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7 준비. =========================================================================
세쌍둥이한테 막힌 뺀질이 둘은 쌍둥이들의 위아래를 살펴보더니 썩은 미소를 지으면서 옆으로 밀어내려 한다.
“너희는 뭐야? 사내새끼같이 생겨가지고, 저리 비으아악!”
“어어? 아악!”
뺀질이 a가 손을 뻗어서 세쌍둥이를 밀치려 하자 오른쪽 쌍둥이가 바로 손을 뻗어 녀석의 팔을 꺾어 돌리고 옆에 있던 왼쪽 쌍둥이는 어딘가 모르게 허술하게 생긴 뺀질이 b의 팔을 잡아 비튼다.
두 뺀질이가 다가오려는 모습에 발딱 일어나서 나서려 한 김창현은 뻘쭘한 표정으로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고 조민호도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김창현의 옆으로 가서 섰다.
뺀질이 두 놈의 징그러운 눈빛과 말투에 한고은과 수유리, 강소라는 황급히 탈의장으로 뛰쳐 들어가 버렸는데 공주는 가만히 선 채 두 뺀질이를 조금 차가운 눈으로 보고 있었다.
공주도 들어가서 갈아입지?
“당신의 말과 행동은 한국과 영국의 외교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입니다.”
“아악!! 씨발! 무슨 개소리야!! 이거 안놔?!”
“부러져! 내 팔 부러져 어어!!”
가운데 쌍둥이의 말은 팔에서 밀려오는 고통 때문에 뺀질이들에게 닿지 않는 거 같다. 고통에 얼굴이 잔뜩 붉어지고 일그러진 채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는 뺀질이 a는 살기가 흐르는 눈으로 쌍둥이를 노려보며 사납게 외친다.
“이 씨발 좆같은 년아!! 내가 누군지 알아?! 아냐고?!!!”
“아아악!!”
“우리 아빠가 여기 레이드팀의 부장이라고!! 씨발 네 년들 얼굴 다 기억해뒀어!! 잡아다가 가랑이를 찢고 창녀촌에 팔아 넘겨버리, 캑!”
계속되는 욕에 짜증 나서 두 다리를 밀듯이 차버리니 뺀질이 a의 몸이 기우뚱하면서 잡힌 팔의 어깨가 우두둑하는 소리를 낸다.
“끄아아아악!!!”
이 뺀질이 주둥이에서 중요한 이야기가 튀어나왔지만 계속되는 개소리는 더 못 들어주겠다.
예전에 있었던 헬스장 사건 때문에 능력자의 자기방어 행위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알아봤었는데 이만한 욕설이라면 이 정도 행동은 허용범위 안에 든다.
공주는 이런 폭언은 처음 들어보는지 얼굴이 조금 창백해져 버렸고 옷을 갈아입던 한고은 들도 표정이 굳고 겁먹는 게 보였다.
“프랑. 영국 공주한테 무례를 저지르는 놈들은 영국 대사관에서 넘기면 될까?”
“그런가요? 저도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잘 모르겠어요.”
관절의 기동 범위를 벗어나려 하는 팔에 돼지 멱따는 비명을 지르는 뺀질이 a를 잠시 보다가, 놈의 팔을 잡은 쌍둥이에게 손을 놓으라고 했다.
내 말을 들은 쌍둥이는 공주를 돌아보는데 공주도 고개를 끄덕여주니 그제야 잡고 있던 팔을 놓았다.
곧 팔이 자유로워지고, 버팀목이 되어주던 힘도 사라지니 바닥에 철퍼덕 널부러진 뺀질이 a는 자빠지면서 올라오는 고통보다 어깨 고통이 더 괴로운지 붉어진 얼굴로 식은땀을 줄줄 흘린다.
그리고 나와 쌍둥이, 그리고 뒤에 선 공주를 악에 받친 눈으로 노려보다가 주둥이를 열려고 하길래 손을 뻗어 놈의 주둥이를 틀어막는다.
뺀질이 a는 입을 틀어막고 있는 내 팔을 치면서 잡아떼려 하지만, 일반인의 힘에 손이 풀리면 이형종 사냥에서 손 떼야지.
