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2 합쳐지는 레이드 팀. =========================================================================
조금 격하게 느끼게 해주면 다음 날 여자들은 허릿심이 풀려서 끙끙 앓는다던데 내 연인들은 신체 강화 타입에 재생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서인지 쌩쌩했다. 프랑만 조금 졸려 할 뿐이었다.
마중 나온 누나의 차를 타고 학교에 나갔더니 학교 담벼락 이곳저곳에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 검은 수트 덩치들의 모습이 보인다. 어쩐지 "우린 지금 임무 중이니 말 걸지 마라." 하는 모습을 보이는 거 같아 코웃음이 다 난다.
능력자랑 일반인이랑 분간도 못 하고 공격해오다가 다 박살 난 주제에….
하지만 500m 정도 떨어진 곳, 학교가 눈에 잘 들어오는 옥상 곳곳에도 같은 차림의 남자들이 적당히 몸을 숨기고 있는 걸 보면 공주를 경호하기 위해 제대로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제 날 덮치려다가 혼이 난 덩치 중 둘이 교문 앞에 서서 부동자세로 학교에 들어오는 애들을 보고 있었다. 그 앞을 지나가니 검은 선글라스 너머로 눈길만 주면서 날 쫓고 있길래 홱 돌아보니 움찔한다.
소심하긴.
그나저나 검정 수트의 덩치들의 배치를 보면 호위의 1선은 저 세쌍둥이고, 2선으로 학교 담벼락과 정문에 있는 저 검은 수트 덩치들, 3선으로 옥상에 위치한 사람들로 경호를 하는 건가?
잘 살펴보면 영은이가 나에게 붙인 경호원들도 공주의 경호원들이랑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들은 허리춤에 진압봉, 톤파를 차고 있었고 품에는 스턴건과 실탄이 들어있는 권총까지 장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수련장에서 목숨을 잃은 형과 누나들을 생각나게 해서 조금 기분이 우울해졌다.
누나 덕분에 학교에 평소보다 이르게 도착했더니 반에도 애들이 별로 없었다. 시선을 돌리니 공주가 보였는데 공주는 자기 자리에 앉아서 세쌍둥이와 함께 태블릿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 경호원들이 있는 걸 보면 와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건네오는 인사에 손을 흔들어주고 있으려니 공주도 날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살짝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을 힐끔 보고 무시하면서 지나쳐서 자리에 앉으니 공주가 조금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 서하 경? 제가 뭔가 실수라도 했나요?”
“어제 아침의 일을 빼면 없는데.”
“그건 본의가 아니었어요.”
본의라니, 어려운 단어도 알고 있네?
“본의였든 본의가 아니든 이미 일어난 일이잖아?”
내 말을 들은 공주는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내 뒤를 종종 따라와서는 머뭇거리면서 대화할 거리를 찾는듯했다. 그러면서도 내 옆에 선 프랑을 연신 힐끔거리면서 훔쳐본다.
요즘 들어 프랑은 이런저런 옷을 입기보단 나처럼 내가 교복을 입고 등교할 땐 같이 교복을 입고, 평복을 입으면 원피스 계열의 옷을 입거나 했다.
칙칙하고 둔해 보이는 교복이지만 초고급을 넘어선 신의 옷걸이라 그런지 태가 장난이 아니다 보니 여자애들은 본능적으로 프랑의 곁에 서 있기를 꺼려했는데 공주도 똑같이 생각하는 건가?
뭐 공주도 나름 예쁘게 생겨서 우리 학교에서 예쁜 여자애들을 다 모아놔도 공주와는 비교가 안 되지만 프랑이라는 존재는 넘사벽이니까….
그때 공주의 뒤에 서 있던 세쌍둥이가 입을 연다.
“그건 공주님의 뜻이 아니었다.”
“주한 대사의 생각.”
“그가 말한 것을 들어야 했다.”
…분간이 안 되는 세쌍둥이 중 하나가 입을 여니 나머지 둘도 따라 입을 연다. 어색한 발음에 어색한 단어들이 연결되지만 뜻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주한대사가 시켜서 한 거라고? 공주가 대사의 말을 따라야 하는 거야?”
공주는 당황해서 세쌍둥이의 입을 다물게 하려고 했지만 세쌍둥이는 약속한 것처럼 가운데 녀석이 입을 열면 왼쪽과 오른쪽 순으로 입을 연다.
