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5 합쳐지는 레이드 팀. =========================================================================
화연이를 보내고 어두운 거실의 소파에 앉아 공간지각으로 그녀를 살펴보고 있으려니 화연이는 생활동에서 구름다리를 건너 사업지원 1동으로 건너갔다.
그때 눈을 비비며 영은이 방에서 걸어 나오더니 어두운 거실에 앉아있는 날 보고는 내 옆으로 다가와 앉으면서, 아니 누우면서 내 허벅지 위에 머리를 올리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냥 편히 침대에서 잘 것이지. 왜 나오고 그래?
나는 손을 올려 영은이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화연이를 계속 쫓았다.
중간층에 도착한 화연이는 그곳에서 혜령이 이모와 김표충 부장이랑 처음 보는 중년 남자 셋이 사업지원부의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함께 물품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아침 6시가 되어갈 때쯤에는 체크가 모두 끝나고 먼저 도달한 73명의 생활 보조 능력자들과 사업지원부의 직원들 수십 명이 지하 주차장으로 짐을 나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능력자들은 지하 주차장의 5대의 고급 대형 버스 앞에 모이고 있었다.
밖에서 들어오는 능력자들과 생활동 저층에 있던 사람들이 점점 몰려들기 시작하는데 6시 20분이 됐을 때는 그곳에 화연이랑 B 클래스 초입의 여자 1명과 소피아가 있었고 그 외에 5명의 팀장급 능력자 다섯과 50명의 팀원이 모였다.
팀장급은 C 클래스 초급에서 중급 사이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타임리버 빌딩에서 가끔 감지되던 팀장급 인원이 중급이었고 초급의 남자 두 명은 처음 보는 인물인 걸 봐서 아마도 화랑의 멤버겠지.
그 옆으로는 생활 보조 팀의 부장이라고 얼핏 들었던 깐깐하게 생긴 사각 뿔테 안경의 여성이 생활 보조 능력자들에게 들고 갈 백팩을 배분하고 있다.
타임리버와 화랑의 능력자를 합쳐서 58명, 생활 보조는 평소보다 더 많은 73명으로 131명의 대 인원이다.
능력자들 역시 자신의 짐은 자기가 챙기는지 이런저런 백팩에서부터 간단한 여행용 캐리어와 방어구나 무기가 든 장비 가방을 챙긴 모습이다.
생활 보조들이 먼저 인원 체크와 장비를 다 챙겼는지 짐을 트레일러에 실었는데 출발 준비가 끝나니 3단 발판 위에 서서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자리한 화연이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은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 최정상에 우뚝 서게 될 그랑 블루 레이드 팀의 일원이 될 것입니다. 그 길이 간단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단합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말을 멈추고 131명의 인원들과 그 주변에 선 사업지원부의 직원들을 돌아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 전 세계 최초의 스페셜 타입인 우리들의 마스터, 블루 지니어스의 힘과 함께 우뚝 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진지하고 단호한 얼굴로, 형형한 눈빛을 내는 화연이는 내가 봐도 아름답고, 굳건한 신뢰가 가는 모습이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화연이의 말에 집중하고 있던 131명의 능력자와 능력자들의 출발을 돕기위해 나와 있던 수십 명의 사업지원부 직원들, 그리고 세 부장이 동시에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대단한걸. 저렇게 짧고 간단한 말로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다니, 내 허벅지에 기대서 자는 영은이도 그렇지만, 화연이도 여왕이 될 자질을 타고난 거 같아.
…같을 수밖에 없나?
곧이어 능력자들은 5대의 버스에 나눠 올라타고 세 부장과 사업지원부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출발했다.
화연이가 이끄는 2조가 그랑 블루 빌딩에서 빠져나와 지각 범위 밖으로 빠져나갈 때쯤 프랑이 부시시한 얼굴로 둥둥 떠서 내가 있는 곳으로 날아온다.
내 품에 안겨서 응석을 부리는 프랑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창밖을 바라보니 어느새 해가 떠올라 거실 안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영은이의 엉덩이를 두드려 깨워서 씻으러 보내고 프랑도 잠에서 깨어났는지 내 입술에 살짝 키스를 해주더니 주방으로 들어가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간단한 토스트와 달걀부침, 베이컨 등으로 아침을 해결한 영은이는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출근했다.
영은이가 출근하고 나도 가방을 챙겨서 39층으로 내려가니 엄마가 환하게 웃으면서 우리를 반겼다.
“아들? 화연이도 부르지 그러니?”
“화연이는 방금 토벌전을 위해서 출발했어. 어제 엄마도 들었잖아?”