“내가 손을 뗀 뒤에, 네 입에서 욕이 나오면 좀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거야. 여기 이곳처럼.”
그러면서 손가락을 세워 콘크리트 바닥을 꾸욱 누르니 내가 손가락을 세워 찌르는 모양대로 바닥이 패여나간다.
그 모습을 본 뺀질이 a의 눈이 놀람으로 부릅떠지더니 이내 독사 새끼같이 눈알을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이 자식 눈 봐라. 사람 잡아먹을 눈이네.
뺀질이 a의 눈을 보자마자 기분이 굉장히 나빠지고 짜증이 뭉글거리면서 몸에 차오르기 시작한다.
놈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떼니 어깨에 올라오는 고통 때문인지 붉어졌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고 식은땀을 흘리던 놈이 입을 열었다.
“씨발…. 능력자였어? 능력자가 일반인한테 주먹을 휘둘러도 되는 거야? 넌 씨발 좆됐다고 씨발아.”
“좆된건 너겠지. 니가 욕한 사람이 누군지나 알아?”
“알게 뭐야. 씹새꺄. 울 아빠가 화랑의 부장이라고! 타임리버하고 통합되는 곳에서도 부장으로 모셔가는데 거기가 여기란 말이다!. 씨발 너네 새끼들 전부 다 뒷조사해서 애비 애미으갸아아악!!”
이 개새끼가…. 누굴 뭐? 어째?
놈의 뒤통수를 잡고 바닥에 쿵 소리 나게 처박았더니 그에에엑하는 이상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하지만 짜증이 점점…. 가슴이 울렁거리고 눈앞이 붉어지려는 느낌이다.
나 왜 이러지. 눈을 감고 잠깐 몸속의 마나 시브를 돌리면서 진정을 찾았다.
“니 아빠가 여기 빌딩 소유의 레이드 팀 부장이라고?”
“끄으으그그극!!”
뒤통수를 잡고 나무막대기로 땅을 파듯이 살짝살짝 돌려주니, 그때마다 이가 갈리는듯한 비명이 흘러나온다.
뭐 말할 상황이 아니라는 건 알겠다. 나는 놈의 옷가지를 투시해보고, 뒷주머니에 들어있는 지갑을 꺼내서 뺀질이 a의 주민등록증을 꺼냈다.
“나이는 28살에, 이름이 하철수?”
문득 아빠가 해준 조언이 생각났다. 기왕 묻어버릴 거면 완전히 묻어버리라는 거. 자식새끼가 이 꼬라지가 되도록 내버려둔 부모도 잘못이 있을 테니 같이 묻어버릴까…?
묻어버려도 될 거 같은데?
…에이, 화연이도 없고 박지웅 보스도 없을 때 이런 일이 생기냐. 게다가 이놈, 화랑 쪽 간부의 자식이랬지?
어째 혜령이 이모를 힘들게 만든 전前 화랑 총무부장 일도 그렇고 이번에 이 새끼 아빠라는 사람도 그렇고, 영은이가 화랑 단속을 제대로 못 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실망감이 살짝 들려 한다.
아침에 내 허벅지에 머리를 기대고 잠든 귀여운 얼굴이나 애교를 부리던 모습이 생각나니까 영은이한테 살짝 실망감을 들게 만든 이 새끼를 죽여버리고 싶어지려 한다.
…이놈이 공주한테 욕지랄한걸 빌미로 삼아서 영국 대사가 한국 외교부에 항의라도 하게 되면 일이 귀찮아지겠는데.
기분 나쁜 건 나쁜 거고, 개인적으로도 이 새낄 박살 내버려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하여튼 이대로 두면 복잡해질 거 같으니 손을 써볼까.
“공주? 부탁이 있는데.”
“네? 무슨 부탁인가요?”
“이 자식에 대한 처리를 우리가 하게 해주지 않을래? 그럼 나도 공주를 이름으로 불러줄게.”
“네! 약속 하신 거에요?”
“응.”
나였다면 이번 일을 빌미로 삼아서 한 두 가지 정도 부탁을 요구했을 텐데 별거 없는 조건에 간단히 대답하는 걸 보니 공주는 계략 같은 거랑은 인연이 없는 생활이었나 보다. 뭐 17살이고 말이지.
