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3 합쳐지는 레이드 팀. =========================================================================
공주는 화연이를 보자마자 종종걸음으로 달려가더니 화연이의 앞에서 양손을 맞잡고 한껏 눈을 빛내며 입을 열어 곱고 예절바른 말투로 끊임없이 말을 걸기 시작했다.
...듣자하니 화연이가 자신의 우상이라던가.
그리고 공주의 나이도 들을 수 있었다.
“17살?!”
“한국식으로 하면 18살이 되겠네요.”
저 몸매가 17살이란 말인가…. 누나가 봤다간 눈물을 뿌리면서 좌절해버릴 거 같다.
집무실의 접대용 소파에 앉은 우리는 별다른 영양가 없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만 나눌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재미없는데….
나도 모르게 지루함이 표정으로 드러났는지 공주는 날 힐끔거리면서 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희가 한국에 온 정확한 이유는, 서하 경과 관계를 갖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정확하게는 서하 경의 정령에 대해 알고 싶어서 찾아온 거랍니다. 플랑드르 씨는…. 확실히 정령이시죠?”
프랑은 내 등 뒤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는데 어제랑 오늘 학교에서 날 힐끔거린 게, 날 본 게 아니라 내 근처의 프랑을 본 거였나 보다.
“그건 왜 물으시죠?”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약 3달 전 영국의 한 능력자가 위상 세계에서 아인형종을 포획한 적이 있었답니다. 그 아인형종은 일명 엘프라고 불리는 존재였어요.”
3달 전…? 아, 혹시 fallsexmachine 말인가?
“그 능력자는 몰래 엘프를 반출하려다 적발되서 국제위상재판소에 제소되었지만, 능력자 연합에 투신하고 위상 세계의 아인형종과 관련된 정보를 모두 내놓음으로써 처분을 면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아인형종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는데….”
능력자 연합이나 영국에서는 그 능력자를 통해 위상 세계에서 엘프로 불리는 아인형종을 포획해다가 대화를 비롯한 각종 연구를 시작했단다. 그리고 역시나 정령에 대한 것이 밝혀졌는데 정령도 불과 바람, 물과 대지, 빛과 어둠, 그리고 번개의 일곱 가지 정령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로키스 연구소에서는 서하 경의 정령에 대해 의문증과 함께 호기심을 가지고 있어요. 엘프 들의 정령과는 모습에서부터 능력까지 모든 것이 달랐거든요.”
공주의 말에 의하면 정령은 말 그대로 해당 속성으로 이루어진 영체 같은 모습이었다고 했다. 소유자에 따라 제각각인 모습을 지니고 있었지만 대체로 불의 정령이라면 허공에서 불타오르는 모습이라던가 바람은 투명한 녹색의 바람에 휘감기는 모습이고 물은 물로 이루어지고 대지는 대지로 이루어지고….
하지만 3회차 이후에 조금씩 알려지고 퍼진 나에 대한 정보를 봤을 때 연구원들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내용으로 보면 프랑은 번개의 정령이라는데 어째서 사람들과 다름없는 모습인지 궁금증을 나타냈겠지.
“물론 중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라던가 벼락을 쓰는 건 똑같지만, 생김새는 사람과 흡사했으니까요. 무엇보다 수동적인 정령의 모습과는 다르게 서하 경의 정령은 마치 사람처럼 말도 하고 행동을 하는 게 놀라웠다고 했어요.”
…내 표정이 무섭게 굳어지니 공주는 내가 왜 이렇게 표정이 굳어지는지 잘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화연이는 아무 말 안 하고 가만히 앉아있는 날 대신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서하를 영국으로 초청해 프랑을 검사라도 해보겠다는 겁니까?”
“목적은 그거였지만 2일간 서하 경과 번개의 정령을 살펴본 결과 그건 무리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정령을 무척이나 아끼시는 서하 경이 허락하지 않으실 테니까요.”
미소 짓는 공주의 얼굴은 거짓 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다. 만약 저게 연극이라면 말도 못할만큼 음험한 여자애라는 거겠지. 하지만 이제 17살이고 나도 2일간 나름대로 공주를 살펴봤지만 그런 음험하거나 흉악한 낌새 같은 건 못 느꼈다.
“그래서?”
“이게 전부랍니다. 비록 돌아가면 여왕 폐하께 꾸중은 듣겠지만 이렇게 목적을 밝히고 사실을 말하는 걸로 제가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해요.”