“아, 맞다.”
…건망증에 좋은 음식이 뭐가 있더라?
아침에 날 보더니 활짝 웃으면서 다가와 내 머리를 쓱쓱 쓰다듬는 누나와 그런 누나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막 찌르는 아침을 보내고 학교에 도착하니 공주가 손을 흔들며 날 반겼다.
“좋은 아침이에요. 서하 경.”
“그 경이라는 호칭 좀 빼면 안 돼?”
“리디라고 불러주시면 그럴게요.”
“거절하지.”
한고은네들은 어느샌가 사이가 가까워진 거 같은 나와 공주를 번갈아 보더니 서로 바라보며 수군거린다.
“리디아도 서하에게 홀랑 넘어간 게 틀림없어~.”
“어제 무슨 일이 있었을까? 둘이서 사이좋게 하교했다고 하던데~!”
꺅꺅거리면서 아침 드라마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수유리와 강소라는 무시하고 교육용 태블릿을 꺼내 수업을 준비했다.
5교시는 체육 시간이었는데 방학 한 달 전이라고 체력 검정을 시작하려는지 오래달리기를 한다고 했다.
난 딱히 검정이 필요 없어서 체육복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터벅거리면서 걷고 있으려니 프랑이 내 옆에서 따라 걸으면서 말을 걸었다.
“조만간 2차 강제 소환이 이루어지겠네요.”
“내가 입장하고 벌써 100일인가…. 난 제일 처음에 소환당한 거 같던데 이번엔 며칠 동안 지속하려나.”
“그건…. 위상 세계 마음이 아닐까요? 그런데 어쩐지 입장하는 연령대가 점점 어려지는 거 같아요.”
나는 내 옆을 달려서 지나치는 애들을 구경하면서 되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 조사해본 거야?”
“네.”
간단하게 대답해준 프랑은 휴대폰을 꺼내서 이리저리 조작하더니 신문기사 하나를 나에게 보여줬다.
각양각색의 광고창이 거슬렸지만 애써 무시하고 기사를 읽어보니 30대 이상의 위상 세계 강제 소환자는 점점 그 숫자가 줄어들어서 216년이 지난 현재에는 저번 3월 1차 입장 때는 600만 명 중 고작 60만 명을 차지한다고 되어있었다.
그리고 10대는 그 숫자가 대폭 늘어서 200만 명이 넘어간다고 그래프에 표시되어있다.
프랑이 보여주는 휴대폰 화면을 보고 있으려니 옆에서 땀내 선생님이 호통을 치며 지나간다.
“이노무 자슥들! 꾀부리지 말고 빨리빨리 못 뛰나!! 정서하 이놈아! 그렇게 터덜거릴 거면 그냥 나가라 좀!!”
땀내 선생님은 뒤따라 뛰면서 위협용 죽도를 붕붕 휘두르면서 요령 피우면서 달리는 애들의 머리통이나(남자애들), 어깨(여자애들)를 두드리면서 재촉하다가 설렁설렁 걷고 있는 날 보며 울화통 터진다는 얼굴로 외친다.
공갈 죽도라서 맞아도 별로 안 아프지만 심리적인 영향 때문인지 맞을 때마다 아이들이 죽는다고 소리 지르면서 속도를 올리는 모습이 조금 웃겼다.
아무튼, 신체 강화 능력자들한테 이런 건 아무 의미도 없는 걸 선생님도 알지만, 설렁설렁 걷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드나 보다.
“운동장이 300m고 7바퀴 달려야 하니까 2.1km인가? 지금 1바퀴 돌았지?”
“네.”
“그럼 빨리 뛰고 쉬자.”
저 앞에 열심히 달리는 공주나 세 똘마니도 있는데 내가 대충 달리면 안 되겠지?”
슬쩍 마나 모드 - 가속을 발동해서 운동장을 달리는 아이들 사이사이를 지나치며 2분 만에 6바퀴를 돌아버리니 다른 반 애들도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날 바라본다.
“7바퀴 다 돌았으니까 쉬어도 되죠?”
“…그래라.”
날 흘끔 보고는 구시렁거리다가 다시 요령 피우는 애들을 뒤쫓아가서 공갈 죽도로 두드리는 모습이 어쩐지 감정이 담긴 거 같아 보인다.
그늘진 벤치에 앉아서 생각난 김에 인증기를 켜서 초거대 거북이에 관해 다시 검색해봤다.
C클래스로 오르면서 접근 금지 정보들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그래도 초거대 거북이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흠….