나랑 친목을 다지는 게 2차 목표랬으니 이번 일로 적당히 친분을 다져주지.
어느새 비명이 사라지고 내 손 아래에서 거친 숨소리만 들려오길래 머리통을 잡아 들어 올리니 "끄기긱."하는 기이한 소리가 들린다.
“이…. 씨…발.”
“넌 아직도 상황 파악 안 되냐? 니네 아빠가 누군지 들었는데도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라면 누군지 짐작할 대가리도 없어?”
사실 오후 체육 시간부터 알라스토르의 사악한 검은 성에 대한 생각과 환영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그런데 뺀질이 a가 자꾸 내 성질을 건드리니 가슴이 묘하게 울렁거리고 뭔가 이상한 충동감이 계속 들기 시작한다.
…계속되는 욕지거리에 짜증이 머리까지 올라오려 하는데, 그 순간 공주의 안색이 살짝 바뀌면서 한걸음 물러서고 쌍둥이들도 공주 앞에 서며 뺀질이 a가 아니라 날 경계하기 시작한다.
왜 저래? 그런데 뺀질이 a도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는데 어디선가 지린내가…. 이 자식, 오줌 쌌네.
누런 물이 줄줄 흘러나오는 꼴을 보니 어처구니도 없고 기도 안 차서 갑자기 실성이라도 한 건가 싶다.
“으으. 씨이…발. 능력자가, 일반…인을…. 개…새끼. 넌 조, 좆됐…어. 흐으”
와. 뺀질이 b는 아까부터 겁먹고 입도 못 떼고 있는데 뺀질이 a는 오줌까지 지린 상황에서도 적의를 불태우고 있다.
만화책이나 소설책에서 이렇게 독기를 불태우는 놈은 죽을 때까지 주인공들을 방해하던데, 차라리….
그 순간 왼쪽 쌍둥이한테 잡혀서 겁에 질려있던 뺀질이 b도 오줌을 지리더니 발작적으로 외친다
“히이익! 저저저저저는 이 새끼랑 사, 상관없어요! 자잘못했으니까 요요용서해주세요오!! 아아아아프로안그러게요!!”
눈물 콧물에 침까지 흘리면서 벌벌 떠는 모습이 정상으로 안 보인다. 이 녀석은 또 왜 이래?
아까부터 기묘한 불쾌감에 충동감이 들고 있었는데 뺀질이 b가 보여주는 반응 때문에 그 기분이 점점 심해지는 거 같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그때 내 등을 살며시 끌어안는 포근한 품이 느껴진다. 뺀질이의 머리 위에 올려진 내 손을 잡고 살며시 되돌리는 부드러운 손이 최악으로 치닫던 내 기분을 달래주기 시작했다.
“서하? 이런 형편 없는 자에게 서하가 직접 손을 쓰실 필요 없어요.”
…프랑이 안아주니 더러웠던 기분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응.”
창백하게 질린 상태에서도 날 노려보는 놈을 똑바로 보며 인증기를 켜서 헤령이 이모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러다가 매장을 힐끔 돌아봤는데 가게 안의 사람들이 죄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거기다 세쌍둥이는 여전히 긴장한 표정으로 날 경계하고 있었다.
…?
그때 공주가 뒤에서 쌍둥이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앞으로 나서는데 혜령이 이모와 전화가 연결됐다.
“이모. 화랑 출신 부장급 간부 중에 하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있어요?”
[마스, 네? 그…. 하 씨 성을 가진 부장이라면 현재 제2 사업지원부의 하유철 부장이네요. 무슨 일이시죠?]
“하유철 부장이라구요?”
뺀질이 새끼는 내 입에서 지 아빠 이름이 나왔는지 움찔한다.
“한 사람에 대해 자세하게 조사가 필요한데 방법이 있어요?”
[…지금 즉시 경호 부장을 부르겠습니다. 다른 내리실 명령이라도?]
“지금 바로 올라갈 테니 이모도 와주세요, 그 하유철 부장이란 분도 함께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공주를 바라보니 안색도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고 그 뒤에 한고은네들도 나와서 무슨 일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주찬은…. 1층에서 아이스크림 사고 있군.