“주한대사도 왕실 일원.”
“공주님보다 어른.”
“말 따라야 한다.”
“그래서 시킨 대로 교문 앞에 길 막고 기자들이랑 인터뷰 한 거야?”
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는 세쌍둥이와 날 번갈아 보더니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아니 인터뷰할 거면 차라리 대대적으로 대사관에 기자들을 모아놓고 하던가, 나 공부하러 왔어요~! 하는 듯이 교문 앞에서 길을 떡하니 막고 뭔 짓이래?
답이 없네, 답이 없어. 아, 혹시…. 혹시 모르니 한번 찍어봐야겠다.
“우리 학교에 우리 반으로 찾아온 이유가 나 때문이지?”
“그…. 맞아요.”
얼굴에 표정을 주지 않고 공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더니 공주도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살짝 움찔하다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어제 인터넷으로 뉴스 보니까 뺀질거리게 생긴 주한 영국 대사가 화면에 나와서는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배우기 위해 공주님이 온 거라고 열심히 떠들어대더니, 본래 목적을 숨기려고 일부러 교문 앞에서 퍼포먼스를 벌인 건가 보다.
허 참. 생각했더니 기분 나빠져서 뭐라고 한마디 톡 쏴 줄려다가 그냥 말았다. 내가 신경 쓰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말문을 닫고 오늘 수업 내용을 체크하고 있으려니 공주는 풀이 죽은 채 자기 자리에 돌아가버렸다.
…성격은 착한 게 확실한 거 같은데, 위에서 시켰다고 순순히 따르는 모습이나 내가 냉정한 반응을 보인다고 저런 모습을 보이는 걸 보면 너무 순둥이 같다. 목적이 있으면 학생회장인 이유미처럼 들이대면서라도 접근을 해야지.
반응이 냉정하다고 시무룩해져서 포기해버리면 돌아가서도 좋은 소리는 못들을 텐데. 그런데 세쌍둥이들이 공주의 팔을 잡아당기더니 내 곁으로 공주를 밀어낸다!
나랑 쌍둥이들을 번갈아 보면서 어쩔줄 몰라하는 공주는 쌍둥이들이 다시 말 걸라는 듯이 손짓하니까 더 당황해버린다.
공주랑 쌍둥이들은 무슨 관계지? 평범한 주종관계는 아닌 거 같다.
“공주도 참 답답하네.”
손바닥으로 턱을 괴고 한심하다는 듯이 공주를 올려다보니까, 공주는 내 말이 이해가 안 가는지 말도 못하고 그냥 눈만 끔뻑거리고 있었다.
“내가 냉정하게 대한다고 포기해? 잘은 모르지만 그렇게 한 달 채우고 돌아가면 좋은 소린 못 들을 거 아냐?”
“그래도 싫다는 분께 억지로 말을 거는 것은 실례라….”
“아, 그래. 그럼 수고해.”
순둥이가 아니라 답답이였군.
공주를 마음에 안들어하면서도 도와주려는 듯이 말을 건 내가 이해가 가지않아 잠시 생각해보니…. 저런 순둥이 같은 면을 내버려둘 수 없어서 그런 거 같다.
말을 끊어버리고 손을 저으니 공주는 이제는 울상이 되어버리는데 쌍둥이들이 길을 막고 있어서 제자리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얘들아 안녕!”
“안녕~?”
그러는 와중에 한고은과 수유리가 교실로 들어오니 공주의 표정이 한껏 밝아지면서 둘을 향해 손을 흔든다.
“리디아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에요. 좋은 아침이네요, 고은. 유리.”
“좋은 아침!”
세 사람은 곧 수다를 떨기 시작하는데, 그런 공주를 향해 세쌍둥이가 조금 못마땅한 눈길을 보내고 있었지만 뒤돌아선 공주는 그런 걸 눈치 못 채고 있었다.
“아하하하! 서하는 원래 저래. 무뚝뚝한 표정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얼굴인걸? 그래도 말 걸거나 하면 꼬박꼬박 반응해주니까 아무 말이나 막 걸어봐~.”
수유리의 이야기를 들은 공주는 "그런가요?" 하더니 날 돌아보며 눈을 반짝이길래 고개를 팩 돌렸더니 다시 울상이 돼버린다.