“잘 생각했어. 누구든지 내 프랑에게 수작 부리거나 손을 뻗으려는 놈들은 가만 안 둘 거니까.”
내 살기 어린 얼굴에서 진심을 읽었는지 공주는 살짝 몸을 떨었고 프랑은 등 뒤에서 내 목을 껴안으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땀을 닦은 공주는 눈을 깜빡거리며 우리 모습을 바라보다 살짝 웃었다.
“서하 경은 정령과 정말 사이가 좋으시네요. 이제 최선은 안되고 차선이라도 이루고 싶은데…. 서하 경과 조금 더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요?”
“그건 너 하기에 달렸지.”
“서하 경과 친구가 된다면 무척이나 기쁠 거예요.”
공주는 활짝 웃으면서 날 바라봤다.
...솔직히 프랑을 어찌해보려 했다는 점이 무지막지한 감점 요소였지만.... 그래도 공주는 순순히 목적을 밝히고 나왔다는 거랑 나한테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부분에서 살짝 플러스가 되긴 했다.
“공주에 대해서 몇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알려줄 수 있어?”
처음으로 관심을 보인다 싶었는지 공주는 반짝 웃으면서 무엇이 궁금하냐고 물어왔다.
“공주는 무슨 능력자야?”
이 질문에 솔직히 대답해주면…. 앞으로 공주를 대하는데 조금은 마음을 열어 줄 생각이다. 아니면? 공기와 동급이지.
“저는 희귀 속성 능력자랍니다. 어떤 속성일지 맞춰보시겠어요?”
“빛 속성이겠군.”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말을 꺼내는 날, 공주는 굉장히 놀랐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와아…. 어떻게 눈치채셨나요?”
“네 입으로 선택지를 대폭 줄였잖아. 7가지 속성 중에 희귀 속성 능력자. 속성이 외향에 나타나는 점을 생각해보면 번개 아니면 빛일 텐데 공주한테서는 빛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어.”
솔직히 말하는 모습에서 어제의 길 막 시전에 대한 나쁜 인상이 좀 사라진다.
“그랬나요? 서하 경 말씀이 맞아요. 저는 빛의 속성 능력자랍니다.”
그러면서 눈을 감더니 위상력을 조용히 일으키는데, 몸 주위로 눈부시지 않은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온다.
헤에. 빛의 속성은 저런 느낌인가? TP를 사용하지도 않는데 저렇게나 밝은 빛이라니, 몸에서 순백의 빛이 뿜어져 나오는걸 보니 후광 보정인지 외모가 갑자기 몇 배는 더 예뻐진 느낌이다.
잠시 저 빛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내 마나 시브의 파란빛이 생각난다.
“위력은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평범한 4대 속성에 비하면 높은 편이지만 3가지 희귀 속성에 비하면 가장 낮아요. 대신 가장 넓은 범위를 공격할 수 있답니다.”
“한번 보여줄 수 있어? 나도 내 마나 탄 보여줄게.”
“네! 저도 서하 경의 Mana bullet이 어떤 모습인지 정말 궁금했답니다.”
마나 불렛이라니. 탄이라고 불렛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가.
본인의 허락에 화연이와 함께 바로 옆에 있는 내 수련장으로 이동해서 그녀의 능력을 보기로 했다.
“와아… 여기가 전부 서하 경의 수련장인가요? 도심지 한가운데 이런 넓은 수련장이라니….”
감탄을 감추지 못하는 공주는 연신 주변을 둘러보다가 활짝 웃으면서 입을 연다.
“이 정도 넓이라면 마음껏 펼칠 수 있겠는걸요!”
그러면서 펼쳐진 그녀의 능력은 예상을 초월하는 모습이었다.
공주의 몸속에 빛에 가려져 희미하게 보이는 6줄의 위상력이 공진을 시작하더니 TP가 몸에서 뿜어져 나오며 하늘 높이 퍼져 올라가기 시작했다.
탄알처럼 퉁겨내는 게 아니라 공진을 시키는 거에 좀 놀랬다. 하지만 나도 힐링 웨이브 연습을 하려다가 마나 탄을 쏘아낸 경험을 생각해보면 특별하진 않은걸.