“공… 리디아는 나하고 집무실에 같이 올라가야겠다. 한고은 너희는 미안하지만….”
“집무실? 우리도 보면 안 돼?”
집무실이라는 말에 걱정은 어디다 갖다버렸는지 한고은과 수유리는 금방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이 되고 강소라도 궁금하다는 모습을 보인다.
“…지금은 안 되겠어. 나중에 구경시켜줄 테니까 일단 계속 쇼핑하면서 놀고 있어.”
“알았어….”
애들이 살짝 실망하는 모습에 조금 미안해졌지만, 저 뺀질이 새끼가 정말 팀의 부장의 자식이라면 치부를 보이게 되는 셈이니까.
그리고 매장 안으로 검은색 제복을 입은 덩치 좋은 경비원 다섯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서더니 내 쪽으로 다가오다가 날 보고 움찔하고 놀란다.
그런데 뺀질이 a는 자길 구하러 온 거라 여기는지 경비들을 보고 이제 살았다는 표정을 짓는 게 어처구니가 없다.
“여, 여기다!! 이 새끼들이 능력자면서 일반인을 공격하는…!”
하지만 다섯 명은 뺀질이를 무시했고 경비원 중 한 명이 나에게 거수경례를 하면서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랑 블루 경비팀의 박순혁입니다. 신고가 들어와서 출동했습니다.”
“가해자가 저희들로 신고 된 건가요?”
“아닙니다. 품행이 바르지 못한 두 사내가 쇼핑 고객에게 접근한다는 신고였습니다.”
“그렇군요. 이 두 놈은 제가 직접 끌고 가야 하는데 괜찮나요?”
뺀질이 a는 자길 무시하고 나와 경비원이 대화를 나누는 이 상황이 아직도 이해가 안 가나보다.
얼마나 대가리가 나쁜 거야? 이쯤 되면 눈치챌 때가 되지 않았나?
경비원이 막 대답을 하려 할 때 경비팀과는 다른 제복을 입은 세 명의 사내가 황급히 매장 안으로 뛰어들어왔는데 그 모습을 본 다섯 명의 경비 팀원은 절도있는 동작으로 재빨리 좌우로 비켜섰다.
세 명 모두 신체 강화 능력자인데 그 중 가운데 사내는 F 클래스였고 좌우의 두 명은 G클래스인 걸 보면… 경호 부는 능력자들로 이루어져 있는 건가?
“그랑 블루 경호 부의 유준경 부장입니다. 이혜령 총무부장님의 지시를 받았습니다.”
어쩐지 군인 같아 보이는 유준경 경호부장은 날 향해 거수경례를 하는데 뺀질이 a는 그제야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눈치챘는지 얼굴에 불안감이 번져간다.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간략하게 설명해주니 유준경 부장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경비 팀원들을 되돌려보내고 옆에 있는 두 명에게 뺀질이 두 놈을 포박해서 데려오라고 한 다음 우리를 안내해서 사무동으로 향했다.
이동하면서 강주찬을 만났는데 녀석은 손에 아이스크림을 잔뜩 들고 있었다.
나와 공주와 함께 여러 사람이 우르르 이동하는 모습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멍한 표정이었지만 좋지 못한 일이라는 건 눈치챘는지 수영복 매장에 애들이 있다고 전해주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무동의 넓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서 벽에 붙은 패널에 손바닥을 대고 40층을 입력하니 엘리베이터는 소음 없이 40층으로 빠르게 오르는데 층수가 높아질수록 뺀질이 두 놈은 안색이 시커멓게 죽어가고 있었다.
“이런 양아치들이 쇼핑몰에 들어와서 고객들한테 시비 거는 건 못 막나요?”
갑자기 흘러나온 내 이야기에 경호부장이 움찔하더니 긴장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게…. 불가능합니다. 복합 쇼핑몰이라 유동인구도 많고….”
아무래도 그렇겠지. 뭐 인성 판독기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니까.
“쇼핑몰을 순찰하게 해서 이런 일이 안 일어나게 조치를 취해야겠네요.”
“다음 회의의 안건에 올리겠습니다.”