C 클래스에 들어설 때 봤던 환상도 생각나서 클래스 상승할 때의 현상에 대해 검색해봤지만, 마찬가지로 기분 째진다든가 짜릿한 느낌이 섹스할 때보다 더 좋았다던가 하는 얄궂은 이야기들뿐이다.
계속 그 음울하고 사악한 분위기의 환영이 생각나는데….
늪, 고목, 네 발 까마귀, 흑색 성이라는 키워드를 집어넣으니 알라스토르의 사악한 검은 성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왔다.
알라스터? 알라스토르? 어딘가 들어 본 거 같은 이름인데….
옆에서 내 검색 결과를 지켜보던 프랑이 설명을 덧붙이며 알라스토르에 관해 알려주더니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본다.
“alastor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제우스의 별명이에요. 그런데 그건 왜 검색해보시는 건가요?”
“어? 으음 그게…. 꿈을 꿨는데 꿈에서 검은 성을 봤거든. 그래서 그냥 검색해본 거야.”
여전히 알려주면 안될 거 같다는 예감에 두루뭉술 넘기려 하니 프랑도 "그런가요?" 하면서 별다른 궁금증은 내비치지 않고 인증기에 뜬 정보에 집중한다.
알라스토르의 사악한 검은 성은, 악마 계통으로 볼 수 있는 이형종 들이 등장하는 곳이라고 했는데 최소가 상위 이형종 들이고 검은 성의 중심부에는 어쩌면 위상급 이형종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곳이었다.
…위상급이라니, 무시무시한데. 순간 초대형 거북이가 다시 생각나 버렸다.
물론 그 거북이가 위상급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위상급 하면 그 거북이밖에 생각 안나는걸? 아무튼 그런 녀석이 있을지도 모른단 말이지….
그러고 보면 각자 가진 위상 세계는 전부 다를 텐데 이런 정보들은 왜 공유하는 걸까?
그 궁금증은 곧 알 수 있었는데, 위상 세계가 전혀 다른 차원, 다른 장소를 보이는 게 아니라 각자 다른 시간 축을 가진 비슷한 공간이라는 설명이었다.
이 정보의 접근 가능 클래스가 C 클래스 이상이다.
그래서 저번에 대충 검색하면서 놀 때 안보였구나. 잠시 생각해보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존하는 능력자 수가 수백만 명인데 수백만 개의 별이 있을 리가 없지. 거기다 대부분 같은 이형종 들이 등장잖아? 시간 축이 다른 하나의 별, 행성이라는 이야기가 납득이 갔다.
이 사실이 발견된 건 꽤 오래됐는데, 이야기는 우연히 같은 레이드 팀에 소속된 두 명의 멤버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했다.
두 명의 능력자, 편의상 A와 B라고 하자. 시작은 레이드 팀이 A의 위상 세계를 탐색하다가 이곳저곳에 토벌전과 레이드를 치루며 흔적을 남겼다고 했다.
그리고 A의 위상 세계를 공략 종료 선언을 하고 B의 위상 세계를 탐색하기 시작했는데, 탐색을 하면 할수록 비슷한 지형과 눈에 익숙한 흔적이 보였다는 걸 이상하게 여긴 레이드 팀이 조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는데, 알고 보니 A의 위상 세계에서 탐색과 레이드를 치룬 흔적이었다는 사실이 확인 된 거다.
A의 위상 세계에서 레이드 도중에 부서진 천막의 회수를 포기하고 잘게 부숴서 파묻었었는데, B의 위상 세계에서 오랜 시간이 지난 거 같은 천막의 잔해가 다시 쏟아져 나온 게 그 사실을 입증했다.
그래서 A의 위상 세계에서 100년은 간다는 시계를 밀폐된 용기 안에 집어넣고 땅에 파묻은 다음 B의 위상 세계에 가서 용기를 꺼내봤는데 시계에서는 42년이란 시간이 지나있었다고 했다.
여기서 과학자들은 입에 게거품을 물고 타임 패러독스에 관해 침을 튀기면서 토론을 벌였다고 했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건 이런 거다. A의 위상 세계에서 몇 사람을 두고 현실로 돌아왔다가 B를 통해 위상 세계에 입장하면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느냐는 거지. 그리고 그 사람들을 현실로 데려온다면?
물론 IWO와 능력자 연합에서는 그런 인체 실험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고, 만약 그런 인체실험을 시행한 정황이 포착된다면 이유 불문, 알카트라즈에 가두겠다고 엄포를 놨다고 했다.
그 뒤로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냐는 식이 되어버려서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졌지만, 아직도 위상 세계 간의 시간의 흐름에 대한 모순을 연구 중인 집단이 있다고 한다.