두 손을 좌우로 펼치고, 눈을 뜬 채 하늘을 올려다보는 공주의 몸 안의 TP는 지속해서 빠져나가더니 총 4만가량이 사라졌다. 그 뒤에 귀에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싶었는데 전방 300m 앞의 바닥에 지름 200m 정도의 빛의 원이 생겨나더니, 하늘에서 그 원 안으로 빛이 쏟아져 내린다.
…뭐랄까, 옛날 과학이 없던 시대에 나타났다면 빛의 사도라고 불릴 거 같은 능력이다.
마치 돋보기로 빛을 모아서 한 점에 쏘아내는 거 같은 모습에 저게 가능한가 싶어서 하늘을 올려다보지만, 빛을 모으는 어떤 매개물도 없다.
하다못해 TP가 퍼져있나 살펴보지만 1.5km 밖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빛이라 알 수가 없고, 빛은 그냥 빛 그 자체로 느껴진다.
내 표정에서 생각을 읽었는지 프랑이 하늘로 쑥 날아올라 갔다. 순식간에 1.5km 밖으로 넘어간 프랑은 쉬지 않고 계속 올라가는데 나는 다시 시선을 빛의 원으로 돌려 0.1 TP를 손안에 응축해서 천천히 빛의 원 안으로 날렸다.
쏘아낸 마나 탄은 서서히 빛의 원으로 들어가는데 빛의 세례를 받으면서 절반쯤 지났을 때 푸웅하는 소리를 내면서 터져버렸다.
…별로 안 센 거 같은데.
빛이 뿌려지는 바닥을 보니 새카맣게 탄 자국이 생기면서 서서히 바닥이 가라앉고, 아니 빛이 닿는 부분의 바닥이 꺼지고 있었다.
잠시 1분가량 지속하던 빛의 기둥은 점점 좁아지기 시작하더니 능력을 시전한지 2분이 지났을 땐 완전히 사라져있었다.
“후우. 어떠신가요?”
살짝 숨을 내뱉은 공주는 빙긋 웃으면서 날…. 내가 아니라 내 옆의 화연이를 보며 말했다.
…어쩐지 화연이를 바라보는 공주의 눈빛이 뜨겁다고 생각이 든다. 마치, 흥분했을 때 날 보는 화연이의 표정 같은....
“범위가 굉장히 넓군요. 바닥이 패인걸 보면 위력도 약한 게 아닌듯합니다.”
화연이의 칭찬에 공주는 잔뜩 기쁜 얼굴을 하더니 "다른 능력도 있답니다?" 하면서 손끝에서 빛의 속성 탄을 연달아 날린다.
뭉쳐진 화살 같은 모양의 속성 탄은 100 TP 정도의 양이었는데 빛의 화살은 빛의 원이 있던 곳에 날아가더니 공중에서 폭발하며 트라이앵글을 울리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지더니 폭발 때문에 땅이 다시금 패여나간다.
충격파도 함께 퍼져나가고 바닥의 흙도 꽤 심하게 파여나가는걸 보면 내가 2 TP 가량 쓴 마나 탄과 비슷한 위력 같다.
2 TP면 일반 속성 능력자는 200 TP를 쓴 거나 마찬가진데, 일반 속성 능력자보다 2배 가까이 세다니, 조금 세다고 할 수준이 아니잖아? 그럼 번개랑 어둠 속성은 어느 정도라는 거지?
내 마나 탄은 프랑이 쏘는 벼락의 10배 위력이다. 그리고 빛 속성 탄의 50배라면….
아무튼 내 마나 탄 > 번개 > 어둠 > 빛 > 불 = 바람 = 물 = 대지인가?
그러다 공주는 손바닥에서 레이저를 쏘아내는데, 저게 진짜 레이저구나! 새하얗게 작렬하는 빛의 선은 수련장 바닥을 태우면서 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손에 10만 TP를 응축하더니 동그란 구슬을 전방으로 쏘아내는데 조금…. 느리게 날아간 구슬은 어느 순간 쿵! 하는 소릴 내며 빛기둥을 만들었는데 빛기둥은 곧 사방으로 빛을 뿌리며 사라졌다.
처음에 보여준 빛의 원이랑 비슷하지만 비슷하지 않네.
…뭐야. 화중강 아저씨는 자기 필살기인 양 외치더니 아무나 다 쓰는 거였어?