유준경 경호부장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다가 뺀질이들 뒤로 몰래 다가가서 힐링 터치를 써줬다. 생각 같아서는 그냥 냅두고 싶었지만, 왠지 모르지만 이래야겠다는 예감이 들었거든.
뺀질이 a는 거의 어깨 인대가 살짝 늘어난 정도였지만 정신적인 압박감 때문인지 고통을 못 느끼고 있는 거 같았다. 덕분에 내가 회복시켜줬다는 것도 눈치 못 챘고.
집무실에 들어와서 책상 앞에 앉으니 뺀질이 b는 기가 죽고 겁먹은 표정으로 날 힐끔힐끔 바라보고 뺀질이 a는 눈썹에 경련을 일으키며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곧이어 다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혜령이 이모랑 울 누나랑 처음 보는 남자가 함께 들어와서 책상에 앉아있는 내 앞으로 다가오는데, 남자는 들어오자마자 경호부원에게 잡혀있는 뺀질이 a를 보더니 침중한 얼굴이 되어버렸다.
하유철 부장은 말 그대로 고고한 늙은 호랑이 같은 사람이었다. 외모든 성격든간에.
“…처음 뵙겠습니다, 마스터. 사업지원 2부의 하유철 부장입니다.”
결론을 말하면 호랑이가 자식을 낳았더니 고양이 새끼였다. 라는 거다.
고양이가 뭐냐. 비교한 고양이한테 미안해지려고 한다.
뺸질이a, 하철수는 나한테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자기 아빠를 보고, 날 보더니 안색이 시커멓게 죽다 못해 좀비화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눈치챘냐?
리디아는 세쌍둥이랑 함께 소파에 앉아서 이쪽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떻게 처리하려 하는지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안녕하세요. 정서하에요. 이런 일로 처음 만나게 되서 안타깝네요.”
다른 말을 못 잇는 하유철 부장의 옆에서 누나가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내 집무실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돌아본다.
“마스터. 어떻게 된 일인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오호. 누나한테 마스터라고 들으니까 기분이 좋아지는데? 내가 누나보다 잘난 사람이 된 거 같아!
“우선, 여러분께 소개해드릴게요. 저기 소파에 앉아있는 분이 이번에 의한 고등학교로 한 달간의 단기 유학을 오신 리디아 이슬라 마리에타 공주님입니다.”
이모를 비롯해서 리디아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니 리디아는 자연스럽게 오른손을 들어 살짝 흔들어준다.
“그리고 두 경호부원에게 붙잡혀 있는 자는 리디아 공주에게 성적인 수치심을 주는 폭언을 내뱉은 자들입니다. 이걸 들어보시죠.”
[와, 씨발. 존나 꼴리게 생겼네. 야, 너희들 어디서 왔냐?]
[우와, 저 금발 여자애들 좀 봐. 깔이 쩔어, 쩔어!]
[캬하! 어이 아가씨들, 저런 애새끼들은 버리고 오빠들이랑 같이 노는 게 어때? 어? 오늘 밤에 아랫도리에서 짜릿함을 느끼게 해줄게, 응? 큭큭.]
인증기의 영상 기록 기능을 켜서 홀로그램 창에 띄우니 사람들의 표정이 죄다 일그러진다. 특히 하유철 부장은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지더니 주먹을 꾹 쥐고 부들부들 떨기까지 하고 있었다.
영상이 모두 끝났을 땐 하유철 부장은 눈을 감고 두 팔을 축 늘어트렸다. 무척이나 지친 표정이다.
“다행히 리디아 공주는 이번 일을 국제적인 문제로 만들 생각이 없어서 저희한테 이번 일의 처리를 맡겼어요.”
리디아는 '제가 그랬었던가요?' 하는 조금 황당한 얼굴이 돼버렸지만 신경안쓰고 혜령이 이모랑 누나를 봤다.
“국제 문제가 되지 않게끔 이번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서 당사자의 부친이신 하유철 부장님도 이 자리에 모신 거에요. 그리고…. 하철수 씨의 폭언을 제지하기 위해 폭력을 동원했는데 그 부분도 확인해봐야 하구요.”