“저거 봐. 반응을 보여주잖아. 어서어서~.”
“저, 그럼 오늘 오후에 같이 티타임을…!”
“오늘 이사해서 안 돼.”
“이사? 어디로 이사가?”
한고은은 이사한다는 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되물어왔다.
서서히 교실로 들어오는 애들이 많아진다. 교실 뒷문 쪽을 보며 그랑 블루 타워로 이사한다는 이야기를 애들 앞에서 해도 될까 생각해보지만 아직은 말 안 하는 게 낫겠지.
“수련장 근처로. 아무튼, 티타임 같은 고상한 취미는 없으니까 다른 애들하고 해.”
내 말을 들은 한고은은 공주한테 볼일이 있었는지 금방 공주를 데리고 자기 자리로 가버린다. 그 뒤를 세쌍둥이도 따라가는데 세 쌍둥이 중 가운데 있는 녀석이 날 한번 돌아보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 뒤로는 한고은에게 무슨 말을 들은건지 쉬는 시간마다 공주가 끊임없이 다가와서 말을 걸어왔다. 조금씩 귀찮다는 감정이 생겨날 때 교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던 중 공주는 이유미에게 잡혀서 학생회실로 끌려갔다.
나? 난 문밖에 이유미가 있는 걸 눈치채고 슬쩍 뒤로 빠져서 안 들켰지.
예비종이 치고 5교시가 시작될 무렵에 돌아온 공주는 조금 진이 빠진 모습이었는데 그 와중에도 나에게 다가와서 내 취미는 뭔지, 학교 마치면 뭘하는지 계속 이야기를 걸면서 접점을 만들려고 하길래 취미는 여자친구랑 노는 거고 학교 마치면 여자친구랑 논다고 이야기해줬더니 벙쪄서 수업이 시작할 때까지 멍하니 서 있었다.
[타임리버 빌딩으로 가지 말고 그랑 블루 빌딩으로 오도록 해.]
“이사는 다 끝났어?”
6교시 수업을 마치고 가방을 들고 일어섰더니 화연이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그땐 공주가 다가와서 말을 걸려고 했던 때라 손을 내밀어 멈춰 세우고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래. 이제 사무동과 사업지원동의 사무작업 개편과 1월까지 토벌을 반복하면서 팀워크만 다지면 된다.]
“빨리 끝났네.”
아이들한테 먼저 가본다고 손짓을 하니 공주만 빼고 다들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래서 발걸음을 옮기는데…. 공주도 아이들한테 꾸벅 인사를 하더니 날 향해 뛰어오는 게 아닌가!
“아, 공주가 쫓아오고 있어. 좀 이따 봐.”
[…응.]
인증기를 종료하니 공주가 내 옆으로 다가와서는 빙그레 웃으면서 입을 연다. 그런데 묘하게 기대감을 품은 눈빛이다.
“혹시 타임리버에 가시는 건가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타임리버의 보스분을 저도 뵙고 싶어요.”
“저런 덩치들과 꼬리를 달고 오려고? 실례를 넘어 민폐야.”
“윽.”
내 말을 듣고 살짝 상처받았다는 표정을 지은 공주는 곧 뒤에 쌍둥이에게 입을 열어 경호원들을 모두 물리게 했다.
셋 중 우측에 있는 녀석은 곧 발걸음을 빨리해서 점점 모여드는 검은 수트 덩치들 중 아침에 교문에 서 있던 녀석에게 다가가더니 뭐라 뭐라 말하는 게 보인다.
“이 아이들은 저와는 가족이나 다름없답니다. 그러니 세 아이와 함께 하는 것까진 봐주실 수 없나요?”
아…. 난 싫다는 뜻으로 말한건데 공주는 물리면 만나게 해주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나보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교문을 나설 즈음에 교문 멀리에 서 있던 검은색 벤츠에서 웬 서양인 남녀 둘이 내리더니 나한테 다가왔다.
남자는 칙칙한 금발을 단정하게 정리하고 검회색 양복을 입은 평범한 남자였는데 남자 뒤를 따라오던 금발 여자는 둔덕을 겨우 가릴 만큼 내려오는 빨간색 타이트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여자가 입은 옷은 등이 훤히 드러나면서 엉덩이 위까지 패인 굉장히 노출도가 높은 원피스였는데 킬힐을 신은 덕분에 걸음을 걸을 때마다 골반과 엉덩이를 실룩 실룩거리는 게 대놓고 이런 복장으로 온 거 같단 생각이 든다.
