.  =========================================================================

경호부장은 뺀질이 둘을 데리고 어디론가 가버리고 혜령이 이모랑 하유철 부장도 한숨을 쉬면서 사무실로 돌아갔다.

일단은 이걸로 해결인가?

…내 심정으로는 저 뺀질이 자식이 두 번 다시 헛짓거리 못 하게 완전히 박살 내버리고 싶은데, 가운데 하유철 부장이 신경 쓰이고 덩달아 공주도 끼어있어서 내 맘대로 못하니까 되게 짜증 난다.

마치 고구마만 열댓 개 처먹고 목이 꽉 메인 기분이다.

사이다가 필요해!!

“적법한 절차라고 했지만, 저 뺀질이 같은 경우에는 틀링없이 지 아빠 이름으로 나쁜 짓을 잔뜩 저질렀을 거야.”

“…응.”

“그러니 누나도 뒷조사에 도와줘. 줘서 죄라는 죄는 전부 밝혀내 콩밥을 최대한 많이 먹게 만들어줘.”

“그럴게. 그런데 하유철 부장님은….”

“그 일은 나중에 화연이랑 박지웅 보스가 돌아오면 이야기해.”

“…알았어.”

누나는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하유철 부장의 사원증을 보면서 한숨을 폭 내쉬었다.

“근데 화랑의 총무부장은 없는 거야? 오늘도 혜령이 이모 혼자 총무부에 있는 거 같네.”

“아, 그분은 화연이네 아주머니가 도로 데려가셨어. 총무부의 부장은 혜령이 이모뿐이야.”

도로 데려가다니…. 영은이가 직접 뽑아서 보낸 인사였나?

뭐 중요한 일은 아니니까, 그쪽은 신경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려가서 애들을 돌려보내 주고 올라와야지.

내가 일어나는 모습에 공주와 세쌍둥이도 자리에서 일어난다.

뺀질이 때문에 쌓인 언짢은 마음이 풀리지 않아 조금 인상을 쓰고 있으려니 누나가 다가와 내 손을 잡아준다.

애들도 그렇고 공주도 그냥 돌려보내기 뭣한데….

“저녁이니까 같이 밥 먹을까? 리디아도 같이 갈래?”

“제가같이 해도 될까요?”

“안될건 없지. 애들도 불러서 같이 저녁이나 먹자.”

1층으로 내려가며 애들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쇼핑몰 입구에 모여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안녕하세요, 정시하 선배님!”

녀석들은 누나를 보더니 눈을 반짝이면서 다가가서 인사하고 누나도 내 친구들이라는 이야기에 미소 지으며 아이들의 손을 잡아줬다.

다 함께 저녁 먹자는 이야기에 다들 좋아하면서 3층 식당가의 고급 중화요리점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13명이나 되는 대인원이라 따로 자리를 나눠 앉아야 하나 했었지만, 고급 요리점이라 그런지 테이블부터 달랐다.

열 세 명이 둘러앉을 만큼 커다란 원형 테이블에는 가운데 원판이 빙글빙글 돌고 그 위에 많은 음식을 놓을 수 있어서 꽤 신기했다.

그리고 누나의 주문이 이어졌는데 딤섬에 교자 같은 만두를 시작해서 마파두부나 탕수육 같은 익숙한 요리를 비롯한 기름에 볶은 국수 같은 차오몐에 닭고기에 땅콩이랑 여러 채소와 고추를 넣고 달고 맵게 볶은 궁보계정, 고기와 달걀과 콩나물 양배추 샐러리같은 채소에 녹말 소스를 뿌려 만든 찹수이까지.

아무튼 좌종당계라는 거랑 짜지가이? 같은 처음 보는 음식들도 마구 시켜서 여럿이서 시끌벅적한 분위기로 신기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가슴까지 차오른 기분 나쁜 감정들이 점점 사라져 간다.

내 옆에 앉은 프랑은 이것저것 먹기 좋게 작은 접시에 담아 쉴 새 없이 내 접시에 옮겨주고 누나도 목이 멜까 음료수를 따라주고 부족한 음식은 더 주문하면서 내 기분이 풀리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있었다.

