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171화 (171/517)

00171  합쳐지는 레이드 팀.  =========================================================================

타임리버와 화랑이 합쳐져서 만들어질 새 레이드 팀의 거점은 대모산 인근에 위치하고 있었다.

화연이와 함께 도착한 곳은 빌딩이라기엔 너무 크고 높았다. 사진에는 빌딩이 2동이었는데 실제 보니 똑같은 크기의 빌딩이 2개가 더 있었다. 그러니까 4개 동이란 말이지.

각각의 타워는 모두 40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단순 높이만 타임리버 빌딩의 2배다.

“빌딩이 2개밖에 있는 거 아니었어? 사진에는 그렇게 보이더니.”

“다른 두 곳은 사업지원부가 쓸 거다. 인원도 가장 많고, 부산물들을 보관해야 할 곳도 넓어야 하니까.”

빌딩…. 어차피 레이드 팀 명이 그랑 블루로 정해졌으니까 그랑 블루 빌딩이라고 불러야지. 빌딩은 4개 동이 5층에서부터 전체의 1/3 높이가 될 때마다 공중다리로 연결되어있어 빌딩마다 이동하기도 편리해 보인다.

그랑 블루 빌딩은 8차선 도로가 교차되어있는 곳에 우뚝 서 있었는데, 건널목이 없는 대신 높고 튼튼해 보이는 육교가 빌딩을 오가기 쉽게 세워져 있었고 지하 주차장 입구도 출입하기 편한 곳에 나뉘어있어서 교통성은 굉장히 뛰어나 보였다.

주변이 조금 휑뎅그렁하지만, 어차피 주상복합빌딩이니까 1층부터 4층에 생활에 필요한 레저 시설과 쇼핑몰과 대형마트가 들어올 테니 상관없겠지.

거기다 대형 레이드 팀이 있는 곳은 자연적으로 도심이 형성되니까 그랑 블루 발족식이 끝나면, 아니 지금도 주변에 허름한 건물 입구가 출입금지 띠로 둘러쳐져 있는 걸 보면 이미 개발이 들어가려는 거 같다.

넓고 높은 지하로 내려가는 주차장 입구에는 굉장히 튼튼해 보이는 투명한 자동문이 달려있었는데 그 옆에 경비실이 있고 경비실 밖에는 검은색 제복을 입은 젊은 경비원 두 명이 서 있다가 재빨리 다가와 차와 탑승자를 확인한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이쪽이 임시 보스인 정서하. 외 유화연과 플랑드르 에반스.”

“아!! 시, 실례했습니다!”

두 명은 황급히 물러서더니 허리를 90도 각도로 숙이면서 외쳤다. 조금 부담스러워서 그러지 말라고 말하려다가…. 슬쩍 화연이를 보니 별말이 없길래 나도 그냥 가만히 있어 버렸다.

곧 문이 열리고 차는 소음 없이 스르륵 움직여 주차장 내부로 들어서는데 백미러로 보이는 두 명의 경비원은 여전히 허리를 숙인 채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주차장 입구에 서는 경비원치고는 체격이나 옷차림이 좋네?”

“그래. 확장 이전하면서 경비 업체 하나를 흡수해 그들을 빌딩의 요소요소에 배치했다. 저들뿐만 아니라 믿을만한 청소업체와 건물을 관리할 인원들까지 고용했다. 그들을 포함하면 100명이 넘는 인원이야.”

“용역업체 직원이 아니었구나. 이런 빌딩 같은 데서 보면 인력 파견을 받아서 쓴다고 하더니 직접 다 고용한 건가 보네.”

“그들 모두 그랑 블루 사업지원부의 일원들이다. 빌딩 자체도 이미 레이드 팀의 시설로 기동 중이고. 그게 전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높히기 위해서야. 레이드 팀 빌딩이라는 건 여러 중요한 정보가 다수 존재하고 있으니 다른 팀에서 정보를 빼내기 위해 스파이를 집어넣거나 회유가 들어올 수 있으니까.”

“그래서 회유나 공작을 미리 방지하려고 전부 고용한 거야?”

화연이는 천천히 지하 주차장으로 차를 움직이며 입을 열었다.

“음. 저들 모두 서류 심사와 면접과 가족 인적사항까지 철저하게 검증하고 입사시킨 인원들이라 그런 점에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다.”

“앞으로 세계 최고의 레이드 팀이 될 곳이니 그 정도는 해야겠죠. 화연이 고생 많았을 거 같아요.”

