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176화 (176/517)

00176  준비.  =========================================================================

공주는 점점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10분씩 쉬는 시간에는 나한테 다가와서 말을 걸고 친분을 다지려 애쓰고, 점심시간에는 가끔 학생회실에 갔다 오고 그러는 거 같은데, 이유미랑 친하게 지내는 거 같았다.

무엇보다 학교의 유명인사가 되어서 애들이 남자 여자 할 거 없이 다들 좋아한다는 거다.

하긴,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인형처럼 예쁜 데다 성격도 좋고 능력도 있고 집안도 빵빵하니 누가 싫어할까.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말 놓고 불퉁거리고 그러는데도 줄곧 날 보며 거짓 없는 웃음을 보여주니 내 속 좁은 마음도 살짝 풀어지려고 할 정도로 착하니까.

…왠지 내가 치졸한 놈이 된 거 같다.

“오늘도 가시나요?”

학교 수업을 마치고 태블릿이랑 가방을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나니 공주와 한고은들이 나한테 다가오며 물었다.

“응. 오늘부터는 내가 자리에서 지켜야 해.”

“응? 니가 무슨 자릴 지킨다는겨?”

김창현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조민호의 어깨에 팔을 올리면서 말했다.

“음. 말해도 상관없으려나.”

주변 애들이 교실을 나서는 걸 보고 살짝 목소리를 낮춰서 입을 열었다. 막 퍼트리고 다닐만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얼마 전에 타임리버에서 노블 타워를 매입했었어.”

“어~? 거긴 대형 레이드 팀이…. 응~?”

“뭐야. 강소라, 너 뭔가 아는 거 있냐?”

“울 아빠가~, 노블 타워에 대형 레이드 팀이 들어온다고 했어~. 그 때문에 주변 땅값도 무지무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도 하구~.”

얼래? 아, 강소라 아빠가 땅 부자랬지? 그래서 정보가 빠른가 보다.

“그게 타임리버와 화랑이 합쳐지면서 새로 만들어지는 레이드 팀이야. 한 명의 마스터와 두 명의 보스가 있는 곳.”

“그랑 블루 레이드 팀이랍니다.”

애들은 내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은 공주를 보다가 날 돌아본다.

“설마, 네가 그…. 대형 레이드 팀의 보스, 아니 2명의 보스가 따로 있다고 하니까 거기서 최고란 거야?”

강주찬은 어지간히 놀랐는지 살짝 떨리는 손으로 날 가르켰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교실 밖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미 활동을 시작하긴 했지만, 정식발표는 내년 1월에 할꺼야. 그러니까 그때까진 소문 퍼트리지 말아줘.”

“어….”

아이들은 허둥지둥 내 옆으로 따라붙었는데 그중에서도 한고은이 가장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 어어? 화랑은 거의 대통령님 직속 단체랬는데? 그런데 타임리버랑 합치는 거야?”

“야이 맹추야. 타임리버 보스가 누군지 생각해봐.”

“…맹추라니!”

한고은은 태블릿이 들은 가죽가방을 모서리로 휘둘러 김창현의 등에 찍어버리면서 발칵 화를 낸다.

저, 저거 허릴 부러트릴 셈인가?

“끄어억!! 아오! 야!! 남자의 두 번째 생명인 허리를…! 아오. 그냥 이걸!!”

“이걸 뭐! 뭐! 때리려구?! 때려봐 때려봐!”

금방 투닥이기 시작하는 둘을 내버려둔 채 계속 걸음을 옮기고 있으려니 수유리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쉽다앙. 같이 쇼핑가면 재밌을 텐데.”

음? 쇼핑?

“노블 타…. 그랑 블루 빌딩에~ 큰 쇼핑몰이 있다면서~?”

“큰 건…가? 레저 시설이랑 쇼핑몰하고 대형 마트가 들어서 있는 거 같긴 한데 잘 안 봐서 모르겠는데.”

“얘들아~? 그럼 오늘은 그랑블루 빌딩 쇼핑몰에 가보는 게 어때~?”