누나가 학교에 다닐 때 재미있었던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주고 대학교 생활에 대해서도 알려주면서 1시간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냈더니 애들도 수영복매장에서 있었던 기분 나쁜 일을 다 잊은 모습이었다.

“월요일에 봐~!”

“바이바이~.”

콜택시를 불러서 애들을 태워 돌려보낸 다음 누나랑 프랑과 함께 40층의 집무실로 올라가니 누나는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고 프랑도 공중에 떠서 내 목을 살짝 껴안아줬다.

“왜 이래?”

“기분은 많이 풀렸어?”

기분? 무슨 기분?

누나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프랑을 돌아봤더니 프랑은 살짝 미소 지으면서 내 뺨을 손가락으로 콕콕 찔렀다.

“조금 전까진 서하의 표정이 무척이나 굳어있었는걸요? 특히 하철수가 연달아 폭언을 던질 때는 무서운 기운이 마구마구 흘러나와서 주변 사람들이 다들 무서워할 정도였어요.”

“…내가 그랬어?”

그 뺀질이랑 있을 때라면…. 아. 그 불쾌하고 울렁이던 기분 말인가. 누나랑 프랑은 그걸 눈치채고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했던 건가?

그러고 보니 애들도 식사하면서 내 얼굴을 자주 봤었지…. 다들 신경 써주고 있었구나.

“응. 이제 다 풀렸어. 고마워.”

“그래. 이제 7시가 좀 넘은 시간이니까 한 두 시간 놀다가 집으로 들어가. 알았지?”

“응.”

누나는 웃으면서 내 뺨을 살짝 토닥여주고 36층의 자기 집무실로 내려갔다. 집무실이라기보단 이제 사무실로 변한 거 같지만.

새카만 원목 책상에 앉아서 교육용 태블릿을 꺼내면서 생각해봤지만, 알라스토르의 사악한 검은 성은 뭔가 나랑 중요한 연관 점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오늘 그 존재를 깨달은 뒤부터는 계속 목 언저리에 걸린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관련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떠올랐거든.

하철수 그 자식이 접근해오던 것도, 그냥 인증기를 켜서 위협하고 앞에서 지위로 깔아뭉개버리면 지금처럼 일이 크게 안 번지고 그냥 넘어 갔을 거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그 자식이 시비를 걸어올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다가, 쌍둥이한테 제지당하고 욕을 쏟아낼 때 다리를 걸고, 그 뒤에 넘어져서 또 개소리를 지껄일 때 뒤통수를 잡아 면상을 바닥에 내려찍은 것은 나답지 않았다.

…나다운 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놓고 폭력을 휘두르는 거 하나는 확실히 나답지 않았어.

턱을 괴고 손가락으로 뺨을 톡톡 건드리면서 생각에 잠겨있으려니, 프랑이 내 모습을 신경 쓰는 게 보였다.

“…능력자가 위상력을 쌓아서 클래스가 오를 때 환영을 보는 건 뭘 뜻하는 걸까?”

“서하가 보셨다는 꿈 말인가요?”

“응. 체육 시간에 알라스토르의 사악한 검은 성에 대해서 본 뒤로 계속 그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오늘 일도 그 영향을 받아서 기분이 좀 안 좋아졌던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다시 인증기를 켜서 관련 항목을 검색해봤지만, 사진이나 그림 같은 건 한 장도 없고 단지 사악한 분위기를 풍기는 검은색 고성 안에는 악마형의 상위 이상의 이형종 들이 가득하다는 이야기뿐이다.

악마형 이형종을 찾아봤는데 이것들은 무척이나 위험한 놈들이라, 레어 타입의 능력을 가지고있고 능력자들을 현혹하거나 이지를 무너트려서 잡아먹는다는, 사실인지 거짓말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달려있었다.

“끄응…. 이런 장소를 난 왜 자꾸 신경 쓰는 거지?”