아랫배가 살짝 나온 여자는 자기 외모에 자신이 있는지 은근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조금 꺾으며 입을 열었다.
“미스터 서하?”
영어가 튀어나올 줄 알았는데 뜻밖에 한국어다.
으으음. 어쩐지 귀찮아질 거 같다는 생각이 들려고 하는데, 저번에 영은이 붙여줬던 경호원들이 번개같이 달려들더니 남녀를 포박한다?!
“자, 잠깐! 이게 대체 무슨 짓이죠?! 무례한 자들 같으니! 어딜 만지는 건가요?! ”
“어, 어어?!”
…이게 무슨 일이지. 난데없이 팔이 꺾이고 수갑이 채워진 서양인 남녀는 화나고 당황한 표정으로 몸부림치기 시작하지만, 경호원들은 꿈쩍도 안 한다.
나도 조금 황당한 기분이 들려고 하는데 스포츠머리로 깎은 남자 한 명이 앞으로 나서서 날 보며 허리를 숙였다.
“실례하겠습니다. 블루 지니어스님.”
“어, 네. 그런데 저렇게 수갑 채워서 막 끌고 가도 돼요?”
“이 자들은 국가 요인 접근금지 명령을 어겼기 때문에 체포하는 겁니다. 이후에 국제법에 따른 처벌을 받게 될 겁니다.”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우리를 체포한다는 거죠?!”
“그 이유는 같이 가서 들으시죠.”
서양 여성은 몸을 뒤틀며 거칠게 반항하는데 짧은 원피스 자락이 밀려 올라가면서 새까만 팬티가 드러난다.
“이, 이것 보세요! 저희는 미, 읍읍!”
프랑은 그걸 보더니 눈살을 찌푸리는데 서양 여자는 그것도 신경 못 쓰고 급기야 당황한 표정으로 뭔가를 말하려 했다.
하지만 서양 여자를 포박한 경호원…도 여자네. 아무튼, 계속 시끄럽게 떠들려 하니 경호원 한 명이 테이프를 꺼내더니 여자는 물론 가만히 있던 남자마저 입을 막아버렸다.
“혹시 저 사람들이 접근하길 기다렸던 거에요?”
“…소란을 피워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경호원 남자는 내 뒤에 있는 공주를 잠시 바라보더니 날 향해 경례를 올리고 떠나갔다.
그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뒤를 돌아보니 내 뒤에 서 있던 공주와 세쌍둥이도 놀란 표정으로 경호원들한테 끌려가는 서양인 남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짐작은 간다. 내 가치랑 검증 직후의 발표 때 나온 이야기나 영은이가 붙여준 경호원들.
흐음. 경호원의 반응을 보면 저들을 일부러 접근하게 내버려뒀다는 건데…. 뭔가 날 두고 접근하려는 자들과 그걸 막으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마찰이 생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에이 몰라. 영은이가 알아서 잘 해주겠지.
옷 안에 총도 있고 복장도 그렇고 단단하게 다져진 체격은 그냥 평범한 보디가드 회사의 경비나 경호원으로 보기에는 과한 모습이었다.
국가요원정도 되려나? 사복 경찰…은 아니겠지?
저 모습이랑 경호원 남자가 하는 말을 생각해보니까 어쩐지 공주의 사정이 명확하게 머릿속에 들어오는 거 같다.
“아아. 그러니까, 일반적으로는 날 만날 방법이 없으니까 공주의 유학을 핑계로 날 찾아온 거구나?”
“…….”
“날 대놓고 접근하진 못하니까 대사가 학교에서 기자들 앞에 공주를 드러내고 자신도 전면에 나서서 유학을 강조한 거였어.”
내 이야기가 맞는지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공주나, 난데없이 경호원들이 나타나서 두 남녀를 끌고 간 모습을 지켜본 세쌍둥이도 할 말을 잃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풀이 죽은 공주를 보고 있으려니 문득 공주의 몸속 위상력에 흥미가 생겼다. 그래도 명색이 공주인데 계속 갈구고 무시하는 건 좋지 못하겠지?