강소라의 말을 들은 애들은 다들 찬성하며 내 팔을 잡아끌고 우르르 밖으로 몰려나간다. 아니 내 말은 듣지도 않아?! 게다가 왜 내 팔을 잡고 끌고 가는 거냐고?!

공주는 자기 차를 타고 우리는 한고은이 부른 8인승 콜 밴을 타고 그랑 블루 빌딩으로 향했다.

“…안 도망가니까 좀 놔라.”

밴을 타고 올 동안에도 한고은과 강소라는 내 팔을 한쪽씩 잡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도망 못 가게 잡고 있는 모습이라기보단 내 팔에 체중을 실어서 안기는 형태였다.

내 말은 귓등으로 흘리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쇼핑몰 입구로 들어가며 조잘거리는 애들 때문에 한숨을 푹 쉬니 옆에서 같이 걸어오는 프랑이 보기 좋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그런데 뭐 사러 온 거야? 어지간하면 중구에 있는 백화점에 가지?”

“거긴 됐고!”

뭐가 돼? 여자에 들이 선두에 서서 날 이리저리 끌고 다니려고 하는데 뒤에서 공주가 나서서 한고은의 팔을 살며시 잡고 제지했다.

“서하 경은 이곳의 마스터예요. 지금처럼 행동하는 건 서하 경의 위신에도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니 그 손을 놔드리세요.”

“아…. 미안.”

“미안해~.”

…나도 생각 못 한 부분인데 공주가 의외의 도움을 주네.

한고은과 강소라도 미처 생각 못 했다는 표정으로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고 손을 저었다.

“뭐, 공주 말이 맞긴 하지만 나도 아직은 고3이니까. 어른들이 보기에는 애 같은 모습을 보여줘도 딱히 문제는 없을 거야. 물론 나이가 조금 더 들어서도 애처럼 구는 건 곤란하겠지만.”

그래서 뭘 사러 온 거냐고 물었더니 수유리가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수, 수영복 사러 온 거야.”

“수영복?”

“서하가 3회차에 들어가는 바람에, 시험친 다음날 놀자는 계획이 무산됐었거든.”

“그랬냐? 그냥 나 빼고 너희들끼리 놀지 왜….”

“야야. 그걸 말이라고 하냐? 친구가 위상 세계에 들어가서 죽을지도 모르는데 하하호호 웃을 놈들이 어딨어.”

김창현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에 조금 감동받아버렸다.

그 뒤로는 여자애들이 앞장서고 우리 남자들은 뒤에 따라다녔는데….

“야, 주찬. 여자애들이 아까 수영복 사러 온 거라고 했었지?”

“응. 그렇게 들었어.”

“근데 수영복 파는 덴 안 가고 왜 구두나 옷가게만 들락거리는 거냐?”

“그, 글쎄?”

김창현은 여자애들이 2층 옷가게와 구두 가게가 보일 때마다, 아니 그냥 새 가게가 나올 때마다 들어가서 구경하고 나오길 반복하니 질린다는 표정이었다.

“누나들이 쇼핑은 여자들의 본능이랬어.”

“호민, 니 누나들은 여자가 아니라 괴수잖아.”

“괴수지만 그전에 여자인걸?”

성격이 괴수라는 거야 아니면 외모가 괴수라는 거야?

조민호는 그야말로 귀염상이라서 저 얼굴의 남매라면 다 귀엽거나 예쁠 거 같으니 성격이 괴수라는 거겠지?

슬쩍 시간을 보니 4시 반이 되어간다. 못해도 5시에는 집무실에 올라가 있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즐거워하는 여자애들 사이에서 프랑도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계속 저렇게 즐기게 해주고 싶긴 한데….

뭐, 혜령이 이모한테 전화해놓으면 되겠지.

“나 잠시 전화하고 올게.”

강주찬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해주고 뒤로 물러나서 혜령이 이모한테 전화를 걸었다.

[마스터? 어쩐 일이신가요?]

이모 주변에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아래쪽 총무부 사무실에 내려와 있나 보다.

“할 말이 있어서요. 그전에 몸은 어때요?”

[후후. 허리부터 살짝 쑤시던 무릎에 어깨 결리던 것까지 싹 나았어요. 마스터 덕분이에요.]