“나중에 때가 되면 알게 되지 않을까요? 염두에 두고 있는 것 만으로 기분이 나빠지는 거라면….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렇지? 갑자기 이유 없이 꿈에서 나타나고, 알 방법도 없는데 신경을 계속 쓰는 것도 바보 같고.”

이렇게 말하면서 프랑을 안심시키지만, 공주가 영국으로 돌아갈 때 영국 왕실 기록 보관소에 있다는 그 영상을 보기 위해 나도 따라갈 거 같다는 예감이 든다.

그러고 보면 아빠도 8월에 학술회의 때문에 영국에 가야 한댔지?

잠시 아빠가 갈 때 호위 겸 따라갈지, 간다면 화연이랑 영은이를 어떻게 설득할지, 간다고 해도 "잘 다녀오세요~!" 하면서 영은이가 간단히 보내주지도 않을 테고 영국에서도 "어서 오세요! 웰컴 웰컴!"하면서 가지고 있는 영상을 보여줄 거란 보장도 없잖아.

보여준다 해도 뭔가 요구를 할 텐데 그건 프랑에 대한 조사가 될 거란 말야.

그건 싫다. 프랑에 관한 연구는 절대 불가다.

대신 우리 정부를 통해 영국과 뭐, 위상석 거래에 관한 이런저런 당근을 내밀면서 이야기를 꺼내거나 아니면 적당히 믿을법한 이야기를 사실과 적당히 끼워 맞춰서 만들어서 이야기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사실이 섞였으니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라고?

“…그런데 프랑은 거기서 뭐 해?”

옷을 다 벗어 곱게 개어놓고 원목 책상 아래 공간으로 꾸물거리면서 기어들어간 프랑은, 내 다리 사이에서 얼굴을 빼곰 내밀고 날 올려다본다.

“기, 기분이 나쁠 때는 사랑 행위가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고 했어요.”

“누가 그래?”

그런데 프랑은 모습을 살짝 바꾸더니, 혜령이 이모가 입었던 여성 정장을 입고 깻잎 머리 스타일에 얇은 안경을 쓴 일명 비서 복장으로 바꾸면서 생긋 웃는다.

“사장님한테 몸으로 봉사하는 비서 컨셉인거에요!”

그러면서 내 벨트를 풀고 지퍼를 내려서 내 연인들의 막대사탕을 꺼낸다.

“…프랑이 먹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프랑은 내 말에 그냥 웃을 뿐이었다.

프랑이 마나 시브를 집중한 거대한 막대사탕을 한참 물고 빨던 와중에 혜령이 이모가 집무실로 들어와서 깜짝 놀랄뻔했다!

잽싸게 프랑의 뒤통수를 눌러 막대사탕을 끝까지 삼키게 하고 책상의 안으로 몸을 집어넣으니 프랑은 눈을 흡 뜨면서 경련을 일으킨다.

혜령이 이모가 책상 앞까지 와있어서 어쩔 수 없다!

“하철수의 지난 한 달간의 행적을 조사해봤습니다만….”

굉장히 굳은 표정의 혜령이 이모는 품에 안고 있던 서류철을 나에게 건네주며 딱딱한 표정과 말투로 입을 열었다.

…2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조사가 끝난 거야? 이모의 표정에 심각함이 느껴져서 남근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잠시 외면하고 서류철을 들어서 확인해보니….

“…어떻게 이런 개자식이 있을 수 있죠?”

지난 한 달 동안 그 개새끼 손에 신세 망친 여자의 숫자만 일곱이 넘는다.

“전부, 같이 있던 김치환이라는 남자의 자백을 받은 내용입니다. 대부분 거대 레이드 팀의 부장이라는 배경을 이용해서 여자를 겁탈하고 금품을 뺏거나 한 걸로 파악 중입니다.”

10대 소녀를 비롯해서 가정이 있는 유부녀를 건들거나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부까지 얼굴이 평균 이상의 여자라면 노소를 가리지 않고 덮친 건 예사고, 타임리버와 화랑이 합치면서 그랑 블루 빌딩에 들어온 순간부터 하유철 부장의 이름을 앞세워 쇼핑몰에서 온갖 지랄을 다 했다고 나와 있었다.