생각 같으면 그냥 무시하고 싶은데 내 대응 때문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면 그것도 좀 그러니까.
다시 인증기를 켜서 화연이한테 전화를 거니 화연이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보인다.
“공주 데리고 거기 가도 돼? 몇 가지 궁금한 것도 있는데 여기서 말하기가 좀 그래.”
[상관없다. 어차피 업계에서는 다 소문이 난 상황이니까.]
“그래? 그럼 바로 거기로 갈게.”
[그래.]
허락도 받았겠다, 인증기를 종료하고 지나가는 택시를 세우면서 얼떨떨한 표정의 공주에게 입을 열었다.
“뒤에 따라오는 검은 차는 공주 꺼지? 목적지는 노블 타워니까 거기서 보자. ”
이 말만 하고 프랑과 함께 택시에 올라타고 출발하니 공주와 세쌍둥이도 뒤에서 슬금슬금 따라오던 차에 황급히 올라타며 택시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공주에게 관심이 생기신 건가요?”
슬쩍 프랑의 표정을 확인하니 질투 같은 게 아니라 표현 그대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 같다. 괜한 오해를 사는 게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말했다.
“공주는 속성 능력자인데, 어쩌면 빛 속성 능력자인지도 몰라. 그걸 확인해보고 싶어서 그래.”
“빛 속성!”
그제야 프랑도 호기심이 간다는 표정이다. 그런데 어쩐지 내 공간 지각이랑 프랑이 보는 공간 지각은 좀 다른 거 같지?
마나 시브의 유무 때문인가?
좀 있다 확인해봐야지.
택시는 20분가량을 달려 그랑 블루 빌딩 제1 출입구 앞에 도착했고 뒤따라오던 검은 차에서 공주와 세쌍둥이도 같이 내렸다.
내 곁으로 다가온 공주는 그랑 블루 빌딩을 올려다보더니, 4개 동의 빌딩과 넓은 상점가를 보더니 입을 벌린다.
“들어가자.”
쇼핑몰 구역을 지나 관계자 외 출입금지 딱지가 붙은 문을 열고 들어가 1층의 사무실동으로 오르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이동하니 이곳에도 두 명의 경비원이 서 있다가 날 보더니 부동자세가 되어버렸다.
출입구는 불투명한 강화유리로 가로막혀있었는데, 아무런 조작도 없었는데 문이 슈우웅하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뒤에 계신 네 분께서는 출입증이 없으셔서….”
“이봐! 실례했습니다. 리디아 이슬라 마리에타 공주님이십니까?”
나는 열린 문으로 제지 없이 들어가는데 내가 지나가고 내 뒤를 따라오려던 공주를 경비원 두 명이 막아선다.
공주 일행을 막아서는 그 모습에 뒤돌아 나오니 경비원들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려는 건지 공주와 세쌍둥이에게 여권을 받아 확인해보더니 상체를 숙여 인사했다.
“실례 많았습니다. 들어가 보셔도 됩니다.”
화연이가 미리 말을 해둔 건가?
짤따란 통로를 지나니 나무와 꽃과 풀로 잘 꾸며진 커다란 홀이 드러난다. 여러 사람이 벤치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다가 날 보더니 벌떡 일어나면서 허리를 숙이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진짜 좀 안 저랬으면 좋겠는데.”
좀 난감한 표정으로 사무실동 엘리베이터 앞으로 다가가니 그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더니 뻣뻣하게 굳어버리다가 뒤로 황급히 물러난다.
“어, 그러지 않아도 돼요. 같이 타고 올라가죠.”
“아닙니다! 실례했습니다!”
…그리고 남자 여자 할 거 없이 죄다 뒤로 도망가버렸다.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공주가 쿡쿡거리면서 웃기 시작하고 프랑도 쓴웃음을 지었다….
40명은 족히 탈 수 있을 거 같은 커다란 엘리베이터를 나와 프랑, 공주와 똘마니 셋과 함께 타고 올라가려니 투명한 외벽에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잔뜩 보인다.
39층에 있는 화연이의 집무실로 들어가니 화연이는 서류를 정리하다가 들어오는 우리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와 서하. 어서 오십시오 리디아 이슬라 마리에타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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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선작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