“다행이네요. 그보다 오늘이랑 내일 하고 모래 3일은 1 보스랑 2 보스 둘 다 없잖아요. 오늘은 저도 제 집무실에 있을 거니까 만약 제가 힘을 쓸 일 같은 게 있으면 알려주세요.”

[어머나. 그래 주신다면 마음이 든든하죠!]

“지금은 2층 쇼핑몰에 학교 친구들이랑 같이 있거든요? 볼일 끝나면 바로 올라갈게요.”

슬쩍 가게 안을 바라보니 여자애들은 이런저런 옷들을 살펴보다가 프랑이나 공주에게 옷을 대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러세요. 용무가 있다면 다시 전화주시구요.]

“네.”

전화를 끊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프랑이 원피스 옷 한 벌을 가지고 오더니 내 앞에서 자기 몸에 대고 보여준다.

“서하는 이런 옷 어떠신가요?”

“…프랑한테 안 어울리는 옷을 찾기보단 어울리는 옷을 찾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아무리 봐도 무진장 잘 어울리는데?

그런데 가게 점원은 물론이고 가게 안에 있던 손님들까지 황당한 눈으로 날 바라본다. 바라보든 말든 주위에 있는 옷 아무거나 집어서 프랑의 몸에 대보니까 역시나 뭘 해도 잘 어울리는걸?

“서하도 참….”

딴 사람 시선 따윈 신경 안 쓰고 이것저것 옷을 가져다 대보니 프랑은 무척이나 부끄러워했다.

기왕 온 김에 옷 한 벌을 사주자 싶어서 여기저기 뒤져보지만…. 여름옷들이라 그런지 대부분 단색에 평범한 티셔츠 같은 거랑 플레어스커트 계열뿐이다.

그래서 목에는 아치 형태로 트여있고 소매가 팔꿈치까지 내려오는 하얀 민소매 티에 프랑의 머리카락 색과 비슷한 니트 조끼에 검은색 슬림핏 반바지를 골랐다.

대충 하나하나가 가격이 0이 5개가 붙고 그 앞에 숫자가 붙어있는 가격이지만 신경 쓰지 않고 프랑에게 안겨줬다.

“이게 제일 잘 어울릴 거 같아.”

빵모자에 학교 하복을 입은 프랑도 귀엽지만, 이 옷을 입어도 예쁠 거야.

내가 골라준 옷을 품에 안은 프랑은 우물쭈물하면서 자기 모습이 들키면 어쩌냐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차피 여긴 그랑 블루 빌딩이잖아. 신경 쓰지 말라고 고개를 저어주고 어깨를 밀어서 피팅룸에 집어넣고 그 앞에 섰다.

“…와아. 대단해.”

응? 뭐가 대단해?

수유리는 감탄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는데 그건 옷가게에 있는 다른 여자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다. 남자친구로 보이는 사람이랑 같이 온 여자는 은근히 남자를 구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잠시 후에 빵모자는 그대로 쓰고 피팅룸을 나온 프랑의 모습에 사람들은 눈을 부릅떴다.

음. 솔직히 조금 걱정했는데 내 걱정은 씹어먹는 패션의 완성도군.

프랑이 입은 옷의 가격을 치르고 있으려니 여자애들은, 공주를 포함해서 조금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얘들아. 수영복 보러 가자.”

“응? 더 안보냐?”

“안 봐! 바보야!”

조금 힘이 빠진 한고은의 말에 눈치 없는 김창현이 한마디 던졌다가 역시나 구박을 받아버렸다. 당사자는 억울한 표정이지만 여자의 감정 변화 정도는 눈치채줘야지.

저거 봐. 강주찬이나 조민호는 입에 지퍼 달은것처럼 꾹 다물고 있잖아. 물론 나도.

여자애들이 수영복을 사러 온 이유는 방학 직전, 한 달에 걸친 위상 교육 중 1박 2일간의 임해 학교 때문이었다.

위상 세계 강제 소환은 100일마다 한 번씩 이루어지지만, 이것도 정확하게 100일마다 하는 게 아니라 고무줄 늘어나듯 기간이 줄었다가 늘었다가 하거든.