이 정도는 법에 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리를 후려치고 입을 막고 머리를 잡아 찍어눌렀던 거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니 괜히 트집잡힐 행동을 한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아닙니다. 마스터께서 하신 행동은 폭력이 아닌 일행의 보호를 위한 방어 행동이었습니다. 이번 일은….”
하지만 하유철 부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다시금 눈을 감고 힘들어하는 표정을 짓더니, 애써 입을 열었다.
“총무부장님과 통합관리부장님께서 적법한 절차를 통해 처벌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아, 아버지!! 그런 게 어딨어요!!”
“닥쳐라!! 네놈 하나 때문에 한국과 영국의 외교에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니, 네놈의 가치가 그만큼 높은 줄 아느냐! 밥버러지 같은 자식!!”
호랑이가 포효하는듯한 우렁우렁한 소리가 집무실을 가득 채우는데 뺀질이 자식은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경호부원에게 잡힌 두 팔을 풀려고 몸을 버둥거린다.
“사, 살려줘요! 제발요!! 저, 전 그냥 별 생각 없이 한 소리일 뿐이라구요! 따지고 보면 능력자면서 일반인한테 주먹을 휘두른 저 애새끼가…!”
철썩.
하유철 부장은 뺀질이에게 다가가더니 솥뚜껑 같은 손으로 놈의 뺨을 거세게 후려쳤다.
맞은 뺨이 벌겋게 부어오르고 코에서 피도 흘러내리기 시작하는 뺀질이의 얼굴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하유철 부장은 돌아서서 내 책상 앞으로 다가오더니, 목에 걸린 사원증을 벗어 내 앞에 내려놨다.
“죄송합니다. 제 자식이 저지른 잘못의 원인은,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저에게도 있습니다. 부장의 자리에서 사임하겠습니다.”
“…하 부장님,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아닙니다 총무부장님. 이번 사건을 일으킨 놈의 아비 되는 자가 신규 레이드 팀의 부장직에 있다는 건 여러 가지 물의가 생겨날 소지가 다분합니다.”
혜령이 이모는 곤란한 표정으로 날 돌아본다. 누나도 나와 하유철 부장을 난감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걸 보면, 하유철 부장은 능력도 뛰어나다는 거겠지?
인품도 좋아 보이는데 어떻게 저런 사람 밑에 뺀질이 같은 망나니가 태어났나 모르겠네.
하지만 저 뺀질이 새끼는 이제 하유철 부장까지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이빨을 갈고 눈알을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하유철 부장이 내민 사원증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혜령이 이모는 '안 되는데…!'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려야 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누나도 얼굴을 살짝 찌푸리기 시작한다.
“이 사원증은, 두 보스가 돌아올 때까지 임시로 맡아놓을게요. 하유철 부장님에 관한 이야기는 그때 다시 하기로 해요.”
“하지만….”
“부장님은 이대로 자식의 잘못을 책임진다는 말로 무책임하게 일을 내팽개치고 나가실 거에요?”
뿌드득
“아, 아닙니다.”
“총무부장님이랑 통합관리부장님은 경호 부장님과 함께 하철수 씨에 관해 이번 일 외에도 다른 문제는 없었는지 정확한 조사를 통해 리디아 공주가 납득할만한 결과를 찾아봐 주세요.”
중간에 뺀질이 새끼가 이빨 가는 소리가 들려왔었지만 쌩까고 혜령이 이모랑 유준경 경호 부장에게 할 일을 지시했다.
만약 나랑 한고은네들만 연관된 일이었다면 그냥 회사 내부 일로 조용히 처리하고 끝내버렸을 텐데 가운데 리디아가 끼어버리니까 일이 좀 번거롭게 되는 거 같다.
하지만 저 뺀질이 새끼는 자기 잘못은 생각 안 하고 날 원흉으로 여기는지 흐르는 코피를 닦을 생각도 안 하고 부들거리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너무 그렇게 빤히 바라보지 마. 넌 무슨 일 있어도 내가 조져줄 테니까.
눈에 살기를 담아서 놈을 노려보니 놈도 움찔하지만, 끝까지 눈을 피하지 않고 눈알을 번들거렸다.
============================ 작품 후기 ============================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선작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