뒷좌석에 얌전히 있던 프랑이 화연의 말을 다 수고했다는 듯이 살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고생은 총무부에서 다 했습니다. 저야 서류 확인하고 재가만 했을 뿐이니까요. 특히 방학인데도 매일같이 회사에 나오는 시하의 고생이 많을 겁니다.”

지하 주차장 1층은 구역별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가장 출입이 편한 곳에는 순서대로 푯말까지 붙어있어서 지정 주차장소를 정해놓은 거 같았다. 그런데… 통합관리부장이라는 팻말이 달린 곳에 누나의 서버 밴이 주차되어있는 게 보인다?

그 주변에 총무부장 사업 지원1부장 2부장 1부대장부터 6부대장까지, 1팀장부터 20팀장까지 있고 가장 움직이기 쉬운 곳에 마스터와 좌우로 제1 보스 제2 보스가 붙어있다.

그리고 제1 보스 푯말이 달린 곳에 화연이가 차를 세운다.

“…2보스는 화랑 보스 아저씨?”

“그래.”

“마스터는 혹시나….”

“너다. 두 팀이 합쳐지고 새로운 이름으로 바뀌면서 직급을 어떻게 해야 하나 했지만 시하의 의견에 따라 간단하게 결정됐다. 어차피 그랑 블루 자체가 널 위해 만들어진 곳이니 당연히 네가 가장 윗줄이고.”

“하아…. 조금 긴장되는 거 같아.”

“너라면 잘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널 받쳐주는 우리를 믿어라.”

“저도 서하를 믿어요!”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며 두 아가씨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지만, 나는 조금씩 부담감이 더해져서 이야기에 끼어들 생각이 나지 않았다. 목이 마르는 기분이다.

그나저나 1보스와 2보스라니, 각 보스 밑에 이전 레이드 팀원을 전부 배치해서 갈등을 만들거나 그러진 않겠지? 화연이도 그 부분을 신경 쓰는 거 같았으니까.

실제 전투 능력자만 397명, 거기에 생활 보조 능력자를 합친다면 900명 가까이 된다고 들었다. 그 아래 능력자들의 전투를 지원하는 사업지원부와 총무부까지 합친다면 그랑 블루 레이드 팀의 직원은 3천 명이 훌쩍 넘어간다.

그걸로 끝이 아니라 타임리버는 부산물 가공 공장도 몇 동 소유하고 있다고 했고 능력자들의 장비를 수선, 보수하는 업체에 일회용품 가공 공장도 있고 거기서 또 여러 가지 하청을 받는 회사를 생각하면 어마무시하게 늘어난다고 했지.

그건 화랑도 마찬가지일 테니 어림잡아 수만 명의 생계가 나한테 달린 셈인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두 연인을 보고 있으려니 책임감이 막중하게 느껴진다.

아직 비어있는 곳이 많은 1층~4층 건물을 대충 훑어보고 사무실동을 올라가니 투명한 엘리베이터 외관 덕분에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은 32층까지 지속되었는데 32층에 내리니 누나가 넓은 회의실에 24명의 직원과 함께 뭔가 회의 중인 모습이 보였다.

요즘 빌딩의 사무실은 전면 유리로 만들어서 내부가 훤히 보이게 만드는 건가?

정리가 다 끝나지 않은 어수선한 사무실 전경을 둘러보고 있으려니 누나가 회의를 중단하고 회의실에서 나오면서 나한테 달려온다.

“서하야~! 왔어?”

“응. 회의 중인 거 같았는데 이렇게 나와도 돼?”

누나는 화연이와 프랑한테도 손을 들어서 흔들어주더니 내 손을 잡고 누나의 집무실처럼 보이는 곳으로 끌고 간다.

24명 전원이 벌떡 일어나더니 전부 이쪽을 바라보며 서 있는 게 보인다. 그들을 보고 있으려니 저 사람들은 날 아는지 부동자세로 서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누나는 그 사람들에게 살짝 손을 흔들어주니 다들 자기 자리로 보이는 책상으로 돌아가 일을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오후 6시가 넘어가는데 퇴근 안 하나?

“이제 쉴 때가 돼서 잠시 휴식하라구 했어. 빌딩 둘러보러 온 거야?”

“응. 조금 둘러보고 왔는데 빌딩이 되게 크다.”

“그치? 옆에 생활동 최상층 펜트하우스는 네 꺼야. 아빠랑 엄마랑 나는 그 아래층에 있을거구. 화연이 방은 네가 원한대로 그 아래층이야. 가구랑 가재도구 나머지가 내일 다 들어오니까 그때부터 거기 살아도 돼. 서하 너두 여기서 살거지?”