“전체적으로 일반 능력자의 2배가량 되는 위력인 거 같습니다. 대단하군요.”
물론 저건 체면 세워주기다. 내 마나 탄이랑 마나 레이저를 봤는데 저 정도에 놀랄 일은 아니잖아. 다만 처음의 빛의 원과 마지막의 빛기둥은 정말 놀란 눈이었는데 내 마나 포를 봤었다면 저것마저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겠지.
하지만 공주는 그게 아닌지 마지막에 보여준 약간의 놀람이 더 기쁜가 보다.
…그리고, 으흥!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날 보며 으쓱거린다. 저 우쭐한 표정을 보니 조금 기분 나쁜데.
아니, 그보다 왜 화연이한테 팔짱을 끼는 건데? 잠시 우쭐한 표정의 공주를 바라보다가, 처음 빛의 원을 뿌린 장소를 바라봤다.
저 정도면 충격파 포함해서 400 TP 마나 탄을 쏘아내면 되려나?
내가 잠시 머릿속으로 TP 계산을 하는데 공주의 우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교하려면 서하 경의 숨겨둔 비기를 써야 맞지 않을까요? 제 비기인 엔젤 헤일로는 지름 200m의….”
살짝 손가락을 팅겨 400 TP의 마나 탄을 쏘아내 빛의 원, 엔젤 헤일로랬나? 그 중심부에 터트렸더니 지름 250m가량의 크레이터가 생겨나며 공주가 만든 엔젤 헤일로의 흔적을 지워버렸다.
“음. 아직 위력조절이 미흡하네.”
“…….”
그리고 1,000 TP의 마나 레이저를 뽑아내 공주가 그린 선을 다 지워버리고, 다시 100 TP 마나 탄을 쏘아내 마지막에 터진 빛기둥의 흔적을 지우고 손을 털었다.
자신이 만든 흔적이 간단하게 지워지는 모습에 공주와 세 똘마니는 입을 쩍 벌리고 내가 만든 흔적을 바라본다.
“어, 뭔…가요? 아무것도 안 보였는데 무슨 일이…?”
“저런. 내 능력은 투명해서 안 보이는데 잘 못 봤나 보네? 아쉽지만 두 번은 없어. 돌아가자.”
공주의 놀란 표정을 보니 살짝 기분이 우쭐해지는 거 같다. 흐흐흐.
아직 화연이의 팔에 매달려있는 공주를 힐끔 보고 차를 세워둔 곳으로 걸음을 옮기니 공주가 느린 걸음으로 달려와 내 팔을 잡는다.
“자, 잠시만요! 서하 경,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에요? 비기를 쓰신 건가요?”
“내 능력을 써서 일어난 일. 비기도 아니야.”
“…그런.”
공주는 내 팔을 잡은 채 뒤쪽에 생겨난 자그마한 크레이터를 보며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흔적을 남긴 능력이 비기가 아니라면 대체 비기는 어떤 건가요….”
글쎄…. 생각해보면 공주가 보여준 엔젤 헤일로는 말 그대로 비기랄 수 있는 능력이다. 소비 TP는 4만가량이지만 범위나 위력은 마지막에 보여준 10만 TP의 응축시킨 속성 탄과는 비교조차 하지 못할 범위와 위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그럼 내 비기는 뭐지? 마나 포는 그냥 단순히 응축시키고 발사 한 거다. 마나 탄이나 마나 레이저 역시 다른 속성 능력자들과 똑같은 방식이고.
공간 조작은 공간 지각에서 생겨난 능력이지만 공주가 보여준 비기에 비교하자면 어딘가 부족하다.
화연이의 차를 타고 돌아오며 비기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봤지만, 알 수가 없었다.
나에게 숙제 하나를 내놓은 공주는 아쉬운 표정으로 나와 화연이한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롤스로이스 팬텀에 올라타 떠나갔다.
공주는 어째 나보다 화연이한테 더 신경을 쓰는 거 같은데…. 혹시 레즈인가?
공주의 성 정체성을 의심하고 있으려니 프랑이 한숨을 쉬면서 입을 연다.
“17살이라니…. 왕실은 저렇게 어린 공주님을 보내서 어쩔 생각인지 모르겠어요.”
그나저나 17살에 D 랭크라니, 공주와 세쌍둥이도 조기 진입 허가증을 받았던 건가. 그러고 보면 세쌍둥이도 어딘가 잘난 집 자식인 거 아냐?