간단하게는 무전취식에서 매장 종업원 희롱에 한번은 사업지원2동의 부산물 보관 창고에도 접근하려다가 경비팀의 제지로 무산되니 주먹을 휘두르고 개발광을 피웠다는데,

사업지원 2동에 있는 정식 여직원을 강간하려고 했다는 것까지 나와 있다.

“해당 여직원은 강단이 있어서 그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하 부장님을 존경하던 여직원이라 차마 사건화시키지 못하고 묻고 있었다고 해요.”

혜령이 이모는 무척이나 싸늘하고 사무적인 모습으로 경호부서를 통해 하철수가 저지른 죄를 역추적해나가고 있으며, 예상되는 범죄 내용은 이 서류의 다섯 배를 넘어간다고 했다.

“하아….”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 사장 의자에 등을 묻었더니 책상 아래에서 입술을 오물거리면서 막대사탕을 빨려는 프랑이 보인다.

다시 상체를 세워 혜령이 이모한테 물었다.

“하유철 부장은 이걸 알고 있나요?”

“모든 이야기를, 사정을 알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철수의 범죄 사실은 전부 보고되고 있습니다.”

계속 꼬물거리는 프랑을 손을 밑으로 내려서 못 움직이게 뒷머리를 꾸욱 누르니 살짝 앙탈을 부리다가 혓바닥과 목을 움직여서 막대사탕을 자극하려고 한다.

“피해를 본 여성을 전부 파악하고 협조를 구해서 하철수가 최대한 큰 벌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해주세요. 그리고…. 일어난 일을 돈으로 어찌할 수 없겠지만, 피해를 본 여성들에게 위로금이라도 전달될 수 있는 방향으로 신경 써주시고요.”

“…네. 가능한 모든 방향으로 하철수가 저지른 죄를 최대한 받을 수 있게끔 조사하겠습니다.”

“하유철 부장님은 품성이 어떤 분이에요?”

“집안일에 소홀하지 않고 회사 일에도 완벽하고 부하 직원들에게는 엄격하지만 자상한 분이세요. 제가 화랑의 경리부에서 고생할 때도 유일하게 찾아오셔서 위로해주시고 기운 내라며 건강식품들도 챙겨주신 분이시죠.”

“…그런 아버지 밑에 개망나니가 나온다니, 믿어지지가 않아요.”

“외동아들이라지만 너무 오냐오냐 키우신 거지요.”

업무적인 이야기가 끝나서 그런지 이모의 어투가 사근사근하게 변했다.

이야기가 오래 길어진다 싶었는지 프랑이 이빨로 살짝살짝 막대사탕 뿌리를 물어댄다.

“아무튼, 뒷일을 잘 부탁할게요. 이모.”

“염려 놓으세요. 그럼 돌아가 볼게요.”

이모라는 호칭에 생긋 웃은 혜령이 이모는 서류를 챙겨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누나한테 가는 걸 확인하고 의자를 천천히 밀어서 책상에서 나오니 프랑은 뾰로통한 표정으로 다시금 막대사탕을 진하게 빨아 먹기 시작한다.

저녁 늦게 퇴근한 영은이는 화연이가 없다는 생각에 리미트가 풀려버렸는지 퇴근하자마자 내게 점프해서 달려들었다.

여러 번 절정에 오르면서 땀에 촉촉이 젖어 분홍색으로 달아오른 영은이를 뒤에서 끌어안으니 애달픈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녀가 숨을 돌릴 겸 오늘 있었던 일을 들려주니 한숨을 폭 쉬면서 "그럴 줄 알았어." 라고 중얼거렸다. 하유철 부장의 자식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건가?

“자식을 키우는 건 일을 하는 거랑은 전혀 다르니까 어쩔 수 없어. 그리고….”

“그리고?”

마나 시브로 거대화한 남근을 아랫입 가득 물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영은이는 내가 음핵을 세게 꼬집으니 파르르 떨다가 애써 입을 열었다.