엉? 누나 말에 놀라서 창밖으로 누나가 가르킨 생활동의 최상층을 공간 지각으로 살펴보니 무진장 화려한 공간이 보인다!

원목 바닥인가? 벽이나 가구는 대부분 흰색과 갈색 위주로 꾸며져 있는데 칙칙한 느낌보단 고풍스러운 느낌이 한가득이다! 거기다 발코니인지 테라스인지 정원인지 하여튼 저런 데서 살려면 돈이 무진장 많아야 할 거 같은데….

전체적으로 흰색으로 꾸며진 누나의 집무실에 들어와 앉으니 누나가 음료수를 꺼내와서 내 앞에 내려놓는다.

“…여사님 저택 지하 수련장이 좋아서 나오긴 그런데.”

“네 공간도 다 생겼는데다 바로 옆에 네 수련장 있잖아? 이제 안전에 관한 문제와 수련 장소에 대한 문제도 사라졌으니까 아주머니한테 민폐 그만 끼치구 나와. 네가 원하는 대로 집도 생겼으니까 멀리까지 왔다 갔다 할 필요는 없잖아?”

…날 이쪽으로 오게 만드는게 누나의 목적이었구나! 이제 더이상 도망갈 곳은 없다는 듯이 눈을 번쩍번쩍 빛내면서 날 보는 모습을 보니 기가 찬다. 언제부터 계획한거야?

만약 저택에서 나온다고 말하면 영은이는 울먹이면서 달라붙을텐데…. 그렇다고 해도 누나한테 딱히 반박할 말도 떠오르지 않아서 우물거리고 있는데 프랑이 입을 열었다.

“그럼 오늘 여사님에게 말씀드려야겠네요. 시하 님. 혹시 상층은 분양이 다 끝났나요?”

“아니. 생활동 최상층 5개 층 중에 2개 층은 남아있어요.”

“그럼 그 중 한 층을 여사님에게 분양해드리는 게 어떨까요? 지난 한 달 동안 여사님은 서하를 무척이나 예뻐하셨었어요. 그냥 바로 나와버리면 무척이나 서운해 하실텐데 선물이라도 드리는 게….”

프랑이 지금 무슨 말 하려는 거지? 의아한 눈으로 프랑을 보고 있으려니 화연이도 옆에서 프랑을 도우려는듯한 발언을 시작한다.

“확실히 그렇군요. 생활동은 분양권을 일반 매매할 생각은 없으니까 한 층을 여사님께 드리는 것도 나쁜 건 아닐 거 같습니다. 본 건물에 대통령이 거주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나쁠 것도 없을 테니까요. 시하는 어떻게 생각하지?”

“음…. 공짜로 드리는 건 아니지?”

“물론. 돈 많은 분이시니 받을 건 다 받아내야지.”

…영은이의 돈을 뜯어먹을 작당을 하는 누나랑 화연이를 보고 있으니 잠시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그보다 40층이 내 집이고 39층에 부모님이랑 누나가 산다는 건가?

“엄마랑 아빠랑 누나가 39층으로 이사 온다는 거야? 원래 집은 어쩌구?”

“여기가 가장 안전할 테니까 이쪽으로 이사 와야지. 집은 팔려구 내놓으실 거래. 글구 병원도 이전하기로 하고 사업지원 1동의 5층부터 10층까지 쓰기로 되어있어.”

“그건 잘됐네. 여기라면 안전하게…. 어? 잠깐만, 그랑 블루 빌딩을 그렇게 맘대로 막 써도 되는 거야?”

병원이 사업 지원동에 들어간다고? 병실이나 그런 문제는 어쩌고? 환자들이 막 돌아다닐 수 있잖아.

“애초에 일정 구역에 병원을 넣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 빌딩 자체가 네 소유니까 말이지.”

화연이는 누나가 가져다준 병 음료를 들면서 입을 열었다. 하긴, 아빠도 실력 있는 의사로 이름이 좀 알려졌으니까 대형 레이드팀의 담당의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긴 해….

어?! 이 빌딩이 내꺼라니?!

“응. 병원은 영리 목적이 아니라 치료 대상을 레이드 팀의 직원들과 직원의 가족들로 제한할 거야. 보안상의 문제 역시 인증키로 지정 층만 다닐 수 있게 하면 문제가 없어. 인증키 없이는 돌아다닐 수도 없게 만들어야지.”

병원의 수입이나 유지비 같은 그런 건 어떻게 하는건지 궁금해졌지만, 뭐 부모님이랑 누나가 알아서 한거겠지.