이번에는 3월 중순에 위상 세계 강제 소환이 있었으니까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가 가장 위험할 때니까 그전에 미리 정신교육을 새로 해야지.

하긴, 36살 이전에 위험하지 않은 시기가 어디있겠냐마는….

그러니 수영장 같은 코웃음 나오는 곳이 아니라 계곡처럼 유속이 빠른 곳이라거나 바다처럼 파도가 치는 곳에서의 수영 연습을 하게 되는데, 그걸 임해 합숙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1박 2일 코스로 가는 거다.

말만 들으면 가서 수영하고 노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이때에는 불을 피우는 거에서부터 직접 음식을 만들어보고 불에 구워서 먹어보는 실습까지 겹쳐있어서 꽤 가혹하다.

즉 아무것도 안 도와주고 도구도 안 준다.

고작 불피우고 고기 굽는 게 뭐가 힘드냐고 하겠지만 아무런 도구도 없이 맨손으로 불을 피우는 건 좀 힘드니까. 거기다 하루종일 수영하고 난 다음에 지친 몸으로 불을 피우는 건 진짜 힘들다.

나야 위상 세계에서 체질이 변하기 시작했었으니까 버텨냈던 거지.

수영으로 진이 빠진 상태에서 불피우고 불에 고기 구워 먹으라고 하면 능력자가 아닌 이상 열 명 중 아홉은 널브러지지 않을까.

그나마 굶어서 쓰러지지 말라고 자기 전에 칼로리 보충식을 주긴 하는데 또 이게 묘하게 맛이 없어서 더 괴롭단 말이지.

1년에 2번, 여름방학 직전에 임해 합숙과 겨울방학에 임간 합숙을 하는데 그나마 우리는 3학년이니까 지난 2년간의 경험이 있고 나름 익숙해서 나름 캠핑 가는 기분이기도 한 거다.

3층의 대형 의류점에서 수영복 코너를 찾을 수 있었는데 여자애들은 손바닥보다 작은 수영복을 보며 얼굴을 붉히고 꺅꺅거리고 있었다.

저건 근육이 타이트하고 균형이 잘 잡힌 화연이나 영은이가 입으면 어울리겠네. 프랑은…. 조금 큐티한쪽이 어울리려나?

하지만 다른 남정네들한테 프랑이 수영복을 입은 모습을 연상시키고 싶지는 않다. 그걸 프랑도 눈치채고 내 옆에서 주변을 살짝살짝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고은은 대담한 검은색에 별과 달이 골반과 왼쪽 가슴 윗부분에 그려진 비키니를 집어 들었고 수유리는 자기 분위기를 알고 있는지 파레오가 달린 분홍색 투피스 수영복을 고르고 한고은과 함께 탈의실로 들어가 버렸다.

강소라는 "흐음~? 흐음~." 하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선수용 여자 수영복을 고르더니 탈의실로 들어가 버리고 거기에 공주는…. 노출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당당하게 살색 프릴 스커트 비키니를 고르더니 탈의실로 들어가 버렸다.

…매장 안에 있던 남자 새끼들이 야한 수영복을 보고 시선을 돌려 프랑을 연신 힐끔거리길래 타이밍을 맞춰서 살기가 뚝뚝 흐르는 눈으로 노려봐주니 움찔하면서 시선을 피한다.

문제는 그러는 놈이 한둘이 아니라서 좀 짜증 난다.

인증기를 켜서 능력자 인증을 하고 쫒아내야하나 고민 중인데 탈의장 커튼이 촥 펼쳐지면서 한고은과 수유리가 수영복을 입은 모습을 드러냈다.

“얘들아~ 이거 봐. 이거 어때?”

어떻긴! 발칙하지!

한고은은 나름대로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몸매라서 보기 좋았고 수유리도 의외로 볼륨감이 느껴지는 몸매다.

문제는 저 남자 놈들이…!

“우왕~! 한고은, 제법인데?!”

“너 보라고 한 거 아니거든? 서하야~!”

아니, 왜 나한테 오냐?