“아힉…. 그, 리고 이건 비밀이니까 다른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면 안 돼. 알았지?”

“무슨 비밀인가요?”

프랑은 내 뒤에서 날 껴안고 있었는데 샌드위치처럼 풍만한 여체들의 사이에 끼인 기분이 무척이나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어지는 영은이의 말에 집중했다.

“하유철 부장에게 문제가 있는지 결혼하고서도 꽤나 오랫동안 아이가 없었다고 해.”

꽃잎에 힘을 주는지 질벽이 남근을 조여든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부인이 덜컥하고 임신해버린 거야.”

“설마 하철수가 하유철 부장의 친자가 아니라는 이야긴가요?”

“우음. 나 개인적으로 의심이 가는 부분이라 조사를 해봤거든? 당사자에게는 그다지 신경 쓸 일이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의 생각을 존중해서 친자검사까지는 하지 않았어. 하지만 내 생각에는 98%는 아니라고 생각해.”

“98%라니, 부인이 불륜을 저질러서 낳았다는 거야?”

“아이는 10개월을 채우고 태어났는데. 하 부장은 한 달 가까이 집에 못 들어가던 시기에 임신했다는 걸 알았거든.”

…같은 남자로서 하유철 부장이 조금 불쌍해진다.

영은이는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했지만, 뭐 혜령이 이모가 내 중얼거림에 혼자 의구심을 가지고 조사해보는 거라면 상관없는거겠지?

아무튼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한듯하니까 슬슬 움직여봐야지.

“말하면서도 계속 물어대다니,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영은이를 두고 한 말이었네?”

“아흐흑.”

B 클래스에 올라서고도 매일같이 사랑을 나눈 덕분에 한 달 사이에 자그마치 50만을 넘게 모아버린 영은이는 위상력이 400만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 기세로라면 8년 정도 지나면 4천만 TP가 넘어서 A 클래스에 들어갈지도 모르겟는걸?

“…이대로 가면 8년 안에 4천만 TP가 넘을지도 몰라. 그랬다간 곱하기 2배 공식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최소 8천만 TP를 확보하고 있어야 안전하게 A 클래스로 올라서겠지?”

8천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들어서인지 한참 내 그것을 아랫입으로 오물거리던 영은이는 움직임을 딱 멈춰버렸다.

“물론 위상력이 4천만이 되는 순간 A 클래스에 올라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일이지만 만약을 염두에 둬야지.”

“으응. 흑…. 폐기하는 고위급 위상석을 최대한 모아볼…게! 흐아아앙!!”

귀두의 모양으로 불룩불룩 솟아오르는 아랫배를 감싸 쥐고 다시 한 번 절정에 오르는 영은이를 보니 오늘 밤은 잠자기 글렀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결국, 밤새 프랑과 영은이를 한가득 만족 시키다 못해 녹여버린 다음 씻고 나오니 아침 6시였다.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며칠 수련을 못 했으니 내 수련장에 가서 몸 좀 풀어야겠다.

모로 누워 부풀어 오른 배를 감싸 쥐고 행복한 표정으로 잠든 영은이를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조금 심술이 생긴다.

풍만한 엉덩이를 철썩철썩 때리니 끄으응 하면서 잠기운이 가득한 눈을 뜨고 날 올려다보는 영은이를 손을 뻗어 코를 살짝 쥐어주면서 말했다.

“나, 수련장 가서 훈련하고 올게.”

“…으응.”

그리고 고개를 픽 떨어트리며 잠들어버리는 영은이를 두고 프랑을 내려다보니 이쪽도 한껏 솟아오른 배를 움켜쥐고 행복한 표정으로 잠들어있었다.

여기서 수련장 끄트머리까지 4km 정도던가? 으음. 수련장으로 이동해버리면 프랑은 영혼석 안으로 저절로 들어와 버리겠지만 그랬다간 배 속에 있는 게 쏟아져버려 침대가 엉망이 될 텐데.

다시 심술이 생겨버려서 손을 뻗어 프랑의 예쁜 코를 잡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육체가 생겼지만, 일반적인 생리 활동 같은 건 없는 거 같으니까 코를 잡아봤자 소용 없는 거겠지.