빌딩에 돌아온 우리는 집을 보자는 화연이의 말에 생활동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는데…. 35층 위로는 엘리베이터 버튼이 없다? 그런데 화연이가 엘리베이터 오른쪽 벽에 붙은 안내 패널에 손바닥을 갖다 대니 옆의 공간에 숫자가 나오고 4와 0을 누르니 곧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문 감지로 인식 하는 건가?
40층으로 올라가고 있으려니 프랑의 조금 침울한 모습을 보며 화연이가 입을 열었다.
“뻔하지 않습니까. 몸으로 서하를 유혹할 셈이겠지요.”
“으읏….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가 없네요.”
“…프랑은 영국 왕실에 대해 충성심을 가지고 있습니까?”
“없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모든 건 서하가 가장 우선이에요. 이것만은 확실해요.”
“그럼 됐습니다. 그나저나 서하는 아까부터 말이 없군요.”
수련장을 나올 때부터 비기에 관련된 생각을 하고 있다 보니 자연히 말을 안 하게 됐는데 화연이는 그게 신경 쓰였는지 프랑에게 작게 속삭였다.
“비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였어요.”
“비기는 어떤 거야? 난 공주의 말을 듣기 전까지 내 비기는 마나 포나 공간 조작, 공간 보호막인 줄 알았어. 하지만 공주의 엔젤 헤일로를 보니까 그게 아니었어.”
프랑의 말이 끝나자마자 프랑과 화연이를 돌아보면서 물었는데 그때 40층에 도착하면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일단 내리자.”
화연이는 내 손을 꼭 쥐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는데 엘리베이터 앞은 그냥 투명한 벽이 사각형으로 서 있었고 문에는 터치형 자동문이 달려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니 천장에서 꽤 강한 바람이 잠시간 뿜어져 나오면서 내 몸을 훑고 바닥에 있는 구멍으로 다시 빠져나간다.
“…뭐야 이거?”
“펜트하우스 입구에는 이렇게 에어 샤워실을 설치해놓고 있다.”
“되게 비싼 먼지 털이네.”
약간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돈하고 스위치를 눌러 안으로 들어가니 펜트하우스는 전체적으로 ㄷ자 모양이었다.
가운데 커다란 거실이 있고 거실의 좌우 끝에는 테라스와 맞붙어있는 커다란 방이 1개씩 있었다. ㄷ자 모양의 끝에도 조금 작은 방이 1개씩 붙어있는 모양인데 출입구 바로 옆에는 계단이 있어서 그곳을 통해 올라가면, 옥상으로 나가는 문이 있었다.
위에는 바로 헬기 포트가 보인다.
주방은 거실과 맞붙어있었는데 아파트에 있던 주방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고급스러운 요리 기기들이 가득 차있었다.
왼쪽 큰 방에는 욕실과 드레스룸이 붙어있고 반대쪽 큰 방에는 화장실이 붙어있었다. 그 너머로는 작은 방으로 넘어갈 수 있는 통로가 있는데 집 안이 전체적으로 벽 쪽은 창문이 가득 달려있어서 전망을 즐기기에는 완벽한 거 같다.
사무동에서 봤을 땐 외부 유리창이 죄다 검은색이더니, 안쪽에서는 그냥 맑고 투명하군.
평수는 테라스까지 다 합치면 180평 정도 되는 거 같은데 거실의 4중 창을 열고 나가보니 집의 절반만 한 테라스가 있다. 이 넓은 곳에서 뭘 하지? 테라스에 서니 산 너머로 내 수련장의 일부가 살짝 보인다.
“전망이 최곤데. 사람들이 왜 높은 곳에서 살려는지 알 거 같아.”
“그렇지? 아래층에는 이런 발코니도 없어서 아파트 같은 삭막함 밖에 느껴지지 않아.”
“그야 화연이가 예전에 쓰던 방에 비하면 좁아터졌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20층 통채로 쓰는데 가구나 그런 것도 없이 텅텅 비어있는 300평짜리 통짜 방이라니.”
내 핀잔을 들은 화연이는 살짝 웃더니 내 팔을 껴안는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프랑도 비어있는 내 팔을 껴안았다.
“그래서, 비기는 대체 어떤 거야?”
그리고 비기에 관한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 작품 후기 ============================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선작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