아…. 진짜 손님들 다 쫓아내 버릴까? 저 인간들은 수영복 살 생각은 안 하고 애들을 구경하기 바쁜데. 끄응…. 내가 왜 얘들을 신경 써주려는 건지 모르겠네.

“수영복이라도 피부를 90% 이상 드러내는데 안 부끄러워?”

“괜찮아~ 이건 속옷이 아니라서 안 부끄러운걸!”

다른 수영복들보다 면적이 과도하게 적어서 보긴 좋지만 넌 좀 부끄럼을 먼저 알아야겠다!

그러면서 한쪽 팔을 머리 뒤로 돌리고 다른 팔은 골반에 올린 모습으로 이리저리 포즈를 잡는데 옆구리에 군살이 조금 보이지만 이미 다 자란 몸매다.

수유리도 귀여움을 강조하는 수영복으로 부끄럽다는 듯이 몸을 가리면서 우리들의 반응을 보고 있었다.

나는 한고은과 그 옆에 종종걸음으로 다가온 수유리한테 보면서 말했다.

“내 경험이지만, 수영 연습이라면 차라리 교복을 챙겨가서 입고 하는 게 좋을 거야.”

“야야야! 무슨 말 하는 거야! 이 자식은 솔로 남자들의 얼마 안 되는 낙을 뺏으려 드네!”

…김창현, 네 반응을 이해 못할 건 아니지만…. 주변에 다른 남자들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진짜 꼴불견이다.

에잉.

뭐, 나도 귀환 직후에 만나는 여자들마다 알몸을 투시하고 길가는 사람들 알몸을 막 보고 다니지 않았다면, 프랑이랑 화연이랑 영은이가 함께 날 안아주지 않았다면 저 대열에 합류했겠지.

김창현은 과도한 액션을 보이면서 한고은과 수유리를 추켜세워주더니 뒤이어 나온 강소라를 보고 못 볼걸 본 표정을 지었다가 급소에 발차기를 맞고 거꾸러져 버렸다.

…강소라, 강한데?

그리고 공주도 탈의실에서 걸어 나왔는데, 프랑이 자연적인 기품을 보이는 몸매라면 공주는 인공적인 기품을 가진 모습이라 꽤 신선하다.

한고은의 비키니를 본 순간부터 얼굴이 조금씩 붉어지던 강주찬은 공주의 비키니까지 보더니 얼굴이 확 붉어지면서 당황한 모습으로 어버버거리다가 매장을 돌아나 가렸는데 조민호는 의외로 담담한 모습으로 한고은에게 조언을 건네고 있었다.

“서하 경? 저는 어떤가요?”

“음. 100점 만점에 80점.”

못 말리겠네…. 김창현은 100 / 100이라고 생각하는지 거꾸러진 상태에서도 공주를 올려다보면서 엄지를 세운다.

하지만 애매한 점수라고 생각하는지 공주는 얼굴이 요상해지는데 그 옆에서 한고은이 자기는 몇 점이냐고 물어보길래 60점이라고 해주고 수유리는 85점, 강소라는 90점이라고 해줬다.

“뭐야 그게?! 내가 왜 제일 낮은 건데?!”

“넌 수영이 목적이 아니잖아. 이 노출녀야!”

내 말에 충격먹은 한고은은 "내…. 내가 노출녀?"라고 하면서 자기 몸을 내려다보며 좌절하려 했다.

그나저나 남자들은 이쯤 되니 나한테 집중되는 여자애들 시선에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와, 씨발. 존나 꼴리게 생겼네. 야, 너희들 어디서 왔냐?”

“우와, 저 금발 여자애들 좀 봐. 깔이 쩔어, 쩔어!”

“캬하! 어이 아가씨들, 저런 애새끼들은 버리고 오빠들이랑 같이 노는 게 어때? 어? 오늘 밤에 아랫도리에서 짜릿함을 느끼게 해줄게, 응? 큭큭.”

하지만 그런 생각은 못 하는 놈이 있는지 뺀질뺀질하게 생긴 남자 두 놈이 실실 웃으면서 한고은과 공주한테 다가오…려다가 세쌍둥이한테 저지당한다.

============================ 작품 후기 ============================

귀여운 거미코가 거미코같지가 않아졌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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