나는 누나의 설명이 끝나는 걸 보고 물었다.

“이 빌딩이 내꺼라니? 무슨 말이야? 미성년자가 건물을 소유할 수 있어?”

“응. 거기에 이런저런 법률이 들어가긴 하지만, 명의는 서하 너야.”

그런가?

“아무튼 내일 오는 걸로 알고 있을게? 난 다시 회의하러 가봐야 하니까 나머진 천천히 둘러보구 궁금한 게 있으면 화연이한테 물어봐~.”

이야기가 대충 끝난 누나는 손을 살랑살랑 흔들어주며 다시 회의실로 이동하는데 내가 돌아온다고 생각하는건지 얼굴이 화사해진 거 같다.

나참….

누나가 이동하는 모습을 본 직원들도 우르르 회의실로 몰려간다.

우리는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40층으로 올라갔는데, 한층 넓이는 예전 타임리버 빌딩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 밖에 안되지만, 면적으로 보면 한 동이 타임리버 빌딩보다 조금 더 넓은 수준이다. 그런 동이 4개나 있으니까 그랑 블루도 조금 더 커져도 괜찮겠지?

“우와…. 풍경 쩔어.”

높이가 200m 정도 되니까 서울 시내가 전부 내려다보인다.

“여기가 네 집무실이야.”

“…나도 서류작업 해야 해?”

혜령이 누나나 화연이가 서류 작업하는 걸 보니까 좀….

“정말 중요한 걸 제외하면 거의 없을 거야. 대부분은 총무부와 통합 관리부선에서 끝날 테니까. 내 집무실은 바로 아래인 39층이고, 화랑 보스는 그 아래층인 38층. 이혜령 부장은 37층을 쓰고 시하는 36층을 써. 기억해둬.”

다행이다. 난 또 혜령이 누나만큼 서류작업을 해야하는건가해서 쫄았는데.

화연이의 설명을 대충 들으면서 집무실을 돌아보니 한 층 전체를 방으로 만들어놨다. 창이 나 있는 부분을 제외한 벽은 전부 원목 패널에 바닥도 원목인 데다 가구도 죄다 황갈색 원목이라 마치 큰 나무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여기가 내가 일할 곳이란 말이지? 뭔가 가슴이 설렌다.

프랑도 집무실 내부를 돌아보는데 무척 밝은 표정이라 이곳이 마음에 든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구조는 타임리버 빌딩에 있는 화연이의 사무실과 비슷한 느낌이라서 어딘가 익숙한 느낌도 들고, 나는 육중해 보이는 원목 책상 뒤로 돌아가 사장 의자에 앉아 화연이를 올려다보니 웃음이 실실 난다!

“마음에 들어?”

“응. 최고야!”

그 후에는 사업지원 동에 있는 커다란 부산물 보관소도 둘러보고 생활동에 있는 내 집도 돌아보고 나서 방배동의 저택으로 향했다.

그날 밤 늦게 퇴근한 영은이에게 이사할 곳에 대해 말을 했더니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절망하는 표정을 지으며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나 혼자 여기 있으라는 건 너무하잖아아. 혼낸다는 게 이런 거였어?”

영은이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울먹이는데 날 올려다보는 모습이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얼굴이라 얼른 다독여주려고 다가가려니 화연이가 먼저 내 앞을 막아섰다.

“서하는 이제 그랑 블루에서 지내는 게 여러모로 좋다는 건 알고 있으시겠지요.”

화연이는 곧 영은이의 팔을 잡아 일으켜 세우고는 소파에 데려가 앉힌다. 소파에 앉아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던 영은이는 한숨을 폭 내쉬더니 화연이 옆에 있는 날 올려다보면서 울상을 짓는다.

“그건 그렇지만…. 행복을 줬다 뺏는 게 얼마나 나쁜 짓인지 너희들은 모르는 거야?”

“…아직 36층과 37층 펜트하우스가 비워져있습니다. 아무나 들일 수 없기에 지금은 놔두고 있지만, 늦으면 화랑 보스나, 이혜령 부장이 들어올지도 모르지요.”

“…!”

순간 뭔가 눈치챘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영은이는 화연이 얼굴을 가만히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화연이도 눈길을 피하지 않고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으니 보고 있는 내가 다 조마조마하다.

“차라리 서하의 수련장에 집을 짓는 게 어떠니? 부지도 충분하니 기왕이면 대 저택을 지어서 다 함께 사는 거야! 듣자하니 최수한이 서하를 섬기고 싶어 한다면서? 주한이를 붙여서 집사 교육을 하면 관리도 될 테고 좋지 않겠니?”