분홍색 젖꼭지를 잡고 꼬집고 당기니 으으응 하면서 몸을 뒤척일 뿐 일어나지 않는다. 안 되겠다 싶어서 프랑을 안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뭐, 어찌어찌 옷을 입고 출발할 수 있었지만, 프랑이 내 등에 매달려서 졸고 있으려니 쇼핑몰을 지나 그랑 블루사무실에 출근하려는 사람들의 시선이 죄다 쏠린다.

후드 티를 입고 머리에 후드를 푹 내려쓴 사람이 공중에 둥둥 떠서 내 목을 감싸 안고 잠든 모습이니까 신기하기도 하겠지.

검은색 저지 트레이닝 복을 입고 그랑 블루 빌딩을 나오니 햇살이 쨍쨍한 게 오늘도 날이 더울 거 같다.

아침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사람들이 없는 길을 따라 달리다가 산으로 들어선 직후 신체 능력을 한껏 끌어올려 길 없는 산을 타면서 수련장으로 달렸다.

중간에 프랑도 정신을 차리고 하늘을 날아서 따라오기에 마나 모드 - 가속을 발동해서 달리니 몇 분 걸리지 않아 수련장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도착해서 주변을 살펴보니 수련장 주변이 좀 많이 바뀐 거 같다.

허름한 집들도 다 밀려나 가고 그곳에 터를 잡는 작업이 시작되고 있었고 주변에는 아스팔트를 새로 까는 작업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땅값이 점점 오르는 현상이겠지?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한 프랑은 수련장에 도착하자마자 둥둥 떠서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

프랑은 계속 자게 내버려두고 화연이가 가르쳐준 간단한 지르기, 차기, 돌려차기, 막기 같은 동작을 이어 만든 체조를 몇 회 반복한 뒤에 가지고 나온 익스트리마레이쇼 ex를 손에 쥐고 휘둘러 봤지만….

으음. 역시 단검술 같은 건 별로야.

프랑은 이형종이 아닌 사람을 상대하기 위한 거라고 했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거면 마나 레이저가 더 간단한걸? 단검을 꺼낼만한 상대라면 날 죽이려 들거나 하는 적일 테니까, 봐줄 필요도 없잖아.

안되면 그냥 공간 보호막치고 멀뚱멀뚱 서 있어도 되고.

어쩌다 팔이나 다리가 사라지거나 잘려버리면 힐링 웨이브를 써버리면 되잖아?

하지만 이런 단검을 들고 있으니까, 어쩐지 선이 보일 거 같은 기분이…. 흠흠.

어쨌든 단검을 들고 TP를 살짝 주입하면서 이리저리 휘두르니 아름다운 파란색 선이 그어진다. 확실히 절삭력은 보증할 거 같지만 이대로는 뭐, 마나 레이저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일 뿐이니까.

실용성 제로라는 생각을 하면서 단검을 이용한 공격을 만들어볼 수는 없을까 생각해봤지만…. 역시 그 시간에 마나 탄 시리즈를 연구하고 강화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용 구슬이라는 만화에 나오는 더듬이 빨고 싶게 생긴 녹색 외계인이 쓰는 필살기처럼 회전시킨다든가.

음?

으음….

으으음….

용 구슬의 주인공이 쓰는 필살기는 분명 지구인들아 힘을 빌려줘! 하는 거처럼, 기운을 나눠 받아서 기를 모으면 모을수록 더 강해지는 거지?

내 마나 시리즈도 몸에 있는 TP만 쓰는 게 아니고 공기 중에 떠도는 위상력도 끌어들여 쓰면 더 세지려나?

일단 외부의 위상력도 마나 시브로 끌어당길 수 있으니까….

…세질 거 같진 않은데 TP를 아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지금보다 더 많이 쓸 수 있긴 하겠다.

나는 단검을 품 안의 단검 집에 끼워 넣고 손가락을 풀면서 마나 시브를 돌리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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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 지적은 언제나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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