솔직히 나도 궁금하긴 하다.
거의 시간 차이가 나지 않는 과거와 미래의 두 위상 세게에서, 같은 곳에 두 팀이 있고 똑같은 이형종을 똑같은 시간에 레이드 하면, 과거의 위상 세계에서 이형종을 먼저 잡을 경우에 미래에 있는 이형종은 어떻게 되는지.
한 지역에 이형종 집단이 있고 그 집단의 시조가 되는 이형종을 과거에서 죽여버리면, 미래에 이루어져 있던 이형종 집단은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하고….
어느새 내 주변에 모여있던 애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더니 굉장히 흥미롭다는 얼굴로 서로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온 가장 신빙성 있는 주장은, 시공간은 자기 복구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말한 한 집단의 시조를 죽이게 되면 그 시조에서 뻗어져 나온 갈래는 모두 사라지고 다른 비슷한 존재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때 학교에서 가장 머리가 좋다는 여자에가 나서더니 다른 가설을 내놓았는데, 즉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이고 과거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존재를 해치거나 한다면 그건 원래 일어나지 않았던 일을 일으킨 게 아니라 원래 일어났던 일을 일으킨 것이라는 내용이다.
다른 머리 좋은 남자애는 전혀 상반된 의견을 꺼냈는데, 그런 행동을 하게 되면 시간은 같겠지만, 공간은 다른 곳으로 분리된다는, 이른바 평행세계 이론을 꺼냈다.
이쯤 되니 부족한 CPU 때문에 머리가 슬슬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2학년 때 비슷한 이야기를 소유진 선생님이 했던 거 같은데?”
“어? 나도 그거 들은 거 같아. 변화된 시간 축이라던가? 그런 학설이 유명하댔어.”
“근데 서하가 말해주는 건 정확한 팩트가 있다는 이야기잖아? 학설이 아니란 말이거든.”
“저건 C 클래스만 볼 수 있는 이야기니라니까 그 뒤의 일이 알려지지 않았던 거 아냐? 학설은 이미 진실로 드러났지만, 매스컴은 그 뒷이야기를 들려주진 않는다~ 뭐 이런 거?”
다시금 애들이 숙덕거리기 시작하니 내 머리로는 더이상 못 버티겠다.
딩동댕동~
마침 수업도 끝났네.
“자, 돌아가자.”
벤치에서 일어서면서 말하니 애들도 삼삼오오 모여서 교실로 돌아가는데 여전히 시간 여행 모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지간히 흥미를 자극한 거 같았다.
한숨을 푹 쉬면서 애들과 함께 교실로 발걸음을 옮기니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땀을 흘리고 있는 공주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였어요. C 클래스가 되면 그런 이야기도 볼 수 있는 거군요!”
“뭐어….”
“그런데 어째서 그 부분에 대해 알아보신 건가요?”
얘는 늦게 도착해서 아이들이 토론하고 숙덕이는걸 못 들었나 보다.
“꿈을 꿨는데 한 지역이 보여서 그거에 대해 알아보다가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진 거야.”
“산청퍼?”
“삼. 천. 포! 우리나라 속담이야. 잘 나가다가 엉뚱한 길로 빠진다는.”
근데 삼천포 사람들 앞에서 이런 말 하면 안 된다고 하던데….
에이 몰라.
“그런가요? 어떤 지역을 보셨는지 궁금해요.”
“알라스토르의 사악한 검은 성.”
“아! 그 terrible dark castle 말이군요.”
“소름 끼치는 어두운 성이라고? 인증기에는 검은 성이라고 나와 있는데?”
공주는 그 성에 대해서 아는지 표정이 밝아졌다가, 금방 어두운 얼굴이 되었다. 그러면서 살짝 몸을 떠는 게 꽤나 안 좋은 기억인 모습이다.
“정확하게는 끔찍하고 사악한 성이었어요. 해당 영상 기록이 왕실 기록 보관소에 있었는데 어렸을 적 우연히 봤다가 며칠간 무서워서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있었는걸요.”
…그 영상이 궁금해졌다.
공주는 내 표정을 보더니 살짝 웃으면서 입을 연다.
“서하 경이 방문한다면 왕실에서는 기꺼이 해당 영상을 보여드릴 거에요.”
“대가로는 프랑을 조사하게 해달라고 하겠지? 거절하겠어.”
“이잉….”
============================ 작품 후기 ============================
실제로 삼천포 출신인 분 앞에서 저 속담을 이야기했다가 혼쭐날뻔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