“그럼 이 집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적당히 정리하고 팔든가 해야지? 이 집이 마음에 들긴 하지만 집 때문에 우리 서하랑 떨어져 지내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지금 당신의 직위를 생각해보시죠.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할게 아니지않습니까. 무엇보다 당신과 저는 모녀 관계로 되어있습니다. 그런 상황에….”

조금 분위기가 과열될 느낌이라 이쯤에 화연이와 영은이 사이로 들어가면서 대화를 막았다.

“대 저택을 짓는다면 같이 사는 거 자체에는 문제가 되지 않아. 어디까지나 가족이라는 범위 안에는 들어가니까. 하지만 지금 당장에는 무리야. 적어도 대 저택을 짓는 건 내가 B 클래스가 되고, 성인이 된 이후라야 해.”

“왜에?”

영은이는 정말 나랑 헤어져 있고 싶냐는 듯한 얼굴로 눈썹을 역팔자로 꺾고 입술을 삐죽 내밀고 프랑과 화연이도 내가 거부할 줄 몰랐다는 의아한 표정이 된다.

“나도 남자니까.”

“…….”

“내 집을 가지고 내 아내가 될 너희들과 함께 하는 건 적어도 내 손으로 뭔가를 이루고 나서, 그랑 블루의 정서하가 아니라 정서하의 그랑 블루로 만들고 난 뒤에 할 생각이야.”

내 말을 들은 세 여인은 얼굴이 발그래해졌다.

“영은이는 38층으로 이사 오도록 해. 화연이는 38층에 있지 말고 나하고 40층에서 지내도록 하고. 그렇게 되면 영은이도 40층에 오르내리는 걸 다른 사람들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거야. 누나의 난리는 내가 알아서 막을게. 알았지?”

“으, 응….”

“…알았다.”

조금 단호하게 말했더니 어째 셋 다 얼굴이 잘 익은 홍시 같아졌다. 하지만 영은이는 애써 활달한 표정을 만들고 과장된 웃음을 지으면서 입을 연다.

“조금 아쉬운걸! 39층에 서하네 부모님이 계시니까 여기처럼 찐하게 애정표현은 못할거아냐.”

왜 그 말을 안 하나 했다. 난 피식 웃으면서 영은이의 뺨을 살짝 어루만지면서 입을 열었다.

“솔직히 그동안 너무 짐승처럼 산 거야. 휴일에는 눈만 뜨면 침대에서 뒹굴었잖아?”

“…그게 싫어?”

“좋아. 계속 품에 안겨있고 싶을 정도로 좋아해. 하지만 그렇게 지내는 건 나중에 나이 먹고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지금은 일단 강해져야 해. 강해져서 날 공격한 놈들도 조져야 하고, 개인적으로 밟아버릴 놈도 있으니까.”

말하다 보니 프랑이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아까부터 아무 말도 안 하고 영은이 옆에 앉아 몽롱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어딘가 열이 오른 표정이라 살짝 걱정된다.

내 말을 직접 들은 영은이도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리더니 뜨거운 눈빛을 보내고 있고 화연이도 붉어진 얼굴을 내게서 돌리고 거실 너머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들뜬 거 같다.

나는 학교 숙제를 위해서 방으로 돌아왔는데, 세 연인은 내 방 쪽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아래층 응접실로 내려가더니 속닥거리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숙제하고 있기도 하고 프라이버시라는 거에 신경이 쓰이기도 해서 딱히 그쪽 이야기를 독순술로 읽지는 않았는데 숙제가 다 끝나니 나도 모르게 그녀들의 입술을 읽고 있었다.

-…있어져서 곤란해.-

-정말 곤란해요.-

-아무튼 좀 더 수단을 찾아봐야겠습니다. 프랑도 조금만 더 고생해주십시오.-

-물론이에요! 그게 제 임무니까요!-

뭐가 곤란하고 임무라는 거야?

세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결의에 찬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는 태블릿을 조작해서 선생님들한테 숙제를 제출하고 난 뒤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니 프랑이 움찔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화연이와 영은이도 발걸음을 재게 놀려 욕실로 들어가서 씻기 시작하고 프랑도 살랑거리면서 내게 다가와 어깨를 주무르고 내 등에 가슴을 부비면서 은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날 밤은 이상하게 몸이 뜨거워진 세 연인을 만족시켜주고 나도 여체에 파묻혀 기분좋게 푹 잘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선작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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